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면 나가보는 아파트 뒷마당입니다.
5월 중순쯤 되면 화려하게 색이 변해있겠지만
그때쯤이면 여기서 사진 찍을 여유는 없는고로
지금이라도 열심히 찍어줘야죠.


작년 초여름에 사진 찍으면서 느낀 거지만
화려하게 꽃들이 뭉쳐서 피어있으면
아무래도 색이 너무 강렬해서 제가 찍으려는 사진의 컨셉을 맞추기가 힘들더군요.

화면의 특정 부위에 의도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색의 대비가 확실한 녀석을 찍는게 도움이 됩니다.


뒷마당이라서 하루중 직사광선이 비칠 때가 얼마 되지 않는 고로
타이밍을 잘 맞추면 이렇게 빛이 따스해 보이는 녀석도 건질 수 있죠.


마음이 매말라서 그런지 좁아서 그런지
이렇게 새끼손가락 만한 녀석이 홀로 피어있는 모습을 담는게 마음에 듭니다.

마크로렌즈 같은걸 쓰면 화면 한가득 꽃모양을 담을 수 있지만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 한민족(?)답게 전 공간에 여유가 있는 꽃사진이 좋더군요.


너무 그런 사진만 찍으면 인간성에 의심을 받을까 싶어 이런 단체사진도 찍어줍니다.
못 보던 녀석인데 어느샌가 피어있군요. 파랑과 흰색의 조합은 제가 좋아하는 색이죠.


꽃사진을 찍을때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이렇게 여러가지 색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장면일 듯.
아직 갈색의 대지에 드문드문 솟아있는 이런 분위기가 역시 봄이라는 녀석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뭉쳐서 화려함을 발하는 꽃들은 사실 제 능력으로는 담기가 버거운 부류인데
그래서 가능한 한 색의 포화를 막는 방향으로 보정을 하곤 합니다.
꽃을 의도대로 담는 것도 역시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죠.

전 아직 그 수준까지는 올라가지 못한 관계로 보정할때 조금 머리를 싸맵니다.


이건 그닥 보정을 하지 않은 실사판(?)
꽃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크게 변하니까요.

봄이라고 해서 무조건 화려하거나 예쁘거나 하는 식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조금...
전 기본적으로 그렇게 밝은 성격은 아니라서.


사진의 감성을 계속계속 바뀌는 것이지만
요즘 저는 암부가 깊고 명암차가 뚜렷한 사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일부러 암부를 중점으로 찍으면 계조가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어떻게 찍은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이라고 정할수는 없으니
그냥 취향대로 담아내는게 가장 좋은 사진이겠죠.

카메라 장비사이트 같은 곳에서는 매일매일 카메라의 기계적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게 일과인데
그런 쪽에서 보면 제 보정 방식은 캐초보의 과도한 보정떡칠에 불과한 것일지도.


이런 구도도 마음에 들어요.
일부러 꺾은것도 아닌데 저렇게 경쟁하듯이 고개를 쑤욱 들이민 민들레 녀석이 앙증맞아서
어떻게든 두 녀석을 한 화면에 담아보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지금은 또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데
쨍한 날이 오면 한번 더 나가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