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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6.16  이태원 걸어다니기 2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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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06.13  대마도 - 니이 2편 2
  5. 2015.06.11  대마도 - 니이 1편 7
  6. 2015.06.07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 6

 

 

이태원엔 언덕이 많아서 가끔 이렇게 세워놔도 되나 싶은 경사에 주차된 차들도 보이네요.

BMW로 인수된 이후의 미니도 멋지긴 하지만 이렇게 초기형인 로버 미니는 역시 아담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형 로버라고 해도 수십년간 동일 디자인으로 생산된 녀석이라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가격도 덩치만큼 저렴하다면 자동차쪽에서 제가 구매하고 싶은 몇 안되는 모델이긴 한데

문제는 요즘 미니가 중형차 이상으로 비싸다는 점이네요.

 

 

 

자유분방함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인게 참 좋습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이 또 이질적이기도 하죠.

 

이 곳에 위치한 음식점들 한번씩만 돌아보려고 해도 과연 몇날 몇일이 걸릴지.

그러고보니 이 부근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침반님이나 저보다는 훨씬 젊어보이는 부류입니다.

백화점이나 그렇고 그런 상가들이 밀집한 곳보다는 이곳이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들긴 하네요.

 

 

 

같은 곳을 몇 번씩 돌아다니고 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그냥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슬슬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는 골목 분위기는 대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요.

 

먹고 즐기는 데라면 참 부족함이 없을 듯한 곳입니다. 확실히 저녁이 되니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네요.

저는 자주 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정도가 메르스 때문에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나침반님과 7월에 일본 가기로 예정을 해 놨습니다만

사람 인생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여러 문제가 겹쳐서 결국 저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갈 일이 있어서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 탓인지 이태원에서 나침반님의 원한(?)을 풀게 된 것일지도.

 

저녁도 되었겠다 맥주 한 잔 할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낮에 봤던 그 소주병 데코레이션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술병이 저렇게 많아서 술집인가 싶었는데 스테이크같은 요리도 판매하는 좀 고급스러운 곳이더군요.

 

둘 다 식사를 정식으로 할 만큼 배가 고픈 편이 아니라 이런 곳 보다는 맥주 한 잔에 가벼운 식사 대용 안주거리를 즐길수 있는 곳을 찾아봅니다.

 

 

 

저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거대한 펍은 사람들이 꽉 차있고 굉장히 큰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이었습니다만

입구 앞에 '자리는 비어있는 곳 찾아 앉으세요'라고 되어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니 다트 게임장 옆에 조그만 카운터석같은 공간이 비어있었네요.

 

나침반님이 이런 펍의 분위기도 한번 즐기고 싶다고 하셔서 이곳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여성분들이 엄청 많이 앉아서 술도 잘 마시더군요. 물론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외국인도 많습니다.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펍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은 평생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보니 여러가지로 신선한 느낌입니다.

 

드라마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런 분위기에서 여자 꼬시고 다니거나 그런 일도 일어나는 걸까요.

어찌됐든 저하고는 관계없는 일입니다만.

 

 

 

맥주 적당히 한 잔씩 시키고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를 하나 시킵니다.

덩치에서 알 수 있듯 이게 꽤나 비싸긴 하더군요. 이태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겠지만 말이죠.

 

물론 가격이 왠만한 식사급이다 보니 한 개만 시켜서 나눠먹기로 합니다.

이걸 각자 한 개씩 먹는다면 맥주 마실 배가 남아나질 않겠더군요.

버거는 당연히 한 입에 들어갈 수준이 아니라 나이프로 처절하게 해체해서 대중 집어먹습니다.

 

전문 수게버거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보다는 확실히 고기 씹는 맛이 나네요.

 

 

 

분위기를 즐기고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밖으로 나옵니다.

어째 밤이 될수록 사람보다 차량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옷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만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죠.

아마 이곳에서 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 끊기는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 부류인 듯 합니다.

나침반님이나 저나 이런 곳에서는 즐겁게 놀긴 해도 왠지 이쪽에 동화되기는 어려운 성격이라

그냥 신기한 볼거리를 봤다는 감각 외에는 내가 여기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네요.

 

가끔씩 생각날 때 한국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 맛이나 보러 간다는 기분으로 찾아올 듯 합니다.

 

나침반님은 혹시 모르죠. 세계일주 시작하고 나면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가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 여행기간이 짧아서 한 두달쯤 조용한 시골길 달리다가 대도시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인파에 정신이 혼미했던 경험밖에 없습니다만

1,2년 혹은 몇년간 시골길을 달리다가 이런 분위기와 조우하면 그때는 또 어떤 기분이 들지.

 

 

 

밤에 이렇게 노상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도 오랜만입니다. 이런 걸 허용해 주는 곳은 그래도 아직 사람 살 만한 곳이겠죠.

공연 중 바구니에 돈을 넣어주는 사람 대부분은 외국인이네요. 저는 일본에서 젊은 밴드들이 노상공연 후 앨범을 몇 장 산 적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구매해본 적이 없습니다. 개성을 너무 중시해서인지는 몰라도 집에서 CD로 듣기엔 기본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 그것도 거진 10년전 이야기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도 굉장히 실험적인 음악을 피로하시네요. 이쪽 장르는 잘 모르지만 저 길다란 관악기를 통해 덥스텝 형식의 리듬감있는 음악을 피로중입니다.

일본사람인가 한국사람인가 애매할 정도의 파격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시길래 살짝 웃었죠.

 

이태원은 밤과 낮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하니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여기서 대낮부터 새벽까지 놀기엔 나이가 좀 들었습니다.

젊을때는 밤새 노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엔 체력과 몸상태를 신경쓰게 되더군요.

자는 시간을 줄여서 노는 사람을 젊은이라 한다는 예전 누군가의 말이 왠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친구 강군이 미국에서 돌아와 대구에 서식중이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서둘러 내려갑니다.

이태원은 메르스라 해도 별 차이를 못 느꼈는데 서울역은 정말 확연하더군요.

 

보통 일요일 정오쯤 이렇게 한산한 서울역은 놀라운 모습이죠. 요 근래 몇년동안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KTX도 일요일엔 거진 꽉 차는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순방향석까지 비어있고 역방향은 아예 깨끗한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방역체계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요 몇주간의 한국은 역시 국가로서의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대구에 내리니 날씨가 좋네요. 원래는 워낙 자주 보는 곳이라 이런 날씨라도 카메라를 꺼내거나 하진 않지만

이 동대구역이 조금 있으면 대대적인 변혁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평소 모습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신세계그룹에서 6천6백억 규모의 비용 전액을 부담해 동대구역을 포함한 이 주변의 고속버스터미널을 모두 통합하는 거대 환승센터를 계획중입니다.

벌써 진척이 꽤 되고 있어서 내년즈음엔 완공될거라 하네요.

 

 

 

동대구역과 버스터미널 쪽은 대구 중심부의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얼기설기 얽혀있어서 개발이 어려웠는데

이 대공사를 시작하고 좁았던 동대구역 고가도로를 10차선으로 연장하는 등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 근처를 10차선으로 뚫어봤자 지금의 교통난이 해결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이쪽 신세계 백화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만이라도 발목을 잡지 않으면 좋겠네요.

 

 

 

동대구역이 한번 신축확장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유동인구에 비하면 많이 초라한 역입니다만

이 환승센터가 완공되고 나면 서울역 정도는 쌈싸먹는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리라고 긍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긴 하죠. 대구역쪽의 거대한 롯대백화점은 상권형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이곳은 롯데쪽만큼 실패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구의 주요 철도역 두 군데가 모두 민자역사화 된다는 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완공되고 나면 구경은 한 번 가보겠죠. 특히 철도나 고속버스 이용하려면 저희 집에서는 이 곳이 가장 가까우니까.

 

 

 

환승센터 시공 후 주변에서도 건물들이 다양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래 터미널 부근이라 주변엔 몇몇 관광호텔과 으쌰으쌰를 위한 모텔, 퇴폐영업소 등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돈맛을 보고 달려드는 거대 자본들에 의해 그 모습이 크게 바뀔거라는 예상이 들고 있네요.

 

물론 상권이라는 게 자본의 생각과 달리 정말로 잘 움직이지 않는 보수적인 대구이다 보니

과연 어느 정도 활성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어쨌든 대기업들의 돈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네들이 말하는 경기 부양이 도움을 줄 일은 없겠네요.

오랜만에 다녀온 이태원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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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달동네처럼 도시계획이 정비되기 전에 구성된 마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이태원입니다.

여기저기 꾸미지 않았다면 참 낡은 분위기를 풍겼을 텐데 나름 초현실적인 벽화가 재미를 살려주는군요.

 

일반적인 그래피티와 달리 제작자 이름까지 당당하게 적어놓은 걸 보니 허락을 받고 그린 모양입니다.

 

 

 

이태원이라서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건물 옥상에 재미있는 인형도 떡하니 올라가 있네요.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인 사상이 팽배한 한국에서

이런 자유분방함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이 이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씩 오버리터급 바이크들이 두셋씩 떼를 지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같은 도로 사정에서 오버리터급은 거의 취미 이상의 실용적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몸매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돈이 많으면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녀석들도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신기한 트라이 바이크도 보이고.

이 녀석은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비싸 보이는 스쿠터네요.

 

스쿠터는 개인적으로 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지만

자동 기어라 운전도 편하고 운전 자세도 편하고 요즘엔 연비도 좋은 편이라 애증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크 중에서 굉장히 스쿠터틱하면서 진짜 자동기어인 묘한 모델이 있는데

혼다의 NM4-02 라는 녀석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바이크입니다.

 

 

자금이 널널했으면 아마 덥석 구입해 버렸을 녀석입니다.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바이크죠.

앞쪽 뒤쪽에 각각 조그만 수납공간이 있고 거의 편하게 앉아서 자동기어로 탈 수 있고

700cc대 중형 바이크임에도 연비가 30km를 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일본쪽 가격은 1천만원 대인데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거진 2배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만약 1천만원으로 구입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쯤 굴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로망이 되어간다는 할리 데이비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거의 중형자동차 가격이다 보니 그야말로 괴물같은 덩치와 편의성을 자랑하는군요. 뒤쪽 텐덤 시트에 팔걸이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런 모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정도로 편안한 오버리터급 바이크는 나이 한참 더 든 다음에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전 그냥 디자인 좋은 네이키드 정도면 만족하고 싶네요.

 

 

 

좀 전에 불가리아 음식 먹던 골목을 바깥에서 한 장 담아봅니다.

망원계열 렌즈를 정말 오랜만에 써 봐서 감각이 좀 무뎌졌네요.

 

지금 블로그에 한창 올라오고 있는 여행기들은 무려 정확히 1년 전쯤 것들이라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메라와 렌즈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망원렌즈 없이 기본 줌렌즈를 가진 모델로만 촬영하다가

최근에서야 약간은 망원이 되는 렌즈를 도입하게 되어서 시험삼아 이태원에 갖고 나와봤습니다.

 

 

 

저녁에 한 잔 더 하겠지만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조금 먼저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이태원에는 적지 않은 술집이 외국식 펍을 이미지해서 영업중이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끄러워서 진짜 펍의 느낌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자리에 앉아있으니 주문 받으러도 오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합니다만

그래도 펍의 느낌을 좀 살리려는 의도인지 주문시 현금으로 즉시 지급할지 카드를 맡길지를 물어보네요.

 

나침반님은 크롬바허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받던 분은 이걸 크롬바커로 부르시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굉장히 유명한 독일 필스너 맥주라서 저도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탄산의 쏘는 느낌이 강하면서 향기도 좋고 맛은 부드러운 편이더군요.

저도 무난하게라면 이걸 마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항상 쓸데없는 도전정신이 폭발하기 때문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녀석을 골랐죠.

 

 

 

인도 맥주인가 싶어서 주문한 인디카입니다. 그런데 미국산이더군요.

훗날 술의 달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 라고 딱 설명해 주는게 과연 술고래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홉을 많이 넣어서 그런다던가 도수가 6.5%로 일반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라 뒷만이 묘하게 씁쓸하고 향기가 진하네요.

옥수수 음료같은 한국 맥주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한 잔 비워보니 이거 자주 마시면 습관이 될 듯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탄산의 짜릿함보다 향기와 뒷맛으로 즐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점심때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여전히 꺼지질 않아서 맥주도 안주 없이 그냥 마셨네요.

저녁도 굳이 식사를 할 필요없이 바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과 반대쪽 끝까지 한번 걸어보는데 여전히 건물 위에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마스코트들이 보이는군요.

 

 

 

걸어가다보니 재밌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라는 긴 이름인데, 건물 디자인만 봐도 예술감각이 느껴집니다.

 

평생 살면서 이번이 이태원 세 번째다 보니 이런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리가 없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까페 기능에서부터 각종 희귀 음반등이 모여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그리고 지하에 소규모 공연장을 갖춘 복합 센터라고 하네요.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라는 기업은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나름 좋게 보이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디 밴드들이 애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면 더욱 좋을 듯.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아서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밖에서 보니 2층이 뮤직 라이브러리인 것 같은데,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들으려면 헤드셋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카드가 없어서 돈 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하긴 전 음악을 많이 듣긴 해도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듣고픈 음악이 있으면 거의 집에서 혼자 듣습니다.

나중에 현대카드라도 생기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건물 반대편에는 예전 달동네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이런 언덕에 살면 좀 불편하더군요.

 

이태원 상권이 보통 규모가 아니던데, 반대편에는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번 나침반님과 이태원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물어보니

저기 언덕 위에 있다고 하셔서 슬금슬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시끌벅적한 이태원도 좋지만 이런 골목길 걷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죠.

어찌 보면 그 나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도 이런 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골목의 전신주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 번씩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어집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이런 골목을 15분 정도 걸어서 6년을 다녔는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럽도 당연해 보이는 그 풍경들을 지금 다시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면

시대의 흐름속에 남아있던 그 모습은 지금와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라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 글자는 언뜻 보기에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니 영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라면 'GUPA SMELLS GOOD' 처럼 보이네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때는 단렌즈를 끼고 있었던지가 광각촬영이 불가능해서 그냥 이렇게 찍었습니다만

나침반님이 '다리가 8개네요'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뒤에 다리가 4개 더 있습니다. 신기한 생물이네요.

 

 

 

도시정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런 언덕골목은 걸어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밑의 조그만 슈퍼의 지붕과 눈높이가 맞닿는 곳이 있더군요.

 

소소한 부분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겠죠.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쨌든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날씨도 좀 후덥지근하고 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원이니 땀을 흘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흑인들도 많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참 묘한 분위기더군요.

 

평범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도 예술감각을 십분 발휘한 벽화가 숨어있어서 지친 숨을 내쉬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헥헥거리며 사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인 이슬람 신자 한 분이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색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개신교처럼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나침반님이 세계일주를 계획중이기도 하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기본 지식이라고 갖고 있는 편이 좋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건물 밑에 비치된 무료 책자도 몇 권 챙기고 해서 돌아옵니다.

사원 중앙의 녹색 글씨는 알라후 아르바크(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오른쪽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날씨가 맑고 이른 시간에 와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가 슬슬 지려는 순간의 부드러운 하늘도 이곳 사원과 나름 어울리는군요.

 

 

 

이슬람 사원의 매력적인 특징인 기하학적 무늬입니다. 보통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타 종교보다도 엄격하게 금지하던 곳이라 인간이나 동물의 조각을 새기는 것을 금지하다 보니

식물의 덩굴 등을 연속적인 패턴화해서 사원을 장식하거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겉모습에 비해 수수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밀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모스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심이 없는고로 제가 특정 종교인이 될 일은 없겠습니다만

종교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 탐구라고 생각을 하니

항상 제가 모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볼거리는 다 봤으니 슬슬 펍이라도 찾아 가벼운 식사와 맥주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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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잠깐 올라간 김에 나침반님과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이태원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인 걸로 기억하는데, 보통은 평소 먹을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을 위해 가는 편이죠.

가격이 좀 센 곳들이 많지만 예전에 찾았던 우즈베키스탄 요리점은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뭘 먹을까 싶어서 조사를 해 보니 한국에 딱 하나밖에 없는 불가리아 음식점이 눈에 들어와서 가 봅니다.

일반 메뉴는 하나씩만 시켜도 둘이서 7만원은 거뜬히 나올 듯 하니 역시 저렴하게 접할 음식은 아니네요.

하지만 런치세트가 그럭저럭 싼 편이라 그걸로 그냥 맛만 보기로 했습니다.

 

메인 요리 전에 나오는 샐러드와 수프, 바게뜨입니다.

샐러드는 그냥 맨 것이나 다름없고 수프는 뜨끈하고 구수한 고기맛이 연하게 느껴지더군요.

 

 

 

좀처럼 먹기 힘든 요리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게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죠.

제가 선택한 메인 요리는 양다리 바베큐 입니다. 소스가 전혀 짜지 않은게 굉장히 담백하더군요.

 

얼핏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는 이 곳 음식이 꽤나 짜다는 소문이었는데

메뉴마다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도 소스도 전혀 짜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네요.

 

양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사하라 사막과 삿포로 맥주공원의 임팩트가 DNA 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 곳 양고기는 그 특유의 비린내도 잘 잡아낸 편이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먹을만 합니다.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다른 메뉴를 시켜야 다양하게 맛을 보니 나침반님은 닭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저도 한조각 떼어 먹어보니 이것도 맛이 연하네요. 불가리아의 고기 음식은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의 소스를 사용하는건가 싶습니다.

 

양고기 바베큐나 닭고기 스테이크나 이런 맛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도 괜찮을 법하지만

기왕 이태원에 왔으니 맥주는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하고 식사만 즐깁니다.

주위의 다른 손님들은 뭔가 큼직큼직한 캠프파이어 장작처럼 세워져 있는 꼬치구이도 시키고 해서

이곳 음식이 꽤나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돈에 구애없이 마구 먹을수도 있지만 그냥 체험하러 왔다는 느낌이라 이 정도면 적당합니다.

 

 

 

그나마 사람이 적게 찍히는 구도로 간신히 한 장 찍어봤습니다.

젤렌이라는 이름의 가게인데, 알고보니 불가리아어로 '녹색'이라는 뜻이라더군요. 과연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으면 사진도 훨씬 화사하게 나왔을텐데, 하필이면 안내받은 곳이 어두운 구석탱이라.

 

뭐 이런 사진은 그냥 소소한 추억 남기기로 담는 것이니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디저트로 나오는 요구르트는 시중 국내산과 비교해서 훨씬 시큼한 맛이 훌륭하더군요.

요구르트의 본고장 맛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단 요구르트보다는 신 요구르트를 좋아해서 입에 잘 맞았습니다.

집에서도 떠먹는 요구르트를 간이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지만 저는 거의 다른 첨가물을 타지 않고 시큼한 맛 그대로 먹거든요.

 

처음엔 이 정도 양 가지고 괜찮을까 싶었는데, 고기는 고기라 배가 한동안 꺼지지 않고 포만감을 유지해 줬습니다.

 

 

 

아직 날이 한창 밝을 때라 사람들이 별로 많지는 않네요.

나침반님 말로는 밤이 되면 인파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는 밤이 되어야 본론이 시작되는 걸까요.

메르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조용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이곳은 그 여파가 별로 미치지 않는 듯 합니다.

 

사람 적을때 이태원 구경이나 실컷 하기 위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태원이 그리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봅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되려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원래는 미군들 때문에 시작한 상권이고 지금도 온갖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자연스럽게도 한국인 관광객 역시 많이 찾아서 나름 신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요즘 굉장한 불경기라고 한탄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곳은 음식점이 즐비해도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긴 모든 사람들이 나침반님이나 저처럼 외식을 한다면 이런 가게들 오래는 못 가겠죠.

 

 

 

뒷골목을 걸어가다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펍이 보입니다. 이건 제가 아는 펍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이 정도면 왠만한 중소기업 굴리는 것보다 자금이 더 많이 들 듯 한데, 과연 어떨까 싶습니다.

 

맥주 한 잔 하긴 하겠지만 아직 이런 곳에 들어가서 자리잡을 만한 시간은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고 패스합니다.

 

 

 

재미있는 데코레이션도 보입니다. 아마 소주병인 것 같은데 옆으로 주욱 늘어놨더군요.

디자인이라는 건 재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겠죠.

 

밤에는 저 위의 라이트가 켜질 테니 그때 다시 한 번 구경하러 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홍대에서도 자주 봤지만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이태원 골목에도 그래피티가 많더군요.

용인하고 있는 것인지 건물주가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예술로 보기에는 단순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밑의 '폐 유 수 거'와 별로 다를바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허름한 뒷골목에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과하지 않은 선에서 즐긴다면 별 문제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이태원은 이런 분위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구도가 나올 것 같아서 한 장 담아봤습니다.

르 꽁드와의 쉐프는 어쨌든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많이 힘든가 봅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밑에는 쓰레기 봉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위의 쓰레기들은 강렬한 색생을 발산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군요.

 

그래피티라는 게 원래 반달리즘과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먹고 자라난 분야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그냥 재미삼아서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의미를 따지기는 좀 그렇네요.

단정히 배열된 쓰레기와 그래피티, 그리고 엄중한 경고문이 얽혀있는 모습은 왠지 사회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태원엔 바이크가 많더군요. 도로를 달리는 녀석도 많고 주차되어 있는 녀석도 많습니다.

괜찮다 싶어서 찍어봤는데 왠걸, 나침반님이 제가 인터넷 사진을 보고 영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혼다 CBR125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녀석들은 정말 영 아니게 생겨서 훌륭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던 모델인데

막상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요. 바이크라는 게 사진으로는 매력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녀석들인가 싶었습니다.

 

이 색상은 건담 버전이라고 하시는데 딱 이해가 되었습니다. 레플리카보다 네이키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관심없었는데

직접 보니 이 정도면 듀크125보다도 싸고 성능도 좋은편이니 잠깐 고민을 하게 만들더군요.

 

자금이 널널하다면야 125cc 중에서 과하게 고급인 듀크125 를 구입하고 싶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 녀석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이태원은 생각만큼 큰 거리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도로 주변의 각종 상점들보다는 양쪽 골목 사이사이에 퍼져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더욱 볼만합니다.

 

나침반님이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도 하나씩 먹어봤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모든 터키 아이스크림 점주분들이 실행할거라 예상하는 깜짝 이벤트도 한번 겪어보고.

 

예전에 먹었던 돈두르마보다 쫀득함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만 이런 건 기분으로 먹는 것이니까요.

제가 알고있기로는 돈두르마는 어떤 식물의 뿌리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쫀득쫀득함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식물이 한국에는 없는 녀석이라 과연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끝까지 걸어와 봤으니 다시 돌아서 다른 길을 찾아 구경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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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위치가 참 절묘하기 때문에 풍경은 매우 훌륭하다.

바다와 산 모두가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목조 신사 역시 그 속에 부드럽게 녹아가는 느낌.

예산 문제인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하게 깨끗하지 않은 느낌도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잠시 산책하고 있으니 카약을 타고 토리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풍경이 나올법도 하다. 사실 썰물 때라면 저기까지 걸어갈 수 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대마도가 지형적 특성상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긴 해도 관광 자원이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닌데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놓은 모습은 나름 공부가 된다.

 

 

 

멀리서 보면 마치 댐으로 인해 수몰된 경계선처럼 보이기도 하는 지형이다.

바다와 이렇게까지 근접한 곳이 빡빡한 수풀로 덮혀 있는 모습은 꽤나 볼만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쪽은 대마도의 정중앙 쯤 빡빡한 섬들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

한국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로 해안가가 오염되어 있지는 않았다.

 

북한보다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 최북단 근처의 바닷가에서

대구 들안길 음식골목의 한 숯불갈비집 마크가 찍한 라이터를 발견했을 때의 황당함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 옆에 지붕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거기 앉아 점심용으로 보존해 놓았던 카레빵을 뜯어먹는다.

배가 슬슬 고팠던 탓고 있고 해서 강한 카레향기를 감싼 부드러운 빵의 식감이 더욱 훌륭해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내가 걸어왔던 길 반대쪽 오르막을 힘차게 달려간다. 아마도 전망대 쪽인 듯.

 

풍경이 좋아서 전망대 구경을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지금 전망대까지 걸어갔다면 버스를 약 5시간 뒤에나 탈 수 있어서 힘들다.

아쉬움은 빨리 잊어버리기로 하고 짐을 챙겨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미야지마의 추억을 되살려 보며 바다 위의 토리이도 한 장 담아보고.

 

 

 

땀 흘리며 올라가고 있으니 한국인 자전거 투어러들이 지나쳐 올라간다.

저 정도 짐과 자전거라면 확실히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물론 예전에 내가 타던 자전거는 본체 무게도 장난 아니게 무겁고 튼튼했으며

펑크 방지를 위해 1kg가 넘는 두터운 타이어를 사용했고

바퀴에 다는 사이드백 4개에 50L 짜리 베낭을 뒷좌석에 얹은 걸어다니는 집이었으니

이런 경사라 해도 쏟아지는 땀을 감내하며 걸어가는 것 보다 쥐꼬리만큼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것이 고작이다.

 

시작을 그렇게 하다 보니 저런 복장으로 2~3일 가벼운 투어링을 즐기는 것은 왠지 성미에 맞지 않다.

산책 수준의 짧은 자전거 여행도 1주일이 넘었으니까.

 

 

 

울릉도를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궁금해진다.

크기로 치면야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이 섬이 울릉도 면적의 10배는 되지만

거기도 자연환경을 꽤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손을 별로 타지 않아 무질서하게 보이는 수풀이 오히려 친근해 보인다.

도로 주변엔 꼽등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곤충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날씨와 짐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제외하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물론 버스 도착 시간을 맞춰야 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 편안한 감상을 조금씩 방해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긴 힘든 게 카메라를 가진 사람의 숙명인 듯.

말라버린 덩굴이 살짝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고 저런 일을 모두 거쳐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녀석들이라.

 

 

 

귀뚜라미인지 곱등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고 건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곤충들 중에서는 방아깨비가 가장 귀엽다. 산소에서 자주 갖고 놀아서 그런 듯.

얘네들은 색깔도 그렇고 좀 더 강해보여서 왠지 만지고 놀려니 무서운 느낌이 든다.

 

이런 색깔을 가진 곤충들 중에서라면 매미를 꽤나 귀여워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여름 야간자습 시간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교실로 가끔 들어오곤 했는데

울지 않으면 쫒아낼 이유도 없어서 잡아서 머리 위나 팔목에 올려놓고, 공부하다가 지치면 가끔 바라보며 마음을 치유하곤 했다.

물론 가끔씩 내 팔뚝을 나뭇가지인줄 착각하고 빨때를 꽂으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놀라긴 했지만.

 

 

 

신사 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어서 조금 서두르는 바람에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지만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갈 때는 길과 시간을 모두 알고 있으니 여유를 부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 있다.

이름모를 꽃도 찍어가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산이 울창해서인지 바다 비린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

 

 

 

바다 하나 건너 섬에서는 꽤나 많은 수의 새가 무리를 이루어 빙글빙글 도는 중이다.

이쪽으로도 좀 와 주면 안될까 싶었지만 바다를 건너오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는 망원렌즈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행갈 때는 반드시 가지고 간다.

조금이라도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없으면 아쉬운 순간이 생긴다. 지금처럼.

 

보통은 여행용 렌즈라면 표준줌이나 광각 렌즈를 많이 추천하는데

이상하게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사진들 중 호평을 받는 것들은 상당수가 망원렌즈로 찍은 것들.

 

 

 

갈 때는 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는 선명히 드러나는 건물이 있다.

상당히 거대한 녀석인데 무슨 종교 시설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한적한 곳에 혼자서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궁금하긴 하지만 저기까지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조금 위험하다.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개글이 있는 것도 아니라 저 건물에 대해서는 결국 여행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참새가 다리 사이를 비집고 생명력을 과시하는 풀잎 근처에서 뭔가를 먹고 있다.

다행히도 망원렌즈를 계속 마운트한 상태가 지체없이 촬영이 가능했다.

더 다가가고는 싶었지만 참새가 워낙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볼일을 다 마쳤는지 금새 날아가 버렸는데, 덕분에 멀리서라도 한 장 남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지만 시골에는 정말 사람이 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집이 꽤 많다.

이제는 그런 집을 찍을 때도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예전 자전거 여행할 때 분명 빈 집이라고 생각하고 그 집 공터에 자리잡고 앉아

버너에 밥까지 지어먹는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밥 먹는 도중에 그 집에서 할머니가 한 분 나오시는 걸 보고 기겁한 경험이 있기 때문.

허둥대며 사과를 했지만 할머니는 흔쾌히 웃으면서 한동안 말상대를 해 주셨다.

 

콘크리트가 여기저기 부서진 마당과 번호판도 없이 방치된 낡은 자동차와 헌 가구 사이로 고양이가 열 마리 정도 느긋하게 앉아있던 집이라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구나 싶어서 벌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긴 했다.

 

 

 

물론 이 정도 집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 하지 않았을 텐데.

한적한 주택에 사는 매력중 빠질 수 없는 매력이 이런 우체통이다. 집 주인의 특징마저 드러내는 개성의 산물.

 

엄니가 밭일하고 차 마시는 용도로 사용했던 경남 사천의 조그만 시골집 앞에도 나무도 만든 귀여운 우체통이 있었는데

한동안 쓰지 않고 방치했더니 우체통 안에 새가 둥지를 짓고 새끼까지 길렀던 추억이 생각난다. 물론 덕분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든 것 처럼 보이는 이 우체통도 매력덩어리다. 

스스로 꾸미고 가꿔서 자신의 색깔을 덧칠할 수 있는 점은, 비록 불편하긴 해도 주택만의 떨치기 힘든 매력이다.

 

 

 

대마도는 매가 매우 많다. 사람 사는 마을 주변에서도 그 수려한 날개를 펼치고 주위를 천천히 돌며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때는 까마귀한테 쫒긴 적이 있어서, 덩치 큰 새가 머리 위로 날아들 때의 공포를 잘 알고 있는데

이 녀석 정도 되는 덩치가 머리 위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을 덮치는 건 까마귀가 훨씬 많아서 매는 걱정할 필요가 없긴 하다.

 

날고있는 조류 사진은 거의 찍어본 적이 없어서 대충 담아봤는데

저 매력에 빠진 사진가들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포인트를 찾느라 바쁠 듯.

 

 

 

시골 생활이란 게 이렇게 사진에 담기엔 아름답고 정겹지만 도시인들에게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란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깡촌중의 깡촌이 아니고서는 생활 편의시설이 나름 한국보다는 잘 갖추어진 곳이 일본이라

도시 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약간의 육체적 피곤함으로 치환할 각오만 있다면 그렇게 겁 먹을 일까지는 아니다.

 

시골의 정의를 어디까지 하는 것인가가 중요하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전철, 버스가 하루에 4번 정도 다니는 마을에서도

조그만 편의점 몇 개와 미니 그마트 같은 중형 슈퍼 정도는 영업을 하고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아예 그런것도 없는 깡촌이라면 생활 난이도가 만만치 않겠지만 그런 곳은 정말 특수한 환경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듯.

 

대마도는 섬 크기에 비해 인구가 많이 적은 곳이라 이렇게 조금이라도 관광객이 돌아다닐 만한 노선 근처엔

풍경과 편의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편이라 왠지 머릿속에 연상되는 시골이라는 느낌이 조금 덜한 편이다.

고행을 하러 귀농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밸런스가 적당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 흔적 하나 없는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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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나서 한동안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갈 수 있었지만

이 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도시를 잇는 버스라 그런지 매 정류장 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탄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서도 그 한적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타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다.

 

관광용 버스가 아니라 전형적인 시골 버스인데, 결국 자리가 완전히 꽉 차게 되자 뒤쪽 좌석의 통로 부분에 장착된 접이식 의자까지 펼치게 된다.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리려면 접이식 의자를 접어올려 사람들이 다 비켜서야만 내릴 수 있다.

한국이라면 좀 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버스는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 일어나도 전혀 상관없이 끝까지 기다려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등산복 입은 한국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꽤나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조금 난감했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듯 신경쓰지 않는다.

 

수려한 풍경을 지나치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니 목적지인 니이 부근에 도착한다.

주변에 나름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인지 낡았지만 지붕까지 달린 정류소가 인상적이다.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도 함께 내렸는데, 다들 목표로 하는 와타즈미 신사가 어느 쪽인지 몰라서 우왕좌왕한다.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정류소 안의 할아버지한테 신사 가는 길을 물어보니 꽤나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다음 버스 도착시 까지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그 정도까지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와타즈미 신사에서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전망대 쪽은 아무래도 도보로는 힘들거라 하신다.

 

 

 

사실 전망대 쪽은 대마도에서 풍경이 가장 좋긴 하지만

관광용 버스나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어야 갔다 올 만한 거리라 처음부터 힘드리라 생각은 했다.

관광지 구경에 의의를 둔 여행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와타즈미 신사 근처까지만 가 보기로 한다.

 

점심때쯤이라 한국인 관광객들은 밥 먼저 먹으러 가 버리고, 카레빵 하나에 의지한 본인은 그냥 하염없이 신사쪽으로 걷는다.

신사까지는 한참 걸어야 하고 그 주변까지는 그저 자연 내음 가득한 일반 주택가밖에 없기 때문에

발걸음에 힘을 빼고 살짝 위험한 사진들을 찍으며 느긋하게 걸어본다.

 

 

 

주택 옆에 토리이가 있길래 설마 여기가 와타즈미 신사인가 싶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아마 관광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마을 사람들만의 조그만 신사일 듯.

 

이 정도로 토속 신앙이 활기를 띄는 고도화 국가도 참 드물 듯 하다.

물론 국가적 이념이 세균처럼 스며들어서 본래의 취지를 더럽히기도 쉬운 곳이긴 한데

조그만 마을 주변의 신사들은 그나마 그런 오염에서 안전한 편이라 가볍게 구경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인데 한동안 걸어오면서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고기라도 잡으러 간 건지 밭에라도 간 건지, 간간히 들리는 새 소리 말고는 마을 전체가 정적으로 감싸여 있다.

 

좋은 모습이다 싶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런 개인 주택을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건가 두근두근하다.

이럴 때는 머릿속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마저 짜 놓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집주인과 얼굴이 마주쳤을 때는 웃으면서 친근하게 인사하며 집이 참 아름답고 깨끗해서 찍게 되었다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나마 일본어로 말이 통하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나 좋게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 자전거 여행때는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시도해 봤지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계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던 할머니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렇게 사진을 찍진 않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 방법으로 좋게좋게 인사하고 지나간 경험이 있으니 문제없다.

 

 

 

걸어도 걸어도 신사같은 것 꽁무니도 보이지 않아 잠깐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걸어오던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놀랍게도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걸어준다.

 

일본 시골에서는 아직도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이 활발이 일어나고 있어서

나처럼 쉽게 말 걸기 힘든 풍채를 가진 사람에게도 시원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사를 해 주고 혹시 와타즈미 신사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관광객 티를 풀풀 내는 본인에게도 용감히 말을 걸어 준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 애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풍경과 동화될 즈음 뒷모습을 담아본다.

 

훗날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이곳 아이들은 인사 잘 하도록 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인사는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산 속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토리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와타즈미 신사까지는 한동안 더 걸어가야 한다.

일단 길을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했지만 확실히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하면 전망대까지는 무리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봤는데, 그들이라면 신사를 보고 바로 전망대까지 가서 대마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겠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홀로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다음 버스를 넘기고 저녁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목적지인 하타카츠에는 숙소 예약도 잡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일찍 가서 짐을 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도하기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깡촌 중에서도 상깡촌인 이곳에도 걸출한 운동장이 산 속에 자리잡은 걸 보니 감탄이 나온다.

아마 학교나 주민센터 같은 곳일텐데, 야구를 하기에도 문제가 없는 잔디 구장과 야간용 라이트까지 설치되어 있다는 건 놀랍다.

 

세금은 이런데 쓰여야 조금이라도 덜 분노할 수 있을 텐데.

 

 

 

하늘은 흐리지만 목덜미는 땀으로 젖을 정도로 꽤나 더운 날씨다.

조금 높은 곳까지 올라가자 대마도라는 섬의 자연적 특징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한려수도를 압축해 놓은 듯한 바다와 산의 집합체인데, 이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그 모습이 전부 보여서 상당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부산까지 보인다고 하니 이 곳이 얼마나 한국과 가까운 곳인지 세삼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대마도는 본인 서식지에서 잠깐 산책가는 수준으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려는 시도를 하고싶진 않으니 그냥 이 정도 풍경만으로도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산허리를 한 바퀴 감아돌아 내리막에 들어서니 점점 바다와 가까워진다.

겉모습만으로는 이게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들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주요 거점인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중간에 위치한 곳이라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곳까지 와서 드디어 한적한 대마도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움푹한 곳에 와타즈미 신사가 위치해 있다.

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라 고즈넉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유명 신사처럼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지도 않은 조그만 곳이지만 자연적 위치가 매우 좋아서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자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신사가 위치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약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일본 각지의 주요 신사 목록에도 이 곳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눈이 돌아갈 정도로 휘황찬란한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등과는 비교할 수준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곳 와타즈미(和多都美)신사는 이곳 대마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본토 사람들에게도 나름 유서깊은 곳인데

산과 바다가 정확히 마주한 이 곳의 지형상, 일본의 건국 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신사가 모시는 용궁의 공주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는 일본의 첫 번째 천황이라는 진무천황의 할머니가 된다.

물론 저 진무천황이라는 존재는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군과 비슷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의 주축이 되는 설화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삼한을 정벌한 진무 황후라는 여성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보기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이 신사는 국토를 풍요롭게 하고 외세를 물리치는 표리일체, 혹은 대칭성의 상징이니까.

산과 바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곳의 지리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낸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대마도와 한국의 관계는 지형적 특성상 옛날부터 밀접한 교류관계와 약탈 침략의 역사였으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신화에서는 신적 존재가 보지 말라고 한 광경을 보다가 화를 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일본은 주요 국보나 신화에 관련된 유적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용궁의 공주인 토요히메는 남편에게 출산장면을 결코 보면 안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궁금을 이기지 못한 남편이 엿보게 되자 화를 내며 아이를 놔 두고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신화시대와의 단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설화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지만

산을 등에 지고 잔잔한 바다를 눈 앞에 둔 이 신사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과연 이 곳에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과 바다를 잇는 경계 역할을 하는 토리이.

섬나라인 일본은 이렇게 경계를 잇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인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역시 어마어마한 토리이가 바다에 놓여 있는데

밀물때는 바다속에 우뚝 서 있고 썰물때는 땅과 이어져 직접 걸어갈 수 있는 그 모습 역시 이곳과 동일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이 곳의 토리이는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는 단아한 모습이라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미야지마처럼 하루종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물며 밀물과 썰물의 풍경을 모두 감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이 곳은 그러질 못하니 그냥 이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밀물이 심할 때는 산 아래 신사까지 물이 찬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모습도 장관일텐데.

 

 

 

말라버린 갯벌 중앙에 신성한 시메나와와로 둘러쌓인 곳이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위에서 언급한 토요히메가 아이를 버리고 용궁으로 돌아갈 때 생긴 구멍이라고 한다.

지렁이 똥처럼 나와 있는 부분은 그 때 흘린 비늘이라고.

 

신화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꼼꼼함은 시각에 따라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현실적 역사의식이 좀 꼬인거 아닌가 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고 한국 관광객이 별로 없을 때의 신사는 참 한적하고 풍경이 훌륭하다.

느긋하게 거닐고 있으니 어디선가 한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몰려오는데

아마 잠깐만 거닐고 전망대로 갈 거라 생각해 그냥 주변을 조용히 맴돌았다.

 

자전거로 달려오는 4~5명 정도의 일행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입국대에 자전거를 줄줄이 늘어놓은 사람들 기억이 난다.

짐을 많이 싣고 달렸던 기억때문에 산악 자전거 투어링은 질색하는 성격이지만

짐도 없이 가벼운 자전거라면 이곳을 달리는 재미도 솔솔할거라는 느낌이다.

 

 

 

지금은 좀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반일감정이 심하던 당시엔 대마도 곳곳의 신사 에마에다가 '일본 침몰'등의 욕설을 적는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에마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라 저렇게 쓰여져 있는 에마 위에다 매직펜으로 마구 휘갈기는 반달리즘에 가까운 짓거리들이었다고.

 

내 입장에서 보면 참 구차하고 좀스러운 화풀이다. 애초에 그렇게 애국하고 싶으면 외화 낭비하며 일본 여행 따위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에마도 그렇게 많이 걸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만한 내용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본다. 아마 파코라고 하는 동물이 아팠던 모양. 파코의 병이 나아 건강해 지기를 비는 에마다.

다행히도 그 후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쓴 에마 오른쪽에다가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놓은 걸 보니 보는 쪽에서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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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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