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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21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2편 4
  2. 2015.08.20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1편
  3. 2015.08.19  엄니와 여행 - 타카마츠 4
  4. 2015.08.18  대구에 생긴 캇파즈시 4
  5. 2015.08.17  오랜만에 들어옵니다. 6
  6. 2015.07.12  블루베리 삼매경 2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 그림같은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 분재는 이미 소나무가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분재가 식물의 자연적인 성장을 배제하고 인위적으로 사육하는 형태라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좀 있지만

특이하게도 식물은 분재처럼 인위적으로 성장을 조절하면 사실상 늙어죽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 분재는 손바닥 두 개만한 화분 속에서 500년 가까이 멀쩡히 살아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랄 건, 이곳 리츠린 공원의 분재 소나무들은 극단적으로 크기 조절을 하지는 않고 그냥 가지를 쳐 주는 정도라서

있을 수 없는 조그만 크기로 유지되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위안이 되는 듯 하네요.

 

 

 

인공적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조그만 폭포도 있습니다.

조그만 폭포가 있는 정원도 일본 곳곳에 존재하긴 합니다만 그건 척 봐도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올려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이쪽 폭포는 정말로 산이 위치한 곳에서 떨어지고 있어서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공원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폭포라서 그냥 재미삼아 구경할 만 하더군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예술적인 감각을 고려해 만든 정원도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이 모습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갈 지 상상이 되질 않네요.

 

나무를 관리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인데, 거의 자식을 기르는 기분으로 관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본식 정원에 넓은 공간이 더해지면 이런 느낌이 나온다는 것을 이 곳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엄니도 공원 풍경이 마음에 드시는지 안 찍던 사진도 한 번 찍어보라 하시네요.

우연이지만 빨간 꽃이 장식된 옷과 푸른 공원이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와서 사람도 별로 없는 터라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산책할 수 있었죠.

아무리 넓어도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가능하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습니다.

 

 

 

 

넓은 공원이라도 한 바퀴 산책할 동안 다양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지겹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 다리 건널때 빠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기색을 많이 보이더군요. 그럼 여유있는 어른들은 또 한 번 웃어주고.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인공적인 직선이 조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각선 형식으로 이어붙여 만든 다리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완전히 구불구불한 진짜 나무다리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인공미가 남아있는 공원의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할까요.

 

 

 

 

예전에 이 공원을 혼자 소유하고 있던 영주들은 참 호사스럽게도 놀았다 싶습니다.

뭐, 실제로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 일쑤라서 이런 데서 스트레스 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오카야마의 코라쿠엔(後楽園)이라는 정원은 영주가 혼자서 정원에서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해서

업무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때때로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하는데 당시로서는 굉장한 시도였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즐기는 한국의 정자와 달리 자기 거점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이쪽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연못을 끼고 돌아가는 길은 어느 정원에서나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힙니다.

정갈하게 세워진 대나무 펜스가 운치를 더하는군요.

 

보통 이런 길은 중간에 조그만 언덕을 끼고 살짝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울창한 나무 아래를 걷다가 서서히 밝아지며 넓은 연못의 풍경과 다시 마주하는 그 구간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름난 정원일수록 미적 만족감을 위해 정말 온갖 정성을 쏟았다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데

그러나 보니 정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미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동선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아름다움은 오카야마의 코라쿠엔이 놀랄 정도로 훌륭합니다만

이곳은 크기를 충분히 살려서인지 느긋한 기분으로 음미하며 산책하기에 좋은 느낌이 듭니다.

 

 

 

단풍과는 거리가 먼 계절이었지만 우연인지 아주 살짝이라도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리츠린 공원의 가을 모습이 매우 기대가 되는군요.

 

타카마츠는 가볍게 여러 번 가도 느낌이 바래지 않는 여행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면 가을에도 한 번 찾아가고 싶습니다.

 

 

 

회유식 정원은 걸어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그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동선을 만들때나 언덕을 올라가는 길을 만들 때도 그 장소에서 보이는 풍경을 고려하고 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걸어가다 보면 '이 곳은 노리고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딱 들게 만드는 곳이 나타납니다.

규모가 큰 공원이다 보니 왠지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풍경이 이곳저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군요.

 

 

 

성수기때는 온갖 관광객들이 저 다리 위에서 포즈를 잡느라 이런 느긋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죠.

여름은 살짝 비수기이기도 하고 아침에 온 덕분에 그림같은 풍경을 이물질 없이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봄이나 가을, 혹은 눈이 쌓인 겨울의 모습을 이렇게 찍으면 황홀하겠지만 기회 잡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아침부터 30도가 넘어가는 폭염이라 조그만 언덕 하나 넘어오니 온통 땀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절묘하게도 언덕 넘어오면 조그만 매점이 영업중이죠. 빙수 하나 사먹으며 잠깐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 오카사나 쿄토 같은 찜통과 달리 이곳 타카마츠는 지형상 습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기 때문에

햇살은 강하지만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그나마 서늘한 편이죠. 시골에 속하는 곳이라 도시의 지열도 별로 높지 않고.

 

 

 

연못으로 흐르는 조그만 개천에는 굉장한 색대비를 보여주는 이끼가 보송보송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모두 계산해서 주기적으로 다듬어 주고 있죠. 이런 정성을 놀라울 따름이죠.

 

물 속에 색을 입히는 느낌이 듭니다. 한여름이지만 소나무보다 더욱 강렬히 생명력을 발산하는 듯 하네요.

 

 

 

그늘에서 쉬는 건 좋은데 일본 정원의 최대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워낙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봄에서 가을까지 그늘에서 잠깐 멈춰서기만 하면 전투모기들이 달려들죠.

 

일반 모기가 아닌 군화 뚫는다는 그 줄무늬 모기입니다. 이 녀석들 특징은 손으로 저어도 쉽게 도망가지 않고 장렬하게 달려든다는 점이죠.

엄니도 잠깐 쉬다가 결국 몇 초만에 몇 군데 물리고 말았습니다.

 

리츠린 공원은 개방적인 곳이 많은 편이라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는 편이고

수풀 아래 산책길이 많은 작은 정원들은 지옥과 같은 가려움을 극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리는 저같은 사람들은 멈춰설 때가 많기 때문에 보통 한 바퀴 돌면 대여섯 방은 물리고 시작하죠.

 

 

 

지금 엄니와 저는 공원 내의 7개 연못 중 남쪽 연못에 서 있는데

이 남쪽 연못에서는 유일하게 연못을 한 바퀴 도는 조그만 관광선이 영업중입니다.

한 사람 600엔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니지만 엄니한테 물어보니 그런 덴 관심이 없다고 하는군요.

 

걸어서 다 둘러보긴 했으니 별 의미 없다는 것이겠지만, 그게 또 물과 맞닿은 상태로 구경하는 건 나름 매력이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날씨가 너무 덥고 배 안에서는 양산을 펼 수 없으니 이 햇살을 견디는 게 쉽지 않으니 타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공원 내에는 말차와 화과자를 즐길 수 있는 정자가 몇 군데 있습니다.

날씨 탓에 꽤나 지쳤으니 엄니와 함께 저기 들어가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예약을 미리 하면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지만 외국인이 예약해서 식사하는 걸 본 적은 없네요.

굉장히 단아한 장소였는데, 입구로 들어가니 점원 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줍니다.

오늘 이곳에서 결혼식이 열리기 때문에 안내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말이죠.

대신 결혼식 전에 내부를 둘러보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안으로 들어갑니다.

 

엄니는 결혼식 사진도 좀 찍어보라고 바람을 넣으셨지만, 일본은 결혼식 날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들어가는 회원제(?) 형식이라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죠. 특히 카메라 들고다니는 외국인이 마음대로 참가하면 제 소심한 성격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

 

 

 

정자의 마당은 나름 일본의 방식인 카레이산스이(枯山水)이긴 하지만 약간 엉성합니다.

문화재가 아니라 공원 내 상업 정자 속에서 이 이상의 수준을 바랄 수는 없겠죠.

 

더위 때문인지 비둘기도 소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서 움직이질 않네요.

 

 

 

정자 안에서 둘러보는 풍경 역시 어디 하나 모자란 부분이 없네요.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없는 정자라서 시원하진 않지만 오늘같은 날은 그나마 그늘에 앉아있으면 숨은 쉴 만 합니다.

활동성을 가진 마당이 아니라 눈으로 음미하는 이런 분위기는 서양인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네요.

 

 

 

조금 있으면 결혼식이 열릴 연회장입니다. 벽 부분의 이렇게 살짝 올라간 부분은 토코노마(床の間)와 비슷하지만 엄밀하게는 조금 다르네요.

토코노마는 족자나 장식품을 놔 두는 공간입니다만 원래는 창문가가 아니라 벽 한쪽에 만들어야 하죠.

이 연회장은 사방이 트인 형식이라 벽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만든 것 같습니다.

 

토코노마에 등을 지고 앉는 이 자리가 연회에서는 상석을 차지합니다. 손님이 토코노마를 보게 앉으면 주인이 토코노마를 자랑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혼식에는 아마 신혼부부 한 쌍이 저 푸른색 자리에 앉게 되겠죠.

 

 

 

한국의 거대 예식장에 비하면 꽤나 조촐한 편이지만 사실 이 곳에서 결혼식 여는 게 그리 싼 편은 아니죠.

리츠린 공원은 특별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전통 정원에서 국보급 위치를 의미합니다.

그런 공원 내에서 정자 하나를 빌려 결혼식을 연다는 게 그렇게 저렴하진 않을 테니까요.

 

가장 비싼 결혼식은 유명한 이세 진구 같은 특급 신사에서 열리는 결혼식입니다만, 전 그렇게 엄숙한 종교의식 분위기보단 이런 곳이 더 마음에 드네요.

 

 

 

한국으로 치면 폐백에 쓰이는 음식과 술 등입니다.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끝이 없으니 넘어가죠.

 

엄니는 이런 거 꽤나 보고싶어 하셨습니다만, 일본의 결혼식은 그렇게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3개월동안 홈스페이를 하며 매우 친해진 분의 따님 결혼식 때도, 청첩장을 다 보내 버렸기 때문에 그걸 받지 못한 저는 참석하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멀리서 사진 찍으면 되지 않겠냐고 엄니가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신성한 결혼식에 그렇게 도촬까지 해서는...

 

 

 

일본식 정원은 이런 카레이산스이 구조와 굉장히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바위나 자갈 등의 자연물을 이용해 그 상징성으로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는 형태죠.

자갈의 폭은 바다의 파도로, 바위나 조경수는 육지로, 그리고 자갈로 그 육지에 부딪히는 파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물을 이용해 자연을 축소한다는 발상은 추상화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인공미가 남겨진 것 역시 일본식 정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네요.

 

 

 

전망좋은 마루에 앉아서 기다리니 말차와 화과자가 나옵니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시원한 얼음말차로 부탁을 드렸죠.

 

이런 정원에서 판매하는 말차는 기본 레벨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마실 만 합니다.

특히 함께 나오는 화과자는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귀여운 녀석들이라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들죠.

 

 

 

저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화과자 자체는 그냥저냥입니다만

워낙 앙증맞게 만들어 놔서 보고 있으면 왠지 고양이가 자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할까요.

 

일부러 살짝 잘라서 속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내 봅니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이렇게 세심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이 참 허무한 듯 합니다만

운치를 즐기는 데는 이렇게 알맞은 것도 없겠죠.

 

말차를 마신 후에 과자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는 과자를 먼저 먹고 말차를 마시는 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과자를 먹고 나면 말차의 쓴맛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이죠. 뭐, 일본 사람도 굳이 그 순서를 지키지는 않습니다만.

 

 

 

마루에 앉아서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땀을 식힙니다.

중간중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주니 더위에 찌든 몸도 슬슬 풀려가는군요.

 

말차 한 잔과 화과자 한 조각을 앞에 놓고 극도로 조경한 공원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신선놀음인 듯 합니다.

결혼식까지는 시간도 좀 남아서 서둘러 떠나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엄니와 함께 한동안 앉아서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토요코인 호텔은 일본에서 체인점 수가 가장 많은 비즈니스 호텔이고

회원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가격 할인, 10번 숙박에 1번 공짜 등의 혜택이 있어서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조식 수준이 가장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점이죠. 엄니는 그냥 배만 살짝 채운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하시네요.

 

저야 뭐 자전거 여행 도중 한번 들어가게 되면 이런 조식이라도 감지덕지라 미친듯이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느긋하게 여러가지를 즐길 수 있으니 조식에 크게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 번째 관광지인 리츠린 공원까지는 걸어서 10분 조금 넘게 걸립니다.

아침이지만 햇살이 꽤나 따가웠네요. 여행 내내 날씨가 나쁜 날은 없어서 좋았지만 매일 35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씨는 꽤 버겁습니다.

 

겨울 오사카 여행때 엄니께서 피로 누적으로 몸이 안좋아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속도를 좀 늦출 예정이죠.

리츠린 공원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호텔을 잡은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걸어가다 보니 미키 부지키(三木武吉)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의 타카야마 출신 정치인으로 일본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보수합당'의 공로자이기도 합니다.

정작 본인은 보수합당 후 양당 정치인들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말이죠. 합당한 자유민주당은 현재 당수가 아베 신조이니 뭐 그럴만도 하다는 느낌입니다.

 

 

 

정오쯤엔 너무 더워질 것 같아서 일부러 오전 8시에 일찍 출발했습니다만 아침부터 장난이 아닙니다.

엄니는 양산이라도 쓰고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하지만 땀이 줄줄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정오가 되기 전에 공원을 둘러보고 간단히 점심 한끼 한 후에 호텔에 돌아가 에어콘 바람을 좀 쐬어야 겠네요.

 

 

 

자전거 여행 중 들른 여러 공원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상깊었던 리츠린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타카마츠에 와서 이 공원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큰 손해라는 느낌이죠. 시민들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1600년대 지어진 이 회유식 정원은 현존하는 회유식 정원중에서 가장 큰 공원입니다.

타카마츠를 비롯한 카가와현이 일본 내에서도 맑은 날이 많은 조용한 지역이라는 이명이 붙어있는데

그런 곳이라서 이렇게 산책을 즐기는 공원이 발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75 헥타르, 즉 75만 평방미터의 거대한 공원으로 도쿄 돔 16개 크기입니다.

 

 

 

오사카나 도쿄 등 관광객이 접하기 쉬운 곳에 위치한 회유식 정원은 생각보다 나무가 빡빡하고 길이 좁은 느낌이지만

리츠린 공원은 그 어마어마한 크기 때문에 굉장히 널널한 느낌이 듭니다. 여타 공원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죠.

 

그 크기 때문에 상주 관리인원만 100명이 넘고, 사무실 등 기타 관리직까지 합하면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원입니다.

날씨가 덥지만 않았다면 3시간 넘게 느긋하게 산책할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더워서.

 

특히 봄의 리츠린 공원은 흩날리는 벚꽃 덕분에 굉장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시민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휴식처이죠.

카가와현 전체 인구가 100만명인데 그 중 이 타카마츠시에만 64만명이 거주중입니다.

대구의 인구가 250만명인데 이렇게 금새 이름을 댈 만한 공원이 뭐가 있을런지. 기껏해야 수성못이나 두류공원쯤 될까요.

 

 

 

일본의 회유식 정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분이라면 금새 느끼시겠지만

리츠린 공원은 내부에 산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풍경이 다른 정원과 사뭇 다릅니다.

 

저도 자전거 여행중엔 거의 사전정보가 없어서 이 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요.

타카마츠에서 배를 타고 본토로 넘어갈 예정이었고, 당시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하룻밤 묵고 가려고 숙소를 잡았는데

프론트의 아가씨가 리츠린 공원은 꼭 보고 가시라고 추천해 주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 보게 되었습니다.

 

벚꽃이 살짝 남아있었던 시기라 그 아름다움은 굉장한 인상을 남겼죠.

편안히 산책하는 사람들과 고등학생들의 브라스밴드 공연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츠린(栗林)이라는 말은 한자 뜻대로 밤나무 숲이라는 의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리츠린 공원은 설립 당시부터 밤나무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소나무를 주력으로 심었는데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까지는 모르겠네요.

 

리츠린 공원에는 약 1400그루의 소나무가 있습니다만 놀라운 것은 이 중 1000여그루의 소나무가 장인의 손길을 거친 분재 소나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본 전국의 분재 소나무중 8할이 카가와현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이 곳의 분재 소나무들은 모두 국가급 장인들이 매일매일 관리하고 있죠.

 

분재라는 행위 자체가 호불호 갈리는 것이라 싫어할 사람도 있을 듯 합니다.

일본의 회유식 정원은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인공의 미를 가미하기 때문에 이런 분재 소나무가 예술품처럼 장식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 덕분인지 전체적인 공원의 분위기는 매우 단아하고 정갈합니다. 자연 그대로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매우 기묘합니다.

 

 

 

공원 안에는 6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깨끗하게 수면만 보이는 연못도 있고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도 있고 이렇게 연꽃이 핀 곳도 있죠.

 

워낙 더운 날씨인데다가 직장인 학생들이 출근하는 평일 아침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는 건 좋습니다.

저는 몰라도 엄니가 너무 더워하셔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죠.

 

 

 

회유식 정원은 산책하면서 음미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길은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리츠린 공원은 산과 언덕, 연못까지 널널하게 포함된 크기 덕분에 그야말로 산책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정갈하게 흐르는 하천 주위를 거닐면 여행은 이렇게 느긋해야지 하는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저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면 그 모습도 절경중의 절경이죠.

사실 일본의 정원은 여름이 제일 애매합니다. 온통 푸른색 뿐이라 통일감은 있는데 화려함이 좀 부족하니까요.

 

 

 

정자에 올라가진 못하지만 멀리서 바라봐도 한 폭의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본 최고의 공원이라 하면 오카야마의 코라쿠엔(後楽園), 카나자와의 켄로쿠엔(兼六園) 등을 꼽습니다.

저는 켄로쿠엔을 빼면 왠만큼 이름난 정원을 많이 가봤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곳 리츠린 공원 역시 코라쿠엔과 맞먹는 레벨이라고 생각하네요.

 

재미있게도 미국에서 선정한 일본 정원 1위는 직접 들어갈 수 없고 바라만 볼 수 있는 시마네현의 아다치 미술관(足立美術館)이었죠.

그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이곳 리츠린 공원입니다. 코라쿠엔과 켄로쿠엔은 TOP3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거리입니다.

 

 

 

엄니가 도시관광을 싫어하는 면도 있고 저도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관계로

사실 일본 여행으로 추천하고픈 곳이 이곳 타카야마 부근입니다. 딱히 이쪽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은 건 아니지만.

 

이 근처엔 우동도 맛있고 리츠린 공원도 있고 건축가 안도 타다오로 유명한 지중미술관도 있고

한두 시간만 전철 타면 분위기 좋은 쿠라시키 미관지구도 갈 수 있고, 적당한 번화가인 오카야마에도 갈 수 있으니까요.

 

쇼핑과 맛집, 남들 다 가는 유명 관광지를 즐긴다면야 오사카가 제일 좋겠지만 이 곳에서는 여유가 느껴지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렇게 나무 그늘아래 앉아서 편안히 휴식중인 엄니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엄니 사진 찍고나서 그늘로 들어갑니다.

아직 시간은 차고 넘칠정도로 남아있고, 오후엔 특별히 갈 곳도 정하지 않고 느긋하게 마을 상점가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라서.

 

오사카 여행 당시의 참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하루에 한 곳 아니면 두 곳 정도만 목표를 정해놓고 지극히 여유롭게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볼 것을 못 보고 돌아온다는 초조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여행이라서 말이죠. 엄니도 그런 게 좋다고 하셨고.

어차피 일본은 중국이나 미국이나 호주처럼 압박감을 느낄 정도의 거대한 풍경 같은게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이것저것 다 챙겨봐야 할 필요 없이 좋다 싶은 곳만 선택해서 느긋하게 즐기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천 그루가 넘는 분재 소나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인급이고

75만 평방미터 어디에서도 쓰레기 한 점 없는 통일성을 갖춘 이 공원은 얼마나 많은 인원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상상이 안됩니다.

인구 64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외국인인 저만 해도 볼거리를 줄줄 늘어놓을 수 있는 이 곳이 참 부럽게 느껴지네요.

 

새삼스럽지만 엄니하고 이렇게 5박 6일 정도 머물면서 구경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란 게 대체 어디인지 떠오르질 않습니다.

여행하고는 관계없이 올해 8월에 다녀온 전주의 한옥마을은 '이걸 관광지라고 선전중인가'싶을 정도였으니.

 

 

 

연못에 잉어과 거북이 풀어놓는 것은 오랜 전통인지 모르겠네요.

이런 정원들은 대부분 영주들의 놀이터였으니 혼자 느긋하게 즐기면서 이녀석들에게 먹이나 던져주고 했겠죠.

 

요즘도 거북이와 잉어들이 사람 그림자만 보이면 몰려들어서 고개를 쳐듭니다만 일반인은 이녀석들에게 먹이 주는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마 관리인들이 밥 주는데 익숙해서 그런 것이겠죠.

 

 

 

실제로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라가지 못하는 언덕과 정자도 있고 저렇게 하천 건너편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는 곳도 있죠.

그래도 워낙 정비를 잘 해놔서 어딜 가나 셔터가 눌립니다. 어느 곳 하나 허투로 만들질 않았네요.

 

 

 

예전엔 실제로 저기서 유람선을 띄우고 유유자적했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요즘엔 그런 거 없습니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연못 중앙의 정자 역시 지금은 멀리서 사진이나 찍을 수 밖에 없죠.

덕분에 그런 곳은 왜가리들이 마음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 입장에서야 왜가리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나쁠 거 없습니다.

 

 

 

엄니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셔터 누르는 저를 무시하고 막 전진을 하기 때문에

엄니와 함께 한 여행이지만 엄니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거 별로 아쉬워 하는 분도 아니라.

 

보통은 엄니가 미아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땀흘리며 쫓아가지만 리츠린 공원 안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네요.

덕분에 걷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하면서 걸어가도 어차피 앞에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들어갈 수 없는 가옥이라도 소중하게 손질해 놓은 것은 변함없기 때문에 사진찍기 참 좋습니다.

저런 소나무는 분재임에 틀림없겠죠. 그냥 놔두면 절대로 저렇게 자라지 않습니다. 하긴 1400그루중 1000그루가 분재라고 하니.

 

동양인으로서야 그냥 아름답다 할 정도지만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공원의 분위기가 매우 신선할 겁니다.

자신들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공원과는 전혀 다른, 걸어가면서 미를 음미하는 회유식 정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 많겠죠.

실제로 이날 아침엔 일본인 관광객들보다 서양 관광객들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일본인도 많이 들어왔지만.

 

도시 어디서든 버스타고 10~30분만 이동하면 이런 정원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게 대구 사는 저로서는 참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작년 7월에 엄니와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바글바글한 도시를 싫어하시니 어디가 좋을까 생각 좀 하다가

자전거 여행 중 나름 마음에 들어서 며칠 묵었던 타카마츠가 생각나더군요.

섬나라 안의 섬나라인 시코쿠(四国)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도쿄나 오사카처럼 번잡하진 않습니다.

 

예전에 부모님 친구분들이 일본에서 어느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더라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가 타카마츠 근처의 지중미술관이었기에 더욱 엄니의 흥미를 돋구웠겠죠.

나이대가 관계 있을지는 모르지만, 친구가 다녀와서 좋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인도 가 보고 싶은 그런 심리도 작용했을 겁니다.

 

지방 살아서 힘든 게 타카마츠같은 곳은 일단 주요 관광지에 비해 외진 곳이라 대부분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편하게 KTX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바로 공항철도를 타고 바로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타카마츠행 비행기는 저가항공도 없어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데, 이럴 경우엔 서울역에서 미리 탑승수속도 해둘 수 있어 편했네요.

요즘 인천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체크인 수속하고 검색대 통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비싼 항공사 이용하면 그나마 특전이 있군요.

 

 

 

공항철도에서 국제선 청사까지 가는 게 조금 길긴 하지만 어차피 실내라 더운 편은 아닙니다.

단지 7월에 타카마츠 간다는 게 조금 걱정은 되더군요. 거기도 시원한 곳은 아니라... 그래도 오사카나 도쿄보다는 시원한 편입니다만.

 

엄니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가는 게 처음이라 이런 모습도 한번 구경할 만 하실겁니다.

 

 

 

이것저것 공사중이긴 한데, 이 정도 규모를 단지 공항철도 환승용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붙일 예정인지 모르겠네요.

 

공항철도가 완공되지 않았던 시절엔 인천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별로 편하질 않아서 아쉬웠는데

요즘 인천공항은 서서히 완전체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물론 공항 자체의 특색이라던가 그런 건 거의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죠.

면세점이 어마어마하긴 해도 사실 아기자기하게 즐길 거리는 거의 없고 그냥 겉멋만 들었다는 느낌이니.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저 1층의 오토바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칸 크루저라면 거의 할리 데이비슨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오토바이 제조사는 저 인디언이죠.

 

물론 지금도 할리 점유율과는 상대가 안되지만 할리와는 다른 매력이 충만한 녀석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저런 크루저는 나이가 좀 더 들면 타 볼까 하는 편이라 당장 구매욕이 솟구치치는 않습니다만.

오토바이는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서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더군요.

 

 

 

인천공항은 언제 와도 참 거대하고 깔끔하며 별로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어느 공항이나 먹거리는 만족을 해 본적이 없는데, 이 거대한 공항 역시 먹거리 수준은 영 아니죠.

 

갈비탕 하나에 만원이 넘는데도 막상 먹어보면 이게 이런 고급스러운 공항에서 팔 수준이나 싶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일본의 센트레아 공항은 이륙시간이 다가오는게 아쉬울 정도로 먹거리가 다양하고 맛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는 빨리 이륙시간이 되어서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멋을 살리는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네요.

인천공항을 즐기려면 꼼곰함을 버리고 규모와 화려한 면세점의 분위기에 취하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 사치품 말고 이 공항에서 마음에 들어하는 먹거리나 선물거리를 어떻게 선택할런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느긋하게 게이트에 도착합니다.

저 혼자 여행 갈때는 가끔 사람이 너무 미어터져서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시간이 없기도 하는데

엄니와 함께 느긋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죠.

 

엄니는 세계 곳곳을 다녀보셨지만 거의 대부분 여행사 투어상품을 따라간 것이라

저하고 같이 가는 자유여행은 어쨌든 체력적으로 조금 더 부담이 될 지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죠.

물론 여행사처럼 맛없는 음식 먹이고 한밤중에 숙소로 돌아와 새벽에 떠나는 강행군을 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으로 여행사 상품처럼 편안히 앉아서 관광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두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이니까 말입니다.

 

특히 2014년 1월쯤에 갔던 오사카 부근 여행은 추위에 무리가 간 건지 혈뇨를 쏟으셔서 여행 하루를 꼬박 호텔에서 누워계시기도 했기에

이번엔 구경을 많이 못하더라도 최대한 느긋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시도록 조심하는 중입니다.

여러 번 그 점에 대해 말씀도 드렸고, 엄니도 집안일 하지 않고 편안히 먹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네요.

 

 

 

커피를 별로 안좋아하시지만 향기는 좋아하시고, 피곤할 때 한두 모금씩 마시면 힘이 난다고 하시죠.

지방 사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문제가 여행 첫 날이 굉장히 피곤하다는 점입니다.

KTX와 공항철도 타는 시간만 계산해도 이미 비행기 타는 시간보다 더 길어져 버리니.

 

이번 여행은 오후 5시가 넘어야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니 아예 일정이란 거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숙소 도착하고 밖에 나와 저녁식사 하고 쉬는 것 뿐이죠.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그 목가적인 아담함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관광객도 그렇게 많지 않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조용하게 이동이 가능하더군요.

작년 일이라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 요즘 일본은 전국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흐르고 있어서.

 

시코쿠라는 지역이 꽤나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엣 정취가 남아있는 곳도 있어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주요 목적지인 타카마츠는 나름 큰 도시라 불편함도 없고 말이죠.

 

특히 시코쿠 중 타카마츠시가 속한 카가와(香川)현의 경우 별명이 '우동'현일 정도로 우동 사랑이 각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공항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음식점은 역시 우동 전문점.

 

카가와현의 우동 사랑은 농담이 아닌 게 이곳의 옛 이름이 사누키였으니까요. 한국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사누키 우동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우동집 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고, 아예 우동현이라고 불릴 만큼 우동 하나만큼은 압도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타카마츠 시내에 들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은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즈시입니다.

버스 타고 오면서 쿠라즈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우동은 여행중 지겹도록 먹어재낄 테니까요.

 

카가와현의 우동사랑은 단순한 지역 홍보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의 프라이드와 같기 때문에

온갖 우동관련 제품은 물론 지역의 유명한 우동집을 안내하는 우동 택시와 우동 투어 버스까지 존재합니다.

우동먹으러 다니는 데 하루를 투자하는 건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이한 코스니 저도 계획에 넣어놨습니다.

 

쿠라즈시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아서 엄니와 택시를 탑니다.

당연히 버스로도 올 수 있지만 엄니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택시비 800엔 정도를 아낄 필요도 없는 여행이고 말이죠.

 

쿠라즈시는 캇파즈시와 함께 대표적인 저가형 회전초밥집입니다만 그래도 한국 회전초밥집보다 훨씬 낫습니다.

첫날부터 고급스런 스시를 벌벌 떨어가며 먹을 필요는 없어서 여행 첫 날을 기념하며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네요.

 

 

 

한국에서는 늘 초밥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레벨이면 그 갈증을 해소할 정도는 됩니다.

대부분의 초밥이 105엔 짜리임에도 비슷한 가격의 한국 회전초밥과 비교할 레벨은 아니죠.

 

사실 105엔짜리 초밥은 생선보다는 이렇게 소스를 바른 군함말이나 조개 등 패류가 주를 이룹니다.

그나마 오래 보관이 가능한 조개류에 비해 생선은 신선도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너무 많이 바뀌니까요.

본토 사람들도 그런 거 다 인지하고 오는 거니, 가격대에 적정한 음식이라는 느낌입니다.

 

 

 

초밥도 신나게 먹고 당시 새로 구입했었던 카메라로 신나게 찍어주기도 하며 즐깁니다.

엄니는 사실 저만큼 초밥을 좋아하시는 편이 아니지만, 라멘 등의 짠 음식은 더 싫어하기도 하고

일본 요리중에서는 속에 부담가지 않는 나름 고급 정식을 좋아하시는 터라 도착 직후의 간편한 요기 떼우기로는 회전초밥집이 좋았죠.

 

 

 

저가형 회전초밥집은 경쟁이 심한 종목이라 손님을 끌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다 먹은 초밥 접시를 넣은 구멍이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죠.

식사 후 일일히 점원이 나와 먹은 접시를 계산하는 인건비도 줄이는 동시에 재미라는 측면도 붙잡으려고 노력한 결과입니다.

 

 

 

5접시를 넣으면 테이블 위의 터치패널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일종의 슬롯 머신이 작동합니다.

여기서 당첨되면 조그마한 기념품을 주기도 하죠.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은 한 접시라도 더 먹으려 할 테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런 걸 보면 상술이란 것도 나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중요할 텐데 말이죠.

 

 

 

생선쪽은 그렇게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타카마츠가 바다와 인접한 항구도시다 보니 나름 신선하더군요.

물론 참치 대뱃살 같은 건 입에서 슬슬 녹겠지만 그건 여기서도 한 접시 700엔 가까이 하는 고급품이라.

 

저녁의 쿠라즈시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손님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엄니도 저한테 '일본 사람들 조용하다고 하더니 전혀 아니네'라고 하실 정도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죠.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고급 초밥집에 들어가서 그 고요한 분위기에 오히려 압도되는 경우도 있어서

풀어진 느낌으로 편안하게 즐기기엔 이런 회전초밥집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새우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안 시킬수가 없습니다.

이건 한 접시당 두 개가 아니라 하나만 나오는, 즉 일반 초밥의 2배 가격입니다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예전에 일본 방송에서 본 바로는 새우의 생물학적 친척이 지네라고 하더군요.

이 녀석을 보면서 그럼 깨끗하게 사육한 지네 고기의 육질도 비슷한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시도해 볼 만큼 담력이 크진 않습니다만.

 

 

 

회전테이블에 올라가 있지 않은 녀석들도 터치 패널에서 사진을 보며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엄니께서도 몇 가지를 주문해 봅니다. 저도 처음 보는 녀석을 주문하시더군요.

 

구운 김 위에 반숙계란과 명란젓을 올린 김밥같은 녀석입니다. 왠지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게 엄니가 궁금해 하실만도 하네요.

맛은 뭐 명란젓의 짠 맛을 부드러운 반숙계란이 중화시켜 주고, 위에 올려진 고추장같은 살짝 매운 소스가 입맛을 당기게 해 주더군요.

 

재미삼아 한 번 먹어본 녀석이지만 의외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여기서라도 먹어보자고 라멘도 주문합니다.

이런 건 직원이 직접 가져다 주죠.

 

엄니가 짠 라멘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엄니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을 기회가 없기도 하고

특히 이곳 카가와현은 우동의 성지이기 때문에 굳이 라멘을 먹을 필요가 없었기도 하니까요.

 

인스턴트 라멘처럼 매우 평범한 맛이었습니다만 반숙계란과 듬뿍 올려진 파가 나름 맛을 보충해 줬습니다.

 

 

 

정신적인 흥분도라고 할까, 여행에서는 첫날 밤이 가장 들뜨는 기분입니다.

한창 여행중일 때는 그게 일상이 되어버리니 재미는 있지만 흥분되지는 않고

여행 마지막이 다가오면 또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구나 싶어서 조금 우울해 지니 말이죠.

엄니께서는 피곤한데 집에 가서 쉬면 좋지 하시며 돌아가는 것도 싫어하시진 않습니다만.

 

그래서 아침부터 KTX 타고 공항철도 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하면서 도착한 여행 첫날 저녁은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님에도 꽤나 즐겁게 흡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캇파즈시보다는 쿠라즈시쪽이 제 입맛에 더 맞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봤자 몇 번밖에 가 보지 않았기에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요.

 

밤이 어두워졌지만 7월의 타카마츠는 선선하다 할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내일부터는 35도는 넘은 기온 속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각오를 해야겠죠.

 

엄니나 저나 배가 많이 불러서 조금 산책이라도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자전거 여행때도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회전초밥이란 것도 너무나 비싼 음식이었으니

아마도 저 앞에 보이는 규동집인 스키야 정도에서 400엔쯤 하는 규동 곱배기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엔 카가와현에 왔으니 우동을 먹어보자고 우동집에 들어갔는데

이 곳의 특이한 우동 주문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그냥 빈 쟁반만 들고 멍하니 서 있으니

주방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당신 외지인이지? 그렇게 서 있는거 보니' 하시더군요.

이쪽의 우동집은 대부분 기본적인 면만 어떻게 내어달라고 말한 후 접시에 면을 받고 나면

식판을 옆으로 주욱 끌면서 전시되어 있는 튀김 등의 각종 추가 메뉴를 자기 취향껏 덜어가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하러 왔다고 하니 크게 놀라시면서 '장하구만. 많이많이 먹어요' 하시던 당찬 아주머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일본의 도시 외곽지역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큰 주차장이 필요한 대형 음식점이나 넷까페, 중고차 시장 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도시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불법주차에 매우 엄격한 곳이다 보니 이런 음식점들은 외곽으로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엄니가 고기를 아주 좋아하셨다면 회전초밥집 대신 저 앞에 보이는 고기뷔페집에 들어갔겠지만

초밥보다 고기를 더 싫어하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건너편에 대형 쇼핑몰 YOU ME 타워가 보여서 엄니가 구경가자고 하십니다.

거의 폐점시간이라 물건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택시타고 돌아갈 예정이고

저 쇼핑몰 앞에서 택시를 쉽게 탈 수 있으니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카메라가 5축 손떨방을 자랑하던 올림푸스의 E-M1 이라 이렇게도 한 번 찍어보는군요.

배경은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생기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한국의 그마트와 같은 YOU ME 타워는 생각보다 훨씬 크더군요.

슈퍼뿐 아니라 유니클로, 홈센터인 니토리 등 많은 가게가 함께 모인 곳인데

다행히도 슈퍼는 아직 열려있어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들고 갈 수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니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는군요.

보통 일본의 택시기사는 승객에게 말을 잘 걸지 않습니다만 시골로 갈수록 말을 잘 걸어오시는 듯 합니다.

내일은 리츠린 공원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 타카마츠의 자랑이라고 하시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자전거 여행 중 상당히 인상깊었던 공원이라 이번에도 찾아가려고 합니다.

 

공원이 워낙 커서 관리하는 사람만 백여 명이 넘고, 그 덕분에 지역경제도 활성화가 된다고 뿌듯해 하셨네요.

시코쿠에서는 가장 큰 도시지만 사실 일본 전국에서는 상당히 작은 축에 들어가는 이곳 타카마츠인데

택시기사분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볼거리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부럽습니다.

 

제가 서식하는 대구에서는 생전 처음부터는 관광객에게 저렇게 자랑스럽게 추천할 만한 곳이 금새 떠오르질 않는군요.

 

엄니가 어차피 잠만 잘 거 숙소에 돈쓰지 말자고 하셔서 저렴한 토요코인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토요코인은 원래 다른 호텔이던 것을 거둬드린 터라 일반적인 토요코인에 비해 훨씬 거대합니다. 가격은 두 명에 7만원 정도로 저렴한데도 말이죠.

예전 자전거 여행 때 리츠린 공원을 보기 위해 하룻밤 묵었을 때 그 예상외의 거대함에 놀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죠.

 

트윈침대도 넓직넓직하고 그 옆에 간이 테이블까지 놓여진 곳이라 매우 쾌적하게 간식을 까먹으며 쉴 수 있었습니다.

 

 

친구하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대구 시내에 나갔습니다. 한 달 전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시내 돌아다닐 때 일본서 친숙했던 회전초밥집 캇파즈시 간판이 보여서 신기했기에

이번 영화보기 전 맛을 한 번 보기로 결심하고 있었죠.

 

물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캇파즈시 자체가 일본에서도 저가형 회전초밥집이기도 하고

그것조차 내륙지역인 대구에서 뭘 기대할까 싶은 기분이었으니까요.

 

방문하니 개점 기념인가 뭔가 해서 정액제(?)가 실시중이었습니다.

저야 정액제 해도 접시수 채울 수 있지만 친구와 동생분이 과연 그렇게 먹어댈 것인가가 약간 걱정되더군요.

 

 

 

처음 자리에 앉아서 흰새우 초밥을 먹어보니 왠걸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놀랐습니다.

 

90분간 18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일본 캇파즈시 최저가 초밥 한 접시가 105엔이고

보통은 아무리 안 먹어도 최저가보다 두세 배 비싼 초밥을 몇 접시는 반드시 먹게 마련이니

거의 이거보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최저가였는데, 흰새우 초밥은 그냥저냥 먹을 만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흰새우 초밥이 이 가게에서 제일 신선한 녀석이었다는게 함정이었네요.

나머지 초밥은 생선살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고, 이런 패류 초밥들은 거의 건조된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내륙 지역에서 이런 회전초밥이라면 가격대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죠.

대구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몇몇 회전초밥집은 예전에 가 보니 초밥이라 부르기가 힘든 레벨이었으니까.

 

 

 

생선초밥보다 이런 오리훈제 초밥이 인기 순위에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팜플렛에서 이미 결론난 상황이긴 합니다.

생선초밥의 신선도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고, 그나마 종류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일본의 105엔 초밥 이상의 메뉴는 없습니다.

 

참치초밥이란 것도 기름기 없는 최하급 부위만 덩그러니 올라가 있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고 말이죠.

 

 

 

메뉴가 있어서 신기할 정도였던 게살과 게장 군함말이였습니다.

게살은 퍼석퍼석하고 게장은 반쯤 농담으로 발효시킨 정도라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가격이 모든것을 상쇄해 줍니다. 정말로 대구 회전초밥집에서 이거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일본의 좀 괜찮은 회전초밥처럼 기본이 300엔 이상에 고급은 600~800엔 짜리 접시가 돌아가는

그런 초밥집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대구에서 그 정도 레벨이라면 회전초밥에 내밀 필요도 없으니 애석할 따름입니다.

 

 

수준 파악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정말 의미없는 행동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예의상 계란말이도 하나 시켜봅니다.

초밥이 아니라 그냥 계란이 통째로 하나 딸려오네요. 일본에서도 이렇게 주는 데가 있으니 특이하진 않지만.

 

 

 

시스템만은 일본의 캇파즈시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회전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 않은 것들을 터치패널로 주문하면 열차가 초밥을 싣고 달려옵니다.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열차에 일어가 적혀있더군요.

 

요즘 일본의 캇파즈시나 스시로 등의 저가 회전초밥집들은 주요 소비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하고 있죠.

다 먹은 빈 접시를 투입하는 구멍이 있어서 거기 5개를 넣으면 모니터에서 슬롯머신이 돌아갑니다.

당첨되면 휴대폰 스트랩 등 조그만 선물을 증정하기도 하죠. 부모들과 온 아이들이 재미삼아 돌리기 위해 초밥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대구쪽 캇파즈시는 아직 그런 모델까지 도입하지는 못했네요.

 

 

 

인기 NO.1 이었나 NO.2 였나 추천하는게 이런 녀석입니다.

일본 초밥집에서 인기 NO에 이런 녀석이 올라가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을의 토픽감일텐데 말이죠.

 

여기서는 날생선 레벨이 이 녀석보다 위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순수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녀석도 랭킹에 올라가 있었던 걸로 기억.

 

중반을 넘어가니 생선은 먹을 게 없고 해서 이런 것도 재미로 시켜봅니다.

물론 고기니까 맛이 없진 않는데, 전체적으로 간도 짜고 조미료맛이 강해서 난감하네요.

생선초밥의 아이덴티티와 괴리가 심한 느낌이죠. 이런 강렬한 소스로 무장한 녀석을 먹으면 생선초밥이 너무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시간은 꽉 채우고 나가기 위해 이젠 별의 결 것을 다 시켜봅니다.

그래도 고로케는 나름 맛있더군요.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데 오면 생선초밥보다 이런 곁들이 요리를 많이 시키니까요.

 

그러고보니 초밥의 친구인 녹차는 어디가고 탄산음료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모습도 조금 특이했습니다.

초밥에 찍어먹는 간장도 사실 초밥용이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양조간장을 써서 맛 밸런스가 안맞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가격대 성능비를 즐기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면 먹을 만 합니다.

 

 

 

와사비 문어는 제가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 짠 맛이 강하고 와사비 맛이 별로라서 이것도 그냥저냥.

세삼 한국에서 중저가 초밥으로 만족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서울쯤 가면 일본에서도 일류로 통할 만한 장인들이 쥐는 초밥집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십만 원대를 넘어가니 자주 먹을만한 녀석이 아니죠.

 

일본에서는 저가형 회전초밥 말고도 어느정도 레벨을 갖춘 회전초밥집도 있어서, 1인당 4~5만원 정도 투자해 만족할만한 레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 정도의 중간대 초밥을 찾기가 참 힘드네요.

 

 

 

그래도 초밥집 분위기나 시스템만큼은 일본의 캇파즈시를 거의 완벽히 가져왔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추억을 음미하며 즐기는 정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초밥을 더 먹을 게 없어서 별걸 다 시켜보네요. 전체적으로 너무 짠 느낌이라 나중에 고생 좀 했습니다만.

 

 

 

코코넛 새우튀김이란 것도 있어서 무조건 시켜봅니다.

맛은 별로지만 따끈따근하게 나와서 와작와작 씹어먹기는 좋네요.

친구와 동생분은 나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인 18접시까지 가기는 좀 힘들었나 보네요.

 

 

 

과일이나 디저트류는 몇 접시 이상 주문시 추가요금이 가산되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의 뷔페집들이 그렇습니다만,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많이 먹을수록 가게쪽 손해라 어느 정도 제한을 둡니다.

 

 

 

그래도 이미 초밥에서는 흥미가 멀어진 동생분이 이것저것 디저트를 시켜봅니다.

샤베트 홍시는 맛있었나 모르겠네요.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만.

 

이 당시 타이밍을 잘 잡은건지, 저희 일행이 들어갔을 때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먹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대기 인원이 상당하더군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시간 다 채우며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오레오 빙수는 최악이었네요. 빙수가 아니라 그냥 얼음조각입니다.

와드득 와드득 씹히는 얼음조각을 빙수라 생각하고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오레오하고 궁합이 맞으려면 빙수를 매우 세심하게 갈아넣어야 할 텐데, 지금 씹는 것이 얼음인지 오레오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여기 오기 1주일쯤 전에 일본서 괜찮은 초밥을 먹고 왔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 가고 난 1주일쯤 후에 또 일본에 갈 일이 생겨서 거기서도 초밥을 먹은 터라

이 녀석의 추억이 미화될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대구에도 캇파즈시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신기한 볼거리를 체험해 봤다는 데 의의를 두면 되겠죠.

영화보러 가는 도중 재미있는 가게가 있어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찜닭에서 장미향기라도 나는 걸까요.

 

SINCE 2013이라는 글자도 약간 우습습니다.

대구 동성로는 워낙 가게 들어오고 나가는 게 심해서 제대로 오래 된 맛집이란 게 별로 없거든요.

저 가게는 SINCE 라는 단어에 어울릴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끔가다 쳐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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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여러가지로 일이 많았습니다.

나고야에서 지인분이 주최하는 전시회가 있어서 가는 것 까지는 예정대로였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이것저것 계획에 없던 일이 많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네요.

 

바쁘다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시간과 머리를 요하는 일들이라 블로그를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찾는 분들이 많은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참 죄송할 따름이네요.

 

작년 여행 포스팅도 아직 한참 남아서... 이걸 대체 언제 다 올리나 고민중입니다.

사진은 일본의 지인분이 선물로 주신 밤만쥬입니다. 그쪽 지역은 밤이 잘 자라서 이게 특산품이죠.

 

 

 

가격이 싼 편이 아닌데도 너무 적게 들었습니다. 귀하신 몸이네요.

개별포장 상태를 보면 진짜 정성들였다는 느낌은 듭니다만 양이 이렇게 적어서야.

 

그래도 선물받은 녀석이니 엄니와 함께 차 한잔 우리면서 뜯어봅니다.

 

 

 

튼실하게 잘 구워졌네요.

 

예전에 이쪽 지역에서 소바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사장님 아버지가 일부러 사 오셔서 시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참 고마운 추억인데, 지금 와서는 순수하게 즐거워 할 수만은 없네요. 사람 인생이 그렇습니다만 세월이 많은 것을 바꾸게 합니다.

 

 

 

만쥬 안에는 이렇게 튼실한 밤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팥소도 매우 튼실하게 들었고 먹어도 목이 메이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요 조그만 녀석이 한 개 2000원 가까이 하는 꽤 비싼 녀석입니다만 퀄리티는 가격값을 한다고 봅니다.

 

엄니께서도 하나 먹어보시고는 조카한테 하나 먹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유통기한이 짧아서 조카가 집에 내려올 때까지 버티질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이번에 방문한 지인 아저씨분이 나고야까지 차로 바래다 주셨는데

잘 달리다가 갑자기 휴게소에 들어가시더니 술을 한 병 선물로 사 주시더군요.

물론 저도 선물을 들고가긴 했습니다만 역시 주는 데 비해 받는 건 익숙하질 않습니다.

 

키소지방의 지역주인데, 그 쪽 사람들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녀석이죠. 홈스테이 하는 도중에도 이 녀석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첫 잔을 따라보지 않았습니다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 음미를 해 봐야겠죠.

 

 

 

일본의 향토주는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습니다.

중상급쯤만 되도 맛은 충분히 좋고, 보통 이런 녀석이 4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일곱 번 웃는다는 나나와라이(七笑)라는 키소 지방의 향토주입니다.

준마이 긴죠라는 레벨로, 이것보다 더 상급의 술은 지역민들도 어지간히 애호가가 아니면 잘 구분을 못하신다고 하네요.

 

증류주가 아니라 발효주라서 원료의 향기가 잘 남아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키소의 아저씨분이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 분이 이 술 맛있다고 추천해 주셨다면 확실히 좋은 녀석일 듯.

뚜껑 열어도 이걸 다 마실 사람이 집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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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미 까페에서 자주 뵙는 같은 대학 학생 한 분의 부모님이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하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저희 집은 블루베리를 많이 먹는 편이라 잘 됐다 싶어 시험삼아 8kg 정도 주문을 해 봤습니다.

 

사실 바로 전에 엄니 지인이라는 분한테 블루베리를 사 먹어 봤는데 완전 개판이었기에

제품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좀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지인이라는 사람은 엄청난 재력가인데도 배송된 블루베리는 거의 찌그레기만 모아 놓은 레벨이라서.

심지어 꼭지에 줄기도 따지 않고 그냥 넣어놨었죠.

 

다행히도 이번에 받은 블루베리는 알도 튼실하고 향기도 좋고 최상급이라 할 만 합니다.

올해는 농사가 그리 잘 된 편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 정도면 올해 구할 수 있는 최고 상품이라 볼 수 있겠네요.

 

신나게 집어먹고 며칠 뒤에 3kg 더 주문했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고 얼려놨다가 얼음과 꿀을 넣어 샤베트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난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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