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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안보셨다면 이 글을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짝짝꿍이 잘 맞는것 같다.

쇼생크 탈출과 그린마일에서도 느꼈지만 이 감독은 스티븐 킹의 작품에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는듯.

피터 잭슨 감독을 봐도 그렇듯이 이런 매니악한 내용을 멋있게 영화화 하는 좋은 방법은,
 
거의 팬덤에 가까운 원작에 대한 충성심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결말부분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호러영화로서 사람을 긴장시키게 할 수 있는 요소를 빠지지 않고 잘 갖췄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써먹은 이 영화의 호러요소는 폐소공포증이다.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에서 느꼈던 공포는 숨막힐듯한 대칭구도와 과장된 호텔의 끝없는 복도에서 오는

좌절감이라고 할까. 도망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없애버리는 절망적인 공간, 미스트에서는 말 그대로

'안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아무리 사방이 탁 트여있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심리적 공포를 멋들어지게 살려냈다.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 아래서 퇴화된 인간 본성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가 따위는 솔직히 안개 자체의 매력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이 영화는 굳이 머리 싸매고 인간의 추한 본성 따위를 고찰해내려 노력할 필요가 없는 영화다.

오히려 안개를 매체로 그런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데 중점을 줬다면 훨씬 식상해 졌을 것 같다.

뭐, 마샤 게이 하든이 연기한 광신도 아줌마의 열연 덕분에 그런 본성 탐구도 그리 부실하지만은 않지만.

척 하고 싶은 감독이 선택할만한 소재와 주제를 반대로 사용함으로서 호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많은 분들이 느꼈으리라 생각하는 후반부의 생뚱맞은 음악이다.

안개는 안개만으로도 충분히 불안감을 심어주고도 남는데, 감정과잉된 음악이 판을 다 망쳐놓은 느낌이다.

여타 헐리우드 영화와는 크게 대조적인 엔딩 장면은 넷상에서 여러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모양.

개중엔 '조금만 더 침착하게 다른 차를 찾아보던가 기다려 보던가 하지 멍청하게스리' 따위의 평가를 늘어놓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상당히 영화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이유를 감독 탓으로 돌리기엔

조금 변명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마지막 엔딩 15분 이전까지 이 영화는 짜임새있는 전개로 관객을

휘어잡는데 충분히 성공했다고 본다.

어느날 갑자기, 어떤 정보도 없이, 안개 속에 고립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망쳐나온 인물의

심리가 그렇게 커피 한잔 입가에 머금고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주인공이 그런 적절한 대처로 일관한다면 그야말로 이 영화는 소재의 매력을 한꺼풀도 살리지 못하는 형편없는

C급 영화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개연성도 충분하다. 자신이 괴물에게 죽임당하는 것 만큼은 막아달라고 간청

하는 아들을 앞에 두고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분히 다음 방법을 생각하는 것일까 권총을 겨누는 것일까.

태생부터가 손 쓸 수 없는 절망의 극한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자기 아들까지 쏴 죽이고

자신은 여전히 그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행동은 충분히 현실적이고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그 장치를 만들어 놓은 감독의 짖굳음에 대해 관객이 한탄하는 거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그냥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엔딩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감독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이 최악의 베드엔딩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

생뚱맞은 음악만 제외하면 2008년을 여는 수작 호러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다.



P.S 영화관에서 발광하는 커플들 정신좀 차리자.

소리지르는것 까지는 뭐라 안하겠는데, 저사람 XX 되는거 아냐? 저사람 왜 저러지? 등등의 토론은

영화관 나가서 행복하게 식사하면서나 즐겨라. 그 남자친구 뱃가죽에서 거미새끼가 푹푹 튀어나오게 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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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영화관에서 떠드는 2MB 만큼이나 인간 덜된 놈들 때문에 머리가 돌아버리시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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