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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東京'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8.14  동경여행기 9편 - 요요기 우에하라(代々木上原), 시모키타자와(下北澤) 4
  2. 2008.08.13  동경여행기 8편 - 하코네 유람선 6
  3. 2008.08.12  동경여행기 7편 - 하코네 오와쿠다니(大涌谷) 8
  4. 2008.08.11  동경여행기 6편 - 하코네 미술관(箱根美術館) 2
  5. 2008.08.10  동경여행기 5편 - 하코네(箱根) 베고니아정원(ベゴニア園) 4
  6. 2008.08.09  동경여행기 4편 - 요요기 공원(代々木公園) + 인디밴드 드럼매니아(ドラムマニア)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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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강군 아버님 일행과 떨어져서 개인행동을 했습니다. 제가 찾아갈 곳은 관광지가 아니라서 말이죠.
신쥬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요요기 우에하라(代々木上原)라는 곳은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냥 조그마한 마을이고 (좀 잘 살긴 하는것 같더군요. ^^;) 이렇다 할 특징은 없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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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한테는 여러가지 추억이 많은 장소였습니다.
15년전 처음으로 친구 강군과 함께 일본에 갔을 때 이곳에서 머물렀거든요.
아마 제 기억으론 강군 아버님이 알고 계시는 현대자동차 관계자분들의 숙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번듯한 2층집이어서 정말 편하게 여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15년전 기억이라 정말 가물가물하고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지만, 그래도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자 조금씩 기억이 살아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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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돌아다닌 결과 15년전 그 집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의 문으로 들어가서 오른편 안쪽 집이 제가 머물렀던 곳이죠.

지금은 도요타 사원들을 위한 숙소가 되어 있는것 같던데, 그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한동안 여기서 가만히 서 있었네요.

'사실은 딴집 아니야?' 라는 걱정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할 무렵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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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우에하라는 보다시피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는데
길 밖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한 대도 없었습니다.
제가 15년 전 이곳을 거닐면서 일본의 거리문화에 감탄했던 때가 세삼스럽게 생각이 나는군요.
한국은 여전히 주차문제에 있어서는... ㅡㅡ; 뭐 이젠 그냥 국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처럼 10평도 채 안되보이는 조그만 주택집 안에 까페를 만들어 놨더군요. 문을 열었다면 들어가 봤을텐데
워낙 이른 아침이라 그냥 앞에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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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저녁 늦게 강군과 함께 숙소 앞 놀이터에서 놀던 기억도 나더군요.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도 놀이터가 있구나 하면서 감탄하곤 했었습니다.
싹 바뀌었으면 어떻하나 싶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서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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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곳곳에는 이러한 안내판도 붙어있습니다. 불임, 거세수술을 권장하고, 음식찌꺼기나 배변물을 치워달라는 내용이죠.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데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생기길 바라는건 말도 안되는데
한국의 동물병원엔 사람 발에 채여서 불구가 된 고양이가 즐비하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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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없는 새끼고양이를 데려가 달라는 전단지도 붙어있네요. 어설프게 만든 전단지에서 정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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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돌아올 때면 항상 역내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더블치즈버거 세트를 사와서 먹곤 했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요요기 우에하라 역내 상점은 보수공사중이었습니다. ㅡㅡ;

지워진 옛 간판 뒤에 제 기억처럼 희미하게 맥도날드의 이름이 들어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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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우에하라에서 한동안 감상에 젖은 후 친구 선물도 살겸 해서 근처의 시모키타자와(下北澤)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요즘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곳이죠. 일본의 대학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연극 공연이 많다는 점을 빼면 그렇게까지 비슷한 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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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대규모 프렌차이즈 점이 즐비하게 들어선 대학로와는 달리 대부분이 조그만 팬시, 의류가게라는 점.
그리고 마을 어귀에는 저런 고풍스러운 곳도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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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키타의 가게 하나하나를 설명해 놓은 지도, 그 위에는 시모키타 명물 오도리 광고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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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연극도 보고 했겠지만, 아버지께서 10분에 한번씩 빨리 오라고 연락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모키타의 전언판.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여지없이 쓰여있는 'XYZ'
없었다면 아마 저라도 써놓고 왔을 겁니다. (만화나 애니 좋아하신 분이라면 무슨 뜻인지 아실 듯)

부모님 일행은 오다이바에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다이바는 저녁에 가야 멋진 야경도 볼 수 있고 한데, 촉박한 시간에 강군 아버님이 여러군데를 보여주시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걸 다 충족시키기는 힘들었죠.

오다이바 역시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종일 걸리기 때문에 간단히 맛만 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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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쿠다니에서 검은달걀로 배를 채운후 로프웨이를 타고 토겐다이(桃源台)로 향했습니다.
하코네에는 아시노코(芦ノ湖)라는 큰 호수가 있는데
유람선이 토겐다이와 모토하코네 항구(元箱根港), 하코네마치(箱根町) 등을 왕복운행 하고 있죠.

토겐다이는 오와쿠다니와 소운산의 관문 같은 곳이라 관광할 거리는 없지만
하코네마치와 모토하코네 항구는 유명한 삼나무 가로수 거리도 있고
다양한 전통음식점과(여긴 비싸고 고급) 에도시대의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은 세키쇼아토(関所跡) 박물관 등
여러 구경거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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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당일치기 여행의 한계로, 그냥 유람선 타고나서 동경으로 돌아와야 했죠.
하코네는 당일치기로 오기엔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그저 슬플 뿐입니다.
볼것 좀 덜 보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을 모토로 하는 저한테 있어서
하코네는 최소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둘러볼만한 곳이죠.

이곳 아시노코 호수도 여전히 안개에 덮혀 있서 시야는 좋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운치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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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유람선.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모양의 유람선이 있습니다.
일본의 유람선이라면 동경만과 오바이바 지역을 돌아다니는 '히미코' 라는 우주선같이 생긴 배가 유명한데
하코네의 유람선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서 그런지 이제와서는 좀 촌티나는 모습이네요.

하코네 프리패스 티켓을 가진 사람은 무료지만, 추가요금을 내면 1등석에 탈 수 있습니다.
1등석은 지정좌석과 함께 선두부분의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만
400엔이나 내고 선두에서 타이타닉 놀이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공짜로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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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을 기다리는 대기소 옆에는 담대꽁초 전용 쓰레기통도 있더군요. 담배연기가 풀풀거리는게 불이라고 날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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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마을같은 모습의 토겐다이지만, 호수에 떠 있는 백조보트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서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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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출항. 날씨는 변덕스럽고 앉을 자리는 모자라고 해서, 10시간 가까이 강행군을 한 몸은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배가 너무 커서 물 위를 떠다닌다는 느낌이 나질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만큼 울렁임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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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윗쪽 전망대에서 선장놀이를 하고 계시는군요.
저희 일행이 탄 배의 이름은 빅토리 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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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인 모토하코네 항구에 정박중인 또 다른 유람선 프론티어호를 배경으로 어머니 샷.
어머니께서는 저 배가 더 멋있다며 아쉬워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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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모토하코네 항구도 볼거 먹을거 많지만, 시간이 다 된터라 일행은 여기서 오다와라행 버스를 타고
거기서 다시 신쥬쿠까지, 그리고 거기서 또 우에노까지 3시간 가까운 이동을 해서 오후 8시가 되서야 도착했습니다.

사진은 버스 정류장 앞에 놓여있던 불상과 비석들.

힘들었지만 하루만에 엄청난 여행경험치를 쌓았던 하코네 탐방이었습니다.
하코네는 원래 갈 예정이 없었는데, 강군 아버님이 데리고 가셔서 가게 됐네요.
만약 처음부터 하코네를 예정에 넣었다면 1박 2일로 계획을 잡았을텐데, 아쉬웠습니다.

강군 아버님이 너무 피곤해 하시는 것 같았는데, 내일도 또 안내하러 나오시겠다고 하셔서 엄청난 부담감이.. ㅡㅡ;

내일은 오전에 오다이바행 유람선 히미코를 타신다고 하는데, 저는 잠깐 개별행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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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어 다시 등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릅니다.
참고로, 한국사람들이 케이블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더군요.
이건 그냥 전철같은 모습이고 한국에서 케이블카라고 하는건 여기선 로프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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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산(早雲山)에서 케이블카를 내려 로프웨이로 바꿔타고 오와쿠다니로 갑니다.
높이도 높고 바람도 무지하게 불어서 함께 탄 사람들이 기겁을 하더군요. 이 날은 정말로 바람이 세개 불어서 좀 불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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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휙휙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정도의 풍속이었는데요.. 떨어지면 뼈도 못추릴 무시무시한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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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쿠다니는 '지옥 계곡'이라는 별명답게, 현재도 유황이 여기저기서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저곳에 사람이 살지 않지만, 기원전 화산폭발로 생긴 계곡인데도 꽤나 오래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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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로프웨이입니다. 고도 1044m 짜리 산을 이걸타고 올라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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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후지산도 보인다는 오와쿠다니지만 이 날의 날씨는 최악이었습니다. 후지산은 커녕 앞에 있는 휴게소도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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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안개와 유황이 섞여서 시야 좁은 광경도 볼만 합니다.
바람도 엄청 강해서 치마 입고오신 여자분들은 고생 좀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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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쿠다니는 공개된 등산로가 하나밖에 없는데 거길 올라가면 이런 유황연못이 곳곳에 눈에 들어옵니다.
냄새는 한달간 썩은 달걀만 먹다가 뀐 방귀냄새라고 보면 될듯. 자주 맡으면 익숙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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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사람치고 안 먹는 사람이 없다는 검은달걀입니다. 저렇게 끓는 유황수에 넣었다가 빼서 판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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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때문에 오와쿠다니의 대부분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검은달걀 파는 곳이 정상이나 마찬가지라서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 찍고 달걀 먹고 하면서 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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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달걀이지만 유황때문에 검게 변했습니다. 하코네하면 떠오르는 명물 달걀이죠. 1개 먹으면 수명이 7년 늘어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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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은 여느 달걀과 다른거 하나도 없습니다. 맛도 똑같습니다. 가격만 무지하게 비쌉니다. ㅡㅡ;
수명이 35년은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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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시원한 아사히 맥주
술 안마시는 저는 두유
그런데 한국 두유와는 달리 정말 100% 순수 두유라서 단 맛이 아예 없습니다. 기묘한 맛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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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부스러기를 들고가는 개미. 관광객들 덕분에 호강하는 곤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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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기후변화가 극심해서 한치 앞도 안보이다가 갑자기 시야가 훤해지기도 합니다. 원래는 저 뒤의 산도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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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까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개가 지쳤는지 물을 아주 많이 마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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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는 여전히 유황가스가 솟아오르고 있더군요. 꽤나 위험한 곳인데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안전사고가 난 적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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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스킬을 가진 분들은 들어가지 마라면 더 들어가기도 하는데, 제가 갔을 때는 그런 사람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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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저런 걸 이용해 열심히 달걀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먹어대니 끊임없는 공급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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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뒷쪽에서 경치 찍으려고 하니 저 멀리서 가게 주인 부부한테 고양이가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땅에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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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이 일하러 들어가자 멍하니 앉아서 쳐다보더군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출입금지 선이 있어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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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 날에 한번 더 가보고 싶었던 오와쿠다니였습니다.
사실은 하코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가장 볼게 없는 곳이기도 하죠.

다음은 토겐다이(桃源台)에서 유람선을 타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군요.
원래는 재미도 없고 값만 비싼 유람선을 탈리가 없지만, 하코네 프리패스에 이것도 포함되니 일부러라도 타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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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니아정원을 나와서 등산전차를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등산전차는 하코네의 명물중 하나로, 환경보호를 위해 전차가 지그재그형식으로 올라가는게 특징이죠.
한쪽 끝까지 올라가면 전차가 멈춘 후, 선로를 바꿔 반대쪽부터 올라가기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이런걸 스위치 백 방식이라 한답니다.

일요일이라서 사람도 무지하게 많은 터라 전차 안은 꽤 덥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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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희 일행은 또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과는 동떨어진 고라(强羅)에 내려서 그곳에 있는 하코네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강군 아버님이 미술에 조예가 깊으시고, 남들 다 가는 곳보다는 좀처럼 가기 힘든 이런 곳에 가는게 좋기도 하죠.
(사실 하코네는 남들 다 가는데 가도 재밌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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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중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미술관내 '이끼의 정원' 입니다.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풍경이 펼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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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보지 못한 일본의 명소 중 야쿠시마(屋久島)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네요.
야쿠시마는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컨셉이 된 조그만 섬으로
1년중 300일 이상 비가 오며, 숲 전체가 삼나무와 이끼로 덮여있는 신비한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7000년동안 살아온 삼나무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죠.
야쿠시마에서 1000년 넘은 삼나무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답니다. ㅡㅡ;
다음 일본여행의 제 1목표지이기도 합니다. 비싸고 산이 높아서 좀처럼 실행을 못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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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원과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집은 그야말로 그림이 따로 없군요.
미술관 북서쪽에는 칸잔테이(觀山亭)라는, 한국의 정자와 비슷한 집이 있지만,
이곳은 조경 훼손 방지를 위해 한 달에 이틀동안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제가 여기 오기 하루 전인 8월 2일날 개방했었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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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거의 끊긴 조그마한 시내 주변에는 역시 이끼로 가득합니다.
이곳은 춘하추동 모두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곳에 매력을 느낀 분이라면 4계절마다 한 번씩 찾아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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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정원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체는 다양한 조경과 식물들로 가득합니다. 거닐고만 있어도 행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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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대나무숲도 있습니다. 조경을 위해 심어놓은터라 자연산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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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어우러지는 정원의 모습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여기서라면 정원을 술안주삼아 몇잔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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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미술관 본관에는 수천년 전의 죠몬 도자기 등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도자기가 아닌 이 '이끼의 정원'을 보러 오는게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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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뒤쪽에 아련히 핀 꽃도 이런 곳에선 3배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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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남서쪽엔 차를 마실 수 있는 조그마한 전통 까페도 있습니다. 문을 안 열때가 더 많은 듯 합니다만.. ㅡㅡ;
까페 앞에서 우물우물 솟아오르는 물이 인상적이었지만, 제 카메라 실력으로 그 장면을 잡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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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시면서 일본을 여행하시는 분이라면 이끼의 정원을 놓쳐서는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돌아와서 찍어온 사진을 보니 이것밖에 못 찍었나 싶어서 좀 비참해지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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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건너편 찻길 옆네는 일본의 마을 어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상이 앉아있더군요.
공양도 철저합니다. 음료수하고 돈 챙겨도 될까 싶었지만 전 문화시민으로서 당당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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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만큼이나 절경이었던 곳은 바로 전철 승강장.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뻥 뚫린게 멋졌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도 연출할 수 있겠더군요. 여친 데리고 가시는 분들은 여기서 멋들어지게 한 장.

하코네 갈 때 마다 절실하게 느끼지만, 이곳은 하루만에 둘러보기엔 포기해야 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미술관이 있는 이곳 고라만 해도 여기뿐 아니라 유리공예 체험관 'Crafthouse'
르느와르, 모네, 피카소의 작품등 약 9000점의 작품을 소장중인 폴라 미술관이 있고,
10군데 가까운 중간 정차역마다 이러한 볼거리들이 가득합니다.

제대로 둘러본다면 기본 1박 2일, 최소 2박 3일은 잡아야 된다는게 과장이 아니죠.
당일치기의 가장 큰 문제는, 동경 시내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만 2시간 가까이, 왕복 4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입니다.

아무튼 시간이 없는 고로, 중간 관람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목표는 하코네의 간판이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오와쿠타니(大涌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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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일어나 7시30분에 강군 아버님과 JR 우에노역에서 만나 신쥬쿠까지 가서 다시 오다와라(小田原)역까지 가는데 2시간 10분이 걸렸습니다. ㅡㅡ;

하코네 안의 모든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하코네 프리패스 티켓은 1박 2일권과 2박 3일권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1박 2일권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네요. 하루를 둘러보더라도 프리패스가 월등히 유리하거든요.

당일치기 프리패스 티켓은 15년전엔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하코네의 명소를 60~70%만 둘러본다고 해도
1박 2일은 기본이고, 온천까지 제대로 둘러보려면 2박 3일 권장할 정도로 볼게 많은 관광 명소라서
하루만에 다녀와야 하는 저희들로서는 참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일단 하코네 등산전차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인 토노사와(塔の沢)에 내렸습니다.
이 곳은 하코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 곳이죠. 위 사진처럼 아주 한적한 시골동네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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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관광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인적드문 시골길을 올라갑니다. 이 날도 날씨는 더웠지만, 동경보다는 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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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어렵지 않게 도룡뇽같아 보이는 생물체를 발견. 이런데 관심 가지는 사람은 일행 중 저밖에 없더군요.
하코네 전역이 그렇지만 인공시설 1%에 숲이 99%인 곳이라 공기 좋기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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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노사와의 유일한 온천여관 히메샤라장(ひめさゃらの湯)의 간판이 보이는군요.
사실 토노사와에는 이 여관과 베고니아 정원 두곳 말고는 아무런 관광 시설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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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의 첫 관광지 베고니아 정원입니다. 15년전 하코네 왔을때도 분명 여길 처음으로 왔었는데.. ㅡㅡ;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꽃에 관심없는 사람은 별 흥미가 없겠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 or 카메라 성능발휘 한번 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들러봐야 하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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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전 세계 베고니아란 베고니아는 다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이 베고니아 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베고니아 관련 장소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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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도 잘 되어있고, 따스한 햇살과 정원 가득한 베고니아, 그리고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온도까지..
정원에 알맞게 만들어진 조그만 테이블에서 케이크와 음료수를 즐길수도 있지만
절약정신이 강한 일행들이라 거들떠도 안보고 꽃만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꽃 구경 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그냥 사진이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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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는 강군 아버님도 이곳에서는 연신 셔터를 누르시더군요.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라 저처럼 막샷 100장 찍어서 한 장 건지는 범인과는 다르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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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위쪽의 건물에는 관광지에서 빠지지 않는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무더운 날에도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땀흘리는 아저씨께 기념 뒷태샷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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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점의 방명록에는 묘하게 매력적인 그림도 그려져 있더군요. 누구였을까요.
왜 일본 관광산업이 발달했느냐는 그 지역 기념품의 질을 보면 알 수 있을듯 합니다.
전국 어디를 돌아다녀도 다 똑같은 기념품만 파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 관광지의 기념품은 그곳이 아니면 살 수 없는 한정품이 대부분입니다.
그것도 대충 비슷한 물건에다가 이름만 붙인게 아니라, 정말 사고 싶게끔 유혹하는 독특한 제품들이 많죠.

운하뚫어서 관광이나 하자는 개똥철학을 가진 어떤 설치류가 설치는 한국에서 그런걸 기대하는것 자체가 무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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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웠지만 일본에 있던 1~5일 동안은 마지막 5일을 제외하곤 날씨가 엄청 맑아서 관광하는데는(사진찍는데는) 최고였습니다.

인구 1만 3천명의 조그만 지역에 연간 3천만명이 찾아오는 동경 주변 최고의 관광 명소라는 곳이
이렇게 조용하고 고풍적인 곳이라는 점을 한국의 관광 개발하는 머저리분들은 생각 좀 해 보셔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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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니아 정원을 나서려는데 좀 전에 놓치고 보지 못한 이상한 식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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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까칠한 잎이 독특하던데, 이것도 베고니아 종류일 겁니다. 부모님들이 이미 저 멀리 나가버리셔서 설명을 보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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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젊은 놈이 이런데서 꽃이나 보고 있으니 이상할 듯 하지만, 하코네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환경예찬론자가 됩니다. ^^

다음 행선지는 고라(强羅)에 위치한 하코네 미술관입니다.
찍사들은 하코네에 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워낙 찍을게 많아서 허접한 실력에도 볼만한 사진이 나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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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를 타러 돌아오는 도중 사람도 살지 않을것 같은 허름한 집 앞에 놓여진 ?? 입니다. 이런 게 하코네 관광의 맛이죠.

그런데, 하코네는 동경이 아니지 않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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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신궁을 나와서 5분만 걸어가면 보이는 국립 요요기 경기장입니다.
1964년 동경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콘서트장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날도 엄청난 인원이 모인걸로 봐서 콘서트가 열리나 보더군요.

암표 파는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보니 하로프로젝트 (Hello Project) 공연이라는데
한국 와서 알아보니 하로프로젝트란 모닝구 무스메, 배리즈코보 등의 업프론트 스튜디오 그룹들에 속한
아이돌 그룹의 총칭이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수만이 기획사 아이돌들을 부르는 것과 비슷한.. ㅡㅡ;

전 아이돌 계열은 아는게 없으니 그냥 다리 위에서 사람구경만 좀 하다가 요요기 공원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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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요기 공원도 상당히 큰 규모인데다, 하토버스 -> 메이지 신궁을 거쳐 온 터라 체력도 바닥났고,
해는 저물어가고 날씨는 푹푹 찌고 해서 그냥 정문 앞까지만 갔습니다. ㅡㅡ;
부모님께서는 우에노 공원과 메이지 신궁 등을 둘러보셔서 그리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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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옆길로 살짝 샜습니다. 운동하는 사람, 의자에서 자는 사람 등등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라는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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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공원 옆에서는 하라쥬쿠의 명물인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가장 인기가 많았던 그룹인데, 예쁘장하게 생겨서 그런지 고정 팬이 많은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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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악기를 세팅하고 있던 다른 그룹도 옆 그룹의 곡이 끝나자 드럼을 이용해서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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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노래를 시작한 그룹인데, 가창력은 위쪽 샤방샤방 그룹보다 훨씬 뛰어나서
점차 길가던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하라쥬쿠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들 몇몇은 메이저 울고 갈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더군요.
한국과 일본 메이저 밴드들의 실력 차이가 극명한 것은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단 악기 다루는 능력은 비교가 안된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근본 뿌리가 얼마나 탄탄한지에서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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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가 넘는 길 위에서 봐 주는 관객 없이 시작한 작은 공연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게
세삼스럽게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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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가장 높게 평가했던 그룹은 이 분들이었습니다. '드럼 매니아(ドラムマニア)'라는 이름의 젊은 밴드였는데
보컬이 없는 인스트 밴드로, 가벼우면서도 힘있는 연주가 수준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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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이름이 드럼매니아인데 정작 드럼치는 분 사진은 찍질 못해서 아쉽..
전 소심쟁이라서 사진찍는데 쉽게 접근을 못하거든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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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던 사람도 멈춰서서 이들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들도 이 그룹을 제일 좋아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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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CD를 판매하길래 좋은곡 잘 들었다고 인사한 후 한 장 구입했습니다. Zero Cool 이라는 제목이군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들려주겠다고 하니 매우 기뻐하면서 언제든 자신들의 공연을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혹시 모르죠. 나중에 유명한 그룹이 되어 이 첫 번째 앨범이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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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좀 듣다가 지친 몸을 이끌로 숙소 근처 우에노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아메요코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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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강군 아버님이나 저희 아버지나 술을 많이 좋아하셔서 음식점이 아니라 술집에 들어가버리셨군요. ㅡㅡ;
식사는 제대로 된게 없어서 그냥 생선회나 좀 먹고 나왔습니다.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저와 어머니는 대략 난감.

내일도 강군 아버님이 저희들과 함께 하코네(箱根)를 간다고 하셔서 커져가는 부담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동경만 줄창 돌아다닌 저로서는 하코네만은 강군 아버님 도움없이 관광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군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35도가 넘는 동경 시내를 저녁 9시까지 쉬지않고 돌아다니는 강행군을 한 터라
몸이 뻐근했는데, 환갑을 넘기신 부모님께서는 역시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저보다도 덜 지치신 것 같았습니다.

하코네는 원래 하루만에 돌아보기엔 볼거리가 너무 많은 곳인데, 내일은 준비 단단히 해야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