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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8.19  엄니와 여행 - 타카마츠 4
  2. 2015.08.18  대구에 생긴 캇파즈시 4
  3. 2015.08.17  오랜만에 들어옵니다. 6

 

작년 7월에 엄니와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바글바글한 도시를 싫어하시니 어디가 좋을까 생각 좀 하다가

자전거 여행 중 나름 마음에 들어서 며칠 묵었던 타카마츠가 생각나더군요.

섬나라 안의 섬나라인 시코쿠(四国)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도쿄나 오사카처럼 번잡하진 않습니다.

 

예전에 부모님 친구분들이 일본에서 어느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더라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가 타카마츠 근처의 지중미술관이었기에 더욱 엄니의 흥미를 돋구웠겠죠.

나이대가 관계 있을지는 모르지만, 친구가 다녀와서 좋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인도 가 보고 싶은 그런 심리도 작용했을 겁니다.

 

지방 살아서 힘든 게 타카마츠같은 곳은 일단 주요 관광지에 비해 외진 곳이라 대부분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편하게 KTX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바로 공항철도를 타고 바로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타카마츠행 비행기는 저가항공도 없어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데, 이럴 경우엔 서울역에서 미리 탑승수속도 해둘 수 있어 편했네요.

요즘 인천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체크인 수속하고 검색대 통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비싼 항공사 이용하면 그나마 특전이 있군요.

 

 

 

공항철도에서 국제선 청사까지 가는 게 조금 길긴 하지만 어차피 실내라 더운 편은 아닙니다.

단지 7월에 타카마츠 간다는 게 조금 걱정은 되더군요. 거기도 시원한 곳은 아니라... 그래도 오사카나 도쿄보다는 시원한 편입니다만.

 

엄니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가는 게 처음이라 이런 모습도 한번 구경할 만 하실겁니다.

 

 

 

이것저것 공사중이긴 한데, 이 정도 규모를 단지 공항철도 환승용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붙일 예정인지 모르겠네요.

 

공항철도가 완공되지 않았던 시절엔 인천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별로 편하질 않아서 아쉬웠는데

요즘 인천공항은 서서히 완전체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물론 공항 자체의 특색이라던가 그런 건 거의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죠.

면세점이 어마어마하긴 해도 사실 아기자기하게 즐길 거리는 거의 없고 그냥 겉멋만 들었다는 느낌이니.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저 1층의 오토바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칸 크루저라면 거의 할리 데이비슨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오토바이 제조사는 저 인디언이죠.

 

물론 지금도 할리 점유율과는 상대가 안되지만 할리와는 다른 매력이 충만한 녀석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저런 크루저는 나이가 좀 더 들면 타 볼까 하는 편이라 당장 구매욕이 솟구치치는 않습니다만.

오토바이는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서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더군요.

 

 

 

인천공항은 언제 와도 참 거대하고 깔끔하며 별로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어느 공항이나 먹거리는 만족을 해 본적이 없는데, 이 거대한 공항 역시 먹거리 수준은 영 아니죠.

 

갈비탕 하나에 만원이 넘는데도 막상 먹어보면 이게 이런 고급스러운 공항에서 팔 수준이나 싶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일본의 센트레아 공항은 이륙시간이 다가오는게 아쉬울 정도로 먹거리가 다양하고 맛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는 빨리 이륙시간이 되어서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멋을 살리는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네요.

인천공항을 즐기려면 꼼곰함을 버리고 규모와 화려한 면세점의 분위기에 취하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 사치품 말고 이 공항에서 마음에 들어하는 먹거리나 선물거리를 어떻게 선택할런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느긋하게 게이트에 도착합니다.

저 혼자 여행 갈때는 가끔 사람이 너무 미어터져서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시간이 없기도 하는데

엄니와 함께 느긋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죠.

 

엄니는 세계 곳곳을 다녀보셨지만 거의 대부분 여행사 투어상품을 따라간 것이라

저하고 같이 가는 자유여행은 어쨌든 체력적으로 조금 더 부담이 될 지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죠.

물론 여행사처럼 맛없는 음식 먹이고 한밤중에 숙소로 돌아와 새벽에 떠나는 강행군을 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으로 여행사 상품처럼 편안히 앉아서 관광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두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이니까 말입니다.

 

특히 2014년 1월쯤에 갔던 오사카 부근 여행은 추위에 무리가 간 건지 혈뇨를 쏟으셔서 여행 하루를 꼬박 호텔에서 누워계시기도 했기에

이번엔 구경을 많이 못하더라도 최대한 느긋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시도록 조심하는 중입니다.

여러 번 그 점에 대해 말씀도 드렸고, 엄니도 집안일 하지 않고 편안히 먹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네요.

 

 

 

커피를 별로 안좋아하시지만 향기는 좋아하시고, 피곤할 때 한두 모금씩 마시면 힘이 난다고 하시죠.

지방 사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문제가 여행 첫 날이 굉장히 피곤하다는 점입니다.

KTX와 공항철도 타는 시간만 계산해도 이미 비행기 타는 시간보다 더 길어져 버리니.

 

이번 여행은 오후 5시가 넘어야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니 아예 일정이란 거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숙소 도착하고 밖에 나와 저녁식사 하고 쉬는 것 뿐이죠.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그 목가적인 아담함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관광객도 그렇게 많지 않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조용하게 이동이 가능하더군요.

작년 일이라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 요즘 일본은 전국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흐르고 있어서.

 

시코쿠라는 지역이 꽤나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엣 정취가 남아있는 곳도 있어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주요 목적지인 타카마츠는 나름 큰 도시라 불편함도 없고 말이죠.

 

특히 시코쿠 중 타카마츠시가 속한 카가와(香川)현의 경우 별명이 '우동'현일 정도로 우동 사랑이 각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공항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음식점은 역시 우동 전문점.

 

카가와현의 우동 사랑은 농담이 아닌 게 이곳의 옛 이름이 사누키였으니까요. 한국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사누키 우동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우동집 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고, 아예 우동현이라고 불릴 만큼 우동 하나만큼은 압도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타카마츠 시내에 들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은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즈시입니다.

버스 타고 오면서 쿠라즈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우동은 여행중 지겹도록 먹어재낄 테니까요.

 

카가와현의 우동사랑은 단순한 지역 홍보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의 프라이드와 같기 때문에

온갖 우동관련 제품은 물론 지역의 유명한 우동집을 안내하는 우동 택시와 우동 투어 버스까지 존재합니다.

우동먹으러 다니는 데 하루를 투자하는 건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이한 코스니 저도 계획에 넣어놨습니다.

 

쿠라즈시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아서 엄니와 택시를 탑니다.

당연히 버스로도 올 수 있지만 엄니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택시비 800엔 정도를 아낄 필요도 없는 여행이고 말이죠.

 

쿠라즈시는 캇파즈시와 함께 대표적인 저가형 회전초밥집입니다만 그래도 한국 회전초밥집보다 훨씬 낫습니다.

첫날부터 고급스런 스시를 벌벌 떨어가며 먹을 필요는 없어서 여행 첫 날을 기념하며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네요.

 

 

 

한국에서는 늘 초밥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레벨이면 그 갈증을 해소할 정도는 됩니다.

대부분의 초밥이 105엔 짜리임에도 비슷한 가격의 한국 회전초밥과 비교할 레벨은 아니죠.

 

사실 105엔짜리 초밥은 생선보다는 이렇게 소스를 바른 군함말이나 조개 등 패류가 주를 이룹니다.

그나마 오래 보관이 가능한 조개류에 비해 생선은 신선도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너무 많이 바뀌니까요.

본토 사람들도 그런 거 다 인지하고 오는 거니, 가격대에 적정한 음식이라는 느낌입니다.

 

 

 

초밥도 신나게 먹고 당시 새로 구입했었던 카메라로 신나게 찍어주기도 하며 즐깁니다.

엄니는 사실 저만큼 초밥을 좋아하시는 편이 아니지만, 라멘 등의 짠 음식은 더 싫어하기도 하고

일본 요리중에서는 속에 부담가지 않는 나름 고급 정식을 좋아하시는 터라 도착 직후의 간편한 요기 떼우기로는 회전초밥집이 좋았죠.

 

 

 

저가형 회전초밥집은 경쟁이 심한 종목이라 손님을 끌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다 먹은 초밥 접시를 넣은 구멍이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죠.

식사 후 일일히 점원이 나와 먹은 접시를 계산하는 인건비도 줄이는 동시에 재미라는 측면도 붙잡으려고 노력한 결과입니다.

 

 

 

5접시를 넣으면 테이블 위의 터치패널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일종의 슬롯 머신이 작동합니다.

여기서 당첨되면 조그마한 기념품을 주기도 하죠.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은 한 접시라도 더 먹으려 할 테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런 걸 보면 상술이란 것도 나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중요할 텐데 말이죠.

 

 

 

생선쪽은 그렇게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타카마츠가 바다와 인접한 항구도시다 보니 나름 신선하더군요.

물론 참치 대뱃살 같은 건 입에서 슬슬 녹겠지만 그건 여기서도 한 접시 700엔 가까이 하는 고급품이라.

 

저녁의 쿠라즈시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손님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엄니도 저한테 '일본 사람들 조용하다고 하더니 전혀 아니네'라고 하실 정도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죠.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고급 초밥집에 들어가서 그 고요한 분위기에 오히려 압도되는 경우도 있어서

풀어진 느낌으로 편안하게 즐기기엔 이런 회전초밥집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새우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안 시킬수가 없습니다.

이건 한 접시당 두 개가 아니라 하나만 나오는, 즉 일반 초밥의 2배 가격입니다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예전에 일본 방송에서 본 바로는 새우의 생물학적 친척이 지네라고 하더군요.

이 녀석을 보면서 그럼 깨끗하게 사육한 지네 고기의 육질도 비슷한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시도해 볼 만큼 담력이 크진 않습니다만.

 

 

 

회전테이블에 올라가 있지 않은 녀석들도 터치 패널에서 사진을 보며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엄니께서도 몇 가지를 주문해 봅니다. 저도 처음 보는 녀석을 주문하시더군요.

 

구운 김 위에 반숙계란과 명란젓을 올린 김밥같은 녀석입니다. 왠지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게 엄니가 궁금해 하실만도 하네요.

맛은 뭐 명란젓의 짠 맛을 부드러운 반숙계란이 중화시켜 주고, 위에 올려진 고추장같은 살짝 매운 소스가 입맛을 당기게 해 주더군요.

 

재미삼아 한 번 먹어본 녀석이지만 의외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여기서라도 먹어보자고 라멘도 주문합니다.

이런 건 직원이 직접 가져다 주죠.

 

엄니가 짠 라멘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엄니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을 기회가 없기도 하고

특히 이곳 카가와현은 우동의 성지이기 때문에 굳이 라멘을 먹을 필요가 없었기도 하니까요.

 

인스턴트 라멘처럼 매우 평범한 맛이었습니다만 반숙계란과 듬뿍 올려진 파가 나름 맛을 보충해 줬습니다.

 

 

 

정신적인 흥분도라고 할까, 여행에서는 첫날 밤이 가장 들뜨는 기분입니다.

한창 여행중일 때는 그게 일상이 되어버리니 재미는 있지만 흥분되지는 않고

여행 마지막이 다가오면 또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구나 싶어서 조금 우울해 지니 말이죠.

엄니께서는 피곤한데 집에 가서 쉬면 좋지 하시며 돌아가는 것도 싫어하시진 않습니다만.

 

그래서 아침부터 KTX 타고 공항철도 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하면서 도착한 여행 첫날 저녁은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님에도 꽤나 즐겁게 흡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캇파즈시보다는 쿠라즈시쪽이 제 입맛에 더 맞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봤자 몇 번밖에 가 보지 않았기에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요.

 

밤이 어두워졌지만 7월의 타카마츠는 선선하다 할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내일부터는 35도는 넘은 기온 속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각오를 해야겠죠.

 

엄니나 저나 배가 많이 불러서 조금 산책이라도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자전거 여행때도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회전초밥이란 것도 너무나 비싼 음식이었으니

아마도 저 앞에 보이는 규동집인 스키야 정도에서 400엔쯤 하는 규동 곱배기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엔 카가와현에 왔으니 우동을 먹어보자고 우동집에 들어갔는데

이 곳의 특이한 우동 주문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그냥 빈 쟁반만 들고 멍하니 서 있으니

주방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당신 외지인이지? 그렇게 서 있는거 보니' 하시더군요.

이쪽의 우동집은 대부분 기본적인 면만 어떻게 내어달라고 말한 후 접시에 면을 받고 나면

식판을 옆으로 주욱 끌면서 전시되어 있는 튀김 등의 각종 추가 메뉴를 자기 취향껏 덜어가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하러 왔다고 하니 크게 놀라시면서 '장하구만. 많이많이 먹어요' 하시던 당찬 아주머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일본의 도시 외곽지역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큰 주차장이 필요한 대형 음식점이나 넷까페, 중고차 시장 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도시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불법주차에 매우 엄격한 곳이다 보니 이런 음식점들은 외곽으로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엄니가 고기를 아주 좋아하셨다면 회전초밥집 대신 저 앞에 보이는 고기뷔페집에 들어갔겠지만

초밥보다 고기를 더 싫어하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건너편에 대형 쇼핑몰 YOU ME 타워가 보여서 엄니가 구경가자고 하십니다.

거의 폐점시간이라 물건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택시타고 돌아갈 예정이고

저 쇼핑몰 앞에서 택시를 쉽게 탈 수 있으니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카메라가 5축 손떨방을 자랑하던 올림푸스의 E-M1 이라 이렇게도 한 번 찍어보는군요.

배경은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생기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한국의 그마트와 같은 YOU ME 타워는 생각보다 훨씬 크더군요.

슈퍼뿐 아니라 유니클로, 홈센터인 니토리 등 많은 가게가 함께 모인 곳인데

다행히도 슈퍼는 아직 열려있어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들고 갈 수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니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는군요.

보통 일본의 택시기사는 승객에게 말을 잘 걸지 않습니다만 시골로 갈수록 말을 잘 걸어오시는 듯 합니다.

내일은 리츠린 공원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 타카마츠의 자랑이라고 하시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자전거 여행 중 상당히 인상깊었던 공원이라 이번에도 찾아가려고 합니다.

 

공원이 워낙 커서 관리하는 사람만 백여 명이 넘고, 그 덕분에 지역경제도 활성화가 된다고 뿌듯해 하셨네요.

시코쿠에서는 가장 큰 도시지만 사실 일본 전국에서는 상당히 작은 축에 들어가는 이곳 타카마츠인데

택시기사분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볼거리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부럽습니다.

 

제가 서식하는 대구에서는 생전 처음부터는 관광객에게 저렇게 자랑스럽게 추천할 만한 곳이 금새 떠오르질 않는군요.

 

엄니가 어차피 잠만 잘 거 숙소에 돈쓰지 말자고 하셔서 저렴한 토요코인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토요코인은 원래 다른 호텔이던 것을 거둬드린 터라 일반적인 토요코인에 비해 훨씬 거대합니다. 가격은 두 명에 7만원 정도로 저렴한데도 말이죠.

예전 자전거 여행 때 리츠린 공원을 보기 위해 하룻밤 묵었을 때 그 예상외의 거대함에 놀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죠.

 

트윈침대도 넓직넓직하고 그 옆에 간이 테이블까지 놓여진 곳이라 매우 쾌적하게 간식을 까먹으며 쉴 수 있었습니다.

 

 

친구하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대구 시내에 나갔습니다. 한 달 전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시내 돌아다닐 때 일본서 친숙했던 회전초밥집 캇파즈시 간판이 보여서 신기했기에

이번 영화보기 전 맛을 한 번 보기로 결심하고 있었죠.

 

물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캇파즈시 자체가 일본에서도 저가형 회전초밥집이기도 하고

그것조차 내륙지역인 대구에서 뭘 기대할까 싶은 기분이었으니까요.

 

방문하니 개점 기념인가 뭔가 해서 정액제(?)가 실시중이었습니다.

저야 정액제 해도 접시수 채울 수 있지만 친구와 동생분이 과연 그렇게 먹어댈 것인가가 약간 걱정되더군요.

 

 

 

처음 자리에 앉아서 흰새우 초밥을 먹어보니 왠걸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놀랐습니다.

 

90분간 18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일본 캇파즈시 최저가 초밥 한 접시가 105엔이고

보통은 아무리 안 먹어도 최저가보다 두세 배 비싼 초밥을 몇 접시는 반드시 먹게 마련이니

거의 이거보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최저가였는데, 흰새우 초밥은 그냥저냥 먹을 만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흰새우 초밥이 이 가게에서 제일 신선한 녀석이었다는게 함정이었네요.

나머지 초밥은 생선살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고, 이런 패류 초밥들은 거의 건조된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내륙 지역에서 이런 회전초밥이라면 가격대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죠.

대구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몇몇 회전초밥집은 예전에 가 보니 초밥이라 부르기가 힘든 레벨이었으니까.

 

 

 

생선초밥보다 이런 오리훈제 초밥이 인기 순위에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팜플렛에서 이미 결론난 상황이긴 합니다.

생선초밥의 신선도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고, 그나마 종류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일본의 105엔 초밥 이상의 메뉴는 없습니다.

 

참치초밥이란 것도 기름기 없는 최하급 부위만 덩그러니 올라가 있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고 말이죠.

 

 

 

메뉴가 있어서 신기할 정도였던 게살과 게장 군함말이였습니다.

게살은 퍼석퍼석하고 게장은 반쯤 농담으로 발효시킨 정도라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가격이 모든것을 상쇄해 줍니다. 정말로 대구 회전초밥집에서 이거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일본의 좀 괜찮은 회전초밥처럼 기본이 300엔 이상에 고급은 600~800엔 짜리 접시가 돌아가는

그런 초밥집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대구에서 그 정도 레벨이라면 회전초밥에 내밀 필요도 없으니 애석할 따름입니다.

 

 

수준 파악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정말 의미없는 행동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예의상 계란말이도 하나 시켜봅니다.

초밥이 아니라 그냥 계란이 통째로 하나 딸려오네요. 일본에서도 이렇게 주는 데가 있으니 특이하진 않지만.

 

 

 

시스템만은 일본의 캇파즈시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회전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 않은 것들을 터치패널로 주문하면 열차가 초밥을 싣고 달려옵니다.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열차에 일어가 적혀있더군요.

 

요즘 일본의 캇파즈시나 스시로 등의 저가 회전초밥집들은 주요 소비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하고 있죠.

다 먹은 빈 접시를 투입하는 구멍이 있어서 거기 5개를 넣으면 모니터에서 슬롯머신이 돌아갑니다.

당첨되면 휴대폰 스트랩 등 조그만 선물을 증정하기도 하죠. 부모들과 온 아이들이 재미삼아 돌리기 위해 초밥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대구쪽 캇파즈시는 아직 그런 모델까지 도입하지는 못했네요.

 

 

 

인기 NO.1 이었나 NO.2 였나 추천하는게 이런 녀석입니다.

일본 초밥집에서 인기 NO에 이런 녀석이 올라가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을의 토픽감일텐데 말이죠.

 

여기서는 날생선 레벨이 이 녀석보다 위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순수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녀석도 랭킹에 올라가 있었던 걸로 기억.

 

중반을 넘어가니 생선은 먹을 게 없고 해서 이런 것도 재미로 시켜봅니다.

물론 고기니까 맛이 없진 않는데, 전체적으로 간도 짜고 조미료맛이 강해서 난감하네요.

생선초밥의 아이덴티티와 괴리가 심한 느낌이죠. 이런 강렬한 소스로 무장한 녀석을 먹으면 생선초밥이 너무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시간은 꽉 채우고 나가기 위해 이젠 별의 결 것을 다 시켜봅니다.

그래도 고로케는 나름 맛있더군요.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데 오면 생선초밥보다 이런 곁들이 요리를 많이 시키니까요.

 

그러고보니 초밥의 친구인 녹차는 어디가고 탄산음료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모습도 조금 특이했습니다.

초밥에 찍어먹는 간장도 사실 초밥용이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양조간장을 써서 맛 밸런스가 안맞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가격대 성능비를 즐기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면 먹을 만 합니다.

 

 

 

와사비 문어는 제가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 짠 맛이 강하고 와사비 맛이 별로라서 이것도 그냥저냥.

세삼 한국에서 중저가 초밥으로 만족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서울쯤 가면 일본에서도 일류로 통할 만한 장인들이 쥐는 초밥집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십만 원대를 넘어가니 자주 먹을만한 녀석이 아니죠.

 

일본에서는 저가형 회전초밥 말고도 어느정도 레벨을 갖춘 회전초밥집도 있어서, 1인당 4~5만원 정도 투자해 만족할만한 레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 정도의 중간대 초밥을 찾기가 참 힘드네요.

 

 

 

그래도 초밥집 분위기나 시스템만큼은 일본의 캇파즈시를 거의 완벽히 가져왔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추억을 음미하며 즐기는 정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초밥을 더 먹을 게 없어서 별걸 다 시켜보네요. 전체적으로 너무 짠 느낌이라 나중에 고생 좀 했습니다만.

 

 

 

코코넛 새우튀김이란 것도 있어서 무조건 시켜봅니다.

맛은 별로지만 따끈따근하게 나와서 와작와작 씹어먹기는 좋네요.

친구와 동생분은 나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인 18접시까지 가기는 좀 힘들었나 보네요.

 

 

 

과일이나 디저트류는 몇 접시 이상 주문시 추가요금이 가산되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의 뷔페집들이 그렇습니다만,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많이 먹을수록 가게쪽 손해라 어느 정도 제한을 둡니다.

 

 

 

그래도 이미 초밥에서는 흥미가 멀어진 동생분이 이것저것 디저트를 시켜봅니다.

샤베트 홍시는 맛있었나 모르겠네요.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만.

 

이 당시 타이밍을 잘 잡은건지, 저희 일행이 들어갔을 때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먹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대기 인원이 상당하더군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시간 다 채우며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오레오 빙수는 최악이었네요. 빙수가 아니라 그냥 얼음조각입니다.

와드득 와드득 씹히는 얼음조각을 빙수라 생각하고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오레오하고 궁합이 맞으려면 빙수를 매우 세심하게 갈아넣어야 할 텐데, 지금 씹는 것이 얼음인지 오레오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여기 오기 1주일쯤 전에 일본서 괜찮은 초밥을 먹고 왔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 가고 난 1주일쯤 후에 또 일본에 갈 일이 생겨서 거기서도 초밥을 먹은 터라

이 녀석의 추억이 미화될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대구에도 캇파즈시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신기한 볼거리를 체험해 봤다는 데 의의를 두면 되겠죠.

영화보러 가는 도중 재미있는 가게가 있어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찜닭에서 장미향기라도 나는 걸까요.

 

SINCE 2013이라는 글자도 약간 우습습니다.

대구 동성로는 워낙 가게 들어오고 나가는 게 심해서 제대로 오래 된 맛집이란 게 별로 없거든요.

저 가게는 SINCE 라는 단어에 어울릴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끔가다 쳐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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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여러가지로 일이 많았습니다.

나고야에서 지인분이 주최하는 전시회가 있어서 가는 것 까지는 예정대로였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이것저것 계획에 없던 일이 많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네요.

 

바쁘다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시간과 머리를 요하는 일들이라 블로그를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찾는 분들이 많은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참 죄송할 따름이네요.

 

작년 여행 포스팅도 아직 한참 남아서... 이걸 대체 언제 다 올리나 고민중입니다.

사진은 일본의 지인분이 선물로 주신 밤만쥬입니다. 그쪽 지역은 밤이 잘 자라서 이게 특산품이죠.

 

 

 

가격이 싼 편이 아닌데도 너무 적게 들었습니다. 귀하신 몸이네요.

개별포장 상태를 보면 진짜 정성들였다는 느낌은 듭니다만 양이 이렇게 적어서야.

 

그래도 선물받은 녀석이니 엄니와 함께 차 한잔 우리면서 뜯어봅니다.

 

 

 

튼실하게 잘 구워졌네요.

 

예전에 이쪽 지역에서 소바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사장님 아버지가 일부러 사 오셔서 시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참 고마운 추억인데, 지금 와서는 순수하게 즐거워 할 수만은 없네요. 사람 인생이 그렇습니다만 세월이 많은 것을 바꾸게 합니다.

 

 

 

만쥬 안에는 이렇게 튼실한 밤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팥소도 매우 튼실하게 들었고 먹어도 목이 메이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요 조그만 녀석이 한 개 2000원 가까이 하는 꽤 비싼 녀석입니다만 퀄리티는 가격값을 한다고 봅니다.

 

엄니께서도 하나 먹어보시고는 조카한테 하나 먹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유통기한이 짧아서 조카가 집에 내려올 때까지 버티질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이번에 방문한 지인 아저씨분이 나고야까지 차로 바래다 주셨는데

잘 달리다가 갑자기 휴게소에 들어가시더니 술을 한 병 선물로 사 주시더군요.

물론 저도 선물을 들고가긴 했습니다만 역시 주는 데 비해 받는 건 익숙하질 않습니다.

 

키소지방의 지역주인데, 그 쪽 사람들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녀석이죠. 홈스테이 하는 도중에도 이 녀석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첫 잔을 따라보지 않았습니다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 음미를 해 봐야겠죠.

 

 

 

일본의 향토주는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습니다.

중상급쯤만 되도 맛은 충분히 좋고, 보통 이런 녀석이 4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일곱 번 웃는다는 나나와라이(七笑)라는 키소 지방의 향토주입니다.

준마이 긴죠라는 레벨로, 이것보다 더 상급의 술은 지역민들도 어지간히 애호가가 아니면 잘 구분을 못하신다고 하네요.

 

증류주가 아니라 발효주라서 원료의 향기가 잘 남아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키소의 아저씨분이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 분이 이 술 맛있다고 추천해 주셨다면 확실히 좋은 녀석일 듯.

뚜껑 열어도 이걸 다 마실 사람이 집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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