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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20  대마도 - 이즈하라 3편 4
  2. 2015.04.13  대마도 - 이즈하라 2편 5

 

돌아가는 길에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다들 새롭다. 지나칠 만한 일상적인 모습이라도 일본틱한 분위기를 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뭘 심어놔도 무럭무럭 자라는 곳인지 눈을 두는 곳 어디든 잔잔한 녹색이 인공미와 조화되어 푸근한 인상을 준다.

대마도는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라 느긋해 보이는 마을 풍경에 비해 자가용이 많이 보이고, 꽤나 인상적인 녀석들도 있다.

 

아무리 널널한 곳이라도 일본은 자동차 구입시 반드시 주차공간 확보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에 불법주차해 놓은 차를 구경하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법령이지만 이미 늦기도 너무 늦었고 시민의식은 아예 시작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니 아쉬울 따름.

 

 

 

민가 바로 뒤편에는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뒤편에 언덕이나 산이 위치한 마을에서는 이렇게 방풍림 대용으로 대나무숲이 울창한 곳이 많다.

워낙 잘 자라기도 하고 필요할 때 죽순도 금방금방 캐 먹을 수 있고 꽃도 거의 피지 않는 특성상 키우기가 매우 용이하다.

 

삼나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엔 화분증으로 고생하는 바람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데

대나무는 꽃이 거의 피지도 않고 한번 피더라도 숲의 모든 대나무가 일시에 꽃을 피우고 일시에 져 버리는 특성상

마을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녀석이다. 일시에 꽃을 피우는 것은 애초에 대나무 뿌리가 거의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

 

 

 

팻말이 썩어가는 모습이 조금 위태위태하지만 보기는 참 좋다.

물이 오염되어 있으면 잎 색깔도 탁하고 덩쿨 주변에 눈으로 보기 괴로울 정도의 진딧물이 바글바글한데

이곳은 꽤나 깔끔한 편이다. 애초에 오염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곳인데다가 깔끔하기로는 유명한 사람들이다 보니.

 

관광지는 거의 문을 닫은 6시 즈음이지만 여전히 햇살은 사진을 찍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좀처럼 발걸음이 빨라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 배를 타고 와서 멀미가 심하진 않았지만 항구에서부터 고생을 하다 보니 첫날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을 주변의 꽃과 나무들을 찍으며 걷다 보니 슬슬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광이라면 본인 입장에서 정말 볼 것 없는 곳이지만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조용한 마을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름모를 수줍은 꽃을 보는 것만으로

여행 하루차를 즐겁게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

 

 

 

분명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점점 자연에 먹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바로 옆이 산이다 보니 얘네들을 죽지 않게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늦기전에 끊임없이 정리를 해 줘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할 듯 하다.

온통 녹색 물결로 덮혀 있어도 뭔가를 키우고는 싶은지 계단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담긴 화분이 줄지어 서 있다.

 

 

 

다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본에서 본 시골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집 치장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콘크리트로 떡칠된 도시보다 애초에 더 아름다운 곳이지만서도 소소한 곳에 공을 들여 꾸미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동안 신세를 졌던 나가노의 산속 깊은 마을 키소에서도 집 앞에 유럽이 기원인 듯한 난쟁이 인형 도자기를 문 옆에 놓아두고 있었고.

지금 나에게나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나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 저 조그마한 장식품 안에 들어있을 듯 하다.

 

 

 

일본의 3대 편의점이 하나도 없는 시골 섬마을이지만 도회지 못지 않게 차량을 꾸미려는 욕구는 강렬한가 보다.

자동차에 스티커 붙이는 건 대도시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편인데.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자동차 전체에 붙이고 다니는 매니아로 발전할 수도 있을 듯.

매니아 문화에 관대한 일본에서도 그런 차들을 보고 있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이타샤(痛車)라 부를 정도인데

설마 이곳 대마도에 그 정도 자동차까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밖에서 보는 산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로 높은 거목들이 즐비하지만 그것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쭉쭉 뻗은 대나무들도 참 장관이다.

 

애초에 대나무는 나무라고 부를수도 없는 것이, 목본성이 아니라 초본성 식물이라서 사실 우리가 보는 기둥 부분은 전부 풀이기 때문.

그럼에도 하루에 십수 센티미터씩 쑥쑥 자라는 엄청난 생명력을 보여 주니 여러가지로 묘한 녀석이다.

 

유치원 가기도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한 그림책에서는 대나무의 텅 빈 속을 이용해 물총을 만드는 방법이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여서 한참 동안 그걸 만들어 물놀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곤 했었다.

불행히도 주변에 대나무 따윈 보기도 힘든 도심 한복판에서 자라다 보니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런 곳이라면 대나무 물총 쯤은 다들 한 번씩 손에 쥐어보는 것일까.

 

 

 

문을 작고 아담하게 만드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밀집지역 주택은 거의 대부분 이런 일본식 건축 방식을 따라 대문이 매우 작았다.

언덕 위의 부자들 집은 자동차가 들어갈 정도의 거대한 검은 철문이 위쪽의 뾰족한 창살과 어울려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줬었고.

 

어릴 적엔 제주도의 미덕을 들먹이며 도둑이 없었기에 대문도 없다는 식의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꼭 그렇다기 보다는 수백년 전 부터의 건축 양식 차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애초에 마당있는 집이라는 개념은 일본에 정착된 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으니까.

 

 

 

얼마 걷지 않아 다시 이즈하라 시내로 진입한다. 저녁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며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대마도 특산인 오징어와 톳을 패티에 섞은 '츠시마 버거'라는 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 가게를 찾아봤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일본의 햄버거 하나로 배를 채우기는 무리지만.

 

토박이라면 몰라도 홀로 여행자가 뭔가 특출난 식사를 즐기기엔 힘든 곳이라 그냥 쇼핑몰 티아라 안에서 적당히 골라서 숙소로 가지고 가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을 사용하면 경비도 절약할 수 있으니 배를 채우는 데는 문제 없을 듯.

 

골목 안에서 조그만 놀이터를 보고 여느때처럼 직업병(?)이 도진다.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훌륭한 숙박지가 되었을 텐데.

 

 

 

골목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살짝 기분이 나빠지는 가게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마토쿠 쿠폰 가맹점이라고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이 조그만 서양식 바는 한국인 사절이라는 단어도 당당하게 문 앞에 걸어놓았다.

내부를 슬쩍 보니 나무로 된 카운터에 아기자기한 깃발과 뱃지들이 벽에 걸려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인데

그래서인지 선전 간판도 영어로 적혀있는 것이 나름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는 듯 하다.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일본의 인기 게임인 몬스터 헌터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적은 것 까지는 센스를 느낄 수 있는데

한국인 사절이라는 팻말을 걸 정도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등산복 입은 중년층 이상 단체 관광객들이 이런 곳에 들어가기나 할까 싶은데.

 

그냥 주인이 혐한론자라서 이유도 없이 사절하는 것인지, 예전에 크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그러는 것인지

이 곳의 역사를 알 리 없는 본인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기분이 편하지는 않다.

 

 

 

버드나무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개천을 다리 위에서 감상하며 처음 출발지로 다시 돌아온다.

정말 깡촌중의 깡촌이 아닌 이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파칭코 가게도 도시의 그것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 상대로 하는 가게들은 벌써부터 문을 닫고 길거리는 점점 한산해진다.

 

한적한 곳이기는 한데 관광객이 한꺼번에 많이 오면 이 곳은 왠지 소화불량에 걸린 것 처럼 어색해 진다.

굳이 같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없는 조용한 곳을 항상 추구하며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인적이 없는 다리 위에서 조용히 서 있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할 수 있을 듯.

 

 

 

다리 위엔 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대마도의 특징을 나타내는 그림도 새겨져 있다.

왼쪽의 츠시마 삵은 10만년쯤 전에 이곳이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을 당시 건너온 녀석이라고 하는데

섬에 사는 삵이 그렇듯 이쪽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 실제로 여행중 야생 삵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인지도로 친다면 20만년도 전에 격리되어 완전히 분화된 오키나와의 이리오모테 섬에 서식하는 삵이 유명한데

이곳도 일단은 종 분화가 일어난 아종 삵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녀석이긴 하다.

 

 

 

 

자국에서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곳이다보니 한국인들을 위해 이런 그림도 박아놓았다.

실제로 강점기 시절에는 당일치기 놀러갈 때 후쿠오카보다 부산쪽으로 훨씬 많이 가기도 했다.

멀리 보자면 조선시대 때도 후쿠오카쪽보다는 조선쪽과 무역규모가 컸고.

 

잘사는 나라가 그런 면이 없잖아 있지만 일본도 최근 한국과 중국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주변국에 대해 굉장히 무지한 편이었다.

심지어 2010년 일본에서도 나를 보고

'지금 북한하고 휴전중인데 한국 놀러가도 되나?' 라던가 '한국인들 상당수가 일본인 보면 두들겨 팬다고 들었는데' 라는 말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의 일베나 디씨같은 쓰레기 집합장에서 나오는 말과 비슷하게 '한국에 가면 강간당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소문 정도는 꾸준히 나도니까.

물론 한국이 과하게 안전불감증인 것처럼 일본이 해외 여행에 겁을 좀 먹는 성격이기도 하니 정말 순수하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으로 알려줄 뿐이지만.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저녁장을 보기 전에 모스버거로 들어간다.

딱히 버거가 땡겨서는 아니지만 생각해 놓았던 츠시마 버거를 먹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도 했고, 편의점도 없는 이곳에 무려 모스버거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해서.

 

50대 중반 혹은 6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 확실히 대마도의 인구는 심각한 고령사회이긴 한데.

모스버거는 주문을 받고 나서 패티를 굽기 때문에 확실히 다른 버거에 비해서는 좀 더 따끈하고 폭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진한 토마토 소스와 싱싱한 양파는 이 코딱지만하면서도 비싼 모스버거를 그래도 완전히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재료.

 

특히 요즘 점점 말라 비틀어져가는 타 회사들에 비해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두툼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일본에서는 감자튀김을 선택해도 캐첩이 기본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번 추가를 해야 하는게 조금 귀찮지만

일회용 비닐주머니에 담겨져 어디 부어서 찍어먹기 참 난감한 한국에 비해 반드시 제대로 된 접시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마음에 확 와닿는 일정이 아니라서 일기를 그렇게까지 길게 쓰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햄버거와 함께 여행의 기록 남기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터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바로 옆 티아라 식품관으로 향한다.

대마도쯤 되는 곳에 이런 복합쇼핑몰이 들어서 있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편중을 생각할 때 그렇게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는데는 또 이만한 곳이 없으니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츠시마 삵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은지 158일째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실 대마도의 분위기라는 게 워낙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보니 158째 사고가 없었다는 게 신기하기는 커녕

159일 전에는 삵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긴 하다.

 

물론 인명사고와 달리 고양이과 동물은 자동차같은 빠른 물체와 조우했을 때 일단 상대를 확인하는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는 습성이 있어서

사람보다 훨씬 빈번하게 로드킬이 일어나다 보니 저 정도 기록도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시마토쿠 쿠폰은 1천엔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1천엔 이하의 물건에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뭐가 어찌됐든 1천엔 이상 먹거리를 사야 한다. 컵라면이나 과자 따위로는 방금 전 모스버거까지 먹었던 본인으로서 조금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비싸다 싶은 것들을 골라본다. 이미 관광객들이 한바탕 쓸어간 탓인지 왠만한 즉석요리 코너는 텅텅 비어있는 상황.

 

닭꼬치 한 접시와 초밥, 음료수를 구입하니 1500엔 조금 넘게 나온다. 시마토쿠 한 장과 잔돈으로 계산하고 나니 조금 뿌듯하다.

일단 5천엔을 주고 6천엔짜리 쿠폰북을 샀으니 이럴 때 계산하면 이득 본 듯한 느낌.

아무래도 티아라 쇼핑몰은 이즈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물가가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쿠폰의 묘한 매력 때문에 이것저것 쓸어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짐에 틀림없을 것이다.

 

시력이 나쁘지도 않지만 내 방 PC 모니터의 절반도 안되는 아날로그 TV를 실눈으로 간신히 쳐다보면서 느긋하게 닭꼬치와 초밥을 흡입한다.

대마도는 거리상 후쿠오카와 가깝지만 특이하게도 나가사키현에 소속되어 있어서 TV 방송도 기준 물가도 모두 나가사키를 따라간다.

 

TV가 작아서 좀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방송이 몇개 나왔다.

20대 중후반의 젊은 시계 장인이 만들어내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의 초정밀 기계시계를 만드는 다큐였는데

본인의 손톱 끝보다도 작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조립해가는 광경은 마치 신적인 존재가 우주 하나를 탄생시키는 모습처럼 보인다.

시계엔 관심이 없지만 장인들의 노력과 신기에 가까운 솜씨만큼은 TV를 쳐다보는데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이불과 배게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에 기분좋게 잠들기는 참 어려웠지만 어쨌든 여행은 여행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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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느끼고 싶은 일본적인 특색이 무엇일까.

일반적인 한국인과 비교하면 일본과 많이 친숙하다 보니 이제 슬슬 타국 여행에서 바라는 무엇인가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이라도 쿠라시키 등 일본적인 특징이 확연히 남아있는 곳에 간다면 눈이 즐겁겠지만

이곳 대마도의 이즈하라는 일본이라 느끼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평범한 곳이다보니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다.

 

사진을 담으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작은 바닷마을이 그래도 관광객을 위한 여러가지 소소한 치장을 한 깔끔한 곳이라는 특징 정도가

내가 지금 외국 여행중이구나 하는 마음속 위치를 다잡아주는 요소인 듯 하다.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날벌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음과 동시에 형이상학적 존재에 대한 열망 등을 불러일으키는 시적 존재라지만

그런 짓을 하는 건 벌레 뿐만이 아닌 듯 하다. 저 높이 다리 위에서 멀쩡히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이 기어코 다리 밑으로 가지를 뻗어

결국에는 그 몸을 담궈 죽어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마을을 가로지르는 이 물은 담수인지 해수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높이를 생각했을 때 소금이 안 섞여있지는 않을 법 하다.

물론 소금물이든 맹물이든 저렇게 물 속까지 가지를 뻗어버린다면 어느 쪽이든 살아남긴 어렵다.

 

마지막 남은 것인지 남들보다 먼저 핀 것인지 멀리서 당겨찍은 사진으로는 분간이 어려운 꽃 한송이가

수면이 올라옴직한 높이 아슬아슬하게 피어 있다. 물 속으로 전진하는 나뭇가지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저 물과 만나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 하나만으로 중력에 순응한 것인지. 그렇다고 해도 그건 제삼자가 어리석다고 비웃을 일은 결코 아니다.

 

 

 

골목을 조금 지나면 이곳 이즈하라에서 가장 큰 도로가 나온다. 호텔다운 호텔도 그 부근에 있을까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은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눈 가는데로 카메라 셔터를 놓지 않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참 태평스럽다.

 

거진 깡촌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낡고 조그만 집들이지만 가끔 꽤나 깔끔하고 덩치가 큰 녀석들도 보인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주택은 아니고 어떤 용도를 가진 건축물이지만, 단정한 돌담 사이사이에 아름답게 흔적을 남긴 나뭇가지가 운치를 더해준다.

제주도의 돌담은 장인 수준의 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흉내도 내지 못할 자연 미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데

조금 밋밋한 사각형 바위가 잃어버리기 부드러움을 매꿔주듯 자라난 나뭇가지들이 나름 멋을 내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언뜻 보기에 이즈하라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호텔로 들어가 빈 방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만실이란다.

혹시나 했지만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니 좀 곤혹스럽다. 프론트의 할머니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은 손님들이 정말 많이 왔다고 하신다.

하긴 오늘 하루만 한국에서 2만명이나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했지만.

 

부산에서 대마도로는 남쪽의 이즈하라, 북쪽의 히타카츠 두 군데 선착장에 도달하니 반을 뚝 자른다고 해도 이 조그마한 마을에 약 1만명의 관광객이 돌아다니고 있는 셈.

자전거를 들고 단체로 탑승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많이많이 줄인다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 감당하기 쉬운 수는 아니다.

 

이제는 괜찮은 호텔도 필요없으니 왔던길을 돌아가서 허름해 보이는 호텔로 무작정 들어간다.

바닷바람과 햇빛에 그을린 아저씨가 프론트에 서 있는 호텔로 들어가 빈 방을 물어본다.

무슨 일인지 한동안 고민하던 아저씨는 내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할 즈음 '딱 하나 남아있긴 하다'고 말해 준다.

뭣 때문에 그렇게 망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텔 경영 방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다.

 

1층 로비가 내 방보다 더 작은 호텔이지만 1박 요금이 6천엔이라고 한다. 도쿄 한가운데서도 6천엔이면 왠만한 비지니스 호텔은 다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은 앞서 언급한 시마토쿠 쿠폰을 거진 구입하는 편이고 숙박업소는 대부분 쿠폰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6천엔보다 싸게 묵을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금 자체를 그런 사정에 맞춰서 높게 잡아놓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썩 달갑진 않지만 어쨌든 노숙은 면했으니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일본에서 1년간 자전거 여행을 하며 1주일에 한 번은 호텔로 들어간 본인 입장에서 이 가격에 이런 방은 처음 본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10인치쯤 되는 아날로그 TV에 냉장고 따위는 없이 얼음물이 담긴 보온병 하나.

 

침대에서는 노숙자라도 묵다가 방금 뛰쳐나갔는지 심히 역겨운 노폐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지하게 이 정도라면 며칠동안 시트를 갈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더운 날씨다 보니 그래도 에어콘만은 달려있는 게 반갑기는 하다. 에어콘 없는 숙박시설도 많이 가 봤으니 그래도 이 정도라면.

 

 

 

대마도쪽 숙박시설이 좋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물론 단제로 오거나 자금을 넉넉하게 쓴다면야 꽤나 괜찮은 곳을 구할수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곳은 나같은 도보 여행자가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대마도는 관광 자원의 절대 다수가 한국인인지라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한국인 관광객이 딱 끊기자

이곳은 본토와는 관계없는 곳이라고 대마도 시장이 직접 부산을 찾아 여객선의 운항 재개를 요청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관계일수록 민족이 다른 두 나라의 뗄 수 없는 관계에서는 조금씩 갈등이 빚어나오게 마련.

한국 관광객의 추태에 진저리를 치는 주민도 있고, 본토 사람들 레벨까지 대접해 줄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많은 날에 오고싶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근래들어 최대 인원이 오는 날이 되다보니 여러가지로 심란하다.

호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달리 갈 곳도 없고, 호텔 사장 역시 나 하나쯤 없어봤자 이미 객실 회전율은 그를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사실 저 정도 수준에 머물 필요도 없이 텐트 쳐 놓고 누워 자는게 훨씬 편할 듯.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걸로 후회해 봤자 소용없으니 해가 지기전에 마을 구경이나 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선다.

일단은 이 곳이 이즈하라의 중심지. 이마트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의 슈퍼 '티아라'가 위치한 곳이다. 대마도의 유일한 현대식 쇼핑센터.

편의점도 없는 곳이지만 이 쇼핑센터에는 무려 모스버거가 입점해 있다.

 

 

 

물가는 확실히 싸고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저녁거리 푸짐하게 싸들고 돌아가기엔 충분한 곳.

1층 외곽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들어가 본다. 내일 니이(仁井)를 거쳐 히타카츠(比田勝)로 갈 예정인데

외국인 여행자는 1천엔에 버스 프리패스를 구입할 수 있으니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그냥 타면 3천엔이나 하니까 무조건 이득.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가 프리패스를 어떻게 구입하느냐고 묻자 40대를 조금 넘어보이는 여성이 친근하게 일어서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센터를 나와서 10m 정도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조그만 버스센터가 있는데 거기까지 함께 걸어가서 안내를 해 줬다.

이건 과잉 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나로서는 매우 고마울 따름. 친절한 사람은 역시 친절하구나 싶다.

 

 

 

프리패스를 구입 후 마음은 홀가분해 졌지만 사실 오늘 일정은 완전히 엉망이다.

대마도는 어쨌든 번화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관광지 중에서도 영업을 일찍 끝내기로 유명한 곳인데

여객선이 예고도 없이 2시간 넘게 지연되는 바람에 히즈하라에 도착하고 나니 여행할 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입장료는 내고 들어가 볼 만한 곳은 별로 없어도 이즈하라에 위치한 반쇼인(万松院)이라는 사찰은 한 번쯤 들어가 봄직 한데

개장시간이 6시 까지라 아무래도 재 시간에 도착은 어려울 법 하다. 지금 벌써 5시 반이 넘었으니까.

그래서 평소 하던대로 마을 풍경이나 담으며 산책 겸 반쇼인 쪽으로 걸어가 본다. 어차피 그러려고 온 것이니.

 

 

 

일본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돌로 엮어 만든 지붕'이 있는 가옥이 이곳 대마도에 남아있다는 말을 들어서

걷는 중간에 보인 관광안내센터에 들어가 물어보니 그건 이즈하라에는 없고 자동차로 1시간쯤 가야 하는 어느 마을에 있다고 한다.

단 3일간의 여행이고, 내일은 니이와 히타카츠로 가는 것만 4시간 넘게 소모될 터이니 아무래도 구경은 무리인 듯 하다.

 

대마도는 여행하려면 렌트카가 필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여행을 즐기려면 꼭 필요할 것 같다.

버스로는 이동성이 너무나 제한되고, 하루에 몇 코스 운행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4~5일간 느긋하게 시간 들일 곳도 아니고.

반쇼인으로 이동중에 뭔가 굉장한 대문이 보인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저곳을 많이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곁을 지나가며 '저 안에 덕혜옹주 기념비가 있대'라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 저기가 거긴가 싶었다.

혼란스러웠던 역사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덕혜옹주는 이곳의 번주인 소우 타케유키(宗武志)와 결혼하며 사실상 유배된 조선의 왕족.

결혼생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해지지만 유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녀는 결국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이 겹쳐 훗날 이혼까지 당하게 된다.

죽기 전 한국으로 돌아와 몽롱한 정신에도 창덕궁에 돌아왔을 때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눈물을 흘렸다고.

 

영화 '마지막 황제'도 그랬지만 부조리한 역사 속에 휘말려 불행한 인생을 보냈음에도 결국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진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 덕분에

그나마 아련하지만 마지막 위안을 얻고 떠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절대로 노리고 심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역사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수국을 보면 힘들었던 근대 한국의 애상이 떠오른다.

오세호 작가가 무려 일본에서 연재했던 만화의 제목이 '수국 아리랑'이어서 그런가.

실제로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국이 있긴 한데, 어차피 일본이 원산지이던 꽃을 개량한 것이라 별 의미는 없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저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본인은 비석에 관심이 없다.

어차피 한국인 관광객용으로 만들어 진 것인데다가 저 안에 있는 비석은 덕혜옹주와 소우 타케유키의 결혼기념비이기 때문에.

 

 

 

길을 쭈욱 걸어가면 끝에 반쇼인이 나온다. 어차피 들어가는 건 포기했으니 천천히 경치 구경이나 하며 걷는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크게 유명한 곳도 아니라 마을이 깔끔한 것도 아니고 그다지 볼거리도 없는 이즈하라지만

공장같은 거 없이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만큼은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 산책하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날씨가 시원한 편은 아니라 땀이 흐르긴 해도 햇살이 기분나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기는 신선하다.

자연의 건강상태는 흐르는 물 근처의 식물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저분한 하천 주위의 식물이 그렇게 힘겹고 흉하게 보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다.

이곳은 이렇게 걷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즈하라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대마도라는 섬 자체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제주도의 1/3이나 되는 크기라서 거진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실감나기 힘들기도 하고.

대부분이 산지라서 그런지 마을 주변의 초목들도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기본적으로 주변의 풀이나 나무들이 모두 만족스러울 만큼 싱싱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오염이 심한 도시에 인위적으로 박아놓은 조경수들과는 다른 느긋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걷다보니 아주 강력해 보이는 거미집을 볼 수 있었다.

보통 거미집 하면 생각나는 그런 모양과는 달리 상당히 빡빡하게 지어놓아서 철옹성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탱글탱글한 거미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손으로 잡기에는 좀 무서워 보인다.

 

며칠만에 지은 집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사람이 한동안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것도 충분히 볼거리니까.

 

 

 

자전거 여행 덕분에 매우 익숙해진 일본의 시골 풍경이지만

보통 대도시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생활감 넘치는 풍경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법 하다.

대마도가 일본인 쪽에서 봐도 굉장히 시골이라 외국인 입장이라면 도보로 이동 가능한 범위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반쇼인 쪽으로는 이미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시간이라 이 주변은 거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침부터 KTX 타랴 항구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랴 배멀미로 고생하랴 시끌벅적했던 터라 비로소 조금씩 여행의 위안을 얻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무슨 성터라는 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뭔가 재건공사 비슷한 것을 하고는 있을 듯 한데, 사실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이 돌무더기밖에 없다.

이곳 예산이 엄청 풍부하다면야 터를 중심으로 뭔가 세울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힘들 듯.

 

이곳 주민들도 나름 역사의 흔적을 다시 세워서 고장의 지표로 세우려고 노력을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울릉도보다도 한참 더 외진 곳이니 역사적으로도 크게 내세울 만한 흔적이 부족하긴 하다.

 

 

 

일단은 반쇼인에 도착하긴 했다. 역시 문은 굳게 닫혀있다.

마지막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 그룹이 차를 타고 이 곳을 빠져나가고 있다.

아쉬움은 없다. 어차피 대마도 여행은 뭔가를 보러 온 여행이 아니다.

 

이 곳만큼은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공을 들인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대마도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이었기에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저 대문도 1600년대 모모야마 양식으로 지어진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양식이다.

물론 화재로 여러 번 소실되었고 지금은 그냥 그 양식으로 재건해 놓은 것이지만.

 

 

 

대문 너머에는 대나무가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다.

실제로 이곳의 볼거리는 돌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번주들의 묘소 쪽에 서 있는 삼나무이지만

어차피 볼 수도 없고, 삼나무라 하면 마음의 고향 중 하나인 키소(木曽)에서 눈이 빠지도록 구경했으니 아쉽지는 않다.

 

초여름이라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폐관 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면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을 주욱 올라가면 대마도 번주였던 소우 가문의 묘소가 나온다.

돌계단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밤에 올라갈 수 있다면 더욱 분위기가 좋을 법 하다.

여행 첫날이 대게 그렇지만 배멀미에 고생하다 보니 체력도 많이 깎이고 해서

개장시간 내에 도착했더라도 여기를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을 해 봐야 하는 지경.

 

오히려 이렇게 폐장되고 나니 홀가분하게 사진이나 담고 마음에 남긴 것 없이 돌아갈 수 있을 듯 하다.

 

 

 

저 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사찰이 있고 조선통신사 유물도 전시해 놓았다고는 하는데

더 들어갈 수가 없으니 그냥 정겨운 풍경만 남기고 돌아선다.

 

일단 입장료를 받는 관광 명소인데, 앞에 위치한 건물이 너무나도 일반적인 주택의 분위기를 풍기기에

혹시 여기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냥 저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돌담 하나는 잘 지어 놓았다는 느낌이다.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일본은 나무의 종류와 형태가 한국과 많이 달라서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왼쪽 위에 보이는 삼나무는 일단 한국에 생식하지 않는 녀석이기도 하고, 저런 나무를 신성시한 일본은

한국보다 직선의 미를 살리려는 경향이 있어서 나름의 독특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한다.

결국 위로 거슬러 가다보면 미세한 자연 환경의 차이에서 그 민족의 문화 전체가 갈리는 것이니까.

 

반쇼인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푸르던 하늘이 식어가고 있다. 식어간다기 보다는 오히려 홍조를 띄우는 느낌이지만.

어차피 이 시간이면 딱히 더 찾아갈 곳도 없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건 언제나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된다.

아마 이런 곳보다 이즈하라 시내의 평범한 민가들에서 셔터를 누를 기회가 더 많으리라 확신하며 왔던 길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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