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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위치가 참 절묘하기 때문에 풍경은 매우 훌륭하다.

바다와 산 모두가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목조 신사 역시 그 속에 부드럽게 녹아가는 느낌.

예산 문제인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하게 깨끗하지 않은 느낌도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잠시 산책하고 있으니 카약을 타고 토리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풍경이 나올법도 하다. 사실 썰물 때라면 저기까지 걸어갈 수 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대마도가 지형적 특성상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긴 해도 관광 자원이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닌데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놓은 모습은 나름 공부가 된다.

 

 

 

멀리서 보면 마치 댐으로 인해 수몰된 경계선처럼 보이기도 하는 지형이다.

바다와 이렇게까지 근접한 곳이 빡빡한 수풀로 덮혀 있는 모습은 꽤나 볼만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쪽은 대마도의 정중앙 쯤 빡빡한 섬들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

한국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로 해안가가 오염되어 있지는 않았다.

 

북한보다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 최북단 근처의 바닷가에서

대구 들안길 음식골목의 한 숯불갈비집 마크가 찍한 라이터를 발견했을 때의 황당함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 옆에 지붕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거기 앉아 점심용으로 보존해 놓았던 카레빵을 뜯어먹는다.

배가 슬슬 고팠던 탓고 있고 해서 강한 카레향기를 감싼 부드러운 빵의 식감이 더욱 훌륭해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내가 걸어왔던 길 반대쪽 오르막을 힘차게 달려간다. 아마도 전망대 쪽인 듯.

 

풍경이 좋아서 전망대 구경을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지금 전망대까지 걸어갔다면 버스를 약 5시간 뒤에나 탈 수 있어서 힘들다.

아쉬움은 빨리 잊어버리기로 하고 짐을 챙겨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미야지마의 추억을 되살려 보며 바다 위의 토리이도 한 장 담아보고.

 

 

 

땀 흘리며 올라가고 있으니 한국인 자전거 투어러들이 지나쳐 올라간다.

저 정도 짐과 자전거라면 확실히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물론 예전에 내가 타던 자전거는 본체 무게도 장난 아니게 무겁고 튼튼했으며

펑크 방지를 위해 1kg가 넘는 두터운 타이어를 사용했고

바퀴에 다는 사이드백 4개에 50L 짜리 베낭을 뒷좌석에 얹은 걸어다니는 집이었으니

이런 경사라 해도 쏟아지는 땀을 감내하며 걸어가는 것 보다 쥐꼬리만큼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것이 고작이다.

 

시작을 그렇게 하다 보니 저런 복장으로 2~3일 가벼운 투어링을 즐기는 것은 왠지 성미에 맞지 않다.

산책 수준의 짧은 자전거 여행도 1주일이 넘었으니까.

 

 

 

울릉도를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궁금해진다.

크기로 치면야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이 섬이 울릉도 면적의 10배는 되지만

거기도 자연환경을 꽤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손을 별로 타지 않아 무질서하게 보이는 수풀이 오히려 친근해 보인다.

도로 주변엔 꼽등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곤충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날씨와 짐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제외하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물론 버스 도착 시간을 맞춰야 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 편안한 감상을 조금씩 방해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긴 힘든 게 카메라를 가진 사람의 숙명인 듯.

말라버린 덩굴이 살짝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고 저런 일을 모두 거쳐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녀석들이라.

 

 

 

귀뚜라미인지 곱등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고 건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곤충들 중에서는 방아깨비가 가장 귀엽다. 산소에서 자주 갖고 놀아서 그런 듯.

얘네들은 색깔도 그렇고 좀 더 강해보여서 왠지 만지고 놀려니 무서운 느낌이 든다.

 

이런 색깔을 가진 곤충들 중에서라면 매미를 꽤나 귀여워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여름 야간자습 시간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교실로 가끔 들어오곤 했는데

울지 않으면 쫒아낼 이유도 없어서 잡아서 머리 위나 팔목에 올려놓고, 공부하다가 지치면 가끔 바라보며 마음을 치유하곤 했다.

물론 가끔씩 내 팔뚝을 나뭇가지인줄 착각하고 빨때를 꽂으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놀라긴 했지만.

 

 

 

신사 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어서 조금 서두르는 바람에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지만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갈 때는 길과 시간을 모두 알고 있으니 여유를 부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 있다.

이름모를 꽃도 찍어가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산이 울창해서인지 바다 비린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

 

 

 

바다 하나 건너 섬에서는 꽤나 많은 수의 새가 무리를 이루어 빙글빙글 도는 중이다.

이쪽으로도 좀 와 주면 안될까 싶었지만 바다를 건너오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는 망원렌즈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행갈 때는 반드시 가지고 간다.

조금이라도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없으면 아쉬운 순간이 생긴다. 지금처럼.

 

보통은 여행용 렌즈라면 표준줌이나 광각 렌즈를 많이 추천하는데

이상하게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사진들 중 호평을 받는 것들은 상당수가 망원렌즈로 찍은 것들.

 

 

 

갈 때는 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는 선명히 드러나는 건물이 있다.

상당히 거대한 녀석인데 무슨 종교 시설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한적한 곳에 혼자서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궁금하긴 하지만 저기까지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조금 위험하다.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개글이 있는 것도 아니라 저 건물에 대해서는 결국 여행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참새가 다리 사이를 비집고 생명력을 과시하는 풀잎 근처에서 뭔가를 먹고 있다.

다행히도 망원렌즈를 계속 마운트한 상태가 지체없이 촬영이 가능했다.

더 다가가고는 싶었지만 참새가 워낙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볼일을 다 마쳤는지 금새 날아가 버렸는데, 덕분에 멀리서라도 한 장 남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지만 시골에는 정말 사람이 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집이 꽤 많다.

이제는 그런 집을 찍을 때도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예전 자전거 여행할 때 분명 빈 집이라고 생각하고 그 집 공터에 자리잡고 앉아

버너에 밥까지 지어먹는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밥 먹는 도중에 그 집에서 할머니가 한 분 나오시는 걸 보고 기겁한 경험이 있기 때문.

허둥대며 사과를 했지만 할머니는 흔쾌히 웃으면서 한동안 말상대를 해 주셨다.

 

콘크리트가 여기저기 부서진 마당과 번호판도 없이 방치된 낡은 자동차와 헌 가구 사이로 고양이가 열 마리 정도 느긋하게 앉아있던 집이라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구나 싶어서 벌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긴 했다.

 

 

 

물론 이 정도 집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 하지 않았을 텐데.

한적한 주택에 사는 매력중 빠질 수 없는 매력이 이런 우체통이다. 집 주인의 특징마저 드러내는 개성의 산물.

 

엄니가 밭일하고 차 마시는 용도로 사용했던 경남 사천의 조그만 시골집 앞에도 나무도 만든 귀여운 우체통이 있었는데

한동안 쓰지 않고 방치했더니 우체통 안에 새가 둥지를 짓고 새끼까지 길렀던 추억이 생각난다. 물론 덕분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든 것 처럼 보이는 이 우체통도 매력덩어리다. 

스스로 꾸미고 가꿔서 자신의 색깔을 덧칠할 수 있는 점은, 비록 불편하긴 해도 주택만의 떨치기 힘든 매력이다.

 

 

 

대마도는 매가 매우 많다. 사람 사는 마을 주변에서도 그 수려한 날개를 펼치고 주위를 천천히 돌며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때는 까마귀한테 쫒긴 적이 있어서, 덩치 큰 새가 머리 위로 날아들 때의 공포를 잘 알고 있는데

이 녀석 정도 되는 덩치가 머리 위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을 덮치는 건 까마귀가 훨씬 많아서 매는 걱정할 필요가 없긴 하다.

 

날고있는 조류 사진은 거의 찍어본 적이 없어서 대충 담아봤는데

저 매력에 빠진 사진가들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포인트를 찾느라 바쁠 듯.

 

 

 

시골 생활이란 게 이렇게 사진에 담기엔 아름답고 정겹지만 도시인들에게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란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깡촌중의 깡촌이 아니고서는 생활 편의시설이 나름 한국보다는 잘 갖추어진 곳이 일본이라

도시 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약간의 육체적 피곤함으로 치환할 각오만 있다면 그렇게 겁 먹을 일까지는 아니다.

 

시골의 정의를 어디까지 하는 것인가가 중요하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전철, 버스가 하루에 4번 정도 다니는 마을에서도

조그만 편의점 몇 개와 미니 그마트 같은 중형 슈퍼 정도는 영업을 하고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아예 그런것도 없는 깡촌이라면 생활 난이도가 만만치 않겠지만 그런 곳은 정말 특수한 환경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듯.

 

대마도는 섬 크기에 비해 인구가 많이 적은 곳이라 이렇게 조금이라도 관광객이 돌아다닐 만한 노선 근처엔

풍경과 편의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편이라 왠지 머릿속에 연상되는 시골이라는 느낌이 조금 덜한 편이다.

고행을 하러 귀농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밸런스가 적당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 흔적 하나 없는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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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나서 한동안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갈 수 있었지만

이 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도시를 잇는 버스라 그런지 매 정류장 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탄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서도 그 한적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타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다.

 

관광용 버스가 아니라 전형적인 시골 버스인데, 결국 자리가 완전히 꽉 차게 되자 뒤쪽 좌석의 통로 부분에 장착된 접이식 의자까지 펼치게 된다.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리려면 접이식 의자를 접어올려 사람들이 다 비켜서야만 내릴 수 있다.

한국이라면 좀 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버스는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 일어나도 전혀 상관없이 끝까지 기다려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등산복 입은 한국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꽤나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조금 난감했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듯 신경쓰지 않는다.

 

수려한 풍경을 지나치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니 목적지인 니이 부근에 도착한다.

주변에 나름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인지 낡았지만 지붕까지 달린 정류소가 인상적이다.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도 함께 내렸는데, 다들 목표로 하는 와타즈미 신사가 어느 쪽인지 몰라서 우왕좌왕한다.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정류소 안의 할아버지한테 신사 가는 길을 물어보니 꽤나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다음 버스 도착시 까지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그 정도까지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와타즈미 신사에서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전망대 쪽은 아무래도 도보로는 힘들거라 하신다.

 

 

 

사실 전망대 쪽은 대마도에서 풍경이 가장 좋긴 하지만

관광용 버스나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어야 갔다 올 만한 거리라 처음부터 힘드리라 생각은 했다.

관광지 구경에 의의를 둔 여행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와타즈미 신사 근처까지만 가 보기로 한다.

 

점심때쯤이라 한국인 관광객들은 밥 먼저 먹으러 가 버리고, 카레빵 하나에 의지한 본인은 그냥 하염없이 신사쪽으로 걷는다.

신사까지는 한참 걸어야 하고 그 주변까지는 그저 자연 내음 가득한 일반 주택가밖에 없기 때문에

발걸음에 힘을 빼고 살짝 위험한 사진들을 찍으며 느긋하게 걸어본다.

 

 

 

주택 옆에 토리이가 있길래 설마 여기가 와타즈미 신사인가 싶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아마 관광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마을 사람들만의 조그만 신사일 듯.

 

이 정도로 토속 신앙이 활기를 띄는 고도화 국가도 참 드물 듯 하다.

물론 국가적 이념이 세균처럼 스며들어서 본래의 취지를 더럽히기도 쉬운 곳이긴 한데

조그만 마을 주변의 신사들은 그나마 그런 오염에서 안전한 편이라 가볍게 구경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인데 한동안 걸어오면서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고기라도 잡으러 간 건지 밭에라도 간 건지, 간간히 들리는 새 소리 말고는 마을 전체가 정적으로 감싸여 있다.

 

좋은 모습이다 싶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런 개인 주택을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건가 두근두근하다.

이럴 때는 머릿속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마저 짜 놓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집주인과 얼굴이 마주쳤을 때는 웃으면서 친근하게 인사하며 집이 참 아름답고 깨끗해서 찍게 되었다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나마 일본어로 말이 통하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나 좋게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 자전거 여행때는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시도해 봤지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계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던 할머니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렇게 사진을 찍진 않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 방법으로 좋게좋게 인사하고 지나간 경험이 있으니 문제없다.

 

 

 

걸어도 걸어도 신사같은 것 꽁무니도 보이지 않아 잠깐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걸어오던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놀랍게도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걸어준다.

 

일본 시골에서는 아직도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이 활발이 일어나고 있어서

나처럼 쉽게 말 걸기 힘든 풍채를 가진 사람에게도 시원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사를 해 주고 혹시 와타즈미 신사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관광객 티를 풀풀 내는 본인에게도 용감히 말을 걸어 준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 애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풍경과 동화될 즈음 뒷모습을 담아본다.

 

훗날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이곳 아이들은 인사 잘 하도록 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인사는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산 속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토리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와타즈미 신사까지는 한동안 더 걸어가야 한다.

일단 길을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했지만 확실히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하면 전망대까지는 무리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봤는데, 그들이라면 신사를 보고 바로 전망대까지 가서 대마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겠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홀로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다음 버스를 넘기고 저녁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목적지인 하타카츠에는 숙소 예약도 잡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일찍 가서 짐을 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도하기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깡촌 중에서도 상깡촌인 이곳에도 걸출한 운동장이 산 속에 자리잡은 걸 보니 감탄이 나온다.

아마 학교나 주민센터 같은 곳일텐데, 야구를 하기에도 문제가 없는 잔디 구장과 야간용 라이트까지 설치되어 있다는 건 놀랍다.

 

세금은 이런데 쓰여야 조금이라도 덜 분노할 수 있을 텐데.

 

 

 

하늘은 흐리지만 목덜미는 땀으로 젖을 정도로 꽤나 더운 날씨다.

조금 높은 곳까지 올라가자 대마도라는 섬의 자연적 특징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한려수도를 압축해 놓은 듯한 바다와 산의 집합체인데, 이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그 모습이 전부 보여서 상당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부산까지 보인다고 하니 이 곳이 얼마나 한국과 가까운 곳인지 세삼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대마도는 본인 서식지에서 잠깐 산책가는 수준으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려는 시도를 하고싶진 않으니 그냥 이 정도 풍경만으로도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산허리를 한 바퀴 감아돌아 내리막에 들어서니 점점 바다와 가까워진다.

겉모습만으로는 이게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들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주요 거점인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중간에 위치한 곳이라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곳까지 와서 드디어 한적한 대마도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움푹한 곳에 와타즈미 신사가 위치해 있다.

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라 고즈넉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유명 신사처럼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지도 않은 조그만 곳이지만 자연적 위치가 매우 좋아서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자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신사가 위치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약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일본 각지의 주요 신사 목록에도 이 곳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눈이 돌아갈 정도로 휘황찬란한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등과는 비교할 수준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곳 와타즈미(和多都美)신사는 이곳 대마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본토 사람들에게도 나름 유서깊은 곳인데

산과 바다가 정확히 마주한 이 곳의 지형상, 일본의 건국 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신사가 모시는 용궁의 공주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는 일본의 첫 번째 천황이라는 진무천황의 할머니가 된다.

물론 저 진무천황이라는 존재는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군과 비슷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의 주축이 되는 설화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삼한을 정벌한 진무 황후라는 여성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보기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이 신사는 국토를 풍요롭게 하고 외세를 물리치는 표리일체, 혹은 대칭성의 상징이니까.

산과 바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곳의 지리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낸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대마도와 한국의 관계는 지형적 특성상 옛날부터 밀접한 교류관계와 약탈 침략의 역사였으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신화에서는 신적 존재가 보지 말라고 한 광경을 보다가 화를 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일본은 주요 국보나 신화에 관련된 유적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용궁의 공주인 토요히메는 남편에게 출산장면을 결코 보면 안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궁금을 이기지 못한 남편이 엿보게 되자 화를 내며 아이를 놔 두고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신화시대와의 단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설화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지만

산을 등에 지고 잔잔한 바다를 눈 앞에 둔 이 신사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과연 이 곳에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과 바다를 잇는 경계 역할을 하는 토리이.

섬나라인 일본은 이렇게 경계를 잇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인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역시 어마어마한 토리이가 바다에 놓여 있는데

밀물때는 바다속에 우뚝 서 있고 썰물때는 땅과 이어져 직접 걸어갈 수 있는 그 모습 역시 이곳과 동일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이 곳의 토리이는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는 단아한 모습이라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미야지마처럼 하루종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물며 밀물과 썰물의 풍경을 모두 감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이 곳은 그러질 못하니 그냥 이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밀물이 심할 때는 산 아래 신사까지 물이 찬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모습도 장관일텐데.

 

 

 

말라버린 갯벌 중앙에 신성한 시메나와와로 둘러쌓인 곳이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위에서 언급한 토요히메가 아이를 버리고 용궁으로 돌아갈 때 생긴 구멍이라고 한다.

지렁이 똥처럼 나와 있는 부분은 그 때 흘린 비늘이라고.

 

신화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꼼꼼함은 시각에 따라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현실적 역사의식이 좀 꼬인거 아닌가 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고 한국 관광객이 별로 없을 때의 신사는 참 한적하고 풍경이 훌륭하다.

느긋하게 거닐고 있으니 어디선가 한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몰려오는데

아마 잠깐만 거닐고 전망대로 갈 거라 생각해 그냥 주변을 조용히 맴돌았다.

 

자전거로 달려오는 4~5명 정도의 일행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입국대에 자전거를 줄줄이 늘어놓은 사람들 기억이 난다.

짐을 많이 싣고 달렸던 기억때문에 산악 자전거 투어링은 질색하는 성격이지만

짐도 없이 가벼운 자전거라면 이곳을 달리는 재미도 솔솔할거라는 느낌이다.

 

 

 

지금은 좀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반일감정이 심하던 당시엔 대마도 곳곳의 신사 에마에다가 '일본 침몰'등의 욕설을 적는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에마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라 저렇게 쓰여져 있는 에마 위에다 매직펜으로 마구 휘갈기는 반달리즘에 가까운 짓거리들이었다고.

 

내 입장에서 보면 참 구차하고 좀스러운 화풀이다. 애초에 그렇게 애국하고 싶으면 외화 낭비하며 일본 여행 따위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에마도 그렇게 많이 걸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만한 내용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본다. 아마 파코라고 하는 동물이 아팠던 모양. 파코의 병이 나아 건강해 지기를 비는 에마다.

다행히도 그 후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쓴 에마 오른쪽에다가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놓은 걸 보니 보는 쪽에서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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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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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나서 날씨가 확 풀렸네요. 여름이라도 역시 이런 날이 하루 이틀 정도는 있어야 숨이 트입니다.

제 방 실외기 쪽에 끈질나게 드나들던 비둘기들은 꾸준한 위협에 의해 요즘엔 오는 횟수가 좀 줄었습니다.

그래도 얘네들 머릿속엔 시계라도 들었는지 아침 8시만 되면 정확히 찾아와서 꾹꾹거리는군요.

 

그래도 실외기 쪽은 뭔가 학습한 게 있는지 창가에 앉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외발로 서서 조는게 더 편한지, 참 특이한 모습이네요. 사진 찍고 잠을 깨워서 쫓아보냅니다.

 

 

 

한참 비가 오고 드디어 좀 개었다 싶으니 하늘은 맑아서 위안이 되네요.

그래도 역시 이런 빌딩숲은 참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멋진 하늘과 멀리 산들 사이에 방해물이 많군요.

 

원래 일상의 시선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는게 사진의 묘미인데

요즘엔 점점 서식지 주변에서 사진 찍는게 싫어지고 있습니다. 만성적 여행 증후군 탓도 있고 시대가 어수선해서 흥이 나지 않는 탓도 있겠죠.

 

신천 한바퀴 도는 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만, 상류로 올라가면 냄새가 나서 좀 찝찝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엄니와 산책 했으니 포스팅은 해 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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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 2015. 6. 5. 20:24 Photo Diary

 

 

제목은 티엑스포지만 사실 그쪽 구경은 끝났고 이제는 옆에서 열리고 있는 뷰티 엑스포를 구경하러 합니다.

입장료가 원래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티엑스포 전시회장 쪽에서 넘어가는건 제지하지 않더군요.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화장품, 왁싱 크림, 건강보조기구 등인데 역시 사람은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느꼈네요.

생각보다 왁싱쪽 부스가 많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나 봅니다.

 

전 부모님 두분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아예 없는 특이체질이라 전 가족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없습니다.

알고 결혼하신것도 아닌데 그런 묘한 조합이 되어버려서 어릴적까지는 원래 한국인들에게는 겨드랑이털이 없는줄 알았죠.

나이들고보니 이것도 참 축복이다 싶습니다.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형수 겨드랑이는 제가 뭐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모르겠지만 이 유전자를 최소 절반은 물려받은 조카녀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뷰티 엑스포에는 판매 선전용 부스 외에도 상당부분 공간을 활용해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네요.

바디아트 콘테스트라고 적힌 곳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법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잔뜩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 몸뚱아리는 없는데 바디아트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하는 분들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멀리서만 사진을 담아봅니다.

이게 상금이라던데 경력이라던가에 영향을 주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들 있어서 방해하면 안될 것 같더군요.

플레시까지 달고 근접에서 촬영중인 분도 있습니다만 그건 아마 관계자쪽이겠죠.

 

 

 

요즘 부모님 무지외반증이 조금 심해지는 듯 해서 발가락 교정하는 실리콘 부품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실리콘 덩어리가 8만원이나 하는게 매우 속이 쓰렸지만 착용해보신 엄니는 부담없고 발가락에 고정도 잘 되어 좋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여성분들은 멋있는 구두 오래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니 시장성은 충분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좋은데 무지하게 덥습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도 좀 그렇고 하니 동생분 집에 가서 밥이나 먹기로 합니다.

원래는 여기서 꽤 먼 곳인데 작년인가 이사를 시민운동장 근처로 갔기 때문에 금새 도착합니다.

 

 

 

동생분이 요즘 취미를 들이고 있어서 제 것도 하나 만들어 줬네요. 구슬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비싼 구슬은 상당히 비싸다고 하네요. 이렇게 선물을 받았으니 7월에 일본 갈 때 마음에 들만한 선물을 가지고 와야 할 텐데.

 

 

 

예전 포스팅에서도 나왔듯 친구가족의 새 집은 무려 3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계 미스인지 원가 절감인지 모르겠지만 친구가 사는 아파트 동은 엘리베이터가 1개밖에 없어서

고장이라도 난다면 올라가는거나 내려가는거나 참 문제가 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짐을 내려두고 밥 먹으로 밖으로 나옵니다.

요즘 이 지역은 한창 개발중이라 주변에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뭘 먹을지 선택하는 과정은 여전히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걸어가다가 멋들어진 벽화를 발견해 한 장 담아봅니다.

 

미술선생님이 그렸다고 하는데 이 담을 그려놓은 집이 좀 낡은 편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생이 그렸다기엔 아무래도 수준이 좀 높은 듯 했는데 과연 미술 선생님의 실력이네요.

무작정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이렇게 세월이 느껴지는 담벼락에 예술을 불어넣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말입니다.

이곳처럼 급격히 개발중인 곳에서는 이런 바램 자체가 꽤나 사치스러운 생각이겠죠.

 

 

 

고기를 잘 굽는다는 복고풍 가게가 있어서 가 봅니다.

소고기다 보니 가격은 식은땀이 날 수준입니다만 오랜만에 방문한 저를 위해서 친구가 쏴 주겠죠.

 

일단은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3인분 시킵니다. 요즘엔 인분이라는 말 쓰지 않고 그램을 표기해 주긴 하지만

300g 가지고 세 명이서 나눠먹는 다는 발상 자체가... 그냥 반찬 수준도 되지 않는 양이죠. 한국은 고기먹기 참 힘드네요.

 

 

 

역시 순식간에 해치워버리고 또 다른 부위를 주문합니다. 이쪽 부위는 손님이 굽는 게 아니라 직원이 구워줍니다.

소고기를 스테이크용 처럼 굵게 썰어서 그걸 철판에서 토치를 이용해 구워가며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주는 이벤트성 요리네요.

 

소주로 추정되는 알콜을 처음에 뿌리자 불길이 확 치솟고 나서 토치로 마무리를 하는 구조입니다.

TV 맛집 광고 등에서 가끔 등장하는 그런 퍼포먼스겠죠. 물론 이런 방식은 잡내도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소고기야 맛이 없을리가 없지만 역시 서민들이 쉽게 먹을만한 가격이 아니라 서글픕니다.

밖에서 먹으면 너무 비싸서 요 근래는 항상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집에서 구워먹곤 했죠.

오랜만에 밖에서 반찬과 각종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기를 구워먹으니 호강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된장찌개는 아예 저 불판에 뿌려주네요. 물론 그 전에 알콜로 찌꺼기를 전부 제거한 후 올려줍니다.

생고기도 조금 들어있고 두부도 많이 들어있어서 좋긴 한데 역시 고깃집 된장찌개 특유의 과다한 MSG 사용한 맛이 확 납니다.

맛이 있긴 한데 애초에 된장부터 시작해서 맛의 베이스 전부가 강한 조미료 맛이라 조금 질리는 느낌이 있기도 하죠.

 

전 집에서 인공조미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이런 거 먹으면 신선합니다.

몸에 나쁘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워낙 가족들이 싱겁게 먹는 편이다 보니 조미료 없이도 대부분 해결이 되니까 말입니다.

 

 

 

입가심으로 빙수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이건 제가 사기로 했죠.

먹고 갈까 포장해 갈까 고민을 조금 하려다가, 묘하게도 과일빙수는 포장이 여기서 먹는 것보다 2천원 쌌기 때문에 포장해 가기로 합니다.

이렇게 공간이 널널한 까페에서 포장을 더 싸게 받는 경우는 어떤 이유일런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하나만 가져가도 세 명이서 충분할 것 같았지만 포장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팥빙수와 과일빙수 2개를 사서 돌아갑니다.

 

 

 

이쪽은 팥부터 시작해서 주인이 직접 삶는다고 광고하는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팥빙수쪽이 과일빙수보다 완성도가 높네요. 물론 과일빙수의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릅니다만.

작년에 이 근처에서 무시무시한 가격의 망고빙수를 먹었던 악몽을 그럭저럭 씻어주는 맛이었습니다.

 

 

 

근처에 메가박스가 있어서 영화도 보고 갈까 싶었지만

고기에다가 된장찌게에 후식으로 빙수까지 먹어버리니 속이 견디질 못했나 봅니다.

폭풍배설을 두 번이나 하고도 속이 안정되질 않아서 그냥 조금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속을 달래기 위해 오늘 티엑스포에서 동생분이 구입한 페퍼민트 루이보스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왔네요.

민트의 강렬한 향과 몸에 좋다는 루이보스의 조합입니다. 정통 차에 비해서 맛은 옅지만 입가심엔 좋은 향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고급 티백의 위용도 찍어봤네요.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차는 잘 우러나오는 티백입니다.

 

 

 

예전 차박람회에서 동생분이 사 왔다는 고양이 찻잔입니다.

찻잔은 아버지가 만들고 고양이는 아들이 만들었다는군요.

 

확실히 아들은 아직 아버지 수준이 아닌지 고양이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없지않은 찻잔 위에 저렇게 고양이로 포인트를 주니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거 한번 시도에 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티엑스포는 그냥 무료 입장권 때문에 가 본 것 뿐이지만 오랜만에 바람도 쇠고 소고기도 먹고 해서 홀가분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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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좋아하시는 엄니가 엑스코에서 열렸던 티엑스포 입장권을 몇 장 가지고 오셨습니다.

사실 엄니와 저는 몇 주 전 문경에서 열리는 다기 박람회도 구경갔다 왔기 때문에 딱히 이곳에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무료 입장권도 있고 부처님 은혜가 가득한 연휴 도중이겠다 해서 친구 동생분을 불러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녀석은 워낙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오지 않더군요.

 

 

 

티엑스포 전시장 옆에서는 뷰티 엑스포라고 미용 건강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역시 타겟이 타겟이다보니 사람은 그쪽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공짜로 건너갈 수 있으면 좀 있다 한번 가보기로 하고 일단은 이쪽을 구경합니다.

 

 

 

중간에 동생분과 일면식이 있는 스님을 만나서 그쪽 부스에서 녹차도 좀 마시고 했습니다.

한국은 녹차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보이차나 우롱차 등 중국차를 많이 마시는 저희 집 입장에서는 구매할 물건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녹차 주력이었다면 이런 데 올때마다 멋들어지고 화려한 다기들을 어떻게 그냥 넘어갔을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매번 느끼지만 참 어떻게 하면 저런 색을 만들어 내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군요.

 

 

 

스님과 녹차를 마시면서 꺼낸 액막이 인형.

원래는 무슨 인형이라고 이름이 있던데, 요즘에 꽤 유명한 녀석인가 봅니다?

선물용으로 많이 만들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적당히 실패작(?) 하나 얻어 받았는데

생긴게 어쩐지 맥도날드의 그 녀석 같아서 입을 붉은색으로 칠했더니 분위기가 더욱 살아납니다.

 

원래는 찻잔 받침이 참 고와서 찍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 녀석도 함께 컷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받침은 수제작이라고 합니다. 꼼꼼하게 잘 짜 놓아서 보풀도 없고 깔끔했습니다.

 

 

 

처음 봤을때는 구멍이 뚫려있나 싶었는데 잘 보니 유리더군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신기해서 엄니한테 보여드리려고 찍어왔는데, 막상 엄니는 신기하다면서도 좀 징그러워서 차 담아 마시기는 싫다고 하십니다.

 

훗날 조금 더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차의 색깔도 감상하면서 마실 수 있는 재미있는 소품이 될 것 같네요.

 

 

 

흙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 탓에 묘한 색감과 빛을 나타낸다는 것 까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녀석들을 직접 보면 오묘하기 그지없습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저런 빛깔이 나오는 걸까요.

 

불행히도 엄니는 이런 찻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엄니한테 얹혀 마시는 저로서는 딱히 구매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개인 차방을 따로 만들게 된다면 이런 녀석들을 좀 가져다 두고 싶은데. 사실 보이차와는 상성이 그닥 맞지는 않습니다만.

 

 

 

철분이 풍부한 흙으로 온도 잘 맞춰서 구우면 금속성 광택이 나다는 것은 예전에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지인들 선물로 그런 반짝반짝 찻잔을 몇 개 가져다 주곤 했죠.

 

그런데 이쪽의 광택은 그거하고는 또 다른 색감이 놀랍습니다.

물론 이것도 성분과 굽기의 차이겠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닌게 확실합니다.

 

 

 

보이차는 보통 유약을 바르지 않는 자사호에 담아 마시는게 일반적이라 이런 녀석과 상성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다관 선택도 차 맛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 쉽사리 구매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에도 물론 광택이 나는 한국 다관이 몇개 있어서 그걸로 보이차를 마셔 봤지만, 생각보다 향을 잘 잡아주질 못해서 아쉬웠으니까 말이죠.

집에서 마시는 차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진다면 이런 녀석과 딱 어울리는 차도 찾아낼 수 있을텐데.

 

 

 

이번 티엑스포는 문경에서 열린 도자기 축제와 비교해도 그닥 차의 비중이 높지 않고

상당수 부스가 다기세트와 건강식품, 옷가지 등 부가제품 선전에 무게를 둔 편이라

차 자체를 기대하고 가서는 조금 실망할 만한 전시회였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평소보다 많이 찍지 않았네요.

 

차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하기로 하고 단아한 매력을 발산중인 다기 세트들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전시관 안쪽에는 홍차와 그에 관련된 세트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중국쪽 다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한쪽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 형식으로 차와 빵,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앉아서 차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신선하더군요.

 

애프터눈 티 세트라는게 돈과 시간이 썩어 나자빠지던 영국 귀족들의 유흥이라서 현 한국의 상황에 그리 어울리지는 않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위안을 가질 여유를 차로 인해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사치는 아닐거라 생각해 봅니다.

 

 

 

차 문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영국의 차도 엄연히 독립된 문화로 자리잡앗죠.

홍차 다기 세트는 아무래도 여성들 시선을 끌지 않을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엄니도 물론 이런 세트를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홍차 자체를 별로 마시지 않으니.

 

가끔 홍차나 커피가 들어오면 일부러 이런 세트를 꺼내서 마시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색감이 참 예술입니다. 햇살이 따사로을 때 이런 세트와 함께 홍차 한잔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 힘이 있겠죠.

 

그러고보니 보이차든 홍차는 다기 관리를 아무리 잘 해도 어느새부턴가 물이 들어서 깔끔한 색깔이 우중충해지는 단점이 있는데

한참동안 열심히 씻고 비비고 해도 잘 벗겨지질 않아서 거의 포기상태였던 저희 집은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유명한 아스토니쉬 티앤커피라는 클리너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혁명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닦아도 지지않던 찻물이 티앤커피 한스푼과 뜨거운 물만으로 원래의 색을 되찾게 되더군요.

10년 가까이 묵었던 찻물도 깔끔하게 씻겨나가는 모습을 보고 엄니와 저는 승리의 환성을 질렀습니다.

 

 

 

이런 다기세트는 굳이 홍차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컵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겠더군요.

동생분이 물어봤는데 현장구매는 힘들고 주문하면 택배로 배송해 준다고 합니다.

전 물건을 보고 구입하는 옛날 인간이라 택배 배송 이런 거 기다리기 힘든 성격이죠.

 

일단 집에 찻잔과 컵이 남아도는 관계로 그냥 눈으로만 호강하기로 합니다.

 

 

 

홍차보다는 커피를 그나마 자주 마시는 편이라 이런 잔이 있다면 간간히 커피를 타 마시는 정도의 변화는 있겠네요.

집에도 멋진 찻잔이 많아서 욕심을 부리면 안됩니다.

 

물론 사람이란게 아무리 그런 걸 갖고 있어도 또 새로운 걸 보게 되면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는게 당연하지만

집은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지갑의 배추 쪼가리도 한계가 있어서 분수를 지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진짜 왕실에서 사용할 법한 품격을 풍기는 찻잔들이네요.

저희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애초에 왕실의 품격과는 좀 거리가 있고, 있다 해도 동양풍이라

찻잔의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집이라는 배경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프린트 된 그림의 해상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조금 아쉬웠던 찻잔입니다.

흙의 배합과 함께 굽기 전에 색을 입히는 자기류와는 달리 이 녀석은 그냥 그림을 프린트한 것 뿐이라

이런 점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차 문화 차이점을 조금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

 

 

 

찻잔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집에서 사용하는 컵으로서도 충분히 실용적일 법한 녀석입니다.

만약 현장판매가 가능했다면 한 잔 정도는 구입해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는데.

결과적으로는 지출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품위가 느껴지는 포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그림도 좋지만 이런 깔끔함이 느껴지는 무늬를 더 좋아하죠.

작은 자사호에 지속적으로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보이차와 달리 홍차는 저렇게 큰 포트에 차를 우리고

포트를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솜이 들어있는 모자같은 걸 덮어서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차는 차맛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서, 사실 취미 들이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지출할 부분이 많아지죠.

 

 

 

이 정도가 되면 아무래도 집의 분위기란 것도 고려를 해야 하겠네요.

너무 우아해서 제가 쓰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도 무늬나 색이 매우 아름다워서 사진찍으며 즐기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슬쩍 소녀취향인 듯한 찻잔입니다.

저는 같은 남자 중에서도 꾸미는 데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찻잔에 차를 따라줘도 뭔가 더 음미하거나 찻잔을 감상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아쉽네요.

 

그런 점에서 자사호 등 중국 다기는 이런 녀석들에 비해 좀 투박한 편이라 부담없이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석의 꽤나 큰 부스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블랜드한 다양한 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녀석들은 향이 굉장히 강하고 독특하지만 녹차, 홍차, 흑차 등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부류에 비해서는 맛 자체가 좀 약한 편이죠.

향기를 즐기기에는 참 좋습니다. 특히 몸에 좋은 성분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해서 생산자 권익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부스였습니다.

동생분은 페퍼민트가 블랜드 된 차에 관심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한 상자 구입합니다.

 

가격이 그렇게 싼 편은 아니지만 공정무역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감내할만한 가격이고

특히 1회용 티백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가격만큼의 가치는 한다고 봅니다.

 

아마 일본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초미세 티백으로 기억하는데, 이런데 민감한 분들은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티백이죠.

싸구려 티백처럼 우려나온 물이 티백속에서 돌아다니는 어이없는 일도 없고 물 이외의 불순물은 완벽히 걸러내는 녀석입니다.

 

볼거리는 좀 있었지만 부스의 절반 정도가 차와는 관계없는 물품들 판매장이라 그닥 오래 둘러볼 필요는 없었네요.

바로 돌아가기는 좀 그러니 옆의 뷰티 엑스포라는 것도 한번 구경해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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