센소지 앞에서 스카이트리를 촬영하는데 렌즈를 교환했기 때문에, 돌아갈때는 70-300mm 렌즈로 담아본다.
사실 조리개값이 어두워서 감도를 상당히 올리지 않으면 촬영이 힘들지만
이제는 어지간히 감도 올려도 관계없는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않고 담는다.
물론 괜한 문제 일으키기는 싫어서 촛점은 사람이 아닌 쪽에 맞추고 있지만.
문득 본인한테는 닳아빠진 아사쿠사에 와서 이렇게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건
아무래도 새 카메라 성능 테스트라는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도쿄 관광하는게 아니라, 그냥 새 카메라를 사용해보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한국서는 낮에 카메라 들고 나가서 촬영한 시간이 없었다.
여행이라는 빌미로 카메라를 들고 나온게 제일 즐거운 듯 하다. 아사쿠사 구경이 아니라.
이렇게 되니 아사쿠사에게 좀 미안한 느낌도 들고.
관광 기념품으로서의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의 잡동사니 천국 아사쿠사의 상점가는
아메바나 바이러스등이 가지는 강한 적응력과 같이, 장사거리가 될 만한 소재에 달라붙는 속도가 빠르다.
개장한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스카이트리의 모형을 팔고 있다.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버전으로, 이걸 과연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의 거대한 녀석부터
야경을 흉내낸 반투명 야광모델, 액자, 심지어 스카이트리까지 운행하는 전철 모형까지.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헬로키티가 스카이트리를 안고 있는 인형모델까지 팔고 있다.
아마 스카이트리가 개장하기 전부터 발주를 넣어서 생산했던 모델이겠지.
기념품이란 건 사실 굉장히 좁은 수요층을 노리고 현존하지 않던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상품인데
스카이트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수십만을 넘는다고 해도, 그곳 기념품점이 아니라 이곳 아사쿠사에서
이 정도 규모의 스카이트리 기념품을 구입해갈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과연 이런 모델들은 최소한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수백년간 아사쿠사 앞에서 장사판을 벌여온 이 가게들이 생각없이 이런걸 만들었을리는 없다.
일반론으로 생각하는 기념품의 성공여부는 아무래도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센소지 정문에서 직선으로 쭈욱 뻗은 상점가는 그 통일성 높은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실상 팔고있는 것들은 생초보 외국인들에게나 먹힐만한 그렇고 그런 기념품들이 대부분.
아사쿠사 부근에서 좀 제대로 된 쇼핑이나 눈요기를 하고 싶다면, 직선 상점가를 벗어나 옆으로 뻗은 곳을 가기를 추천한다.
센소지쪽에서 꺾어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관심도는 떨어지겠지만
이곳 상점가는 단순 기념품뿐 아니라 제대로 된 고가품이나, 이쪽 주민들의 실용품들도 팔고 있다.
자리잡고 들어가 즐길 수 있는 식당가도 몇몇 있고. 카미나리몬으로 뻗은 상점가엔 '여유'를 만끽할 가게가 없기 때문에.
키비단고(きびだんご)라고, 눈깔만한 동그란 찹쌀경단 몇개를 꼬치로 찔러꿰어 설탕이나 꿀 발라 먹는 간식을 파는 곳인데
점원으로 보이는 아가씨중 한명은 아무래도 일본인처럼 생기지 않은 듯 하다.
외국인이 아르바이트 하는 중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피가 섞인 일본인일까, 아니면 그냥 착각일 뿐 순수 일본인일까.
기분탓이라고 하기에는 나 말고도 이쪽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마침 망원렌즈를 끼우고 있으니 멀리서 평범한 관광객 행세를 하며 슬쩍 담아본다.
그런데 평범한 관광객 맞잖아.
이곳 아사쿠사의 상점가 상당수는, 자신들이 팔고 있는 물건에 지대한 긍지를 갖고 있던가 혹은 완성도가 부끄러워서인가 몰라도
사진 촬영 금지라는 펫말이 많이 붙어있다. 한국에서는 그냥 동네 문방구에서나 팔릴만한 제품들인데 뭘 그리 신경쓰는지.
그래서인지 멀리 떨어지긴 했지만 허락없이 점원 사진 찍는건 뭔가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기분.
차라리 저 경단 하나 사먹으면서 촬영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게 나았으려나. 하지만 사먹으면서 거절당하면 그건 더블플레이다.
아사쿠사의 시타마치(下町) 상점가와 센소지(浅草寺)는 어쨌든 독특한 구조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국에서 보기힘든 신선함을 추구하는 관광객들은 한번쯤 가볼만한 재미있는 장소다.
하지만 닳고 닳도록 도쿄를 들락날락한 본인 입장에서는 이미 전원꺼진 크리스마스 트리나 마찬가지.
레벨의 차이를 언급하는건 아니지만, 관광지라는 제목이 붙은 곳에 익숙해질 즈음이 되면
관광지보다 일상적인 거리 풍경에 점점 눈이 가는 경향이 있다.
얼핏 보면 한국과 별로 다를바 없어서 흥미가 동하지 않지만, 알면 알수록 미묘한 차이가 슬금슬금 눈에 들어오는게
한바퀴 돌아서 '아, 역시 외국은 외국이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뿌듯해지는 기분이니까.
도로가로 나오자 날렵하게 생긴 청년이 인력거 한번 안타보겠냐고 호객행위중이다.
돈이 아까워서 한 번도 인력거를 타본적은 없지만, 대부분 커플끼리 앉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인력거에
혼자 다니는 나보고 타보라고 권유하는건 조금 배려심이 부족한거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무겁긴 해도 두사람을 태워서 달리는것보다는 편하겠지.
아닌게아니라 요금이 상당히 비싸서 이제껏 탈생각이 없었긴 한데
완전히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는 결심하고 한번 타볼까 싶다.
인력거 끄는 젊은이들은 상당수가 지역 토박이라서 근처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에
단지 사람이 끄는 마차에 앉아서 돌아다닌다는 체험뿐만 아니라
관광 가이드에 나와있지 않은 재미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것 같으니까.
대화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남에게 말을 걸기 힘든 성격이라서 그것부터 극복하고 타야겠지.
인력거꾼은 일이 일이다보니 정말 사교성도 좋고 대화하기 편한 레벨이라서 어렵진 않을듯 하다.
그들의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인력거 타지않고 그냥 사진만 찍으려는 행동 자체를 하지 않고있는데
훗날 인력거를 이용하고 나면 그때야말로 제대로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을것 같다.
이쪽에 가본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카미나리몬을 나와서 스미다가와(隅田川) 강쪽으로 걸어가면
항상 아사히 똥떵어리 찍는 스팟에 익숙할 것이다.
원래부터 똥덩어리 찍느라 사람이 많은 곳인데, 이제 스카이트리까지 합세하니 굉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삼각대 놓고 촬영중인 사람들은 낫지만, 다리 난간을 삼각대 삼아야 하는 사람들은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
다행히도 그냥 휴대폰 촬영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렵지않게 난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촬영을 시작한다.
감도를 높이긴 했지만 확실히 지지대가 있으니 결과물의 해상도도 살아나는 느낌.
망원렌즈로는 주변 풍경까지 담기지 않기 때문에 35mm 렌즈로 다시 갈아끼운다.
항상 똥덩어리 하나만 담기엔 살짝 아쉬운 기분이었는데
스카이트리에서 발하는 은은한 조명이 뷰파인더를 풍성하게 해 주는게 뿌듯하다.
도쿄 도착 당일이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 관광기분을 만들어 주는건 저 스카이트리밖에 없으니까.
얼핏 아사히빌딩 옆에 세워진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똥덩어리에서 스카이트리까지는 3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동일선상에 있었다면 지금 위치에서 전신을 담을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타워.
사진을 찍는데 땅이 심하게 흔들린다. 다리쪽이 흔들리는건가 싶었는데 주변 일대가 다 흔들리는 듯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를수 없을 정도로 흔들려서 잠시 촬영을 중단했을 정도.
진도 4.5 이상은 되는 지진. 미세하게 느껴지는게 아니라 움직이는 버스에 타고있는 듯한 기분이다.
아무리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이라도 이 정도면 일단 그렇게까지 흔한 녀석은 아니다.
촬영하던 사람들도 다들 서로를 쳐다보면서 한마디씩 입을 연다.
쓰라린 기억보다 행복한 기억이 더 오래가는게 인간의 뇌인데
아무래도 도쿄 사람들이다보니 이 정도 지진으로는 예전 후쿠시마의 그 악몽까지 떠오르진 않는 듯.
그냥 진동이 끝나자 조금 안심한 말투로 '이번건 좀 셌군' 하고 피식 웃는다.
하긴 후쿠시마 지진 당시 도쿄도 진도 7을 상회하는 지진을 겪었으니, 이번건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겠지.
20년전쯤 도쿄에 저음 갔을때, 생애 첫 지진은 숙소에서 친구 강군과 주말의 영화 로보캅을 보고 있을 때였다.
한창 재미있는 장면이었는데, 지진에 놀라서 그 이후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던 기억이 난다.
일단 늦은 오후, 야경의 스카이트리 풍경을 담았으니 오늘 할일은 다 했다는 기분.
지금 시간에 전철타고 어디 딴데 구경가기도 그렇고, 수면부족으로 더 강행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다.
대충 뱃속에 뭐좀 집어넣고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복귀하면 끝.
일기장용 수첩은 갖고 왔는데 펜을 가져오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하나 구입한다.
사실은 전문적인 문구코너를 갖춘 대형 서점에서나 구입할까 했는데, 아사쿠사 주변엔 그런게 없다.
애용하는 수첩은 보통 사용되는 희고 깔끔한 녀석이 아니라
재생지로 만든 듯한 까칠까칠한 황토색 종이라서 펜촉을 많이 가린다.
부디 편의점에서 구입한 펜이 수첩에 잘 맞기를 기원하면서, 일기를 쓸수 있는 맥도날드를 향해 이동.
일반 음식점에서도 진득하게 앉아 일기쓰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시간제한이 없는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리, 언제 어느순간 손님이 몰려서 자리가 부족해질지 모르는 일반음식점에서는
마음놓고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괜히 미안해질 것 같아서 조급해지니까.
한창 자전거여행중일 때는 그런 심리가 밖으로까지 보인건지, 덮밥집 요시노야(吉野家)에서 일기 후다닥 쓰고 짐 챙기니까
아주머니가 '편하게 쓰셔도 되요' 라고 웃으면서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보였나.
아사쿠사는 도쿄의 주요 관광지이다 보니 이곳을 통과하는 전철역도 굉장히 많다.
사철들간에는 역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아사쿠사역'이라고 해서는 어딜 지칭하는지 알수 없다.
노선을 착각하면 20분 가까이 걸어가야 할 때도 있고.
사진의 토에이 아사쿠사역은 나름 역사깊은 곳이지만
예전의 영광을 뒤로하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백화점은 불경기로 폐업까지 당하기도 했다.
그랬던 녀석이, 스카이트리로 연결되는 전철노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재도약을 꿈꾸게 되었다.
건물도 깔끔하게 재단장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맥도날드에 들어가 뭐 신메뉴가 없나 둘러본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 맥도날드는 쉴새없이 기간한정 메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끔 한번씩 찾아가보면 예상하지 못한 녀석을 먹을 수 있어서 나름 재미가 있다.
이번에 판매중인 신메뉴는 '데미치즈 그라코로 버거'라는 듣도보도 못한 녀석.
맥도날드의 오만가지 신메뉴에 익숙한 나에게도 이건 정말 뭔지 짐작하기 어렵다.
일단 제품을 받아서 외관을 탐색해보고 몇가지 알아낸 바에 의하면
데미치즈라는 건 '데미그라스 소스 + 치즈'의 준말. 패티는 코로케 형식이라는 점 정도.
데미그라스 소스는 쉽게 말해 돈까스 소스로, 한국의 불고기버거에도 처바르는 그 시커먼 소스다.
치즈야 뭐 위에 한장 올라가 있는걸 말하는 것이겠고.
엄밀히 말하자면 코로케 버거라는건 한국의 새우버거, 피쉬버거처럼 코로케 형식으로 튀겨낸 것을 지칭하니
여기까지는 별다른 것이 없어보이는데, 기간한정 제품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궁금해질 뿐이었다.
한입 먹어보고나서야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라코로라는 말은 '그라탕 + 코로케' 였던 것.
바삭바삭 튀김이라고 생각했던 코로케의 속에는 진득한 우유처럼 흘러내리는 그라탕이 들어 있었다.
정확히는 새우 그라탕으로, 조그맣고 반투명한 그 새우가 몇개 들어있어서 식감을 살려주고 있다.
일단 그라탕이다 보니 흔히들 생각하는 햄버거의 진하고 강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부드러운 치즈맛이 주를 이루는 터라, 자칫 미적지근하고 느끼한 맛이 되기 쉬울것 같은데
그걸 중화하기 위해서 위에 데미그라스 소스를 바른듯 하다.
햄버거 패티안에 그라탕이 들어있다는 발상은, 어쨌든 이런 시도를 하는게 일본 맥도날드 답다는 느낌.
한국의 김치라이스버거 같은 독창성도,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굉장한 도전이었는데
일본 맥도날드는 끊임없이 기간한정 메뉴를 만들어내니 일부러라도 사먹어주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쇠고기패티에 데미그라스 소스를 너무 처바르면 고기맛이 사라져 버리니 싸구려맛이 되는데
그라탕 패티는 자극적이라는 단어와 도치되는 맛이기 때문에 데미그라스 소스의 자극도 괜찮은 양념이 된다.
단지, 햄버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에 따라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맛있다고 단언하며 남에게 추천하기는 쉽지 않은 버거인 듯.
참신한 시도라면 일단 맛이 없어도 점수를 좀 더 주는 성격인 본인으로서는 맛있게 먹었지만
햄버거집에서 굳이 그라탕의 부드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역시 들지 않는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가격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다. 코로케 안에 그라탕이라는 모델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단가가 비싸긴 하다.
안그래도 작기로 유명한 일본 햄버거집인데, 이녀석은 크기가 정말 작아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이녀석을 씹으면서 일기를 쓰는데, 역시 우려대로 수첩과 볼펜의 상성이 맞지 않다.
글씨가 잘 적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볼을 굴려가며 겨우 적는데, 이러면 쓰는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혹시나 싶어서 맥도날드 영수증에 적어보니 물흐르듯이 잘 적힌다. 역시 이런 까칠한 수첩에는 맞지 않는듯.
돈이 아깝긴 하지만, 앞으로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상성이 맞는 펜을 하나 더 구입해야겠다.
일본의 도로에는 갓길주차 같은게 극히 적어서, 한국의 도로와 그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정말 동질감 느낀다. 자전거 주륜금지구역을 비웃듯이 늘어서있는 자전거들.
일본도 아직 자전거 주륜만큼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는데, 그럴만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애초에 자동차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편리함을 추구하는 자전거에서, 자동차처럼 지정장소에만 주륜이 가능하다고 해 봤자
그걸 지킬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그리고 지정 주륜장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곳도 많다. 돈내고 자전거를 주륜한다면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법도 하다.
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딱지를 붙이고, 철거하고, 찾으러 가면 벌금물리고 하기도 하지만
벌금이 많으면 그냥 자전거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더 저렴할수도 있는만큼 별로 실용성이 없다.
애초에 자전거의 주륜이 보행자들에게 끼치는 불편은, 자동차의 불법주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미미하기도 하고.
역 앞같은 혼잡한 곳에서는 철저하게 단속하지만, 그외 상당수 지역에서는 그냥 날잡아서 가끔 딱지붙이는 정도다.
이것만큼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이라서 조금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을 자주 담기도 하고.
간식거리 좀 사서 숙소에 도착해 TV를 켜니, 좀 전 지진이 아무래도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던 듯 하다.
중심부 진도가 7.5 가까운 녀석이고 츠나미 경보가 발령되어 있었다.
전례가 있었던 만큼 모든 TV 방송이 비상으로 바뀌고 속보를 보내고 있다.
도쿄쪽은 츠나미 예상지역도 아니라 걱정할건 없었지만, 혹여 한국에서도 난리치고 있을까 싶어서
미리 가족에게 문자 보내놓았다. 연락없으면 괜히 걱정할까봐.
진도를 봐서는 쓰나미라고 해 봤자 1m 를 넘지않는 녀석이겠지만, 어쨌든 일본에서 이것만은 경시할 수 없는 사태니까.
하지만 30분정도 경보를 날리던 방송은, 결국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을 끝으로 모두 해제되었다.
평범하게 방송되는 버라이어티쇼를 즐기며, 목욕으로 지친몸을 풀고 슬금슬금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침대로 기어들어가니, 냉탕에 한참 담그고 있다가 온탕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처럼 쏴악 하고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든다.
오늘 하루도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멀쩡할때는 2시간쯤 TV 보다가 자는데, 결국 30분 조금 넘기고 알아서 눈꺼풀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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