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안에 들어가 있으면 등이 얼어버릴 것 같던 겨울도 드디어 지나가는 시기가 왔네요.

작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눈이 쌓여서 결국 기차를 타는 수 밖에 없었던...

이젠 더워서 웃옷을 벗고 히트테크와 반팔티만 입고 달려도 그리 춥지 않습니다.


오키나와는 뭐, 한겨울에도 15~18도는 넘어가니 춥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라 바람도 엄청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다말다 해서
예상과는 달리 야영할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ㅡㅡ;

게스트 하우스의 말잘듣는 강아지. 주둥이가 콩코드 여객기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던 녀석이네요.


사실 3월 말까지도 무지 추웠습니다.
최저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면 중무장한체 텐트에 들어가도 추워서 덜덜 떨릴 정도니.

추운만큼 사진찍긴 참 좋은 시기였기도 했으니 뭐 쌤쌤이랄까.


12월에도 이런 단풍을 볼 수 있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눈이 내리고 나서부터는 그냥 아웃이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꽃이 만발하는 시기라서
빡빡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코쿠 타카마츠의 유명한 리츠린 공원을 놓치기는 아까웠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머물면 그대로 돈이라 가슴이 아팠지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도쿄돔 16개 크기) 공원이 벚꽃으로 만발하는 모습을 만끽한것으로 충분.


아이한테 쫓겨서 엥엥거리며 도망가던 냥이도 볼 수 있어서 만족 만족.
그렇게 쫓기면서도 울음소리가 공격적이지 않고 아주 가늘게 우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곳 생활이 빡빡하지 않다는 반증일 테죠.


날씨가 풀려서 밀려있던 세탁 왕창 하고 가벼운 장비로 변경하니 왠지 기분도 상쾌합니다.
지진의 여파로 생수도 한 사람당 2L 한통밖에 살 수 없는걸 보니 (이 먼곳에서도)
도쿄에 돌아가는 건 여전히 좀 탐탁치 않습니다만. 어차피 1주일도 안 머물테니 관계없다고 생각중.

기준치 몇백 몇천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신체엔 영향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는
이곳 미디어와 정부의 대응도 영 못마땅하고
무슨 세상 멸망하는 듯이 호들갑떠는 쪽도 그거대로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둘을 섞어서 물 좀 부으면 적당히 마시기 좋은 아메리카노가 될지도.

누그러진 날씨의 환대를 받으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날이 멀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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