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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놓은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로 출발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설명 버스투어가 있길래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했죠.

후라노나 비에이는 개인이 느긋하게 즐기려면 개인 교통편을 가지고 가거나, 그 근처에서 1박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럴 여건이 안되는 우리 가족은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간단 투어를 선택.

원래는 이런 투어 잘 안하지만 한국어 설명도 있는 특이한 투어인데다, 지역적으로 저보다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더 알찰 것이라는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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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로 가는 도중, 우리 버스 앞을 나란히 지나가던 미니 쿠퍼 3대가 휴게소에서도 서 있더군요.
명백하게 이탈리안 잡을 패러디한거라 믿습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자동차이고, 실제로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지만 꼭 사게 된다면 이녀석을 사고 싶네요.

드라이버들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했네요. 인사하고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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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는 인구 7만이 안되는 농촌이지만 요즘 들어 유명해진건 역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 농장 때문이겠죠.
연간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라벤더 농장은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홋카이도 중남부 전역에서 광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라벤더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대부분의 농장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 후라노만이 남아서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한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라벤더'하면 무조건 후라노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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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라벤더꽃은 7월 말까지가 절정을 이루는터라, 제가 도착한 8월 9일엔 이미 대부분의 라벤더꽃이 저버린 상태였습니다. ㅡㅡ;

첫 번째 사진이 사실은 라벤더 밭입니다. ^^; 꽃이 없어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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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처럼 아쉽게 라벤더를 놓쳐서 아쉬워 할 관광객을 위해 조금의 라벤더와 다른 몇몇 꽃들이 아직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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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후라노의 토미타 농장은 기온이 34도였습니다. ㅡㅡ;
원래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엔 홋카이도, 겨울엔 오키나와가 일본 여행의 정석이었는데... 무서운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꽤 많더군요.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도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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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을 찾아서 근처의 특산품 센터로...
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좀 배워야 할 것 같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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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장식도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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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이 지역에서 직접 만든 토산품들. 거기다 온천지에 전부 라벤더 관련상품이네요. ㅡㅡ;
밖에서는 라벤더향 라무네(사이다같은 음료수), 라벤더맛 소프트크림 등등이 팔리고 있고.
저 유리잔들은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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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 지하 60m 에서 솟아나온다는 물도 좀 신기했습니다.
마시는 식용수는 아니라고 적어놨지만... ㅡㅡ; 시원하긴 무지하게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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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든 라벤더가 전멸한 건 아니더군요. 아직 남아있는 라벤더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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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산책나오신 분도 있더군요.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는데, 이녀석은 주인이 놀아주려는 줄 알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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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어하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곳이라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살고 싶은 풍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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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이드투어의 단점인 시간 제한때문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 범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힘들고, 적당히 둘러볼건 둘러봤다고 생각하기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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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제공되는 투어라서 밥 걱정은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괜찮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좀 짠편이긴 했지만 재료도 신선하고 가격대로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기서도 생맥주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분이 팍 상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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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흐리멍텅한 하늘을 바라볼 때 머릿속에 갈망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역시 전 도시 체질은 아닌것 같더군요.
도시에서도 적응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으면 자신이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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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분명히 그만큼 얻는 것도 있겠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뭐,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시골도 편의성 면에선 큰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닌 '흐름'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초조함 때문이겠죠. 현대는 조급증 환자들의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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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도 남하고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불행함을 느끼는 병적인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서
아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으로밖에 취급을 못받을듯.
제가 그런 말 하면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말은 '뭐해서 먹고 살래?' 입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말이 없네요. ㅡㅡ;


후라노, 비에이편은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