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탄생만큼이나 신기한 우연이 운명처럼 겹치고 겹친 결과

여행중 만난 고등학생 소년의 집에 홈스테이 명분으로 들어가서 쉬게 된 여름날.

 

여행경비 충당을 위해 이것저것 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그쪽 마을은 인구가 몇백 명밖에 되지 않는, 나가노현의 아주 외진 시골마을이라서

바이트 찾는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맨열차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마츠모토에 자주 일자리 찾으러 가곤 했다.

도착시 낭낭한 목소리로 '마츠모토~ 마츠모토~' 라는 소리가 나오는게 특징인 도시.

 

한국사람이 운영한다는 커다란 고기구이집이 있어서 찾아가 봤는데, 빈자리가 없단다.

국보 마츠모토성이 위치해 있어서 꽤나 큰 도시임에도 불경기는 불경기라 바이트 자리는 별로 없고.

편의점 정도의 바이트로는 마츠모토까지 왕복 교통비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난감했을 때.

 

38도까지 올라가던 날은 정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체감온도는 43도 정도.

홈스테이 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면, 이런 날씨 즈음에서 픽 쓰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6도쯤 되는 날씨에 10시간 정도 달려봤더니 거진 사하라 사막 마라톤과 비슷할 정도의 체력소모를 느꼈다.

 

이 날은 멍하니 저 38도를 바라보다가 역 옆의 조그만 공원으로 걸어가서 전자책을 꺼내들고 책이나 읽었다.

집에 있는것도 아니고, 여행중인것도 아니고, 꿈 속에 있는 듯한 폭염 속에서 꺼내든 책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2010. 8. 31

'현실도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4월  (0) 2014.04.22
선거가 끝났습니다  (12) 2012.12.20
힉스 입자가 관측되었답니다  (18) 2012.07.04
스쳐지나감  (23) 2012.06.25
자전거 여행중 읽은 책들  (18) 2011.07.13
좁은 문 :: 2012. 7. 26. 20:02 현실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