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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6.30  대마도 - 히타카츠 2편 2
  3. 2015.06.24  대마도 - 히타카츠 1편 6
  4. 2015.06.11  대마도 - 니이 1편 7
  5. 2015.05.25  대마도 - 이즈하라 4편 8
  6. 2015.04.20  대마도 - 이즈하라 3편 4

 

원래 이 위치에 있었을 리는 절대로 없는 나무둥치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떠밀려 왔다고 하기에도 상당히 깊숙히 박혀 있어서 정체를 알 수 없다.

해수욕 즐길 때 의자 대용으로 앉아서 발을 적시기에는 적당한 듯 하다.

 

 

 

해변 오른쪽은 이런 식으로 깎여나간 절벽처럼 되어 있다.

지질층이 독특한 것인지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가면 동굴이라도 하나 만들어 지려나.

 

아름다운 해변으로 소문이 난 곳이라 한여름엔 사람들이 꽤나 찾아올 법도 한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편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입구 쪽에 커피를 만들어 파는 차량이 한 대 서 있는 것 빼고는 먹거리도 전무하고.

 

어찌보면 지금의 나처럼 그냥 신기한 해변의 모습이나 감상하면서 산책하는데 더 특화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체관광객들은 찌렁찌렁 소리를 지르면서 즐겁게 바다 가운데의 조그만 섬을 탐험중이다.

동양인의 종족 특성인 듯, 소수로 다닐 때는 참 조용한데 뭉치기 시작하면 허파에 숨이 더 들어가는지 성대 근육이 강화되는지 목소리가 커진다.

 

수영복은 아니지만 몇몇 아주머니들은 거의 허리 바로 밑까지 잠기는 위치에서 옷을 입은채로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주변 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그리 빡빡하진 않으니 신나게 노는것도 나쁘지 않게 보인다.

홀로 여행은 어쨌든 간에 크게 흥분할 일이 없이 차분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 보니

옆에서 저렇게 즐거워 하는 여행자들 보는 것도 왠지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느낌.

 

 

 

푸른 하늘에 바닷물이 뜨끈뜨끈해 지는 시기였다면 좀 더 멋진 광경을 만끽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연 환경뿐 아니라 사람 구경도 좀 더 즐거워질 법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시기까지는 아니었다.

 

대마도 쪽에서는 이곳 미우다 해변을 '일본 해안 100선에 선정'되었다고 크게 자랑하고 있다.

물론 대마도라는 섬이 이런 모래사장이 생기기 어려운 지형이기도 하고, 모래가 고운데다가 수심이 완만해서 해수욕에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일본 해안 100선이라고 하면 아무리 섬나라라 해도 어지간 한 녀석은 거의 다 포함되는 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한국이라면 해안 100선까지 선택이나 가능하려나.

 

 

 

바다도 좋긴 한데, 대마도는 전체 면적의 90% 가까이가 산림이라서 나무 구경하는 것도 좋다.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원시림도 약간이지만 존재하고 있어서 자연적으로는 가치가 높은 섬.

 

얼핏 보면 한국의 삼림에 비해 좀 더 키가 크다고 해야 하나, 높이 쭉쭉 뻗어있는 느낌이 든다.

기후와 지형 탓이겠지만 그래도 대마도라는 외국에 와서 한국과 비교해 가장 이질적인 느낌을 이런 산림 속에서 받는다는 건 특이하다.

 

 

 

주변 암석을 주욱 돌아보는데 그놈의 예절을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보인다.

물론 일본인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본인도 일단 담배를 피워는 봤기 때문에 권유받으면 피기도 하지만

이런 짓거리 하는 인간들 때문에 언제나 흡연자들은 욕을 먹을대로 먹으며 사는 것이라 생각.

 

일본에서는 개인 휴대용 재털이 갖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도 여행중 하나 사 와서 나침반님한테 선물로 드렸지만

한국의 흡연 사정을 생각해 보면 그런 거 유용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물놀이는 언제나 재미있는가 보다.

본인은 바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지 10년도 넘은 듯.

 

바다를 보는 건 항상 좋지만 빠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만 나아가서 물장구 치는 건 왠지 좀 식상해 졌다고 할까.

쭉쭉빵빵한 언니가 비니키를 입고 달려든다면야 다시 바다놀이가 즐거워 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로또 당첨보다 조금 더 허황한 공상이다.

 

 

 

우거진 수풀과 한적한 모래사장 사이에 아담하게 진을 치고 있는 녀석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색상도 마음에 딱 드는데, 번호판도 있고 정식으로 운전이 가능한 모델인 듯.

 

보통은 폭스바겐 마이크로 버스라고 불리는데, 이 녀석은 나라별로 별명이 워낙 많아서 정식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정리하면서야 '장사하는 아주머니들한테 일본에서는 이 녀석이 무슨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무더운 날씨라 그런지 한두 명씩이라도 뭔가를 사 마시고 있다.

 

 

 

섬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그만 돌덩이 위에 올라가면

그래도 이제껏 걸어오면서 봤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저씨들 모습을 찍고 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도촬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어차피 얼굴은 나오지도 않았으니 문제없지 않을까.

강렬한 느낌이 거의 없는 대마도의 모습 중 그나마 좀 마음에 드는 녀석을 건져서 왠지 살짝 해탈한 느낌도 든다.

 

 

 

주차장 쪽으로 걸어나오니 놀랍게도 이타샤(痛車)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이런 섬에도 이타샤가 있다는 게 가히 놀라울 따름. 매니아들은 도시 시골 가리지 않고 서식중인가 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찍혀있는 캐릭터들은 거의 다 모르는 녀석들 뿐이라는게 조금 섭섭했지만.

 

 

 

문짝에 큼지막하게 박힌 그림은 비록 캐릭터가 누군지는 몰라도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듯 하다.

학생 시절 많이 봐 왔던 CLAMP의 그림체임이 틀림없다.

 

물론 내가 한창 만화책을 탐닉하던 시절의 CLAMP는 '성전'이나 '도쿄 바빌론'같은 초기작들이라

이런 그림체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들 특유의 인형같은 그림체의 흔적은 아직 남아있어 보인다.

 

 

 

본인이 빌려 온 전동자전거도 기념으로 남겨 본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하나큐피트의 풍선이 운전대 앞에 꽂혀 있다.

하나큐피트는 일본의 꽃 배달 서비스 기업 이름인데, 어째써 여기서 이런 걸 보게 되는 걸까.

 

어찌됐든 자전거 앞에서 멋진 임팩트를 주는 녀석이라 사진에 담기 좋다.

 

 

 

대마도 여행에는 속옷 한두 벌과 카메라밖에 가져온 게 없어서 가방도 간소하다.

구입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용량이 작다는 점만 빼면 여전히 생생한 보블비의 백팩.

천이 아니라 살짝 물렁물렁한 폴리에틸렌 재질은 어지간히 굴리고 오래 사용해도 모양의 변형이나 상처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잘도 사용해 오고 있는데 전혀 수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이 정도 용량의 백팩은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끔은 난감해지기도 한다.

 

 

 

좀 전에 괜찮은 사진도 건지고 했으니 간소한 답례라도 하기 위해

마이크로버스 앞으로 다가가 음료수를 골라본다. 커피도 나쁘지 않지만 날씨가 더우니 빙수를 선택.

군것질용으로 먹는 이런 빙수는 그냥 얼음조각에다가 색소 넣은 과당을 뿌려줄 뿐이지만

왠지 어릴 적 불량식품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끌리게 되는 편이다.

 

양은 굉장히 적은데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포장 기술이 어디 가진 않는지 멋들어지게 쌓아올린 빙수를 내어준다.

날씨가 덥긴 더운지 윗 부분을 씹어먹고 있으니 아랫부분이 거의 다 녹아버린다.

 

역시 달달한 편이라 갈증 해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녀석은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시간은 아직 모자라지 않게 남아있어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편 언덕을 타고 올라가 본다.

상당한 오르막이라 귀차니즘의 화신이 되어 있던 당시엔 전동 자전거가 아니라면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 듯 하다.

 

일본은 전동 자전거 발매 초기에 아무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기 바이크처럼 무지막지한 출력을 자랑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속도를 30km 이상 내다가 사고로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 이후 반드시 전동 자전거는 사람의 페달 밟는 힘을 보조해 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이 생겼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정식 명칭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기술이 좋아져서 어시스트비가 7:3 까지 올라간 녀석도 있긴 하지만, 초기 모델처럼 밟으면 밟는대로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던 때와 비하면 좀 소박해 지긴 했다.

 

대마도의 전동 자전거는 워낙 구형이라 베터리도 무겁고 수명도 짧고 어시스트비도 4:6 정도 될까말까 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있었기에 땀은 좀 흘렸지만 어렵지 않게 언덕을 넘어오는데 성공한다.

 

끝까지 올라오자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맞이해 줬는데, 관광객을 위해 상당히 깔끔하게 손질된 도로가 인상적이다.

 

 

 

가끔씩 야외 공연도 하는 듯 길다란 나무판이 밑에 보인다. 텐트치고 야영을 해도 안성마춤인 분위기.

언덕 아래쪽 바다를 돌아가면 방금 전 거닐던 미우다 해변의 끝자락이 나온다.

 

확실히 여름 해수욕장으로서는 최적지인 듯 하다. 바글거리지도 않고 깨끗하고 주변에 야영할 곳도 많고.

 

 

 

택시가 한 대 올라오더니 안에서 젊은 한국 여성 둘이 내린다.

대마도는 택시가 상시 운행을 하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센터에 문의를 하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2시간에 6만원 정도로 본토에 비하면 그리 비싼편도 아니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관광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과 함께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에도 내려주기 때문에

편안한 관광을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본인은 아마 구경하는것 보다 기사 아저씨하고 잡담하는게 더 재미있겠지만.

 

설명은 일본어로 하다 보니 관광객 쪽은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매력.

꼽사리로 설명을 좀 들으려 해도 바람이 워낙 거세서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울타리가 쳐진 곳 쪽으로 30~40분쯤 걸어가면 높지는 않지만 바닷가 절벽쪽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나쁘진 않은 경험이겠지만 날씨도 덥고 왕복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빠듯해서 그냥 사진만 찍어놓는다.

 

평소에도 바람이 심한지 주위 나무줄기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 한 쪽으로 쓸어올린 머리칼 같은 느낌이다.

 

 

 

자전거를 손에 넣은채로 앞으로 펼쳐진 한적한 길을 보고 있으니 예전의 욕망이 되살아난다.

물론 예전 자전거 여행 당시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좀 무섭기도 했지만

대마도 정도의 크기라면 어차피 달리다 보면 한 바퀴 금방이니 무작정 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하지만 출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예전의 그 열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약간의 미련을 남긴 채 마을로 돌아간다.

 

 

 

마을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한 후 남은 일은 한 가지 뿐이다.

나름 대마도의 명물 버거라고 할 수 있는 츠시마 버거를 먹어보는 일.

하룻밤 묵었던 호텔 바로 옆에 버거집이 있어서 들어가 본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없었던 대마도에서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 내어 만든 버거로서

해산물이 풍부한 섬의 특징을 살려서 소고기 패티 안에 톳과 오징어를 넣어 만든 녀석이다.

 

이즈하라에 본점이 있긴 한데, 공교롭게도 내가 도착한 날은 이미 영업이 끝나있어서

분점이긴 하지만 히타카츠에서 시식을 해 보게 되었다.

 

 

 

패티는 당연히 수제라서 기본 레벨은 한다.

하지만 일본 아니랄까봐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냥 간식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힘들다.

그 작다는 모스버거와도 자웅을 겨룰 만한 크기니 어느 정도 덩치 이상의 남자들은 이걸로 배 채우긴 힘들 듯.

 

주문후 구워주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버거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톳과 오징어는 확실히 특이한 향미를 가져다 주는데, 소스가 과하지 않아서 소고기 향내에 쌓인 톳과 오징어의 식감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길 가다가 눈에 들어오면 한 개씩 먹고 가기에 충분한 맛이지만 지역적 특성상 크기에 비해 가격이 꽤나 비싼 편인 점이 조금 아쉽다.

맛 자체의 레벨도 뭐, 사세보 버거나 유후인 버거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요소가 매우 강한 지역이다 보니

여기 와서 이거 안 먹고 가는 한국인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이 든 단체 관광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항구에 도착하니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뭔가 사 들고 가기는 많이 사 들고 간다.

당연하게도 본인은 완전히 빈 손이다. 반찬거리야 많이 있지만 외국여행 선물로 사 들고 올 만큼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 있다 온 건가 싶을 정도로, 확실히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이 생계에서 큰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조용하길 바랬지만 그래도 줄 서서 구경할 만한 요소가 없는 곳이다 보니 생각만큼 귀찮지는 않아서 다행.

 

자전거 여행 중 가 보지 않은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었기에

과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궁금하다면 한 번쯤 와도 될 만한 곳이다.

물론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여행이라고 해서 볼거리가 풍성한 곳 보다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여행이란 일단 집을 출발하고 나면 작던 크던 나름의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니까.

 

짧은 기간이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 짜증도 나고 편안한 풍경에 느긋해 지기도 했다. 무난하고 조용한 일상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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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없어서 호텔에 오래 머물 일은 없다.

남은 시마토쿠 쿠폰이 2장쯤 되는데 이건 식사와 간식거리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자전거 대여점에서 전동자전거를 빌리는 데도 쓸 수 있다. 수량이 남아있으면 그걸로 해결할 생각.

 

자전거 대여점으로 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신사에 슬쩍 들러본다.

아침이지만 동네 어른들이 벌써 나와 집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시골 사람들일수록 아침이 부지런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마을의 살짝 외곽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이 토요사키 신사는 관광객들과는 별 인연이 없는 평범한 동네 신사.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도 눈물날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구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둘러보기 편한 곳이다.

 

 

 

신사 건물은 이것밖에 없지만 옆에는 넓은 공터와 함께 유치원으로 보이는 시설이 함께 놓여있다.

아이들이 없어 보이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수업중이라면 괜히 사진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

 

히타카츠는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마을이지만 마을 안에는 정말 볼 것이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허름한 숙박업소 몇 개와 특산품 매장 정도.

대마도에서 두번째 가는 도시라지만 이즈하라와 비교하기엔 차이가 너무 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을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즐거운 곳이다.

 

 

 

토요사키 신사에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바다에서 건져올린 듯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영물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금줄을 둘러놓긴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편은 아닌 듯.

 

 

 

신사 옆엔 놀이터도 있다. 신사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정서 함양에는 좋으려나.

사진을 찍으며 거닐고 있으니 나름 아침인데도 6~7살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젊은 아버지가 이곳에 들어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신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가끔 궁금해 진다. 이건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서다.

 

근처에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이는 관광객에 익숙한지 한번 눈 마주치고는 평범하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본토의 시골 신사에서 나처럼 여행객임이 분명한 사람과 마주치면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시골틱함에서는 거기 못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관광객이 전혀 신기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왠지 너무 익숙해 보이니 그것도 좀 김이 빠지긴 하지만.

 

 

 

산책삼아 신사를 둘러본 뒤 자전거 대여점 쪽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도로쪽으로 나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어차피 오늘 오후 배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하고는 인연이 없지만

축제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의 마을 주민들 모습은 여러 번 봐도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는 '야마다'라는 이름이 떡하니 찍혀 있다. 마을 지주인가?

낙석 혹은 토사 위험 때문인지 산 한편을 완전히 발라버리고 그 위에 이름을 찍어 놓았는데, 별로 볼 만한 풍경은 아니다.

워낙 경사가 아찔해서 저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자연 훼손으로 보인다.

 

 

 

자전거 대여점에 가니 벌써 한국 사람이 몇 와 있다.

다행히도 전동 자전거가 남아있어서 하나 빌리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가능하니 시원하게 남은 쿠폰을 모두 준다.

 

주인장 부부는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내가 일본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자 편한 일본어로 돌아간다.

짐을 전부 가지고 나온 터라 백팩은 둘째치고 카메라용 숄더백을 좀 맡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하지만 백팩에는 빨아야 할 옷가지들이 쌓여있고 숄더백에 카메라 장비가 들어있는 바람에

저기 구석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잽싸게 양 쪽의 내용물을 바꿔치우는 짓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한창 전동 자전거가 활발히 발매되고 있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당연하게도 이곳의 전동 자전거는 굉장히 구세대 모델이라 어시스트비도 형편없고 베터리도 채 2시간을 가지 못한다.

중간중간 어시스트를 끊어서 사용해 달라는 주인장의 조언이 허투로 느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처음 타 보는 전동 자전거의 위력은 그야말로 굉장해서

평소 힘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앞으로 죽죽 치고나가는 느낌이 매우 신선하다.

기어비 1단 정도의 힘을 10단 이상에서 들이는 힘만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돌아가기 전 후다닥 구경할 수 있는 미우다 해변은 걸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최소한 자전거가 없이는 조금 곤란할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냥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언덕이 워낙 많은 곳이라 귀찮기 그지없다.

 

 

 

오늘 귀국하는 사람이 많은지 상당한 수의 한국인 관광객이 벌써부터 해변가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버스로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나처럼 자전거로 오기도 하고.

모래사장은 바닷가 멀리서부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자전거 들여놓지 말라고 표지판이 놓여 있었지만

역시 대륙의 기상을 물려받은 한국 관광객은 거침없이 모래사장 깊숙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3일간의 대마도 여행 중 오늘 날씨가 가장 좋지 않아서 푸른 하늘과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름답긴 하지만 가이드 팜플렛에 쓰인 것 만큼 엄청나게 황홀한 그런 해변은 아니라서 되려 다행이라고 할까.

 

암석 지형 사이로 푹 파여 들어간 반달형 모래사장이라 확실히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기는 하다.

중앙에 저렇게 멋들어진 암초 하나가 들어서 있는 것도 이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

 

한번 가 볼까 싶었지만 등산복 입은 중년 관광객 무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저 곳으로 건너가는 중이라 깔끔하게 포기했다.

 

 

 

수영을 한 만한 시기도 아니고 날씨도 아니고 해서, 해변가엔 비니키 입은 여인네 구경도 할 수 없다.

해변가에서 왼쪽은 가파른 절벽이지만 오른쪽은 완만한 바위더미가 건너편 모래사장까지 이어져 있어서 구경할 만 하다.

바닷가 바위는 다들 그렇지만 어떻게 깎아내면 이렇게 될까 싶은 녀석들이 많다.

 

 

 

암석의 종류에 따라 깎이는 모양도 다르겠지만 다들 사람이 흉내내기는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원래 바다는 구경만 해도 좋아하는데

 

일본 자전거 여행이 1년의 대부분을 거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이제 바다가 꽤나 익숙해 졌다.

그런 고로 이런 바위도 워낙 많이 본 터라 그냥 오랜만에 재미있는 모습을 보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다.

사실 대마도 여행에서 바라고 있었던 마인드 자체가 그렇긴 하다. 그냥 나에게 있어서 평범했던 기억을 편안하게 되살려 보고 싶은 기분밖에 없었으니까.

 

 

 

미우다 해변은 사람들이 청소를 해서 깨끗한 것인지, 건너편 모래사장은 쓰레기 천지다.

새삼 이런 곳에 한국이나 중국 쓰레기가 떠밀려 내려오는 것이 신기하지만은 않다.

 

북한 위도를 넘어가는 홋카이도 최북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본 모습이니까.

물론 일부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홍수나 태풍 때 쓸려내려간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일본도 태풍으로 쓸린 쓰레기가 미국쪽 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하니까 딱히 시민 의식이라던가를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타국 해안가에서 자기나라 글씨가 적힌 쓰레기를 보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긴 하다.

 

 

 

바위쪽에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이 갯강구 무리는, 나처럼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겁할 정도로 수가 많다.

한국에서는 근 10여년간 바다에서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 녀석 보기도 참 쉬웠다. 요즘엔 어떨런지.

 

일본에서는 굳이 이곳뿐만 아니라 따뜻한 해안가 쪽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신기하진 않다.

단지 이곳엔 생각보다 개체수가 많고 덩치도 큰 녀석이 많은 게 조금 특이하다.

 

 

 

얼핏 바퀴벌레와도 닮았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을 돋게 하기에 그닥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바닷가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녀석들이라 많이 보이면 나름 환경 보존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으면 문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이 발걸음 진동을 느끼는지 조금만 다가가도 손쌀같이 내빼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다.

일본에서는 바닷가 어린이들의 좋은 장난감이라고 해서, 이걸 잔뜩 잡아서 싫어하는 애들한테 보여주는 짓을 곧잘 한다고 한다.

저렇게 빠른 녀석들을 어떻게 잡는지 참 궁금하다.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조심조심 다가가서 찍은 후 상당부분 크롭해서 당겨낸 녀석이 겨우 이 정도다.

그나마 제일 커 보이는 녀석을 찍어보려고 고심한 끝에 나온 녀석이라 모양이 꽤 듬직하다.

 

이렇게 찍어놓고 나니 정말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이니 기념으로 간직해 두기로 했다.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로 봐서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글씨인 듯 하다.

'Au Revoir MIUDA' 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데, 어깨 너머로 배운 프랑스어를 여기서 이렇게나 써 먹는다 싶다. See You Agiain.

 

프랑스에서 이곳에 오려면 대체 어떤 루트를 거쳐야 하는지.

부산에서 왔을지도 모르고 후쿠오카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여기 히타카츠까지 온다는 건 매우 신선하다.

사실 다시 이 곳에 오겠다는 의미로 글을 남겼다면 그게 더 놀라운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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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히타카츠행 버스를 탄다.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한적한 거리를 달리는데, 이렇게 달리면서 보는 대마도의 거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크게 부각되는 점이 없는 관광지 근처를 걸어다니는 것보다 바다와 가깝다가 멀어지며 올라갔다 내려가는 곡선 도로들이 훨씬 멋지다.

 

이 버스의 노선이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를 잇는 길이란 걸 생각하면, 그 외의 도로는 이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듯 하다.

자전거로는 워낙 업다운이 심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이딩의 매력은 충분하다.

특히 바이크로 달린다면 숨을 몰아쉴 필요 없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는 커브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이렇게 여행하는 것보다 바이크 끌고 2~3일 정도 섬을 돌아보는게 더욱 재미있을 법 하다.

 

히타카츠에 내리자 생각보다 주위 풍경이 한산하다. 너무 황량해서 아무래도 정류장을 좀 일찍 내린 듯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조용히 걸어다니며 산책하기엔 무리 없다.

나와 함께 내린 사람은 한국인 젊은 여성 관광객 둘 뿐. 아마 예약한 숙소가 이 근처에 있는지 잡담을 나누며 앞으로 걸어간다.

 

본인은 예약도 없이 그냥 왔기 때문에 걸어다니다가 숙소가 보이면 그냥 들어가 물어보는 수 밖에.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은 사망사고 0명 기록이 725일째라는 기분좋은 내용.

하긴 이제껏 돌아다닌 대마도의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이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이라면 이렇게까지 장기간 기록을 갱신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뜩이나 얌전하게 운전하는 일본에서 이렇게 한산한 마을에서야.

 

 

 

15분쯤 걷자 마을다운 마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숙소가 몇개 보이긴 했지만 바로 들어가진 않기로 한다.

어제 묵었던 호텔의 심각한 악취 덕분에 조심성이 생겼다고 할까.

일단은 내일 돌아갈 항구까지는 길을 파악하는 의미에서 걸어가 보고 그 후에 숙소를 결정하기로 한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라지만 별로 크지 않던 이즈하라에 비해서도 훨씬 작은, 그냥 바닷가 마을같은 분위기라

숙소 면에서는 훨씬 여유가 있을 법도 하다. 한국 관광객은 둘 말고는 본 적도 없고.

 

사실 대마도는 보통 당일치기, 길어야 1박 2일 정도 머무는 게 대다수라서 나처럼 2박 3일 머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제 이즈하라에 도착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오늘 여기서 부산가는 배를 탈 거라고 예측해 본다.

 

 

 

특징적인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극히 평범한 마을이지만 도로는 깨끗하고 공기도 맑다.

이즈하라는 그래도 일단 도시라는 보편적 개념에 부합하듯 현대적인 쇼핑센터와 패스트푸드 체인점 정도는 존재하지만

히타카츠는 관광 가이드에 한국의 동네 중국집만한 가게와 매우 평범한 슈퍼마켓마저도 전부 실어놓을 정도로

관광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곳이라 되려 마음이 편한 느낌도 든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부담없이 걸어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누르고 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땀 좀 흘리며 걸어다니고 있어서 조금 피곤하긴 하다.

위에 뭔가 있어보이는 토리이가 늘어서 있지만 아침 점심 모두 신사를 보러 돌아다닌 터라 더 이상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저 위에 올라가면 풍경은 좋겠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풍경으로 유명한 곳은 따로 있고, 그 곳은 내일 둘러볼 생각이라서.

 

길을 걸어가는데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마주 걸어오다가 밝고 큰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는데, 둘이 킬킬 웃으면서 지나간다. 내가 뭔가 실수한 것이라도 있나?

 

 

 

이즈하라 항은 그래도 현대식 느낌이 났지만 여기는 정말 깡촌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낡아도 이렇게 낡았나 싶은 분위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즈하라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오히려 볼거리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조금 전에 부산으로 배가 떠나서 그런지 주위는 모두 한산하다. 마을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살짝 오싹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아마도 다시 관광객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시간은 바랬던 대로 조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법 하다.

 

항구 바로 앞에는 허름하지만 나름 제대로 된 식당도 1층에 갖춘 호텔이 버티고 있었지만

여기보다 깨끗해 보이는 호텔을 좀 전에 거쳐왔기 때문에 바로 들어갈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다시 좀 전의 호텔로 돌아가서 빈 방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한국 관광객이 몰려가고 나면 마을 전체가 조용해지는 듯 하다.

문을 닫은 음식점도 많고, 관광안내센터라고 소개되어 있는 조그만 가게는 5시도 되기 전에 이미 문을 닫았다.

사실 안내센터가 필요할 정도의 마을도 아니지만.

 

그래도 관광객 맞이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저 스티커는 마음에 든다.

히타카츠 마을 안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빼곡한 환경을 기대할 수는 없어서 길을 걷는 도중에도 연결이 되다가 말다가 하는 현상이 잦긴 하다.

물론 이런 깡촌에서 이 정도 준비를 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은 흡족해 진다.

 

 

 

건물 외형이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호텔 앞으로 왔던길을 돌아 도착한다.

바로 옆에는 어째 이즈하라에 있던 것보다 더 깔끔해 보이는 파칭코 가게가 위치하고 있다.

주위엔 제대로 된 식당처럼 보이는 음식점도 몇 있는데, 가게 영업시간이 좀 이상해서 아직 문을 닫은 상태.

 

호텔에 들어가보니 로비도 넓고 제대로 된 숙박업소라는 느낌이 확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가 안쪽에서 조용히 나와 빈 방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불행히도 시마토쿠 쿠폰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러 아끼지 않는 한 남은 쿠폰을 소진할 방법은 충분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어차피 여기서 쿠폰을 다 사용하면 저녁식사와 내일 관광을 전부 현금으로 해야 하니까.

조식은 금액이 추가된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았다. 이 호텔 바로 옆에 대마도 명물 햄버거인 츠시마버거 가게가 있으니까.

관광객이 빠져나간 후라 그런지는 몰라도 영업시간이 벌써 끝나있다. 이 가게는 이걸로만 먹고살 수 있는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짐을 풀어놓고 휴식을 좀 취한후 밖으로 나온다.

호텔에는 여전히 냉장도고 없고 얼음물이 가득 담긴 보온병 하나가 달랑 놓여있는 곳이지만 냄새도 없고 깔끔해서 좋다.

이즈하라의 호텔과 가격이 거의 비슷하지만 이 정도만 된다면 하루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체 이즈하라의 그 냄새나는 호텔은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항구쪽으로 걸어가서 근처의 라멘집에 무작정 들어간다.

카운터석까지 모두 합해서 총 수용인원이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보이는 조그만 가게인데

이런 가게조차도 빠짐없이 히타카츠 관광 팜플렛에 수록되어 있다. 맛있다고 호평이 자자한 곳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아마도 팜플렛에는 이즈하라에 위치한 모든 음식점을 다 적어놓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라멘과 교자를 시키고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니까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흔쾌히 까지는 아닌가, '다들 여기 오면 사진찍고 가네요. 뭘 볼게 있다고'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 한 분으로 그 거치디 거친 한국인 관광객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된다.

자칫 술주정이라도 하는 사람 있으면 마음고생을 많이 할 텐데.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을 다 비우자 밖이 덮지요 하면서 한 잔 더 따라 주신다.

붙임성이 아주 좋은 분은 아니라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일본 전역을 자전거로 다 돌아다니고 여기는 섬이라서 와 보질 못해 이번에 찾아와 봤다고 말씀을 드려도

'여기 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꽤 있어요'라고 쿨하게 대답해 주신다. 정말일까.

 

 

 

풍경은 여지없는 시골이지만 시골만의 정겨운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마을이다.

아무래도 원래는 정말로 평범한 시골마을이었겠지만 워낙 관광객이 찾다 보니 나름 이골이 난 듯한 모습이라 할까.

 

이즈하라와 달리 히타카츠는 마을 규모만 봐도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한국인 관광객 안 받아본 곳이 없어 보인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사람들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조금 기다리다 나온 라멘은 위에 올라간 야체 정도만 신선할 뿐 면은 그냥 인스턴트고 국물도 매우 평범한 수준이다.

일본 여행이라면 어디서든 라멘 한 그릇은 먹어본다는 본인의 지론 때문에 일부러 찾아온 곳이긴 한데

역시 이런 곳에서 먹는 라멘 수준이 그렇게 훌륭할 수준이 될 수는 없다는 건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절대 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인 이 곳에서 라멘 수준을 높여야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만한 수요도 만족할 수 없는 곳이라, 이 정도가 최선의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대마도는 라멘 맛을 추구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교자도 나름 금방 구워와서 따끈한 게 좋긴 하지만

일본식 교자 만드는 법을 완전히 무시한, 어찌보면 일본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레어한 녀석이긴 하다.

 

일본식 교자는 교자의 한쪽 면만 바싹하게 굽고 반대편 부분은 뚜겅을 덮어 수증기로만 쪄 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곳의 교자는 그냥 냉동교자를 후라이팬에 마구잡이로 구워낸, 한국의 가정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과 똑같은 녀석이다..

 

내가 지금 일본에서 교자를 먹고 있는건지 집에서 고향만두를 구워먹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가시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다 먹고 난 후 할머니한테 참 맛있었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는데, 이 할머니는 '뭐 그냥 평범한 교자인데' 라고 웃는다.

일본인과의 대화는 어쨌든 말 그대로 의미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일본어에 능통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번화가 도시의 가게였거나 좀 이름있는 가게였다면 '이 사람들이 지금 나 놀리는 건가'싶은 느낌이 드는 레벨이긴 했다.

대마도라는 지역의 특성상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없이 먹고 나온 것.

 

팜플렛에 나왔던 대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는 광고는 아무래도 너무 과장되었다고 할까.

그게 과장이 아니라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대충 이 정도로 내어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상상마저 해 본다.

 

슬슬 해가 지고 있어서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간다.

호텔을 지나 주택이 늘어선 거주지역으로 들어가 조금 더 걸으면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슈퍼가 보인다.

대마도에서는 뭐든 문닫는게 빠르다 보니 초저녁인데도 도시락이나 닭튀김같은 안주거리가 거의 동이 나 있다.

대충 적당한 도시락과 음료수, 닭튀김 같은 걸 주워들고 계산을 한다. 시마토쿠 가맹점임을 확인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무난하게 쿠폰을 사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호텔에서 발 뻗고 TV나 보면서 물이 들어있던 보온병에 음료수를 채워넣는다.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내일 아침까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여행치고는 심적으로 너무나 고요한 상태로 보내고 있어서 정말 여행 온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기대치가 없어서 그런지 딱 생각했던 만큼이라는 느낌인가.

 

냄새가 나지 않는 것만 해도 어제와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간식과 함께 TV를 보고 굴거리면서 여행 마지막 밤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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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나서 한동안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갈 수 있었지만

이 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도시를 잇는 버스라 그런지 매 정류장 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탄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서도 그 한적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타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다.

 

관광용 버스가 아니라 전형적인 시골 버스인데, 결국 자리가 완전히 꽉 차게 되자 뒤쪽 좌석의 통로 부분에 장착된 접이식 의자까지 펼치게 된다.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리려면 접이식 의자를 접어올려 사람들이 다 비켜서야만 내릴 수 있다.

한국이라면 좀 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버스는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 일어나도 전혀 상관없이 끝까지 기다려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등산복 입은 한국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꽤나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조금 난감했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듯 신경쓰지 않는다.

 

수려한 풍경을 지나치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니 목적지인 니이 부근에 도착한다.

주변에 나름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인지 낡았지만 지붕까지 달린 정류소가 인상적이다.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도 함께 내렸는데, 다들 목표로 하는 와타즈미 신사가 어느 쪽인지 몰라서 우왕좌왕한다.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정류소 안의 할아버지한테 신사 가는 길을 물어보니 꽤나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다음 버스 도착시 까지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그 정도까지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와타즈미 신사에서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전망대 쪽은 아무래도 도보로는 힘들거라 하신다.

 

 

 

사실 전망대 쪽은 대마도에서 풍경이 가장 좋긴 하지만

관광용 버스나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어야 갔다 올 만한 거리라 처음부터 힘드리라 생각은 했다.

관광지 구경에 의의를 둔 여행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와타즈미 신사 근처까지만 가 보기로 한다.

 

점심때쯤이라 한국인 관광객들은 밥 먼저 먹으러 가 버리고, 카레빵 하나에 의지한 본인은 그냥 하염없이 신사쪽으로 걷는다.

신사까지는 한참 걸어야 하고 그 주변까지는 그저 자연 내음 가득한 일반 주택가밖에 없기 때문에

발걸음에 힘을 빼고 살짝 위험한 사진들을 찍으며 느긋하게 걸어본다.

 

 

 

주택 옆에 토리이가 있길래 설마 여기가 와타즈미 신사인가 싶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아마 관광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마을 사람들만의 조그만 신사일 듯.

 

이 정도로 토속 신앙이 활기를 띄는 고도화 국가도 참 드물 듯 하다.

물론 국가적 이념이 세균처럼 스며들어서 본래의 취지를 더럽히기도 쉬운 곳이긴 한데

조그만 마을 주변의 신사들은 그나마 그런 오염에서 안전한 편이라 가볍게 구경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인데 한동안 걸어오면서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고기라도 잡으러 간 건지 밭에라도 간 건지, 간간히 들리는 새 소리 말고는 마을 전체가 정적으로 감싸여 있다.

 

좋은 모습이다 싶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런 개인 주택을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건가 두근두근하다.

이럴 때는 머릿속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마저 짜 놓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집주인과 얼굴이 마주쳤을 때는 웃으면서 친근하게 인사하며 집이 참 아름답고 깨끗해서 찍게 되었다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나마 일본어로 말이 통하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나 좋게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 자전거 여행때는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시도해 봤지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계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던 할머니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렇게 사진을 찍진 않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 방법으로 좋게좋게 인사하고 지나간 경험이 있으니 문제없다.

 

 

 

걸어도 걸어도 신사같은 것 꽁무니도 보이지 않아 잠깐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걸어오던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놀랍게도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걸어준다.

 

일본 시골에서는 아직도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이 활발이 일어나고 있어서

나처럼 쉽게 말 걸기 힘든 풍채를 가진 사람에게도 시원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사를 해 주고 혹시 와타즈미 신사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관광객 티를 풀풀 내는 본인에게도 용감히 말을 걸어 준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 애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풍경과 동화될 즈음 뒷모습을 담아본다.

 

훗날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이곳 아이들은 인사 잘 하도록 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인사는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산 속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토리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와타즈미 신사까지는 한동안 더 걸어가야 한다.

일단 길을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했지만 확실히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하면 전망대까지는 무리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봤는데, 그들이라면 신사를 보고 바로 전망대까지 가서 대마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겠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홀로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다음 버스를 넘기고 저녁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목적지인 하타카츠에는 숙소 예약도 잡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일찍 가서 짐을 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도하기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깡촌 중에서도 상깡촌인 이곳에도 걸출한 운동장이 산 속에 자리잡은 걸 보니 감탄이 나온다.

아마 학교나 주민센터 같은 곳일텐데, 야구를 하기에도 문제가 없는 잔디 구장과 야간용 라이트까지 설치되어 있다는 건 놀랍다.

 

세금은 이런데 쓰여야 조금이라도 덜 분노할 수 있을 텐데.

 

 

 

하늘은 흐리지만 목덜미는 땀으로 젖을 정도로 꽤나 더운 날씨다.

조금 높은 곳까지 올라가자 대마도라는 섬의 자연적 특징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한려수도를 압축해 놓은 듯한 바다와 산의 집합체인데, 이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그 모습이 전부 보여서 상당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부산까지 보인다고 하니 이 곳이 얼마나 한국과 가까운 곳인지 세삼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대마도는 본인 서식지에서 잠깐 산책가는 수준으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려는 시도를 하고싶진 않으니 그냥 이 정도 풍경만으로도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산허리를 한 바퀴 감아돌아 내리막에 들어서니 점점 바다와 가까워진다.

겉모습만으로는 이게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들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주요 거점인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중간에 위치한 곳이라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곳까지 와서 드디어 한적한 대마도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움푹한 곳에 와타즈미 신사가 위치해 있다.

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라 고즈넉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유명 신사처럼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지도 않은 조그만 곳이지만 자연적 위치가 매우 좋아서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자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신사가 위치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약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일본 각지의 주요 신사 목록에도 이 곳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눈이 돌아갈 정도로 휘황찬란한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등과는 비교할 수준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곳 와타즈미(和多都美)신사는 이곳 대마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본토 사람들에게도 나름 유서깊은 곳인데

산과 바다가 정확히 마주한 이 곳의 지형상, 일본의 건국 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신사가 모시는 용궁의 공주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는 일본의 첫 번째 천황이라는 진무천황의 할머니가 된다.

물론 저 진무천황이라는 존재는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군과 비슷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의 주축이 되는 설화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삼한을 정벌한 진무 황후라는 여성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보기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이 신사는 국토를 풍요롭게 하고 외세를 물리치는 표리일체, 혹은 대칭성의 상징이니까.

산과 바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곳의 지리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낸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대마도와 한국의 관계는 지형적 특성상 옛날부터 밀접한 교류관계와 약탈 침략의 역사였으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신화에서는 신적 존재가 보지 말라고 한 광경을 보다가 화를 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일본은 주요 국보나 신화에 관련된 유적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용궁의 공주인 토요히메는 남편에게 출산장면을 결코 보면 안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궁금을 이기지 못한 남편이 엿보게 되자 화를 내며 아이를 놔 두고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신화시대와의 단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설화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지만

산을 등에 지고 잔잔한 바다를 눈 앞에 둔 이 신사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과연 이 곳에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과 바다를 잇는 경계 역할을 하는 토리이.

섬나라인 일본은 이렇게 경계를 잇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인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역시 어마어마한 토리이가 바다에 놓여 있는데

밀물때는 바다속에 우뚝 서 있고 썰물때는 땅과 이어져 직접 걸어갈 수 있는 그 모습 역시 이곳과 동일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이 곳의 토리이는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는 단아한 모습이라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미야지마처럼 하루종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물며 밀물과 썰물의 풍경을 모두 감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이 곳은 그러질 못하니 그냥 이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밀물이 심할 때는 산 아래 신사까지 물이 찬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모습도 장관일텐데.

 

 

 

말라버린 갯벌 중앙에 신성한 시메나와와로 둘러쌓인 곳이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위에서 언급한 토요히메가 아이를 버리고 용궁으로 돌아갈 때 생긴 구멍이라고 한다.

지렁이 똥처럼 나와 있는 부분은 그 때 흘린 비늘이라고.

 

신화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꼼꼼함은 시각에 따라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현실적 역사의식이 좀 꼬인거 아닌가 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고 한국 관광객이 별로 없을 때의 신사는 참 한적하고 풍경이 훌륭하다.

느긋하게 거닐고 있으니 어디선가 한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몰려오는데

아마 잠깐만 거닐고 전망대로 갈 거라 생각해 그냥 주변을 조용히 맴돌았다.

 

자전거로 달려오는 4~5명 정도의 일행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입국대에 자전거를 줄줄이 늘어놓은 사람들 기억이 난다.

짐을 많이 싣고 달렸던 기억때문에 산악 자전거 투어링은 질색하는 성격이지만

짐도 없이 가벼운 자전거라면 이곳을 달리는 재미도 솔솔할거라는 느낌이다.

 

 

 

지금은 좀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반일감정이 심하던 당시엔 대마도 곳곳의 신사 에마에다가 '일본 침몰'등의 욕설을 적는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에마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라 저렇게 쓰여져 있는 에마 위에다 매직펜으로 마구 휘갈기는 반달리즘에 가까운 짓거리들이었다고.

 

내 입장에서 보면 참 구차하고 좀스러운 화풀이다. 애초에 그렇게 애국하고 싶으면 외화 낭비하며 일본 여행 따위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에마도 그렇게 많이 걸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만한 내용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본다. 아마 파코라고 하는 동물이 아팠던 모양. 파코의 병이 나아 건강해 지기를 비는 에마다.

다행히도 그 후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쓴 에마 오른쪽에다가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놓은 걸 보니 보는 쪽에서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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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청결도가 어쨌든 간에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잤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일정이 바쁜 단체 관광객은 벌써 다 떠나고 없다.

호텔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심하게 낡은 곳이라, 기본 식단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서 밥과 국만 직접 솥에서 떠 오면 되는 시스템.

 

그런데 식단이 차려진 테이블이 한 군데밖에 없고 맞은편에도 하나 차려져 있어서인지 내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한 명이 어물쩡거리다가 내 앞에 앉는다. 불편하다면 그냥 상을 들고 다른 테이블에 가면 될 일인데.

 

본인은 그런 거 신경쓰지 않으니 그냥 식사를 시작한다. 매우 전형적인 일본식 식단이라 아침에 먹기에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식자제는 충분히 신선한 지역이고 쌀은 역시나 맛있는 편이라 조금씩 음미하며 식사를 즐긴다.

 

하지만 대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맞은편 남성은 이런 식단이 심히 난감한지 보는 사람 감질나게 깨작거리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대강대강 먹다가 결국 저 달걀이 삶지 않은 날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그냥 두고 가 버린다.

저 많지 않은 반찬도 조금씩만 맛보고 거의 남기는 수준이었는데 이러면 역시 그냥 두기 아깝다.

달걀은 삶은 것인지 확인한다고 조금 깨져 있는 상태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내 놓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니 스스럼없이 내 달걀을 밥 위에 얹어 간장을 부어 후다닥 흡입한 후, 한 그릇을 더 담아 맞은편 계란도 밥 위에 끼얹어 버렸다.

 

일본 자전거 여행 중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홈스테이 하던 소야노 아주머니가 휠체어 생활인 탓에

굳이 나를 위해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시는게 매우 미안했었다.

그래서 밥만 예약으로 지어놓고 나머지는 날계란에 간장 뿌려서 먹겠다는 제안을 했고 아주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실 필요가 없게 되었다.

뽀송뽀송한 흰 쌀밥에 달계란과 간장을 비벼먹으면 그 맛은 천하 일품. 일본 계란은 충분히 날 것으로 먹는 상황을 상정하고 기르기 때문에 위생문제도 없다.

 

 

 

별 것 없는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히타카츠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4번 정도 오는데 아직 1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다.

바로 히타카츠까지 간다면 아무거나 타도 되겠지만, 중간에 니이(仁位)라는 곳에 내려서 구경을 좀 하고 다시 버스를 탈 예정이다.

버스간 간격이 2시간 조금 넘으니 시간을 잘 체크해야 엉뚱한 곳에서 노숙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듯.

 

걸어서 쉽게 구경할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며 무작정 걸어가다 보니 재미있는 쓰레기 수거함이 보인다.

일본은 보통 까마귀나 고양이 등이 쓰레기 봉투를 습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저런 수거함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그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냥 쓰레기통인가 싶어 수거봉투에 들지 않은 그냥 쓰레기를 막 버렸나 보다.

 

주민들로서는 꽤나 짜증나는 일이었는지 '천벌이 당장에 내림'이라는 무당집에서나 볼 법한 문구와 함께 멋진 번개그림까지 그려놓았다.

외국에서 이상한 한글 표지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시내라 할 것도 없는 조그만 상업지구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꽤나 넓은 주차장 너머로 신사 같은 녀석이 보인다.

자동차를 렌트한 한국인 가족이나 단체 관광 버스도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에서는 나름 이름있는 신사인 듯.

 

신사는 산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마한 언덕 사이에 위치한 아담한 모습이지만

주차장이 생각보다 넓어서 관광객 용으로 꽤나 인기를 끄는 곳인가 생각해 본다.

해풍이 강하고 유지보수가 쉽지 않은 조그만 섬에서는 이렇게 돌로 만든 토리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

바다 가운데 용감하게도 나무로 된 토리이를 세운 히로시마의 이츠쿠시마(厳島)신사는 어마어마한 수입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침부터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의 대부분은 한국인 관광객이다.

실제로는 섬사람들이 틈나면 간간히 찾아오는 그들의 생활속 신사이겠지만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이곳 대마도에서는 그냥 지나칠만한 평범한 신사도 일단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는 듯 하다.

 

주차장 앞의 간판을 읽어보니 이곳은 하치만구(八幡宮) 신사라고 하는데, 원래 하치만은 전쟁의 신으로 이런 곳에서 모시는 신은

대부분 외세로부터 마을을 보호했거나 어딘가를 점령한 실존 혹은 가상 인물인 경우가 많다. 대마도라는 위치상 뭔가 꺼림직한 부분.

 

주차장에서 보니 토리이가 두 개 서 있다. 이것은 신사가 두 개 있다는 증거. 아무래도 하치만구 외에도 뭔가가 하나 더 있는 듯.

본인은 한국의 절처럼 신사 그 자체보다는 지리적으로 자연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풍경을 즐기러 가다보니

굳이 어떤 일을 한 신을 모시고 있는가에 별 관심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마도에서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하치만구 쪽으로 가 보니 문 양쪽에 코마이누(狛犬)가 서 있다. 보통 입을 다물고 있는 쪽이 암컷.

개와 사자를 섞어놓은 듯한 이 녀석은 보통 고려시대에 전파된 한국 토종개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류를 따지고 가자면 이런 수호신은 대부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신사는 그럭저럭 오래 된 녀석인지 옆에 서 있는 비석이 꽤나 오래된 느낌을 준다.

그냥 돌기둥이라면 별 매력이 없겠지만 공기좋은 산 속에 수국 등의 아름다운 꽃과 함께 있으니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의 손을 탄 것들이라도 역시 자연의 백업이 없으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하치만구의 설명을 보니 예전 삼한시대 한국에 임나일본부를 세운 가상의 인물을 모시는 곳이라고 되어 있다.

하치만구라는 이름을 들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있지도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마음대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곳이다.

 

학계에서도 처절히 매장당한 학설이라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도 한 때 잘나갔지'하고 자위라도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냥 코웃음 한 번 치고 사진이나 담으면 될려나.

한국 관광객도 이런 신사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두는게 멍청한 짓 하지 않기 위한 요건이 아닐까 싶다.

 

 

 

대포 탄약처럼 보이는 것들이 줄줄이 서 있어서 신기하다.

하치만구 설명을 보고 나서는 그냥 주변 풍경이나 둘러보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녀석들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과도 관계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아리송하긴 하지만. 어쩌면 포탄이 아니라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사는 둘째치고 주위를 둘러싼 거목들 모습은 참 훌륭하다.

기후상 한국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녀석들이라 이국적인 느낌을 받게 하는 몇 안되는 자연물 중 하나.

삼나무가 많은 일본의 산과 숲은 그래서인지 한국보다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 빡빡한 곳은 낮에 들어가도 꽤나 음산하다.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조그만 신사는 이마미야(今宮) 신사라고 하는데, 코니시 유키나가(小西 行長)의 딸을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사정에 능통한 이곳 대마도 번주 소우 요시토시(宗 義智)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장수였던 코니시의 딸과 그를 결혼시키게 했는데, 코니시는 히데요시 사후 권력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적대하게 되어 사망한다.

소우 요시토시는 자신에게 불길이 옮기는 것을 두려워 해 코니시의 딸인 자기 아내를 나가사키로 귀향보내 평생 마주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대마도 사람들은 그 아내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이 신사를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의 신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족의 혼을 달래기 위한 신사를 많이 모신다.

신사라는 것이 숭배의 대상과 함께 원귀의 넋을 달래어 진정시키는 대조적인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토속신앙의 궁극적 목적인 '살아있는 사람이 잘 살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에서라면 둘 다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으니

신사는 의외로 상당히 현실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은혜로운 신에게 빌어 축복을 받는 것이나, 원한을 가져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귀신을 달래는 것이나 결론적으로는 같은 행위니까.

 

 

 

거목 중에는 뿌리 부분에 동굴처럼 구멍이 생겨 그것을 시멘트로 발라버린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무가 문제라기보다는 저기 들어가려는 사람이 문제가 되어서 설치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 한명 정도는 쉽게 들어갈만한 공간이라, 괜히 문제생기면 곤란해 질 수도 있을테니까.

 

나름 나무 색깔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역시 실감이 전혀 다르다 보니 어울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사 구경을 가볍게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이제는 그냥 버스 시간까지 마을 풍경이나 감상하려 한다.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평소 내륙지역에서 서식중인 본인으로서는 신기해 보이는 모습이 꽤나 많이 보인다.

밀물과 썰물간 풍경이 심히 다를 것이라 예상되는 지역의 모습. 자기 집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느낌은 어떤 것일런지.

 

 

 

대문앞을 꾸미는 건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해도 될려나.

분명 이제는 사용하지 않을 조그만 자전거도 꽃바구니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풍경에 녹아들어가 있다.

 

한국 아파트 정원에서는 대나무를 심으니 죽순을 캐 가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일도 있었는데

마당이 있든 없든 일본의 주택가에는 화단과 정원이 이렇게 늘어서 있어도 그런 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자동차도 작은 녀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트럭조차도 심히 앙증맞다. 한국에서 저런 녀석을 본 기억은 없다.

짐을 얼마나 실을 수 있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는 모습이 꽤나 귀여울 듯 하다.

 

 

 

하천 제방쪽 구멍에 비둘기 꽁무니가 보이길래 한동안 관찰해 본다.

그냥 휴식을 취하는 모습으로는 보기 힘들고 구멍 안쪽으로 뭔가가 있는 것처럼 들락날락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 안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는 듯. 배수구가 아닌가 해서 놀랐지만 물 흐른 흔적을 보니 실제로 배수는 옆쪽 구멍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저 녀석이 날아가고 나서 줌을 당겨 확인해 보니 역시 새끼들 몇 마리가 오손도손 앉아 있다.

조금만 더 크면 혼자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쪽에서 사람 괴롭히는 것 보다는 이런 곳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그렇고 그런 구멍이 몇 개 있는걸 보니 비둘기들에게는 꽤나 인기있는 서식지인가 보다.

바로 밑 구멍에서도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한동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새끼를 확인할 수 없는 각도라 내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꽤나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걸 보니 뭔가 있기는 한 듯.

 

다행히 본인으로서는 아무런 악의가 없으니 말똥말똥한 녀석의 얼굴이나 찍어주고 자리를 피해준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점차 사라져 가는 골목 풍경이지만 아마 대마도는 꽤나 오랫동안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게 개인주의를 좋아하는 나라이면서도 집만큼은 저렇게 담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여 놓은건지.

 

시골 사람들끼리는 비밀도 없다지만 특히 일본은 시골로 갈수록 공동체 의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도시사람들 입장에서는 좀 번거롭기까지 하다.

젊은 세대가 남아있는 시골에서는 마을 소방단까지 조직해서 수시로 화재 점검을 하고 있으니까.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런 풍경들이 옛 정취 풍기는 그림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점에서 연유할지도 모르겠다.

보기는 좋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까. 물론 드문 확률로 저 공동체에 잠깐이나마 소속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버스 정류장 앞의 티아라 쇼핑몰 1층의 빵집에서 따끈따끈한 카레빵을 하나 구입한다.

히타카츠에 도착하면야 먹거리는 충분히 살 수 있겠지만 중간에 내려서 구경할 니이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다.

원래 니이쪽은 자동차나 최소 자전거 정도는 있어야 원할하게 구경이 가능한데

그런게 없이 버스로 이동하는 입장에서는 다음 버스가 도착할 시간까지 열심히 걸어도 관광지를 왕복하기가 빠듯하다.

 

티아라몰 중앙 에스컬레이터 쪽에는 이쪽 학생들이 만든 큰 장식이 걸려있다.

한일 화합과 교류를 위해 만든 녀석인 듯 한데, 저게 일본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심히 헷갈린다.

서로의 특징을 완전히 이해하고 표현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형이상학적으로 만들어서는.

뺨에 연지로 보이는 화장 정도가 한국사람을 환영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어제 구입해 둔 버스 1일권을 쥐고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각각 절반쯤 되려나.

단체관광객은 따로 버스를 타고 갔을 텐데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서 있다는 점이 조금 불안하다.

날씨도 덥고 해서 가능하면 좌석에 앉아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도 아주 뒤쪽에 줄을 선 것은 아니라 그리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줄였다고는 해도 백팩과 카메라용 사이드백이라는 짐을 갖고 있는 본인이라 옆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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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다들 새롭다. 지나칠 만한 일상적인 모습이라도 일본틱한 분위기를 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뭘 심어놔도 무럭무럭 자라는 곳인지 눈을 두는 곳 어디든 잔잔한 녹색이 인공미와 조화되어 푸근한 인상을 준다.

대마도는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라 느긋해 보이는 마을 풍경에 비해 자가용이 많이 보이고, 꽤나 인상적인 녀석들도 있다.

 

아무리 널널한 곳이라도 일본은 자동차 구입시 반드시 주차공간 확보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에 불법주차해 놓은 차를 구경하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법령이지만 이미 늦기도 너무 늦었고 시민의식은 아예 시작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니 아쉬울 따름.

 

 

 

민가 바로 뒤편에는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뒤편에 언덕이나 산이 위치한 마을에서는 이렇게 방풍림 대용으로 대나무숲이 울창한 곳이 많다.

워낙 잘 자라기도 하고 필요할 때 죽순도 금방금방 캐 먹을 수 있고 꽃도 거의 피지 않는 특성상 키우기가 매우 용이하다.

 

삼나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엔 화분증으로 고생하는 바람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데

대나무는 꽃이 거의 피지도 않고 한번 피더라도 숲의 모든 대나무가 일시에 꽃을 피우고 일시에 져 버리는 특성상

마을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녀석이다. 일시에 꽃을 피우는 것은 애초에 대나무 뿌리가 거의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

 

 

 

팻말이 썩어가는 모습이 조금 위태위태하지만 보기는 참 좋다.

물이 오염되어 있으면 잎 색깔도 탁하고 덩쿨 주변에 눈으로 보기 괴로울 정도의 진딧물이 바글바글한데

이곳은 꽤나 깔끔한 편이다. 애초에 오염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곳인데다가 깔끔하기로는 유명한 사람들이다 보니.

 

관광지는 거의 문을 닫은 6시 즈음이지만 여전히 햇살은 사진을 찍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좀처럼 발걸음이 빨라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 배를 타고 와서 멀미가 심하진 않았지만 항구에서부터 고생을 하다 보니 첫날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을 주변의 꽃과 나무들을 찍으며 걷다 보니 슬슬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광이라면 본인 입장에서 정말 볼 것 없는 곳이지만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조용한 마을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름모를 수줍은 꽃을 보는 것만으로

여행 하루차를 즐겁게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

 

 

 

분명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점점 자연에 먹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바로 옆이 산이다 보니 얘네들을 죽지 않게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늦기전에 끊임없이 정리를 해 줘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할 듯 하다.

온통 녹색 물결로 덮혀 있어도 뭔가를 키우고는 싶은지 계단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담긴 화분이 줄지어 서 있다.

 

 

 

다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본에서 본 시골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집 치장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콘크리트로 떡칠된 도시보다 애초에 더 아름다운 곳이지만서도 소소한 곳에 공을 들여 꾸미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동안 신세를 졌던 나가노의 산속 깊은 마을 키소에서도 집 앞에 유럽이 기원인 듯한 난쟁이 인형 도자기를 문 옆에 놓아두고 있었고.

지금 나에게나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나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 저 조그마한 장식품 안에 들어있을 듯 하다.

 

 

 

일본의 3대 편의점이 하나도 없는 시골 섬마을이지만 도회지 못지 않게 차량을 꾸미려는 욕구는 강렬한가 보다.

자동차에 스티커 붙이는 건 대도시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편인데.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자동차 전체에 붙이고 다니는 매니아로 발전할 수도 있을 듯.

매니아 문화에 관대한 일본에서도 그런 차들을 보고 있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이타샤(痛車)라 부를 정도인데

설마 이곳 대마도에 그 정도 자동차까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밖에서 보는 산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로 높은 거목들이 즐비하지만 그것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쭉쭉 뻗은 대나무들도 참 장관이다.

 

애초에 대나무는 나무라고 부를수도 없는 것이, 목본성이 아니라 초본성 식물이라서 사실 우리가 보는 기둥 부분은 전부 풀이기 때문.

그럼에도 하루에 십수 센티미터씩 쑥쑥 자라는 엄청난 생명력을 보여 주니 여러가지로 묘한 녀석이다.

 

유치원 가기도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한 그림책에서는 대나무의 텅 빈 속을 이용해 물총을 만드는 방법이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여서 한참 동안 그걸 만들어 물놀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곤 했었다.

불행히도 주변에 대나무 따윈 보기도 힘든 도심 한복판에서 자라다 보니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런 곳이라면 대나무 물총 쯤은 다들 한 번씩 손에 쥐어보는 것일까.

 

 

 

문을 작고 아담하게 만드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밀집지역 주택은 거의 대부분 이런 일본식 건축 방식을 따라 대문이 매우 작았다.

언덕 위의 부자들 집은 자동차가 들어갈 정도의 거대한 검은 철문이 위쪽의 뾰족한 창살과 어울려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줬었고.

 

어릴 적엔 제주도의 미덕을 들먹이며 도둑이 없었기에 대문도 없다는 식의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꼭 그렇다기 보다는 수백년 전 부터의 건축 양식 차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애초에 마당있는 집이라는 개념은 일본에 정착된 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으니까.

 

 

 

얼마 걷지 않아 다시 이즈하라 시내로 진입한다. 저녁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며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대마도 특산인 오징어와 톳을 패티에 섞은 '츠시마 버거'라는 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 가게를 찾아봤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일본의 햄버거 하나로 배를 채우기는 무리지만.

 

토박이라면 몰라도 홀로 여행자가 뭔가 특출난 식사를 즐기기엔 힘든 곳이라 그냥 쇼핑몰 티아라 안에서 적당히 골라서 숙소로 가지고 가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을 사용하면 경비도 절약할 수 있으니 배를 채우는 데는 문제 없을 듯.

 

골목 안에서 조그만 놀이터를 보고 여느때처럼 직업병(?)이 도진다.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훌륭한 숙박지가 되었을 텐데.

 

 

 

골목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살짝 기분이 나빠지는 가게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마토쿠 쿠폰 가맹점이라고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이 조그만 서양식 바는 한국인 사절이라는 단어도 당당하게 문 앞에 걸어놓았다.

내부를 슬쩍 보니 나무로 된 카운터에 아기자기한 깃발과 뱃지들이 벽에 걸려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인데

그래서인지 선전 간판도 영어로 적혀있는 것이 나름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는 듯 하다.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일본의 인기 게임인 몬스터 헌터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적은 것 까지는 센스를 느낄 수 있는데

한국인 사절이라는 팻말을 걸 정도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등산복 입은 중년층 이상 단체 관광객들이 이런 곳에 들어가기나 할까 싶은데.

 

그냥 주인이 혐한론자라서 이유도 없이 사절하는 것인지, 예전에 크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그러는 것인지

이 곳의 역사를 알 리 없는 본인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기분이 편하지는 않다.

 

 

 

버드나무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개천을 다리 위에서 감상하며 처음 출발지로 다시 돌아온다.

정말 깡촌중의 깡촌이 아닌 이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파칭코 가게도 도시의 그것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 상대로 하는 가게들은 벌써부터 문을 닫고 길거리는 점점 한산해진다.

 

한적한 곳이기는 한데 관광객이 한꺼번에 많이 오면 이 곳은 왠지 소화불량에 걸린 것 처럼 어색해 진다.

굳이 같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없는 조용한 곳을 항상 추구하며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인적이 없는 다리 위에서 조용히 서 있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할 수 있을 듯.

 

 

 

다리 위엔 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대마도의 특징을 나타내는 그림도 새겨져 있다.

왼쪽의 츠시마 삵은 10만년쯤 전에 이곳이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을 당시 건너온 녀석이라고 하는데

섬에 사는 삵이 그렇듯 이쪽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 실제로 여행중 야생 삵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인지도로 친다면 20만년도 전에 격리되어 완전히 분화된 오키나와의 이리오모테 섬에 서식하는 삵이 유명한데

이곳도 일단은 종 분화가 일어난 아종 삵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녀석이긴 하다.

 

 

 

 

자국에서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곳이다보니 한국인들을 위해 이런 그림도 박아놓았다.

실제로 강점기 시절에는 당일치기 놀러갈 때 후쿠오카보다 부산쪽으로 훨씬 많이 가기도 했다.

멀리 보자면 조선시대 때도 후쿠오카쪽보다는 조선쪽과 무역규모가 컸고.

 

잘사는 나라가 그런 면이 없잖아 있지만 일본도 최근 한국과 중국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주변국에 대해 굉장히 무지한 편이었다.

심지어 2010년 일본에서도 나를 보고

'지금 북한하고 휴전중인데 한국 놀러가도 되나?' 라던가 '한국인들 상당수가 일본인 보면 두들겨 팬다고 들었는데' 라는 말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의 일베나 디씨같은 쓰레기 집합장에서 나오는 말과 비슷하게 '한국에 가면 강간당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소문 정도는 꾸준히 나도니까.

물론 한국이 과하게 안전불감증인 것처럼 일본이 해외 여행에 겁을 좀 먹는 성격이기도 하니 정말 순수하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으로 알려줄 뿐이지만.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저녁장을 보기 전에 모스버거로 들어간다.

딱히 버거가 땡겨서는 아니지만 생각해 놓았던 츠시마 버거를 먹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도 했고, 편의점도 없는 이곳에 무려 모스버거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해서.

 

50대 중반 혹은 6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 확실히 대마도의 인구는 심각한 고령사회이긴 한데.

모스버거는 주문을 받고 나서 패티를 굽기 때문에 확실히 다른 버거에 비해서는 좀 더 따끈하고 폭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진한 토마토 소스와 싱싱한 양파는 이 코딱지만하면서도 비싼 모스버거를 그래도 완전히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재료.

 

특히 요즘 점점 말라 비틀어져가는 타 회사들에 비해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두툼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일본에서는 감자튀김을 선택해도 캐첩이 기본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번 추가를 해야 하는게 조금 귀찮지만

일회용 비닐주머니에 담겨져 어디 부어서 찍어먹기 참 난감한 한국에 비해 반드시 제대로 된 접시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마음에 확 와닿는 일정이 아니라서 일기를 그렇게까지 길게 쓰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햄버거와 함께 여행의 기록 남기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터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바로 옆 티아라 식품관으로 향한다.

대마도쯤 되는 곳에 이런 복합쇼핑몰이 들어서 있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편중을 생각할 때 그렇게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는데는 또 이만한 곳이 없으니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츠시마 삵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은지 158일째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실 대마도의 분위기라는 게 워낙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보니 158째 사고가 없었다는 게 신기하기는 커녕

159일 전에는 삵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긴 하다.

 

물론 인명사고와 달리 고양이과 동물은 자동차같은 빠른 물체와 조우했을 때 일단 상대를 확인하는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는 습성이 있어서

사람보다 훨씬 빈번하게 로드킬이 일어나다 보니 저 정도 기록도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시마토쿠 쿠폰은 1천엔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1천엔 이하의 물건에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뭐가 어찌됐든 1천엔 이상 먹거리를 사야 한다. 컵라면이나 과자 따위로는 방금 전 모스버거까지 먹었던 본인으로서 조금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비싸다 싶은 것들을 골라본다. 이미 관광객들이 한바탕 쓸어간 탓인지 왠만한 즉석요리 코너는 텅텅 비어있는 상황.

 

닭꼬치 한 접시와 초밥, 음료수를 구입하니 1500엔 조금 넘게 나온다. 시마토쿠 한 장과 잔돈으로 계산하고 나니 조금 뿌듯하다.

일단 5천엔을 주고 6천엔짜리 쿠폰북을 샀으니 이럴 때 계산하면 이득 본 듯한 느낌.

아무래도 티아라 쇼핑몰은 이즈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물가가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쿠폰의 묘한 매력 때문에 이것저것 쓸어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짐에 틀림없을 것이다.

 

시력이 나쁘지도 않지만 내 방 PC 모니터의 절반도 안되는 아날로그 TV를 실눈으로 간신히 쳐다보면서 느긋하게 닭꼬치와 초밥을 흡입한다.

대마도는 거리상 후쿠오카와 가깝지만 특이하게도 나가사키현에 소속되어 있어서 TV 방송도 기준 물가도 모두 나가사키를 따라간다.

 

TV가 작아서 좀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방송이 몇개 나왔다.

20대 중후반의 젊은 시계 장인이 만들어내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의 초정밀 기계시계를 만드는 다큐였는데

본인의 손톱 끝보다도 작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조립해가는 광경은 마치 신적인 존재가 우주 하나를 탄생시키는 모습처럼 보인다.

시계엔 관심이 없지만 장인들의 노력과 신기에 가까운 솜씨만큼은 TV를 쳐다보는데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이불과 배게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에 기분좋게 잠들기는 참 어려웠지만 어쨌든 여행은 여행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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