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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2.24  오사카 여행기 마지막 - 구테~ 19
  2. 2010.02.02  오사카 여행기 5편 - 라멘과 전망대 18
  3. 2009.09.0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4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下 13
  4. 2008.12.09  형님부부와 함께 루나틱 6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항공편이 저녁 늦게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마지막 날엔 시간이 촉박하죠.
그나마 이번엔 오후 항공편이라 오전에 조금 돌아다닐 시간이 있긴 하지만
숙소 주변이 아니고서는 후딱 다녀와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갈 곳은 정해져 있는거나 마찬가지.

체크아웃 후 짐을 숙소에 맡겨놓고 후다닥 나옵니다.
오사카로 여행가는 헝그리 한국 여행자들에겐 이미 유명한 그린파인.


그러고보니 숙소에서 나와 3분 거리인 츠텐가쿠에는 결국 못 올라가봤습니다. ㅡㅡ;
주유패스 무료 티켓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후 숙소로 돌아올 즈음이면
이녀석 개장 시간이 지난 후라서 결국 올라가보지 못했군요.

지금이라면 돈 내고 올라갈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공짜 전망대는 숱하게 올라가봤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이럴 때 쓰는건가 싶네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구경하지 못하다니.


이른 시간이라 저녁때만큼 사람이 많진 않은 난바역입니다.
이곳 난바역 지하상가는 난바 워크(なんばウォーク)라고 해서 다양한 잡화점,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볼거리입니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엄니께서 부탁하신 홍차를 구해보기 위해서였지만
그 홍차는 사실 도쿄 쪽에 가게를 두고 있어서 이곳에서 구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네요.

일단 찾아보는 흉내라도 내 보려고 이곳저곳 둘러봤지만 역시 제대로 된 홍차를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난바역 지하의 거대 식품매장도 둘러봤지만 전부 녹차 종류만 있고 홍차는 없네요.


홍차 찾기는 실패하고, 일단 다시 걸어서 숙소가 있는 에비스쵸 역으로 가기로 하는데
일단 그 전에 동생분이 오사카에서 먹고 싶다는 음식 중 하나인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난바 워크에서 적당한 가게 하나 찾아 들어가서 오무소바(オムそば) 하나하고 모던야키(モダン燒) 하나를 시켰습니다.

저는 지난번 히로시마 여행때도 굳이 오코노미야키를 찾아먹진 않았던 만큼
좋아 환장하는 타코야키에 비해 그닥 끌리지는 않는 음식이지만
일행과 함께 온 여행이니 이런 것도 한번 도전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먹어보기로 결정.


아침녘에 오코노미란 것도 참 특이한 조합이긴 한데 그래도 시간이 없으니...
오무소바는 말 그대로 오무라이스에 쌀 대신 소바를 넣은 음식이구요.

모던야키는 오코노미야키에 소바를 넣어 만드는 퓨전음식 비슷한 겁니다.
이것도 오코노미의 종류이기도 하고, 오사카 명물이라고 하니 시켜봤는데
그냥 소바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 이외엔 오코노미야키와 다른 점이 별로 없네요.
원래 오코노미야라는 녀석이 기본 재료만 들어가면 뭘 넣던 철판에 굽기만 하면 되는 녀석이라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왜 이녀석은 모던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기다리고 있으면 종업원이 알아서 만들어줍니다.
저는 오코노미를 맛있게 만들 능력은 없기 때문에 그냥 숙련자가 만들어주는게 편하네요.
바로 만든 것이라 따끈따끈하게 맛있긴 했는데, 역시 제 취향과는 그닥이었습니다.
집에서 부쳐먹는 정구지 찌짐이 더 맛있어서 그런지 이런 류의 음식은 밖에서 먹고싶은 생각이 안나는군요.

그냥 오사카에 왔다는 기념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난바워크를 이동하면서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갑니다.
숙소 근처에 오덕들의 성지인 덴덴타운이 자리잡고 있으니 시간 보내기로는 제격이죠.

친구녀석은 아직 더 사고싶은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저도 지난번 포스팅 때 보여드린 보컬로이드 피규어를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에.


매번 밤에만 찾아와서 그런지 낮에 보는 덴덴타운은 꽤나 신선하군요.
여기서부터 덴덴타운을 가로질러 쭈욱 걷기만 하면 숙소가 나옵니다.


가게 안은 대부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주변 거리만 줄창 찍어댔습니다.
이곳 거리는 마치 용산 선인상가 주변을 보는 것 같아서 친근한 느낌도 듭니다.
도쿄 아키하바라에 비하면 아직 컴퓨터 관련 상가도 좀 남아있는 편이라.


일본이 전체적인 불황이다 보니 이곳도 장사 쉽게 할수는 없는 듯.
아키하바라가 오덕들의 성지로 거듭나기 전에도 이곳에서는 나름 유명한 지역상가들이 꽤 있었는데
애니메이트나 게이머즈, 메론 북스 등의 거대 체인점들이 들어서면서
이곳만의 특색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네요. 어느 나라나 거대 체인이 지역 상권을 점령해 가는 모습은 서글픕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라는 문구입니다.
길고양이나 비둘기나 이제는 사람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네요.

처음 일본에 갔던 중학교 2학년때는
비둘기 먹이 자판기 옆에 가기만 해도 비둘기들이 온 몸에 달라붙기도 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물론 자판기도, 비둘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일본에 올 때마다 항상 궁금하지만
매번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는 메이드카페.

까페는 느긋하게 차 마시면서 숨좀 돌리고 책이나 읽는 재미로 가는 건데
저런 데서 냥냥한 목소리로 뭐라뭐라 하는 메이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면
별로 느긋하게 있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남은 돈 탈탈 털어서 피규어 등등을 구입하고
아직도 수중에 돈이 남아 뭐 좀 더사야 하나 안절부절하는 친구를 닥달하면서
다시 숙소가 있는 신세카이로 돌아왔습니다.

공항 검색대를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필름을 다 써야 하기때문에
의미없어 보이는 늠름한 할리 데이비슨도 한 장 찍어줬습니다.

사실 고성능 필름카메라인 세븐이에는 필름 끝단 남기고 강제 이송해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남아도 별 관계는 없지만, 기분상 매거진에 들어있는 필름은 다 찍어주고 싶은 게 여행이란 녀석이죠.


결국 올라가지 못한 츠텐가쿠를 바라보면 언제나 쓴웃음만 나옵니다.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러 다시 난바역으로.
기념품이다 오덕 물품이다 해서 짐이 뭔가 좀 늘어난 느낌입니다.
책이 무게도 무겁고 부피도 크고 해서 좀 힘들군요.


4박 5일만에 오사카와 쿄토를 둘러본다는 건
그냥 살짝 맛만 보고 돌아서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4박 5일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칸사이 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적인 여유는 꽤 있군요.
늦어서 헐레벌떡 하는것 보다는 여유있는게 좋으니.

이곳에서 이곳 오사카 여행의 마지막 별미를 맛볼 차례입니다.


각종 여행 매체에서 추천하던 빵집 구테(グーテ)의 신선한 빵입니다.
아침에 돌아다녔던 난바 워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빵집은 1948년에 개점한 이후
오사카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오사카 시내에만 10개가 넘는 체인점이 있고, 각각 개성있는 빵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본 난바점 하나만으로는 이 곳의 매력을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역시 빵은 맛있었습니다.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신선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빵만 먹고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결국 공항내 식당에서 또 한끼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라면을 너무 적게 먹은 것 같아서... ㅡㅡ;

별 맛없는 평범한 라면이라도 돌아가는 길의 아쉬움을 달랠 만큼의 가치는 있더군요.


저만 먹는것도 좀 그러니 다른 것도 시켰습니다.
따끈따끈한 닭튀김과


앙증맞은 닭꼬치도 함께.
자금을 두둑하게 소지한 친구 일행덕분에 이런것도 먹어보는군요.
사실 전 소지금이 완벽하게 바닥나서... T_T

처음부터 얼마 갖고가지도 않았지만 예상이 없었던 고양이 인형과 피규어 지출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과 여행가면 얘네들이 만족을 좀 했을려나 하는 눈치때문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혼자 다닐때와는 다른 즐거움도 있으니 가끔은 이렇게 떼로 몰려가는것도 나쁘진 않겠죠.
다음엔 또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군요.

동생분은 아픈데 질질 끌고다녀서 참...
다음엔 몸상태 좋을때 가기로 하죠.

친구한테는 조금만 더 바람잡아넣었으면
닌텐도 DS도 사게 만들수 있었는데 내 능력이 부족한 탓에... ㅡㅡ;


WTC 코스모타워 전망대로 향하는 내내 일행은 '여기가 아닌거 아녀?'라고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주유패스 무료쿠폰에도 등록될 만큼 관광지로서는 알려진 곳임에도
정말 사람 흔적이라고는 풀떼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했거든요.

마치 3년전 도쿄 오다이바의 황량한 벌판을 세명이서 걸어다닐 때의 기분을 맛보는 듯 했습니다.
뭔가 잘못 찾아온것 같은 불안한 기분을 느끼며 일단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행히도 제대로 찾아오긴 했네요. 티켓을 끊고 승강기를 타고 쑤욱 전망대까지 올라갑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계속 긴장긴장했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사람 모습이 좀 보여서 안도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바깥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덜덜 떨고있는 고소공포증 친구를 위로해 주기도 했습니다.
(떨어지지 않도록 갑자기 어깨를 잡아밀어주니 고양이처럼 튀어오르더군요)

이곳 에스컬레이터도 경사가 꽤 심하고 아주 길게 늘어져 있어 친구는 결코 붙잡은 손을 놓지 않더군요.
원래 전망대엔 크게 관심이 없지만 친구가 이렇게 즐거워해주니 찾아가는 보람이 생기네요.


전망대 내부는 아주 어둡습니다. 조용하고 어슴푸레한 조명 덕분에 야경을 감상하기엔 좋은 환경이네요.
연인들을 위한 칸막이 의자도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어서 커플끼리 실컷 염장질 벌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오사카시의 모습은 정말 거대했는데,
이게 대구시 면적의 1/4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뭔가 어색하군요.

ISO400짜리 필름을 장전한 카메라로 삼각대없이 야경을 찍으려고 하니
평평한 장소 잘 물색한 후 지갑 등을 렌즈 앞쪽에 고아넣어 높이를 맞추고
M 모드로 적절한 노출값과 셔터스피드를 준비한 후 5초 타이머 촬영으로 셔터 눌러놓고
약 20초간 필름에 기록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게 됩니다.

귀차니즘때문에 삼각대는 여행에 가져가지 않는 편이라 (고릴라포드는 나중에 하나 사볼까 생각중)
가끔 난감하긴 한데 역시 전망대에는 수평 잡아줄 공간이 있는 편이라 이런 사진도 그나마 건질 수 있네요.


필름카메라는 현상 때까지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보험용으로 DSLR도 같은 방법을 이용해 찍었습니다.

오사카의 명물인 2개의 달을 잘 담아냈군요. (믿습니까?)

오른쪽에 일행이 하루종일 쏘다녔던 베이에이리어 텐포잔이 보입니다. 관람차도 녹색으로 빛을 발하네요.
로또 당첨되었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한 번 가봤겠지만...


내려갈 때도 결코 손을 떼지 않는 착실한 친구.
여기서 밀어버리는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그냥 놔뒀습니다.


전 랜드마크 빌딩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별 감흥이 없어서
그냥 야경사진 몇 장 건진것에 위안을 삼고 빌딩을 빠져나왔습니다.

이곳 코스모타워엔 예식장도 있어서 자금 넉넉하게 가진 사람들은 아찔한 높이에서 화려한 경관을 즐기며
결혼식을 올릴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는 알 수 없네요.


베이에이리어를 빠져나온 일행은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도톤보리(道頓堀)로 향합니다.
도톤보리는 야스이 도톤(安井道頓)이라는 사람이 1612년에 만든 물자 수송용 인공 하천이었는데
에도시대 들어 하천의 양쪽 거리가 화류계로 점령되어버린 후 그때부터 쭈~욱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로 자리잡아왔습니다.

에도시대땐 상점들의 입구가 강 반대편으로 나 있었고, 건물 뒷쪽이 하천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창문을 열면 바로 펼쳐지는 하천의 모습을 구경하거나, 하천에 배를 띄우고 술과 벚꽃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죠.
지금은 타유우(太夫 - 최고급 매춘부)들이 있던 곳에 수많은 음식점과 주점이 즐비하게 늘어섰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곳의 열기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도톤보리는 옛 정취와 소란스러움이 공존하는 서민적인 느낌의 거리입니다.
킨류(金龍) 라멘이나 움직이는 게 간판으로 유명한 카니도라쿠(かに道楽)등등 몇몇 거대 체인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좁은 골목 여기저기에 작게 펼쳐진 숨겨진 맛집들이 포진해있는 느낌이죠.
퇴근길에 가볍게 한 잔 마시는 조그만 선술집 등이 도톤보리의 분위기를 설명해 줍니다.

이와는 반대로 도톤보리하천 북쪽에 위치한 거리 신사이바시(心齋橋)는
도쿄의 긴자(銀座) 명품거리를 생각나게 하는 최신 아케이드의 집합소입니다.
전 세계 최고급 명품 부티크와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최신 패션샵, 악세사리 등으로 가득 차있죠.

조그만 하천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의 두 거리가 마주보고 있는 느낌은 참 신선합니다
저희 일행은 신사이바시에서 뭔가 살 생각은 없었으니 그냥 도톤보리의 라멘집을 향해 출발.


도톤보리라고 해서 다 옛날 정취만 풍기는 건 아니죠.
이미 일본인들의 생활 깊숙히 파고든 파칭코는 어디든 그 거대함을 자랑합니다.

자전거 여행때도 놀랐지만, 인구 3만도 안될것 같은 조그만 마을에도 거의 백화점급의 파칭코점이 세워져 있는 걸 보니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파칭코는 일본인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인가 했네요.


요런 조그만 골목 깊숙히 정말 제대로 된 맛집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죠.
이번엔 도톤보리에서 맛있다는 라멘집을 미리 알아보고 온 터라 정해진 곳을 찾아 바로 들어갔습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라멘은 킨류 라멘인데요, 대문 앞 장식도 화려하고
이곳 도톤보리에만 4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라멘계의 큰손입니다만 아무래도 현지인들의 평가는 그닥 좋지 않습니다.

어떤 여행지든 마찬가지지만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음식점과,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음식점은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죠.
물론 반드시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음식점이 더 맛있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입맛도 지역별로 많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뭔가 단순히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현지의 감각을 좀 더 느끼게 해 주는 독특함이 있는 음식점에서 한끼 해보는게
여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득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현지인들에게 인기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챠슈 라멘으로 이 근방에서 유명한 하나마루켄(花丸軒)입니다.
인기에 비해 정말 좁아서, 바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해도 되겠더군요.

후다닥 자리잡고 앉아서 이곳의 추천 메뉴인 행복가득 라멘(しあわせいっぱいラーメン)과 교자를 시켰습니다.


일단 먼저 나온 교자를 한 장 찍어드리구요.
교사는 아삭아삭하고 따뜻한게 나쁘진 않았지만, 특별히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맛있는 교자가 어디있냐구요? 카스카베시(春日部市)에는 만두 속부터 피까지 전부 수제로 만드는 조그만 개인 교자집이 있습니다.
그곳의 교자를 한번 먹어보면 분명 '교자에도 레벨이 있구나' 하실겁니다.


오늘의 마지막을 장식할 행복가득 라멘입니다.
저는 라멘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일본 여행땐 거의 하루중 2,3끼를 라멘으로 때워도 불평이 없는 타입인데
이번엔 친구 일행과 함께 움직이니 저 좋은데로만 먹을거리를 선택할 순 없어서
벼르고 벼른 이번 라멘은 기대가 컸습니다.

이곳 라멘은 진한 돈코츠(돼지뼈) 육수에 쇼유(간장)으로 간을 하는 것까지는 평범한 라멘과 다르지 않지만
사진에 보이는 두 종류의 챠슈(돼지고기를 양념해서 썰어놓은 편육)가 이곳을 유명하게 한 별미중 하나입니다.
왼쪽 챠슈는 한국에서도 익히 보는 삼겹살, 오른쪽의 진한 챠슈는 콜라겐이 다량 함유된 등뼈살(とろこつ)입니다.
특제 소스와 함께 압력솥에서 푸욱 쪄낸 더블 챠슈는 굉장히 부드럽고 맛이 진합니다.
챠슈 뿐 아니라 국물도 그야말로 진국이고 라멘 면발도 인스턴트와는 비교불가로, 이름값은 충분히 하는 가게였습니다.

윗쪽의 김에는 랜덤으로 글자가 들어가더군요. 위에 적힌건 '행복기원'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돈코츠 쇼유 라멘은 일본의 라멘 중에서도 맛이 가장 진하고 짠 편이라 여성분들 입맛엔 잘 맞지 않는 경향입니다.
저야 뭐,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었지만 동생분 입맛엔 어땠을지 좀 걱정이 됩니다.

야밤에 라멘 사진을 보니 당장 삿포로로 날아가서 라멘공화국의 라멘들을 전부 섭렵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군요...


라멘으로 배를 채우고 도톤보리를 주욱 둘러본 다음 숙소로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일행들이 전부 다 쇼핑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저 둘러보며 구경만 할 뿐.


그래도 저기는 한번 들어가보자고 합니다.
만물상 개념인 일본의 유명 체인점 돈키호테입니다.

1980년대 처음 선을 보인 돈키호테는 그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영업 방식으로
최단기간에 최고의 급성장을 보인 업체로 손꼽힙니다.

일본 거의 대부분 지역에 점포가 있으며, 대부분 24시간 영업을 통해 심야 고객을 주로 확보하고
일부러 매장 통로를 좁고 어둡게 만들어 심야 고객들의 '탐험적 쇼핑' 욕구를 잘 파악한 마케팅 방법으로 유명하죠.
식료품, 음식, 잡화, 게임, 전자, 화장품, 스포츠 등등 없는것이 없다는게 최대의 특징입니다.
성인용품은 물론이고 코스프레 의상까지 있으니 뭐... ㅡㅡ;

이곳 도톤보리의 돈키호테는 사진의 저 관람차가 유명한 포인트였는데 작년부터 영업을 중지한 상태더군요.
실컷 둘러보고 물건은 사지 않고 나왔습니다.


밤의 도톤보리 하천은 매우 조용합니다.
주유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 중에는 이곳을 순회하는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도 있었는데
시간상 여건이 안맞아서 패스하기로... 배는 산타마리아 호를 타봤으니 괜찮아요.


참 특이하게도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스팟이 되어버린 글리코 전광판 앞입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 들러서 이곳을 찍어오지 않으면 여행 못한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ㅡㅡ;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회사인 글리코사가 1935년에 세운 전광판으로, 75년동안 같은 자리에서 달리고 있죠.
지금와서는 조금 촌스러운 쫄쫄이 육상선수 아저씨의 모습이 오히려 매력이 되어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저 전광판은 글리코 카라멜 선전용이었어요. 글리코 카라멜을 먹으면 힘이 솟아요 라는 느낌으로...

저 곳에서는 저 아저씨를 흉내내서 한쪽 발을 들고 두 손을 치켜든 포즈로 사진을 찍는게 유행입니다.
수줍음 많은 친구 일행은 아무리 협박해도 그 포즈를 취해주지 않네요. ㅡㅡ;

그리고 또 하나, 이곳은 여자 꼬시는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이곳 도톤보리는 남부 오사카의 중심지역인 난바(難波)에 속해있는데요.
이 난바라는 단어가 일본어의 헌팅(난파,ナンパ)와 발음이 비슷해서 이곳을 난파다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도톤보리를 빠져나오며 보였던 한 공연장에서 카나데혼 츄신구라(假名手本忠臣藏)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예전 일본어과 4학년 마지막 수업때 발표한 것이 이 충신장 이야기라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겐로쿠 15년(1702년)에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각색해서 카부키극화한 작품인데,

'아무리 관객이 없어도 츄신구라만 공연하면 관객이 꽉 찬다'는 공연업계의 속담이 있을 정도로
1748년 초연 이래 꾸준히 일본인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아온, 카부키의 원조이자 대표격 작품입니다.

그리고 1748년 그 운명의 초연이 바로 이곳 오사카에서 시작되었죠. ^^

여담으로 일본 내에서야 셀 수도 없이 영화, 드라마, 소설 등으로 각색된 작품이지만
현재 헐리우드에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47 로닌'(The 47 Ronin)으로 영화화되고 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도착해서 얼른 씻고 잠을 청합니다.
욕탕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고 TV 보면서 느긋하게 목욕하다 보니
세 사람 한 바퀴 도는데 거의 1시간 30분이나 걸리더군요.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과연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걱정하며 일단 눈을 감고 누워봅니다.
내일은 주유패스로 입장할 수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와 오사카성, 그리고 우메다 스카이빌딩(梅田スカイビル)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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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의 하늘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늘이더군요.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하늘은 뭔가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그런 하늘이었는데 말입니다(땡볕에 있으면 죽는다는 실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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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인 비에이(美瑛)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특산품 상점도 둘러보고 산책합니다.
후라노쪽에서 라벤더 말고 유명한 것이라면 메론을 들 수 있을지도.
원래는 유바리(夕張) 메론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데, 후라노도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메론재배가 활발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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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꽃밭이지만 버스투어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꽃밭 주위를 천천히 도는 열차는 여기서도 유료지만 든든한 두 발이 있는데 굳이 탈 필요는 없었네요. (실제로 저거 타야할만큼 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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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라벤더 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서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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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꽃에 둘러싸인 부모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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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솟아오른 전망대까지 느긋하게 꽃 구경하며 거닐었습니다.
누가 일본인 아니랄까봐 항상 일본인 관광객들은 집합시간보다 5분~10분 일찍 모이길래 시간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싼 돈주고 구경하는데 약속에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싶어서 아슬아슬할 때 까지 구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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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말하는 거지만 꽃사진은 찍을때도 좋고 볼때도 좋아요. 천연 모델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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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열의 단독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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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떼거지샷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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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샷도 꽃들은 전부 소화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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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지 않는 해바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이게 츤데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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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을 산책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좋았네요.
역시 사람은 꽃과 풀과 숲이 있는 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야 사람다운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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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관광용으로 재배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도 키운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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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시간도 되었고 하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에이를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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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후라노보다 더 시골틱한 곳으로, 관광 시설이랄까 그런 장소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원래 비에이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날잡고 코스를 돌아보는게 정석인 곳이라, 버스를 타고 찾아가서 구경할만한 스팟은 그리 많지 않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추위가 느껴지는 늦가을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나 마찬가지)에 왔던 터라 여기서 한가하게 투어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단지 최북단을 향해 미친 야수처럼 헥헥거리며 달렸던 때라, 이렇게 엘레강스하고 앙뉘한(?) 여행을 즐기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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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촉박한게 버스투어란 것이니, 비에이는 그냥 요런 곳에서 차 세워놓고 잠시 숨돌리는걸로 끝입니다.
물론 버스안에서도 일본같지 않은 전원풍경을 감상하는건 가능하죠.
가이드 분의 말로는 비에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바람에 관광 스팟이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영화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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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와 비에이는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풍경이 확 바뀐다던가 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그저 경치만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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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하나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곳이지만 이런 센스도 발휘해 놓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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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 어디서 찍어도 인물사진이 잘 받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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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부터 참았는데, 투어 마지막이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라벤더향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었네요. ㅡㅡ;
확실히 라벤더향이 나긴 합니다.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특산품이라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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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경치좋은 곳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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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가 애초에 일본 본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후라노와 비에이는 꽤나 유럽풍의 전원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는 듯 하네요.

사실 홋카이도의 자연이란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거칠고 황량하고 고독하면서도 생명력 강한 야생의 무엇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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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1888년에 세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이라 건물 자체가 삿포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죠.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서 시민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엔 맥주, 겨울엔 얼음축제로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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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창업 40년이 넘은 라멘집 타이코우(大公)에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짠 음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아주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전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하루 한끼는 꼭 라멘을 먹을 정도였는데
일본 라멘의 진한 국물을 도저히 좋아하실수 없는 엄니였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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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뭔가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요즘 삿포로역 옆의 라멘공화국이나, 유명한 라멘요코쵸(ラ-メン橫丁)에 비해 특출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왔다면 아마 매일 점심마다 맛있는 라멘 찾아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질색하시니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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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길에 아버지께서는 다시 츄오도리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에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은 많더군요. 3~4명이서 5L 짜리 거대 생맥주 통을 놓고 마시는 모습을 보니 이쪽 사람들도 한가닥 하는듯.
홋카이도가 원래 본토에 비해 강인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곳이라, 술마시는 모습도 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도 버스표 끊어서 떠나야 하는 일정입니다. (가이드 투어는 아니고 제가 직접 가이드해서)
마지막 날은 아침에 산책할 시간말고는 없는 빠듯한 일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관광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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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이 서울에 올라오신 이유는 루나틱 관람을 위해서.
전 한국식 뮤지컬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인위적인 감정 폭발을 유도하는 형식은 싫어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보는 생공연이라 기대감은 높았죠. 연기자분들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후반부의 이벤트에는 약 1분 정도 속았습니다. 이몸을 1분이나 속이다니 대단하십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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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후 눈발이 펑펑 날리는 홍대 근처를 뒤집고 다니면서 라멘으로 유명한 하카다분코를 가려했지만.
홍대 가본지가 어언 5~6년은 된 터라.. 그냥 1시간동안 눈이나 하염없이 맞다가 그냥 아무 라멘집이나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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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코츠 라멘 전문점이라 메뉴는 전부 돈코츠뿐. 저는 쇼유 돈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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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은 그냥 돈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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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매운돈코츠 시켰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때도 하루에 한번은 꼭 라멘을 빼먹지 않았던 열혈 라멘 애호가인 저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한 라멘이었습니다. 면발의 퀄리티가 가장 불만이었지만, 인스턴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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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이기도 하고, 날씨도 추워서 그런지 비쩍 마른 형님이 자꾸 뭔가 먹을걸 요구해서 크리스피 도넛으로.
형님은 공짜로 주는 도넛 + 초코도넛 2개를 시켜 혼자서 3개를 먹고도 좀 더먹고 싶다면서 추가 주문을 요구.
하지만 저와 형수님의 강력한 반발에 못이겨 그냥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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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맛은 있는데.. 패스트푸드 중에서 먹을때 가장 걱정되는게 이 크리스피 도넛이더군요.
유전자가 거부하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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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는거 찍다가 아주 걸작품도 나왔었는데.. 형수님의 요청에 의해 삭제했습니다.
워낙 대단한 작품이라 형수님 그 후에 직접 카메라 검사까지 해서 삭제된 것을 확인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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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장에서는 이틀간 밥값이 굳었던 좋은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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