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이거 조카 아닙니다.
이제 돌을 막 지난 조카가 추석을 맞아 본가에 내려온다고 해서
엄니께서 여러가지 준비중이십니다. 물론 이걸 조카가 먹는 건 아니죠.
근데 소고기도 구워가면서 뭐하러 또 닭고기까지 만드는가 싶었는데,
먹지 않더라도 최대한 많이 준비해 주려는게 부모 마음 아니겠습니까.
각종 소스와 마늘을 잔뜩 넣고 조그만 닭 두마리를 삶는데
한마리는 오늘 먹고, 나머지는 내일 추석때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 오늘 한마리도 다 먹지 못할 듯.
먹음직스러운 소고기가 아주 한덩어리 준비중이라, 닭하고 소고기가 있는데 누가 닭을 먹으리요.
삶긴 잘 삶아지는데, 제가 보니 뭔가 임팩트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한 단계 더 거치기로 했습니다.
잘 삶아진 닭을 예열된 오븐에 넣고 굽습니다.
향미를 보강하기 위해 버터를 녹여 살살 처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죠.
소고기와는 달리 닭고기는 꽤나 오래 익히고 구워도 많이 텁텁해지지 않아서 가능한 방법입니다.
한번 뒤집어 주는데, 시술을 잘못한 관계로 한쪽 날개뼈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손님 대접하는 음식이라 폼 좀 잡으려 했는데 장애닭이 되어버렸네요. 저건 완성후 맛보기로 제가 먹어버렸습니다.
추석이라고 엄니 학교 선생님들이 화환도 보내주고 하셨습니다.
엄니는 이번에 퇴직하셨기 때문에, 이게 아마 마지막 화환이 아닐까 싶네요.
내년에 또 이런 꽃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감사하겠습니다만, 세상 일이란게...
닭 굽다가 시간이 남아서 그냥 한장 찍어봤습니다.
완성된 닭.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소고기가 많아서 아무도 닭에는 손을 대지 않았네요.
특히 조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어서 조용히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도 한몫 했습니다.
버리지 않고 먹으면 좋겠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퍼석해지는데 어쩔까 싶습니다.
11개월째 부터 서기 시작하더니, 13개월된 지금은 마구 뛰어다니는데
남자아이가 이런 거 아무래도 좀 빠른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주변 사람들도 사진 보면, 돌된 아이치고는 너무 성숙해 보인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 빨리 늙으면 나중에 젊어보인다는 말이 있으니 그걸로 승부를 걸어보는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30분 정도 어리둥절하다가도 이내 적응이 되는지 뭐든 잘 갖고 놉니다.
장난감에 대한 반응도 그렇고, 부모들 몇가지 명령어에도 반사적으로 반응하는걸 보니 지능이 꽤나 향상되었더군요.
장난감 가지고 잘 놀다가도 부모가 '차렷~' 소리를 내면, 고개도 안 돌리고 장난감을 쳐다보면서 손만 허리 뒤에 척 갖다대는
뭔가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동물 새끼와 암수를 겨룰만한 수준이지만, 이 정도 성장 속도를 봐서
좀만 더 있으면 동물따위는 따라갈 수 없는 영특함을 과시할거라 예상해 봅니다.
아주 외설적인(?) 사진이 많이 찍혀서 차마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의사선생님이 놀랄 정도로 살이 좀 안찝니다. 먹기는 잘만 먹는데 워낙 쉴새없이 뛰어다녀서 말이죠.
부모들 등골 빠질 정도로, 잠잘 때 외에는 아예 멈춘다는 개념이 없는것 같습니다. 저래도 안 지치는지.
이걸 잘 개발하면 뭔가 운동선수 같은걸로 키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다들 살갑게 대하니 우물쭈물하면서도 잘 다가가긴 하는데
저는 덩치도 그렇고 좀 과묵해서 그런지 일정 거리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신생아일때 제가 아비노릇을 해 줬는데도 말이죠. 이래서 사람은 믿을수가 없는 존재.
하는짓이 강아지나 고양이하고 정말 비슷한 게, 제가 제 방안에 앉아있으면 호가심 만땅인 얼굴로 스윽 쳐다는 보는데
절대로 먼저 문턱을 넘질 않더군요. 엄마나 할머니가 방 안으로 들어와야 슬슬 따라 들어옵니다.
며칠 더 보고 얼굴 익히면 잘 따라다니겠지만, 아마 조카와 대면은 아주 짦은 순간일 듯 하네요.
남자라 그런지 성격이 그런지 힘 쓰는 일도 좋아합니다.
자기 덩치의 두 배는 될만한 거대 캐리어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조카.
움직이지 않자 불만섞인 신음을 내는데, 단어를 말하지 못할 뿐 어지간한 의사표현은 응응 거리면서 다 하더군요.
으아니짜~ 나는 왜 햄볶할 수가 업서!
너무 진지하게 힘을 쓰고 있으니, 이 근성과 막가는 정신이 앞으로 애 좀 먹이겠구나 싶습니다.
아예 포기란 걸 모르고, 짜증내면 부모가 와서 도와주니 독불장군이 되지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아비가 캐리어를 새워서 바퀴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자 끙끙거리며 밀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무겁긴 해도 이제 움직이니 만족했는지 한참을 밀고 다니더군요. 땀이 샘솟을 정도로 힘이 드는데도 거침없습니다.
13개월까지가 걸음마는 커녕 막 달리고 있으니 이래도 되는건가 싶은데.
뭐든 재밌어하고, 책 읽어주나 음악 들려주나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어서 빈둥거리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듯 해서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이 녀석은 나중에 뭘 하고 싶어 할런지.
벌써부터 도전정신을 불태우고 있으니 앞으로 뭔가 멋진 일을 해낼지도 모르죠.
할머니 할아버지, 즉 저희 엄니와 아버지는 '천재 났다'고 연신 감탄을 토해내시는데
그 말 아마 저나 형님이 어릴때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신을 두 번 당하는 건 좋지 않을텐데.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먹을거 구별을 꽤나 잘 하더군요.
처음보는 것을 봐도 먹는게 아니면 처음부터 입으로 가져가질 않습니다. 어떻게 아는 건지?
커피같은것 역시 줘 봤자 먹을 생각은 없이 그냥 컵을 흔들며 노는데만 정신이 팔리더군요.
냄새를 잘 맡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먹을 수 없는건 입에 가져가지도 않지만 먹을 수 있는건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될 정도니까요.
산수유 원액을 조금 태운 달달한 물을 꿀떡꿀떡 잘 마십니다.
힘 쓰느라 피곤했는지, 마시고 컵을 치우니까 더 달라고 덤벼들더군요.
자기가 마실수도 있는데 저러는것도 재미있습니다.
가끔 본인이 숟가락이나 컵을 들고 아빠 입에 가져대기도 하고.
먹는 시늉만 하면 짜증을 내니 진짜로 입 안에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천재같기도 하고.
아이들은 소리나는것은 좋고 싫은게 별로 없나봅니다.
플라스틱 잔을 쾅쾅 두드리면서도 마냥 좋다고 꺅꺅 소리를 지르는군요.
아무래도 음악가로 성장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뭐든 잘 집어던지니 투포환 선수같은거 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아비하고는 오래 놀아서 그런지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일부러 '어디갔지' 하면서 딴데 보고 있으면 등쪽을 슬금슬금 돌아와서 얼굴을 마주치는 놀이를 하는군요.
아이를 키우러면 이런 유머센스도 잘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얼굴이 마주치면 재미있나봅니다.
한번 웃어주고 나서 다시 등 뒤쪽으로 슬슬 돌아가고, 아비가 또 '어디갔지' 하면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또 얼굴을 마주치고 하네요. 이런 놀이로도 재밌어 하는 시기가 제일 좋은 때가 아닐까 합니다.
본인도 게임 참 징하게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PC 방 같은곳에는 물들지 말아줬으면 하네요.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음엔 정말 어떻게 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어쨌든 행복한 시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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