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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11.11  2월 15일 오비히로 - 쌀쌀한 도시 10
  2. 2013.12.24  과거로의 여행 - 무인역 8
  3. 2013.03.17  다시 시작해야죠 18
  4. 2010.04.11  재료비가 꽤나 드는 해물카레 29
  5. 2008.07.28  형님부부와 함께 대학로 관광 2

 

 

사카이 씨가 휴대폰으로 지도를 이리저리 검색하며 여러 지역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기계가 삼성 갤럭시라서 일부러 보여주면서 웃는다.

삼성이야 일본에서도 유명하지만 실제로 일본 스마트폰의 절대 다수는 아이폰이라 오히려 이쪽에서는 레어한 쪽에 속한다.

매년 도쿄에서 이곳까지 놀러오는 사람이니만큼 개성이라고 할까, 매니아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라 왠지 납득이 간다.

이쪽에서는 갤럭시 쓰는 사람이 매니악한 편이니 한국과 비교하면 참 재미있는 차이점이기도 하다.

 

쿠시로 습지에 다다르자 사카이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열차 뒤쪽의 빈 공간으로 이동한다.

쿠시로라는 도시가 홋카이도에서 그나마 유명한 편에 속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이 쿠시로 습지 때문.

일본에 남아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큰 자연습지로, 겨울은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여름엔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자전거 여행 때는 이동 수단이 그러다보니 습지 내부까지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만 슬쩍 돌았는데

당시 도로 왼편에서 고양이를 사냥해 입에 물고 있던 북방여우와 마주친 기억이 가장 생생하다.

자전거를 멈춰줬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어 조금 의아했는데

혹시나 싶어 도로 건너편을 살펴보니 새끼 여우 몇마리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를 뒤로 슬금슬금 빼 주니 잔뜩 경계하며 도로를 건너가 새끼들과 함께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본인이지만 자연 속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내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는 없었던 기억.

 

여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황량한 모습에 약간 실망도 했지만 쿠시로 습지는 이렇게 잠깐 지나가는 걸로는 도무지 감상할 수 없는 곳이다.

이미 1980년에 람사르 조약에 등록되었으며, 한국 최대의 습지라는 우포늪의 50배가 넘는 크기를 가진 녀석이라서.

우포늪이 1억 4천만년전에 생성된 것에 비해 쿠시로 습지는 고작 2천만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30년 전부터 사라져가는 습지 보호운동을 시작한 터라, 4대강 등의 무자비한 파헤치기로 거의 고사 상태에 이르른 우포늪에 비해

오히려 1980년 조약 당시보다 30% 정도 습지의 크기가 늘어난 상황이다. 여러가지로 씁쓸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전망대에 올라가 바라보는 쿠시로 습지는 여름 홋카이도 여행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절경 중의 절경이라

열차 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이 아쉬운 모습을 여름 여행의 영양분으로 삼으며 참기로 한다.

 

 

 

사카이 씨는 쿠시로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는데 지정좌석이 아니라 빠른 사람이 앉아갈 수 있는 터라 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마구 달린다.

바쁜 작별인사였고 딱히 연락처도 받아놓은 게 없지만, 시레토코에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본인 역시 쿠시로에서 갈아타긴 해도 어차피 JR 레일패스를 이용해 모든 좌석을 예약해 놨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홋카이도의 레일패스는 외국인 관광객만 구입할 수 있어서 이런 사치를 부리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외진 곳을 지나왔기 때문인지, 이제 번듯한 열차를 타고 양복을 입은 비지니스맨들 사이에 앉아서 현대 문명의 향취를 느낀다.

 

사카이 씨가 떠나고 나서는 별로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묵묵히 음악이나 들으며 1시간 정도를 달려 오비히로에 도착한다.

쿠시로나 오비히로나 자전거 여행때 지나갔던 곳이라 여전히 주위 풍경은 낯설지 않다.

홋카이도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라서 아침까지 머물렀던 시레토코의 대자연의 풍광은 금새 사라진다.

 

 

 

토요코인에 투숙하자 룸 키와 함께 신문을 한 부 건네받았다. 당연히 일본 신문.

여권까지 복사해 갔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신문을 건네 준 것인지.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긴 해도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라 이대로 호텔에 틀어박히는 건 재미가 없다.

홋카이도의 면적을 생각하면 결코 길지 않은 10일여간의 여행 중에 굳이 이런 도시에 멈춰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이지만

도착 당일인 오늘은 어차피 멀리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몸이 좀처럼 침대 위를 떠나지 못한다.

조금 전 지나왔던 쿠시로 근처의 평원에서는 무려 이글루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특별 체험도 할 수 있었지만

숙박비가 여간 비싼 게 아닌데다 그런 고생은 자전거 여행 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즐겼기 때문에 딱히 아쉽진 않다.

 

이곳은 원래 아이누어로 토카치(十勝) 지역으로 불리는 홋카이도 최대의 평야 지대라 낙농업의 성지이기도 하고 그 덕에 오비히로 시는 상공업도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

미식가들에게도 나름 유명한 곳인데,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각종 유제품들의 품질이 매우 신선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유를 사용하는 고급 과자류가 인기를 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인 롯카테(六花亭) 본점이 이곳에서 시작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굉장한 레벨의 과자, 케이크점이 포진하고 있다.

과자 마을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예전 포스팅의 오타루 여행쪽에 보이는 과자점의 상당수가 이곳 오비히로에 본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달달한 과자나 케이크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지금은 과자보다 더 필요한 게 짭짤한 식사라서 그렇게 당기지 않는다. 아침식사 이후로 맥주 한 잔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낙농업과 함께 양돈업도 크게 발달한 토카치 지역에서는 이곳의 지역 음식이라 할 만한 돼지고기 덮밥 부타동(豚丼)도 유명하다.

원래 일본의 대표음식중 하나인 덮밥은 소고기를 얹은 규동, 장어를 얹은 우나동 정도가 일반적인데

이곳 토카치 지방에서는 소중한 노동력과 유제품 생산원인 소를 마구 잡아먹기 힘들었고, 장어는 있을리가 없으니

겨울에 강하고 대량 사육이 용이한 돼지를 덮밥 재료로 사용하면서 이 지방의 독특한 식문화를 만들었다.

 

요시노야 등의 전국 체인점 메뉴에 올라오는 곁다리 부타동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신선함으로 유명한 녀석인데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오비히로의 밤거리로 나와 보니 지금 꼭 부타동을 먹어야 할 의무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내일 하루 더 머물 예정이라 급하게 이곳의 특산물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기도 했고

내륙 지역이라 홋카이도에서 겨울이 가장 매서운 곳인 만큼 뭔가 좀 더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무언가를 갈구하게 된다.

 

 

 

쌓여 있는 눈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시레토코에서 느꼈던 어딘가 푸근했던 겨울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의 바람은 정말 꽁꽁 싸맨 옷가지 사이의 조그만 틈새로도 가차없이 파고 들어오는 칼날같은 매서움을 자랑한다.

안면 근육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는데도 몸이 덜덜 떨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시레토코의 야외 온천에서 눈을 맞으며 즐기던 그 겨울과는 달리 산을 넘어 불어오는 내륙의 바람은 자비심이 없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에 이르고 있어서 밤거리를 오래 즐길만한 여유도 없다. 사실 시레토코에서 건너온 터라 별로 보고 싶은 풍경도 아니긴 하지만.

그나마 오비히로가 꽤나 큰 도시라서 이 정도지, 토카치 평야 부근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모 유명 만화가의 아버지는 그런 추위에서도 빤스 한장만 입고 밖을 나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과연 인간의 적응력은 놀라울 따름.

 

 

 

먹을 게 없으면 부타동이라도 먹을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불쑥 시야에 나타난 인디언 카레.

그러고보니 왜 이제껏 이 녀석을 잊고 있었을까 싶다.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분명 대자연의 뜻이라 믿으며 길을 건넌다.

 

외지 사람들이 오비히로 하고 떠올리는 음식이 부타동이라면 실제 지역민들의 소울 푸드로 인식되는 것이 이 인디언 카레.

오비히로 안에서는 카레 업계의 절대적인 정점에 군림하고 있어서 코코 이치방야 같은 전국구 체인점이 발 들일 틈도 없다.

이곳 사람들은 심지어 집에서 냄비를 들고 와서 카레를 싸 가기도 한다고. 젊은 창업자의 끝없는 노력이 만들어 낸 절묘한 루의 깊은 맛이 만들어 낸 전설이다.

 

 

 

카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젠 밖에서 사 먹는 카레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에서 거하게 만들어먹는 습관이 생긴 본인이라

코코 이치방야 정도의 그럭저럭 괜찮은 카레도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는 아닌데, 이 인디언 카레는 본받고 싶은 맛 중 하나다.

 

자전거 여행때는 한여름이라 카레가 그렇게까지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신료의 배합은 놀라웠다.

소고기, 돼지고기, 야채를 기본으로 한 세 종류의 루가 그 강렬한 향신료 안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이 포인트.

 

해산물 카레 등 비싼 녀석도 있지만 이곳 인디언 카레는 지극히 저렴하고 서민적인 풍취가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싼 녀석을 주문해도 실망하는 법은 없다.

카레만으로 배를 채우려면 세 그릇 정도는 먹어치워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허기와 추위를 달래는 정도로만 즐기기로 생각하고

중간 매운맛의 비프 카레를 주문한다. 이 정도라면 밖에 나와서 군것질 한 번 더 할 여지는 충분히 남겨놓는 양이다.

 

한국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로 진하게 우려낸 카레 향기가 얼어붙은 코 속을 통과하는 순간 척수 부근에서부터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도 일본식 고형카레와 한국의 가루 카레를 서너 종씩 배합해서 루를 만들긴 하지만

이곳의 루는 시판용 카레가 아니라 갖가지 향신료를 직접 사용해서 그 독특한 풍미를 만들다 보니 흉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건더기가 많은 한국의 카레와 달리 이곳은 고기 이외의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야채의 겉모습이 아예 남지 않을 정도로 수십 수백시간을 끓여 일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발전한 독특한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입맛 들이면 한국의 카레는 그냥 맹물이나 마찬가지.

 

 

 

콧물을 참으며 전신을 자극하는 카레를 한 그릇 비우고 나니 행복감이 몰려온다.

오비히로에서 인디언 카레를 잊고 있었던 자신을 생각하니 이제 나도 늙었구나 싶다.

 

양이 허기를 해결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내일 먹을 간식과 음료수까지 구입한 후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배를 채우자고 생각하고 모스버거로 들어간다. 여기 햄버거는 맛있는 반면 크기가 워낙 작아서 간식거리로는 유용하다.

 

카레를 즐긴 후라 달콤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약간 옅어지는 역효과가 있었지만

아삭아삭한 양파의 식감과 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빈 속에 자극적이었던 카레의 향기를 중화시켜준다.

겨울 저녁이라 모두들 일찍 귀가했는지 한적한 분위기에, 숙소에 돌아가도 할 일은 없었기에 느긋하게 밀린 일기를 쓰며 햄버거를 씹는다.

밖에는 칼날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슬눈이 내리고 있지만 내일만큼은 좀 더 펑펑 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여행하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바라던 날씨가 떡하니 나타나는 바람에

내일까지 그런 행운을 바라기엔 좀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희망은 희망이다.

함박눈은 도시 여행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녀석이지만 내일은 오히려 눈이 신나게 내려주는 게 일정에 도움이 된다.

 

카레와 햄버거로 속이 든든해지고 따듯한 가게 안에서 일기를 쓰고 있으니 스스륵 눈이 감겨온다.

숙소로 돌아와 뜨끈한 욕조에서 몸을 녹인 후 TV를 즐기며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몸이 쑤셔서 이리저리 뒤척여 줘야 좀 편안해 지는데 그러면 TV를 보기가 힘들어 살짝 귀찮다.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내일 여정에 행운이 따르길 기원하며 전등을 끈다. TV는 타이머 설정해 뒀으니 잘 떠들다가 알아서 꺼지겠지.

 

소야노 어머니가 역까지 바래다 주신다고 하셔서 시간은 널널하겠다 싶었는데

짧은 거리일수록 사실상 걸어가는 것과 자동차로 가는 것의 시간 이득차는 점점 없어진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일본에서는 장애인용 휠체어를 몇 년에 한번씩 제공해 주는데

이번에 소야노 어머니가 좀 튼튼한 녀석을 주문했더니 생각보다 의자 덩치가 커서 자동차 위쪽의 수납함에 들어가는게 아슬아슬하다.

일반인이라면 의자를 이리저리 옮겨도 보고 하겠지만, 메뉴얼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손쓸 방도가 없는 것이 장애인의 고달픈 점.

옆에서 내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덕분에 시간이 좀 간당간당한 편이다.

 

쇼야 군은 마츠모토로 가고, 난 나고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반대편 정거장이다.

도착 5분 전까지는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일단 예의상으로라도 연락없이 불쑥 찾아와 미안했다고 말해 둔다.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전철을 기다리는 건 의외로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

산골 마을이라는 걸 어필이라도 하듯, 역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작은 신사도 있어 구경갈 수도 있고.

 

 

 

쇼야 군이 자전거 학원을 다닌다는 건 생각지 못한 전개였는데

이것도 인연인지, 그 소식을 들으니 자전거 세계일주를 계획중인 나침반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나침반님이 자전거 제작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함께 도쿄로 가서 세계 정상급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장거리 여행용 자전거는 일단 속도보다는 내구성 중심이라 제작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쇼야 군은 아직 작별이 익숙한 나이가 아니라 이렇게 역 앞에 서 있으면 조금 서먹한 느낌도 든다.

마을의 유일한 친구는 자위대 지원했다가 키가 작다는 이유로 떨어졌고, 반동으로 경찰쪽에 들어가 버렸는데

음낭친구인 둘도 이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갈림길을 걸어가고 있다.

 

일본은 신칸센이 있어도 자주 지역을 왔다갔다 할 만큼 교통요금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해서

성인이 되어 고향이나 친구와 멀어지게 되면 그리 쉽게 만나거나 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마치 돈 없어서 새마을도 못 타고 무궁화호로 서울과 부산을 왔다갔다 하는 케이스라고 할까.

 

이곳 키소에서 도쿄까지만 해도 바로 가는 전철이 없을 뿐더러, 버스로 4시간 반이 걸린다.

지도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키소와 도쿄는 일본 전체에서 본다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던 비가 조금 잠잠해져서 키소의 마지막 풍경을 열심히 찍어대고 있었는데

문득 마츠모토로 가던 2010년의 기억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엄청 쨍쨍하고 무더웠다.

2013년 이 순간의 쇼야 군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건너편의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엔 마츠모토에 놀러가던, 좀 더 시간을 들여 나가노에 놀러가던

다시 돌아올 곳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도 편안하게 순수한 관광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 여행을 다시 시작하고 나면 항상 뒤에서 무엇인가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아마도 그 쫓아오던 것은 계절이란 녀석이 아닐까 싶지만, 그보다 더 심리적인 압박감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락없이 찾아가다 보니 이번엔 소야노 집안에서 뭔가 제대로 식사를 먹질 못했다. 저녁에 치즈 조각과 함께 맥주 한 잔이 전부라고 할까.

당연히 부담갖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지만

소야노 가족들이 괜히 나한테 대접도 제대로 못했다고 미안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걸 보면

무슨 선택을 해도 항상 반대쪽의 후회는 남아있는게 삶의 갈림길이란 녀석이라는 기분이다.

 

2010년 내가 신세를 지던 당시엔, 지금 나 때문에 이렇게 해 주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맛있는 것만 잔뜩 만들어 주셔서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는데

쇼야 군도 원래 자기 어머니가 요리하는거 좋아한다고 말해주기도 했고

소야노 어머니도 자식들 다 떠나고 적적하던 찰나에 내가 와 줘서, 밥 만드는 보람이 있었다고 좋아하셨다.

 

그 마음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는대로 맛있게 많이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사양을 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었나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맛 없어서 억지로 먹은 식사는 한 번도 없었다고 확신한다.

 

밥솥에 송이를 포함한 각종 야채를 조미 간장과 함께 넣고 쪄 낸 송이밥은 심각하게 맛있어서

일본 사람들이 보면 놀랄만한 크기의 그릇에 마구 퍼담아 입에 집어넣곤 했었다.

소야노 어머니는 '원래 밥이 좀 남도록 만드는데 싹 비웠네요'라고 웃으셨는데, 어디까지 분위기를 읽었어야 했을지.

 

 

 

소야노 어머니의 밥도 맛있었지만, 도로 앞 휴게소에서도 키소의 명물 먹거리를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산책하던 도중 슨키 카레(すんきカレー)라는 녀석이 있어서 신기한 마음에 하나 사들고 왔다.

 

한국에서는 일본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라 대체 슨키가 뭔가 싶었는데

소야노 어머니가 설명해 주시길, 이 지방만의 독특한 순무절임이라고 한다.

 

보통 절임이라고 하면 소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슨키는 매우 독특하게도 소금이 아니라 유산균을 이용한 발효 절임 음식.

산간지방인 키소에서는 '쌀은 빌려줘도 소금은 빌려주지 마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금이 귀하디 귀한 지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유산균을 이용한 독특한 절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정말로 지역적 특색이 강한 희귀 음식에 들어가지만

내 입장에서는 잘 말린 시래기와 살짝 느낌이 비슷해서 위화감없이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이걸 카레에 넣어 만들 필요까지 있었나 싶긴 했지만, 카레의 향이 워낙 강렬해서 슨키마저도 느슨해진다.

 

제작 방식상 시래기와 비슷한 맛이 나는게 당연하지만 여기는 바람만으로 건조시키는게 아니라

유산균이 든 절임물에 넣고 진짜로 삭히는 개념이라, 시래기보다 훨씬 새큼하고 쌉싸름한 산미가 입맛을 자극한다.

나이 든 한국 사람이라면 꽤나 좋아할 만한 녀석. 이걸로 시래기국을 만들어도 꽤나 재미있는 녀석이 만들어질 듯 하다.

 

실은 이후에 소바집 쿠루마야 사장님이 나와 함께 슨키 절임 받으러 건너 마을에 가자고 권유해 주기도 했다.

겨울에 따뜻한 국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키소 지방의 고유 음식인 슨키를 조합해서

가츠오부시 국물에 슨키를 듬뿍 넣은 슨키 소바가 이곳의 겨울 특별 메뉴였던 것.

수십 년동안 이런 가게들을 위해 슨키를 만들어 온 농가에 직접 들려서 매년 구입해 온다고 한다.

 

뜨끈뜨끈한 슨키 소바도 먹어봤는데, 혀를 싸르륵 자극하는 산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맛이 강한 시래기국을 먹는 느낌이지만 결코 동일하지는 않은 묘한 매력이 있는 음식.

젊은 사람들에게는 별로겠지만, 짠 거 싫어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메뉴라고 생각한다.

 

 

 

숙련된 프로 요리사 쿠루마야의 사장님도 지지 않고 내 체중 증가에 도움을 주셨다.

창업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바집 딸내미 분께서 공교롭게도 메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점심때 딸이 집에 있으면 사장님은 항상 소바 이외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내 경우엔 소바가 질려서 먹기 싫어진다는 경우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지만

업으로 삼고 일을 해 오시는 가게 분들 몇몇은 소바가 지겹다며 밥과 반찬으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내가 소바만 줄창 흡입해대고 있으니 가끔 사장님이 '가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소바만 먹는가' 싶어

다른 것도 먹어보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난 면 종류를 원래 미친듯이 좋아하는 데다가, 이곳 소바는 결코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기에

후회 남기지 않으려고 끝도없이 소바만 먹어대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사장님의 호의를 생각해서 본의아니게

따로 만들어 주시는 식사를 즐기기도 했는데, 어느 날 만들어 주신 카레가 참 인상적이었다.

 

소바집 사장님이 왠 카레인가 싶지만, 젊을 때 오가사와라 제도까지 가서 음식수련을 했을 정도로

요리라는 행위 자체에 장인정신을 발휘했던 사장님이라서 사실 못 만드는 요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오가사와라 제도를 구글 지도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딸내미 분이 먹고싶다고 말만 하면 뭐든 척척 만들어 내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본업이 음식점 치프가 아니었다면 내조 킹 남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위인이 되었을 텐데.

 

사장님을 이 녀석을 음식점용 카레라고 불렀는데, 일반적으로 집에서 만드는 카레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

마치 한국에서 먹는 중국음식점의 전가복이나 해삼탕을 연상시킬 정도로

전분을 듬뿍 넣고 신선한 야채와 카레 소스를 강력한 식당용 화력으로 확 볶아내어 만드는 녀석인데

일본사람 취향에 맞춰서 너무 달짝지근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맛의 색다름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한국서 결코 먹어본 적이 없는 매우 독특한 카레였음에 틀림없다. 카레 소스가 물처럼 흐르는 게 아니라 탕수육 소스처럼 탱글탱글하다.

 

 

 

라면보다 짜장면보다 소바가 더 좋기 때문에, 쿠루마야에서의 점심시간은 나에겐 천국이었다.

조금의 거짓도 없이 하루 두 끼 정도의 소바라면 죽을 때까지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친절한 쿠루마야 분들은 내가 자신들의 가게에서 좀 더 다양한 맛을 즐겨보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어서

예약 손님의 수가 갑자기 변경되거나, 예상보다 반찬이 좀 더 남았을 때에는 그 남은 도시락을 나한테 주기도 하셨다.

 

이 도시락은 단체 예약시에만 주문 가능한 녀석으로, 일반적으로는 메뉴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소바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도쿄에서도 단체 관광버스 타고 이곳으로 식사하러 오는 경우가 빈번한데

그럴 경우 다른 메뉴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 내는 도시락.

이런 녀석이라면 손님 오기 30분 전쯤까지 대량으로 만들어 세팅해 놓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멀리서 오는 손님한테 아무렇게나 내어 놓는 싸구려 도시락은 절대 아니다.

간 무를 머무린 버섯, 곤약 무침, 신선한 채소 등등 상당한 정성이 들어가는 밑반찬에

연한 간장을 밑에 깔아놓고 살짝 올린 메밀 두부도 그 있는듯 없는듯한 고소함이 매력적이다.

이 도시락과 함께 소바 한 자루씩 제공하는 것이 단체 예약손님에게 내 놓는 기본 코스.

 

개수가 안맞아 남은 도시락을 나보고 먹어보라고 건네줬을 때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다.

이게 내가 점심값으로 일당에서 공제하는 금액보다 훨씬 더 비싼 도시락이라서

반쯤 농담이긴 하지만 이걸 먹는다는 건 쿠루마야 직원들에게서는 제비뽑기에 당첨되는 그런 개념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아무리 비싼 도시락보다도 소바 팍팍 건져내서 흡입하는게 제일 행복했지만.

사실 소바집 메뉴 중에서 소바가 제일 싸다.

 

 

 

쿠루마야에서 떠날 날이 얼마 남지않은 나를 위해 고기집에서 회식을 열어주었다.

참가비가 있었지만 결코 나한테는 받으려 하질 않아서 고기를 넘길 때 조금 목이 매이는 기분이 들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구워먹는 고기의 원조는 한국이며 일본은 아주 늦게서야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고기 맛은 한국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 그 이론이 통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와서는 고기값이 일본보다 더 싸다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인데다가, 일본은 그 특유의 꼼꼼함 때문인지

한국의 고기집보다 훨씬 더 세세하게 부위를 분류해서 조금씩 시켜먹을 수 있어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고기집에 가면 한국 고기집의 메뉴와 더불어 소혓바닥, 곱창, 간 등등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이 날만큼은 고기도 신나게 집어먹고 술도 마구 들이키고 해서 광란의 하룻밤을 보낸 기억이 난다.

휴게소에 돌아와서 한국의 엄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술이 들어간 탓인지 자꾸 일본어만 튀어나와서 당황했었다.

 

 

 

식당 업무란 거의 노동집약적이라, 나이 든 여성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기업화된 대형 음식점이 아니고 전부 가족들처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보니

손님이 좀 뜸해서 가게의 저력을 100% 발휘하지 않아도 될 때에는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알아서 쉴 사람은 쉬고 일할 사람은 일하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서포트가 중심이라서

굳이 쉬지 않아도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커피 마시고 쉬라고 권유를 받아서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쉬는 시간에 간식 즐겨먹는 것도 이런 일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 참 다양한 과자 많이 준비해 놓았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나고야 명물인 우이로(ういろう)였는데, 가끔 나고야에 가는 사장님이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난 후 꾸준히 사 오셔서 원없이 먹곤 했다. 참 지금 생각하면 낮짝 두꺼운 일이지만.

 

우이로는 양갱과 떡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녀석으로, 팥이나 쌀을 적당히 반죽해서 쪄 내는데

바리에이션이 다양하고, 양갱처럼 과하게 달지 않은 은은한 달콤함이 마음에 들었다.

 

 

 

떠날 무렵 날씨가 추워지면 소야노 가족과 함께 해 먹던 전골.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녀석인데, 전골 자체보다는 그 어마어마한 편리함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준비할 것이라고는 버섯, 양배추, 얇게 썬 고기 등 전골의 기본 재료들 뿐.

물조차 필요없다. 그냥 재료를 나베(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은 후 가열하면 끝이다.

소야노 가족들은 나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하나 소개한다는 들뜬 마음에 꽤나 신나게 재료를 준비하곤 했다.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냄비는 타진 나베라고 하는데, 척 봐도 일본의 전통 냄비는 아니다.

이 녀석은 원래 모로코의 전통 냄비라고, '타진'이라는 단어 자체가 냄비를 뜻하기 때문에 사실상 '냄비 냄비'라는 이상한 이름이 되어버린다.

 

물이 적은 모로코에서 발달할 만한 냄비로, 중앙 부분의 파인 곳으로 수증기가 집중되어 다시 재료로 떨어지는 순환 구조를 하고 있다.

싸구려 타진은 유리나 금속 재료를 사용하지만 원래는 두꺼운 도자기로 만들어야 수분과 열기가 충분히 내부에서 순환할 수 있다.

수분이 많은 생야채만 잘 넣어놓으면 물 한방울도 넣지 않고 훌륭한 전골요리가 만들어 진다.

국물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들 하니, 이렇게 물기 별로 없이 만들어진 전골을 소스에 찍어 먹는게 유행이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물조차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찜요리라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좋은 음식이다.

훗날 한국 귀국할 때 이 냄비만큼은 하나 사 갈까 고민했는데,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 그 때 바로 구입은 하지 않았다.

자취생에게도 매우 환영받을 만 하고 해서 조사해 보니 한국에도 역시 많이 들어와 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15분 동안 멍하니 서서 옛 추억들을 되감아 본다.

 

2010년 당시엔 다시 출발하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느낌 때문에

아쉽고 서운하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에 흥분되었는데

이번엔 인사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아서 예전보다 더 적적한 느낌이다.

 

아예 못 만날 사람들도 아닌데 항상 헤어질 때는 묘한 기분.

 

떠나 보내는 건 오히려 낫지만, 내가 탈 열차가 쇼야 군보다 먼저 와서 배웅을 받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열차 창문에서 어색하게 손 한번 흔들고 나고야로 가는 긴 열차길에 몸을 맡긴다.

나고야까지 직통으로 가는 열차가 없어서 한번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가까운 이동.

 

 

 

키소를 찾아갈 때는 오랜만에 보는 녹색 풍경의 향연에 눈이 즐거울 따름이었지만

나고야로 돌아갈 때는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의 잔향이 남아있을 때는 자연 풍경도 뇌리에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다들 인연을 만드는 것일지도.

 

 

 

기온이 키소와 거의 비슷하지만, 역시 나고야의 밤은 습하고 무덥다.

내일 하루 자유시간이 더 있지만 사실상 이번 여행은 오늘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키소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덤으로 즐긴 8일이 아쉽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정을 소화해 버린 후의 여행은 잔잔한 여운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며칠 전 나고야에 도착한 날과 같은 호텔의 같은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지만

왠지 그때보다 조금 더 쓸쓸하고 아쉬운 기분만 남아있다.

과거로의 여행은 항상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남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의무감과 같은 감정이 이끄는 것이 그런 되짚어 가는 여행이기도 하고.

 

키소와 같은 곳이 내 인생에서 점점 늘어난다면 그건 그거대로 인연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 지는 고통을 초래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인연은 본인이 계획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갈 길을 가다가 나를 부르는 인연이 있을 때 거기에 응답할 뿐이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2월과 3월이었습니다.

작정하고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것도 없지만

블로그 개장 이후 가장 쓰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한달이라서

의무감에 못이겨 쓰는건 의미가 없다 싶어 그냥 마음가는대로 방치해 놓았군요.

 

아직 12월에 다녀온 일본 여행기도 끝내지 않은 게르으니스트입니다만

이제 조금씩이라도 갱신을 해볼까 합니다. 요즘 일이 좀 바빠서 그리 자주는 포스팅하기 힘들겠지만.

 

분위기 전환하는 겸 치고 지난번 서울에 잠깐 올라갔을때 사진이나 올려봅니다.

매번 밖에서는 뭐 먹을까 고민하는 터라, 이번엔 작정하고 처음부터 한끼 먹을 곳을 생각해 왔죠.

네팔인이 경영하는 동대문의 카레 전문점 에베레스트입니다.

 

나침반님과 함께 양고기 카레와 닭고기 카레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카레라는게 물론 향신료의 조합이긴 합니다만, 이곳은 한국의 어느 음식점이나 갖고 있는 그 조미료의 맛이 나지 않아서 좋았네요.

나침반님은 매운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곳 카레는 별로 걱정할 것 없었습니다.

양고기의 그 독특한 냄새를 느껴보는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한번에 여러 음식 시켜먹기가 힘든 처지인데

같이 온김에 여러가지 먹어보고 싶어서 카레 두개에 난 두개에 탄두리 치킨까지 주문했습니다.

괜히 제 욕심때문에 나침반님 먹는데 고생하신게 아닌가 싶네요. 양이 좀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뭐, 수다떠느라 2시간 넘게 앉아서 먹어댔기 때문에 결국 먹긴 다 먹었습니다만.

탄두리 치킨 역시 매워보이지만 전혀 맵지 않습니다. 기름기 싹 빠지고 속살이 부들부들한게 잘 만들었더군요.

바깥 음식들 맛이 워낙 강한터라 이곳 요리는 살짝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만, 전 그 유니크함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괜히 예고도 없이 나침반님 끌고 들어가서, 잘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직원분들이 굉장히 미인이셨습니다.

 

 

 

내려가기전에 하염없이 걸어다녔죠. 슬슬 걷다가 남산 올라갔는데, 이번 루트는 의외로 좀 걸었습니다.

서울은 추울까 싶어서 옷도 좀 두껍게 입었고, 가방에 든것도 많아서 땀을 시원하게 흘렸네요.

 

매번 사람이 미어터지는 남산이었습니다만, 이번엔 타워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 말고는 좀 적은편이었군요.

카메라는 의무적으로 가지고 다녀서 한두 장 찍어봣는데, 오랜만의 촬영이라서 영 감도 못잡겠고, 별로 찍고싶은것도 없고.

요즘엔 본인이 생각해도 마음이 메말랐다는 느낌이라서... 확실히 사진도 별로 볼만한게 없습니다.

 

 

 

일본, 중국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이곳 남산이라는데, 중국은 몰라도 확실히 일본사람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것 같습니다.

도쿄가 완전히 평지밖에 없어서, 이런 대도시 중앙에 이런 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신선할 듯.

 

돈 많이 주고 많이 기다리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도쿄타워나 스카이트리의 풍경에 비하면

시야는 제한되어도 훨씬 마음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을겁니다. 서울에 한강과 남산이 없었으면 꽤나 심심했을 듯.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셔터를 눌러대는데

누구나 찍고나서 비켜줄 생각은 추호도 없이, 해가 끝까지 질때까지 자리 차지하고 있는 탓에

막 질 무렵의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질 못했군요.

 

삼각대 설치하고 올림푸스 카메라로 수십장 눌러대던 아저씨, 그만큼 혼자 자리 차지하고 찍으면 적당히 찍고 좀 물러나주는게 예의 아닐런지.

하긴, 카메라라는 것 들고다니는 인간들 인격이 워낙 개차반일 경우가 많아서 저도 카메라 꺼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뭐 작품사진 대단한거 찍겠다고 (것도 남산에서) 관광객 미어터지는 곳에 혼자 공간 자치하고 버팅기는지.

 

전 이딴 곳에서 사진 몇장 못찍었다고 아쉬워할 마음 추호도 없습니다.

 

 

 

남산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는데 결정적인 방해물이 되는건 사실 사람이 아니라 이녀석들입니다.

그냥 조그만 공간에 매달 수 있는 곳을 제한해 놨으면 모르겠는데

반대로 약간의 공간만을 남겨놓고는 전부 이 자물쇠들로 담벼럭이 도배되어 있더군요.

 

아무리 하트모양 덕지덕지 발라놔도 금속덩어리의 차가움과, 상대를 구속하고 말겠다는 욕심이 느껴지는 자물쇠가 좋아질리 없습니다.

이건 소망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고로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침반님은 앞으로를 위해 사진을 좀 더 자신의 의도대로 찍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시는게 좋겠죠.

이론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사진은 일단 다양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게 좋다고 봅니다.

사진 찍으러 다니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쉽긴 하네요.

 

뒷모습 정도라면 이해해 주실테니 슬쩍 담아봤습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서 덩치 큰 카메라 꺼내들어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 곳이 남산입니다.

관광객들은 역시, 큰맘먹고 온 탓에 좀 괜찮은 카메라들을 많이 들고 다니더군요.

하지만 결국 수백만원이 넘는 최상급 플래그쉽 카메라 들고다니는 쪽은 여지없이 한국사람이네요.

 

뭐, 저도 남말 할 저치는 아니지만 말이죠. 필름판형 외에는 도무지 손에 익질 않아서 계속 비싼거 사용하고 있으니.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찍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루엣을 이용해서 한장 담아볼까 했는데, 타이밍 좋게도 사람들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사람까지 찍여서 오히려 분위기는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군요.

 

 

 

남산 올라왔는데 타워 안찍어주면 섭할까봐 남겨줍니다.

마침 해가 져서 불이 들어오는 즈음이라 찍을맛이 나더군요.

 

카메라는 그냥 덤으로 갖고 온거라, 제일 작은 50mm 단렌즈 하나만 들고와서 화각잡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사진이 이상하게 잘 안찍히길래 내 실력이 이렇게 썩었나 했지만

막상 돌아와서 점검해보니, 구형 수동렌즈의 핀 인식이 잘못되어서 50mm 를 200mm 라고 인식해 버렸더군요.

M 모드를 사용한게 아니라서 셔터스피드도 기준과 확 달라져버렸고, 손떨림 방지도 교란되고 해서 엉망이었던 셈입니다.

 

 

 

내려올때는 다른길을 선택했습니다.

다들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는건지, 산책로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가다가 느낌이 좀 괜찮은 곳이 있어서 슬그머니 멈춰서 나침반님을 찍었습니다.

 

좀 더 잘 찍어드릴수도 있었을텐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찍사의 실력이 이래서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울은 별로 정이 가질 않네요.

그나마 밤이 되면 활기가 보이는 도시라서, 그거 하나 즐길만은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평생 살라고 하면, 솔직히 좀 끔찍하긴 하죠.

 

 

 

나침반님의 긴 계획도 이제 절반을 넘어 달리고 있는 중이고

전 앞날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만

어쨌든 이러저러한 일이 겹쳐서 다들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여러 지성들이 마음의 평온과 가진것에 대한 만족을 강조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그런 인생은 저하고 별 관계가 없는 듯 하네요.

그냥 잠시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엔 나침반님도 어디 좀 나가봐야겠다고 하시고, 저도 그때쯤 몸이 달아있을 테니

5일동안 어딜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현재로서는 제일 진취적인 마인드인 셈이군요.

 

느리긴 해도 다시 천천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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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날씨 좋은날 시골의 텃밭에 채소 뿌리러 가셨습니다.
집에서 혼자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건 역시 카레다 싶어서 재료를 사왔습니다.

해물을 좋아하다보니 해물카레를 자주 먹는데, 역시 해물을 듬뿍 넣으면 좀 비싸죠.
일단 당근을 올리브유에 살짝 볶습니다.


당근이 어느정도 볶아지면 감자도 넣습니다.
오래 두고 먹는 카레의 특성상 감자는 쉽게 으깨지니 살짝만 볶는게 중요하죠.
크기는 크고 듬성듬성하게, 마구썰기로 카레와 닿는 표면적을 넓혀서 향이 스며들게 하면 맛있습니다.

바르게 써는 기술이 없어서 마구 썰어재낀게 아니니 착각하지 마세요.


카레는 S&B 고형카레를 사용합니다.
글리코것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마트에 재고가 없더군요.

이녀석은 가루 카레에 비해 지방이 좀 더 포함되어 다이어트엔 적합하지 않지만
진득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라 제가 만드는 카레는 항상 이녀석을 사용합니다.


거의 3만원어치 해물... ㅡㅡ;
골뱅이, 새우, 우렁이, 맛조개 등등 마구잡이로 집어넣습니다.

카레가 이렇게도 고귀한 음식이었나.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조개는 빼놨다가 다른 음식에 넣기로 했습니다.


슬슬 끓고있는 카레에 해물을 몽땅 집어넣습니다.
해물향과 카레향이 만나니 참 먹음직스럽네요.
형님은 해물카레를 안좋아해서 제가 이거 만들때 마다 왜 고기를 안넣냐고 불평인데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원래 만드는사람 마음.


어느정도 카레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병 넣습니다.
카레를 최대한 매운거 사용한 후 이녀석을 넣으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깔끔하더군요.


원래 카레는 만든 후 하루 재워놓았다가 먹는게 최고로 맛있습니다만
항상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실 다 만들고 나면 갓 지은 쌀밥과 이녀석의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네요.

그래서 실컷 먹어놓고 하루 지나면 '아~ 그때 좀 덜 먹고 남겨놨으면' 이라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근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참을성과의 대결이지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ㅡㅡ;


쌀밥을 만들기 시작하면 카레는 일단 다 된거니 불을 끄고 잘게 썬 부추를 넣어줍니다.
카레의 향이 워낙 강해서 부추향이 죽어버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래오래 끓여먹는 카레에 넣으면 섬유질이 질겨서 쉽게 소화되지 않는 부추도 잘 흡수됩니다.


밥은 일부러 좀 늦게 짓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카레를 숙성시킬 수 있으니 만들어낸 고육지책.

기다리는 시간동안 한 국자 떠서 기념촬영도 해 봅니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없어져 버리니 이렇게라도.


부추는 일부러 저을 필요없이 그냥 위에 뿌려놓으면, 훗날 알아서 다 사라져 버려요.
즉석해서 1~2분 만드려면 그냥 저 상태로 먹으면 됩니다. 아삭아삭한 맛이 카레와 잘 어울리네요.

저희 집은 일단 카레 만들면 가장 큰 솥에 아주 가득가득 만들어서 2~3일동안 계속 먹어대기 때문에...


쌀밥이 완성되면 일단 시식입니다.
만든 직후라 좀 묽고 약간 싱거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는 것 역시 매력이 있죠.

꼭 김장 담그고 나서 삭지 않은 김치를 쌀밥에 올려 먹는것 처럼...

하루 지나면 그때부터 진정한 해물카레의 맛이 우러나오니 일단은 이것만 먹고나서 기다려 보기로 할까요.

계속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리 사진만 올리니 잘못하면 여자사람으로 오해받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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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부부가 홍콩으로 놀러가기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제 A700 도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3일간 카메라가 없는 나날을 보내야 하는군요.
그래서 그동안 어제 찍은 사진들은 주섬주섬 올려서 블로그를 유지시켜야 할듯.

어제 점심은 성균관대 정문의 카레전문점에서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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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놀이중인 형수님. 전 맵다는 카레가 어느 정도인가 싶어서 매운맛 2.7 짜리를 시켰습니다.
기본 메뉴는 1~4까지 있는데, 4정도만 되도 인간이 먹을게 아니라더군요. 5~10까지는 주방장과 상의후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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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카레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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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자기 카레를 먹여주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전 지금도 배가 아프군요)
매운거 원래 잘 못먹는데, 카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매운맛은 어떨까 싶어서 도전해 봤지만
다시는 매운거 안먹기로 결심했습니다. 먹고 나서 입안의 매운맛은 금새 없어지는데 하루종일 배가 아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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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식후 산책겸 성균관대로 들어갔습니다.
자연샷을 모토로 하는 저인터라 포즈 잡아달라는 말 없이 이리저리 뛰면서 셔터를 누르다보니
못나온 사진도 많고, 뒷태사진이 많아졌군요. 일요일인데 사람도 많았습니다. 시험이라도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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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니 정면에서 걸어오던 학생이 황급히 얼굴을 가리더군요.
역시 사진 찍을때는 항상 조심해야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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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가 평지였던 제 학교와는 달리 성균관대는 경사가 심하더군요. ㅡㅡ;
땀 좀 빼고 형님 연구실이 있는 곳에 놀러가봤습니다. 볼건 없네요. 학교는 어디가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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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저렇게 카드전용 공중전화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국민학교 등교길에 놓여있던 분홍색 동전 공중전화가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는 3분에 20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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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학교 안을 둘러보고 나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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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옆에 있는 명륜당으로 갔습니다. 사진가지고 놀기 좋은 곳이죠.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데 한 학생이 '스미마셍~' 하면서 다가와서 햅틱폰으로 뭔가 주물거리니까
햅틱에서 일본어로 '사진 좀 찍어주세요'라는 발음이 나오는군요.

아니, 그건 둘째치고 제가 그렇게 일본인처럼 보였는지? ㅡㅡ;
한국어로 시작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일본어로 물어보다니..
전공도 일본어였겠다 그냥 일본인 행세 해도 되지만 그냥 한국어로 사진 찍어줬습니다.

어째 한국 땅에서 한국인 취급받아 본 적이 별로 없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한국인이 좀처럼 하지 않는 머리스타일이라서 그런가. 뭐, 아무튼 여차하면 외국인 행세하기 편해서 좋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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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중인 거미 (뻥입니다, 하지만 임신은 맞을듯) 좀 있으면 저기서 어미와 똑같이 생긴 새끼 수십마리가 후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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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부부 지그시 도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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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다 보니 사진은 중요한 요소죠. FZ18, T300 을 가지고 있는데 저 후지필름 즉석사진기도 갖고있습니다.

지금 저희 집안에서 서식중인 카메라는
코닥 V570
파나소닉 FZ18
소니 T300
캐논 익서스 구형 뭐시기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
소니 a700
이렇게 되는군요. 많기도 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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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사진은 감성적인 면에서 아주 장점이 많죠. 사진 품질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제가 여행갈때는 휴대용 포토프린터 하나 가지고 가서 사람들 찍고 출력해 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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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사진 찍는다고 포즈잡고 있을 동안 저도 옆에서 한장. 포즈 제대로만 잡아주면 카메라 성능이 받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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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마음에 드는 느낌의 사진입니다. 즉석사진은 저렇게 서서히 그림이 나타날 때의 두근거림이 즐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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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역광따윈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칼 짜이스 렌즈의 위력.

컴팩트와 비교도 안되는 무게, 가격의 a700 이니 망신 안당하려고 열심히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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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은 커피집을 찾아갔는데 하필이면 휴일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한 장 날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크리스피 도넛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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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덜 단 메뉴를 찾으려다 시킨 녹차세트였는데, 이건 녹차가 아니라 설탕덩어리 메론주스잖아!
밖에서 파는 음식이 덜 달고 덜 짜길 기대하는건 역시 무리인가 봅니다.
더구나 크리스피에 처음 가 본 터라 공짜로 도넛이 더 나온다는걸 모르고 2개 시켰다가 결국 못먹고 집에 가지고 왔네요.

가장 대학생같은 시간때우기를 대학 졸업후에야 처음으로 해 본 것 같은 느낌이군요.
어차피 10년동안 학교 다니면서 대학로에 가 본적은 5번도 체 될까말까였으니.

마로니에 공원에서 좀 놀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개와 고양이 사진도 있지만 카메라가 없는 나날을 충실히 때우기 위해 동물 사진 포스팅은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