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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3.05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일본 워킹홀리데이 합격 22
  2. 2010.01.26  발자취 바톤을 받았습니다 6
  3. 2010.01.09  잠시 일본 다녀오겠습니다. 12
  4. 2009.12.31  새해엔 복 받을수 있을려나요? 6
  5. 2009.12.28  그렇긴 해 10
  6. 2009.10.05  히로시마 여행기 7편 - 미야지마, 신들의 섬 6

이번에 2년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오신 사하라 멤버 슈가님을 만나고 나서
항상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저도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기왕 신청 하려면 언어가 쉽게 통하는 일본으로 내 볼까 싶어

글 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딴 길로 새고싶은 마음으로 지난달에 한번 내 봤는데 말이죠.
보통 나이가 적을수록, 신청 횟수가 많을수록 합격률이 높아진다길래
올해가 신청가능한 마지막 나이 + 첫 번째 신청인 저는 그냥 되던말던 한 기분으로 신청을 해 봤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신청 이유도 그저 1년내내 일본을 자전거로 떠돌아 다니면 멋질 것 같다고 해 놨는데
심사하는 분이 저만큼 괴짜인지 덜컥 첫 번째 신청에서 합격되어 버렸네요.
올해는 뽑은 인원도 많이 늘였다고 하고, 일본이나 한국이나 워낙 불경기라 신청자가 적었을 수도 있을 듯.


암튼 전 딴 길로 빠지는거 하나는 참 잘해요.
지금 급한 건 이게 아닌데.

이러나저러나 조만간 여기를 한번 더 가볼 수 있겠군요.
자전거 여행도 한번 해봤겠다 이제 겁낼것도 없이 진짜 일본 끝에서 끝까지 한 바퀴 돌 수 있을 듯.

그 전에 돈이나 모아야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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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바톤을 받으신분은 발자취에 닉네임을 씁니다.

2. 받으신 질문에 예능이 아닌 다큐(?)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합니다.
    (단, 폭파나 패스 등은 불가능합니다 ㅋㅋ)

3. 다 쓰셨으면 다음에 바톤을 이어받으실 두분과 그 분들에게 해주실
   재미난(?) 질문 5개를 써주세요.

   (공통질문으로 해주셔도 좋구요, 아니면 따로 해주셔도 좋습니다.)

4. 각 질문 이외의 기본적인 양식은 꼭 지켜주세요 ^^


발자취

코코페리→Kyou→불법미인→초보→Ari.es→배치기→현 루→에카→루마누오→존스미스→건탱이→얄루카→신호등→키리네→MiLK→몽쉘→잉어→Crimson→케이온→흰우유→로라시아→HurudeRika→MEPI→차원이동자→네리아리→斧鉞액스→ENCZEL→M.T.I→SLA→visualvoyage~♪→악의축→SAS



악의축님께 생전 처음 받아보는 릴레이 발자취 바톤입니다.

적당히 폐쇄적인 블로그를 지향하는 곳이라 이런 바톤을 받아보는게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이어주신 바톤을 제 선에서 끊어버리는 것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간단히 작성해볼까 합니다.
사실은 바톤 받는것 보다 이어주는게 더 힘들었네요.
웹상에서나 현실에서나 인간관계는 상당히 좁은 편이라서...

그럼 악의축님이 저한테 궁금하신 점을 한번 읽어볼까요.

1. 블로그를 만드신 이유와 지구에 온 목적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ㅡㅡ;

블로그를 만들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푸념을 늘어놓을 만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계기라고 할 만한 건 아무래도 카메라 때문인 듯 합니다.
사하라 마라톤때의 사진을 보고, 그 곳의 인상을 강하게 남길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후
돈 좀 들여서 카메라를 샀으니 전시하고픈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물론 크게 비싸지 않은 똑딱이로 시작했지만, 한 번 재미들이면 푹 빠지는 성격이라
점점 장비에 욕심을 내게 되서 어느샌가 DSLR에도 손을 대는 참극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끄적거리고 싶었던 생각이나, 쉽게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정리를 풀어내는대도
이곳은 적당히 그 배설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지구에 온 목적은... 저희 부모님한테 물어보시는게 빠르겠지만
아마 인생을 즐기려고 온 게 아닐까요. 뭔가 해야한다는 사명감에 빠져있다면 전 아마 지구를 떠났을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MUST'라는 단어에 붙잡혀 사는 느낌이 강해서 그건 제 인생에서 빼고 싶네요.
목적에 얽매인 삶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지구별 전체에서 잘 나타나고 있죠.
전 문명의 발전과 문화의 발전을 가능한 한 분리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즐기고, 문화를 즐기고, 지구별을 즐기고 싶은 동시에 기술문명의 진보와는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마약같은 거라서.


2. 여행기들을 보면 일본여행의 전문가같은 느낌을 받곤 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일본의 최고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본 음식, 일본 사람, 모든 것이 다 포함 됩니다.)


어릴적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으니 일본문화와 친숙해지는건 당연했구요.
존경할 만한 친구가 일본에서 살다 온 녀석이라, 자연스럽게 그 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에서의 삶이 심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죠.
수 많은 외부 요인들을 일일이 설명하긴 힘들지만, 아마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일본에서 느꼈다고 하면 될 것 같네요.

일본에 처음 가 본건 중학교 2학년때였는데,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큰 차이 없겠지 싶어서 가 본 그곳은
어린 마음에 꽤나 다양한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은 극도로 부족한 땅덩어리에 질식할 듯 북적이면서도
최소한의 거리를 두고 공존하는 방법을 한국보다 능숙하게 터득한 것 같더군요.
답답해 보이는 빡빡한 규칙들과 일면 비굴하거나 과도하게 보이는 과잉 친절과 예의 차리기,
한국에서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저래가지고 인간미가 있겠냐고 반감을 표시했지만
저는 현대사회에 그만큼 적응 잘한 인종도 드물다고 감탄하는 편이었네요.

과도한 웅크림으로 인해 생겨나는 소통의 문제보다는
과도한 오지랖으로 인해 생겨나는 충돌의 문제가 현 시점에서는 더 큰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일본같은 국가는
특히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위태스러운 벼랑 위에서 달랑거리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공존하는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리에서의 흡연.
시골에서야 뭐라 하겠습니까만 대도시에서 길거리 흡연은 어디서나 민감한 사항이죠.
개인 재털이를 갖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어느 까페나 음식점에도 흡연석과 비흡연석이 나눠져 있고,
도보 여기저기에 흡연구역이 나눠져 있는 일본은 걸어다니며 흡연하는 보행자의 비율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끼리 씹어죽일듯이 싸워대는 한국에서는 그것을 단순히 '배려와 존중'만으로
사회적인 시스템이 지녀야 할 책임을 희석시켜벼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전부 인격수양을 충분히 쌓은 인종들도 아니고, 그게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 리가 없죠.
인간미, 정(情)을 들먹이기엔 현대 사회는 이미 충분히 고독한 공생체로 진화를 마쳤습니다.

개개인의 소통에 한정한다면 감성과 인덕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문제라도
시계장치의 태엽처럼 빡빡하게 얽힌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사회 전체의 부조리로 너무나 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그럴수도 있지'하면서 부당함을 자기합리화 시키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움츠린 고슴도치가 되는게 나아요.


3. 혹시 블로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그런게 있다면 소소한 자기 만족일 겁니다.
전 이 블로그를 철저하게 사적이면서도 허용 가능한 한에서만 자기를 드러내는데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 올라온 제 생활과 모습은 어디까지나 안면식 없는 타인에게 드러낼 만큼만 개방하고 있죠.
이런 Semiprivate 적인 공간의 활용이 제가 사회와 미약하게나마 소통하는 방법이랄까요.
그래서 실제로 저를 깊숙히까지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제 모습은 이곳의 모습과 다를겁니다.


반대로, 그런 공간이기 때문에 전 블로그를 통한 광고 수익이나, 방문자를 늘릴 홍보 등과는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어요.
집 안을 비유하자면 이 블로그는 가족이든 손님이든 앉아서 차를 마시는 차방과 비슷하죠.
제 방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차방에서는 누구나 방 안을 둘러볼 수 있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차를 팔진 않으니까요.


4. 앞으로도 사하라마라톤과 같은 도전이 계속되는지요? SAS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거창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분명 그런 여행은 계속될겁니다.
전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기까지 남들보다 느리고 느긋하게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일단 한번 흥미를 가지면 밑도끝도 없이 파고드는 성격이라서요.
대부분 그렇게 달아오른 흥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려서 그 뒤로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지만
여행에 대한 동경이 그렇게 식어 사라지기엔 제 인생이 모두 걸려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만큼 사람이 일생동안 즐기고 또 즐겨도 마르지 않는 즐거움이 여행과 독서라는게 제 지론이죠.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분명히 저를 여러가지 면에서 뒤흔들어 놓은 경험이었고
그 마음이 조금 식을만 할 무렵, 자전거로 달렸던 일본에서의 두 달간이 다시 불을 지핀 느낌이랄까요.
일상과 일상 사이의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서의 여행에 대해서는 롤프 포츠의 'Vegabonding'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이 안면 근육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편이라
멍하니 있다가 터무니 없는 말을 툭툭 내뱉는 인간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요... ㅡㅡ;
마음 속에 항상 모순에 대한 분노와 미성숙한 자신에 대한 경멸이 가스레인지 중불 정도로 적당히 끓고 있는 저한테는
일단 결심하고 떠나는 여행이 그런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소화제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다리는 쑤시고 세상 천지에 혼자 떨어져서 가끔 텐트를 때리는 바람 소리에도 고양이처럼 귀를 세우고
부들부들 공포에 떠는 나날이 계속되는 여행이지만, 제 인생을 즐기기엔 그게 딱 적당합니다.



5. 바톤을 넘겨준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축님의 블로그를 처음 보고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동료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친숙했습니다.
자전거 여행 때도, 가끔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와 눈이 마주칠 때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스침에도 서로를 향해 한 번 끄덕거리는 인사가
어느 때보다 반가운 그런 느낌이겠죠.

물론 세부적으로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나 개념이 많이 다를수도 있지만
일단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조금 더 친숙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것으로 축님의 집요한(?) 질문에는 적당히 답변해 드린것 같네요.
쓰고나서 보니 질문이 5개가 아닌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바톤을 넘기려니 그리 잘 알고 지내는 분들도 아니라서 조심스러워지는군요.
매몰차게 퇴짜를 당해도 어쩔 수 없으니, 발자취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일단 첫 번째 바톤은, 쓰시는 글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깊이가 느껴지는 Che's Cafe 주인장님께 돌립니다.
이 분도 여행가 기질이 다분하신데다, 책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감상을 짧지만 의미있게 풀어내는 분이라
멋진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1. 세계 여러곳을 두루두루 둘러보신것 같은데요, Ernestito님이 생각하시는 여행의 즐거움은?
2. 책은 보통 어떤 루트로 알게 되고, 즐겨 읽으시는 장르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3. 결혼하셔서 아이를 낳으실 예정이 있다면, 아이는 어떻게 자라나길 원하시는지?
4. 블로그상의 자신과 현실세계에서의 자신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까?
5. 훗날 개점하실 까페에서 손님들이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주세요. ^^



두 번째 바톤은 천상 여성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그래서 더욱 감미로운 잡담을 선사해 주시는 레이님께 돌리겠습니다.
받아주실려나 모르겠네요. ㅡㅡ;

1. 블로그 이전에도 글쓰기를 하신 적이 있나요?
2. 잡담보다는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성 or 이성 친구가 있으신지요?
3. 블로그에 글 쓰시는 방법은? 뭔가 메모등으로 정리를 하시나요 아니면 그냥 컴터에서 즉석으로 좌르륵 쓰시나요?
4. 좋아하는 영화 장르와 그 특징을 말씀해 주세요.
5. 남한테 정말 추천해도 손색없겠다 싶던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이런 거 해 본적이 없어서 질문도 뭔가 노곤하네요. ㅡㅡ;
발자취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슬금슬금 따라가 보기로 하겠습니다.
아~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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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숨기기 위한 다양한 여권들...


이라고 하면 견찰이 날아들지도 모르니. ㅡㅡ;
친구와 친구 동생분 가이드겸 겸사겸사해서 오사카로 잠시 날아갔다 올게요.
취향이 분명한 친구라 루트짜는데 크게 불편은 없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 볼만한 곳은 다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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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았던 한해였지만
그것마저도 저한텐 과분한 일상이었지 않나 싶네요.

복 받을 일은 한게 없어서 안 줘도 관계없지만...
누가 복을 준다면 로또 당첨 정도 될려나요.

새해엔 남한테 복을 줄 수 있을만한 인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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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베이 피어 39를 지났지
시간은 잘 기억이 안나고 이른 저녁이었어
빨간불에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탔어
주소는 긴가민가 했는데 맞긴 맞더군

택시기사가 바로 말하더라 '이딴 곳에 잘도 왔구려'
다짜고짜 말하길래 왜 그러냐고 묻자 '어디서 왔소?'
이야기를 하자 '그래 휴가 왔다고? 그럼 여기서 뭐 할건지 말해볼까?'

'하루종일 뒹굴면서 술이나 쳐마시겠지'
'당신네들 같은 관광객이 싫다우'
그가 말하길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 어디나 다 똑같은 인간들 뿐이고'
'옷도 똑같이 입잖아. 다른건 억양밖에 없구만'

'당신네들이 헤엄치는 바다에서 내 식사거리가 올라온다구'
'난 하루종일 택시나 몰면서 냉동생선이나 쳐먹고 살지'
'이제 돈만 밝히는 놈들 뿐이고 아티스트따윈 없어. 당신네들도 돈이나 더 벌려고 이짓 하는거 아냐'

'좋은 하루 보내슈'

그렇긴 해 :: 2009. 12. 28. 02:25 Grinder

무리를 해서있지 아침 8시가 될때까지 눈 한번 안뜨고 잘 잤다.
잘 잤다고 하기보단, 일어나니 몸이 피곤하고 머리가 좀 어지러운게, 피로의 조각들이 몸 여기저기에 널려있긴 했다.
덕분에 심야 프로그램들을 못봐서 좀 아쉽긴 하다. 여행와서 보는 TV는 또 각별한 맛이 있는데.

싸구려 호텔이라 공짜 조식도 없으니 9시 반이 될때까지 뒹굴뒹굴하다가 짐 챙겨서 호텔을 나왔다.
오늘은 한국에서 예약해놓은 호텔이 있으니 미리 짐 맡겨놓고 나올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히로시마 여행의 백미인 미야지마(宮島)로 갈 예정.
미야지마는 아마노 하시타테(天橋立), 마츠시마(松島)와 더불어 일본 3대 절경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
이 곳에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嚴島神社)와 오중탑(五重塔)는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그것들 보러 가는게 아니지만.

어제는 JR 전철을 탈 일이 많아서 프리패스 끊는게 오히려 손해였지만 오늘부터는 모든 교통수단을 히로덴 프리패스에 의존한다.

2일짜리 프리패스는 이틀간 히로덴과 미야지마행 마츠마에 기선(松前汽船), 그리고 미야지마 로프웨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가격은 2000엔.
히로덴은 한번 타는데 150엔, 마츠마에 기선은 편도 170엔, 로프웨이는 왕복 1800엔이니 이것들을 이용할 생각이면 무조건 프리패스를 추천.


그러한 프리패스에도 단점은 있으니, 이 미야지마라는 곳은 히로시마역에서 JR 전철로는 2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히로덴으로는 5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가격을 생각하면 프리패스를 끊은 시점에서 무조건 히로덴을 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다.
JR 프리패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러나 저러나 미야지마에서 로프웨이를 타려면 프리패스가 유리한것이 사실.
다른 자동차와 똑같이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했다가, 느긋하게 내리는 손님에게 돈을 받고 천천히 출발하는 히로덴을 타고 미야지마구치(宮島口)역에 내린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 곳에서 내리고, 사실 이곳은 히로덴 종점이라서 요금도 전철 내리면서가 아닌 개찰구 앞에서 정산한다.

내리자마자 미야지마행 배를 타러 간다.
이곳에서 미야지마까지는 배로 10분밖에 안떨어져 있지만 이권탓인지 JR에서 운영하는 JR 페리와  마츠마에 기선이 바로 옆에서 따로 운행되고 있다.
프리패스를 가진 사람은 마츠마에 기선 역시 맘대로 탈 수 있으므로 생각할 것도 없이 그쪽으로.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인지 미야지마행 기선은 10분에 한번씩 쉴새없이 왔다갔다하고, 걸리는 시간도 10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면 사실 게임 셋.
일부러 일요일을 피해서 온 미야지마였지만 지금이 일본의 골든위크라서 의미없는 몸부림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현기증이 생길 정도.


선착장 옆에서는 무슨 수상 경기장 같은게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뭔가가 트랙을 돌고 있다.


출발하자마자, 사실은 출발하기전에도 잘 보이는 미야지마.
특이하게도 좌석 앞에 미야지마 소개 영상을 틀어주는 TV도 있다. 그거 볼 시간이나 있을까.


기선들은 정말 쉴새없이 왔다갔다한다. 확대해보고 알았지만 기선들끼리 스쳐지나갈때는 서로서로 사진 찍는 장면이 많이 잡혔다.


드디어 일반 관광객다운 관광이 기다리고 있는 미야지마에 도착.
평범한 여행도 이쯤 되니 제법 마음이 들뜬다. 그런데 날씨가 꽤나 더워서 시작부터 조금 사기 저하.
선착장 앞에는 관광객을 마중나온 여관 차량도 있고, 지도와 가이드북을 뒤적이는 외국인들도 많다.


내가 미야지마에 온 이유 첫번째.
길거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이 사슴들을 보기 위해.

미야지마에 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고, 가장 먼저 익숙해지는 장면이다.
교토 근처의 나라(奈良)와 이곳의 사슴은 아무런 제약없이 돌아다니고 손님들을 갈취해 뜯어먹는 유명한 터줏대감들이다.
나라에서 먹이를 돈으로 주고 사도록 하는 바람에 관광객들에게 이골이 난 사슴들이 사람들을 덥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지만
이곳은 먹이 주는것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 사슴들보다는 조금 순한 편이다.

먹이주는걸 금지해서인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안내서까지 뺏어먹긴 하지만.


나라의 사슴들을 겪어봤다면 충분히 공감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사슴들은 꽤 무섭다. 순해보여도 힘도 세고 떼거지로 얼굴 들이밀면 힘약한 노약자나 여자는 나자빠질 정도.
이곳에서도 가끔씩 방심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서든 어택을 가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사진찍을 맛이 난다.
하지만 손안에 먹을게 없다는걸 알아차리는 순간 바로 무심하게 떠나버리므로 크게 걱정하진 말자.

손안에 먹을걸 들고 이런 벤치에 앉아있다면 당신 머리위에는 사조성이 빛나고 있으리라.


미야지마는 그리 큰 섬이 아니라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거의 없다.
세계문화유산인 이츠쿠시마 신사까지는 거의 일직선으로 길이 나 있어서 그냥 길따라 가기만 하면 만사 OK.


물론 중간엔 관광객을 쉽게 보내지 않으려는듯 오모테산도(表參道) 상점가가 포진하고 있다.
오모테산도라는 이름은 도쿄 하라쥬쿠(原宿)에도 있는데, 특정 지명은 아닌듯? 둘다 유명 상점가를 지칭하고 있다.


온갖 공예품과 특산품이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도 여행지의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는게
유명하고 발길이 많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의 상점가일수록 공예품의 질이 떨어지고 얄팍한 상술이 드러나 보인다는 점.

차라리 홋카이도 후라노의 라벤더 특산품이 더 나았다는 느낌이다.
경주에서 토산품 살게 제일 없듯이 쿄토나 미야지마에서는 선물 살 생각 않는게 좋을 듯.

이러나 저러나 이곳 미야지마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굴과 단풍잎 만쥬(もみじまんじゅう). 특산품은 못사도 먹을건 먹어야지 작정중이다.
여기서 한끼 먹으면 어지간히 하루치 식비를 다 써버리는 결과라서 조금 겁을 먹고 있긴 하다.
진을 뺄 정도로 둘러보고 피로와 허기짐에 쓰러질 듯 선착장으로 향할 그 순간에 굴을 먹어볼까 싶다.


말을 안 해서 그런데, 선착장에서 800m 정도 떨어진 이츠쿠시마 신사까지 가는데 1시간은 족히 걸렸다.
세상 천지에 사슴이 너무 많아서 이리저리 찍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
쿄토에서도 느낀 거지만 난 일본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일본의 전통 문화엔 딱히 흥미가 없는 듯 하다.
절이나 신사같은거 봐도 별로 느껴지는 것 없고, 과대포장된 문화재나 2중 3중으로 입장료를 받아챙기려는 장삿속에도 실망했기 때문일까.

애초에 한국에서도 절이나 문화유산엔 거의 관심이 없었으니.
내 관심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 나와의 심리적 차이에 쏠려있고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무생물적인 관점에서라면, 사람이 만든 유산보다는 지역별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의 미묘한 차이를 구경하는게 더 좋고.


슬금슬금 이츠쿠시마 신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바닷속 토리이(鳥居)도 어렴풋이 보인다.
물론 바다와 바로 맞닿은 거리에서 파도를 넘나보며 걷는 분위기도 꽤나 마음에 든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은데도 정말로 사슴한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없고 (나뭇잎을 주려는 애들은 몇 있었다)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든 것이 나를 즐겁게 한다.
쓰레기에 관련된 일본인들의 소심함과 결벽주의에 대해 냉소하는 이들도 많지만,
난 아무래도 더러운것보다는 깨끗한게 낫다. 특히 사람이 더럽힌 것에 대해서라면.


묘하게도 바다를 따라 늘어선 담 사이사이에 이렇게 출구가 있다.
자칫하면 아이들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보안이 허술한데...
바닷물은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것 처럼 바로 앞에서 출렁인다.


물론 중간중간에 사슴들의 애교를 찍는것도 잊지 않았다. 내 앞에서 친히 털까지 골라주시는 사슴님.
소심한 나는 카메라에 때 묻을까 싶어 만지진 않았지만.
변명 좀 더하자면 가이드에는 먹이주는것 외에 만지지도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슴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게 좋으니까. 그리고 혹시 병원균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써놓긴 했는데 이미 이 사슴들은 자연 그대로고 뭐시고도 없다. ㅡㅡ;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희한하게도 먹이는 안주면서 만지기는 잘 만지고 있었다.


접사로 마구 들이대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별로 겁먹는 기색도 없다.
단지 손에 먹을것이 안 들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관심이 없어져 버리는 것만 빼면.
사진 잘 보면 눈동자에 내 모습도 비춰지고 있지만 명암을 높여서 잘 안보일듯.


원래같으면 이곳 명물인 굴 튀김이나 굴 구이, 오징어 구이, 닭꼬치, 구운 옥수수와 생맥주 한잔 들고 이런 벤치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며
극락 기분을 만끽해야 정상이지만 이번 여행은 좀 과도하게 헝그리한지라 그럴 여유가 없다.
사실은 이곳에서 먹기로 계획했던 단풍잎 만쥬도 2~3개 정도만 사서 맛만 볼 정도의 자금적 여유밖에... T_T

자전거여행 할때는 가난과 배고픔이 친근한 친구처럼 다가오는터라 딱히 감정상할것도 없는데
정상적인 관광객 행새를 하며 유명 관광지에 서 있으니, 왠지 무일푼이라는 사실이 괜스래 서글퍼지는 느낌이네.
나도 먹으려면 카드 긁어가면서 먹을 수 있지만 그러려고 온게 아니라서.
그리고 이 은근히 만성적인듯한 피로감과, 나를 적당히 소심하게 만들어주는 초라함이 오히려 솔직한 나다워서 그게 낫다.

수백만원짜리 DSLR 매쳐들고 다니며 배곯는 헝그리 여행자라. 나름 매력있지 않나.


애고 귀여워라.
고양이가 제일 좋긴 하지만 이녀석들의 태평스러움을 보고 있어도 기분이 맑아진다.

잡아먹을 순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