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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오랫동안 수납장 안에서 잠들어 있던 DVD 를 꺼내 감상했다.

나는 한국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예전 쉬리가 극찬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이끌기 시작했을때도 사대주의에 찌든 인간이라는 평만 들었다.

왜냐고? 쉬리도 재미없었고 JSA 도 재미없었고 실미도도 재미없었고 태극기도 재미없다고 말했거든.

조폭 양아치들이 배설하는 구수한 욕설도 나한텐 구역질나는 치장으로밖에 안보이고

여기서 웃으라고 감정선을 자극하는 씬에서는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뿐이다.

그런데 그 욕설가득한 영화중에서 유일하게 후하게 평가하는 영화가 둘 있다.

'복수는 나의 것' 과 '구타유발자들' 이다.

사실 두 영화 다 감상후엔 기분이 정말 더럽기 그지없어지고, 두 번 감상하기는 꺼려진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복수' 빼고는 그의 감성과 상성이 안맞는 편이다.

하지만 내 감상과 평가는 별개다. 저 두 영화는 목적 자체가 감상자의 기분을 나락까지 떨어뜨리는 게 목적인 영화고

둘 다 그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능력을 갖췄다. 그럼 잘 만든 영화라는 얘기다.

폭력이 미화되지 않고 그 실체를 드러낼 때, 관객은 카타르시스가 아닌 역겨움을 만끽한다.

거기다 '구타유발자들'에서 드러나는 폭력의 실체를 보면 더더욱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관객 자신은 그 연쇄 속에 들어있지 않은 정상인이라고 굳게 되뇌며 자신의 불쾌감을 영화 탓으로 돌리기 바쁘니까.

하다못해 자신은 끝까지 힘없는 피해자일 뿐인 차예련 역에 걸맞다고 자위하겠지.

하지만 현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는다.

자신의 현실에서의 배역이 차예련이라고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

그 배역이 현실에서 얼마나 비참하고 힘없는 존재인지 잘 생각해 보시라. 그건 주인공이 아니라 엑스트라다.

영화가 끝나면 역겨운 경험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죽을때 까지 이어진다.

이 영화가 역겨운 이유는, 애써 잊어버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두시간동안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과 마찬가지로 원신연 감독도 다음 작품인 세븐데이즈에서 나를 여지없이 실망시켜 줬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이 걸출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다고 본다.

P.S 이 영화에서 몸값이 가장 높았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밴츠. 1억 2천정도 들었다. 참고로 한석규는

개런티 5천만원만 받고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이문식을 비롯해 연기자들의 연기는 부족한 극중 공간감과

개연성을 싸그리 짓뭉개버릴 정도로 놀랍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연기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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