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키노쪽의 얼음 조형물들은 대부분 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규모의 눈축제를 여는데 지역 상권의 협력이 없이는 예산 편성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대구에 사는 본인으로서는 대구의 유명한 지역업체가 무엇인지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시피 한데

PR도 이런 임팩트를 가질 수 있도록 머리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것도 없을 듯.

 

 

 

스스키노 눈축제 쪽은 사진 찍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오오도리 공원이 워낙 넓고 커서 비교되는 점도 있지만

원래 유흥가 골목이기 때문에 주변의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이 얼음 조각상의 감상을 방해하는 면이 있다.

거기다 조각상 라인이 두 줄로 붙어서 설치되어 있어서 잘못 찍으면 뒤쪽 조각상과 겹쳐서 형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덧붙여서 오오도리 공원의 라이트가 꺼지는 바람에 관광객이 전부 이쪽으로 몰려든 이유도 있고.

 

 

 

오랜만의 홀로 여행이고, 카메라를 자주 만지지 않은 상태라 첫 날 야간의 얼음 조각상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한 한 조각상만의 디테일을 담고 싶지만, 조각상 덩치는 크고 사람은 많고 길은 좁아서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촬영하면서도 훗날 집에 돌아가면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은 보정이라는 양념을 좀 더 팍팍 치는 수 밖에 없다.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는 보정이라서 6개월만에 보는 결과물은 역시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조형물의 미적 완성도는, 낮다고 할 수준은 결코 아니더라도 시끌벅적한 축제에 노출된 야외다 보니 엄청난 디테일은 아니다.

그래도 여러 가게와 회사들이 손발걷고 참여한 눈축제라서 자존심 같은 게 걸려있다는 느낌일까.

조형물의 완성도로 승부를 보려는 곳도 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홋카이도 하면 불곰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곳이니 이런 곰 조형물이 자주 눈에 띄는것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이 녀석은 아기곰과 엄마곰이 마주보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다.

 

 

 

이 정도 크기와 디테일한 작품을 만들려면 역시 제작자의 규모도 커져야 하는 법인가 보다.

전시회에 사용된 얼음 조각상은 대부분 얼음 블록을 여러 개 붙여서 만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순도가 꽤 높은 얼음이라서, 투명한 부분과 불투명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나타내기에 수월하다.

 

 

 

홋카이도 서식종은 아니지만 겨울 눈축제다 보니 등장한 듯한 눈표범 조각은 꽤나 생동감있게 만들어졌다.

무늬가 하트모양인 것은 그냥 관광객에 대한 애교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저렇게 경계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블록 얼음으로 만들기보다

통짜 얼음으로 조각했다면 크리스탈처럼 청명한 작품이 만들어 졌을텐데 싶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순도를 가지는 얼음덩어리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하고

의외로 통짜 얼음보다 이런 블록 형식으로 만든 조각상의 강도가 더 강하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꾸 뒷편의 맥주 선전 여배우 얼굴이 신경을 자극하지만 비네팅 팍팍 넣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정해 본다.

회사들이 제공한 조각상들이다 보니 어쨌든간에 자사 홍보는 빠뜨리지 않고 넣어놨다.

여의주 속에 뭔가가 들어있는데, 속에 내용물이 있다면 바싹 얼어있을 것 같다.

 

얼음속에 저런 게 들어있으면 왠지 꺼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지는 않은 듯 하다.

 

 

 

일본 TV를 시청중이면 지겹도록 볼 수 있는 삿포로 맥주 '보리와 홉'이 먹음직스럽게 얼음 속에 박혀있다.

조각상으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낮아보이지만 임팩트를 주는덴 그럭저럭 성공한 듯 싶다.

 

저 맥주는 다른 것보다도 지역에 맞춰 CM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

해안가 지방에는 방금 잡아올린 생선을 구워먹으며 맥주를 마신다던가

홋카이도에서는 소울 푸드라 불리는 징기스칸이나 소시지 등을 구워먹으며 맥주를 마신다던가.

어쨌든 맥주는 들어가지만 CM 의 방향은 꽤나 재미있게 잡아서, 보고 있으면 문득 한 잔 마시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끌릴 수 밖에 없는 건, 저 조각상의 디테일보다 싱싱하게 박혀있는 생선들 때문일 듯.

나름 컨셉은 잘 잡은 듯 하다. 용궁을 표현하는데 이거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테니까.

생선이 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싱싱할 때 넣었다면 축제 끝나고 나서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스키노는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아직 여기서 놀아본 적이 없다.

혼자서 먹고 마시고 하는데 이골이 난 몸인데도 불구하고, 여긴 너무 화려하고 직설적인 유흥가라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들어가는데 저항이 생긴다.

 

주위에 술 좋아하는 친구도 별로 없고, 진짜 징하게 마시고 놀 만한 친구는 같이 여행가기 힘든 경우가 많고.

스스키노의 밤거리는 그대로 사진에 담기만 해도 밤에 살아 숨쉬는 대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일반적인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질펀하게 놀 수 있는 곳이 스스키노란 곳이라, 왠지 자주 오지 않는 곳이다.

 

 

 

삿포로 눈축제니까 꼭 홋카이도에 관련된 조각상만 나오란 법은 없어도

말을 타고 창을 들고있는 이 조각상은 대체 어떤 연유로 해서 이곳에 서게 된 건지 의아해진다.

 

제목과 설명이 적혀는 있었지만 상당한 수의 관광객들이 해류처럼 이동중이라 제대로 쳐다 볼 시간이 없다.

일본인 관광객 절반에 중국인이 다수인 외국 관광객 절반이 시끌벅적하게 사진 찍으며 거리를 채우고 있다.

대다수가 컴팩트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지만, 꽤나 육중한 DSLR 과 렌즈를 짊어진 사람들도 보인다.

 

유명 관광지에 오면 그나마 마음 편한 점이, 아무리 큰 카메라 들고 설쳐도 딱히 경계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지만, 이곳 스스키노 축제장은 야간 조명시간부터 근처 가게들이 불을 좀 꺼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각상 앞에 개별 조명이 있긴 해도 주위 가게들의 불빛이 워낙 강해서 피사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로보가 있으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사실 사람이 많아서 마음껏 터트리기도 미안하다.

 

하프를 켜며 내려오는 여신의 모습이 꽤나 인상깊었지만 도무지 만족할만한 구도와 광원이 나오질 않는다.

주위 불빛이 전부 꺼진 상태에서의 모습은 상당히 몽환적일 듯 한데.

 

 

 

한국처럼 취하기 위해서 마시지 않는다 뿐이지, 일본도 술 잘마시기로는 유명하다.

지역주가 꽤나 발달해 있어서 술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 편인데, 축제에 참가하는 회사들이다 보니 역시 술 관련 회사가 많다.

 

하이볼은 오리지날 신봉자들에겐 이단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 요즘 트렌트에 알맞는 녀석.

술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것들 조금씩이라도 맛을 보며 여행을 음미하겠는데, 별로 당기질 않는다.

 

 

 

표절인지 오마쥬인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녀석. 그런데 콜라병의 디테일에 신경쓰느라 곰의 디테일이 영 좋지 않다.

스스키노의 조각상들은 뭔가 미적인 완성도를 뽐낸다기 보다는 아이들 학예회에 들뜬 기분으로 출품하는 그런 기분인 듯 하다.

그 점이 오히려 축제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릴수도 있으니.

 

 

 

넓게 찍어도 주위가 산만해서 알아보기 힘들고, 잘라서 찍어도 영 난잡해 보이는 사진 덕분에

찍어놓고 숙소에 돌아와서 확인할 때도 이게 뭔가 아리송했던 작품.

 

물고기를 잡아채는 독수리 상인데, 디테일은 상당하지만 한 장에 담아내기가 매우 힘든 위치여서 아쉬웠다.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간단하지만 뭘 나타내는지는 금세 알 수 있다.

그러고보니 큰 조각상에서부터 아담하고 간결한 녀석들까지, 이 곳에 출품하는 얼음들은 별다른 제한이 없나 보다.

 

 

 

가만히 얼음조각들만 쳐다보며 걷고 있는 것도 축제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지

중반쯤 걸어가자 아이들이나 연인들끼리 사진찍기 좋은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아이들이 자리에서 떠난 틈을 찾아서 찍기 위해 잠시 기다렸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눈과 얼음만큼은 남아도는 이곳이니 좋은 추억거리 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날씨가 날씨라서 녹아버릴 염려도 없고.

 

 

 

굉장히 단순하고 투박한 조각상이지만 이런 미숙함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얼음이든 눈이든 기본적으로 추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 겨울 홋카이도는 매력덩어리다.

물론 여름의 홋카이도 역시 일본답지 않은 거대한 생명력을 자랑하다 보니 놓칠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남들 생각은 거의 안하는 개인주의 충만한 성격이지만, 이 사진 찍으면서 관광객들이 즐거워하기를 잠깐이나마 바래 본다.

 

 

 

녹아버리면 아까울 듯한 퀄리티의 작품도 간간히 눈에 띈다.

동양식 인어의 유려한 모습은 조금씩 심해지는 눈발과 맞물려 물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스스키노 조형물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표현력에서부터 후리소데의 질감을 살리려고 넣어좋은 촘촘한 구멍까지.

일주일의 축제기간 동안에만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작품들이라 그런지 사진으로 담을 가치가 있는 기분이다.

 

 

 

청새치의 과장된 지느러미도 역동감을 살리는데 그만이다.

얼음의 특징 때문인지 굉장히 싱싱해 보인다. 청새치 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조촐하지만 달달한 기념사진 찍기 좋은 일루미네이션 로드도 마련해 놓았다.

밤이 길고 차가운 홋카이도 여행이라 나 같은 홀로 여행자가 즐기기에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은 듯.

 

 

 

유리 공방 체험처럼 얼음 조각 만들기 체험같은거 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는데

아무래도 가공 기구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좀 위험한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세밀한 곳이 많거나 세로로 길쭉한 조각상의 경우 무너지거나 부분부분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강설량 빠방하고 영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별로 없는 삿포로의 겨울 특성상 별 문제가 없는 듯 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두 번째.

 

이렇게 조형하려면 대체 몇 개의 블록을 사용해서 얼마나 세밀하게 깎아내야 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축제 후 부서지거나 녹아내리는 모습을 볼 때의 제작자 마음은 과연 어떨런지.

 

 

 

심각한 상황이지만 왠지 연어 얼굴이 웃겨서 긴장감이 돌지 않는 유쾌한 작품.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부에서 숨구멍같은 기포가 사방으로 뻗어나온 모습이 신기하다.

블록을 결합한 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었을지 더욱 궁금한 방식.

 

 

 

사슴이 좀 위엄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에조시카(エゾシカ)라 불리는 홋카이도 사슴은 진짜 크고 카리스마 있다.

일본 본토 사슴의 2배 가까운 140kg 정도의 수컷은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 불곰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

불곰은 좀처럼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지만 이 녀석들은 도로가에서도 태연히 놀고 있다가 오토바이가 달려오면 놀라서 뛰어가는데

그럴 경우 접촉사고라도 나면 그 거대한 덩치 덕에 라이더들도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2010년 여름 시레토코에서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로 고개를 넘어갈 때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

자전거에서 내려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전혀 도망갈 생각을 않는다. 실제로 저 녀석들이 덤비면 내가 더 위험하니까.

자전거야 속도가 느려서 쌍방 충분히 피할 수 있지만 라이더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진짜 노골적인 홍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진찍는 사람이 많았던 장소. 그야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지만.

그것도 싸구려 조그마한 녀석들 넣은 게 아니고 기회만 있으면 뜯고 싶은 녀석들을 얼음속에 처박아 놨으니 당연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가끔 한국어와 일본어로 '아깝게스리~' 라는 발언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들리기도 했다.

중국어는 알아들을수가 없어서 무슨 말 한 건지 모를 뿐, 아마도 비슷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스시잠마이의 조각상은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고 모든 힘을 날생선 얼음속에 집어넣기에 투자한 기분인데

그래도 돌고래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이 부분은 묘하게 정감가는 느낌이다.

 

 

 

술도 아닌 그냥 생수 회사에서도 질 수 없다는 듯 공을 들여서 조각상을 전시해 놓았다.

안에는 정말로 액채가 들어있는 듯 한데, 얼어서 부피가 커지더라도 저 얼음덩어리를 깨부술 만한 힘은 아닌가보다.

 

사진 오른쪽에는 건장한 한국남성이라면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를 그 유명한 회사의 가게가 우연히 잡혔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세 번째.

 

얼음으로 조각한 용이라는 소제는 많이들 쓰여서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역시 내 키보다 더 큰 얼음이 이렇게 유려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상당한 임펙트가 있다.

 

 

 

조형적으로는 별 볼일 없었지만 캐릭터가 재미있어서 한 장.

내 기억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인스턴트 라멘중 하나로 유명한 캐릭터다.

사실 중국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느낌이 드는데, 익살적인 모습이 재밌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이 봤을 땐 어떨런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삿포로라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대단한 수준이다.

한사발 들이키면 끝내줄 듯한 삿포로 맥주와 콜라보 한 것은 이곳 축구팀 콘사도레 삿포로(コンサドーレ札幌).

 

홋카이도 주민을 도산코(道産子) 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거꾸로 읽은 콘사도(こんさど) 와 스페인 단어 올레(ole) 를 결합해 만든 것이 콘사도레라는 이름.

야구팀인 닛폰햄 파이터즈 만큼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강한 지역공동체 정신으로 묶여있는 삿포로이다 보니

이 팀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각별하다. 그래서 콘사도레 팀을 위한 모금함까지 마련되어 있다.

 

 

 

좀 전에 화려하게 비상하던 청새치가 여기서는 어부한테 낚이고 있다.

섬나라다 보니 낚시를 매우 좋아하는 일본인인데, 청새치를 혼자 낚는다면 아마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 않을런지.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기도 하는 청새치는 상어 이상으로 강력한 바다의 지배자중 하나로, 1인 낚시로 청새치를 낚는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당시 삿포로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이 절찬 상영중이었기 때문에, 이 녀석도 등장했다.

펜텀까지 조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인지.

 

일본에서 오페라는 딱 한번 가 본적이 있는데, 관람 수준이나 부대 시설이나 한국의 어떤 공연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여서

그 이후 한국에서 갔던 공연에서는 열악한 환경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도쿄 여행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먹어본다는 그 유명한 스시잠마이(すしざんまい) 초밥집에서 만든 부스다.

가격대 성능비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워낙 유명해서 매니아들에게는 그닥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고.

 

예전에 참치 한 마리를 18억 주고 구입했다고 한국 뉴스에도 나온 그 가게다.

거대 체인이라 괜스레 참치 가격 올린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가게.

여기서도 그 뚝심을 발휘해서 참치 한 마리를 그냥 박아 넣어놓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까울 수가.

 

가게 홍보를 위해서는 이만큼 시선을 끄는 방법이 또 없을테니 매우 적절한 선택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철칙이 아주 어릴 적부터 머리에 박혀있는 본인으로서는 홍보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저 참치가 아까울 뿐이다.

 

물론 참치는 원래 냉동한 것을 잘 해동시켜 먹는게 일반적이니, 축제 끝나고 그대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진 찍는다고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은 체로 셔터를 눌러재꼈더니 돌아올 때 즈음엔 좀 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옷을 두툼하게 입은 곳은 전혀 문제없지만 역시 카메라를 잡은 손과 얼굴이 문제다.

 

생전 처음 써보는 비니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주기 때문에, 비니가 가려주는 귓볼은 무사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손가락은 거의 감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장갑 때문에 카메라 조작이 불편해 지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스스키노의 화려한 밤거리를 기념삼아 남기고 슬금슬금 숙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스키노를 빠져나와 모스버거에서 몸을 녹이며 치즈버거 세트를 맛있게 먹었지만

기온차가 심한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렌즈쪽에 서리가 생겨버려서 사진을 찍을수는 없었다. 렌즈에 눈이 묻는 걸 열심히 커버했는데 서리만큼은 어쩔수가 없다.

 

 

40분 가량 일기를 쓰며 버거를 씹어먹고 나서 상당히 조용해진 삿포로 시내를 걷는다.

스스키노가 최후의 보루일 뿐, 이곳도 늦은 밤이 되면 인적은 상당히 뜸해지는 편이다.

냉정할 정도로 차가워 진 밤거리는 삭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생전 처음보는 눈의 향연에 흥분한 나에겐 기분 좋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경북 토박이로 이런 눈을 즐길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는

그저 10일간의 여행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런 눈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이러다가 한번 크게 당해서 눈을 똥가루 따위로 인식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특히 삿포로와 그 주변을 돌아보는 3일간의 여정은 그 다음부터 일어날 본격적인 여행의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때까지 눈에 대한 나의 호의적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시계탑도 낮과는 달리 훨씬 차분해 진 느낌이라 여유롭게 사진을 담는다.

아마 홀로 여행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늦게까지 도심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부터는 홀로 여행중 생애 처음으로 이틀간 합류하는 현지 일행이 있어서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둘 다 초면인 사람이라서 상당히 긴장되지만, 삿포로와 오타루를 둘러보는 정도의 가볍고 보편적인 루트라서

맨날 혼자서 관광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파고드는 버릇만 잘 억제하면 평범한 동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삿포로에 도착한 지 10시간 쯤 되었지만 여전히 이 풍경은 신선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눈이 왔는데 인도쪽은 말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그 눈이 전부 내 키보다 더 큰 높이로 옆에 치워져 있다는 게 놀랍다.

 

서울의 미끄러운 바닥보다도 훨씬 더 걸어다니기 편한 점 하나만으로도 삿포로의 첫날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호텔 근처의 편의점에서 따끈한 도시락 하나 사들고 숙소로 들어가 TV를 켠다. 히터를 틀지 않으면 조금 춥지만 그래도 아늑하게 견딜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