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쳐 박물관을 둘러본 후 엄니 선물로 드릴 찻잔 등등을 찾으려 타이베이 시내를 잠시 뒤집고 다녔습니다.
중간에 유니버셜 플러그 하나 살려고 대만의 용산전자상가라 불리는 광화상창(光華商場)에 들르기도 했네요.
용산 상가의 1/10 수준이지만 가격은 비슷비슷하고, 호객행위도 비슷비슷합니다.
메인보드 등 컴퓨터 부품쪽은 대만이 세계적으로 꽉 쥐고 있는터라 좀 더 저렴할지도 모르겠네요.
이곳은 잠시 들렀던 힐튼 호텔(맞나?)로비.
이곳은 힐튼 호텔 로비에 있는 의자.
혹시 누가 묻거든 힐튼호텔에서 자고 왔다는 증거사진으로 내놓으려고 찍어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버텨주다가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대만의 랜드마크이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녀석인 101빌딩으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지금 돈 지불하고 올라갔다간 눈만 축이고 후다닥 내려와야 할 상황이라...
비도 오는 바람에 사야도 좋지 않고,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지하 푸드코트에서 밥만 먹기로 했습니다.
여행지로서 불러볼만한 스팟이긴 한데 전 높은곳 전망대에서 돈 아깝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크게 당기진 않았습니다.
형님은 못내 아쉬운 느낌이었지만 뭐, 미련이 남으면 다음에 한번 더 오겠죠.
대만 여행에서 제일 신기한 것은 101 빌딩이 아니라 이 신호등이었습니다.
초첨단 LED 애니메이션으로 중절모를 눌러쓴 신사께서 걸음을 걷는 화면이 나오는데요.
신호가 끝나갈 때쯤이면 발걸음이 후다닥 빨라집니다. ^^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야시장과는 달리 101빌딩 내부는 그리 늦게까지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시킨 음식이 라스트 오더였습니다.
대만까지 와서 일식전문점 음식을 먹는 일행.
형수님 음식 먹는게 맛있어 보이는지 탐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형님.
101 빌딩에 올라가지 않았으니 옆에서라도 기념 사진 찍어야죠.
원래 101 빌딩에서 전철역까지는 버스를 타던가, 조~금 걷던가 해야 되는데
연이은 강행군으로 발바닥이 뭉개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디는 일행은 그냥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버스 노선 찾아보면서 노심초사하는것 보다 그냥 대만의 화려한 밤문화를 구경하는게 낫다 싶어서.
전 별로 보고싶지 않은 쌤쑹 광고와 함께
대만어를 모르는 저도 발음할 수 있는 '셜록홈즈' 간판이 들어오는 번화가.
이곳은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쇼핑센터 '뉴욕뉴욕' 이 위치한 거리입니다.
101 빌딩과 가까워서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이고.
대구를 화려한 밤문화의 거리로 똥칠해버린 주성 어쩌구 하는 개쉑같은 의원님이라면
그런 클럽에 여자들 끼고 피를 나눈 동료 의원들과 진탕 벌이러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
뉴욕 뉴욕의 상징인 조그만 자유의 여신상과 그 위로 보이는 101 빌딩의 위엄.
자유의 여신상은 참 세계 각국에 퍼져있네요. 이곳 여신상은 꽤나 화려합니다.
더 쇼핑할 것도 없고 체력은 바닥을 박박 기고 있어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숙소에 도착해 잠을 청했습니다.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온천수 실컷 틀어서 몸을 푹 고아삶기도 했구요.
저기 건너편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람이 상당한데 고기는 잘 잡히는지 모르겠네요.
그것보다, 공원 내부는 아니라지만 저기서 고기 잡아도 되나봅니다?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정신없습니다.
대만인들 가지고 다니는 똑딱이 디카는 G10 같은 꽤나 고급형 모델이 많더군요.
한국에서는 지지리도 안팔리는 하이엔드 디카지만 역시 편하게 쓰기엔 저런 모델도 좋습니다.
원래는 저 멀리 언덕까지도 올라갈 수 있지만 별로 볼 것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밑쪽만 훑어봤네요.
이곳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의 얼굴 바위.
네페르티티인가 클레오파트라인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집트의 여왕 모습과 닮아서 인기 만발이죠.
줄서서 사진찍을 정도로 사람이 밀려서 그냥 16-35의 광각을 이용해 앞에서 한장 찍었습니다.
개가 영역표시하는 것 처럼 꼭 이 앞에서 증명사진 찍을 필요도 없었고
그냥 우연히 인간에게 흥미로울법한 모양이 된 것 뿐이지 사실 이 외에도 볼건 수두룩했으니까요.
포인트만 잘 잡으면 이 공원 안은 어디든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둘이 함께라면 어디서 찍든 즐거움.
찍고 바로 확인가능한 것도 디카의 즐거움.
필름카메라는 현상 맡기고 결과물 나올 때 까지가 은근한 초초함과 즐거움.
그런데 실력부족이라 결과물을 보면 항상 좀 실망스럽네요.
디카로도 투샷을 넣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제가 A550 잡고 찍어드렸습니다.
아주 콩을 볶습니다.
공원 내부에는 쓰레기를 줍는 인부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공원 안에서 먹고 마시고 한 것들은 별로 없고, 해안가에 떠밀려 오는게 꽤 많다는군요.
대만여행동안 수고한 필카 세븐이 사진도 한 장.
못난 주인을 만나서 사진을 겨우 요로코롬밖에 찍어내질 못하다니... T_T
카메라 내공이 부족한 형님이라도 원래 좋은 기종은 찍다보면 건질 사진이 꼭 나옵니다.
대만도 태풍이나 지진이 한국보다는 빈번한 편이라
태풍이 한번 지나가고 난 뒤의 예류 공원엔 나뭇가지들이 해안선을 가득 매운다고 하네요.
어쩌면 저 밑의 모습도 태풍의 흔적일지도?
지질공원 내부는 그냥 돌아보면 30분, 열심히 사진찍고 놀면 1~2시간안에 충분히 돌아볼만 합니다.
공원을 나와서 한끼 식사를 위해 걸어가는 도중.
기념품과 간식거리가 많은 조그만 시장이었는데 일행은 여기서 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여행 출발전 아버지께서 맛있는거 하나 사먹으라고 1백달러짜리 지폐를 선뜻 안겨주셔서
이번엔 돈 좀 되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계획중이었거든요.
물론 대만에서 미국 달러를 쓰기는 그리 쉽지 않으니 나중에 알아서 환전하기로 하고.
한국인들도 많이 오는지 한글도 많이 보이는 식당가에 들어섰습니다.
바람잡이 아주머니들이 많아서 음식의 퀄리티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먹어보기로 하고 들어갑니다.
콜라 한 병과
볶음밥 2인분.
여행다니며 먹는 음식은 이상하게 맛있네요. 별다른 건 없는 볶음밥이었는데도...
조개 요리. 해산물은 국적을 별로 가리지 않기도 하고, 소스도 짭쪼름한게 한국의 음식점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굴 튀김. 크고 튼실하진 않았지만 옆의 소금에 찍어먹으면 나름 맛납니다.
부피를 늘리기 위한 쌀과자 튀김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것도 열심히 부숴먹었네요.
대만 음식치고는 매우 비싸게 주문한 생선찜(?)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이런 요리가 꽤나 고급이라죠.
육질도 매우 부들부들하고 은은한 간장 소스와 함께 먹으니 맛있습니다.
대만에서 먹은 한끼 요리로는 가장 비싼 축에 속했습니다.
물론 적당히 헝그리한 여행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봤을 때 크게 비싸다고 할 만한 요리까지는 아니었구요.
비싼 요리를 먹어서 뭔가 느긋하게 맛을 느끼기엔 염통이 두근거렸지만 어쨌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섭니다.
이제까지 대만에서 먹었던 음식은 대부분 가벼운 간식거리나, 서민들이 즐겨 먹는 저렴한 요리였는데
이번엔 제대로 작정하고 먹었네요.
빨리 타이베이로 돌아가서 다음 목적지를 둘러봐야겠습니다. 돌아볼 곳이 많아서 조금씩 서둘러야 할 듯.
협곡으로 유명한 타이루거쪽을 시간관계상 포기하기로 한 일행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예류의 지질공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예류라는 곳도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였다고 하네요.
호텔 앞에 피어있는 꽃이 인상적이라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매일 14~15시간 정도의 강행군을 하니 다리가 뻐근하네요.
밥먹을때나 버스탈때 뺴고는 앉아있는 시간도 없어서 참 하반신 운동 잘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가서 버스를 탑니다.
버스 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만 사람들 목소리가 참 우렁찹니다. ㅡㅡ;
맨날 조용조용하게 운구차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일본의 지하철이나 버스와는 전혀 다른 풍경.
몸이 피곤해서인지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예류에 도착했습니다.
일반 노선버스를 타고 왔기 때문에 지질공원까지는 좀 더 걸어가야 하죠.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 지질공원 바로 앞의 주차장에 들어갑니다.
비가 조금조금 내려서 걱정이 되는 중입니다. 여행할 때 내리는 비는 참 난감무쌍하죠.
뭐, 어쨌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로서 형님부부 사진은 좀 남겨줘야 하니 폼도 좀 잡아보고.
지질공원까지는 금방입니다.
입장료를 내고 공원에 들어가는데, 날씨가 좀 쨍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바람도 엄청 심하게 불었고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서...
일단 위에서 지질공원의 전경을 주욱 찍어봤습니다. 참 인공적으로 만들라고 해도 저렇게는 못 만들것 같은 느낌이네요.
예류 지질공원은 거의 여기서부터 저 멀리 언덕까지가 끝입니다.
둘러보는데 크게 시간이 걸릴 거리는 아니지만 볼거리가 많아서 이리저리 날뛰며 사진 찍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 버리죠.
날씨가 참 아쉬웠지만 여름에 오신 분들 말로는 그냥 걷다 쓰러질 정도로 아찔한 더위를 만끽하셨다니
그냥 적당히 서늘했던 그 때를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곳은 약 2000만년전 형성된 사암층이 해수의 침식과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생성되었습니다.
왜 다른 곳에서는 이런 지대가 형성되지 않는가 하면... 그건 저도 몰라요.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바위 표면이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일정 거리 앞에 출입금지선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가까이 가면 순찰중인 공원 관계자가 삐익거리며 확성기 소리를 냅니다.
대만 전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문이 닫힐 때 사람 목소리가 아니고 그냥 삑삑거리는 소리만 나더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대만인들은 별로 입을 열고 싶은 생각이 없는건지도.
적당한 시간에 와서 그런지 이미 관광객들이 꽤나 모여있습니다.
신기한 볼거리가 많으니 여기저기서 사진 찍고 노는 재미가 있네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곳의 특징을 잘 살리는 사진 찍는게 결코 쉽지 않아서 머리 좀 싸매야 했습니다.
벌집과 같은 모양으로 삐죽 솟아있는 바위들.
암석층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 까지는 추측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모양이 되는지는...
입장권 끊을 때 가져왔던 안내가이드에 아직까지 손도 대보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역사가 생각나는군요.
수만 년에 걸친 조산운동과 해류의 침식, 바람의 풍화작용 등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똑 부러트리고 싶어지는 모습이긴 합니다만 사실 바위라서 사람 손으로는 꿈쩍도 안합니다.
이곳은 딱히 사진과 글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게... 직접 가서 보고 즐기는게 최고일듯 합니다.
여기저기 참 다양한 모양이 펼쳐집니다.
여름엔 저런 물웅덩이 속에 갯강구를 비롯한 엄청난 곤충, 벌레들이 진을 친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찍어왔으면 좋은 엽기사진이 되었을텐데...
저런 층 하나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흐르는지.
솟아나온 암석의 목을 똑 부러트리면 안되지만 이러고 노는 건 관계없습니다.
매년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 때문에 이곳 지질공원의 생태도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었는데
보호를 위해서라면 공원을 폐쇄해야 하는거나 마찬가지라 당국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겁니다.
그냥 신기할 뿐입니다.
자연씨께서 만드는 작품은 참 카오스틱하면서 통이 커요.
신기하기 그지없는데, 막상 가서 만져보면 그냥 평범한 돌덩이라는게...
형태에 의미를 부여하는건 사람이니까, 사실 이 곳 공원의 모든 바위들은 동등함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여왕머리 암석에 줄줄이 사람이 모이는건 약간 씁쓸하더군요.
화장실 변기도 예술작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현대사회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봐도 누가 저 위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100% 오리지날 Made in Nature 입니다.
초에 불을 붙여놓은 모습이라고 해서 촉대석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저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멀리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커플들끼리는 이러고 노는게 제일 재미있죠.
전 그냥 카메라와 친구먹기로 했습니다.
물론 가끔 인간들의 부름에도 응답하구요.
자네 요즘 고생이 많지?
틈새 속에 하늘을 담습니다.
필카에 16-35라는 광각이 함께하니 넓직넓직한 사진이 나오는군요.
처음 저 멀리의 바위를 봤을 땐
튼실한 버섯처럼 보여서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사람이 점점 모여들어서 이렇게 한적한 장소 찾는게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이런데 손가락을 끼우면 고대 외계인이 남기고 한 유산이 작동한다던가...
그래서 실험도 한번 해보려고 하고...
옛날 외계인 손가락은 너무 크고 굵어서 실패한 듯 합니다.
이곳 풍경의 특징은
하루 이틀만에 만들어진 유연하고 보드라운 느낌을 주는
수천만년 된 단단한 기암들의 모순적인 매력이라고 할까요.
그나마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촉대석이 하나 있군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심히 보고 있는 형님부부.
실컷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지우펀 거리를 돌아봅니다.
촬영 스팟으로 적당한 넓은 지대가 들어왔는데, 아쉽게도 안개가 자욱해서 시야가 제한되더군요.
대강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전 한창 개발중이던 한국 산골동네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가늘고 촘촘히 얽힌 골목길과 정감가는 옛날 집들.
마을 분위기만큼이나 고양이도 태평스러운 느낌입니다.
신세대틱하게 옷 입고 산책하는 강아지도 있구요.
지우펀도 이제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니 적당히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중인듯.
아기자기한 간판과 그 뒤에 보이는 영어 설명문까지.
정작 이곳 사람들은 일본어를 하면 할 줄 알았지 영어는 정말 젬병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여행하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말이죠.
세계 공통이겠지만 적당히 손가락질만 잘 하면 굶어죽을 일 없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바닷가도 보입니다.
아침에 그렇게 쨍쨍하더니 갑자기 산기슭까지 안개가 쏴악 올라오는 모습이 장관이더군요.
사진 찍을땐 조금 아쉽긴 했네요.
카메라 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형님이 파인더에 들어와버렸군요.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자연샷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가가 가득 들어선 골목은 빠져나왔고 이제 일반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다떨고 있는 한가운데 고양이가 살포시 앉아있네요.
발치에서 가만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과 친숙한 녀석인가 봅니다.
쓰다듬으려고 하니 별 거부도 없이 살금살금 다가오더군요.
그런데 순간 냥이가 아주 미친듯이 펄쩍펄쩍 뛰며 비명을 지르길래 어디 병걸린 녀석 아닌가 싶었습니다.
뒤에서 형님부부가 상황을 봤는데, 동네 아주머니가 고양이 꼬리 밟은줄 모르고 계속 서 있었다네요.
한~참 밟고 있었던 탓에 냥이가 완전 신들린듯이 경기를 일으켰습니다.
아주머니들이 그거 보고 어찌나 웃어대던지... 고양이한테 굉장히 미안해 하시더군요.
혼비백산했던 냥이는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곳 사람들하고 친근하게 지냈던 녀석인데 얼마나 놀랐으면 귀가 바싹 접혀있군요.
하루빨리 마음을 놓기를 기원하며 지나갔습니다.
이곳엔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드라마 촬영장소였다죠?) 한글로 된 민박집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네요.
사실 이곳의 상가들은 대만에서도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저녁에 그리 적절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등이 켜진 저녁의 지우펀은 아주 아름답다고 하니 이곳을 숙소로 정하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찻집은 밤늦게까지 운영한다니 산아래 펼쳐진 야경을 감상하며 차 마시는것도 좋을 듯.
이제 관광지로서의 지우펀은 끝이 난 것 같은데 여전히 여기저기 볼 만한 풍경은 많습니다.
이런 곳은 일상적일수록 오히려 좋은 관광지가 되니까요.
골목골목 사진 찍기도 좋구요.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아련한 광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벽돌담과 바이크가 아예 일체형이 되어버렸네요.
이 길이 아닌가벼...
형수님이 카메라 빌려서 여기저기 찍고 있는 동안에 가이드역을 맡은 형님은 열심히 지도 찾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생각없이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니 편하더군요.
이번 오사카 여행땐 제가 가이드가 되어 일행을 끌고다니느라 좀 고생했지만 말이죠.
속편하게 따라오며 자기가 어디 가는지도 잘 모르는 친구를 보니 뭔가 부아 비슷한게 좀 치밀기도 했는데
역지사지라는 단어 만든 녀석 참 머리 좋다는걸 느꼈습니다.
형수님이 찍으신 꽃. 색채 대비가 확연한게 좋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저기도 아마 찻집인 듯 한데, 센스 넘치기도 하고 얼핏보면 좀 무섭기도 하네요.
저런 곳에서 차 마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지우펀이라는 곳은 그리 넓지도 않아서 금새 제 갈길을 찾아갈 수 있더군요.
공기가 좋아서 기분도 상쾌했습니다.
가는 길에 발견한 폐광.
원래 광산마을이었던 곳이라 이런 것이 아직 남아있군요.
물론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구는 봉쇄되어 있습니다.
플래쉬를 켜고 찍어봤는데, 필름카메라로 찍다 보니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네요.
현상후 사진을 보니 살짝 섬뜩합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광산업은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괴로운 직업이니까요. 죽은 사람도 많을 듯.
여담으로, 일본엔 바다 위에 불쑥 솟아있는 광산 입구도 있습니다.
조그만 인공 방파제를 만들고 높게 빗면으로 된 광산 입구를 만들었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밀물때 밀려드는 바닷물을 막지 못해서
폐쇄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저 문만 닫혀있고 시에서도 관리하지 않아서, 관광지 소개에도 나와있지 않은 쓸쓸한 건축물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엔 금광박물관도 있습니다.
진짜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름한 건물에
유치원생들 견학코스라도 되는 듯한 그림이 참 재밌더군요.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 볼 만한게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디카로 폼 잡을때는 한 손 샷이 멋지긴 합니다만...
그래서는 분명 집에 와서 확대해 볼때 떨림이 생겨있을겁니다. 넵.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성핑극장.
1927년에 목조 건물로 만들어졌다가 파손된 후 1951년에 재건한 상태입니다.
당시 일제시대땐 대만에서 가장 큰 극장으로 명성을 날렸다고 하더군요.
간판 그림은 대만을 대표하는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작품입니다.
1989년 베네치아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감독의 대표작 '비정성시'의 촬영지가 이곳 지우펀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지우펀을 존재하게 한 일등 공신이었죠. (지금 한국에서 온에어 보고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듯)
아이러니하게도 이 극장은 비정성시가 상영되기 전인 1986년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극장의 모습은 많은 관광객뿐 아니라 대만 현지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극장 옆 오르막길을 오르면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홍등이 지붕을 덮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가 진 후에 와보면 멋졌을 텐데, 일행은 일찍 이곳에 온 터라 저녁까지 개길수가 없었네요.
일본인 관광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대만이지만
요즘엔 한국인도 굉장히 많이 옵니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는군요.
한국말~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가면집이라는데
입장료도 내야 하고 해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형님이 사진 찍는데 주인장이 사진 찍지마라고 하길래 깜딱 놀랐는데
알고보니 옆의 다른 관광객한테 한 말이더군요. 형님이 사진 찍은줄 몰라서 일행은 한 장 건졌다고 웃으며 그 자리를 떴습니다.
언덕 끝까지 올라가면 그냥 학교 하나 덩그라니 있고... 그게 끝이네요.
하지만 이곳 꼭대기에는 지우펀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중 하나인 위위엔으로 유명한 가게가 있습니다.
위위엔은 달짝한 국물에 감자, 토란등을 떡처럼 빚어넣어 만든 간식거리입니다.
따뜻한 국물로 먹을수도 있고 더울 땐 빙수처럼 얼음을 갈아넣어 먹기도 하는 전천후 간식.
겨울이라지만 날씨는 춥지 않았는데 그냥 따뜻한 위위엔 한번 먹어봤습니다.
말랑말랑 씹히는게 별 특색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맛있더군요.
한동안 계단에 앉아서 위위엔을 씹으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느긋하게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돌고도 뽕을 뽑을 지우펀이지만,
그 유명한 야경을 보지 못했던 것은 좀 아쉽네요. 하지만 짧은 여행기간동안 둘러봐야 할 곳이 많아서 자리를 뜹니다.
타이베이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대만여행때는 빠져서는 안될 곳이라고 생각.
내리는 곳도 탄 곳과 같습니다.
무지 거대한 백화점 SOGO에서 적당히 밥 챙겨먹었어요. 지우펀에서 워낙 가지가지 주워먹어서 배가 좀 불렀지만.
백화점에서 이것 저것 구경한 후 대만 최대의 서점 체인이자, 2004년 타임지에서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뽑히기도 했던 청핀수뎬(誠品書店)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은 백화점 꼭대기쯤에 있던 일본식 정원.
왜 이런걸 만들어 놓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서점으로 들어가는 도중 뭔가 대만에서는 유명한 듯한 가수분이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노래였는지 금새 끝나고 인사하고 자리 뜨더군요.
청핀수뎬은 규모도 규모지만 적절한 인테리어 배치와 공간 활용의 극대화, 인덱스의 체계화 등을 통해 그 명성을 높힌 케이스입니다.
현재 한국의 거대 교보문고, 반디북등의 내부 배치나 인테리어도 이곳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지하에는 여러가지 악세사리나 관광 상품, 음반 등 다양한 매체를 팔고 있기도 합니다.
문득문득 사고 싶어지는 포스트 카드같은것도 있어서 눈이 즐겁더군요.
저는 일본어 원서를 좀 싸게 살 수 있나 싶어서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것 만큼 많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물건너 주문해야만 구할 수 있는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이 무진장 쌓여있어서 행복했네요.
이런 것들은 무게도 권당 5~6kg 이나 나가고 가격도 허벌나게 비싸서 사들고 오진 못했지만
황송하게도 몇몇 작품은 샘플용이라고 직접 볼 수 있게 해 놔서 정신없이 사진 들여다봤습니다.
보통 왠만해서는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집은 절대로 속을 볼 수 없게 해놓는데, 과연 대륙의 후손.
다리도 꽤나 피곤하고 해서 서점을 둘러본 후 서점 내부의 까페에서 커피 한잔 했습니다.
가고싶은 곳 리스트를 너무 빡빡하게 잡았는지 예정된 지역을 다 둘러보진 못했는데
출발 전부터 꽤나 강행군을 한 터라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들어가 쉬기로...
원래대로라면 내일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협곡인 타이루거 쪽을 가려고 했지만
타이베이시에서 타이루거로 가려면 편도 3시간을 훌쩍 넘는 이동거리 때문에 다른 곳 관광이 거의 불가능한 고로.
좀 더 가까운 곳을 돌아봄으로서 둘러볼 수 있는 곳을 더 늘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형수님이 지우펀의 샵에서 구입한 반지와 함께 닭살샷 한 장.
가격도 싸고 단순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 반지였습니다.
대만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끔찍한 조식을 대충 입에 집어넣고 짐을 챙깁니다.
오전에 노크도 없이 그냥 문 따고 들어오는 청소 아주머니가 절 보고 화들짝 놀라 미안하다며 문을 닫고 나가더군요.
형님쪽 방에서도 똑같은 일을 당했답니다. 이런 걸 보면 과연 대륙의 후손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다음부터는 방에 들어가 있으면 무조건 '방해하지마' 팻말을 걸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숙소를 나섭니다.
어제 우리를 성심껏 도와주던 경찰서에서는 아침부터 성대하게 축하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더군요.
경찰서장 생일인가 나름껏 추측하면서 가던 길을 갑니다.
신베이토우 역앞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는 형님의 말에 제가 찍어줬습니다.
구도가 마치 X스라도 하는 것처럼 나왔군요. 물론 정상적인 사진도 나왔지만 나름 조금조금씩 저작권도 존중하는 의미에서...
오늘의 목적지는 지우펀. 한국에서는 온에어라는 드라마로 인해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전 드라마를 전혀 안보니 알리 없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지우펀 하면 온에어라는군요.
일단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가야 일이 되겠죠. 거기서 다시 중샤오푸싱 역까지 간 후에 버스를 탑니다.
숙소인 신베이토우에서 지우펀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 듯 합니다.
버스 안은 엄청 시끄럽더군요. 원래 중국어는 성조 때문에 자연적으로 시끄럽다고는 하지만...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는데,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나 많습니다.
도착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맑은 하늘에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 화창한 날씨였는데
고도가 높고 바다를 낀 지형이라 그런지 날씨가 변화무쌍합니다.
지우펀은 1920년대 금광개발로 유명한 광산마을이었지만
광산업의 쇠퇴 후 독특한 옛 정취와 빼어난 자연 경관을 이용해 관광마을로 재탄생했습니다.
골목도 엄청 좁고 낡은 건물도 많은 것이 외국 관광객들에겐 대만만의 느낌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더군요.
왼쪽의 전망대와 오른쪽의 낡은 건물이 지우편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골목이 관광하기엔 참 재미있죠.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지우펀은 홍등이 켜진 야경도 멋지지만 오후 7시만 되면 찻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숙소를 이곳에 잡지 않았은 당일치기 여행자들은 되도록 일찍 가서 먹거리와 풍경을 즐기는게 나을 듯 합니다.
사람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는 대만이지만
이곳은 관광객들로 먹고사는 마을이다 보니 기념품점같은 평범한 상점도 많습니다.
가격도 잘 찾아보면 적당한 곳이 많아서 조그만 기념품 정도는 구입해도 괜찮더군요.
딱히 특색을 잘 살렸다기보다는 그냥 잡화점 같은 분위기가 풍겨도 그 또한 매력.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지 이곳도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 일본어는 잘 하더군요.
좁고 빽빽한 건물 사이로 올려다보는 얇은 하늘이 아련합니다.
시끌벅적한 시장의 풍경. 한국에서도 마음에 드는 풍경이죠.
지우펀에서도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인기였던 땅콩엿 아이스크림 크레페.
저 땅콩이 박힌 거대한 엿덩어리를 대패로 갈아서 전병 위에 올린 다음 아이스크림을 넣고 돌돌 싸서 크레페처럼 만들어 먹는 음식.
원래는 시향차이를 넣어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외국인 관광객인걸 아신 주인장이 처음부터 빼서 주더군요.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가루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함께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지우펀에서 꼭 먹어봐야 할 간식거리라고 생각.
냄새로 사람 기절시킬 기세인 썩은 두부만큼은 여전히 손을 못 댔지만
먹을거리가 너무 풍부해서 아주 작심하고 이것저것 먹어제낍니다.
가격도 관광지라 크게 싼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싸니 인정사정 볼것없습니다.
잘 구워진 소라고둥도 먹고
향긋함이 코를 찌르는 버섯구이도 먹고
특이한 화장에 가발을 쓰신 유명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소시지 구이도 먹습니다.
수제 소시지라서 향도 풍부하고 육즙이 훌륭하더군요.
앞으로도 계속 먹어야 하니 일단 조금씩 조금씩...
서울서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이런 좁고 가파른 골목길도 한국사람들에겐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네요.
아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놀기 좋은 풍경입니다.
입에 먹거리를 주렁주렁 달며 신나게 골목을 탐색하다가 지우펀 차방에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차를 마시고 싶은 시간대이기도 했고, 가게 아주머니의 적극적인 권유로 들어가게 되었네요.
이곳엔 각종 오룡차, 철관음, 보이차등을 팔기도 하고 뒷뜰에서 차를 마실수도 있으며
조그만 지우펀 민속 박물관도 마련해놓고 있는, 꽤나 규모가 큰 찻집입니다.
오룡차는 말할 것도 없고, 보이차의 원류인 중국 운남성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지금은 대만이 세계적인 중국차 강국임에 틀림없습니다.
정신없을 정도로 시끌벅적하던 골목길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한쪽에서는 뒷뜰에서 차를 마시는 손님들을 위해 분주히 찻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관광지로서 상업성에 찌들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곳은 나름의 정취를 잘 간직하고 있는 편이었네요.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이제껏 제가 대만에서 본 사람 중에선 가장 능숙한 영어로 설명을 시작합니다.
찻잎은 마시고 남은 걸 가져갈 수 있다고 하는군요. 한두 잔씩 팔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이해는 합니다만 가격이 꽤나 비쌉니다.
찻잎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니 일단 한번 마셔보기로 합니다.
함께 먹을거리로는 녹차인지 오룡차인지를 가미한 치즈케이크 한 조각.
주인 아주머니가 양이 너무 작으니 좀 더 시키라고 말했지만 배를 채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 시켰습니다.
차를 타 마시는 방법을 한번 시연해 주시고 나면 다음부터는 직접 알아서 타 마십니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질리도록 마셔대는 차라서 우리 일행은 능숙하게 타 마시죠.
분명 청차계열의 오룡차였지만 굉장히 맛이 옅고 은은한 느낌으로, 청차와 녹차의 중간쯤 되는 맛이었습니다.
요즘 대만의 차 트렌드인가 보네요. 차의 취향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맛이 더 훌륭하다고 따지긴 힘들죠.
물은 저렇게 옆에 준비된 화로에서 적당히 끓어주고
수시로 점원이 와서 물을 채워줍니다.
중국차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대만에서 마시는 첫 차다 보니 원없이 신나게 마셨네요.
바깥 경치도 탁 트인게 참 보기 좋았습니다만 순식간에 좋던 날씨가 안개속으로 묻혀버리네요.
안개에 뒤덮힌 산자락의 풍경 역시 차를 마시기는데는 좋은 안주거리가 되니까 문제없습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청명한 하늘과 함께 저 멀리 바닷가도 보였을텐데...
여행에서 모든 걸 만족할 순 없지만 워낙 순식간에 변한 날씨라 타이밍을 잡지 못한 아쉬움은 남네요.
대구 본가에선 한때 엄니하고 차 마실 때 마다 제가 차를 탔었는데
형수님이 타주시니 받아 마시기만 하면 되서 편했습니다. 형수님은 안 편하셨겠네요. ㅡㅡ;
절벽에 매달린 듯한 낡은 옛집도 그림이 됩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라면 이런 곳에서 아늑한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너무 죽치고 앉아있으면 여행에 지장이 생기니 그럴수도 없긴 하지만.
뒷쪽의 일본인 관광객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완전 발광하듯이 웃고 나자빠지던데요... ㅡㅡ;
그때는 '정말 미친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장을 하길래 황당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한 장 찍고싶기도 했지만 의도가 불순한터라 그냥 이렇게 말로만 남기기로 하고 패스.
당시에 열심히 기록을 남기던 필름카메라 세븐이.
여행에 DSLR 대신 필름카메라를 갖고 온건 처음이라 찍을 당시에도 긴장 많이 했었죠.
현상하고 보니 대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괜찮은 결과물들을 보여줘서 조금 자신이 붙었습니다.
다음 오사카 여행때는 좀 더 잘 찍을 수 있기를.
마음껏 차를 마신 후, 형님부부는 엄니 선물로 드릴 자사호를 구입했습니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자사호라는데, 손잡이 끝부분이 독특하게 만들어져 있어 차를 따를때 뚜껑이 떨어지지 않아 편리하네요.
차를 다 마신 후 남은 차를 가지고 적당히 건물 내부를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인진 모르겠는데 가게 쪽 말로는 기울어져가는 지우펀을 부흥시키는데 이 가게가 큰 공헌을 했다고 하더군요.
지우펀의 가게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의 찻집이니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가서 피로를 풀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