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를 버스 관광으로 오면 아쉽게도 그냥 지나쳐야 하는 곳이 이 앞에서 시작하는 철학의 길입니다.
혼자서 오면 거닐기 참 좋아하는 곳이 이 철학의 길인데, 쿄토의 유명 철학자 니시다 키타로가 산책하던 곳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죠.
봄이나 가을에 오면 정말 철학하기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사실 특별한 볼거리가 아니라 산책 자체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 버스 투어에서는 좀처럼 포함시키지 않는 길이죠.
버스 출발까지는 항상 5분 남기고 도착하도록 시간을 짜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와 엄니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시간 관념이 철저한 건 좋지만 대체 언제부터 여기 도착해 있었던 걸까요.
엄니는 은각사에서 내려오면서 도토리 하나를 주워 귀엽다고 보여주십니다.
그러고보니 아이들 세계에서는 도토리가 화폐의 역할을 할 때도 있었는데.
버스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도착했습니다.
각종 가게들의 할인 쿠폰을 나누어 주며 점심 식사 후 올라간다고 가이드 아가씨가 설명해 주는군요.
쿄토가 좀 그런 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곳 키요미즈데라는 워낙 관광객이 많이 오다보니
전체적으로 식사 품질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정말 제대로 하는 곳도 있긴 합니다만
그런 곳은 버스 투어 중간에 들릴만한 곳이 아니죠.
그래서 그냥 정류장 근처 쿠폰 사용할 수 있는 아무 집이나 들어가 적당히 배만 채우고 나오기로 합니다.
제가 일본 음식이 워낙 잘 받는 면도 있고, 엄니는 지금 몸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걸 빼고 키츠네 소바 정식을 주문합니다. 톳 무침을 참 좋아하는데 그건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전 카츠동을 주문합니다. 엄니께서 저 정식을 전부 싹 비우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으니
전 국물 없는 녀석을 시켜서 엄니의 남는 키츠네 소바를 다 처리해야 하거든요.
남기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전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 그러는지 먹는 건 절대 안남깁니다.
카츠동은 아주 지극히 평범한 레벨인데,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은 꽤 비싼 편이더군요.
할인 쿠폰을 쓸 수 있지만 어차피 투어 가격에 다 포함되어 있고, 이곳 가게들도 다 그런거 감안해서 가격 산정하는 거라.
키요미즈데라는 저한테 이미 관광지로서의 의미가 거의 없는 곳일 정도로 자주 왔습니다만
요즘 들어 눈에 띄게 많이 달라진 점이라면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온다는 것일까요.
2000년 초반에 처음 왔을 당시엔 동양인 관광객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인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보입니다. 처음에 일본인으로 알고 있었던 저 키모노 입은 커플 역시 중국인이더군요.
한국 관광객과는 달리 젊은 중국인 관광객은 이런 곳에서 키모노도 대여해 입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입니다.
저쪽도 일본한테 만만치 않게 당해 온 역사가 있는데, 젊은 층에서는 이제 별로 의식을 하지 않는 것인지.
식사 후 다시 집합해서 키요미즈데라 쪽으로 향합니다.
규모가 상당히 큰 곳이라 정해진 시간안에 둘러보려면 절 앞까지 안내를 해야 할 듯.
여기서 바로 해산 후 알아서 보세요 하면 아마 절까지 접근도 못하고 관광 끝내는 분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녹차로 유명한 쿄토이다 보니 음료수 자판기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그 위에는 말차 아이스크림 모형이 떡하니 올라가 있군요.
일단 키요미즈데라는, 오전 10시 이후엔 1년 내내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 곳입니다.
수학여행, 단체 관광만 해도 쉴새없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제가 쿄토에서 바라는 이미지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쿄토에 와서 키요미즈데라를 가보지 않는 것도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특이 요즘의 키요미즈데라는 이곳 삼중탑을 포함해 여기저기 공사중이라서 더더욱 주위가 산만합니다.
국보 히메지 성 같은 경우는 공사 기간중엔 아예 입장료를 깎아주기도 하는데
이곳은 이러나 저러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딱히 할인받는게 없군요.
공사 할때도 철근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모습을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 키요미즈데라가 가지는 중요성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무사시보 벤케이(武蔵坊弁慶)라는 유명한 거구의 무장이 사용했다는 석장이 소소한 볼거리입니다.
실존인물일 가능성이 낮아서 실제로 저걸 들고 휘두르진 않았으리라 봅니다만.
큰 석장은 무게가 90kg에 육박하기 때문에 팔힘만으로 들기는 어렵습니다.
시간대로도 관광객이 제일 많이 몰릴 때라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네요.
키요미즈데라에서 가장 유명한 무대(舞台) 지지대입니다. 높이가 16m 정도 됩니다.
여기서 떨어져서 살아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죽더라도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예전부터 여기서 몸을 던지는 사람이 매우 많았죠.
놀랍게도 생존률이 80%를 넘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흉내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곳저곳 공사중이라서 지금의 키요미즈데라는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로군요.
밑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키요미즈의 청수는 각각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하는데
세 줄기의 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불행해 진다는, 욕심부리지 마라는 교훈을 주는 곳입니다.
엄니나 저나 저기서 줄 서서 물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냥 사진만 담아봤습니다.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더군요.
은각사에서는 사람이 많아도 정원의 경치가 워낙 좋아서 한참 거닐고 싶었는데
키요미즈데라는 이만큼 사람이 많으면, 그냥 적당히 구경하고 남는 시간에 아래쪽의 상가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습니다.
사찰 안에 위치한 인연맺기 신사입니다. 여기 대해서는 제 블로그의 오사카 포스팅에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패스.
제가 엄니하고 같이 올라갈 일도 없고, 독신주의다 보니 딱히 인연을 바랄 일도 없네요.
젊은 사람들에겐 항상 인기 넘치는 곳입니다만.
봄과 가을의 키요미즈데라는 이 곳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절경입니다.
겨울은 역시 좀 황량한 기분이 드는군요.
키요미즈데라 사찰의 지붕은 편백나무 껍질을 얇게 썰어서 붙인 히와타부키(檜皮葺)라는 공법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중국와 한국에서 전래되어 발전한 일본 전통 건축양식중 가장 독특한 공법으로, 일본에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구성이 약하지만 기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곡선 표현에 강점을 가지고 있죠.
쿄토는 저기 멀리 보이는 쿄토 타워를 제외하면 도시 미관상 엄격한 높이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키요미즈데라 등에서 바라보는 쿄토 시내의 모습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난잡하지 않고 정취를 풍길 수 있게 되어 있죠.
쿄토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청결도 역시 최고를 자랑합니다.
요즘 중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바람에 혹시 좀 더러워지지 않았나 싶었지만
나름 일본에 오는 관광객은 적어도 저와 엄니 일행보다 수십 배 부자들이라 그런지
나름대로 쓰레기 버리지 않고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네요.
호텔에서 중국인 가족이 저와 엄니를 위해 닫히던 엘리베리터를 열어주고, 나갈 때 '바이바이~'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중국인에 대한 깊은 편견이 살짝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곳은 왔던 길을 돌아갈 필요 없이 한바퀴를 주욱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편리합니다.
시간을 좀 더 들이면 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산책도 가능합니다만
엄니의 체력도 그렇고, 버스 집합시간을 생각하면 거기까지는 무리더군요.
물론 이곳이 버스 투어의 마지막 코스라서, 실제로 버스를 타지 않고 그냥 여기서 헤어지는 팀도 있긴 합니다만.
엄니와 저는 어차피 쿄토 역에 돌아가는게 더 편하기 때문에 집합시간을 맞춰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토와노타키(音羽の滝)는 그냥 구경한 하고 갑니다. 줄 서서 물을 마시고 싶을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죠.
예전에 한번 마셔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물이 맑고 맛있긴 합니다.
키요미즈데라라는 이름 자체가 청수사, 물이 맑은 절이라는 뜻이니까 말이죠.
쿄토를 포함한 킨키 지방은 젠자이(ぜんざい)와 아메유(あめ湯)가 유명합니다.
젠자이는 단팥죽, 아메유는 따뜻한 감주라고 보시면 되는데
비슷하달 뿐이지 맛은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특히 아메유의 경우엔 살짝 시큼한 맛이 매우 독특하죠.
추운 날이라 아메유 한 잔이면 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엄니께서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패스.
어디든 그렇지만 일본식 정원은 특히 봄과 가을에 와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홋카이도처럼 여름과 겨울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그런 곳이 아니면, 역시 헐벗은 나무들 모습은 좀 그렇죠.
여전히 쿄토엔 사람이 관광객이 어마어마한데, 봄가을 즈음의 이곳은 좀 무서울 듯 하네요.
이 앞에서는 여전히 카메라 가진 사람이 단체 사진 찍어주면서 필요하면 사 가라고 합니다.
일단 저와 엄니도 버스 단체 투어를 따라온 사람이기 때문에 모여서 한 장 찍긴 했네요. 물론 찾진 않았습니다.
단체 투어를 가지 않는 저로서는 매우 희귀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버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쪽은 여전히 기념품과 먹을거리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옛스런 멋이 남아있는 이곳 거리에 저렇게 가끔 깨는 듯한 디자인의 마스코트가 놓여있으면 재미있는 셔터 찬스가 되죠.
그 도넛군이 서 있는 박스는 아주 오래된 나무처럼 보인다는 점이 또 독특합니다.
날씨는 춥지만 키요미즈데라에 오면 녹차 관련 군것질은 한번 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법칙에 따라
말차맛 소프트크림 하나 먹고, 엄니하고 함께 먹을 야츠하시(八つ橋)를 구입했습니다.
야츠하시는 쌀가루로 만든 얇은 만두피 속에 팥이나 설탕 시나몬 등을 넣어 삼각형 형태로 만든 납작만두 같은 녀석입니다.
원래 삶거나 찌지 않고 날것 그대로 먹는 녀석이라 나름 독특한 식감이 있는 녀석이죠.
엄니께서는 어느 특산품점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다기 그릇들에 눈을 뻇겨서 버스 도착 시간 아슬아슬할 때까지 보고 계셨습니다.
맘에 드는 다기가 한국돈으로 30만원쯤 하는데, 한국에서 사는 것과 비교해서 그리 비싸지도 않는 편이라 구입해 갈까 말까 많이 고민하시더군요.
다기는 가격 뿐만이 아니라 구입 시기를 놓치면 돈이 있어도 구입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서
저는 온김에 하나 사 드리겠다고 했지만 엄니는 고민 좀 하시다가 '집에 많이 있으니' 그만두겠다고 하십니다.
쇼핑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만, 엄니는 대신 오늘 저녁에 요도바시 카메라에 가서 손자 줄 장난감을 사기로 합니다.
버스타고 쿄토역으로 돌아가는 도중 엄니가 절 보고 저것 좀 보라고 하시길래 뭔가 싶었는데
거대한 트럭 운전석 좌석 밑에 저런 인형이 놓여있네요. 뭔가 센스가 있는 운전사인 듯 합니다.
손자 줄 장난감을 좀 사고나서 여행 마지막 밤의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손자가 역시 사내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동차를 환장하도록 좋아하는 터라
각종 스포츠카와 함께 소리나는 버스도 하나 구입했네요. 재미있게도 스포츠카 보다 버스를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알았는데, 타요라는 버스 캐릭터가 그 당시 대인기였다고 하더군요.
쿄토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이제껏 그리 비싼 식사를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로는 별로 훌륭하지 않은 쿄토 요리 정식, 쿄 요리(京料理)를 먹어봅니다.
쿄 요리하고는 별개로 술안주로 개별 주문이 가능한 카마보코(かまぼこ)를 먼저 먹습니다. 술은 안마셨지만.
카마보코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어묵의 단어적 의미에 가장 잘 들어맞는 녀석입니다.
생선살과 조미료를 갈아서 한번 튀겨낸 녀석이죠.
일본에서는 오뎅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어묵 하면 오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 헷갈립니다.
따로 주문한 술안주 두 번째로, 제가 일본식 선술집에서 아주 좋아하는 겨자오징어입니다.
짭쪼롬하고 톡 쏘는 맛이 오독오독 씹히는 오징어와 매우 잘 어울리죠.
엄니께서는 술을 안 드시기 때문에 이건 처음 먹어본다고 하시는데 굉장히 맛있다고 하십니다.
단지 상당히 짠 편이라 그냥 이것만 먹기엔 좀 힘들긴 합니다.
쿄토는 천 년간 일본의 수도였고, 그 당시 일본 불교가 찬란하게 꽃 핀 경향도 있어서
쿄 요리라 하면 전통감 넘치는 고급 요리를 뜻합니다만
반대로 고위 승려들이 즐기던, 고기를 넣지 않고 두부만으로 만들어 내는 코스 정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몸이 좋지 않은 엄니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게 두부를 중심으로 하는 쿄 요리를 주문하기로 했죠.
두부는 중국이 원조이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이 이제와서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각 나라별로 맛이 상당히 다른 음식에 속합니다. 일본의 두부는 식감과 맛 모두 한국과는 다른 편입니다.
쿄 요리를 먹어보면 두부도 이렇게 종류와 맛이 다르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어묵처럼 쫄깃쫄깃한 두부에서부터 구수한 검은콩 두부까지
한 사람당 나오는 양이 적어서 뭔가 좀 간질간질한 느낌이지만, 다양한 맛의 두부를 즐기기엔 좋은 코스입니다.
쿄 요리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다른 대중적인 요리와 달리 심심한 맛을 특징으로 내세웁니다.
원래 사찰 음식이었던 탓도 있어서, 일본의 짠 음식에 부담을 가진 사람이라면 쿄 요리가 알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쿄 요리는 기본적으로 좀 비싼 편이라, 여행 와서까지 이 가격에 두부만 줄창 먹는게 좀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만.
톳 무침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반찬입니다만, 이곳은 평소 먹던 간장졸임 톳무침이 아니라
양념을 하지 않은 톳에 두부를 갈아넣어 버무린 녀석이군요. 심심한 맛이 괜찮습니다.
이것도 물론 두부튀김입니다. 아주 부드럽고 물렁물렁한 흰두부를 튀겨낸 녀석이라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느낌이 재미있더군요.
차왕무시(茶碗蒸し)라고 하는 계란찜입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계란찜과는 달리 조그마한 그릇에 다시마 육수로 풀어낸 계란을 넣고 중탕으로 찌듯히 삶아내기 때문에
푸딩같은 말랑말랑한 식감이 매력적인 녀석이죠. 안에는 새우 등의 해산물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각종 튀김요리도 나옵니다. 완전한 두부 코스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너무 심심할 것 같아서 이것도 넣었죠.
숙소 근처 마을의 조그마한 가게라 거의 토박이 손님만 오는 곳이기도 하고
노부부 둘이서 요리하고 서빙하고 다 맡아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어서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드는 튀김이었습니다.
코스의 마지막은 역시 밥인데요, 식기가 재미있어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엄니는 밥만 덩그러니 나오는 모습을 보고, 뭐하고 같이 먹냐고 의아해 하셨습니다만.
뚜껑을 열면 이렇게 되어 있죠. 정갈하다면 정갈하고, 이 돈 주고 이렇게 나오냐고 한탄할 수도 있는 그런 녀석입니다.
엄니께서는 '쌀은 좋네'라고 하시며 조금씩 천천히 드시더군요.
제 덩치를 생각하면 확실히 양이 좀 부족했습니다만, 엄니는 다행히도 드시고 속이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후식은 물렁물렁한 꿀떡 같은 녀석과 양갱이 나오는군요.
후식 자체보다도 찍어먹으라고 준 저 나무작대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적인 면도 중요시 하는데
포크나 이쑤시개가 나오는 것보다는 확실히 운치가 있네요.
숙소에 돌아와서 쉬고 있다가, 여행 마지막 밤을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니 쉬는 동안 밖에 나가서 서점에서 책도 좀 사고 편의점에서 오뎅도 좀 사서 돌아왔습니다.
한국 오뎅과는 여러가지로 다른 재료가 많이 들어간 녀석이라, 일본에 가면 한 번씩 사 먹고는 하는 편이죠.
엄니는 이것까지 먹었다가는 속이 안좋아 질거라 하셔서 안 드셨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역시 여행은 건강이 중요한 겁니다.
국물 맛이 진득하게 배여있는 실곤약과 계란은 제가 좋아하는 메뉴죠.
특히 곤약은 식감이 아주 마음에 들어 꼭 빠지지 않고 먹는 편인데, 편의점에서 파는 곤약도 저렇게 디자인을 중시하는 걸 보니
어차피 입 안으로 없어질 녀석이지만 참 꼼꼼하게 해 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TV를 보면서 밤을 보냅니다.
엄니께서는 일본어 모르시는데도 방송을 어느 정도는 알아들으시더군요. 궁금한 거 물어보시면 제가 답하고 하는 식으로 TV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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