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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1  대구국제재즈축제 - 정중화와 JHG 14
  2. 2012.08.31  대구국제재즈축제 - 매트 패나이데스 8
  3. 2012.08.30  대구국제재즈축제 - 성기문 하몬드 오르간 트리오 6
  4. 2012.08.29  대구국제재즈축제 -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 (2) 8
  5. 2012.08.28  대구국제재즈축제 - 김은미 재즈밴드 13
  6. 2012.08.28  대구국제재즈축제 - 브로큰 타임 6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정중화와 JHG 가 맡아주셨습니다.

밴드들 장비 옮기고 세팅하는 시간동안 관객들이 심심하지 않게 매번 열심히 노력하시는 문화평론가 권오성씨.

 

정중화와 JHG 가 마지막 공연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냥은 안지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즈축제 야외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그룹인데요, 이 분들이 아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분들이라서

사실 이런 아트피아 내부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좀 걱정스러울 정도였거든요.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그리듯 선합니다.

 

 

 

첫 스타트는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시작하더군요.

색소폰 분 팔뚝이 아주 우람합니다. 파워넘치는 음색도 여전하시네요.

작년 라이브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아닙니다만, 제 느낌상 실력이 한층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년 공연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아노 분. 아마도 이명건씨였나?

그때는 빡빡머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1년동안 머리도 길렀고 살도 좀 빠지신 듯 합니다.

 

정중화씨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에다 트롬본까지 마스터하신 능력자신데

인재 양성을 위해서인지 이 그룹 안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고 맡은 바에만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 JHG 는 'Just Hip'n Groovy' 의 약자로, 리듬감 넘치는 펑키 재즈에 젊은분들의 강렬한 열정이 더해져서

제가 즐겨듣는 장르의 재즈와는 크게 거리가 있는, 어찌보면 굉장히 대중성 높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데요.

그런 와중에서는 이분의 피아노가 정통적인 재즈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곡은 보컬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째 곡부터는 보컬분도 투입됩니다.

작년엔 여성보컬분이 두 명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한분 더 추가가 된 듯 하네요?

어디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가 할 정도로 감미로우면서도 파워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애플 재즈 오케스트라를 제외하면, 이번 대구 재즈축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고

다들 어찌나 힘이 넘치시는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장악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야말로 몸이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신나는 펑키 스타일로, 근심걱정 다 잊고 한번 흔들어 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팀이네요.

 

 

 

조명이 보컬분에게 가장 많이 집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많아집니다.

남녀차별은 아니구요. 그냥 가장 부각되는 위치에 계시다 보니...

 

 

 

관악기 삼총사분들에게는 좀처럼 이렇다할 조명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네요.

가장 우측의 트럼본이 정중화씨입니다. 재색겸비 완벽초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이죠.

넘치는 파워는 작년과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점점 갈고 닦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숙미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년 야외공연때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함께 공연했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직 덜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해 오셔서 관객 호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산하는 음악의 에너지란 몸에좋은 음이온과도 같은 것이죠.

제가 서 있는곳이 관객석이 아닌 최후방 통로라서, 음향 반사가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여기 있어야 하고, 음악 제대로 들으려면 관객석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솔로 파트에서 신들린듯한 감성을 뿜어내 주시는 이명건씨입니다.

열의와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라서 관객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듭니다.

 

 

 

색소폰 분의 솔로에서도 주먹을 꽉 쥐게 만드는 뜨거운 파워가 느껴집니다.

밴드도 관객들도 흥에 겨워서, 이 강력하게 발산되는 펑크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연히 박수소리도 점점 우렁차게 변하고 다들 비트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수많은 악기들 사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시는 보컬분.

노래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니까요. 악기 잘하는 분들도 부럽고. 그냥 음악하시는 분들 다 부럽습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 제 소프라노 색소폰도 들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1년동안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그 무거운 색소폰 가지고 다니다가는 큰 문제 생길것 같아서 그만뒀죠.

 

 

 

따라하기 좋은 음악들이라서 관객들도 금새 익숙해집니다.

작년과는 조금 편곡이 바뀐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면 아마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정해져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어라?

 

원래 관객이 없던 자리인데 누군가가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냥 암젼하게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흔들어가며 환희에 젖어있군요.

사실 이분, 방금 전 공연하셨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입니다.

일반 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슬그머니 관객석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열광중이네요.

 

맨 뒷좌석이라서 아직 다른 관객분들은 눈치못채고 있지만, 재미있는 기록이 될것 같아서 사진 남겨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이 곡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관객들이 클라이막스 따라부르기도 쉽고, 워낙 열정적인 곡이라서 모두 신나게 흔들어대게 됩니다.

 

 

 

보컬분의 신들린듯한 율동과 목소리가 사진찍을 맛을 주시는군요.

조명도 아트피아에 있는거 전부 켠것처럼 화려하게 반짝여서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를 눌러재낍니다.

 

 

 

결국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아트피아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건 아마 흔치 않을 듯 합니다. 아주 신이 났죠.

 

 

 

관객들이 흥분할수록 밴드도 점점 흥이 올라가는 것이겠죠.

혼신의 힘을 다한 강렬한 색소폰이 가슴속의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이 밴드는 라이브가 워낙 진국이라서, 앨범을 들으면 약간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그만큼 라이브에서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데, 가장 뒤에서 꾸준히 서포트해주시던 드럼과 퍼커션의 솔로파트가 왔습니다.

조명빨 받기 참 힘든 위치라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많이 찍었네요.

 

 

 

드럼과 퍼커션이 서로 경쟁하듯 협동하듯 묘한 분위기를 이끌며 텐션을 올려갑니다.

슬금슬금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파트는 특히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이끌어 냈죠.

 

 

 

이번 공연에서 건진 베스트 샷이라고 할까요. 음악은 남들 즐거우라고 하는 것보다 자기가 흠뻑 취해야 진국입니다.

 

 

 

베이스와 기타분도 워낙 조명이 열악한 곳이라서 간신히 한장 남겼습니다.

멤버 수가 많다보니 솔로파트 한번씩 거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이 재미난 부분이야 얼마든지 길어져도 불평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각각 맡은 파트를 잘 소화해 내면서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란 참 감동적이죠.

마지막은 무슨 락 페스티발 온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트피아 전체가 떠나갈 듯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스탠딩의 매력도 함께 소화해낸 관객들은 오늘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봤으리라 확신해 봅니다.

 

 

 

'이럴수가! 저기 저 X 보이십니까' - by Diablo 3

 

여성보컬분이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외치는 것 같더군요.

 

방금 전에 뒷좌석에서 열심히 흔들어대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이

스탠딩 상태가 되자 맨 앞쪽으로 달려가서 광란의 흔들기를 시전중이셨습니다. 보컬분도 아마 보신 듯 하네요.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근처 관객분들도 결국 누군지 알아보시고 놀라움에 빠집니다.

조명까지 비춰가면서 누가 공연의 주인공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군요.

 

분명 연출된 상황은 아닐거라 확신하는데, 뜻하지 않은 원군의 등장으로 관객석은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어 버렸네요.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포스가 범상치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여담이지만, 공연 끝난후에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트 패나이데스 씨와 함께 공연할 때는 시적인 색소폰 연주로 인상깊었는데

음악 할때와 평소 모습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었군요. 유쾌발랄한 모습은 전염되는 것이니, 근처 관객들 행복지수가 올라갔을 거라 봅니다.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신 정중화와 JHG 였습니다.

작년에도 어마어마한 파워를 보여주셨는데, 올해는 한층 더 성숙된 느낌까지 가미되어서 감동이군요.

 

 

25일 공연은 이걸로 끝이 났고, 26일 공연 포스팅이 3개 남아있습니다만

다음주에 약 일주일간 밖에 좀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포스팅은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네요.

프레스 카드를 제공해주신 '이놀자' 사이트에 리뷰등록을 9월 3일까지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귀국하는건 어려워서, 리뷰등록 포스팅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그래도 블로그엔 돌아와서 계속 올려야죠.

 

 

25일 수성 아트피아의 두 번재 공연은 뉴욕의 중견 재즈 기타리스트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이 선보여 주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유쾌한 친구들은 밴드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공연에서 활약하셨던 비브라폰의 고수 토니 미쉘 씨가 스타트를 함께 끊어주시는군요.

어제는 애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잠시 등장해서 한곡 뽑아주십니다.

어제 수성 아트피아 공연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날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울림소리가 사람 힘을 쭉쭉 빼놓습니다.

신들린듯이 뿜어져 나오는 현란한 음색이 놀랍더군요. 은은한 울림이 많은 악기라서 좋은 환경에서의 라이브가 절실한 악기입니다.

어지간히 좋은 집안 스피커로도 좀처럼 이 악기의 진짜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재즈에서는 나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만한 고수의 연주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요.

 

 

 

물론 솔로 연주는 아니고, 매트 패나이데스 씨도 받쳐줍니다. 첫 번째 연주는 토니 미쉘씨가 메인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특색을 가진 분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멤버들중에서 유독 굉장히 눈에 띄는 소프라노 색소 분에게 눈길이 갑니다.

팜플렛에 이름이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후덜덜하네요.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베이스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이신 이순용씨 같습니다?

작년 재즈축제때도 애쉬튼 무어 퀄텟과 함께 연주를 하신 기억이 나는군요.

 

 

 

이분도 분명히 몇번 본 기억이 나는 분인데... 제가 이름기억하는게 워낙 서툴러서.

학생때도 1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애들 이름 10명정도 기억하면 대단한 편이라고 할 정도로 이름 외우는게 서툽니다.

 

 

 

토니 미쉘씨는 한곡 끝난후 인사하고 퇴장하셨습니다.

두 번째부터 진짜 매트 패나이데스 씨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군요.

 

전부 본인이 작곡하신 곡을 연주하셨는데, 보통 관객들이 생각하던 재즈라기보다는, 뭔가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전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제3세계 음악이나, 시크릿 가든의 음악을 재즈풍으로 해석한다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요.

 

 

 

매트 씨의 곡이다 보니 다른 파트들도 평소 들어왔던 연주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의 불협화음이 맞물려서 음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네요.

매트 씨는 주변 환경과 어떤 인상적인 감정들을 토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곡을 만든다고 하시는데

보통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듣는 그런 음악과는 성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매트 씨의 음악에는 익히 알고있는 유명 재즈곡들과 비교하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마치 시를 써내려가는 듯한, 본인이 느낌 감정을 간결하게 해석해 나가는 듯 하더군요.

익숙한 기교나 관객 호응을 위한 퍼포먼스보다는,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매트 씨가 곡 시작하기 전에 '박수는 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영어로 하는 바람에 이해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객 잘못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본인이 그런 요청을 했다는 것에서 그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 유추할 수 있겠죠.

 

 

 

매트 씨는 연주 중에 자주 앉았다 일어나기 신공을 펼치시더군요.

음악 자체도 조각배 타고 작은 강을 흘러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라서 뭔가 둥실둥실합니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음악인데, 수성 아트피아까지 찾아온 관객들 몇몇이 자꾸 연주 중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하더군요.

애초에 나가면 다시 들여보낼수도 없는게 공연이란 건데, 끝나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는 것은 실례중의 실례죠.

길어봤자 10분도 안되는 곡을 참지 못해서 뛰쳐나가는 건, 어디서 애라도 튀어나오고 있는 건지.

 

따로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이지만, 공연 중에 자리 뜨면 안된다는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입니다.

저처럼 최후방부에서 서 계시는 아트피아 관계자분도, 중간중간 휴대폰 치켜들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여서 서둘러 달려가면

금새 사진 찍어버리고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뭐라 말할수도 없이 다시 뒤로 돌아오는 등의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공연중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어두운 공연장 내부를 조그만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안내해가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관계자 분들도 참 고생하신다는 느낌입니다.

 

쫌!

 

공연 끝나고 생기는 텀에 나가던가, 공연 시작후에 문열고 들어오지좀 말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최후방부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관계자분께서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때도 관람에 방해될까봐 제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고 지나가시는 반면

뻔뻔하게도 공연 도중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촬영중에도 포부도 당당하게 스윽 지나가시더군요.

 

여기 공연장에서 공연 감상할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는 있어도

공연에 대한 예의란 걸 배워본 적은 없는 저속한 사람이 되는건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할겁니다.

 

특히 연속된 흐름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매트 씨의 공연중에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매트 씨의 기타는 앞을 꾸준히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순용씨 맞는 것 같은데...

솔로 파트에서 조명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간해서 담기 힘든 베이스쪽이라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길다면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의 연주였습니다.

제가 왜 자꾸 유쾌한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쓰냐 하면... 저 아티스틱해 보이는 색소폰 연주자분께서

훗날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등장할 예정입니다.

 

 

 

24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람을 못했고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공연에 가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프레스 자격도 얻었고, 5일 전부 관람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맞는 날이 생겨버렸군요.

 

수성아트피아는 대구 재즈축제 공연장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음악 감상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이지만, 야외공연이나 소규모 까페와는 달리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죠.

프레스 자격이 있어도 공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최후열에서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뒷좌석에 앉아서 촬영하라고 하셨지만, 그랬다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셔터소리로 방해가 될까봐

그냥 혼자 맨 뒷쪽 통로에 서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삼각대도 없고 300mm 망원으로 촬영해야 위 사진 정도의 화각이 나오는 먼 거리인데다가

제 렌즈는 300mm 에서 조리개값이 F5.6 이 최대인 어두운 녀석이라서 촬영하기엔 참 애로사항이 많은 곳이죠.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조명중 가장 밝은 녀석이 비춰질 때는 꽤나 밝기 때문에

배경과의 명암차만 잘 보정해 주면 ISO800 에 셔속 1/60 으로 찍을수도 있었습니다.

손떨림방지 기능이 없이는 300mm 에서 1/60 으로 블러없이 촬영하기 힘들지만, 그거 하난 다행이었네요.

 

 

 

조명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표정변화에 맞춰 아무때나 찍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대체로 골고루 잘 비춰주시고, 리드하는 파트쪽으로 조명을 맞춰주시니 타이밍을 잘 맞추면 크게 문제는 없네요.

 

촬영 상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실은 이 성기문 트리오가 이번 재즈축제에서 가장 기대하던 분들입니다.

성기문씨는 원래 재즈 피아니스트이신데, 원래부터 이 하몬드 오르간을 굉장히 좋아해서 드디어 소원을 푸셨다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기문씨는,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실력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럽 소공에서 연주하시는 걸 몇번 봤었는데, 정통 재즈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시는 특급 플레이어십니다.

 

그런 성기문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하몬드 오르간에 손을 대셨으니, 과연 어떤 음색을 들려줄지 굉장히 기대중이었죠.

프레스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오늘 공연은 제 돈주고 갈 생각이었는데, 사실 프레스 신청한 것도 이분 공연의 탓이 큽니다.

 

 

 

하몬드 오르간은 그냥 쉽게 말하면 전자오르간인데요, 세계 최초로 출시한 회사 이름이 하몬드입니다.

건반악기지만 피아노와는 느낌이 너무나 달라서 예전부터 재즈에 많이 쓰인 녀석이죠.

다들 어디서든 한번씩은 들어보신 음색인데, 국내에서 하몬드 오르가니스트로 성기문씨보다 뛰어난 분이 있을까 싶네요.

 

 

 

물론 드럼의 박성진씨와 기타의 찰리 정씨도 성기문씨 못지 않게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재즈밴드는 결국 실력되는 분들끼리 알아서들 잘 모이시니까요.

 

하몬드 오르간의 녹아내리는 듯한 음색이 빛을 발하는 블루스 계열의 음악을 연주할때면

기타의 찰리 정씨는 왠지 느낌이 에릭 클랩튼과 닮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아트피아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굉장히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라

약간 분위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성기문 트리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카고 재즈의 느낌과 사람 애간장을 사르르 녹이는 블루스의 진득한 음색이 느껴져서

허름한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들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이면 성기문씨 바로 앞에 마이크가 위치하는 바람에 제대로 찍어드리진 못했지만

이번 공연은 촬영보다 감상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오히려 촬영때문에 서 있는게 더 좋았습니다.

발을 들썩거리면서 리듬에 저절로 몸을 맡기게 되곤 했네요.

 

피아니스트 성기문씨는, 음악이 흥에 오르면 아주 폭발적인 연주를 들려주시기도 했는데

베이스 역할도 충분히 수행하는 하몬드 오르간에서는 훨씬 폭넓게 밴드를 어우르시더군요.

음악에 그리 식견이 있는건 아니지만, 성기문씨가 하몬드 오르간을 그렇게 좋아하신 이유는 충분히 알것 같습니다.

 

 

 

드럼의 박성진씨도,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아니 저런 플레이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 내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타, 드럼, 오르간만으로 이렇게 공연장이 꽉 찰 정도의 탄탄함을 보여주시니 감동일 따름이네요.

 

 

 

수성 아트피아의 빠방한 시스템으로 성기문씨의 공연을 들으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듭니다. 작년엔 혹시나 했는데 대구 재즈축제에 나오지 않으셔서 참 아쉬웠기 때문에.

시작부터 이렇게 사람 혼을 빼는 공연을 보여주시니, 다음 밴드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몬드 오르간이란게 그랜드 피아노 저리가랄 정도로 여간 비싼게 아니고, 무게도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서

공연하실때 이거 갖고 이동하는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로 안 무거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르간 뒤의 저 나무상자도 세트라서 말이죠.

저게 진공관 앰프라서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로 들 수 없을만큼 무겁습니다.

 

 

 

성기문씨 팬이라서 자동적으로 오르간 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긴 하지만

다른 세션들도 국내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계십니다.

 

사실 한국 재즈계가 너무 척박해서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것이지

친근하고 조용하게 관객들 근처에서 연주하시는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알게 모르게 활동중인곳이 한국이죠.

 

 

 

찰리 정씨의 기타 역시 성기문씨의 오르간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음색을 끊임없이 피로하고 계십니다.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연주 스타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에릭 클랩튼의 느낌이 계속 나는것 같네요.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인생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게 블루스라는 음악인데

하몬드 오르간과 묘하게 조합된 블루스풍의 재즈를 듣고 있으니, 모처럼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공연장 위의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찰리 정씨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한장 남겨봤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건 제 사진이라기 보다는 카메라에 잡힌 녀석을 그냥 보여드리는 것이니 이해를...

색감은 제가 알아서 흑백으로 변환해 봤습니다만.

 

 

 

이 밴드의 음악은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후회되지 않을만큼 훌륭합니다.

취향을 크게 타는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호소력이 있더군요.

 

 

 

딱히 활기차게 관객과 토크를 벌이진 않아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공연이 세 팀이니, 어제 생각하면 한 팀당 한시간 반씩 공연해도 관계는 없겠는데

아트피아 사정도 있고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죠. 곡이 하나하나 넘어가는게 점점 아쉬워 지더군요.

 

 

 

성기문씨쪽 조명 위치가 애매해서 잘 찍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노출을 한스탑 이상 줄이고 RAW 촬영후, 라이트룸에서 암부를 상당부분 끌어올려야 겨우 이런 사진이 나오네요.

노이즈 대마왕인 카메라지만 라이트룸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어지간하면 적당히 보정 가능합니다.

 

 

 

하몬드 오르간이 꽤나 특수한 악기라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성기문씨 팬이라서 자꾸 그쪽에 집중이 됩니다만

마지막 곡이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로 제 스타일에 딱 맞는 음악을 들려주셔서, 앵콜 한두곡은 더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피아노에서, 설명하기 힘든 그윽한 맛이 넘치는 하몬드 오르간으로 변신한 성기문씨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군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여기저기 공연을 찾아다니고 싶지만, 아직은 대구안에서 입안에 떠넣어 주는 밥만 먹고 있네요.

 

 

 

부디 다음 재즈축제에도 꼭 오셔서 멋진 연주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웠는데, 올해는 굉장히 흡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몬드 오르간 재즈를 라이브로 드는건 처음이라서 좋은 경험도 되었네요.

 

 

 

길고 길었던 23일 공연도 드디어 끝이 다가오는군요.

이제껏 관람중 가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시는 관객분들이 꽤 있습니다.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를 보러 오셨는지, 간간히 일본어도 들리더군요.

 

전 22일날 'Art Factory 청춘'에서 이분들 공연을 봤습니다만, 그래도 한번 더 들어서 나쁠거 없죠.

아마 곡과 연주순서는 어제하고 똑같을 테니, '재즈계의 아이유'씨도 중반부터 다시 참가하실거라 예상합니다.

 

 

 

멤버들 전부 어제와는 다른 의상으로 출동하셨네요.

어제 공연은 아담한 까페에 어울리는 일상 복장이었다면, 오늘은 그래도 뭔가 제대로 차려입고 나오신 느낌입니다.

 

 

 

베이스의 타카세 히로시 씨는 트로피컬한 복장을 하고 오셨군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4시간 가까이 꾸준히 비내리는 날씨지만 저런 의상을 입고 나오니 조금 상쾌해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어제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친근했다면, 오늘은 좀 더 풍부한 장비빨로 시원시원한 소리가 나옵니다.

 

전날 들었던 곡이라 따라가기도 쉽고 훨씬 편안하게 감상이 가능하네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재즈 소비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호리 트리오는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고 막힘이 없습니다.

젊은 나이지만 20년 가까이 재즈 연주를 해 온 호리 씨라서 원숙미도 느껴지고 말이죠.

 

시작부터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곡을 들으니 마지막 공연까지 버텨왔던 피로감이 사라지는듯 합니다.

 

 

 

굉장히 가볍게 연주하는 듯하면서도 곡을 리드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만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에서도 이렇게 꽉 찬 음악이 나온다는건 놀랍더군요.

색소폰의 홍순달씨와 '재즈계의 아이유'씨가 일본에서 호리 씨와 친밀히 교류하고 있다는게 허언이 아닌 실력입니다.

 

 

 

진지한 표정 짓고 있을때는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연주 중에 자주 잘 웃으시는 타카세 씨입니다.

 

 

 

그러고보니 호리 씨는 박라온씨와 앨범도 낸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발매는 되지 않았다고 하시던데, 발매되면 구입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음악에서 그렇게 느껴집니다만, 이 트리오는 굉장히 쾌활한 분위기인것 같네요.

진중한 느낌보다는 조금씩 장난끼가 느껴진다고 할까. 듣고 있으면 기분이 밝아지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드럼의 우미노 슌스케씨도 신나게 두드려댑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분위기에 맞추는 느낌이죠. 테크닉에서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가끔씩 신나게 몸을 흔드시길래 약간 장노출로 잡아봤습니다.

카메라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어서 그나마 손각대로 잠시동안은 버틸 수 있었네요.

 

 

 

몇곡 끝나고 호리 씨가 다시 열심히 연습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십니다.

한두 단어 정도 완전히 반대되는 뜻을 사용하시기도 했지만, 한국 사람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더군요.

외국분들이 대부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도만 연습하는 반면 호리 씨는 꽤나 긴 문장을 연습해 오셨습니다.

 

박라온씨와 교류를 오래 했으니 조금 익숙해지신 걸까요. 아무튼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좋군요.

 

 

 

어김없이 라온씨와 홍순달씨가 참가해서 더욱 빵빵한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트리오만 연주할때는 활기가 넘치는데, 라온씨의 음색이 덧입혀 지고 나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네요.

홍순달씨의 색소폰도 들어본 분만 아는 그 독특한 음색으로, 트리오의 좀 전 연주와는 전혀 다른 색을 만들어 줍니다.

 

 

 

독도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영 좋지 않지만, 예술의 교류에는 그런 거 없어야 합니다.

협연관계에 있는 스미다 재즈 스트리트 쪽도 그런 정치적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재즈풍의 해석이 곁들여진 진도 아리랑을 맛깔나게 연주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일점이니 자연스레 라온씨에게 카메라가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사실 보컬이 서 있는 부분이 조명이 잘 들어오는 곳이라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파워보다는 서정적인 음색이 가득 느껴지는 라온씨의 목소리가 비오는 야외음악당에서 울려퍼지니

촬영하지 않을 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음을 음미하게 되곤 합니다.

 

 

 

 

다들 '재즈계의 아이유'에게 눈을 뺐겼군요?

근데 TV를 안보는 저로서는 3단 부스터라는 단어는 알아도 정작 아이유씨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니.

 

 

 

메인스트림 밴드 공연시에 사용했던 비눗방울 제조기가 다시 가동되었습니다.

비때문에 바닥이 젖어있어서 그런지 방울들이 땅에 떨어져도 한참동안 터지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흩날리는 방울은 못잡겠고 해서, 은은히 지면을 굴러다니는 녀석들을 잡아봤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라온씨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장식합니다.

이틀간 연이어 들으니 음악도 귀에 잘 들어오네요.

 

 

 

4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촬영을 하고 있으니 이젠 판초우의가 있으나 없으나한 상황이고

요즘 카메라에 비하면 꽤나 무거운 녀석이라서 슬슬 손이 떨려오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듣는 라이브라는게 사실 더 흥이 나는 편이죠.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도, 마지막 공연까지 꾸준히 기다리시느라 꽤 힘드셨을텐데

5일간의 재즈 축제중 가장 길었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만큼 충분히 보람있었을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단순히 기교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홍순달씨의 독특한 색소폰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힘을 빼고 나긋하게 부는 것 같아도, 라온씨의 목소리에 뒤지지도 않고 앞서지도 않는 밸런스를 보여주시네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석엔 정말 드문드문 사람들이 남아있었지만

박수소리는 변함없이 우렁차더군요. 지금까지 버티고 계신 분들이라면 뭐 정말 매니아중의 매니아니까요.

 

오늘 참가하신 분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뒷풀이라도 하실 수 있을지 좀 걱정은 되더군요.

자원봉사팀 쟈스지기 분들도 최악의 환경에서 열심히 뛰어다니시고, 마지막 뒷정리까지 착착 하십니다.

5년째를 맞는 이 축제도 쟈스지기 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진행될 수 없었겠죠.

 

단지 열의가 너무 앞선 탓인지, 공연장 바로 앞에서 공연중에도 너무 큰소리로 관객들 안내하는건 조금 자제를 해 주시는게?

우의 나눠드린다고 그러긴 했지만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로 안내를 하시길래 약간 당황했습니다.

다음엔 동선을 잘 파악해서 관객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눠드리는게 좋을 것 같더군요.

 

작년에 비해서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마친 보람은 충분했던 여름밤이었습니다.

 

 

 

이번 대구 재즈축제 기간중 가장 장시간 공연 + 비맞아가면서 야외공연이라서

참가자분이나 자원봉사팀 쟈스지기분들이나 관객분들이나 어렵지만 꿋꿋히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이번 공연은 재즈 플루티스트 김은미씨가 이끄는 '김은미 재즈밴드' 가 맡아주셨습니다.

재즈밴드에 플룻이 들어가는건 꽤나 레어한 일인데요.

김은미씨는 작년 대구 재즈축제에서 'Standard Jazz Quintet' 이라는 밴드로 신비로운 재즈 플룻을 선보이신 적이 있죠.

 

이번엔 멤버들이 많이 바뀐것 같은데, 재즈에서는 이렇게 뭉쳤다 나눴다 하는게 흔한 일이라서.

 

 

 

작년 'Standard Jazz Quintet' 팀에서는 여성분이 피아노를 맡아주셨는데

올해는 오영준씨께서 멋진 연주를 선보여 주셨습니다.

SJQ 팀에 비해서는 보컬이 빠지고 기타와 테너 색소폰이 추가되었군요.

 

 

 

굉장히 서정적으로 생기신 드럼 분.

찍고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단독 사진에서 전부 눈 감은 모습만 찍혀있더군요.

뭔가 좀 죄송한 느낌이 듭니다.

 

플룻이 메인이 되는 재즈밴드라는건 굉장히 독특한데요.

다른 파트들도 플룻의 이미지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러운 조화를 보여주십니다.

 

 

 

제가 관악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플룻 소리도 참 좋아하는데

플룻이 재즈와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죠.

재즈의 거장 존 콜트레인같은 색소포니스트가 플룻으로도 연주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흔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특히 플룻이라는 악기가 길들이기 보통 힘든 녀석이 아닌데, 자유분방한 기교가 필요한 재즈에 사용한다는 건

상당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내기는 쉬워도 연주하기는 어려운 악기라는 별명도 있으니.

 

재즈 견식이 짧아서 실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관악기의 왕이라 불리는 오보에를 재즈에 사용하는 분만 만나면 되겠네요.

 

 

 

테너 색소폰을 맡으신 신명섭씨는 꽤나 절재된 연주를 보여주십니다.

여러 밴드들이 촉박한 시간에 공연을 하다 보니 음향장비 세팅이 잘못될 때가 많아서

이번 공연에도 테너 색소폰쪽에 뭔가 문제가 좀 있었던 듯 하더군요.

 

플룻과 테너 색소폰의 협연이라,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플룻이 물론 여성스러운 악기이긴 하지만

숙달된 플루티스트의 손을 거친 소리는, 천성적으로 음역대가 고르지 않은 문제점을 모두 극복하고

오리지날 재즈가 갖추고 있는 야성적인 면까지 표현하는데 모자람이 없습니다.

 

작년에 비해 살도 좀 빠지신 듯한 김은미씨의 신들린 연주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섬세하기 짝이없는 플룻으로 이렇게 열정적인 그루브를 선사해 주십니다.

 

 

 

기타와 베이스분은 수많은 장비와 앞쪽 사람들로 인해 사진 담아드리기가 힘들군요.

간신히 한장 건져서 올려봅니다.

 

음악과는 별개로 팀원 전체적으로 자기주장없이 차분하게 연주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라서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예전처럼 곡 끝나고 잡담도 좀 돌리고, 멤버소개도 재밌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텐데.

이번 야외음악당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날씨와 시간의 문제였죠.

 

 

 

다른 밴드에 비해 솔로파트의 비중도 많이 적은 편이고 플룻과의 조화로움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한 느낌이라서

묘한 매력은 철철 넘치지만 피로가 쌓여가는 관객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었습니다.

 

이럴때는 하염없이 비내리는 하늘이 조금 야속하기도 하더군요.

전 라이브로 정말 듣기 힘든 플룻 재즈를 듣는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긴 했지만.

 

 

 

요즘엔 악보를 타블렛이나 휴대폰에 넣어서 보는게 유행인가 봅니다.

좀 전의 브로큰 타임 피아노분도 아이패드인 듯한 녀석으로 악보를 보시던데.

 

 

 

 

멤버들 모두 섬세한 성격이라는게 음악에서 풍겨져 나오는 듯 합니다.

테너 색소폰이라면, 작정하고 쳐 올라간다면 굉장한 장악력을 보여주는 파트인데도

조금씩 기대를 하며 들어봐도 결국 그런 느낌은 없이 맡은 부분에 충실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펑키한 재즈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부류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재즈는 멤버들간의 개성을 즐기는 방법도 중요하니까

다음에는 좀 더 개성을 드러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재즈축제가 시작된지도 벌써 2시간 30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해서 점점 피로에 지쳐가시는 분들도 많을 듯 하네요.

전 판초우의 입고 이게 땀인지 비인지 모른 채 젖어가면서 촬영하느라 바쁩니다.

 

이번 공연은 아메리칸 재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유럽 재즈의 진주를 들려주시는 브로큰 타임이 맡아주셨습니다.

미국 태생의 재즈라는 장르는 술과 마약, 윤락으로 가득찬 뉴올리언스의 밑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난 음악이지만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별로 특색을 보이며 정착하는, 적응성이 매우 강한 녀석이라서 다양한 매력이 있죠.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모토중 하나가 '알려진 뮤지션뿐 아니라 알려져야 할 뮤지션도 함께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대구지역에서 재즈를 들어오신 분들에게는 나름 친숙한 그룹인 브로큰 타임의 경우 그 취지에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바로 전 공연인 메인스트림이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여 주셨다면

이번 브로큰 타임은, 이런 큰 공연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해석의 음악을 피로합니다.

 

 

 

 

게스트로 참가해주신 Joep van Rhijn 씨의 색깔이 많이 입혀져서 더욱 독특한 음악을 선보여 주시는군요.

한국어로 '윱 반 립'이라고 읽는 듯 합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트럼페터로, 놀랍게도 저보다 어린 분이십니다.

 

격정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의 미국 재즈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데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화로운 음률을 중시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메인스트림 밴드가 워낙 활기넘치고 강렬한 음악을 들려줘서,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지금 관객들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팀의 리더인 색소폰 홍정수씨와의 듀엣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플레이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이렇게 색깔이 다른 분들이 멋진 화음을 연출해 주시는 모습은 왠지 흐뭇하네요.

 

 

 

 

이 팀에서 가장 다채로운 표정변화를 보여주시는 베이스 장진호씨입니다.

역시 팀에 한두분 쯤 이렇게 멋진 표정을 보여주시는 분이 있어야 라이브 재즈를 즐기는 보람도 있죠.

 

 

 

 

유럽 재즈는 그닥 들어보질 않아서 이번 연주만으로 뭐라고 설명하기는 참 난감하지만

재즈라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당연히 같은 길을 가고 있어도

미국 재즈에 비해서 잘 짜여져 있다고 할까, 미국 클래식 재즈와는 다른 의미의 클래시컬함이 느껴집니다.

 

과장되지 않고 정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퍼커션의 김남훈씨는, 배포된 팜플렛에 드럼이라고 적혀버리셨군요.

실제 드럼인 최권호씨는 아예 이름이 지워져 버려서, 브로큰 타임 소개에는 4명만 적혀있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5회째를 맞이하는 대구 재즈축제인데, 이런 치명적인 미스를 범하는 건 아쉽습니다.

디자인에 신경쓰는것도 좋지만 관객들이 바라는 건 플레이어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죠.

 

 

 

이어지는 곡들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분위기를 계속 내주고 있어서

부드러운 곡 하나 -> 신나는 곡 하나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식보다 좀 더 진지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종이악보가 놓여있던 곳에는 아이패드틱해 보이는 무언가가 놓여있군요?

 

타블렛들이 실생활에 적절히 활용되는 모습입니다. 바람이 심했는데 이녀석은 휘날릴 걱정도 업네요.

 

 

 

메인스트림 밴드의 공연에 맥주가 필요했다면

이번 브로큰 타임의 공연에는 따뜻한 드립커피 한잔이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왠지 흩날리는 빗방울 속에서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군요.

 

Joep van Rhijn 씨의 트럼펫은 과장되지 않은 정직성이 느껴져서 편안해집니다.

 

 

 

중앙부 관객석은 예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각종 장비때문에 천막을 칠 수 없었는데도

많은 관객들이 우의와 우산으로 비를 커버하면서 그곳에 앉아 음악을 감상중입니다.

 

역시 재즈 매니아들이란 이래야죠. 저 역시 카메라 촬영이 없었다면 그냥 우의에 우산 쓰고 저기 앉아 있었을 듯.

 

 

 

테너 색소와 트럼펫의 조화가 이렇게 감칠맛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데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전부 양념같은건 치지 않고 우직하게 나가보자는 느낌이 드는 제대로 된 하모니를 들려주십니다.

 

트럼펫이 좀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Joep van Rhijn 씨의 표정변화가 별로 없어서

중간중간 베이스 장진호씨의 다채로운 표정을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더군요.

 

 

 

이제껏 찍어드릴 찬스가 생기지 않았는데

솔로파트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조명빨을 받은 드럼의 최권호씨가 그 날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역시 솔로파트에서 제일 시원한 박수를 받는 쪽은 이 드럼이죠.

마음껏 후려치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시간적으로 부족한 건지, 제대로 된 무대인사는 건너뛰고 간략하게 인사만 한 후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는군요.

저야 뭐 새벽까지 밴드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음악 감상해도 관계는 없지만

워낙 많은 팀이 공연하는 날이어서 시간배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 공연때는 각 그룹별로 토크타임을 따로 배정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