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자전거 여행이라 지루함을 덜어보고자  E-Book을 최대한 담아갔습니다.

만약 서점에 E-Book이 좀 더 대중화 되었다면 몇 배는 더 가져갈 수 있었는데... ㅡㅡ;

1년동안 책을 추가할 수도 없고 해서 충분히 검증된 녀석들만 가져갔습니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ㅡㅡ;


천년의 금서 - 김진명

휴우~ ㅡㅡ+

리더기를 사니 공짜로 들어있었던 녀석이라 그냥 읽어봤습니다.
할 말이 없네요.

이게 책이냐?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필력은 아니지만,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나오는 현실을 보면
저 역시 그리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될런가 싶은 희망을 가지게 해 주는 장점은 있습니다.
딱 그냥 초딩수준.

주제에 대한 접근이 노골적이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그냥 폭발해 버렸다고밖에 할 수가 없네요.
쉽게 말하면. 그냥 앞페이지 소개글만 읽으면 소설(이걸 소설이라 해야 하나...) 전체를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 한 문장도 필요없어요.
유치찬란한 문체에 어색하기 짝이없는 진행. 안 된다 싶으면 툭툭 튀어나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냥 넷에서 할 말만 내뱉는 쪽이 더 낫습니다. 이걸 문학작품이라고... ㅡㅡ;

띠지에 나온 것처럼 진짜 위험하긴 위험한 책입니다.





88만원 세대 - 우석훈, 박권일

젊은이들을 열받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굉장히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가끔 그 친절함이 되려 설득력을 떨어트리기도 하는 단점도 있지만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의 되먹은 꼴을 보면 이 정도 단점은 필요악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할 정도로 미미하네요.

현실감각이라고는 쥐똥만큼도 없이 그저 이상론만 주구장창 읊어대는 허세 경제인들의 잡담보다는 훨씬 실용적입니다.





올란도 - 버지니아 울프

쉬운 책이 아니죠. 번역본에서 만족을 느낀 적이 없는 책인데, 추천해 주실만한 번역본이 있을지?

신인류로(?) 각성해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올란도의 심리 변화는
결국 여성의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한계가 느껴지긴 합니다. 작가가 여성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요.
그래도 이렇게 몽환적이면서도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묘사력은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달리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심판'도 함께 들어있어서 간만에 눈에 핏발좀 세우고 읽어봤네요.
하지만 심판은 변호 해주고 싶어도 이미 무너져가는 카프카의 인생이 영향을 크게 미친 책이라
미완의 즐거움을 논하기엔 빠져버린 챕터와 함께 의미마저 사라져가는 난잡함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변신'이야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간결하고 멋지게 완결된 단편이니 그저 행복할 뿐.






타워 - 배명훈

이런 작품을 읽으면 왠지
푹푹 찐다고 할 정도로 덥진 않지만, 에어콘을 틀기엔 아깝고, 그냥 가만 있으면 찝찝할 정도의 더위에
선풍기를 틀고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들이킬 때 느끼는 만족감과 같은 것을 느끼더군요.

노골적이고 식상하지만 거기에 딱 맞게 힘을 뺀 가벼운 서술과
'타워민국(?)'이라는 모순과 부정덩어리의 세상에서도 꼬물꼬물 자기 삶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귀여운 모습은
비관 일색인 저한테는 살짝 눈부신 느낌도 들지만, 이 정도면 꽤나 적당히 행복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 역시 첫 챕터가 제일 마음에 드는 걸 보면... 성격이 어디 가진 않나보네요.




달과 6펜스 - 윌리엄 서머셋 모옴

중학교때 읽고나서 지금까지 계속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책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사회는 대중들에게 '예술은 예술가가 하고, 인간은 자기의 삶을 살아갈 뿐'이라고 외칩니다.
그래야 돈이 굴러가니까요.

그래서인지 삶 자체가 예술이었던 스트릭랜드가 저한테는 멋져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히든 바흐 - 로버트 슈나이더

리더기에 들어있던 책 NO.2

그래도 천년의 금서따위보다는 100배 낫습니다.
아니, 사실은 꽤나 재미있습니다. 굉장히 유쾌합니다.

호밀밭을 지키는 누군가가 꽤나 싫어할 만한 못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혼자서 벌이는 뇌내 망상들이 즐겁게 다가오는 작품이죠.
가끔 도박만화의 걸작 '카이지'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주인공의 극단적인 심리묘사가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주인공을 위해 바흐가 인증까지 해 주는 마지막 챕터는 좀 사족이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방인 - 알베르 까뮈

이 작품 내의 법정 공방에서 드러나는 치부는 현재 한국의 여론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죠.
개성이라고 정의되던 수많은 것들을 '정신병'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고
조금 더 떠서 거기에 광기라는 폭력성을 점잖은 도덕적 규범이란 소스로 치장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 파시즘에 물든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집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모범적 앨리트라고 자신하는 세상이죠.

그런 면에서 정말 뫼르소는 20세기의 메시아인지도 모르겠네요.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번역본을 좀 더 리얼하게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항상 듭니다.
왠지 홀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신사로 보이거든요.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서도 '이런~ 병X'이라고 가끔 생각나게 하는
이 돌아이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저보다 순수한 존재 뿐일런지.

그래도 역시 극중 등장하는 어떤 인물보다도 홀든 녀석이 진짜 마음에 듭니다.





여자의 결투 - 다자이 오사무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자이는 정말 수줍은 카프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판은 이 단편만으로 책을 낼 수가 없으니 다른 단편들도 함께 넣었는데
'광대의 절규'라는, 다자이의 가장 자전적인 단편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마지막 중편 '쓰가루'를 읽고
꼭 한번 쓰가루 쪽을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루트가 꼬이고 꼬여버려서 결국 가보지 못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래도 뭐, 아쉬워 할 필요 없겠죠. 가고 싶은 곳이 남아있다는 건 다시 갈 기회가 있다는 뜻이니.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는 역시 이런 글이 진국인듯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 하루키의 무서움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긴장하게 되더군요.

음악 없이는 하루키의 작품이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매니악하게 음악에 매달리는 하루키를 '소설'이 아닌 형식으로 접하게 되면
그 리얼함에 위축되거나 한단 말이죠.

그래도 소개된 아티스트들 중 너댓 명 정도는 그럭저럭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근데 비치보이스는 아무리 들어도 저하고는 그닥 코드가 맞지 않는게 좀...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핏제랄드

이 작품을 출판사에 들고 가서 20세기 최고의 작품이 될거라 호언장담한 핏제랄드의 모습을 상상하면
왠만해서는 그런 호언에 동의하지 않는 저로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군더더기 없는 미려한 서술이 가능한지. 아름답다는 말 외에 어떤 칭찬히 필요할까요.
그 허무했던 풍요의 시대를 매력적인 인물과 과하지 않은 묘사, 인간의 본질을 가볍게 꿰뚫으면서도
시선의 중립성을 손상받지 않을 정도의 개입. 웰메이드 소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원래 딱딱하지도 않지만 가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장면도 빠지지 않는걸 보면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속이 꽉 찬 소설이란 딱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소설만큼이나 기구한 작가의 생애로도 주목을 받는 작품이긴 한데
가끔 어설픈 차도남(한국에 돌아와서 배운 단어입니다. 처음엔 저처럼 차 마시는걸 좋아하는 남잔줄 알았네요. ㅡㅡ;) 컨셉으로 인해
괜히 이 작품까지 얽히는 경우가 있어서 씁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인물들의 심리가 웨더링 하이츠의 매서운 바람보다 더 거칠고 혼란스럽다는 점이 매력포인트였습니다.
히스클리프의 악마적 매력은... 10~20대 감수성 깊은 여성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겠구나 싶더군요.
근 200년 가까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도 본성이라는 걸까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이 책에서는 커피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커피 맛도 납니다.
커피향 종이를 썼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ㅡㅡ;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할 수 있는 1980년대의 향기와
인물들이 개개인으로 존재할 때 스며나오는 인생의 쓴 맛과
인물들이 서로 얽히기 시작할 때의 시큼하면서도 약간은 달콤한 맛이 말이죠.

담담한 배경에 묻어가듯 차분했던 인물들이 에너지를 얻게 되면서 추억은 낭만으로 탈바꿈하더군요.
단지, 시대상을 생각할 때 1980년대 중반이라는 설정은 글의 분위기에 비해 좀 뒤늦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엄니께서 지금의 저보다 젊었을 시절에 누군가에게서 받은 러브레터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와서 스윽 훑어보면야 달콤씁쓸한 닭살이 돋는 문체일지도 모르지만
글 전체에 느껴지는 열정과 순수함은, 2011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겐 퇴화해 버린 감정이라고 생각.

이 책에서 느꼈던 감정은 바로 그런 감정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의 대사, 행동, 심리 등은 적어도 20년은 시간을 뒤로 당겨야 어울릴것 같았단 말이죠.

뒷부분은 굳이 이런 복고적인 작품에 첨가할 필요가 있었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영화로 만들려면야 적당한 장치가 되겠지만 소설의 특성을 생각하면 좀 생뚱맞긴 합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줄임표가 너무 많네요. ㅡㅡ; 줄이지 않은 문단에 말줄임표의 폭풍이...

그럼으로서 작중 시대보다 20년은 더 낡아보이는 배경장치에
작중 시대보다 20년은 더 신선해보이는 문단 구성의 괴리감이
오히려 묘한 매력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지금은 아니지만 카톨릭이 모태신앙이기도 했던 저였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서구 문화에서 종교가 가지는 저반적 기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철없는 아이들의 닭살행각이 주를 이루는 이 작품에서
그것을 승화시켜주는 장치의 현실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이건 20대 넘어서 읽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작품이네요.

아무리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도 이런 미려한 문체로 화자를 넘나들며 그림 그리듯 흘러가는
앙드레 지드의 필력은 감탄할만 합니다.

순수한 영혼을 얽매는 것은 그보다 덜 순수하고 금욕적인 종교였을까요.
어느 정도 늙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답을 찾기엔 너무 순수했던 아이들의 비극이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맥카시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영화중 하나였고
그 명성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멋진 원작이었습니다.

원작은 특히나 에드의 독백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였던 그의 허무한 노력과 고민에 비해 좀 더 납득할만한 여지를 남겨주더군요.
사막의 먼지바람만큼이나 매마르고 담담한 서술과
절제도 과장도 아닌 순수함으로 단단히 무장된 맥카시의 묘사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세삼 코엔 형제가 이 단단한 작품을 유연하게 영화로 옮겨낸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한편으로 이 작품을 설명할 수 있고
이 작품 한편으로 시간과 시대의 흐름이 가지는 무자비한 폭력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름 꽤 넣어갔으니 여행도중에 심심하진 않겠구나 싶었는데
왠걸 위에 나온 책들 '천년의 금서'를 제외하면
전부 5번 이상 읽을 정도로 책이 모자랐어요. ㅡㅡ;
아껴 아껴 읽는다고 해도 사실 필받으면 멈출수가 없어서리.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면 50권 정도는 넣어갔을텐데.
그래도 여러번 읽는 것 역시 우려내는 재미와 맛이 있어서 후회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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