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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11.11  2월 15일 오비히로 - 쌀쌀한 도시 10
  2. 2014.09.26  하늘이 맑았던 날 좀 더 4
  3. 2009.10.12  히로시마 여행기 13편 - 식사다운 식사, 마지막 밤 10

 

 

사카이 씨가 휴대폰으로 지도를 이리저리 검색하며 여러 지역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기계가 삼성 갤럭시라서 일부러 보여주면서 웃는다.

삼성이야 일본에서도 유명하지만 실제로 일본 스마트폰의 절대 다수는 아이폰이라 오히려 이쪽에서는 레어한 쪽에 속한다.

매년 도쿄에서 이곳까지 놀러오는 사람이니만큼 개성이라고 할까, 매니아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라 왠지 납득이 간다.

이쪽에서는 갤럭시 쓰는 사람이 매니악한 편이니 한국과 비교하면 참 재미있는 차이점이기도 하다.

 

쿠시로 습지에 다다르자 사카이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열차 뒤쪽의 빈 공간으로 이동한다.

쿠시로라는 도시가 홋카이도에서 그나마 유명한 편에 속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이 쿠시로 습지 때문.

일본에 남아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큰 자연습지로, 겨울은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여름엔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자전거 여행 때는 이동 수단이 그러다보니 습지 내부까지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만 슬쩍 돌았는데

당시 도로 왼편에서 고양이를 사냥해 입에 물고 있던 북방여우와 마주친 기억이 가장 생생하다.

자전거를 멈춰줬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어 조금 의아했는데

혹시나 싶어 도로 건너편을 살펴보니 새끼 여우 몇마리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를 뒤로 슬금슬금 빼 주니 잔뜩 경계하며 도로를 건너가 새끼들과 함께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본인이지만 자연 속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내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는 없었던 기억.

 

여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황량한 모습에 약간 실망도 했지만 쿠시로 습지는 이렇게 잠깐 지나가는 걸로는 도무지 감상할 수 없는 곳이다.

이미 1980년에 람사르 조약에 등록되었으며, 한국 최대의 습지라는 우포늪의 50배가 넘는 크기를 가진 녀석이라서.

우포늪이 1억 4천만년전에 생성된 것에 비해 쿠시로 습지는 고작 2천만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30년 전부터 사라져가는 습지 보호운동을 시작한 터라, 4대강 등의 무자비한 파헤치기로 거의 고사 상태에 이르른 우포늪에 비해

오히려 1980년 조약 당시보다 30% 정도 습지의 크기가 늘어난 상황이다. 여러가지로 씁쓸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전망대에 올라가 바라보는 쿠시로 습지는 여름 홋카이도 여행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절경 중의 절경이라

열차 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이 아쉬운 모습을 여름 여행의 영양분으로 삼으며 참기로 한다.

 

 

 

사카이 씨는 쿠시로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는데 지정좌석이 아니라 빠른 사람이 앉아갈 수 있는 터라 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마구 달린다.

바쁜 작별인사였고 딱히 연락처도 받아놓은 게 없지만, 시레토코에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본인 역시 쿠시로에서 갈아타긴 해도 어차피 JR 레일패스를 이용해 모든 좌석을 예약해 놨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홋카이도의 레일패스는 외국인 관광객만 구입할 수 있어서 이런 사치를 부리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외진 곳을 지나왔기 때문인지, 이제 번듯한 열차를 타고 양복을 입은 비지니스맨들 사이에 앉아서 현대 문명의 향취를 느낀다.

 

사카이 씨가 떠나고 나서는 별로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묵묵히 음악이나 들으며 1시간 정도를 달려 오비히로에 도착한다.

쿠시로나 오비히로나 자전거 여행때 지나갔던 곳이라 여전히 주위 풍경은 낯설지 않다.

홋카이도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라서 아침까지 머물렀던 시레토코의 대자연의 풍광은 금새 사라진다.

 

 

 

토요코인에 투숙하자 룸 키와 함께 신문을 한 부 건네받았다. 당연히 일본 신문.

여권까지 복사해 갔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신문을 건네 준 것인지.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긴 해도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라 이대로 호텔에 틀어박히는 건 재미가 없다.

홋카이도의 면적을 생각하면 결코 길지 않은 10일여간의 여행 중에 굳이 이런 도시에 멈춰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이지만

도착 당일인 오늘은 어차피 멀리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몸이 좀처럼 침대 위를 떠나지 못한다.

조금 전 지나왔던 쿠시로 근처의 평원에서는 무려 이글루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특별 체험도 할 수 있었지만

숙박비가 여간 비싼 게 아닌데다 그런 고생은 자전거 여행 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즐겼기 때문에 딱히 아쉽진 않다.

 

이곳은 원래 아이누어로 토카치(十勝) 지역으로 불리는 홋카이도 최대의 평야 지대라 낙농업의 성지이기도 하고 그 덕에 오비히로 시는 상공업도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

미식가들에게도 나름 유명한 곳인데,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각종 유제품들의 품질이 매우 신선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유를 사용하는 고급 과자류가 인기를 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인 롯카테(六花亭) 본점이 이곳에서 시작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굉장한 레벨의 과자, 케이크점이 포진하고 있다.

과자 마을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예전 포스팅의 오타루 여행쪽에 보이는 과자점의 상당수가 이곳 오비히로에 본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달달한 과자나 케이크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지금은 과자보다 더 필요한 게 짭짤한 식사라서 그렇게 당기지 않는다. 아침식사 이후로 맥주 한 잔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낙농업과 함께 양돈업도 크게 발달한 토카치 지역에서는 이곳의 지역 음식이라 할 만한 돼지고기 덮밥 부타동(豚丼)도 유명하다.

원래 일본의 대표음식중 하나인 덮밥은 소고기를 얹은 규동, 장어를 얹은 우나동 정도가 일반적인데

이곳 토카치 지방에서는 소중한 노동력과 유제품 생산원인 소를 마구 잡아먹기 힘들었고, 장어는 있을리가 없으니

겨울에 강하고 대량 사육이 용이한 돼지를 덮밥 재료로 사용하면서 이 지방의 독특한 식문화를 만들었다.

 

요시노야 등의 전국 체인점 메뉴에 올라오는 곁다리 부타동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신선함으로 유명한 녀석인데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오비히로의 밤거리로 나와 보니 지금 꼭 부타동을 먹어야 할 의무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내일 하루 더 머물 예정이라 급하게 이곳의 특산물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기도 했고

내륙 지역이라 홋카이도에서 겨울이 가장 매서운 곳인 만큼 뭔가 좀 더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무언가를 갈구하게 된다.

 

 

 

쌓여 있는 눈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시레토코에서 느꼈던 어딘가 푸근했던 겨울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의 바람은 정말 꽁꽁 싸맨 옷가지 사이의 조그만 틈새로도 가차없이 파고 들어오는 칼날같은 매서움을 자랑한다.

안면 근육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는데도 몸이 덜덜 떨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시레토코의 야외 온천에서 눈을 맞으며 즐기던 그 겨울과는 달리 산을 넘어 불어오는 내륙의 바람은 자비심이 없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에 이르고 있어서 밤거리를 오래 즐길만한 여유도 없다. 사실 시레토코에서 건너온 터라 별로 보고 싶은 풍경도 아니긴 하지만.

그나마 오비히로가 꽤나 큰 도시라서 이 정도지, 토카치 평야 부근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모 유명 만화가의 아버지는 그런 추위에서도 빤스 한장만 입고 밖을 나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과연 인간의 적응력은 놀라울 따름.

 

 

 

먹을 게 없으면 부타동이라도 먹을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불쑥 시야에 나타난 인디언 카레.

그러고보니 왜 이제껏 이 녀석을 잊고 있었을까 싶다.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분명 대자연의 뜻이라 믿으며 길을 건넌다.

 

외지 사람들이 오비히로 하고 떠올리는 음식이 부타동이라면 실제 지역민들의 소울 푸드로 인식되는 것이 이 인디언 카레.

오비히로 안에서는 카레 업계의 절대적인 정점에 군림하고 있어서 코코 이치방야 같은 전국구 체인점이 발 들일 틈도 없다.

이곳 사람들은 심지어 집에서 냄비를 들고 와서 카레를 싸 가기도 한다고. 젊은 창업자의 끝없는 노력이 만들어 낸 절묘한 루의 깊은 맛이 만들어 낸 전설이다.

 

 

 

카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젠 밖에서 사 먹는 카레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에서 거하게 만들어먹는 습관이 생긴 본인이라

코코 이치방야 정도의 그럭저럭 괜찮은 카레도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는 아닌데, 이 인디언 카레는 본받고 싶은 맛 중 하나다.

 

자전거 여행때는 한여름이라 카레가 그렇게까지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신료의 배합은 놀라웠다.

소고기, 돼지고기, 야채를 기본으로 한 세 종류의 루가 그 강렬한 향신료 안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이 포인트.

 

해산물 카레 등 비싼 녀석도 있지만 이곳 인디언 카레는 지극히 저렴하고 서민적인 풍취가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싼 녀석을 주문해도 실망하는 법은 없다.

카레만으로 배를 채우려면 세 그릇 정도는 먹어치워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허기와 추위를 달래는 정도로만 즐기기로 생각하고

중간 매운맛의 비프 카레를 주문한다. 이 정도라면 밖에 나와서 군것질 한 번 더 할 여지는 충분히 남겨놓는 양이다.

 

한국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로 진하게 우려낸 카레 향기가 얼어붙은 코 속을 통과하는 순간 척수 부근에서부터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도 일본식 고형카레와 한국의 가루 카레를 서너 종씩 배합해서 루를 만들긴 하지만

이곳의 루는 시판용 카레가 아니라 갖가지 향신료를 직접 사용해서 그 독특한 풍미를 만들다 보니 흉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건더기가 많은 한국의 카레와 달리 이곳은 고기 이외의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야채의 겉모습이 아예 남지 않을 정도로 수십 수백시간을 끓여 일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발전한 독특한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입맛 들이면 한국의 카레는 그냥 맹물이나 마찬가지.

 

 

 

콧물을 참으며 전신을 자극하는 카레를 한 그릇 비우고 나니 행복감이 몰려온다.

오비히로에서 인디언 카레를 잊고 있었던 자신을 생각하니 이제 나도 늙었구나 싶다.

 

양이 허기를 해결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내일 먹을 간식과 음료수까지 구입한 후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배를 채우자고 생각하고 모스버거로 들어간다. 여기 햄버거는 맛있는 반면 크기가 워낙 작아서 간식거리로는 유용하다.

 

카레를 즐긴 후라 달콤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약간 옅어지는 역효과가 있었지만

아삭아삭한 양파의 식감과 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빈 속에 자극적이었던 카레의 향기를 중화시켜준다.

겨울 저녁이라 모두들 일찍 귀가했는지 한적한 분위기에, 숙소에 돌아가도 할 일은 없었기에 느긋하게 밀린 일기를 쓰며 햄버거를 씹는다.

밖에는 칼날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슬눈이 내리고 있지만 내일만큼은 좀 더 펑펑 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여행하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바라던 날씨가 떡하니 나타나는 바람에

내일까지 그런 행운을 바라기엔 좀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희망은 희망이다.

함박눈은 도시 여행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녀석이지만 내일은 오히려 눈이 신나게 내려주는 게 일정에 도움이 된다.

 

카레와 햄버거로 속이 든든해지고 따듯한 가게 안에서 일기를 쓰고 있으니 스스륵 눈이 감겨온다.

숙소로 돌아와 뜨끈한 욕조에서 몸을 녹인 후 TV를 즐기며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몸이 쑤셔서 이리저리 뒤척여 줘야 좀 편안해 지는데 그러면 TV를 보기가 힘들어 살짝 귀찮다.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내일 여정에 행운이 따르길 기원하며 전등을 끈다. TV는 타이머 설정해 뒀으니 잘 떠들다가 알아서 꺼지겠지.

 

타워 내부 역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바닥도 그렇고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타워 미니어처가 떡하니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깥 경치 구경하러 와서 특이한 걸 구경하게 되는군요.

 

 

 

에전보다는 좀 넓어진 것 같습니다. 라운지 밑의 식당과 까페도 이름이 바뀐 것 같고.

어느 타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세계 각국의 유명 타워들과 비교해놓은 그림도 있네요.

사실 자세히 보면 자기 타워쪽에 뭔가 애정이 더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높이별 비율이 조금 이상하죠.

 

 

 

내부 모습은 그렇다치고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은 어제까지 내린 폭우 때문에 중간중간 얼룩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실제로 창문 하나를 통해 찍는 사진은 실제 보는 것과 차이가 좀 나게 되더군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얼룩이 적은 곳을 노려서 셔터를 누르고는 있는데, 돈주고 올라온 만큼의 만족감은 얻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하늘이 참 좋았으니 찍으면서 기분은 좋았네요.

 

 

 

아마 지금은 가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타워 번지점프입니다.

다른 번지점프와 달리 완전한 무중력 점프가 아니라 케이블이 어느 정도 제어를 하는 시스템인 것으로 들은 기억이 나네요.

 

원래 산 위에 세워진 타워라서, 여기서 점프하면 기분이 참 짭쪼름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으면서 점프하는 외국인 사진 옆에 놓인 거대한 꽃다발, 뭔가 좀 기분이 이상하군요.

아무래도 뭔가를 연상시키는 하얀 꽃인데... 개그로 이해하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가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바깥 풍경을 본다면 진짜 스릴넘칠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오면서 번지점프는 해 본적이 없어서, 언젠가는 한번 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높은곳은 좀 약한 편이라 뛰어내리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카메라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서 렌즈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곳에는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렌즈를 들고 와서, 자기가 알고 있는 곳을 골라내 담는 것도 재미가 있는데 말이죠.

 

망원렌즈가 없으니 아쉽지만 그냥 표준화각대를 왔다갔다하며 대구의 전경을 담아봅니다.

도쿄 같은 대도시는 산이 없어서 타워에 올라가도 이런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죠.

 

 

 

타워는 돈 주고 올라와야 하는 곳이라 그런지 밑의 하늘정원과 달리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 그냥 눌러앉아 수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진 찍으니 비켜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려 왔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으니 굳이 사진을 많이 찍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파트들은 참 재미없게 생겼네요. 구름과 산줄기가 뒷배경을 빠방하게 채워주고 있어서 그나마 볼 만 합니다.

그냥 봐서는 아무래도 서울보다 커 보이진 않는데, 사실 대구 면적이 서울보다 더 크다고 하니 오묘하네요.

 

거대 아파트들 사이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단지들 모습이 예전 빠져들었던 심시티라는 게임의 발전상을 생각나게 합니다.

 

 

 

고래가 두둥실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구름입니다.

사람이 하늘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고 수천년이 지나서야 기계의 힘을 빌어 꿈을 이루었는데

물 속에 사는 생물들은 이미 수만 년 전부터 하늘 속과 같이 3차원 공간을 마음껀 휘젓고 다녔죠.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아파트쪽의 빛내림을 좀 더 대비시켜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싶습니다.

렌즈라는 건 있으면 별로 쓰지 않아도 없으면 꼭 아쉬운 느낌이 드는 도구죠.

 

카메라 바꾸는데 제일 귀찮은 게 렌즈군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제조사까지 바꾸지는 않고 동일 마운트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번엔 모험심이 발동해서 싹 바꿔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낙후된 느낌이 들지만 원래 두류공원 쪽과 그 일대 대명동 쪽은 대구에서 가장 잘 살던 지역이었죠.

대명동이라는 이름이 서울의 명동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는 뜻으로 지어졌다는 말도 있으니.

 

확실히 두류공원과 우방랜드를 양 쪽에 거느리고, 맞은편엔 앞산이라는 훌륭한 산이 버티고 있어서

삭막한 도시 속에서는 그나마 거닐기 괜찮은 곳이긴 합니다. 요즘엔 산보다 강변쪽이 더 조명받는 느낌이지만.

 

 

 

포기한건지 배려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라운지 내부의 테이블은 이미 성한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참 미개함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는데 말이죠.

동물로 말하자면 암수컷들이 사이좋게 영역표시 한다고 오줌 갈기는 수준밖에 더 되겠나요.

 

이런 곳이야 그냥 마음껏 새기게 놔 두면 됩니다만, 문화재 기둥에도 이런 짓 해 놓는 꼴을 보면 역시 권장할만한 짓은 아니라 봅니다.

 

 

 

만약 검은 구름과 우중충한 하늘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면

블레이드 러너가 생각났을 만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이렇게 평소 시야와 전혀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게 되면, 이 특이한 콘크리트 더미가 나름 매력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저 안에서 살고 있으면 뭔가 점점 답답해지는 기분을 막을 수가 없네요.

 

 

 

라운지가 높긴 높은데, 높아서 보기 좋은 아래쪽 풍경은 전부 콘크리트라 그닥이고

하늘은 오히려 창문 때문에 밖에서 보는게 더 깨끗하니 그닥 입장료에 비해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도쿄 스카이 트리는 라운지 내부에 다양한 설명과 시각별로 변하는 포토 갤러리와 까페, 기념품점 등 즐길거리가 꽤 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썰렁하기만 해서 풍경 한번 둘러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네요. 그래서 별로 미련가지지 않고 다시 내려갑니다.

 

 

 

이랜드가 인수한 후 타워 하단부에 개장한 푸드 폴리탄이라는 곳에 구경 겸 들어가 봅니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먹는 장사가 최고겠죠.

 

이랜드 역시 부채덩어리인 우방랜드를 그냥 놀릴 생각은 없는지, 대구 시내는 물론 서울 중심가에 내놔도 꿀릴 것 없는 굉장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합니다.

시간이 그런건지 정식 개장 전이라 그런건지 사람은 거의 없어서 묘한 기분으로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었네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사진 찍기는 좀 힘드니까.

 

 

 

가게별로 스타일을 차별화하긴 했지만 푸드폴리탄 전체의 통일감은 느껴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패스트푸드 과자 술집 등등 외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장르는 거의 다 입점해 있네요.

 

좀 더 본격적인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푸드폴리탄 외에 뷔페음식점인 에슐리도 위치해 있으니 선택의 여지는 많습니다.

나이를 먹고 대기업들의 흡혈행위에 진저리가 나서 그런지, 대단하다는 느낌 보다는 역시 돈을 쏟아붓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긴 합니다만.

 

 

 

조명이나 분위기를 일단 술집 비스무리하게 세팅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푸드 폴리탄이라는 곳 전체가 완전히 개방된 하나의 공간이라

뒤에서 왁자지껄하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술을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애초에 지금은 사람이 너무 적어서 이 쪽은 아예 휴업상태였습니다.

 

 

 

놀이공원도 인접해 잇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곳도 있더군요.

일단 자주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 해질 무렵까지 사진 찍으려면 시간도 좀 남아있어서

가볍게 뭔가 먹어보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좀처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치즈전문점 와인전문점 등 장르는 매우 다양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다 사고나지 않도록 기둥쪽에 완충장치를 해 놓은 것도 보기가 좋군요.

 

치즈 전문점에서는 유럽 사진에서 항상 신기하게 느껴졌던 저 동그란 녀석이 진열되어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유럽의 치즈는 유럽여행 갔던 한 지인이 저 주려고 치즈를 사 놨다가 너무 맛있는 바람에 유럽에서 다 먹어버렸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하는데, 그런 치즈를 맛보기 전까지는 한국의 치즈에 그리 집착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배가 고프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햄버거집인 글로버거라는 곳을 시험해 보기로 합니다.

이런 쪽에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햄버거집이라 살짝 기대를 해봅니다.

 

 

 

버거킹 정도의 가격이라 소위 말하는 수제버거 정도로 비싼 가격은 아니더군요.

놀이공원과 인접한 푸드코트는 가격이 좀 아름다운 경우가 많은데,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적당히 세트 주문해놓고 앉아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곳은 규모도 꽤 크고 거진 종류별로 있을 건 다 있어서, 한 끼 때운다는 의미로는 대안이 필요없을 정도로 무난하네요.

요즘 어지간히 검증된 곳이 아닌 데서 외식을 하면 속이 영 안좋아서 점점 밖에서 먹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아이들 데리고 이곳에 오면 일단 먹는 거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햄버거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의 빈대떡 버거보다는 볼륨감이 있습니다.

중간에 흐트러짐 방지용으로 꽂아놓은 스틱은 별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양상추는 적당히 아삭하고 양파는 굽지 않은 날것을 얹어 놓았네요.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 취향맞춰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패티는 바로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주문 후 시간은 좀 걸리지만 따끈따끈하고 육즙이 적당히 살아있네요.

감자튀김은 일반적인 것보다 좀 굵고 부드럽습니다. 이것 역시 취향따라 갈리는 부분이죠.

 

 

 

패티는 고소하고 조금 덜 짠 대신 치즈와 잘게 자른 피클을 함께 먹어서 맛을 보완하는 듯 합니다.

버거킹급의 맛이지만 바로 만들어 내준다는 점 때문에 약간 더 맛이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일까요.

 

적당히 음미하기에 나쁘지 않은 녀석이었습니다만, 이상하게 먹고 나시 장내 가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생양파를 먹으면 그런 일이 종종 있어서 그것 때문인가 싶은데, 재료가 덜 깨끗하거나 한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생양파나 매운 음식에 배가 매우 민감해서 그럴 수 있으니 뭐라 할 순 없군요. 맛은 괜찮았습니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슬슬 노을이 질 무렵이라 다시 하늘을 담으러 밖으로 나가봅니다.

푸드 폴리탄 끝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거대 마카롱 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네요.

 

고급 과자로 유명하긴 하지만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그냥 무덤덤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손바닥만한 마카롱 한두 개가 거의 밥 한공기 칼로리에 육박하기 때문에

저 탑에 보이는 크기의 마카롱이 진짜라면 아마도 괴물같은 칼로리를 자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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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오늘 하루종일 먹은건 단풍잎 만쥬 3개 뿐.
정말로 배를 한 번 채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모테산도 거리를 돌아본다.
걸어다니다보니 안내소의 열린 창문에서 풍기는 A4 용지의 향긋한 내음을 참지 못한 사슴들이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나라의 사슴과 비교하면 참 얌전한 것이, 관리인이 용지에 손을 대고 있는것만으로 절대 억지로 뜯어먹으려 하지 않네.
그냥 애처로운 눈빛으로 코만 가져다 댈 뿐이다. 하지만 이미 세상의 풍파를 겪은 관리인께서 그들의 애교작전에 넘어갈 리가 없음.


무정하게 닫혀버린 창문을 보는 사슴의 눈망울에
내공이 약한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지고 싶었다.

역시 사슴은 강하구나. 예쁜 것보다 귀여운게 더 강하다는 모 만능소녀의 명언이 떠오른다.


오전에 오면서 봤던 곳은 이렇게 황량한 벌판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여기저기 출구를 만들어 놓은거구나.
누군진 몰라도 이런 갯벌에 신사를 지어놓을 생각을 하다니 좋은 아이디어다. 관광지가 될거라고는 예상 못했을지 몰라도.


사슴들이 너무 진하게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길래 찍은 사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사진찍는데 방해될까봐 (아님 그냥 무서워서일지도) 슬금 뒤로 물러났는데
내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자 다시 애정행각중인 사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오모테산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은 굴요리를 찾아다닌 결과
요 굴덮밥이 내 지갑사정에 제일 적당한 녀석으로 판명되었다.

음식점은 2층에 있었는데, 1층에 전시된 음식 모형들을 지그시 감상하고 있으니
갑자기 '어서오십시오~'라고 녹음된 목소리가 전시판 위에서 튀어나와 깜딱 놀랐다. 나중에 정신 차려보니 다들 한번씩 놀라고 가더라. ㅡㅡ;
그거 없으면 좀 더 손님을 많이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800엔이나 하는 굴덮밥(かい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목도 말랐고 몸은 피곤에 찌들었던 터라 제대로 된 음식을 보니 얼굴에 환희의 빛이 감도는 듯 했다.
보통 저렴한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나 마츠야(松屋)의 규동(牛丼)이 450엔 언저리쯤 되는것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풀어놓은 계란이나, 쌀밥의 탄력이나, 튼실해서 터질것 같은 굴의 위용을 생각하면 + 관광지라는걸 생각하면 감내할만한 가격이다.

굴은 한국서 그리 비싼 음식이 아니지만, 이곳 미야지마는 굴요리가 일본 전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가격이 세다.
물론 가격대비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먹은 굴 중에선 크기나 싱싱함이나 최상급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먹다보니 배가 많이 아쉽다.
아침 댓바람부터 돌아다니다가 먹는 첫 식사라 이대로 넘어가기는 아쉬웠던걸까.
돈 계산을 좀 해보고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본다. '혹시 여기 카드 받나요?'
다행히도 '받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이번 식사는 다음달에 한국에서 값으면 되니 열심히 먹어보자.

그래서 굴 크림 고로케 추가로 시켰다. 갓 만든 타코야키의 속만큼이나 뜨거운 녀석을 조금씩 이빨로 잘라 먹는 느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속에 살짝 짭쪼름한 굴의 조합은 뭐라 말하기 힘든 즐거움을 준다.
캐첩에 찍어 먹어도 별미. 2개 400엔이라 먹으면서 손이 떨렸지만 이럴 때 먹지 않으면 언제 먹으리오.

그런데 신나게 먹고 계산하려니 '카드는 2000엔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라고 미안하다며 말하는 것. ㅡㅡ;
아니 이 사람들이... 그럼 현금 없었으면 경찰에 신고했을려나?
좀 황당하긴 했지만 여기서 깽판 부리고 히로시마 여행 날짜를 하루 줄이긴 싫어서 피같은 현금 털어 지불했다.
이제 현금은 코딱지만큼 남아있지만 사실 내일은 돈 들어갈 일이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이 정도 금액은 현금지불도 가능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조금 남겨두고 싶었던 것.


꽤나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이곳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야간 풍경은 꽤나 멋지다는 소문. 하지만 그것까지 다 보고 돌아가기는 힘들다.
JR 페리는 11시까지 운행하지만 내가 프리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마츠마에 기선은 8시까지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

밥을 먹으니 포만감과 함께 은근히 쌓여있던 피로도 함께 몰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나른함이 기분 좋은 것 역시 여행의 장점.


순식간에 섬을 나와서 막 출발하려는 히로덴 하나를 그냥 보냈다.
사람이 꽉 차있어서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

이곳에서 목적지인 히로시마 역앞은 종점에서 종점이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앉으면 끝까지 앉아갈 수 있다.
지친 대퇴부를 이끌고 1시간 가까이 서 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일부러 다음 히로덴을 기다린다.

이 시간에 이런 관광지에서 전차를 타는 사람은 다들 나만큼이나 지쳐있기 때문에 빈 자리에 눈을 번뜩인다.
염치불구하고 줄 잘서 있다가 문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서 한 자리 맡을 수 밖에.

다행히도 15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무난히 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영광을 만끽할 수 있었다.


히로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항상 여행의 마지막 밤은 감회가 남다른 법. 히로시마 역안의 맥도날드에서 달맞이버거(月見バーガー) 세트를 사들고 호텔로 들어간다.
어제 그 편의점 앞에는 여전히 고양이들이 배회하고 있었는데, 어제 보지 못했던 이 녀석은 삶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 듯 하고, 오른쪽 앞다리가 반쯤 잘려나가서 세 다리로만 걷고 있었다. 다른 녀석과는 달리 일부러 내 쪽으로 다가오려 하지도 않는다.
먹을걸 주고싶었지만 이 녀석은 그냥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를 바라보다가 슬쩍 자리를 피해버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주려던 음식은 앵앵거리며 달려드는 새끼들에게로 넘어갔다.
내가 이 녀석들과 놀고 있으니 한 할아버지가 웃으며 다가와서 주절주절거리신다.
이 녀석들 오래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새끼 낳아가며 살고 있다거나,
나처럼 길가던 사람들이 적당적당히 잘 도와주고 있다거나,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거 아닌가, 사람한테 너무 길들여지면 곤란할텐데 라는 둥의.

확실히 내가 이곳에서 본 10여마리의 고양이들은 전부 중성화수술이 되어 있지 않은 도둑고양이다.
중성화 후 방사된 고양이는 귀 끝이 삼각형으로 잘려 있기 때문에 금새 구분이 가고, 그런 고양이들에게는 먹이를 주도록 장려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꽤나 활발히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이곳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나 보다.


숙소에 돌아와서 달맞이버거를 놓고 한 장.
배가 든든한 상태였는데도 이녀석을 가져 온 건, 작년 2달간의 자전거 여행때 이녀석과 얽힌 사연이 많기 때문.

제대로 휴식할 곳도 없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맥도날드라는 자유스러운 휴식공간과, 고칼로리 햄버거는 신의 선물이나 마찬가지.
오래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든든한 화장실과 세면대, 빵빵한 에어콘까지 완비한 그곳은 헝그리 여행자의 간이 호텔.

자전거 여행을 위해 일본에 도착했던 첫날 밤. 불안에 가득 찬 채로 터벅터벅 걷다가 들어간 맥도날드에서
한국에 없는 메뉴를 보고 그 재미있는 작명 센스에 기분이 좀 풀려서 먹어봤던 달맞이 버거 세트는
여기저기서 내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래서 일본에 올 때면 꼭 이녀석을 챙겨 먹는다. 예전만큼 맛있어서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짧은 여행이라 마지막 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은 어느 여행이나 마찬가지. 2달짜리 여행이든 3년짜리 여행이든 여행의 마지막 밤은 항상 아련하다.

오늘따라 TV 프로그램도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새벽까지 징하게 기다려서 심야 애니메이션이나 한 편 보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