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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8.24  어톤먼트(Atonement, 2007) 2
  2. 2008.07.30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2
  3. 2008.07.2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8
  4. 2008.07.10  조디악 (Zodiac, 2007) 4
  5. 2008.06.23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tster, 2007) 2
  6. 2008.06.09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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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조 라이트 감독에 대해 특별히 흥미가 동하진 않는다.
내가 보는 영화 스타일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어서 그럴까.
실제로 이 작품을 보게 된 이유도, '2차대전'과 '경이적인 롱테이크'가 주된 이유였으니 말이다.

다 보고 나니 그 2가지 말고도 여러가지 얻은 게 많아서 뿌듯했다.
그런데 뿌듯하긴 해도 그리 즐겁지는 않은 기분인 것이,
사실 사건의 강도를 줄여본다면 인생에서 이런 실수, 혹은 무지에 의한 고의 등은 누구나 경험해 보는 것 아닌가.

나도 분명 중학교 2학년때 한 친구를 크게 다치게 한 적이 있고,
여전히 그 친구한텐 미안한 마음 뿐이며,
지금도 잠자리에 들었다 혹여 머릿속에 그 일이 떠오르면 그 죄책감에 진저리를 치고 밤잠을 설치곤 한다.

자신에게 속죄를 내려줄 구원자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 죄는 영원히 댓가를 요구한다.
이러한 죄책감의 사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데 적절한 직업이 바로 작가라는 부류.
자기 몸을 스스로 채찍질하는데 지친 사람들이 그 죄의식을 벗어버리기 위해 하는 행동은 한국의 '굿판'과 비슷하다.
그와 더불어 어느 정도 사회적인 명성과 지위도 함께 즐길 수 있는게 작가라는 부류가 아닐까.
무당이 굿을 하면서 유령을 성불시키면 미X놈 널뛰는 짓이 되지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명복을 빌면 (덤으로 자기 자신의 죄책감도 덜어버린다면 일석이조) 베스트셀러가 된다.

감독 자신이 코멘터리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은 '작가와 작가의 정신에 관한 영화'다.
작가를 위한 정신적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실된 작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로 치장해서 증명해 주니까.

이렇게 행복한 거짓말로 가득 찬 작품에 신세대 장르인 영화의 매력을 가미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영상, 음향, 배우 모두 나무랄 데가 없으며,
그 모든 것 보다 더 놀라운 점은 감독이 관객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줄 안다는 것이다.

굳이 장면을 분석적으로 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카메라의 시선 앞에 놓인,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기대하게 만드는 편집 능력은 가히 탁월하다 할 수 있다.
조금씩 삐걱대는 이야기의 흐름조차도 결국 마지막엔 납득할만한 무대장치의 하나쯤으로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힘은 대단하다.

나처럼 로맨스 영화 안좋하는 사람들. 이거 봐도 된다. 로맨스 영화 아니니까.
감독은 해피엔딩이라고 밝혔고, 현실에서의 행복도 이런 씁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더욱 납득이 간다.
영상, 음향에 파고드는 매니아적인 취미를 가진 분들에게도 큰 흥미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던커크 해변의 롱테이크 씬은 '칠드런 오브 멘'의 그것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덤으로

시어샤 로넌(Saoirse Ronan)이 연기한 어린 브라이오니는 작품 내 모든 배우들을 압도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입술의 떨림과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지금 내가 쓰는 장황한 글보다 훨씬 뛰어난 설득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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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헐리우드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가 '베트남전' 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 알고 있다고 해서 70년대 당시 미국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느낌을 우리가 느끼긴 어렵다.

9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과, 27년 전 광주에 살던 사람들이 보는 '박하사탕'의 느낌이 같을 리가 없는것과 마찬가지.

물론 '화려한 휴가' 따위의, 영화적으로는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단순무식한 눈물샘 자극 영화라면
공감대는 넓어질지도. 하지만 본질에 접근하지 않는 영화는 어차피 겉핥기식 감동 이상을 주기 힘들다.

'택시 드라이버'가 개봉 30년이 지난 지금도 좋은 평가를 이어가는 이유는 거기 있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전이 만들어낸 '나이만 든 철부지 애새끼' 트래비스에 얼마나 많은 미국 시민들이 한숨을 쉬었을까.

호감가는 여자한테 순수한 마음으로 포르노 영화를 추천하는 트래비스의 모습.
정치엔 쥐뿔도 관심 없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에 분노하는 트래비스의 모습.
그의 미숙한 정의감에 코웃음을 치다가
그의 학살에 열광하며 그를 멍청이에서 영웅으로 승격시키는 장면을 보고
결국 최고의 멍청이는 트래비스가 아니라 대중들이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정신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않은 저능한 미숙아 트래비스를 배출해 낸 것은 베트남전이라는 환경호르몬이다.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가 함께한 영화 중에서, 누구나가 인정하는 '좋은 친구들'을 포함한다고 해도
이 영화에서 둘의 호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탐 행크스의 연기에 감탄했던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분노로 가득찬 철부지의 어설픈 영웅놀이'를 드 니로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주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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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alkin' to me?' -> 이건 로버트의 에드립이었단다. 와우~



P.S. 풋풋한 조디 포스터와 하비 케이틀의 모습도 너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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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왠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틱하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종잡을 수 없는 구성, 장르적 특성을 무시한 진행방식일 것이다.
특정 장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로 유명한 코엔 형제의 작품은, 그냥 장르 구분에 '코엔 형제'라고 써 넣어야 할듯.

근 10년간 본 영화들 중 가장 완벽한 구성력을 보여주는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2003)였는데,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 작품과 대칭점을 이루는
그래서 그만큼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다.

미스틱 리버는 거장 감독의 완벽한 통제 아래 열거하기도 힘든 특급 배우들이 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히치콕 이래 가장 교과서적인 '잘만든 영화' 대열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처럼 감독의 광기어린 집착이 느껴지지 않는게 또 포인트를 얻는다.

'노인을~'은 텍사스라는 지역과, 텍사스 출신 배우들이 없이는 아예 만들어질 수가 없는 영화.
(친구 강군이 텍사스 A&M에 유학중인데, 강군 너무 많이 물들지는 말게.. ㅡㅡ;)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텍사스의 거친 이미지와 코엔 형제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전 던지기식의 진행.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서 관객에게는 당혹감을 선사할 수 밖에 없는 불확실한 작품이다.
합리적인 구성? 친절한 네러티브? 그런걸 코엔 형제에게 바라는 것 자체가
우베 볼한테서 스토리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제되지 않은 영화는 배경과 배우들의 매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안톤 쉬거라는 인물은 한니발, 존 도우에 이어 영화사상 최고의 살인마로 등극했다.
안톤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 나 당신하고 결혼도 할 수 있을것 같아 T_T
(여담이지만, 구입후 아직도 보지 않은 '씨 인사이드'에서 이 사람이 나온다는건 오늘에서야 알았다. 역시 인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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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원 그냥 가만히 얼굴만 봐도 '나 미치광이 살인마요'라고 느껴지지 않나?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 자신도 안톤의 심리를 모르는 상태로 연기했다고 했는데, 그렇기에 훌륭한 싸이코패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합리적이고 자신의 내면과 충돌이 없는 진실된 행동으로 일관하는 인물이 이 안톤 쉬거다.

보안관 벨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한탄하며,
결국 정말 눈꼽만큼도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 무능한 주역이라는 희대의 역할을 맡은데 반해

안톤은 합리적인 이유에 따라 살인을 하며, 살인을 할 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완벽한 프로의 정신을 보여주고,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에서 살인을 결정할 때는 동전 던지기로 판단을 신의 손에 맡긴다.

싸이코패스의 심리를 이만큼 정확하게 집어낸 작품이 또 있을까.

코엔 형제가 양념으로 잘 사용하는 '기계장치의 신'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사용되고 있는데, 안톤 쉬거의
등장으로 인해 작품의 맛을 몇 단계는 더 올려주는 훌륭한 최고의 향신료가 되었다.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감을 무참히 짓밟는 최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세상에 이런 긴장감을 90분이 넘게 유지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
명실공히 코엔 형제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으로 뛰어난 영화임에 틀림없을 듯.

이런 작품을 국내에서는 블루레이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할 뿐이다. (제발 좀 나와라)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이 작품이 원작 소설과 거의 100% 일치할 정도로 원작 종속적이라는 거다.
아무리봐도 이건 코엔 형제의 색깔로 충만한데, 원작자가 코엔 형제를 위해 헌정한 작품이 아닌가 할 정도니까.

이 영화를 보고 무한히 생성되는 전율에 즐거워 몸서리치는 하루다.

아임 낫 데어, 데어 윌 비 블러드 등등 아직 못본 작품들이 즐비한데.. 다크나이트와 헬보이까지 나온다니
올해 영화생활은 정말 행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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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시리즈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1편을 제외하고
나처럼 3편을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핀쳐 감독의 다른 작품중 적어도 하나는 더 좋아할 거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 이외엔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앞으로의 행보가 불안했던 감독인데
'조디악'을 통해 너무 빨리 거장의 반열로 올라가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괄목한 성장을 보여줘서 놀랐다.

이제까지의 핀쳐 영화에서 공식화된 절묘한 편집과 과감한 영상미를 대부분 잘라내 버린 '조디악'이
대중적인 인기면에서 앞의 두 영화와는 상대가 안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하고도 남았을 터.

나 역시 내 인생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여전히 '세븐'을 꼽고 있는 터라, 이 영화와 비교하자면 서글퍼지지만,
'세븐'과 '살인의 추억'을 비교할때는 비교 대상이 안된다고 등 돌리다가
'조디악'와 '살인의 추억'은 알아서들 비교하며 '살인의 추억'이 더 재미있다고 바락바락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루하진 않다.

핀쳐가 자신이 가진 장기를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영화라, 그 만큼 다른 부분에서의 상승효과가 있어야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가는데
다행히도 핀쳐의 이러한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주연이 없다시피 한 영화가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주연급이라서
대단히 높은 수준의 연기가 상호 작용을 일으켜 영화의 응집력을 굉장히 높혀 줬다.
올해 본 영화중에 아메리칸 갱스터와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의 구성력 면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굳이 단점이라고 생각지도 않지만 항상 나오는 '지나치게 실화에 집착하다 보니 극적인 구성이 부족'하다는 말엔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솔직히 '세븐'이 상영된 1995년 이후로, 적어도 극적인 구성면에서 그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식상했다고나 할까.

차라리 같은 소재를 사용한 영화라면 이렇게 근본 뿌리부터 바꾼 '조디악'이 더 신선해 보이지 않는가.
모든 인물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억지스럽게 시선을 모아가는게 아니라
극중 공간 안에서 각각의 목표를 향해 수십, 수백갈래로 갈라진 길을 걷다가
조금 조금씩 작품의 큰 흐름에 자연스럽게 관여되어 가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풍성함이라고 할까.
핀쳐 감독은 '팔딱대는 스타일리스트'에서 '가만히 있어도 폼잡는 스타일리스트'로 환골탈퇴한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의 부족 이야기 하는데, 제이크 질렌할이 마샬의 실마리를 찾다가 들어선 지하실에서의 씬을
생각해 보라. 움직임이 거의 없는 몇 분의 씬 동안, 질렌할의 연기와 부자유스러운 조금의 음향효과만으로
전반부 2시간 동안의 차분함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조성하지 않는가.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다. 요 근래 수년간 호러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한 최고의 긴장감이었다.

항상 스릴러 영화를 생각하면 '세븐같은 영화, 혹은 세븐을 뛰어넘을만한 영화 안나오나'하는 갈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조금 바꿨다.
'세븐'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물론 장르적으로는 이미 스릴러와 드라마의 범주가 뒤섞여버렸지만, 나는 굳이 장르 나눠서 답안지 끼워맞추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영화 다 보고나니 또 '세븐'을 보고 싶어진다.
핀쳐는 그리 좋아하는 감독이 아니지만 '세븐'만큼은 내 영화인생의 보물같은 작품이라서 말이다.
에너지가 과하다 못해 폭발해버린 '파이트 클럽'도 물론 좋아는 하는데, 나한테는 그 에너지가 좀 버겁다.
조디악 (Zodiac, 2007) :: 2008. 7. 10. 12:33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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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치오 델 토로, 알 파치노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손꼽는 덴젤 워싱턴과
블레이드 러너, 킹덤 오브 헤븐으로 명실공히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된 리들리 스캇 감독이 만났다.
거기다 좋아하진 않아도 연기력으로는 위의 배우들에 비해 떨어질 것 없는 러셀 크로우에
조쉬 브롤린(악역형사 트루포), 쿠바 구딩 주니어(클럽점장 니키)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조연에 포진.

이거 뭐 완전히 나를 위한 영화가 아닌가.

거기다 킹덤 오브 헤븐 이후 간만에 보는, 내 입맛에 짝짝 맞는 굴곡 심하지 않고 무거운 영화라서
긴 플레이타임 동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젠 영화 시작하기 전 날아오르는 새 모습만 봐도 미소가 번지네.

친구 강군이 이 영화를 미국서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정말 실화였다니~' 란다.
난 실화인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저런 거물과 부패 경찰들이 정말로 잡혀 들어갔다니' 였다.

한국에서 저 정도 거물이 설친다면 잡혀 들어갈 리가 없으니까.
커넥션은 전부 정치, 법조, 재벌가에 연결되어 있을테니 설사 거물 하나는 들어가더라도 커넥션이 잡힐리가 없다.

보는 내내 2008년의 대한민국과 1970년의 미국이 대조되었는데, 타락의 정도로 따지면 둘다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 드러난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국이 30년 후의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게 사실인 듯 하다.
변변한 증거도 없던 그 시절에 비해, 자기 입으로 범죄사실을 떠벌리는 영상이 떠도 떳떳히 대통령 되는 사회니까.

외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영화 이야기에서 벗어나버리니 이건 그만하고.

이 영화 역시 스캇 감독의 철학이자 고집인 극한의 리얼리티 추구가 여기저기서 드러나 있는 영화다.
그 당시를 뉴저지와 뉴욕에서 보냈던 사람이라면 그때의 모습에 꽤나 놀랄 정도로 당시를 잘 표현했다.
'블레이드 러너'같은 SF 에서도, '에일리언'같은 호러에서도, '매치스틱 맨' 같은 드라마에서도 그의 리얼리티는
영화 전체의 뼈대를 단단히 받쳐주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G.I 제인이나 글라디에이터 같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버리고 싶은 영화도 있긴 하지만.

구성이 밋밋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 이 작품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밋밋한 구성 중에서 이만한 몰입도를 주는
작품은 스캇 감독의 그것 이외에는 찾기 힘들다. 그건 역시 탄탄한 구성력과 리얼리티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시청각적 만족감으로 보자면 스탠리 큐브릭,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장인정신마저 느껴지는 인물이라서
작품을 볼 때 마다 이런 사소한 곳에도 집착적인 면을 보이는 그의 집념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갱스터 영화는 장르적 특성이 매우 확고하고,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들이 몇 개씩이나 포진해 있는 장르라
이 영화 역시 감상 전부터 그 명작들의 비교 대상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진행 방식에서는 결국 눈감고도 줄줄 욀 정도의 정형화를 보여주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20세기 중후반을 아우르던 미국 갱들의 인생이란, 이제는 식상해 버릴 정도로 영화같은 삶이었다는걸 반증하는거나 마찬가지.

'정의'라는 개념에 선악의 가치판단을 없애버리면,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라는 두 인물이 탄생한다.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감정적 동의를 유발시키는 저 두 인물은 자기가 할 일 착실하게 수행하고, 딴 생각 품지 않은 프로페셔널이란 거다.

덴젤이 처음부터 프로의 본분을 직감하고 있던 것에 비해
러셀은 중반후 법정에서 아내에게 쓴소리 한번 듣고나서 그걸 깨닿는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사전 전후의 러셀의 연기를 살펴보면, 과연 이 배우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 그지 없다.
그 미묘한 심리 변화를 안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대사 몇개로 표현해 낸다는 점, 배우로서는 자랑스러워 할만한 능력이다.

덴젤이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던 범피가 가장 질색했던 '생산자와 직거래'를 직접 실천해 성공하는 점과
그렇게 청렴결백에 집착하는 러셀이 가정적으로는 형편없는 바람둥이에 불과하다는 점이 교차되어 드러나는 점도 이 영화의 백미.

겨우 그 정도 마약에 70년대의 미국 사회가 얼마나 흔들렸는가를 생각하면,
1800년대 중반 중국을 나른하게 만들었던 아편의 위력은 상상도 못할 정도고, 그러고도 되려 전쟁을 일으킨,
얼굴에 특수 탄소섬유강을 도배한 당시의 영국이란 나라의 추악함도 상상하기 힘들다.

스캇 감독의 영화는 항상 영화 알맹이와 함께 미장센 등의 매니아적 즐거움,
그리고 이놈의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한 탄식도 곁들일 수 있어서 항상 관람후에 배가 부르다.

제발 오래오래 살아서 영화 좀 더 만들어 주시길.
제임스 카메론이야 아직 창창한데, 당신은 이제 옆에서 보기에 걱정이여..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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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상중이거나 감상예정인 작품들이 이상하게 음악쪽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건 정말 우연이다.
스위니 토드, 카핑 베토벤, 원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등.

그 중 오늘의 주인공인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뮤지컬 영화인 '스위니 토드'와 음악영화인 '원스'의 중간쯤에 위치한 느낌이다.
물론 위의 4 영화는 각각 그 느낌이 극과 극을 달리는 영화라서 이걸 같은 분류로 묶는 행위 자체가 의미없는 행동이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생시절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90년 초~중반을 아우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거라 본다. '알라딘'과 '라이온 킹'으로 이어지던 역대 디즈니 최고의 라인업을
가장 감수성 풍부할 중학교 시절에 감상했다는 건 멋진 추억이다. 그리고 그 환상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던 '라이온킹'의 뮤지컬을 맡은 사람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줄리 테이머였으니, 게다가 더 말할 것도 없는 비틀즈의 음악이 결합했으니 두말이 필요없었다.

다양한 뮤지컬, 연극, 음악 연출로 기본기가 탄탄한 줄리 테이머와, 그의 남편되시는 음악감독 엘리엇 골든탈이
자신들의 우상인 비틀즈를 위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이 영화에 애정과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짐작케 한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성공이 보장된거나 마찬가지인 음악적 완성도 이외에도,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의 70~80%가 정지화면시 가히 예술작품이라 칭할 만한 색감과 구도로 가득 채워진
시청각적 요소 모두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예술영화로 탄생했다.

나는 비틀즈를 좋아하면서도 그들의 노래에 대해서 그리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순 없는 부류다.
이 영화에 흐르는 33곡의 음악 중에서도 10곡 정도가 귀에 익은 정도라면 이해가 가시려나.

하지만 최소한 3~4곡만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틀즈라는 그룹이 어떤 존재인지만 알고 있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문제는 없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세삼 느끼게 되었지만, 이 영화에서 건질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영화 역사 100년을 통틀어 이 영화의 영상미는 열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감독의 비틀즈에 대한 존경이 영화 내내 모든 영상과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야말로 비틀즈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밖에는.

한 그룹의 노래 33곡으로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상상이 가는가?
그것도 이 영화는 단순한 뮤직비디오 모음집이 아니라 엄연히 연결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비틀즈라는 그룹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반증하는 것일수도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출발한다.

존 레논의 사상적 깊이에 감명받았을 전 세계 수백만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그 깊이가 얕을 수 밖에.

뮤지컬 영화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야기의 개연성과 주제 표현의 얄팍함은 결국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장르가 가진 태생적 약점에 존 레논이라는 신화적 존재가 들어간다면 그 비판 강도도 상상을 초월할 수 밖에 없는 것.

가능한 한 영화를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나한테는 그리 문제될 건 없었다.

적어도 이 영화가,
갖다넣기만 하면 최소한은 보장되는 비틀즈의 음악을 결코 가볍게 취급하지는 않으려 노력했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이기 때문에.

60년대 미국과 영국, 베트남전과 히피, 그리고 비틀즈.
이 단어만 들어도 이 영화가 무엇을 나타내려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추억이 가지는 아련함과 아쉬움, 그리고 순수와 행복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