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사진'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9.06  엄니와 여행 - 야시마 1편 4
  2. 2015.09.04  엄니와 여행 - 시코쿠무라 3편 6
  3. 2015.08.27  엄니와 여행 - 시코쿠무라 2편 4
  4. 2015.08.26  엄니와 여행 - 시코쿠무라 1편 6
  5. 2015.08.25  엄니와 여행 - 타카마츠 먹거리 6
  6. 2015.08.22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3편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길이 상당히 좁은 편이라 커브를 돌 때는 하반신이 조금 쫄깃해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창가로 보이는 카가와현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 참 인상깊었던 곳 중 하나죠.

 

카가와현이 속한 시코쿠(四国)라는 섬은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산지인데다가 작은 섬들이 많아서 한 번에 지나가지는 못하고 이 섬 저 섬을 건너서 들어가야 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의 조그만 해협은 세토 내해(瀬戸内海)라고 하는데, 해류가 강해서 소용돌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죠.

 

 

 

지형상 다리가 상당히 높게 설치되어 있어서 자전거로 올라가기가 참 힘들었던 곳이죠.

하지만 워낙 주변 풍경이 좋아서 중간중간 멈춰서 휴식도 취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즐겁게 돌았던 곳입니다.

 

본토와 시코쿠를 잇는 세토 대교라는 걸출한 녀석이 있긴 한데

그쪽은 제 루트와는 맞지 않아서 그 전의 조그만 섬들을 거쳐서 시코쿠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이 제가 건넜던 가장 큰 다리네요.

이 날은 세토 내해치고는 많이 잔잔했던 편인데, 그래도 해류의 음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러 개 섬을 억지로 잇는 다리다 보니 코스가 참 귀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이 좁아서 자동차가 옆을 지나갈 때는 좀 긴장도 했지만 워낙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무난히 올라갈 수 있었죠.

하루종일 날씨도 좋고 시골이라 사람들 인심도 좋아서, 가게 할머니한테 귤도 한봉지 얻고 하며 즐겁게 달렸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기 도로에서 길에 떨어진 SD 메모리카드를 주워들고 '혹시 기밀 문서라도 들어있는 녀석 아닌가' 하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습니다.

8G 짜리인 줄 알고 일단 가져왔는데, 훗날 한국에 돌아와서 자세히 보니 무려 8M 짜리더군요. 이 녀석이 길거리에 떨어진 지 얼마나 오래 지난 걸까요.

안에는 손상된 파일 몇 개와 사진 파일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지금도 의문에 가득 찬 메모리카드죠.

 

 

 

그렇게 옛 추억에 잠겨있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이 어마어마하게 넒더군요.

버스와 승용차 합쳐서 100대는 쉽게 주차할 만한 공간이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야시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겠죠.

 

원래는 전철역에서 바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로프웨이가 있었습니다만 그건 폐쇄되고 이제 버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거장에서 바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은 일본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겐페이 합전(源平合戦)의 그림이군요.

 

헤이안 후기 권력을 쥐고 있던 헤이케 가문과 그에 맞선 미나모토 가문이 벌인 전쟁으로, 전국시대 후 일본이 통일되기 이전 가장 큰 전투였습니다.

이 야시마가 헤이케 가문의 본거지였는데, 세토 내해를 끼고 강력한 수군을 가지고 있던 헤이케 가문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그 거센 세토 내해를 단박에 건너온 미나모토군이 승리를 거둔 전투가 야시마 전투입니다.

 

이후 가장 유명한 단노우라 해전에서 헤이케군이 전멸하고 어린 천황도 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함으로서 헤이안 시대는 막을 고하고 가마쿠라 시대로 넘어가게 되죠.

기록상으로는 천황에게 계승된다는 3종의 신기도 단노우라 해전에서 바다에 잠겼지만, 그 중 하나인 검만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애초에 실존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녀석이라 그냥 떠도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긴 힘듭니다만.

 

 

 

엄니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드리긴 하는데 원래 일본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게 정상입니다.

일단 엄니는 산 정상에 이렇게 훌륭한 사찰이 서 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 하시네요.

 

이 야시마 절은 88개소 순례길 중에서 84번째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 정도면 1400km의 기나긴 순례길의 막바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순례자들의 기분이 어땠을런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니와 함께 갔던 이 당시도 낡은 옷과 삿갓, 짚신과 지팡이 하나를 짚고 올라온 순례자를 볼 수 있었죠.

오직 도보로만 이동하는 이 순례자들은 최소 한 달이상 걸어와서 이 곳에 도착한 것일 테니 상당히 감동적일 듯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절이나 신사에 봉납하는 걸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싶습니다.

사실 야시마 산 거의 대부분이 야시마 절의 소유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절인데 말이죠.

 

순례자가 이 곳에서 절을 하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와 인사해 줍니다.

저도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아마 동료를 발견한 기분으로 인사를 했을 것 같네요.

 

요즘엔 프로 순례자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순례자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들을 위한 지도와 안내서도 현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있기에

목숨을 건다고 할 만큼 위험했던 예전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만 그래도 1400km의 산지를 도보로 걸어다닌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죠.

 

자전거 세계일주를 준비중인 나침반님 정도라면 그냥 잠깐 바람쉬러 다녀오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만

이런 편안한(?) 순례길로는 만족하시기 힘든지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야시마가 원래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워낙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놔서

여기가 진짜 산 정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진 않아도 순례자나 불교 신자 등 좀 더 경건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꽤나 조용합니다.

마음을 정화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싶었지만 역시나 37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는 그 정신도 오래 가질 않더군요.

 

 

 

무슨 언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온다는 사실만큼은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걸려있는 에마의 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네요.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접근도 어렵고 많이 찾는 곳도 아니긴 합니다만.

 

 

 

본당 옆에는 조그만 토리이 옆으로 너구리 두 마리가 서 있습니다.

이곳 야시마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너구리는 일부일처제의 상징으로, 가정평화와 다산을 기원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수컷과 암컷의 모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암컷은 젖이 있고 수컷은 그... 보시면 알겠죠.

엄니는 수컷을 보더니 '얘는 X은 작은데 X랄이 왜 이리 크지?'라고 순수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이곳의 너구리는 영물이라서 오랜 세월 살아가면 X랄이 점점 커지고

나중엔 그 X랄을 뒤집어쓰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암컷의 경우엔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잘 표현했더군요.

엄니는 저를 낳을 당시 가정 형편이 안좋았던데다가 몸이 많이 허약해서 젖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분유를 먹이고 한 번도 젖을 제대로 물려준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기억은 안나지만 서글픈 추억이네요.

 

 

 

경건한 절 기둥에 화석화된 시체가 박혀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나름 포인트는 되는데, 아마도 지금쯤 가 보면 청소해 버렸겠죠.

 

 

 

본당은 1618년에 건립된 녀석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사찰과는 달리 좀 더 엄선된(?) 사람들이 찾다 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하네요.

주위에 시끄러운 요소가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엄니와 저도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보물을 모아놓은 곳인데 굳이 엄니는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저도 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보물관 안에는 10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목조천수관음좌상이 가장 볼만하다고 하는데, 제가 불교에 심취해 있지 않아서.

 

 

 

요즘엔 일반적인 신발로도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진짜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신발도 이런 짚신을 신습니다. 저 같으면 평지만 걸어도 발바닥이 큰일나겠는데 말이죠.

 

물론 순례길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엄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오직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걷는 것이니

남들과 비교해가며 우위를 따지는 건 이런 순례와 가장 거리가 먼 행동이겠죠.

 

전 발 상태가 안좋은 편이기 때문에 저런 짚신까지는 무리지만, 언젠가 걸어서 88개소 순례길을 완주할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절을 통과하고나면 야시마 전망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관광객들에겐 절보다 이 전망대가 더 유명하죠. 날씨 좋을 때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다카마츠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합니다.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책 겸 풍경 즐기기에 참 좋더군요.

물론 그것도 이렇게 덥지 않을 때 한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저 멀리 세토 내해가 보이는군요. 풍경 하나는 장관입니다.

조금 당겨서 보면 한려수도와도 비슷한 풍경을 보여줄 듯 하네요.

 

날씨가 좋긴 한데 한여름이라 대기에 수증기가 많아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지는 않습니다.

가끔 바람이 불어오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줄기가 시원해 지는 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엄니가 도시쪽을 보더니 거기가 이렇게 컸었나 하고 놀라십니다.

그렇게 높은 빌딩이 없어서 인구밀도는 낮습니다만 어쨌든 시코쿠에서 가장 큰 도시니까요.

 

실제로 시코쿠에서 이만한 평야지대에 위치한 도시가 별로 없어서

저도 자전거 여행중 한동안 고생 좀 하다가 간신히 타카마츠에 도착했을 때에는 뭔가 낙원에 도달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대도시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리츠린 공원 등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으니.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고 대기오염도도 낮은 곳을 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본 내에서 매년 살기좋은 도시 상위권에 꼽히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예술성이 느껴지는 돌다리를 건너가 보지만 밑에 물이 없네요.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아래쪽에 길이 있습니다.

 

원래같으면 이 다리 위에서 사진 찍는 여행객도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오늘은 이곳 전체를 엄니와 제가 전세낸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산합니다.

 

 

 

다리 아래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밑에 아주 조금이지만 물이 고여있군요.

우동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원래 주 생산품은 광석 계열이었기 때문에

시코쿠무라는 전반적으로 돌을 이용해서 주변을 꾸며 놓았습니다.

 

산책에 적합한 곳이지만 한여름엔 나무그늘마저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로 더워서

아무래도 날짜를 잘 정해야 즐거운 관광이 될 것 같네요.

 

 

 

예전에 간장을 담던 옹기들을 이용해 벽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구멍을 막아놓은 녀석들도 보이네요.

 

한국의 간장은 메주만을 이용해 만들었지만 일본은 거기에 찐 보리나 밀 등을 넣어 발효균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염도가 낮고 제작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조량이 많고 산지가 많은 지역이라서 간장 만들기에는 딱 좋은 기후였는데, 상당히 큰 규모의 간장공장이 예전부터 성행했다는군요.

 

 

 

간장을 만들던 건물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약간이지만 코를 자극하는 간장 냄새가 남아있더군요.

실제로는 간장만 만들던 곳은 아니고 발효주를 만들기도 했는데

간장이나 술이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건문들은 창문이 상당히 작게 만들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덥기는 또 무지하게 더워서 엄니는 잠깐만 둘러보시고 바로 나가시네요.

 

 

 

내부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2m가 넘는 거대한 목욕탕 같은 나무통이 몇 개씩 늘어서 있죠.

 

숙련된 장인이 저 위에 올라가서 잘 저어줘야 간장이든 술이든 만들어 지는데

술도 마찬가지지만 간장도 저 정도 양을 숙성시킬때는 냄새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에는 가스에 중독되어 술통에 빠져 죽은 사람을 모른 채 술을 담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오죠.

 

 

 

상당히 낡은 고기잡이배가 앞에 서 있는 구 가옥이 인상적이네요.

 

설명을 읽어보니 토쿠시마의 해안가 절벽 밑 마을에서 생활하던 요시노라는 사람의 집과 배라고 합니다.

토쿠시마 근처의 태평양쪽 연안은 지형이 복잡해서 풍랑이 심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 지붕이 있는 고기잡이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볼거리는 참 풍부했지만 그만큼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시코쿠무라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제 다음 코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서둘다가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엄니와 함께 시코쿠무라 주차장 앞에 서 있는 산뜻한 집으로 들어갑니다.

 

꽤나 멋들어진 의자도 관심을 끌었지만 여기 앉는다고 소모된 체력이 회복하리라고 기대할 수가 없는 더위네요.

 

 

 

척 봐도 메이지 시대 이후에 불어닥친 서양풍 저택이로군요.

설명을 읽어보니 당시 서양인들이 많이 들어왔던 코베에 서 있던 건물이라 합니다 통째로 옮겨왔군요.

 

시코쿠무라와의 역사적 관련성은 없습니다만, 민속촌 내부에는 더운 날 편히 쉴 만한 곳이 없는 관계로

역사를 보여주는 민속촌의 분위기와 맞춰서 이런 100전의 저택을 배치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휴식처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주차장 반대편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어서 문제가 없죠.

우동현 카가와의 안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와라야(わら家)가 이 곳에 있습니다.

평가가 좋은 우동집이고 분위기도 시코쿠무라와 참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곳인데

지금 밥을 먹을 만한 시간도 아니고, 엄니는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시원한 장소와 음료수를 원하시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산으로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오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널널합니다.

부디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기를 바라며 들어가 봅니다.

 

빙수를 팔고 있다는 표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적당히 만끽할 수 있겠네요.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 기준으로도 상당히 우아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아주머니께서 인사를 해 줍니다.

빠르지 않은 적당한 말투와 화사한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데, 이런 외국 저택에 걸맞는 접대 예절을 보여주시는군요.

 

 

 

이 곳의 가구들은 모두 이탈리아제로 약 150년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런 곳에 땀범벅인 채로 앉아서 살짝 스릴이 느껴집니다.

 

엄니도 분위기는 마음에 드시는지 느긋하게 쉬면서 버스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추울 정도는 아니지만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어서 바깥과 비교하면 천국이네요.

 

음료수나 한 잔 마실까 싶었지만 모처럼 온 곳이니 가볍게 배를 채울 거리도 주문해 보라고 하십니다.

일단 더위를 이기기 위한 빙수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에그 토스트를 주문합니다.

 

배가 고프진 않아도 어차피 야시마 산 정상에서 식사까지 마칠 생각은 아니라서 지금 먹어두는 것도 좋겠네요.

 

 

 

아름다운 식기에 비해 빙수는 평범합니다. 사진 찍기에는 참 좋은 딸기색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일본쪽 빙수는 그냥 얼음을 먹는다는 느낌이 강하고 토핑이 그렇게 충실하지 않죠.

가격도 저렴하고 연유 등이 들어가지 않아서 덥고 목 마를 때 먹으면 팥빙수보다는 좀 더 상쾌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때 시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장 보고 돌아올 때 떡볶이나 오뎅 등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여름엔 빙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녀석처럼 식용 색소하고 미숫가루만 살짝 뿌렸었죠.

엄니가 그런 건 먹으면 안된다면서 잘 사주지 않았기에 좀처럼 먹을 수 없는 특식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신 떡볶이와 오뎅은 미친듯이 먹었지만.

 

 

 

장소가 장소다보니 가격대가 좀 높은 편이긴 한데 맛은 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치즈와 함께 반숙 스크램블 에그가 충분히 많이 들어가 있어서 햄과 캐첩의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주더군요.

 

카가와현은 우동이 심히 맛있기도 하고 가격조차도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트보다 더 저렴해서

헝그리 여행자라면 꽤나 즐겁게 거닐 수 있는 곳이지만 아무래도 영양적으로는 불균형이 좀 심한 편입니다.

특산품이라고 엄니에게 계속 우동만 드릴 수는 없으니 이런 것도 먹어가면서 우아한 느낌을 내 보는 것도 괜찮겠죠.

 

 

 

버스가 오기 10분 전쯤 저택을 나와서 화장실을 해결합니다.

우동집 와라야의 뒷모습도 살짝 담아봤습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우동집 풍경이 참 아늑하네요.

 

가을에 오면 시코쿠무라를 포함해 이 주변 전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색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에도 꽤나 인상이 깊었던 곳이라, 엄니와의 여행 장소로 적당하다 싶어서 다시 오게 되었죠.

 

우동을 좋아는 하셔도 역시 여행중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요리를 먹고 싶은 법이니 이 우동집은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를 타러 갑니다.

시코쿠무라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의외로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사람이 꽤 앉아있군요.

 

 

날씨가 덥다보니 하늘 하나는 끝내줍니다.

타카마츠가 시코쿠 최대의 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환경 오염이 될 만한 건덕지가 별로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하늘 구경만 제대로 해도 여행 온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성격이라 마음이 치유되는군요.

 

지중해쪽 하늘이 그렇게 좋다는데 언제 한 번 가 봐야겠네요.

 

 

 

캉캉석(カンカン石)라는 희한한 이름이 붙어있는 돌덩이입니다.

옆에 나뭇가지도 하나 걸려있어서 엄니한테 한번 쳐 보라고 말씀드렸죠.

정식 명칭은 사누키암(巖)이라고 해서 마그마로 인해 생성된 안산암의 일종입니다.

 

나뭇가지로 이 녀석을 두드려 보면 유리처럼 맑고 높은 소리가 납니다.

 

 

 

이곳 시코쿠무라는 가을 정도로 날씨가 선선할 때 오면 매우 훌륭한 산책 코스가 될 것 같네요.

최대한 인공미를 줄이고 자연을 그대로 살려 놓은 코스는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줍니다.

 

물론 저처럼 37도쯤 되는 한여름에 찾아오면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함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나름 추억에 남을 경험이긴 하죠.

 

 

 

산 속에 위치한 민속촌이고 과도한 가공을 거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기분 좋게 산책이 가능한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대나무숲 사이 흙길을 걸어갈 때가 제일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규모가 큰 편이긴 해도 거의 일직선으로 돌게 되어 있어서 코스만 지켜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이 한바퀴 완주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쿠노시마 등대 부근까지는 이 더위에 아무래도 무리라 판단해서 지나쳐 갔습니다.

사실 산 속에 지어진 민속촌에 등대가 있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죠.

 

 

 

얼핏 방앗간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사실은 종이를 만드는 곳입니다.

한국의 전통 한지와 같은 닥나무를 원료로 사용하지만 만드는 방식은 살짝 다른 듯 하네요.

이렇게 삶은 닥나무를 으깨는 장치가 있는 것으로 봐서 중국식 종이 만드는 방법과 비슷한 듯 합니다.

 

한국은 불린 닥나무를 두들겨서 결이 상하지 않은 상태로 떠 내기 때문에 강도가 좋았다고 하네요.

일본 종이 역시 고급 방식으로 한국과 똑같이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만 이 곳은 중국식으로 맷돌로 갈아 만드는 방식이었나 봅니다.

 

 

 

정성들여 손질한 수국 화분이 마당 앞에 놓여있는 모습만으로 관광객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군요.

 

이 곳에 서 있는 건축물들은 대부분이 문화재인데다 그 중 8채는 국가지정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을 엄격하게 막아놓은 것도 아니라 부담없이 사진을 담을 정도로 관객과 가깝습니다.

 

 

 

앞서 사진에 나왔던 칸칸석도 그렇고 카가와현은 화강암이 풍부해서 돌을 이용한 공예품이나 시설이 꽤나 발달한 편입니다.

특히 화강암 중에서는 세계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아지석(庵治石)의 산출지이기도 하죠.

그래서 시코쿠무라에는 돌을 이용한 폭포인 소메가타키 폭포라는 볼거리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기묘한 모양의 우물도 소메가타키 폭포 상층부에 위치하는 녀석이죠.

 

일본의 조각가 나가레 마사유키(流政之)씨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가레 씨는 비극적 역사를 간직한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심볼인 '눈의 성채'를 만든 작가로 유명하죠.

 

 

 

순로 표시도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세삼한 곳에 지역 특색을 세겨넣는 것이 관광 산업의 중요 요소죠.

나무와 바위로 만들어 진 시코쿠무라는 과도한 상업적 냄새가 나지 않는 점만으로도 민속촌 중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니는 이런 곳에서는 건물 하나하나의 특징 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성격인데

이 곳을 거닐면서 여러 번 '참 잘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봐서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평탄한 지형이 거의 없는 특성상 굉장히 이곳저곳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선 배정과 함께 단순한 이동 통로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히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이 오는군요.

볼거리를 찾아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그런 민속촌은 레벨이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죠.

이 마을은 그냥 걷고만 있어도 입장료 값을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곳의 민가 건물들은 대부분 농촌이나 산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녀석들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부유층의 그것과는 다른 순박함이 풍겨나옵니다만, 이 곳처럼 나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집도 있네요.

 

집의 벽면 한 쪽 통채를 단순한 장식만으로 할당한다는 일본 가옥의 구조는 어찌보면 아이러니 합니다.

뭐 당시는 집의 크기나 땅값 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말이죠. 어째 요즘 도시형 주택보다 훨씬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보존 상태는 놀라울 만 하지만 이 녀석들이 실제로 이런 지형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

원주민들의 실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 보기는 조금 힘드네요. 대다수 민속촌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타카야마나 나가노 근처의 옛 거리들 등, 여전히 주민들이 살아가며 예전 가옥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있어서

정말로 예전의 생활상을 느껴보려면 그 쪽으로 가야 합니다만 거긴 또 주택 보존 상태가 여기만큼 좋지는 않죠.

정말 300년 전의 생활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이런 민속촌을 둘러보다 보면 묘하게 아쉬운 점이 느껴집니다.

 

 

 

밑에서 바라보는 소메가타키 폭로의 모습입니다. 그나마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네요.

너무 더워서인지 신기하게도 이런 산 속을 한 시간 가까이 걸어다니고 있어도 모기에게 물리지 않습니다.

37도쯤 되면 아마 모기도 탈진하는 것일까요.

 

유명 조각가인 나가레 마사유키 씨가 만든 폭포라고는 하지만 어떤 예술성이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돌폭포 자체보다는 마을과의 앙상블에 촛점을 맞춰 전체 조경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엄니가 집에서도 하나 만들어 놓고 싶다고 하셨던 대나무 화분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과하지 않은 임팩트를 주도록 참 절묘하게 만들어 놓았군요.

 

나오시마도 가깝고, 리츠린 공원도 있어서 문화와 예술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타카마츠라서 그런지

민속촌 안에 미술관도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이런 세심한 부분부분에서도 미적 감각을 잘 살려 놓았습니다.

 

지금은 각종 현대식 재료와 기술을 이용해, 그것도 본인이 직접 짓는 일이 거의 없어진 거주지라는 개념이지만

이런 걸 짓고 평생에 걸쳐 수리와 보수를 하며 살아갔던 예전 사람들에게 있어서 집이란 어떤 존재일런지.

아마도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감탄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가 주택생활을 동경하는 것이기도 하고, 엄니가 시골집에서 차를 마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제 정말 시골집에서 차 한잔 마시려고 하는 것도 풀 뽑고 집 청소하고 보수하는 거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시코쿠무라의 장점은 역시 안내서에 적힌 볼거리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에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순로 전체가 아름다운 산책로화 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네요.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지는 커녕 극히 평범한 마을 어귀의 좁은 길이라도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이구나 하는 신선함에 한동안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데

이 곳에서도 굳이 건물 구경하려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 감상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네요.

 

 

 

에도시대 후기의 건물인데 아마 곡물 창고로 사용하던 녀석입니다.

지금은 자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엄니는 이미 체력의 한계에 달해 있어서 이 곳에 들어가 봤자 눈에 들어올 게 별로 없을 듯 하네요.

그냥 특이한 형태만 바깥에서 구경하고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출구 근처까지 다다르면 굉장한 옹기들이 줄줄이 서 있는데요. 처음엔 술독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간장 담는 옹기였습니다.

한국과는 묘하게 모습이 다른 것도 나름 볼거리더군요.

 

옹기도 옹기지만 펜스 역시 센스가 넘칩니다. 대나무를 줄줄이 이어 만들었는데 굵은 밑둥 끝에 다시 작은 줄기부분을 끼워넣어서 이어놨군요.

글자로 표현하자면

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화장실에 간 엄니를 기다리며 풍경 사진을 찍어봅니다.

소박한 삶의 여유라고 할까요. 시골집 툇마루에 누워 있을 때 풍경 소리가 살짝 울리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지금은 뭐 워낙 더워서 그런 여유를 느끼기도 힘들긴 하지만 말이죠.

 

이제 시코쿠무라 구경도 거의 끝나가니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야시마 산 정상으로 가야겠습니다.

 

 

둘째 날의 목표는 저 산입니다. 상당히 특이하게 생겼죠.

300m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산이지만 이곳에서는 명산으로 유명한 야시마(屋島)산입니다.

 

시코쿠에는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인 홍법대사 쿠카이(空海)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홍법대사가 순례한 88개소의 사찰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행이 꽤나 유명하죠.

 

자동차로 가면 며칠만에 모두 돌아볼 수 있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을 듯.

실제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인기인 코스라고 하네요.

저는 자전거로 몇 군데 둘러봤습니다만 그냥 걸어서 돌아보려면 거진 한 달넘게 걸리니 쉬운 길은 아닙니다.

 

저기 야시마 산 정상에는 그 88개소 순례길 중 84번째 사찰이 위치해 있습니다. 전망도 좋고 해서 인기있는 관광지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절 하나만 둘러보고 가기엔 시간과 노력이 아깝습니다.

이 곳은 야시마 사찰 외에도 시코쿠의 옛 마을 모습을 재현해 놓은 시코쿠무라(四国村)라는 민속촌도 위치하고 있어서

한 번의 이동으로 두 군데를 모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엄니에게 보여드리려는 의도에서 선택했죠.

 

하지만 5분 정도 걸리는 시코쿠무라까지 가는 도중 관광객이 한 명도 없었기에 오늘 혹시 휴일인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매표소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걸 보니 휴일은 아니었는데 조금 더 걸어가고 나서야 오늘 사람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가 일본 최고의 폭염이 창궐하던 때라서 아무도 이런 곳에 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서 입구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땀으로 절어버리더군요.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인기가 많은 민속촌인데 그런 만큼 에어콘이라던가가 설치된 현대식 건물이 없습니다.

덕분에 이 민속촌을 한 바퀴 다 돌아보는 동안 단 한명도 다른 관광객과 만나지 않고 단 둘이서 고독을 즐길 수 있었죠.

어찌보면 굉장한 경험이었지만 정말 이렇게 더워서는 여기 안 오는게 이해가 될 정도더군요.

 

 

 

민속촌으로 들어가려면 카츠라바시라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이게 재현도가 쓸데없이 대단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리 하나 쑥 빠져버리는 건 일도 아니겠더군요.

 

엄니도 매우 조심하며 건넜고, 저는 이딴 나무조각이 제 덩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을 하며 건넜습니다.

사실 그 질기다고 하는 칡덩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다리가 끊어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시코쿠는 산악 지형이 많고 발전이 더딘 편이라 대도시에서 보던 민속촌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 편인데

시작부터 사람을 살떨리게 만들어 주는군요. 항간엔 이 다리가 가장 좋은 볼거리라고 하는 곳도 있으니까요.

 

물론 다리를 건너지 않고 갈 수도 있지만 여기 와서 이걸 안 건너가 보는 것도 좀 아쉽겠죠.

 

 

 

전통을 보존하려는 마음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일본이라서, 당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좀 거북하기도 한데요.

그것과는 별개로 이 마을을 평가하자면 참 용캐로 이런 곳에 이 정도 규모의 민속촌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시코쿠 각지 민가를 재현한 마을인데

애초에 시코쿠라는 곳 자체가 타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님에도

마을 전체가 산 중턱에 파묻혀 있어서 주변에서 전혀 현대적 건물의 흔적을 느끼지 않고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관광 상품으로서의 상업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일까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건축물의 보존 상태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날이 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을 안에서는 직원 한 명 보이지 않고 적막함이 감도는군요.

엄니와 저는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을 전체를 전세낸 듯이 돌아다닙니다.

 

시코쿠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가 적고 맑은 날이 많지만 태풍 시기엔 엄청난 강수량을 보이는 편이라

집의 구조나 재료 등이 조금 특이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넓고 평평한 거실이 많으며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네요.

 

 

 

코스를 정상적으로 밟으면 맨 처음 보이는 곳입니다. 카부키 극장이네요.

실제로 이 곳에서 공연도 가끔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공연은 커녕 마을 전체에 사람이 엄니와 저밖에 없으니.

 

관광객들에게 얽혀서 복잡한 것도 싫지만 이렇게 덩그러니 둘만 거니는 것도 좀 무섭습니다.

평범한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이곳 시코쿠무라는 시골의 산 속에 위치해 있다 보니 좀 섬뜩하다고 할까요.

 

 

 

이 곳은 시코쿠 각지에서 보존중이던 33개의 민속 가옥을 재현해서 모아놓은 곳입니다.

재현이라고 해도 단순히 다시 만든 게 아니고 그 가옥을 해체해서 전부 가져온 다음 이곳에서 재조립한 녀석들이죠.

 

나고야 근처의 이누야마(犬山)라는 곳에도 유명한 메이지무라(明治村)가 있는데

그 곳은 무려 메이지 시대 당시 하와이 같은 곳에서 일본인이 생활하던 저택을 전부 해체해서 갖고 와 재현해 놓기도 했습니다.

 

상업적인 이득을 생각한다면 과연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현도에 신경을 쓰고 그것을 무기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굉장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곳도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대부분이 실제 사람이 살던 가옥을 옮겨온 것이라 이곳저곳 볼 거리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부엌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톡특하네요. 뭐, 기본적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한국 가옥과의 차이가 커지긴 합니다.

 

 

 

엄니 입장에서 보자면 꽤나 친숙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네요.

엄니 어릴 적에 살던 곳도 일본식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던 집이라서 말이죠.

대구는 아직도 일본식 가옥이 조금 남아 있기도 하고, 엄니 연세라면 아마 일본식 가옥이 그렇게 특이하지도 않을 법 합니다.

 

물론 이곳 시코쿠무라는 1800년대 가옥들도 있는데다가 본토와는 꽤나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녀석들이라 엄니도 재밌게 보실 수 있겠죠.

 

 

 

가옥 구경뿐 아니라 이 곳의 자연 풍경 역시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자연의 생명력이 팍팍 느껴진다고 할까요. 시코쿠 88개소 사찰 근처에 있어서 주변에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원래 이런 마을이 있던 곳이 아니고 각지의 가옥들을 모아서 만든 곳이다 보니

실제로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형이 복잡합니다.

 

엄니는 물도 많이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이동합니다.

기온이 너무 높아서 땀 하나는 정말 시원하게 빼고 가는군요. 다행히도 공기가 매우 좋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하시네요.

 

 

 

가옥들은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표시가 없는 곳은 그냥 들어가 봐도 됩니다.

한국보다 나무가 풍부한 지역이라 황토를 이용하는 가옥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요.

 

에도시대 이전에는 각 지역별로 발달한 상업이 에도시대의 산킨코타이 제도로 인해 유통망이 완성되면서

1800년대를 기점으로 조직적 상업사회 기틀이 완성되고 있었는데, 시골인 시코쿠도 다르진 않습니다.

기후와 지형적 영향으로 각종 농산품과 해산물이 유명했던 지역이라서 시코쿠무라 안에도 양조장이라던가 곡물 창고같은게 드문드문 보이네요.

 

 

 

지난 번 포스팅에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많은 우동집에 나왔었는데요.

거기서 나왔던 화로와 냄비가 여기서는 실제 크기로 전시중입니다.

 

일본의 전통 가옥은 이렇게 거실 한가운데 물을 지켜서 식사를 하는 방식이 꽤나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목조 건물이다 보니 불 관리에 매우 엄격했는데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는게 의아하기도 하죠.

물론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수도권에서는 집 안에서 불 피우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에 이런 거 없었습니다.

 

 

 

민속촌 전체가 산등성이를 타고 만들어져 있어서 평지가 별로 없네요.

거대한 면적을 엄니와 둘이서 독점하는 건 좋아도, 왜 사람이 없는지 절실하게 느끼며 걷고 있습니다.

 

척 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건물이 놓여있네요.

곡물 창고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설탕을 만드는 곳이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일본 최초로 정제 설탕을 만들어 내던 곳입니다.

세계 어디든 동일하지만 당시엔 설탕이 매우 귀한 몸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산품으로서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죠.

 

소를 이용해서 맷돌을 돌리는데 이 방식은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방식과도 거의 일치합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은 설탕을 어떻게 만들었으려나요. 아마 이런 정제설탕보다는 엿이나 꿀을 애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건물 주변에는 이렇게 사용했던 맷돌들이 장식품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엄니가 보시더니 참 많이도 만들었다 하셨죠.

정제 설탕은 에도시대만 해도 꿀보다 훨씬 비싼 녀석이었고, 상류층의 허례허식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뭣 때문에 이렇게 많은 맷돌을 모아놓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정말로 그냥 장식용일런지.

 

 

 

둘이서만 주구장창 구경하고 있는데 더욱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주의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돈 내고 들어가는 민속촌 안에서 맷돼지 주의라는 표지판을 봐야 한다니.

 

공교롭게도 저는 자전거 여행 중 시코쿠에서 맷돼지와 조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저 푯말을 보면 긴장이 되네요.

시코쿠 해안선을 따라 밤 8시쯤 달리고 있는데, 멀쩡하게 도로와 민가가 주르륵 늘어선 평범한 해안가 마을 한가운데서

서로 마주보는 모습으로 딱 만나게 되었습니다. 짐까지 더해 40kg 가까운 제 거대한 여행용 자전거와 거의 비슷한 덩치였죠.

 

실제로 지근거리에서 보는 맷돼지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느꼈네요.

저는 감전된 사람처럼 자전거를 빙글 돌려서 반대쪽으로 미친듯이 도망갔습니다만 다행히도 맷돼지 역시 저한테 놀라서 저와 반대쪽으로 도망갔습니다.

자전거 위에 타고 있다보니 제 덩치도 워낙 크게 보인 것이겠죠. 근 5m 정도 거리였기 때문에 저한테 달려들었으면 아마 다음 날 뉴스에 나왔겠죠.

 

 

 

민속촌의 가장 위쪽에 도착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뀝니다. 정갈한 조경수와 반듯한 콘크리트 건물이 숲 속에서 맞이해 줬습니다.

딱 보니 이 건축물은 안도 타다오가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타카마츠에서 가까운 조그만 섬 나오시마가 부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섬 전체를 예술의 마을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 중심에 있던 것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이다 보니 이곳과 안도 타다오는 꽤나 인연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코쿠무라에도 미술관이 들어선 것 같습니다만, 여긴 따로 입장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관람은 포기했습니다.

 

사실 내일 찾아갈 곳이 나오시마라서 굳이 이곳을 들를 필요가 없기도 하거든요.

엄니나 저나 미술품 자체에 크게 관심이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미술관에 들어가지는 않고 그의 예술관을 살짝 흉내내어서 사진을 한 장 담아봅니다.

가장 인공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를 이용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죠.

 

건축계의 거장이라서 사실 들어가 보면 구경거리는 많겠지만

오늘은 이곳에서만 시간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내일 나오시마에서 온갖 예술품을 감상할 예정이라 그늘에서 땀만 식힙니다.

 

그나마 날씨가 이렇게 더워도 도시의 매퀘하고 찝찝한 공기가 아니라 땀을 흘려도 나름 상쾌합니다.

엄니도 땀은 많이 흘리시지만 공기가 참 좋아서 나름 견딜 만하다고 하시네요. 조금 더 힘내서 돌아보고 야시마로 올라가야겠습니다.

 

 

 

공원을 나와서 숙소로 돌아갑니다. 정오 무렵이라 햇살이 바늘로 찌르는 듯 강렬해서 좀 쉬어야 할 것 같더군요.

하지만 아직 점심을 못먹었네요. 호텔 들어갔다가 다시 식사하러 나가고 하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라 들어가기 전에 해결해야겠죠.

 

가는 도중 길 건너편에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 우동집이 있어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카가와현은 앞서 말씀드렸듯 우동현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우동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정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어떤 우동집이든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보여주기 때문에

적당히 들어가도 딱히 꽝을 뽑을 염려가 별로 없죠.

 

 

 

좌석이 10개를 조금 넘는 아주 소박한 곳이었습니다만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고 우동을 주문한 후 주위를 둘러보는데, 벽면에 재미있는 녀석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더군요.

 

직관적인 디자인에 나무를 사용한 자연적인 매력이 가득한 조각들입니다.

엄니도 보시더니 귀엽다고 감탄을 하시네요. 이 녀석들은 필시 어미를 따라가는 새끼오리들이겠죠.

 

 

 

이 정도 레벨이라면 엄니가 좋아하시는 '세상에 그런일이' 에도 나올 법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료의 특징을 최대한으로 살린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고 이렇게 특징을 잡는 것은 굉장하네요.

 

 

 

거의 나무 소재로만 만들어 놓았는데, 이건 나무 깎는 솜씨라기 보다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듯 합니다.

두 마리의 뱀을 비교해 보면 턱의 크기와 위치 조절만으로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진 뱀이 생겨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별로 가공도 하지 않았는데 나무 껍질 몇 개만으로 이런 녀석들을 만들어 놓은 게 참 신통방통하네요.

 

아무래도 판매하는 녀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주인장분이 만드신 걸까요.

 

 

 

놀라운 녀석이 너무 많아서 우동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진짜 이 레벨이라면 세상에 저런일이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뭇가지에 구멍만 몇개 내 놓은게 책이 되어버리는 것도 놀랍고, 곰방대를 물고 엎드린 캇파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여유도 놀랍습니다.

우동 먹으러 와서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이 조각상에는 가격이 붙어있는 걸로 봐서 일단 판매도 하고 있는 듯 하네요.

일본의 전통 춤을 형상화 했는데, 사람 형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데포르메를 통해 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수준이 훌륭하네요.

 

뒤에 꽂혀있는 책들은 오래된 세계명작들이라서 저한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달과 6펜스, 변신, 광인일기, 채털리 부인의 사랑, 대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등...

자기가 좋아하는 책, 음악, 영화등이 다른 사람의 취향과 일치하면 그만큼 친근감이 들 수가 없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니나 제가 여행 기념품을 많이 사는 성격이었다면 꽤나 구미가 당길만한 곳이네요. 평범한 우동집이었지만.

예전 일본 가옥에서 사용하던 냄비의 재현도 잘 되어 있고, 밑에 불을 지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향초를 놔 둔것도 포인트네요.

 

우동을 먹으러 온 건지 조각박물관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시선을 뺏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우동 주문한 것 치고는 꽤나 기다렸지만 조각품들 덕분에 지루한 줄 몰랐네요.

엄니에게 카가와 우동의 맛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선택한 붓카케 우동입니다.

 

보통 한국은 국물있는 우동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카가와현에서는 국물 우동보다 이런 우동이 더 인기입니다.

원래 우동은 국물 맛이 아니라 면 맛으로 먹는다는게 기본이라, 다른 국수와 달리 첨가되는 양념이나 소스가 적은 편이죠.

국물에 푹 담궈 나오면 면 자체를 즐기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국물없는 면에 간장을 살짝 쳐서 먹는 방식이 보편적입니다.

 

거기다 싱싱한 날달걀을 하나 넣으면 우동의 온기 때문에 살짝 반숙처럼 익어버리고, 그게 간장의 짠 맛을 중화시켜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 주죠.

저처럼 흰쌀밥에 날계란 올려 간장에 비벼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하는 맛입니다.

 

명성대로 이 쪽의 우동은 인스턴트 면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떡을 먹는 것 같은 쫀득함과 탱탱함이 입안을 사로잡습니다.

면 맛으로 먹는다는게 인스턴트 우동만 먹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 곳 우동을 먹으면 금새 납득이 갈 것 같네요.

 

심지어 국물 속에 담긴 우동면도 상당히 오랫동안 탱탱함이 유지된다고 하니 역시 우동에 프라이드를 건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젓가락 놓는 곳마저도 일반 음식점과는 크게 차별화 된 느낌이라 먹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거의 가공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세심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놀랍기 그지없네요.

만약 만든 분이 우동집 사장님이라면 이거 다른 의미로 재능의 상당한 낭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조각들 정말 잘만들었다고 말씀을 드리니 왠걸 주인장분이 아니라 카운터석에 앉아있는 아저씨 한분이 씨익 웃으시네요.

이곳 주인장분은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인데 이런 게 취미라서 만들어 갖다놓는다고 합니다. 그냥 손님 중 한분이 이걸 만들었다니 숨겨진 놀라움입니다.

 

몸도 굉장히 건장하고 굵은 수염이 인상적인 육체파 아저씨였는데 웃으면서 잘 만들었냐고 물어보십니다.

재미있는 구경 잘 하고 간다고 인사하고 나오면서 참 세상에는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식사 후 호텔에 들어와 푹 쉽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강행군 하기엔 엄니의 체력이 걱정이니까요.

일반적인 토요코인과는 다른 거대한 방이라 쉬는데도 여유가 있습니다.

 

엄니는 여행 갈 때 꼭 보이차와 간략한 다기 세트를 들고 오십니다.

샤워 후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놓고 어제 편의점에서 사 놓은 군것질거리와 함께 보이차를 우려 마셨습니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중에는 이런 느긋함을 발휘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피곤해 죽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이번엔 여유가 넘쳐나니 이렇게 중간에 보이차도 마시고 하네요. 이래도 손해보는 느낌이 없는 것이 자유여행의 장점이겠죠.

 

4시까지 푹 쉬고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봅니다. 아직 덥긴 하지만 그래도 정오보다는 훨씬 낫네요.

굳이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갈것도 없이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아케이드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부터 직선으로 주욱 이어지는 아케이드는 카가와현에서 가장 큰 규모라서 꽤나 볼만하죠.

자전거 여행 때 폭우 때문에 우연찮게 하루 묵어갔는데, 리츠린 공원에서 감동을 받고 하루 더 쉬기로 했었습니다.

이곳 아케이드를 돌아다니다가 헌혈센터가 보여서 오랜만에 피도 좀 뽑아주고 간 추억이 있네요.

너무 친절하고 시설이 깔끔해서 자전거 여행으로 녹초가 된 저에게는 헌혈 센터조차도 포근한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역시 거대 빌딩에 백화점이 밀집한 대도시 상점가보다 이런 아케이드가 더 볼만하고 걸어다니는 여유가 있죠.

물론 타카마츠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다보니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지만, 덕분에 관광객들은 좋은 구경이 가능합니다.

 

당시 일본에는 유루캐러가 인기몰이중이라 이곳에서도 하나 만들어 놓았더군요.

타마치라는 아케이드 이름에 걸맞게 타마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뜻하는 오지상과 의 결합이네요.

 

 

 

타카마츠에서 가장 큰 아케이드답게 규모면에서는 오사카 아케이드와 비교해도 작지 않습니다.

물론 유동인구도 적고 해서 가게들은 모두 소박한 편입니다만.

 

엄니도 느긋하게 이곳저것 돌아보는데, 60% 할인중이라는 가방 가게에 들어가서 한참을 고민하시기도 했습니다.

유명 고가 브랜드는 아니지만 엄니가 보기에 굉장한 퀄리티여서 눈길이 간다고 하시네요.

악어 가죽같은 백이 60% 할인해서 한국돈으로 30만원 정도엿습니다만 엄니 생각으로 한국에서 이 정도 사려면 백만원은 할 거라 하십니다.

할인가가 진짜라면 원래 가격이 100만원쯤 하는 편이니 틀린 건 아니겠죠.

 

그 정도라면 제가 선물로 사드릴 수 있다고 옆에서 바람을 넣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역시 그냥 나오시네요.

여행 중에 먹을거리 말고는 쇼핑이란 걸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이라 결국 매번 빈손으로 돌아오십니다.

 

이럴 때는 그냥 제가 아무 말 없이 덥석 구입해 버려야 하는 것일지.

 

 

 

타마카츠가 작긴 해도 카가와현의 최대 도시인 동시에 오카야마로 통하는 본토와의 연결점이기 때문에

비지니스적으로 왕래가 많은 곳인 듯 합니다. 작은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캡슐 호텔 선전까지 걸려있네요.

캡슐 호텔은 짐 정리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프라이버시가 거의 없는 희한한 공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거기 갈 바에 그냥 넷까페에서 눈 붙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건널목을 몇 번 건너도 아케이드는 계속 이어집니다. 길이로 치면 이대로 타카마츠 역까지 갈 수 있어서 상당한 편이죠.

이 정도라면 타카마츠가 시골이라고 해도 못 살게 업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 브랜드로 치면 이 아케이드 전체를 통틀어도 오사카의 백화점 하나만도 못하긴 합니다만.

엄니는 옷가게 같은 곳에도 이곳저곳 들리며 흥미로운 눈으로 제품을 찾아보시네요.

알고보니 엄니가 입을 옷이 아니라 2살짜리 손자에게 사 줄만한 옷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조카를 싫어해서는 아니고, 2살 아이는 워낙 성장도 빠르고 해서 옷을 많이 사 봤자 별 소용이 없기에

그만 좀 사라고 말씀을 드리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나 더 입히고 싶은 게 할머니의 마음인가 봅니다.

 

 

 

아케이드 전체에 지붕이 달려있긴 하지만 햇빛이 안들어오는 건 아니라서 오래 걸으면 꽤나 지칩니다.

중간중간 가게에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콘 때문에 살 만 하지만 역시 정오에 나오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군요.

 

쇼핑을 즐기는 부류라면 구경할 거리가 많겠지만 엄니와 저는 기본적으로 돌아갈 때 큰 슈퍼에 들릴 생각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이라면 질겁을 하시는 엄니라도 이곳의 도시락은 먹어도 배가 안 아프다고 좋아하시는 편이라.

 

물론 여기까지 와서 편의점 도시락만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곳 아케이드에서 먹을 것도 충분히 조사해 왔습니다.

저녁까지 우동을 먹을 순 없으니 이 곳의 다른 먹거리를 알아봤는데, 닭다리가 그렇게 유명하다더군요.

 

 

 

아마도 이쪽 아케이드에서는 가장 큰 서점일 키노쿠니야가 보여서 잠깐 들어가 봅니다.

찾고싶은 책이 있었는데 혹시 팔까 싶어서 들어가 봤는데 재고가 없네요.

 

일본에 그리 자주 가는것도 아니고, 한국 서점에서 대행 주문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서 귀찮은 관계로

갈 때마다 서점에 들러보는데 역시 인구가 적은 도시의 서점은 그렇게까지 다양하게 책을 구비하진 않더군요.

 

 

 

 

철물점 모습이 재미있어서 한 장 담아봤습니다. 음식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법한 녀석들이 많네요.

입구에 나와있는 거대한 철판은 그냥 장식용이겠죠? 저걸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슬슬 저녁이 되어가니 미리 조사해 놓았던 음식점으로 들어갑니다.

 

음식점이 아니라 술집 같은 분위기더군요. 하긴 닭다리 전문점이면 맥주가 안 나올수 없겠죠.

술을 별로 마시지 않습니다만 여행 분위기라도 내 보자 싶어서 한 잔 시킵니다. 엄니도 한 모금 마셨네요.

 

술안주로 참 좋아하는 와사비문어입니다. 일본의 술집에 들어가면 꼭 이 녀석만큼은 시키게 되네요.

짭쪼름한 맛에 와사비의 찡한 향기와 문어의 탄력이 참 조화롭다는 느낌입니다.

 

 

 

술집이라 그런지 밥이 될만한 요리는 별로 없고 해서 그냥 이런 것만 먹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간식거리 많이 살 생각이라서 말이죠.

 

더운 여름에 괜찮겠다 싶어서 주문한 토마토와 가지절임입니다. 시큼한 폰즈소스가 입맛을 돋구는군요.

가지가 여름에 그렇게 좋은 야채라고 해서 일본서는 상당히 인기가 있습니다.

 

술집은 다들 그렇긴 하지만 이런 녀석도 가격이 600엔 정도 하기 때문에 싼 편은 아니네요.

 

 

 

타마카츠의 명물 요리인 호네츠키도리(骨付鳥) 입니다. 뜻 그대로 뼈가 붙은 닭이죠.

 

닭요리는 닭요리지 싶지만 지역 특산으로 구분된 만큼 먹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엄선된 닭을 후추와 마늘,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오븐에 장시간 구운 녀석입니다.

굽는 방법에도 뭔가 방법이 있는 건지 일반적인 오븐구이와는 식감이 좀 다르네요.

 

특이하게도 이 호네츠키도리에는 노계와 영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식감의 차이가 가장 큰데, 영계는 부드럽고 탄력있는 느낌이지만 노계는 사나이의 닭이라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쫀득하고 강렬한 맛이죠.

 

엄니는 영계를 시키고 저는 노계를 시켰습니다. 위 사진이 엄니가 드신 영계.

 

 

 

제가 먹은 노계는 독특함으로 치면 영계보다 더하네요.

오븐에 상당히 오래 구웠는지 껍질은 거의 쥐포처럼 되어 있고 살은 일반적인 양계장 닭에서 느낄 수 없는 쫄깃한 육질입니다.

여성분이나 노약자는 노계 먹지 말라는 말이 허투로 나온 게 아니더군요. 공을 들여 꼭꼭 씹으면 그 식감이 훌륭합니다만 엄니에게는 무리일 듯 합니다.

 

술안주라 그런지 굉장히 짭니다. 일본인이 싱겁게 먹는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와전된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달달한 치킨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짠 편으로 친다면 한국의 어떤 닭보다 짭니다.

하지만 고기 자체의 질을 속이지는 않은 게, 육즙도 굉장하고 쫄깃함에 이빨이 즐거워 질 정도로 매력이 있습니다.

 

확실히 맛은 있어서 엄니도 깔끔하게 한 조각 다 뜯으셨죠. 닭 자체의 레벨이 꽤 좋은 편입니다.

입가심 하라고 테이블 앞에는 양배추를 잘라 놓아주는데, 이건 리필이 가능하니 많이 먹어가면서 닭을 뜯는게 좋을 듯.

 

가격이 닭다리 하나에 8000원이 넘으니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맛이니 먹어볼 만 하더군요.

저처럼 말린 오징어도 신나게 뜯어먹는 이빨을 가진 사람이라면 노계쪽도 도전해 볼만 합니다. 씹히는 맛이 정말 강렬하니까요.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할 법 합니다.

 

 

 

타카야마에는 호네츠키도리 집이 상당히 많은데 굳이 이 곳을 선택한 건 가게 이름이 재미있어서였죠.

 

'요리도리미도리' 라고 읽는데, 이게 원래는 저 한자가 아니라 '選り取り見取り'라고 해서

한국어로 치면 '골라골라~골라잡아~'할때 쓰는 그 단어입니다. 그걸 말장난으로 승화시킨 것이죠.

 

단순히 가게 이름이 재미있어서 들어간 곳이지만 후에 알고보니 이곳 아케이트에서도 역사가 깊은 명물 가게였다더군요.

 

 

 

아케이드 상점은 아직 옛날 향기가 많이 남아있어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를 가로지르는 신사이바시(心斎橋)나 센니치마에(千日前) 아케이드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완전히 신식화되어 남아있는 건 거의 옛 걸을 흉내낸 듯한 가게밖에 없는데

이곳은 여전히 거주민들을 위한 일상용품점도 많이 남아있고, 옛날 생각나게 만드는 선술집도 있고 해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네요.

 

가볍게 걷고 식사만 해도 3시간을 충분히 넘길 수 있는 크기라서 조금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갑니다.

중간에 큰 슈퍼는 혹시 문 닫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영업중이더군요.

내일은 닐씨에 관계없이 조금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간식거리도 든든히 챙겨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낮에 고생 좀 하겠지만 나름 일찍 호텔로 돌아올 예정이라 쉴 시간은 넉넉할 것 같네요.

 

호텔에 돌아가 TV를 트니 연일 맥도날드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국 맥도날드 공장에서 맥너겟 만들 때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섞는다던가

라인에서 떨어진 닭고기 뭉치를 다시 넣는다던가 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전국이 떠들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당분한 맥너겟 출하를 중시하겠다고 발표하고 난리가 났었죠.

 

제가 그렇게 설명드리니 엄니는 '한국에서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하고 쿨하게 넘어가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씁쓸하네요.

 

 

연못 안에 위치한 조그만 섬에 살짝 왜가리 한 마리가 숨어있네요. 덥긴 더운가 봅니다.

옆의 거북이로 추정되는 녀석은 유유히 물 속을 유람중인데 말이죠.

왜가리는 거북이 먹지 않는건가 모르겠습니다.

 

 

 

공간 활용면에서는 참 이런 낭비도 없다 싶은 공원인데, 그게 매력으로 다가오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겠죠.

햇살이 따갑지만 않으면 배를 한척 타고 이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엄니가 더워 죽겠으니 그건 못타겠다고 하셔서 깔끔하게 포기합니다.

그냥 이렇게 풍경만 봐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아쉽진 않네요.

 

 

 

당시엔 카메라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망원렌즈가 없었습니다.

리츠린 공원에서 유일하게 빨간 색 다리가 저 멀리 보이는데, 다리보다 높은 곳에서 담을 수 있는 위치는 여기뿐이죠.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색의 대비가 참 보기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안되니 조금 아쉽습니다.

 

위에서 보니 확실히 느껴지는게 이 공원 크기는 참 큽니다.

엄니와 저도 모든 길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느긋하게 걸으면 2시간이 출쩍 넘어야 하기도 하고 날씨가 워낙 더워서.

 

관광객들은 관광지 한 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데 일종의 조바심 같은 게 생기기 쉬우니

이곳을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둘러보려면 조금 더 수양을 하고 와야할 듯 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환산화각 70mm 정도로 최대한 당겨서 담아봅니다. 그것도 살짝 크롭해서 이 정도.

200mm 이상의 렌즈만 있었으면 제 의도대로 왼쪽의 소나무 조금과 휴게소를 양 쪽에 끼운 상태로 다리를 담을 수 있었을텐데.

 

 

 

자전거 여행 중 늦봄에 찾아온 이 곳에서는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나무 밑에 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큰걸 싸는 녀석들의 사진도 찍었죠.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와서 그냥 귀찮다는 듯이 살짝살짝 자리를 피하는 녀석들에게서 봄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여름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네요. 다들 어디 간 걸까요.

 

 

 

정원 산책을 마치고 입구 근처에 있는 사누키 민예관에 들어왔습니다.

카가와현의 주민들이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각종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죠.

공원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내기도 했으니 이런 전시관은 전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사실 문화재라고 할 수준은 아니리 입장료를 받으면 들어올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엄숙하게 관리되고 있는 중요 문화재와는 달리 사람 손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구들을 전시해 놨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엄니께서 참 마음에 들어하셨던 녀석입니다.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놓으셨다네요.

 

집에 하나 있으면 거실에서 TV보며 밥 먹을때 요긴하게 쓰일만한 상입니다.

전시품이 990점이나 되는 꽤나 규모가 있는 민예관인데,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고 소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도랄까요.

 

 

 

아마도 증류주를 만들 때 사용하던 가마였던 것 같습니다.

증류주 만드는 방법은 아시아지역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그 와중에 저렇게 살짝 그려놓은 그림이 포인트를 주더군요.

어느 나라나 예전 서민들은 다들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조그만 삶의 여유는 가지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나 여자들 장난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민들의 장난감이라는 느낌이 확 살아나는군요.

표면을 봐서는 돌맹이를 적당히 깎아 색칠한 듯 보이는데, 세련되지 않은 완성도가 오히려 정겨운 느낌입니다.

 

 

 

슬슬 구경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출구 옆의 토산품점에 들어가려는 순간 제 눈에 들어온 바이크입니다.

저도 여유만 있다면 구입하고 싶지만, 사하라 마라톤 동료인 나침반님이 눈독을 많이 들이던 듀크 390 입니다.

 

원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마운틴 바이크를 전문으로 만들던 회사였는데

일반 로드바이크 시장에 뛰어들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죠.

 

400cc 이하의 저배기량 모델들은 가격 절감을 위해 부품을 좀 저렴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이 듀크 시리즈는 125cc 모델에도 굉장히 고급 부품들도 도배를 해서 동급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나 자국 모델이 넘쳐나는 일본에서 유럽 회사의 바이크를, 그것도 매니아 지향 모델을 보게 되니 신기합니다.

일본에서는 가격대 성능비로 혼타나 야마하 등의 자국 모델이 훨씬 좋은데 말이죠.

바이크는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매니아층이 많아서 이런 녀석도 잘 팔리나 봅니다.

 

 

 

토산품점은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어콘도 빠방하고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 좋더군요.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35도까지 올라가고 직사광선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던 상황이라 엄니와 저에게는 천국같은 곳입니다.

 

가게를 둘러보니 묘할 정도로 올리브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올리브 사이다나 올리브 콜라 같은.

알고보니 카가와현의 조그만 섬인 쇼도지마(小豆島)의 특산품이라고 하는군요.

올리브 과즙 1% 함유라고 당당하게 적어놓은 사이다라서 약간 김이 빠집니다만 표지 그림도 정겨운 느낌이고 참 머리 잘 쓴 상품이다 싶어서 하나 구입해 봅니다.

 

 

 

카가와현의 각종 지역 특산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몰려있습니다.

캐릭터 상품 만드는데 천재적이다 못해 좀 기괴하게까지 보이는 일본이라 상품명들이 꽤나 슈르합니다.

일본어 아시는 분들은 쉽게 웃을 수 있겠는데, 설명하기는 귀찮으니 패스.

 

타카마츠의 특산품인 안마리다-(あんまりだー)는 꼼꼼한 표지가 참 인상적이네요.

머리 부분은 시코쿠 섬의 모양을 본떴고, 눈썹은 잔멸치, 코는 마늘로 표현했습니다.

제품 자체가 잔멸치와 마늘을 넣은 지역 특산 된장이니까 아이디어가 참 돋보이죠.

 

 

 

카가와현의 특산품중 하나인 마늘을 이용한 여러 상품들도 재미있습니다.

타카마츠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코토히라(琴平)라는 마을에서 만든 '갈릭 사무라이'입니다.

코토히라는 콘피라(金毘羅)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신사가 위치하고 있죠. 1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자만 볼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장소입니다.

 

 

 

엄니나 저나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고 여행중 짐 되는 물건은 사지 않는 주의라서

여기 앉아서 먹을 것만 구입합니다. 밀가루 뻥튀기 같은 구슬을 알록달록하게 올린 소프트크림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죠.

맛은 그냥 달달하고 크림 수준이 그렇게까지 황홀하진 않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좋습니다.

 

일본 소프트크림이 수준이 높긴 해도, 홋카이도와 나가노현의 목장에서 바로 짜낸 우유로 만든 소프트크림을 먹어보니

다른 지역의 소프트크림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탓에 이곳의 크림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네요.

 

 

 

포장해가지 않고 바로 먹을 경우엔 구입증명을 대신하는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올리브 사이다는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정겨운 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살짝 부드러운 향기와 맛이 첨가된 사이다 맛이네요.

 

사이다는 사이다니까 뭔가 대단히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히 단순 사이다와는 조금 다른 향기가 느껴집니다.

제가 탄산음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더위에 지쳤을 때 한모금 마시면 목이 시원하네요.

 

더위에 지치긴 했지만 리츠린 공원을 아침 일찍 찾은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뒹굴거리다가 늦게 출발했으면 완전히 녹초가 될 뻔 했네요. 숙소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니 돌아가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엄니의 체력이 여행중 최고의 주의사항이기 때문에 무조건 느긋하고 천천히가 모토입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걸어가다가 뭔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