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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r Fun'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3.27  통영의 전리품 개불 23
  2. 2013.02.11  진짜 한과 16
  3. 2013.02.09  설날 특식 전복 18
  4. 2012.11.12  휴일김밥 35
  5. 2012.08.20  손이 많이가는 추어탕 19
  6. 2012.08.12  말복때문은 아니지만 보양식 14

 

 

지난 주말에 부모님께서 모 친목회 친구분들과 함께 통영쪽을 다녀오셨습니다.

대구에서 통영까지 당일치기 왕복은 꽤나 힘든 일인데, 어쨌든 갔다오셨네요.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셨으니 피곤하실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오실때 개불을 사오셨습니다.

 

대구에서는 왠만해서는 먹기 힘든 녀석이라서 항상 기대하는 녀석이라서 반가울 따름이군요.

횟집에 가면 내놓는 곳도 있다지만 이걸 먹으러 횟집에 가기는 좀...

 

제철이 아닌지, 통영이 개불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지 요즘들어 몸값이 더욱 비싸졌습니다.

싱싱하긴 한데 접시의 저 녀석이 무려 1만원어치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멍게를 더욱 많이 사오셨습니다. 혼자서 먹지도 못할만큼.

부모님께서는 거기서 드시고 오셨다고 해서 저보고 다 먹으라는데, 이때가 밤 9시 반이었습니다.

이 소금기넘치는 녀석들을 지금 먹으면 내일 아주 수술끝난 사람처럼 퉁퉁 부어버릴텐데...

 

그리고 제가 멍게보다는 개불을 훨씬 좋아한다는거 아시면, 굳이 멍게 필요없이 개불을 2만원어치 사오시는게 좋지 않았으려나?

 

엄니는 아무튼 개불에는 손도 대지 않으시니, 예전 친구 강군의 권유로 먹게 된 개불은 집에서 먹는 사람이 저밖에 없네요.

강군은 미국에 있는데, 그것도 바다하고는 좀 떨어진 지역이라서 개불 구경은 하지도 못할듯 합니다.

가끔 이 블로그에도 들어오는 듯 한데, 이 포스팅을 보면 어떤 리플이 달릴지 대강 상상이 가는군요.

 

 

 

통영에서 싱싱한 녀석을 바로 쳐서 가져오신 터라 매우 싱싱합니다.

대구같은 내륙도시는 이런 걸 접하기가 힘들어서 아쉽죠. 해산물을 고기보다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

 

살이 튼실하고 바다내음이 팍팍 풍기는 멍게라서 간만에 마크로렌즈까지 꺼내서 사진을 담아봅니다.

소주하고 많이들 드신다는데, 저는 술을 거의 하지 않으니 그냥 초장에 찍어서 먹을 따름이네요.

썰어주시는 분이 역시 베터랑인지, 꽁지쪽에 겉부분을 살짝살짝 남겨놓으셨습니다.

저 부분은 이빨로 꽉 씹거나 쓰윽 뜯으면 붙어있는 살이 뜯겨져 나오는데, 그 부분이 또 별미죠.

 

 

 

요리되기전 개불의 그 형용하기 어려운 모습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테니 패스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먹는 소량의 개불이라서 천천히 한조각 한조각 음미하면서 먹었습니다.

 

먹기가 아까워서 개불 한조각 씹고, 멍게 한웅큼 먹고 하면서 밸런스를 조절했네요.

 

어느정도 씹다보면 달달한 맛이 혀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참 반갑습니다. 강군이 소개해 준 뒤로 제 해산물 베스트에 들어가는 녀석이죠.

강원도쪽에서 제철을 맞은 개불은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맛도 최고라고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군요.

다음에 강군이 한국에 돌아오면, 개불 사냥만을 목적으로 강원도로 한번 달려가 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짧지만 행복한 한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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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작은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수제 한과입니다.

조청을 비롯한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해서 만들어주셨네요.

 

애초에 조청 만드는 것부터 굉장히 손이 많이가는 작업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 주실수 있을런지 걱정도 되는 요즘입니다.

 

 

 

전 이런 한과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지인이 만들어 주셨다고 맛있게 느껴지는게 아니고

진짜 이거 먹으면 밖에서 파는 고급 선물세트 한과는 맛없어서 못먹습니다.

 

이것 역시 만들고 일주일쯤 지나면 좀 퍼석퍼석해 집니다만

방금 가져온 이 녀석은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나, 과하게 달지않은 조청의 부드러운 맛이나

뭔가 입에 어색한 느낌이 드는 판매용 한과와는 레벨이 다른 깔끔함을 자랑하는군요.

 

예쁘게 잘라놓은것도 아니고, 마치 빈대떡처럼 아무렇게나 생긴 모습이지만

제 평생 이것보다 더 맛있는 한과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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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과 :: 2013. 2. 11. 20:35 Food For Fun

 

 

집이 가난해서... 명절 선물로 오는것 아니면 맛보기 힘든 자연산 전복이 도착했습니다.

조카 태어났을때는 건강 챙긴다고 미역국에다가 조그마한 양식 전복 몇개 넣기도 했는데

그 쪼그만 양식 전복도 가격이 장난 아니더군요. 후덜덜...

 

 

 

이번 설날은 선물 보내주시는 분들이 무언의 약속을 한 건지, 기묘한 우연이 겹치고 겹친 것인지

한우 선물세트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난리가 났습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남는칸에 전부 밀어넣어도 공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제 평생 이렇게 많은 고기는 처음 볼 정도.

 

운동중이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있는 요즘인데, 식사때마다 밥 없이 고기만 구워먹는 요즘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근방에 사는 친척 어른들한테 한박스식 돌려드렸는데도 집에 남은 고기들을 보면 이걸 다 어떻하나 싶기도 하고.

 

웃기는건, 이렇게 들어올줄 전혀 생각도 못하고 지난주에 설날 차례용 고기를 따로 사서 보관중이었다는 점이죠.

 

 

 

아무튼 고기는 그렇다치고 이런 큼직큼직한 자연산 전복은 선물중 유일하기 때문에

싱싱할때 맛있게 먹기로 했습니다. 엄니께서 껍데기을 벗겨내는데 손목이 아프다고 하셔서

제가 숟가락으로 꾹꾹 밀어넣서 껍데기와 속살을 분리해냈습니다. 그런다음 재빨리 카메라 들고 이 영광의 순간을 담았죠.

 

그저 욕심일 뿐이지만, 집에 처박혀있는 고기들이 전부 동량의 자연산 전복이었다면

이걸 어떻게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똥꼬에서 푸른색 X가 콸콸 나올 정도로 열심히 먹어재꼈을 텐데...

내장이 고소하다고 많이 먹으면 여지없이 X색깔이 푸르딩딩하게 변하더군요.

 

파손 걱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스박스 안에 또 뾱뾱이를 넣은채로 보내주신 탓에

전복의 평평한 흡착부가 뾱뾱이 모양으로 오돌도돌하게 변한 모습이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날엔 근방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모 사람이름 김밥집의 맛이 어떨까 싶어서

일부러 종류별로 4줄이나 사와서 먹었던 터라, 저녁은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배가 빵빵했는데

이런 녀석이 도착하니 안 먹을수가 없네요. 덕분에 맛잇게 먹고 녹색 X을 배출했습니다.

 

김밥은 왜 그렇게 소문이 났는지 모를 정도로 평범하던데... 사실 집에서 제대로 만들어 먹는 김밥이 제일 맛있죠.

재빠른 물물교환이 된다면 집에 있는 고기들을 이 전복으로 바꾸고 싶지만 이루어질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

 

이제 추석때 다시 이런 녀석이 선물로 들어오기를 내심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그때는 엄니께서 퇴직하신 후라, 아마 이제부터는 이런 선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한없이 줄어들겠지만.

 

본인은 명절에 별로 좋은 감정이 없습니다만, 사교성 멘트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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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은 형님이 쉬었습니다.

뭔 당연한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 주말도 거의 쉬지 못하는게 지금 현실이라서.

하루 풀타임으로 쉴 수 있다는게 굉장한 사건이죠. 아기가 이제 2달째인데 형수님이나 형님이나 얼마나 서글플지...

 

어쨌든 쉬는 날이 생겼으니 애는 형님이 볼거고, 식사는 형수님이 챙겨주시네요.

저는 평일에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일요일이니 좀 느긋하게 지냅니다.

저야 조카를 그냥 귀여워해주는 정도라고 형님은 자기 자식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좋아 죽으려니까요.

 

점심때 형수님이 김밥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한번 만들어 먹기에는 꽤나 손이 가는 녀석인데...

 

 

 

옆에는 어묵탕도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하고 있네요.

식으면 맛없다고 일부러 인덕션에 올려놓는 센스까지.

 

무가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시원합니다.

 

 

 

백미를 먹지 않는 집이라 김밥도 잡곡이 들어가 색이 묘하게 되었습니다만

밖에서 파는 일률적인 김밥맛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서 계속 집어먹게 되는군요.

살짝 매운 소스를 바른 어묵이 포인트인것 같습니다. 계란말이도 두툼하고.

 

음식 평가하려는 포스팅이 아닌데, 사진 올리고 글 쓰다보면 자꾸 음식의 맛을 되돌리게 되니 저절로 그렇게 되네요.

아무튼 집어먹기 좋은 음식이라서, 자꾸 먹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과식하게 되는 무서운 집김밥이었습니다.

 

전 저녁에도 남은거 슬쩍 집어먹었군요. 참아야 하는데 먹기쉬운 김밥이 딱 놓여있으면 집어먹게 되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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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김밥 :: 2012. 11. 12. 11:06 Food For Fun

 

 

한달쯤 전에 엄니 지인이 미꾸라지를 가득 선물해 주셨습니다.

자기 논에서 직접 잡은 귀한 오리지날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권해주셨는데요.

요즘 시중에 돌아다니는 건 99% 중국산이라서 확실히 귀한 녀석이 맞긴 한데...

 

잠깐 서늘해졌나 싶더니 다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시작되는 대구라서

과연 추어탕을 해 먹을수 있을것인가 한참 고민했지만, 더 묵혀둘수도 없어서 일단 시작해 봅니다.

 

 

 

일단 각종 야채를 살짝 데쳐서 깨끗하게 씻는 일에서부터.

그냥 한두끼 먹을 정도만 해버리면 그럴 걱정이 없지만

미꾸라지 양도 상당히 많고, 여러번 해먹기가 영 귀찮아서 한꺼번에 큰 한솥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후반부엔 야채들도 곤죽이 되어버린다는 슬픈 전설이 있긴 하죠.

 

 

 

살짝 데치기만 하는 것이니 물을 바꿀필요 없이 그냥 계속 씁니다.

지금 보이는 저 큰솥에 추어탕을 끓일 예정인데, 저거 크기가 어마어마하거든요.

 

아마도 4~5일간은 삼시세끼 추어탕만 먹게 될 듯. 중간에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어줘야 질리지 않겠군요.

 

 

 

일단 해감은 다 한녀석을 보내주셨으니 잘 씻어서 삶습니다.

만들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추어탕은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 녀석이라서

귀한 녀석 선물해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받아놓고도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지역별로 만드는 방식의 차이가 큰 음식이기도 하죠.

이쪽에서는 뼈째로 갈아서 넣는 방식인데, 다른 곳에서는 갈아넣지 않고 그냥 통째로 넣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만 왠지 통째로 국 속에 떠다니는 녀석을 보는 건 왠지 사양하고 싶습니다.

 

 

 

이 날도 35도까지 올라가고, 폭염경보 발령까지 나서 아주 쪄 죽습니다.

엄니와 저는 그냥 땀을 물처럼 쏟아내면서 열기 앞에 서 있죠.

 

미꾸라지 삶는 동안 삶의 활력을 위해서 복숭아 하나 깎아먹어줍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한테 엄니는 뭔 식당홍보 사진 찍냐고 하시는군요.

 

 

 

재료도 대강 다 삶았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고역이었는데, 옛날엔 마늘 빻듯이 열심히 손으로 갈아버렸기 때문에

먹다가 잔뼈 안걸리게 하려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심히 갈아야 했으니까 말이죠.

 

엄니께서는 그거 힘들어서 추어탕 만들기 싫다고 하시니...

물론 요즘에야 제가 하겠습니다만,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그짓 하고 있으면 이건 뭐 극기훈련이 따로 없죠.

 

 

 

그래서 문명의 이기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믹서기가 아주 작아서 여러번 나눠서 갈아야 하지만, 손으로 빻는것보다는 훨씬 편하겠죠.

물을 약간 넣어서 갈면 더 잘 갈린다고 합니다.

 

왠지 저런 모양의 투명 컵에 넣어놓으니 음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좀 그로테스크하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 갈려서 다행입니다.

잔뼈 나오지 않게 멈췄다 돌렸다를 반복하면서 꼼꼼하게 갈아버립니다.

잘 삶은 녀석들이라 순식간에 죽이 되어 버리는군요.

 

 

그래도 꺼진 불 다시보자고, 체에 걸러서 남아있다 싶은 것들을 다음에 다시 넣어 갈아버립니다.

이걸 예전엔 전부 손으로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런지...

 

한때는 뼈를 발라버리고 속살만 넣기도 했는데, 건강 생각하는 엄니께서 칼슘덩어리 뼈를 버리는건 아까워 하시더군요.

어쨌든 예전보다는 편해졌지만 그래도 이 더위에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샤워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미꾸라지를 다 갈아버리고 본격적으로 끓여내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추어탕에 꼭 필요한 다진 양념도 만듭니다. 추어탕 맛이나 냄새나,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이라

잡내를 없애줄 여러가지 양념이 꼭 필요하죠. 고추나 후추나 초피가루나...

 

여담으로 초피가루를 엄니께서는 제피가루라고 하시더군요. 사투리인 듯.

 

 

 

이제 신나게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추어탕은 진득하게 오래 끓여내야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끓었다고 바로 먹을 수는 없죠. 최소 2시간 정도는 계속 끓여내야 겨우 첫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

 

엄니께서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허기진다고 하십니다. 엄밀히 말자하면 전해질 불균형 때문에

식은땀이 나는 현상입니다만, 아무튼 추어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기엔 배가 너무 허하군요.

 

 

 

그래서 추어탕은 끓게 놔두고 대충 남아있는 반찬 후다닥 긁어모아서 밥 먹습니다.

저는 며칠전 순두부집에서 무료로 가져가라고 놔둔 비지로 만든 비지찌게를 먹었죠.

두부보다 비지를 좋아하는 타입인데, 시골에서 직접 만든 비지보다 영 맛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비지란 녀석이 워낙 빨리 상하고, 두부를 직접 만들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귀찮은 녀석이라서

요즘 좀처럼 제대로 된 비지를 접하기가 힘드네요.

시골의 작은할머니가 많이 만들어 주셨는데,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힘들고... 아파트에서 두부를 만들수도 없고.

 

 

 

결국 추어탕은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한그릇 할 수 있었습니다.

조미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오리지날 추어탕이로군요.

 

식당의 추어탕과는 맛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미꾸라지 특유의 씁쓸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감칠맛 넘치는 가게 추어탕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아마 이건 맛없다고 못 먹을 사람도 있을 듯.

 

하지만 미꾸라지를 쏟아 부어서 만든 탕이 이 정도인데, 가게에서 조미료 없이 그 맛 내려면 한그릇에 15000원 이상은 족히 나가죠.

뭐라 말하기 힘든 묘한 맛이 추어탕의 특징입니다. 조미료를 넣으면 그런 조합된 맛이 싹 사라져 버리니 영 어색합니다.

후추 치고 초피가루 치고 다진 고추 넣고 밥 말아서 먹어주니, 지방 제로에 단백질 든든한 보양식이로군요.

 

8시라도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라, 땀 줄줄 흘려가며 극기훈련하듯이 먹어치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그릇 비우는 건 일도 아니고, 이게 소화가 워낙 잘되서, 몇시간만 지나면 배가 허전해지죠.

그래서 밤 12시쯤 한그릇 더 비웠습니다. 이 날은 잠을 잘만한 날이 아니어서... 엄니께서는 기쁘지만 많이 속상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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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형수님 출산일이 얼마 안남아서 가족 전부가 한번 들렀습니다.

처음 몇개월동안은 정말 변화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좀 무서울 정도로 빵빵하시더군요.

애는 건강하게 잘 크는데 형수님 체중이 늘질 않아서, 애가 움직이는게 밖에서도 보입니다.

 

예전에 본 프로메테우스 생각이 나서 살짝 섬찟하기도 했지만, 그건 제가 출산경험이 없어서겠죠.

 

암튼 엄니 생신날 근처에 올라간 터라, 조촐하지만 맛있는 케이크도 먹었습니다.

굉장히 맛있었지만 케이크 전체가 저 오레오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말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자랑할 듯.

 

엄니 생신이라고 해서 촛불을 팍팍 박아버리는건 엄니가 싫어하실것 같다고 형수님이 그냥 한개만 준비하셨습니다.

이런 센스가 세상 살아가는데는 꼭 필요하죠.

 

서울서는 여의도 근처의 꽤 괜찮은 고기집에 가서 고기도 먹고 그랬습니다만, 사진 찍은게 없으니 이 정도로...

 

 

 

며칠 지나서 대구에 이모가족이 찾아왔습니다. 여러가지 볼일이 있는데 겸사겸사.

미국 유학중인 사촌동생도 한국에 돌아왔기 때문에, 더운날 원기보충이라도 하자고 하시네요.

 

며칠 전 포스팅에 소개했던 해수전복에 가고싶다고 하셨는데, 공교롭게도 저희 가족은 거기서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것과는 좀 다른 의미의 보양식을 하는 곳으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깔끔한 음식을 자랑하는 곳이죠.

 

그 집에서 가장 고급요리진 용궁약탕은, 미리 예약해서 주문해놔야지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가장 큰 특대사이즈가 20만원 (부가세 별도인듯) 인데, 소고기 뜯는것에 비하면 양도 많고 값도 싼 편이네요.

6명이서 먹어도 배가 상당히 부를 정도로 양이 많으니 어찌보면 그렇게까지 비싼 건 아닐수도 있겠습니다.

 

요리 자체는 간단한데, 한방 육수에 온갖 해산물이란 해산물을 다 집어넣고, 오리 한마리 넣어서 푹 고아만든 탕입니다.

 

 

 

간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소금 살짝 쳐서 먹습니다.

여름이라고 해서 이렇게 보양식을 자주 먹은 적은 없는데, 올해 대구가 정말 몸에 이상생길정도로 찌는 날씨라서

이렇게 먹어줘도 영양과잉은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엄니께서는 굉장히 기력이 떨어지시는것 같아서 좋은거 많이 드셔야 할 듯.

 

작은 접시에 종업원분이 계속해서 탕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얼핏 양이 적어보여도 이걸 세 접시 이상은 먹습니다.

처음에는 전복, 낙지, 새우, 조개 등 해산물 중심으로 퍼 주시네요.

 

 

 

두 번째 그릇부터는 오리고리를 중심으로 퍼 주십니다. 오리고기는 뼈도 다 발라서 건네주시니 먹기가 편합니다.

이렇게 잡탕식으로 끓여내니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기는 좀 힘들어도

조미료 없이 이 녀석들만으로 우려낸 육수가 꽤나 묵직한 맛이라 마음에 듭니다.

 

순수하게 음식의 레벨로 보자면 해수전복의 전복찜이 더 고급인듯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식성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잘 맞겠더군요.

특대사이즈는 5인분이라고 적혀있지만, 6명이서 먹어도 충분히 배부를 만큼 양이 많습니다.

 

 

 

재료가 대강 없어지면 육수에다가 잡곡밥을 넣어서 죽까지 만들어 주거든요.

엄니를 비롯한 여성쪽에서는 이 죽까지 먹기가 힘들 정도로 배가 든든합니다.

 

음식 남기는건 용납 못하는 성격이라서 어쨌든 싹싹 긁어먹으려고 제가 몇 그릇이나 더 먹고 먹고 했네요.

제 배둘레가 늘어난다고 해도 어쨌든 음식을 남길수는 없어서...

 

좀 전에 남겨놓았던 오리고기와 해산물 몇점을 죽에 넣어서 같이 먹으니 씹는맛이 있어서 좋습니다.

 

 

 

신나게 먹고 집으로 와서 차를 마시고 잡담시간을 가집니다.

한창 올림픽 중이라서 차 마시다가 거실로 나와서 경기 보다가 하는군요.

대학 1학년인 사촌동생은 어릴적부터 미국서 혼자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립심도 강하고 든든(?)합니다.

 

대학 들어가서는 조정부에도 들어가서 열심히 연습중이고, 성적도 거의 학교 1등에 가까워서 만능의 파워를 자랑하는군요.

영어를 활용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공부할 목표로 삼고 있는 아버지께서

네이티브가 왔다고 평소 궁금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물어봅니다. 저희 가족이 그 모습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지만...

천상 조선시대 양반처럼 평생 방안에서 책이나 훑는 인생이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는 아버지다 보니

그걸 옆에서 평생 봐 오는 가족의 기분은... 뭐 대충 아실분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기념으로 이모가족 전부가 이번에 나온 갤럭시 S3 를 구입했더군요.

칩만 바꾸면 미국에서도 사용가능하니 문제없는 듯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란 참 놀랍네요.

 

하지만 이모는 저희 엄니와 마찬가지로 이제껏 전화만 되는 폰을 사용해 온 터라서

맛폰이란게 뭐에 쓰는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합니다. 슬쩍 보니 아예 새로 설치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네요.

 

그럴때는 일단 고스톱 깔아드리고 보라는 진리가 생각나서 무료 버전이라도 설치를 했습니다.

애초에 이모는 고스톱도 거의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이것 역시 낯설어 하지만, 재미삼아서라도 활용을 해 보면 좋겠군요.

 

엄니께서는 S2를 사용하고 계신데, 더 커졌음에도 더 가벼워진 S3가 참 대단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결국 S3가 필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서 그냥 그렇네 하고 지나가 버리셨지만.

저도 한때 굉장한 하드웨어 매니아였는데 아무래도 스마트폰 세대는 아닌지, 갖고 있는 맛폰으로 최소한의 네트워크 활용만 하고

카카오톡도 한 달에 한두 줄 사용할 정도로 별 의미가 없는 스마트 라이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냥 기술발전이 놀랍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타입.

 

이제 드디어 대구도 폭염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네요. 참 굉장한 나날이었습니다.

제 인생중 이렇게 보양식을 많이 먹은 여름은 처음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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