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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6.05  도시 2
  3. 2015.05.29  대구 티엑스포 2015 2편 2
  4. 2015.05.27  대구 티엑스포 2015 1편 2
  5. 2015.05.25  대마도 - 이즈하라 4편 8
  6. 2015.05.17  대구 달성 토마토축제 2

 

 

 

 

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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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나서 날씨가 확 풀렸네요. 여름이라도 역시 이런 날이 하루 이틀 정도는 있어야 숨이 트입니다.

제 방 실외기 쪽에 끈질나게 드나들던 비둘기들은 꾸준한 위협에 의해 요즘엔 오는 횟수가 좀 줄었습니다.

그래도 얘네들 머릿속엔 시계라도 들었는지 아침 8시만 되면 정확히 찾아와서 꾹꾹거리는군요.

 

그래도 실외기 쪽은 뭔가 학습한 게 있는지 창가에 앉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외발로 서서 조는게 더 편한지, 참 특이한 모습이네요. 사진 찍고 잠을 깨워서 쫓아보냅니다.

 

 

 

한참 비가 오고 드디어 좀 개었다 싶으니 하늘은 맑아서 위안이 되네요.

그래도 역시 이런 빌딩숲은 참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멋진 하늘과 멀리 산들 사이에 방해물이 많군요.

 

원래 일상의 시선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는게 사진의 묘미인데

요즘엔 점점 서식지 주변에서 사진 찍는게 싫어지고 있습니다. 만성적 여행 증후군 탓도 있고 시대가 어수선해서 흥이 나지 않는 탓도 있겠죠.

 

신천 한바퀴 도는 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만, 상류로 올라가면 냄새가 나서 좀 찝찝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엄니와 산책 했으니 포스팅은 해 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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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 2015. 6. 5. 20:24 Photo Diary

 

 

제목은 티엑스포지만 사실 그쪽 구경은 끝났고 이제는 옆에서 열리고 있는 뷰티 엑스포를 구경하러 합니다.

입장료가 원래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티엑스포 전시회장 쪽에서 넘어가는건 제지하지 않더군요.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화장품, 왁싱 크림, 건강보조기구 등인데 역시 사람은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느꼈네요.

생각보다 왁싱쪽 부스가 많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나 봅니다.

 

전 부모님 두분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아예 없는 특이체질이라 전 가족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없습니다.

알고 결혼하신것도 아닌데 그런 묘한 조합이 되어버려서 어릴적까지는 원래 한국인들에게는 겨드랑이털이 없는줄 알았죠.

나이들고보니 이것도 참 축복이다 싶습니다.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형수 겨드랑이는 제가 뭐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모르겠지만 이 유전자를 최소 절반은 물려받은 조카녀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뷰티 엑스포에는 판매 선전용 부스 외에도 상당부분 공간을 활용해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네요.

바디아트 콘테스트라고 적힌 곳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법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잔뜩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 몸뚱아리는 없는데 바디아트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하는 분들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멀리서만 사진을 담아봅니다.

이게 상금이라던데 경력이라던가에 영향을 주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들 있어서 방해하면 안될 것 같더군요.

플레시까지 달고 근접에서 촬영중인 분도 있습니다만 그건 아마 관계자쪽이겠죠.

 

 

 

요즘 부모님 무지외반증이 조금 심해지는 듯 해서 발가락 교정하는 실리콘 부품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실리콘 덩어리가 8만원이나 하는게 매우 속이 쓰렸지만 착용해보신 엄니는 부담없고 발가락에 고정도 잘 되어 좋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여성분들은 멋있는 구두 오래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니 시장성은 충분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좋은데 무지하게 덥습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도 좀 그렇고 하니 동생분 집에 가서 밥이나 먹기로 합니다.

원래는 여기서 꽤 먼 곳인데 작년인가 이사를 시민운동장 근처로 갔기 때문에 금새 도착합니다.

 

 

 

동생분이 요즘 취미를 들이고 있어서 제 것도 하나 만들어 줬네요. 구슬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비싼 구슬은 상당히 비싸다고 하네요. 이렇게 선물을 받았으니 7월에 일본 갈 때 마음에 들만한 선물을 가지고 와야 할 텐데.

 

 

 

예전 포스팅에서도 나왔듯 친구가족의 새 집은 무려 3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계 미스인지 원가 절감인지 모르겠지만 친구가 사는 아파트 동은 엘리베이터가 1개밖에 없어서

고장이라도 난다면 올라가는거나 내려가는거나 참 문제가 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짐을 내려두고 밥 먹으로 밖으로 나옵니다.

요즘 이 지역은 한창 개발중이라 주변에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뭘 먹을지 선택하는 과정은 여전히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걸어가다가 멋들어진 벽화를 발견해 한 장 담아봅니다.

 

미술선생님이 그렸다고 하는데 이 담을 그려놓은 집이 좀 낡은 편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생이 그렸다기엔 아무래도 수준이 좀 높은 듯 했는데 과연 미술 선생님의 실력이네요.

무작정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이렇게 세월이 느껴지는 담벼락에 예술을 불어넣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말입니다.

이곳처럼 급격히 개발중인 곳에서는 이런 바램 자체가 꽤나 사치스러운 생각이겠죠.

 

 

 

고기를 잘 굽는다는 복고풍 가게가 있어서 가 봅니다.

소고기다 보니 가격은 식은땀이 날 수준입니다만 오랜만에 방문한 저를 위해서 친구가 쏴 주겠죠.

 

일단은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3인분 시킵니다. 요즘엔 인분이라는 말 쓰지 않고 그램을 표기해 주긴 하지만

300g 가지고 세 명이서 나눠먹는 다는 발상 자체가... 그냥 반찬 수준도 되지 않는 양이죠. 한국은 고기먹기 참 힘드네요.

 

 

 

역시 순식간에 해치워버리고 또 다른 부위를 주문합니다. 이쪽 부위는 손님이 굽는 게 아니라 직원이 구워줍니다.

소고기를 스테이크용 처럼 굵게 썰어서 그걸 철판에서 토치를 이용해 구워가며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주는 이벤트성 요리네요.

 

소주로 추정되는 알콜을 처음에 뿌리자 불길이 확 치솟고 나서 토치로 마무리를 하는 구조입니다.

TV 맛집 광고 등에서 가끔 등장하는 그런 퍼포먼스겠죠. 물론 이런 방식은 잡내도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소고기야 맛이 없을리가 없지만 역시 서민들이 쉽게 먹을만한 가격이 아니라 서글픕니다.

밖에서 먹으면 너무 비싸서 요 근래는 항상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집에서 구워먹곤 했죠.

오랜만에 밖에서 반찬과 각종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기를 구워먹으니 호강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된장찌개는 아예 저 불판에 뿌려주네요. 물론 그 전에 알콜로 찌꺼기를 전부 제거한 후 올려줍니다.

생고기도 조금 들어있고 두부도 많이 들어있어서 좋긴 한데 역시 고깃집 된장찌개 특유의 과다한 MSG 사용한 맛이 확 납니다.

맛이 있긴 한데 애초에 된장부터 시작해서 맛의 베이스 전부가 강한 조미료 맛이라 조금 질리는 느낌이 있기도 하죠.

 

전 집에서 인공조미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이런 거 먹으면 신선합니다.

몸에 나쁘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워낙 가족들이 싱겁게 먹는 편이다 보니 조미료 없이도 대부분 해결이 되니까 말입니다.

 

 

 

입가심으로 빙수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이건 제가 사기로 했죠.

먹고 갈까 포장해 갈까 고민을 조금 하려다가, 묘하게도 과일빙수는 포장이 여기서 먹는 것보다 2천원 쌌기 때문에 포장해 가기로 합니다.

이렇게 공간이 널널한 까페에서 포장을 더 싸게 받는 경우는 어떤 이유일런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하나만 가져가도 세 명이서 충분할 것 같았지만 포장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팥빙수와 과일빙수 2개를 사서 돌아갑니다.

 

 

 

이쪽은 팥부터 시작해서 주인이 직접 삶는다고 광고하는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팥빙수쪽이 과일빙수보다 완성도가 높네요. 물론 과일빙수의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릅니다만.

작년에 이 근처에서 무시무시한 가격의 망고빙수를 먹었던 악몽을 그럭저럭 씻어주는 맛이었습니다.

 

 

 

근처에 메가박스가 있어서 영화도 보고 갈까 싶었지만

고기에다가 된장찌게에 후식으로 빙수까지 먹어버리니 속이 견디질 못했나 봅니다.

폭풍배설을 두 번이나 하고도 속이 안정되질 않아서 그냥 조금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속을 달래기 위해 오늘 티엑스포에서 동생분이 구입한 페퍼민트 루이보스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왔네요.

민트의 강렬한 향과 몸에 좋다는 루이보스의 조합입니다. 정통 차에 비해서 맛은 옅지만 입가심엔 좋은 향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고급 티백의 위용도 찍어봤네요.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차는 잘 우러나오는 티백입니다.

 

 

 

예전 차박람회에서 동생분이 사 왔다는 고양이 찻잔입니다.

찻잔은 아버지가 만들고 고양이는 아들이 만들었다는군요.

 

확실히 아들은 아직 아버지 수준이 아닌지 고양이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없지않은 찻잔 위에 저렇게 고양이로 포인트를 주니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거 한번 시도에 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티엑스포는 그냥 무료 입장권 때문에 가 본 것 뿐이지만 오랜만에 바람도 쇠고 소고기도 먹고 해서 홀가분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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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좋아하시는 엄니가 엑스코에서 열렸던 티엑스포 입장권을 몇 장 가지고 오셨습니다.

사실 엄니와 저는 몇 주 전 문경에서 열리는 다기 박람회도 구경갔다 왔기 때문에 딱히 이곳에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무료 입장권도 있고 부처님 은혜가 가득한 연휴 도중이겠다 해서 친구 동생분을 불러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녀석은 워낙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오지 않더군요.

 

 

 

티엑스포 전시장 옆에서는 뷰티 엑스포라고 미용 건강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역시 타겟이 타겟이다보니 사람은 그쪽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공짜로 건너갈 수 있으면 좀 있다 한번 가보기로 하고 일단은 이쪽을 구경합니다.

 

 

 

중간에 동생분과 일면식이 있는 스님을 만나서 그쪽 부스에서 녹차도 좀 마시고 했습니다.

한국은 녹차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보이차나 우롱차 등 중국차를 많이 마시는 저희 집 입장에서는 구매할 물건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녹차 주력이었다면 이런 데 올때마다 멋들어지고 화려한 다기들을 어떻게 그냥 넘어갔을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매번 느끼지만 참 어떻게 하면 저런 색을 만들어 내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군요.

 

 

 

스님과 녹차를 마시면서 꺼낸 액막이 인형.

원래는 무슨 인형이라고 이름이 있던데, 요즘에 꽤 유명한 녀석인가 봅니다?

선물용으로 많이 만들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적당히 실패작(?) 하나 얻어 받았는데

생긴게 어쩐지 맥도날드의 그 녀석 같아서 입을 붉은색으로 칠했더니 분위기가 더욱 살아납니다.

 

원래는 찻잔 받침이 참 고와서 찍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 녀석도 함께 컷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받침은 수제작이라고 합니다. 꼼꼼하게 잘 짜 놓아서 보풀도 없고 깔끔했습니다.

 

 

 

처음 봤을때는 구멍이 뚫려있나 싶었는데 잘 보니 유리더군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신기해서 엄니한테 보여드리려고 찍어왔는데, 막상 엄니는 신기하다면서도 좀 징그러워서 차 담아 마시기는 싫다고 하십니다.

 

훗날 조금 더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차의 색깔도 감상하면서 마실 수 있는 재미있는 소품이 될 것 같네요.

 

 

 

흙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 탓에 묘한 색감과 빛을 나타낸다는 것 까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녀석들을 직접 보면 오묘하기 그지없습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저런 빛깔이 나오는 걸까요.

 

불행히도 엄니는 이런 찻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엄니한테 얹혀 마시는 저로서는 딱히 구매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개인 차방을 따로 만들게 된다면 이런 녀석들을 좀 가져다 두고 싶은데. 사실 보이차와는 상성이 그닥 맞지는 않습니다만.

 

 

 

철분이 풍부한 흙으로 온도 잘 맞춰서 구우면 금속성 광택이 나다는 것은 예전에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지인들 선물로 그런 반짝반짝 찻잔을 몇 개 가져다 주곤 했죠.

 

그런데 이쪽의 광택은 그거하고는 또 다른 색감이 놀랍습니다.

물론 이것도 성분과 굽기의 차이겠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닌게 확실합니다.

 

 

 

보이차는 보통 유약을 바르지 않는 자사호에 담아 마시는게 일반적이라 이런 녀석과 상성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다관 선택도 차 맛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 쉽사리 구매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에도 물론 광택이 나는 한국 다관이 몇개 있어서 그걸로 보이차를 마셔 봤지만, 생각보다 향을 잘 잡아주질 못해서 아쉬웠으니까 말이죠.

집에서 마시는 차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진다면 이런 녀석과 딱 어울리는 차도 찾아낼 수 있을텐데.

 

 

 

이번 티엑스포는 문경에서 열린 도자기 축제와 비교해도 그닥 차의 비중이 높지 않고

상당수 부스가 다기세트와 건강식품, 옷가지 등 부가제품 선전에 무게를 둔 편이라

차 자체를 기대하고 가서는 조금 실망할 만한 전시회였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평소보다 많이 찍지 않았네요.

 

차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하기로 하고 단아한 매력을 발산중인 다기 세트들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전시관 안쪽에는 홍차와 그에 관련된 세트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중국쪽 다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한쪽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 형식으로 차와 빵,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앉아서 차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신선하더군요.

 

애프터눈 티 세트라는게 돈과 시간이 썩어 나자빠지던 영국 귀족들의 유흥이라서 현 한국의 상황에 그리 어울리지는 않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위안을 가질 여유를 차로 인해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사치는 아닐거라 생각해 봅니다.

 

 

 

차 문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영국의 차도 엄연히 독립된 문화로 자리잡앗죠.

홍차 다기 세트는 아무래도 여성들 시선을 끌지 않을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엄니도 물론 이런 세트를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홍차 자체를 별로 마시지 않으니.

 

가끔 홍차나 커피가 들어오면 일부러 이런 세트를 꺼내서 마시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색감이 참 예술입니다. 햇살이 따사로을 때 이런 세트와 함께 홍차 한잔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 힘이 있겠죠.

 

그러고보니 보이차든 홍차는 다기 관리를 아무리 잘 해도 어느새부턴가 물이 들어서 깔끔한 색깔이 우중충해지는 단점이 있는데

한참동안 열심히 씻고 비비고 해도 잘 벗겨지질 않아서 거의 포기상태였던 저희 집은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유명한 아스토니쉬 티앤커피라는 클리너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혁명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닦아도 지지않던 찻물이 티앤커피 한스푼과 뜨거운 물만으로 원래의 색을 되찾게 되더군요.

10년 가까이 묵었던 찻물도 깔끔하게 씻겨나가는 모습을 보고 엄니와 저는 승리의 환성을 질렀습니다.

 

 

 

이런 다기세트는 굳이 홍차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컵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겠더군요.

동생분이 물어봤는데 현장구매는 힘들고 주문하면 택배로 배송해 준다고 합니다.

전 물건을 보고 구입하는 옛날 인간이라 택배 배송 이런 거 기다리기 힘든 성격이죠.

 

일단 집에 찻잔과 컵이 남아도는 관계로 그냥 눈으로만 호강하기로 합니다.

 

 

 

홍차보다는 커피를 그나마 자주 마시는 편이라 이런 잔이 있다면 간간히 커피를 타 마시는 정도의 변화는 있겠네요.

집에도 멋진 찻잔이 많아서 욕심을 부리면 안됩니다.

 

물론 사람이란게 아무리 그런 걸 갖고 있어도 또 새로운 걸 보게 되면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는게 당연하지만

집은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지갑의 배추 쪼가리도 한계가 있어서 분수를 지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진짜 왕실에서 사용할 법한 품격을 풍기는 찻잔들이네요.

저희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애초에 왕실의 품격과는 좀 거리가 있고, 있다 해도 동양풍이라

찻잔의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집이라는 배경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프린트 된 그림의 해상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조금 아쉬웠던 찻잔입니다.

흙의 배합과 함께 굽기 전에 색을 입히는 자기류와는 달리 이 녀석은 그냥 그림을 프린트한 것 뿐이라

이런 점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차 문화 차이점을 조금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

 

 

 

찻잔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집에서 사용하는 컵으로서도 충분히 실용적일 법한 녀석입니다.

만약 현장판매가 가능했다면 한 잔 정도는 구입해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는데.

결과적으로는 지출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품위가 느껴지는 포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그림도 좋지만 이런 깔끔함이 느껴지는 무늬를 더 좋아하죠.

작은 자사호에 지속적으로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보이차와 달리 홍차는 저렇게 큰 포트에 차를 우리고

포트를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솜이 들어있는 모자같은 걸 덮어서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차는 차맛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서, 사실 취미 들이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지출할 부분이 많아지죠.

 

 

 

이 정도가 되면 아무래도 집의 분위기란 것도 고려를 해야 하겠네요.

너무 우아해서 제가 쓰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도 무늬나 색이 매우 아름다워서 사진찍으며 즐기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슬쩍 소녀취향인 듯한 찻잔입니다.

저는 같은 남자 중에서도 꾸미는 데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찻잔에 차를 따라줘도 뭔가 더 음미하거나 찻잔을 감상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아쉽네요.

 

그런 점에서 자사호 등 중국 다기는 이런 녀석들에 비해 좀 투박한 편이라 부담없이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석의 꽤나 큰 부스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블랜드한 다양한 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녀석들은 향이 굉장히 강하고 독특하지만 녹차, 홍차, 흑차 등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부류에 비해서는 맛 자체가 좀 약한 편이죠.

향기를 즐기기에는 참 좋습니다. 특히 몸에 좋은 성분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해서 생산자 권익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부스였습니다.

동생분은 페퍼민트가 블랜드 된 차에 관심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한 상자 구입합니다.

 

가격이 그렇게 싼 편은 아니지만 공정무역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감내할만한 가격이고

특히 1회용 티백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가격만큼의 가치는 한다고 봅니다.

 

아마 일본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초미세 티백으로 기억하는데, 이런데 민감한 분들은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티백이죠.

싸구려 티백처럼 우려나온 물이 티백속에서 돌아다니는 어이없는 일도 없고 물 이외의 불순물은 완벽히 걸러내는 녀석입니다.

 

볼거리는 좀 있었지만 부스의 절반 정도가 차와는 관계없는 물품들 판매장이라 그닥 오래 둘러볼 필요는 없었네요.

바로 돌아가기는 좀 그러니 옆의 뷰티 엑스포라는 것도 한번 구경해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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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청결도가 어쨌든 간에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잤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일정이 바쁜 단체 관광객은 벌써 다 떠나고 없다.

호텔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심하게 낡은 곳이라, 기본 식단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서 밥과 국만 직접 솥에서 떠 오면 되는 시스템.

 

그런데 식단이 차려진 테이블이 한 군데밖에 없고 맞은편에도 하나 차려져 있어서인지 내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한 명이 어물쩡거리다가 내 앞에 앉는다. 불편하다면 그냥 상을 들고 다른 테이블에 가면 될 일인데.

 

본인은 그런 거 신경쓰지 않으니 그냥 식사를 시작한다. 매우 전형적인 일본식 식단이라 아침에 먹기에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식자제는 충분히 신선한 지역이고 쌀은 역시나 맛있는 편이라 조금씩 음미하며 식사를 즐긴다.

 

하지만 대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맞은편 남성은 이런 식단이 심히 난감한지 보는 사람 감질나게 깨작거리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대강대강 먹다가 결국 저 달걀이 삶지 않은 날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그냥 두고 가 버린다.

저 많지 않은 반찬도 조금씩만 맛보고 거의 남기는 수준이었는데 이러면 역시 그냥 두기 아깝다.

달걀은 삶은 것인지 확인한다고 조금 깨져 있는 상태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내 놓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니 스스럼없이 내 달걀을 밥 위에 얹어 간장을 부어 후다닥 흡입한 후, 한 그릇을 더 담아 맞은편 계란도 밥 위에 끼얹어 버렸다.

 

일본 자전거 여행 중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홈스테이 하던 소야노 아주머니가 휠체어 생활인 탓에

굳이 나를 위해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시는게 매우 미안했었다.

그래서 밥만 예약으로 지어놓고 나머지는 날계란에 간장 뿌려서 먹겠다는 제안을 했고 아주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실 필요가 없게 되었다.

뽀송뽀송한 흰 쌀밥에 달계란과 간장을 비벼먹으면 그 맛은 천하 일품. 일본 계란은 충분히 날 것으로 먹는 상황을 상정하고 기르기 때문에 위생문제도 없다.

 

 

 

별 것 없는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히타카츠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4번 정도 오는데 아직 1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다.

바로 히타카츠까지 간다면 아무거나 타도 되겠지만, 중간에 니이(仁位)라는 곳에 내려서 구경을 좀 하고 다시 버스를 탈 예정이다.

버스간 간격이 2시간 조금 넘으니 시간을 잘 체크해야 엉뚱한 곳에서 노숙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듯.

 

걸어서 쉽게 구경할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며 무작정 걸어가다 보니 재미있는 쓰레기 수거함이 보인다.

일본은 보통 까마귀나 고양이 등이 쓰레기 봉투를 습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저런 수거함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그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냥 쓰레기통인가 싶어 수거봉투에 들지 않은 그냥 쓰레기를 막 버렸나 보다.

 

주민들로서는 꽤나 짜증나는 일이었는지 '천벌이 당장에 내림'이라는 무당집에서나 볼 법한 문구와 함께 멋진 번개그림까지 그려놓았다.

외국에서 이상한 한글 표지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시내라 할 것도 없는 조그만 상업지구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꽤나 넓은 주차장 너머로 신사 같은 녀석이 보인다.

자동차를 렌트한 한국인 가족이나 단체 관광 버스도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에서는 나름 이름있는 신사인 듯.

 

신사는 산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마한 언덕 사이에 위치한 아담한 모습이지만

주차장이 생각보다 넓어서 관광객 용으로 꽤나 인기를 끄는 곳인가 생각해 본다.

해풍이 강하고 유지보수가 쉽지 않은 조그만 섬에서는 이렇게 돌로 만든 토리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

바다 가운데 용감하게도 나무로 된 토리이를 세운 히로시마의 이츠쿠시마(厳島)신사는 어마어마한 수입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침부터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의 대부분은 한국인 관광객이다.

실제로는 섬사람들이 틈나면 간간히 찾아오는 그들의 생활속 신사이겠지만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이곳 대마도에서는 그냥 지나칠만한 평범한 신사도 일단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는 듯 하다.

 

주차장 앞의 간판을 읽어보니 이곳은 하치만구(八幡宮) 신사라고 하는데, 원래 하치만은 전쟁의 신으로 이런 곳에서 모시는 신은

대부분 외세로부터 마을을 보호했거나 어딘가를 점령한 실존 혹은 가상 인물인 경우가 많다. 대마도라는 위치상 뭔가 꺼림직한 부분.

 

주차장에서 보니 토리이가 두 개 서 있다. 이것은 신사가 두 개 있다는 증거. 아무래도 하치만구 외에도 뭔가가 하나 더 있는 듯.

본인은 한국의 절처럼 신사 그 자체보다는 지리적으로 자연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풍경을 즐기러 가다보니

굳이 어떤 일을 한 신을 모시고 있는가에 별 관심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마도에서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하치만구 쪽으로 가 보니 문 양쪽에 코마이누(狛犬)가 서 있다. 보통 입을 다물고 있는 쪽이 암컷.

개와 사자를 섞어놓은 듯한 이 녀석은 보통 고려시대에 전파된 한국 토종개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류를 따지고 가자면 이런 수호신은 대부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신사는 그럭저럭 오래 된 녀석인지 옆에 서 있는 비석이 꽤나 오래된 느낌을 준다.

그냥 돌기둥이라면 별 매력이 없겠지만 공기좋은 산 속에 수국 등의 아름다운 꽃과 함께 있으니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의 손을 탄 것들이라도 역시 자연의 백업이 없으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하치만구의 설명을 보니 예전 삼한시대 한국에 임나일본부를 세운 가상의 인물을 모시는 곳이라고 되어 있다.

하치만구라는 이름을 들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있지도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마음대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곳이다.

 

학계에서도 처절히 매장당한 학설이라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도 한 때 잘나갔지'하고 자위라도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냥 코웃음 한 번 치고 사진이나 담으면 될려나.

한국 관광객도 이런 신사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두는게 멍청한 짓 하지 않기 위한 요건이 아닐까 싶다.

 

 

 

대포 탄약처럼 보이는 것들이 줄줄이 서 있어서 신기하다.

하치만구 설명을 보고 나서는 그냥 주변 풍경이나 둘러보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녀석들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과도 관계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아리송하긴 하지만. 어쩌면 포탄이 아니라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사는 둘째치고 주위를 둘러싼 거목들 모습은 참 훌륭하다.

기후상 한국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녀석들이라 이국적인 느낌을 받게 하는 몇 안되는 자연물 중 하나.

삼나무가 많은 일본의 산과 숲은 그래서인지 한국보다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 빡빡한 곳은 낮에 들어가도 꽤나 음산하다.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조그만 신사는 이마미야(今宮) 신사라고 하는데, 코니시 유키나가(小西 行長)의 딸을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사정에 능통한 이곳 대마도 번주 소우 요시토시(宗 義智)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장수였던 코니시의 딸과 그를 결혼시키게 했는데, 코니시는 히데요시 사후 권력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적대하게 되어 사망한다.

소우 요시토시는 자신에게 불길이 옮기는 것을 두려워 해 코니시의 딸인 자기 아내를 나가사키로 귀향보내 평생 마주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대마도 사람들은 그 아내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이 신사를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의 신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족의 혼을 달래기 위한 신사를 많이 모신다.

신사라는 것이 숭배의 대상과 함께 원귀의 넋을 달래어 진정시키는 대조적인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토속신앙의 궁극적 목적인 '살아있는 사람이 잘 살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에서라면 둘 다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으니

신사는 의외로 상당히 현실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은혜로운 신에게 빌어 축복을 받는 것이나, 원한을 가져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귀신을 달래는 것이나 결론적으로는 같은 행위니까.

 

 

 

거목 중에는 뿌리 부분에 동굴처럼 구멍이 생겨 그것을 시멘트로 발라버린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무가 문제라기보다는 저기 들어가려는 사람이 문제가 되어서 설치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 한명 정도는 쉽게 들어갈만한 공간이라, 괜히 문제생기면 곤란해 질 수도 있을테니까.

 

나름 나무 색깔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역시 실감이 전혀 다르다 보니 어울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사 구경을 가볍게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이제는 그냥 버스 시간까지 마을 풍경이나 감상하려 한다.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평소 내륙지역에서 서식중인 본인으로서는 신기해 보이는 모습이 꽤나 많이 보인다.

밀물과 썰물간 풍경이 심히 다를 것이라 예상되는 지역의 모습. 자기 집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느낌은 어떤 것일런지.

 

 

 

대문앞을 꾸미는 건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해도 될려나.

분명 이제는 사용하지 않을 조그만 자전거도 꽃바구니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풍경에 녹아들어가 있다.

 

한국 아파트 정원에서는 대나무를 심으니 죽순을 캐 가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일도 있었는데

마당이 있든 없든 일본의 주택가에는 화단과 정원이 이렇게 늘어서 있어도 그런 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자동차도 작은 녀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트럭조차도 심히 앙증맞다. 한국에서 저런 녀석을 본 기억은 없다.

짐을 얼마나 실을 수 있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는 모습이 꽤나 귀여울 듯 하다.

 

 

 

하천 제방쪽 구멍에 비둘기 꽁무니가 보이길래 한동안 관찰해 본다.

그냥 휴식을 취하는 모습으로는 보기 힘들고 구멍 안쪽으로 뭔가가 있는 것처럼 들락날락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 안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는 듯. 배수구가 아닌가 해서 놀랐지만 물 흐른 흔적을 보니 실제로 배수는 옆쪽 구멍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저 녀석이 날아가고 나서 줌을 당겨 확인해 보니 역시 새끼들 몇 마리가 오손도손 앉아 있다.

조금만 더 크면 혼자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쪽에서 사람 괴롭히는 것 보다는 이런 곳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그렇고 그런 구멍이 몇 개 있는걸 보니 비둘기들에게는 꽤나 인기있는 서식지인가 보다.

바로 밑 구멍에서도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한동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새끼를 확인할 수 없는 각도라 내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꽤나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걸 보니 뭔가 있기는 한 듯.

 

다행히 본인으로서는 아무런 악의가 없으니 말똥말똥한 녀석의 얼굴이나 찍어주고 자리를 피해준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점차 사라져 가는 골목 풍경이지만 아마 대마도는 꽤나 오랫동안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게 개인주의를 좋아하는 나라이면서도 집만큼은 저렇게 담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여 놓은건지.

 

시골 사람들끼리는 비밀도 없다지만 특히 일본은 시골로 갈수록 공동체 의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도시사람들 입장에서는 좀 번거롭기까지 하다.

젊은 세대가 남아있는 시골에서는 마을 소방단까지 조직해서 수시로 화재 점검을 하고 있으니까.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런 풍경들이 옛 정취 풍기는 그림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점에서 연유할지도 모르겠다.

보기는 좋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까. 물론 드문 확률로 저 공동체에 잠깐이나마 소속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버스 정류장 앞의 티아라 쇼핑몰 1층의 빵집에서 따끈따끈한 카레빵을 하나 구입한다.

히타카츠에 도착하면야 먹거리는 충분히 살 수 있겠지만 중간에 내려서 구경할 니이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다.

원래 니이쪽은 자동차나 최소 자전거 정도는 있어야 원할하게 구경이 가능한데

그런게 없이 버스로 이동하는 입장에서는 다음 버스가 도착할 시간까지 열심히 걸어도 관광지를 왕복하기가 빠듯하다.

 

티아라몰 중앙 에스컬레이터 쪽에는 이쪽 학생들이 만든 큰 장식이 걸려있다.

한일 화합과 교류를 위해 만든 녀석인 듯 한데, 저게 일본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심히 헷갈린다.

서로의 특징을 완전히 이해하고 표현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형이상학적으로 만들어서는.

뺨에 연지로 보이는 화장 정도가 한국사람을 환영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어제 구입해 둔 버스 1일권을 쥐고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각각 절반쯤 되려나.

단체관광객은 따로 버스를 타고 갔을 텐데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서 있다는 점이 조금 불안하다.

날씨도 덥고 해서 가능하면 좌석에 앉아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도 아주 뒤쪽에 줄을 선 것은 아니라 그리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줄였다고는 해도 백팩과 카메라용 사이드백이라는 짐을 갖고 있는 본인이라 옆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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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17일 대구 달성군에서 토마토축제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말에 엄니와 함께 구경 가보기로 했습니다. 토마토 축제라 하면 스페인의 그 무서운 축제가 연상이 되는데

워낙 이미지가 강해서 아마 이곳도 비슷한 이벤트를 열 거라 하더군요.

 

달성군은 제가 서식중인 수성구와 상당히 멀어서 약 1시간은 달려야 합니다.

공단이 들어와 한창 개발중이긴 해도 여전히 부지는 넓은 편이라 대구과학관이라는 걸출한 전시관도 생겼죠.

 

16일 오전 11시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널널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굉장히 많아서 놀랐습니다.

진행요원들이 교차로마다 서서 수신호로 주차장을 안내하는 모습이 만족스럽네요.

 

 

 

달성군이 원래 토마토가 유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대구과학관이 꽤나 넓은 녀석이라 기대를 했는데 사실 과학관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옆의 도로 하나를 통제해 놓고 여는 행사였습니다.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인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종류의 축제니까 신기하게 보이네요.

 

아이들 동반 가족이 대부분이라 역시 축제에서는 애들을 잡아야 하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용 카트도 대여중입니다.

제 조카는 진작에 누구한테 선물을 받아서 집에 차 한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타질 않는다네요.

 

속이 텅 빈 플라스틱 말 모양 탈것 위에 앉아서 두 발로 열심히 땅을 박차고 놀던 제 어릴적 기억에 비하면

경천동지할 정도의 발전입니다만, 그래도 관심없는 애는 관심없나 봅니다.

 

아이들은 빨리 타고싶다고 난리인데 서류 작성하고 돈 내고 어른들 주민등록증까지 맡겨야 하는 절차때문에

어른들이 뭐 이런 것까지 하냐고 귀찮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요금에 비해 많이 비싼 차라서 지킬건 지켜야 하는 듯.

 

 

 

이른 아침부터 왜 이리 사람이 많은가 싶었는데 12시에 토마토 풀장에서 금반지를 찾는 이벤트가 열린다고 합니다.

1천명이 들어가서 토마토 속에 있는 칩을 찾아내는 이벤트인데 아마 스페인의 그 축제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펼쳐질 듯 하네요.

 

그를 위에 웃옷은 전부 흰색으로 통일해 달라는 사전 공지도 있었고, 조촐하긴 하지만 간이 샤워실까지 구비해 놔서 축제 준비는 참 깔끔하게 잘 해 놨습니다.

 

 

 

엄니나 저나 금반지 찾는다고 토마토 범벅이 되고 싶진 않으니 그냥 가볍게 구경만 해 보기로 합니다.

지난주에 문경 도자기 축제에 다녀왔는데, 그 때는 오전이라 사람이 적었지만

금반지 효과인지 사람이 놀랄 정도로 많아서 조금은 축제다운 시끌벅적함이 느껴집니다.

 

날씨는 꽤 더운 편이라 오래 돌아다니기는 힘들겠네요. 특히 엄니가 전날 드신 게 잘못됐는지 속이 안좋으셔서 딱히 군것질도 많이 하지 않기로 했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70%정도. 지역 특산물 홍보와 음식점 등이 나머지로 이루어 진 듯 합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데서 뭔가 많이 팔아보는게 좋기는 한데

정작 토마토는 이곳이라고 해서 그렇게 싼 것도 아니라 뭘 사서 돌아갈만한 요소가 별로 없네요.

 

대규모 행사는 아니니까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즐기면 좋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놀거리가 많아서 신날 듯.

 

 

 

도로 바닥에는 여기저기 분필통이 뒹굴고 있습니다. 낙서를 마음껏 하라는 의미로군요.

애들은 역시 낙서가 좋은지 어른들의 굳은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기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아이들이 그린 것이 아니겠죠.

여의주 대신 토마토를 그려놓은 센스는 훌륭합니다.

 

퀄리티가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라서 부담없이 주변에 낙서하기 좋다는 점도 메리트로 볼 수 있겠네요.

 

 

 

잠시 후에 시작할 메인 이벤트 금반지 찾기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1천명의 사전 예약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라 중앙에서 안내요원이 거듭 주의사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발을 신으면 안되고 질서있게 차례차례 들어가야 하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시잔 전까지는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등.

금반지가 일단은 나름 고가품이니 과열 경쟁으로 부상자가 생기지 않아야 하겠죠. 주최측에서는 많이 긴장될 듯 합니다.

 

 

 

토마토들이 그냥 먹어도 될 만큼 멀쩡한 녀석들이라 약간 아까운 느낌도 들긴 합니다.

스페인 축제는 너무 익어서 질퍽한 녀석들을 던지고 논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던졌다간 멍이 들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발로 밟는 녀석들이니 별 문제는 없겠죠. 근데 달성군이 원래 토마토로 유명한 지역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벤트장에서는 뭔지 모를 걸그룹이 드럼을 치는 공연중입니다.

앞에는 양복입은 노인네들, 즉 귀빈들이 앉아서 흥미있는 척 감상중이네요.

 

이 뒷편에는 부추전이나 순대 등을 파는 간이식당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들어가려고 하니 빈 자리는 귀빈석이라서 지금 앉을 곳이 없다고 해 쫓겨났습니다.

귀빈들 귀히 챙겨주는 축제는 좀 짜증나는 법이죠. 얼굴마담들은 그냥 딴 데 가서 먹으라고 하면 안 되나?

 

 

 

모양을 봐서 전기스쿠터인 듯 한데,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열심히 설명중이네요. 이런 소형 교통수단이 한국에 뿌리를 내려야 교통문제도 한결 나아질 텐데요.

 

애초에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를 혼자 타고 다니면서 오토바이는 거의 타지 않는 한국이라 얼마나 도로 낭비가 심한 것인지.

철없는 놈들이 폭주하거나 배달업 하는 사람들이 인도고 차도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거나 하는 최악의 면모만 보이는 바람에

저처럼 안전하고 즐겁게 오토바이를 즐기려는 사람들 열을 많이 받게 합니다.

 

일단은 헬멧도 없이 멋대로 폭주하는 어린 바이커들은 개인적으로 사고로 죽어도 전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류이기도 하죠.

 

 

 

사이드 부스에는 캐리커쳐나 토마토 와인 시식등 여러가지 소소한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천원의 행복이라는 조그만 컵을 1000원 주고 구입하면 옆에서 토마토 주스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고

다른 부스에서는 컵을 지참시 토마토 한 조각을 즉석으로 구워 주기도 하는 등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토마토의 영양분은 가열하거나 갈아서 주스로 만들거나 할 수록 흡수율이 매우 높아진다고 하네요.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몸에 좋은 녀석이 토마토라서 이런 축제를 통해 아이들이 토마토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간접 이익은 굉장할거라 봅니다.

전 생오이나 생양파를 이상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토마토는 어릴 적부터 좋아해서, 집에 있기만 하면 거의 매일 과자먹듯이 씹어먹습니다.

 

 

 

더울때 물놀이는 아이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즐거움이죠. 거기다 요원들이 물줄기까지 쏴 주니까.

 

조카가 4살인데다가 낯을 많이 가려서 이런 데서 잘 놀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더 크면 이런 축제에서 날고 길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 속에서 이렇게 놀 수 있는 나이에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요.

 

 

 

다양한 장애물 통과 놀이도 만들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끝없이 빨려들어갑니다.

푹신푹신한 기구들 속을 통과하던 즐거움은 아직도 뇌리 깊숙히 남아있네요. 몸이 둥실둥실하는 느낌이 참 재미있었죠.

 

좀 전의 전기자동차 같은 놀이를 빼면 대부분의 이벤트가 무료라서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토마토는 물론 어느 연령대나 관계없이 몸에 좋은 식품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건강을 책임질 만큼 중요한 녀석이니 이런 곳에서 토마토와 조금 더 연관을 시키는 이벤트가 있으면 어떨까 싶네요.

물론 조금 있으면 펼쳐질 메인 이벤트가 그런 결정적인 추억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고보니 제가 어릴 적에는 이런 축제도 거의 없었고

거의 엄니하고 시장 가다가 가끔씩 출몰하는 봉봉 아저씨 만나는 게 랜덤이벤트였는데

지금은 이런 거대한 장애물 놀이기구도 프레셔 몇 개로 금새 설치가 되어 버리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싶습니다.

 

물론 그 때는 이런 것 말고 놀거리가 많이 있었고, 그런 것들은 요즘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다 보니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유년시절의 추억이란 기술의 발달과는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축제장은 그리 크지 않아 끝에서 끝까지 20분도 안걸려서 도착이 가능합니다.

12시에 금반지 찾기는 실제 참여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아 기대중이죠.

 

그 전에 토마토 스파게티 집에 들어가 간단히 점심을 때웁니다.

엄니는 속이 안좋아서 저 혼자만 먹는게 좀 아쉬웠네요.

축제 행사장 음식들은 레벨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닌데, 이 스파게티는 숙련된 분들이 즉석해서 만들어내고 있어서 꽤나 맛있습니다.

간이 음식점이다 보니 외관이 좀 그렇다 뿐이지 내용물은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만들어 나오는 녀석과 거의 동일하네요.

김치와 단무지가 대체 왜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냥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고.

 

 

 

점심 먹고 다시 이벤트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입장을 완료했습니다.

막 시작하기 직전인데 과연 장관이더군요. 떡대가 큰 카메라를 짊어진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저도 물론 한 떡대 한다는 카메라는 거진 다 써봤지만 요즘엔 그냥 조그마한 똑딱이만 들고 다니는데

이런 이벤트에서는 역시 신뢰성 높은 덩치가 편하긴 하죠. 뭐 요즘엔 그냥 소소하게 살기로 생각중이라.

 

재미있는 건 D3X 라는 발매당시 압도적인 고가 카메라를 들고 계신분도 있었다는 점.

나온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녀석이지만 발매가가 천만원에 근접한 녀석이었죠.

물론 더 오래전 초창기 디지털 카메라는 그렌저 한 대 살만한 가격인 것도 있었지만

10년전이면 충분히 DSLR 시장이 안정화 된 시절이었는데도 다른 기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쌌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뭐, 디지털 기계다 보니 지금 나오는 200만원짜리 카메라보다 좋을 건 없지만요.

 

 

 

걱정과는 달리 다들 차분하게 금반지를 찾기 시작합니다.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얌전한 분위기를 보여주네요.

예전 모 회사의 휴대폰 이벤트때 벌어진 무서운 광경이 재현되면 어떻하나 싶었지만

이런 축제는 그냥 즐겁게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 진행은 매우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참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네요.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듣는 나이일테니까 말입니다.

언제 저렇게 토마토를 마음껏 밟아볼 수 있을까요.

 

 

 

이런 곳에서 찾으려면 꽤나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이 많으니 시작한지 5분쯤 되고 벌써 경품 뭔가를 찾는 분이 생깁니다.

 

금반지를 포함한 경품은 실제로 토마토 안에 집어넣으면 손상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위험성도 있어서 조그마한 칩을 대신 넣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냥 밟아도 재밌겠지만 저렇게 뭔가 찾게 된다면 기분이 날아갈 듯 하겠네요.

 

 

 

이벤트를 구경한 후 엄니와 함께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데

바로 앞의 캐리커쳐 그려주는 부스에서 어른 둘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캐리커쳐 그려주는 사람이 둘이다 보니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 곳은 원래 한 줄로 서서 기다린 후 줄의 가장 앞에서 양 쪽의 의자에 앉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냥 두 줄인줄 알고 앞으로 나선 사람과 기다리던 사람이 시비가 붙은 듯 합니다.

 

아이들 십여 명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온갖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뒤에서 은근히 싸움을 부추기는 와이프들도 참 볼만하더군요. 이게 욕하면서 본다는 한국 드라마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진행요원이 와서 애들한테 '얘들아 어른들이 싸우니까 귀 막고 보지 말자'는 재치있는 기지를 발휘하며 싸움을 진정시킵니다.

 

싸움구경 물구경 불구경이 재미있는건 사실입니다만 꼬꼬마 아이들 앞에서 다 큰 어른들이 싸우고 있으니 참 기가 차네요.

 

그 와중에 바로 옆 부스의 토마토 던져서 표적 맞추기 부스에서는

던지기 전용 토마토를 노인네 몇 사람이 비닐봉지에 꽉꽉 담아서 양 손 가득 들고 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원래는 진행요원이 이건 가지고 가시는거 아니라고 제지를 하는데, 마침 옆에서 싸움중이라 미처 파악을 못한 모양입니다.

저런 노인네들이 축제 진행시 예절이라는 걸 알고 있을리는 없지만 참 꼴불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군요.

 

엄니한테 아무리 더 나이 들어도 저런 도둑질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한마디 드렸습니다.

 

 

 

금반지 찾기는 예전에 끝났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부스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습니다.

이미 곤죽이 되어버린 토마토 풀장이 매우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사실 금반지 찾기처럼 얌전한 이벤트보다는 이런 모습이 진짜 토마토 축제다운 발랄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물속에서만 놀아도 재밌어하는 아이들인데 토마토 주스 안에서 몸을 뒹굴고 있으니 어찌 재미없을수가 있을까요.

 

 

 

토마토는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이벤트 참가자에게는 단추가 떨어졌거나 목이 늘어나는 등 버려도 될 만한 흰 옷을 입고 와 달라고 공지를 했습니다.

그 공지의 효과를 이곳에서 보게 되는지, 옷 더러워 지는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모두들 즐겁게 토마토를 뒤집어 쓰고 있네요.

 

아이들한테 오랫동안 즐거운 기억을 남을 수 있는 이벤트라 사진만 찍고 있어도 흐뭇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토마토는 미용에도 좋겠죠?

토마토 원액은 모기도 싫어해서 접근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애들 오늘 밤은 잠을 편안히 자겠네요.

 

그나저나 그 싱싱하던 토마토가 저렇게 곤죽이 되어 버릴 정도로 밟아댔다니 사람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다음 이벤트 진행을 위해서인지 안전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행요원들이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떠날 생각을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축제때는 아예 토마토 풀장을 정식으로 만들어서 애들을 집어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바닥이 그냥 아스팔트다 보니 사고 위험도 없잖아 있어서 요원들로서는 걱정되는것도 당연합니다.

오후에는 토마토 쌓기 대회라던가 토마토 빨리 먹기 등의 이벤트도 있지만 엄니와 저는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힘들고

이 이벤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네요.

 

 

 

이제 슬슬 돌아갈까 하던 차에 뭔가 무서운 광경을 본 것 같아서 한 창 남겼습니다.

그럴 일이 있을까는 싶지만, 조카가 나중에 좀 더 커서 저를 저렇게 토마토 주스 속에 파묻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규모가 그렇게 큰 축제는 아니었지만 진행도 매끄럽고 소소한 서비스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도 많아서

젊은 가족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고 봅니다. 꾸준히 발전해서 또 하나의 유명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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