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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뷰'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09.10  대구국제재즈축제 - 후루카와 나츠코 & her Soul Food Cafe 6
  2. 2012.09.10  대구국제재즈축제 - 프렐류드 6
  3. 2012.09.08  대구국제재즈축제 - Epekeina 10
  4. 2012.09.01  대구국제재즈축제 - 정중화와 JHG 14
  5. 2012.08.31  대구국제재즈축제 - 매트 패나이데스 8
  6. 2012.08.30  대구국제재즈축제 - 성기문 하몬드 오르간 트리오 6

 

 

2012년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밴드는 후루카와 나츠코(古川 奈都子) & her Soul Food Cafe 가 맡아주셨습니다.

후루카와씨는 스윙재즈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죠.

뉴올리언스 재즈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뉴올리언스 술집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재즈라고 하면, 느낌은 달라도 분위기가 한국 술집에서 막걸리나 소주 마시면서 '홍도야 우지마라~' 라고 한곡조 뽑는 모습과 닮아있죠.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는, 말그대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소울을 알콜과 함께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입니다.

 

 

 

그녀와 10여년간 함께 해온 Soul Food Cafe 멤버들도, 이미 후루카와씨와 혼연일체가 된 느낌입니다.

뮤지션은 음악을 말을 한다고 하지만, 이 친근해 보이는 제목의 밴드분들은 의상과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을 주장하는 듯 하네요.

 

국민성이라고 해야 할지... 스윙 재즈가 꽤나 대중적으로 발달한 일본 재즈계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예술성보다는, 출출할 때 따끈하게 한그릇 먹는 쌀밥 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후루카와씨는 5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다가, 스티비 원더에 빠져서 재즈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왜 밴드 이름이 Soul Food Cafe 인지는 이것만으로도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대학에서 '뉴올리언스 재즈클럽' 활동을 하다가 졸업후 정말로 뉴올리언스에 날아가셨더군요.

온갖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부업으로 뉴올리언스에서 일본인 관광 가이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야 그닥 인지도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재즈계의 중견으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데

웃는 모습이 정말 밝은 분이라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는 능력의 소유자이시죠.

 

 

 

Soul Food Cafe 의 멤버들도 그런 후루카와씨의 절친이다 보니 다들 얼굴에 미소가 넘칩니다.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순수하게 솟아나는 깨끗한 웃음이라는 느낌이죠.

 

드럼의 히라바야시 요시하루(平林 義晴)씨의 미소도, 음악과 함께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가게 되더군요.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넘나드는 우미츠키 유타카(海付 豊)씨는

뭔가 개그프로에 등장할 듯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자랑하십니다. 그만큼 음색도 즐겁고 경쾌하군요.

 

옆의 트럼페터 칸노 아츠시(菅野 淳史)씨는 게스트로 참가하셨지만 어찌나 SFC와 잘 어울리는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에 충격을 받아 재즈에 발을 들이셨다는 칸노 씨는

일본에서 엔카가수로도 유명한 김연자씨 공연의 트럼페터로도 활동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중이십니다.

 

 

 

관악기 두대의 앙상블이니 당연히 상승효과가 있긴 합니다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분은 또 오랜만이더군요. 달콤쌉쌀한 소리가 회장을 채우는 모습이 뭔가 뿌듯함마저 느껴집니다.

 

 

 

뉴올리언스 재즈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겨우 쥐뿔만한 지식밖에 없는 제가 읖조리기에는 좀 과분한 느낌이 드는군요.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는 항구도시였던 탓에 온갖 유색인종이 뒤섞인 곳이었고

해군기지가 설치된 곳이었기 때문에, 남북전쟁후 해방된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곳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피곤한 노동자들을 위한 음침한 술집과 퇴폐적인 홍등가 등, 그런 근원적인 슬픔을 양분삼아 서서히 태동한 것이 재즈였죠.

 

스윙을 중심으로 생겨난 뉴올리언스의 재즈는, 그 즐거운 리듬이 단지 스스로의 즐거움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던 힘든 하층민들의 하루하루를 녹여주기 위한 치유의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루카와씨의 음악에 녹아든 감정도 바로 그런 것이고, 그래서 밴드 이름이 정말 마음에 와닿는군요.

 

 

 

후방에 가려져 있어서 좀처럼 사진을 담을 수 없었던 베이스의 이소자키 죠(磯崎 丈)씨가 드디어 앞으로 나왔습니다.

스윙이 주를 이루는 SFC에 블루스의 혼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시더군요.

뭔가 묵묵하게 베이스만 튕기고 있어서 좀 과묵한 분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멤버 소개때 하트마크까지 만들어서 날려주셨으니까요.

그냥 좀 쑥쓰러워 하시는 것일 뿐.

 

코멘트는 후루카와씨가 맡으셨는데, 역시 제가 영어보다 일본어를 더 편하게 사용하는 터라

한국 관객들을 배려해서 영어로 이야기중인 후루카와씨의 말을 잘 못알아듣겠더군요.

뉴올리언스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후루카와씨지만, 역시 일본사람의 영어발음은 좀 힘듭니다.

그래도 발음이 좀 그렇지 실제 회화 자체는 저보다 훨씬 능숙하시네요. 켄자스 시티의 명예시민이기도 하시니.

 

 

 

해군기지가 위치한 하층계급의 술집 안에서 태어난 뉴올리언스 재즈는

그 상황과는 반대로 'Peace'를 외치는 음악이었습니다.

사람의 향상심이라고 할까, 성선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바닥에서 신음해본 사람이야말로 이상의 실현을 꿈꾸는 법인가 봅니다.

 

굉장히 클래시컬해서, 지금 시대에 와서는 재즈에 완전히 문외한이라도 얼마든지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SFC의 음악이

재즈축제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도 살짝 치유해주는 느낌이네요.

 

 

 

도쿄 근교의 요코하마시는 전후부터 미 해군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일본의 재즈는 저 멀리 나가사키현의 사세보시와 함께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루카와씨는 도쿄 근처에서 활동중이시라, 요코하마 재즈바에 날짜 맞춰 가보면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인지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뉴올리언스가 주 무대라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만.

 

 

 

후루카와씨도 사실 표정이 매우 풍부했습니다만, 피아노의 위치상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그 아쉬움을 드럼의 히라바야시 씨가 대신하듯 아주 신명나는 표정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십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음악, 말 그대로 Soul Food 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재즈 밴드는 연주자들의 색깔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편인데, 이 SFC 밴드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다들 무대 매너도 좋고, 제가 도쿄 근처에 살고 있다면 가끔 시간을 내서라도 공연을 보러가고 싶네요.

기분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이 밴드가 가진 파워는 대단합니다. 음악적 태생이 그런 밴드니까요.

 

 

 

5일간의 폭풍같은 재즈축제가 드디어 끝이 납니다.

야외공연때 비가 신나게 쏟아붓는 바람에 여러가지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무료 공연인 이런 귀중한 재즈 축제가 5년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한 10~20년 계속 이어져서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즈축제를 대표하는 녀석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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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연의 두 번째 타자는 작년에도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던 프렐류드 팀입니다.

버클리 음대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유쾌한 이 팀은, 제가 알기로 근 10년간 멤버가 바뀌지 않았죠.

보통 재즈 밴드들은 필요한 장르에 따라서 해쳐모여가 아주 일상화된 편인데

대학생 시절부터 이렇게 주욱 한팀을 이루어 연주하는 재즈밴드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멤버들간의 호흡이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작년 공연때도 느꼈지만 워낙 원숙하게 연주를 진행시켜서 듣는 쪽에서도 거부감이 거의 없더군요.

팀의 리더 피아노 고희안씨입니다. 사실 벗으면 굉장한 몸매...

 

작년에도 그렇지만 공연 끝날때까지 한마디도 안하십니다. 위트넘치는 진행을 맡는 쪽은 언제나 베이스의 최진배씨.

 

 


선두에 서서 팀의 얼굴마담을 책임지는 색소폰의 리처드 로 씨입니다.

최진배씨 말하길, 공연보러 온 여성분들의 반이상은 리처드씨 때문에 오신다고...

조명도 제일 잘받는 위치고, 색소폰이 확실히 눈에 띄기도 하죠. 외모는 다들 준수하신데 말입니다.

 

 

 

뭔가 작년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시는 드럼의 한웅원씨.

프렐류드는 멤버들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해서 안정된 느낌을 들려준다고 할까요.

 

듣기쉽고 즐거운 재즈를 모토로 하는 팀이라서, 재즈바의 담배연기와 함께 녹아들어가는 정통 쿨 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제 개인적인 취향은 역시 마일스같은 전위예술적인 분위기입니다만, 그렇다고 이런 유쾌하고 조직적인 재즈가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통일된 음악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이런 느낌이

사실 재즈에 크게 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들이 많이 모이는 이런 재즈축제에 더없이 제격이죠.

 

 

 

쿨 재즈에 익숙한, 어느정도 파고든 경력이 있는 매니아들에게는

역시 조금 정형화된 느낌이 없잖아 있겠습니다만, 그건 밴드의 개성이지 실력부족으로 인한 결과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재즈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냥 예술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들어보려고만 하는, 소위 있는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교과서적인 재즈가 가지는 대중성의 파워를 좀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어려워보이는 음악 들으면 자기도 유식해 보이나요?

 

 

 

멤버들 모두 쾌활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음악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겨나옵니다.

음악에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재즈 들으면서 이렇게 즐거운 기분이 되는것도 재미있네요.

 

 

 

여전히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받으시는 리처드씨입니다.

작년과 거의 비슷한 멘트, 최진배씨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 팀원들 등...

작년 공연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대강 어떤 곡순서와 함께 어떤 소개말이 튀어나올지 예상이 가능해서 재밌더군요.

 

 

 

말 재미있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입증해 주시는 최진배씨.

역시 공연 중간중간에 이렇게 말도 좀 섞고 해 주면 공연을 보는 재미가 늘어나죠.

 

 

 

지금와서는 국내에서 꽤나 유명해진 프렐류드이지만

사람들의 귓가에 가장 익숙하게 들려오는 곡은 역시 '인생의 회전목마'인듯 합니다.

작년 공연에서도 나왔었고, 저도 언제쯤 나오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짠하고 등장하더군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해서, 거진 한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그 음악입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에 쓰인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면 아 이거~ 하실 듯.

 

 

 

이 녀석을 신나는 재즈풍으로 해석해서 힘있게 연주해주셨습니다.

워낙 인기좋은 곡이라서 정말 오만가지 버전이 존재하데, 프렐류드 특유의 유쾌한 사운드와 만나니 분위기 띄우는데 딱이더군요.

 

 

 

대사는 없지만 피아노로 자기표현이 뚜렷한 고희안씨입니다.

아주 신나게 엉덩이까지 들석거리면서 힘있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흥겹네요.

 

 

 

마지막 곡의 멤버소개에서는 드럼의 한웅원씨도 제대로 필받은 모습입니다.

점점 격앙되는 드럼소리에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슬슬 터질 준비를 하게 느껴지더군요.

 

 

 

전 연사를 날리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 싶은 장면을 많이 놓치고는 하는데

그래도 이 모습은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흥에 겨운 한웅원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관객들도 환호성을 지르는군요.

음악이라는 길지 않은 예술행위가 사람을 이렇게 불타오르게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부담없는 재즈를 아낌없이 선사해 준 프렐류드의 무대였습니다.

 

이 밴드는 쭈욱 대구 재즈축제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처음 들을때부터 익숙하고, 아무리 들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흥과 즐거움을 가진 밴드라서 말입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다 다시 대구 재즈축제 포스팅을 올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들었던 음악의 여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니 포스팅이 겁이 나는군요.

대구 재즈축제의 마지막 날은 유일하게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매번 비맞아가면서 촬영한게 한이 맺혀서... 이날은 들어가기 전에 수성 아트피아 사진도 한장 남겼습니다.

 

 

 

마지막 공연의 스타트를 끊은 그룹은 베이스 황인규씨가 결성한 Epekeina 입니다. 에페케이나 라고 발음하는가요?

역시 경험해 본적이 없는 밴드라서 조금의 죄송함과 함께 미지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첫 곡을 시작하는데, 곡의 분위기에 맞춘 조명인지 상당히 어둡고 차분하게 진행이 됩니다.

음악 감상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진 찍으려는 저한테는 꽤나 힘든 상황이네요.

 

 

 

조명이 부족할때는 역시 흑백 변환이 길입니다.

팜플렛의 힘을 빌리자면, 스윙부터 일렉트로 어쿠스틱까지 다양한 오리지날 곡을 연주하는 팀이라고 하시네요.

첫곡은 어쿠스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분한 곡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움직임이나 자기주장도 적고, 담담하게 연주하십니다.

 

 

 

서정성이 묻어난다고 할까, 사실 말로 설명하기엔 재즈의 느낌이라는 건 참 다양해서 말이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은 그런 음악입니다.

 

 

 

중간에 황인규씨가 간단히 밴드소개를 해 주셨는데

마이크를 들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작고 차분하시더군요.

얼핏 쑥스러워하시는 느낌도 드는데, 간간히 미세하게 느껴지는 개그코드도 집어넣고 계십니다.

진행을 도맏아 하시는데 나이는 멤버중 가장 젊으시다고 하시네요.

 

 

 

게스트로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남예지씨가 함께 하시는군요.

아직 젊으시지만 이제 원숙미를 풍기는 경력에까지 이르셨죠.

소몰이창법과는 다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잔잔한 느낌의 에페케이나 팀과 잘 어울립니다.

 

 

 

피아노분은 아코디언을 연주하십니다.

어릴적 피아노를 배울때도 아코디언은 어떻게 연주하는건가 궁금해하기도 했었죠.

남예지씨의 부드러운 저음과 어울리니 몸의 힘이 살짝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곡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서 조명도 강렬하게 사용되진 않는군요.

프레스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공연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연주할 때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한참동안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셔터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겠다 싶은 순간을 노려서 눌러야 합니다.

 

최후열에 서 있으니 사실 셔터소리가 남들에게 들릴 일은 별로 없긴 한데

제대로 된 공연장의 음향설비란게, 워낙 소리가 고루 퍼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것이죠. 카메라 무게가 꽤 나가서 중간중간 땀도 닦고 합니다.

 

 

 

재즈 밴드라는게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굉장히 섬세한 음악을 들려주셔서,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어째 물 위를 흐르는 듯한 발레동작이 생각나더군요.

베이스의 황인규씨는 몸집도 꽤 큰 분이신 것 같은데 참 부드러운 베이스를 들려주십니다.

 

덩치크다고 와일드한건 아니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남예지씨가 들어가시고 난 다음엔 색소폰을 세 개나 들고 나오신 분이 중앙에 섭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리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 분은 색소폰 두 개를 목에 걸고 계시네요. 이건 특별합니다.

오리지날 곡인것 같은데 색소폰이 참가하니 조금 더 활력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조명이 집중되지 않는 드럼 분도 좀 남겨드립니다.

엄니께서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하시는 악기가 드럼이라서, 함께 왔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들 휴일에도 바쁘시니 좀처럼 공연장에 가기가 힘들긴 하네요.

 

 

 

익숙해지면 문제없긴 하지만, 사실 색소폰이 보기보다 꽤 무거운 녀석입니다.

두 개나 목에 걸고 계시니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에 굉장히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에페케이나의 음악은, 어느 곡을 연주해도 자신만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는 듯 합니다.

음악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 더 작은 공연장에서 가깝게 앉아 감상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하네요.

 

 

 

한창 물이 오르고 있을때 재미있는 연주를 선보여 주시는군요.

알토와 테너 두 대의 색소폰을 동시에 연주하는 굉장한 모습입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렇게 해서 동시에 숨을 불어넣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물론 한손으로 운지를 하다 보니 음역대는 고정되지만 묘한 화음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중에 강군의 알토 색소를 빌려서 한번 흉내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색소폰은 소프라노라서... 아무래도 알토와 함께 불기에는 모양이 맞지 않을듯 하네요.

 

 

 

차분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드럼분의 모습도 한장 더 담아봅니다.

엄니께서는 악기 연주할 때 이렇게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하시네요.

저도 색소 연주할때 다른 분이 찍어준 사진을 몇장 보긴 했는데

아직 몰입하는 모습도 멋있게 보이기엔 갈길이 너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접해본 적은 없지만, 처음 들어도 금새 익숙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신 에페케이나 밴드였습니다.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정중화와 JHG 가 맡아주셨습니다.

밴드들 장비 옮기고 세팅하는 시간동안 관객들이 심심하지 않게 매번 열심히 노력하시는 문화평론가 권오성씨.

 

정중화와 JHG 가 마지막 공연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냥은 안지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즈축제 야외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그룹인데요, 이 분들이 아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분들이라서

사실 이런 아트피아 내부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좀 걱정스러울 정도였거든요.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그리듯 선합니다.

 

 

 

첫 스타트는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시작하더군요.

색소폰 분 팔뚝이 아주 우람합니다. 파워넘치는 음색도 여전하시네요.

작년 라이브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아닙니다만, 제 느낌상 실력이 한층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년 공연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아노 분. 아마도 이명건씨였나?

그때는 빡빡머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1년동안 머리도 길렀고 살도 좀 빠지신 듯 합니다.

 

정중화씨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에다 트롬본까지 마스터하신 능력자신데

인재 양성을 위해서인지 이 그룹 안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고 맡은 바에만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 JHG 는 'Just Hip'n Groovy' 의 약자로, 리듬감 넘치는 펑키 재즈에 젊은분들의 강렬한 열정이 더해져서

제가 즐겨듣는 장르의 재즈와는 크게 거리가 있는, 어찌보면 굉장히 대중성 높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데요.

그런 와중에서는 이분의 피아노가 정통적인 재즈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곡은 보컬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째 곡부터는 보컬분도 투입됩니다.

작년엔 여성보컬분이 두 명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한분 더 추가가 된 듯 하네요?

어디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가 할 정도로 감미로우면서도 파워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애플 재즈 오케스트라를 제외하면, 이번 대구 재즈축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고

다들 어찌나 힘이 넘치시는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장악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야말로 몸이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신나는 펑키 스타일로, 근심걱정 다 잊고 한번 흔들어 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팀이네요.

 

 

 

조명이 보컬분에게 가장 많이 집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많아집니다.

남녀차별은 아니구요. 그냥 가장 부각되는 위치에 계시다 보니...

 

 

 

관악기 삼총사분들에게는 좀처럼 이렇다할 조명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네요.

가장 우측의 트럼본이 정중화씨입니다. 재색겸비 완벽초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이죠.

넘치는 파워는 작년과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점점 갈고 닦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숙미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년 야외공연때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함께 공연했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직 덜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해 오셔서 관객 호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산하는 음악의 에너지란 몸에좋은 음이온과도 같은 것이죠.

제가 서 있는곳이 관객석이 아닌 최후방 통로라서, 음향 반사가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여기 있어야 하고, 음악 제대로 들으려면 관객석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솔로 파트에서 신들린듯한 감성을 뿜어내 주시는 이명건씨입니다.

열의와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라서 관객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듭니다.

 

 

 

색소폰 분의 솔로에서도 주먹을 꽉 쥐게 만드는 뜨거운 파워가 느껴집니다.

밴드도 관객들도 흥에 겨워서, 이 강력하게 발산되는 펑크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연히 박수소리도 점점 우렁차게 변하고 다들 비트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수많은 악기들 사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시는 보컬분.

노래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니까요. 악기 잘하는 분들도 부럽고. 그냥 음악하시는 분들 다 부럽습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 제 소프라노 색소폰도 들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1년동안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그 무거운 색소폰 가지고 다니다가는 큰 문제 생길것 같아서 그만뒀죠.

 

 

 

따라하기 좋은 음악들이라서 관객들도 금새 익숙해집니다.

작년과는 조금 편곡이 바뀐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면 아마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정해져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어라?

 

원래 관객이 없던 자리인데 누군가가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냥 암젼하게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흔들어가며 환희에 젖어있군요.

사실 이분, 방금 전 공연하셨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입니다.

일반 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슬그머니 관객석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열광중이네요.

 

맨 뒷좌석이라서 아직 다른 관객분들은 눈치못채고 있지만, 재미있는 기록이 될것 같아서 사진 남겨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이 곡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관객들이 클라이막스 따라부르기도 쉽고, 워낙 열정적인 곡이라서 모두 신나게 흔들어대게 됩니다.

 

 

 

보컬분의 신들린듯한 율동과 목소리가 사진찍을 맛을 주시는군요.

조명도 아트피아에 있는거 전부 켠것처럼 화려하게 반짝여서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를 눌러재낍니다.

 

 

 

결국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아트피아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건 아마 흔치 않을 듯 합니다. 아주 신이 났죠.

 

 

 

관객들이 흥분할수록 밴드도 점점 흥이 올라가는 것이겠죠.

혼신의 힘을 다한 강렬한 색소폰이 가슴속의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이 밴드는 라이브가 워낙 진국이라서, 앨범을 들으면 약간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그만큼 라이브에서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데, 가장 뒤에서 꾸준히 서포트해주시던 드럼과 퍼커션의 솔로파트가 왔습니다.

조명빨 받기 참 힘든 위치라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많이 찍었네요.

 

 

 

드럼과 퍼커션이 서로 경쟁하듯 협동하듯 묘한 분위기를 이끌며 텐션을 올려갑니다.

슬금슬금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파트는 특히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이끌어 냈죠.

 

 

 

이번 공연에서 건진 베스트 샷이라고 할까요. 음악은 남들 즐거우라고 하는 것보다 자기가 흠뻑 취해야 진국입니다.

 

 

 

베이스와 기타분도 워낙 조명이 열악한 곳이라서 간신히 한장 남겼습니다.

멤버 수가 많다보니 솔로파트 한번씩 거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이 재미난 부분이야 얼마든지 길어져도 불평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각각 맡은 파트를 잘 소화해 내면서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란 참 감동적이죠.

마지막은 무슨 락 페스티발 온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트피아 전체가 떠나갈 듯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스탠딩의 매력도 함께 소화해낸 관객들은 오늘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봤으리라 확신해 봅니다.

 

 

 

'이럴수가! 저기 저 X 보이십니까' - by Diablo 3

 

여성보컬분이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외치는 것 같더군요.

 

방금 전에 뒷좌석에서 열심히 흔들어대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이

스탠딩 상태가 되자 맨 앞쪽으로 달려가서 광란의 흔들기를 시전중이셨습니다. 보컬분도 아마 보신 듯 하네요.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근처 관객분들도 결국 누군지 알아보시고 놀라움에 빠집니다.

조명까지 비춰가면서 누가 공연의 주인공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군요.

 

분명 연출된 상황은 아닐거라 확신하는데, 뜻하지 않은 원군의 등장으로 관객석은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어 버렸네요.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포스가 범상치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여담이지만, 공연 끝난후에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트 패나이데스 씨와 함께 공연할 때는 시적인 색소폰 연주로 인상깊었는데

음악 할때와 평소 모습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었군요. 유쾌발랄한 모습은 전염되는 것이니, 근처 관객들 행복지수가 올라갔을 거라 봅니다.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신 정중화와 JHG 였습니다.

작년에도 어마어마한 파워를 보여주셨는데, 올해는 한층 더 성숙된 느낌까지 가미되어서 감동이군요.

 

 

25일 공연은 이걸로 끝이 났고, 26일 공연 포스팅이 3개 남아있습니다만

다음주에 약 일주일간 밖에 좀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포스팅은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네요.

프레스 카드를 제공해주신 '이놀자' 사이트에 리뷰등록을 9월 3일까지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귀국하는건 어려워서, 리뷰등록 포스팅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그래도 블로그엔 돌아와서 계속 올려야죠.

 

 

25일 수성 아트피아의 두 번재 공연은 뉴욕의 중견 재즈 기타리스트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이 선보여 주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유쾌한 친구들은 밴드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공연에서 활약하셨던 비브라폰의 고수 토니 미쉘 씨가 스타트를 함께 끊어주시는군요.

어제는 애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잠시 등장해서 한곡 뽑아주십니다.

어제 수성 아트피아 공연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날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울림소리가 사람 힘을 쭉쭉 빼놓습니다.

신들린듯이 뿜어져 나오는 현란한 음색이 놀랍더군요. 은은한 울림이 많은 악기라서 좋은 환경에서의 라이브가 절실한 악기입니다.

어지간히 좋은 집안 스피커로도 좀처럼 이 악기의 진짜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재즈에서는 나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만한 고수의 연주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요.

 

 

 

물론 솔로 연주는 아니고, 매트 패나이데스 씨도 받쳐줍니다. 첫 번째 연주는 토니 미쉘씨가 메인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특색을 가진 분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멤버들중에서 유독 굉장히 눈에 띄는 소프라노 색소 분에게 눈길이 갑니다.

팜플렛에 이름이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후덜덜하네요.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베이스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이신 이순용씨 같습니다?

작년 재즈축제때도 애쉬튼 무어 퀄텟과 함께 연주를 하신 기억이 나는군요.

 

 

 

이분도 분명히 몇번 본 기억이 나는 분인데... 제가 이름기억하는게 워낙 서툴러서.

학생때도 1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애들 이름 10명정도 기억하면 대단한 편이라고 할 정도로 이름 외우는게 서툽니다.

 

 

 

토니 미쉘씨는 한곡 끝난후 인사하고 퇴장하셨습니다.

두 번째부터 진짜 매트 패나이데스 씨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군요.

 

전부 본인이 작곡하신 곡을 연주하셨는데, 보통 관객들이 생각하던 재즈라기보다는, 뭔가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전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제3세계 음악이나, 시크릿 가든의 음악을 재즈풍으로 해석한다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요.

 

 

 

매트 씨의 곡이다 보니 다른 파트들도 평소 들어왔던 연주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의 불협화음이 맞물려서 음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네요.

매트 씨는 주변 환경과 어떤 인상적인 감정들을 토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곡을 만든다고 하시는데

보통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듣는 그런 음악과는 성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매트 씨의 음악에는 익히 알고있는 유명 재즈곡들과 비교하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마치 시를 써내려가는 듯한, 본인이 느낌 감정을 간결하게 해석해 나가는 듯 하더군요.

익숙한 기교나 관객 호응을 위한 퍼포먼스보다는,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매트 씨가 곡 시작하기 전에 '박수는 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영어로 하는 바람에 이해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객 잘못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본인이 그런 요청을 했다는 것에서 그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 유추할 수 있겠죠.

 

 

 

매트 씨는 연주 중에 자주 앉았다 일어나기 신공을 펼치시더군요.

음악 자체도 조각배 타고 작은 강을 흘러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라서 뭔가 둥실둥실합니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음악인데, 수성 아트피아까지 찾아온 관객들 몇몇이 자꾸 연주 중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하더군요.

애초에 나가면 다시 들여보낼수도 없는게 공연이란 건데, 끝나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는 것은 실례중의 실례죠.

길어봤자 10분도 안되는 곡을 참지 못해서 뛰쳐나가는 건, 어디서 애라도 튀어나오고 있는 건지.

 

따로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이지만, 공연 중에 자리 뜨면 안된다는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입니다.

저처럼 최후방부에서 서 계시는 아트피아 관계자분도, 중간중간 휴대폰 치켜들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여서 서둘러 달려가면

금새 사진 찍어버리고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뭐라 말할수도 없이 다시 뒤로 돌아오는 등의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공연중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어두운 공연장 내부를 조그만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안내해가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관계자 분들도 참 고생하신다는 느낌입니다.

 

쫌!

 

공연 끝나고 생기는 텀에 나가던가, 공연 시작후에 문열고 들어오지좀 말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최후방부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관계자분께서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때도 관람에 방해될까봐 제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고 지나가시는 반면

뻔뻔하게도 공연 도중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촬영중에도 포부도 당당하게 스윽 지나가시더군요.

 

여기 공연장에서 공연 감상할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는 있어도

공연에 대한 예의란 걸 배워본 적은 없는 저속한 사람이 되는건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할겁니다.

 

특히 연속된 흐름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매트 씨의 공연중에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매트 씨의 기타는 앞을 꾸준히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순용씨 맞는 것 같은데...

솔로 파트에서 조명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간해서 담기 힘든 베이스쪽이라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길다면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의 연주였습니다.

제가 왜 자꾸 유쾌한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쓰냐 하면... 저 아티스틱해 보이는 색소폰 연주자분께서

훗날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등장할 예정입니다.

 

 

 

24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람을 못했고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공연에 가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프레스 자격도 얻었고, 5일 전부 관람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맞는 날이 생겨버렸군요.

 

수성아트피아는 대구 재즈축제 공연장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음악 감상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이지만, 야외공연이나 소규모 까페와는 달리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죠.

프레스 자격이 있어도 공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최후열에서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뒷좌석에 앉아서 촬영하라고 하셨지만, 그랬다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셔터소리로 방해가 될까봐

그냥 혼자 맨 뒷쪽 통로에 서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삼각대도 없고 300mm 망원으로 촬영해야 위 사진 정도의 화각이 나오는 먼 거리인데다가

제 렌즈는 300mm 에서 조리개값이 F5.6 이 최대인 어두운 녀석이라서 촬영하기엔 참 애로사항이 많은 곳이죠.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조명중 가장 밝은 녀석이 비춰질 때는 꽤나 밝기 때문에

배경과의 명암차만 잘 보정해 주면 ISO800 에 셔속 1/60 으로 찍을수도 있었습니다.

손떨림방지 기능이 없이는 300mm 에서 1/60 으로 블러없이 촬영하기 힘들지만, 그거 하난 다행이었네요.

 

 

 

조명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표정변화에 맞춰 아무때나 찍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대체로 골고루 잘 비춰주시고, 리드하는 파트쪽으로 조명을 맞춰주시니 타이밍을 잘 맞추면 크게 문제는 없네요.

 

촬영 상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실은 이 성기문 트리오가 이번 재즈축제에서 가장 기대하던 분들입니다.

성기문씨는 원래 재즈 피아니스트이신데, 원래부터 이 하몬드 오르간을 굉장히 좋아해서 드디어 소원을 푸셨다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기문씨는,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실력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럽 소공에서 연주하시는 걸 몇번 봤었는데, 정통 재즈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시는 특급 플레이어십니다.

 

그런 성기문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하몬드 오르간에 손을 대셨으니, 과연 어떤 음색을 들려줄지 굉장히 기대중이었죠.

프레스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오늘 공연은 제 돈주고 갈 생각이었는데, 사실 프레스 신청한 것도 이분 공연의 탓이 큽니다.

 

 

 

하몬드 오르간은 그냥 쉽게 말하면 전자오르간인데요, 세계 최초로 출시한 회사 이름이 하몬드입니다.

건반악기지만 피아노와는 느낌이 너무나 달라서 예전부터 재즈에 많이 쓰인 녀석이죠.

다들 어디서든 한번씩은 들어보신 음색인데, 국내에서 하몬드 오르가니스트로 성기문씨보다 뛰어난 분이 있을까 싶네요.

 

 

 

물론 드럼의 박성진씨와 기타의 찰리 정씨도 성기문씨 못지 않게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재즈밴드는 결국 실력되는 분들끼리 알아서들 잘 모이시니까요.

 

하몬드 오르간의 녹아내리는 듯한 음색이 빛을 발하는 블루스 계열의 음악을 연주할때면

기타의 찰리 정씨는 왠지 느낌이 에릭 클랩튼과 닮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아트피아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굉장히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라

약간 분위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성기문 트리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카고 재즈의 느낌과 사람 애간장을 사르르 녹이는 블루스의 진득한 음색이 느껴져서

허름한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들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이면 성기문씨 바로 앞에 마이크가 위치하는 바람에 제대로 찍어드리진 못했지만

이번 공연은 촬영보다 감상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오히려 촬영때문에 서 있는게 더 좋았습니다.

발을 들썩거리면서 리듬에 저절로 몸을 맡기게 되곤 했네요.

 

피아니스트 성기문씨는, 음악이 흥에 오르면 아주 폭발적인 연주를 들려주시기도 했는데

베이스 역할도 충분히 수행하는 하몬드 오르간에서는 훨씬 폭넓게 밴드를 어우르시더군요.

음악에 그리 식견이 있는건 아니지만, 성기문씨가 하몬드 오르간을 그렇게 좋아하신 이유는 충분히 알것 같습니다.

 

 

 

드럼의 박성진씨도,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아니 저런 플레이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 내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타, 드럼, 오르간만으로 이렇게 공연장이 꽉 찰 정도의 탄탄함을 보여주시니 감동일 따름이네요.

 

 

 

수성 아트피아의 빠방한 시스템으로 성기문씨의 공연을 들으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듭니다. 작년엔 혹시나 했는데 대구 재즈축제에 나오지 않으셔서 참 아쉬웠기 때문에.

시작부터 이렇게 사람 혼을 빼는 공연을 보여주시니, 다음 밴드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몬드 오르간이란게 그랜드 피아노 저리가랄 정도로 여간 비싼게 아니고, 무게도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서

공연하실때 이거 갖고 이동하는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로 안 무거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르간 뒤의 저 나무상자도 세트라서 말이죠.

저게 진공관 앰프라서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로 들 수 없을만큼 무겁습니다.

 

 

 

성기문씨 팬이라서 자동적으로 오르간 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긴 하지만

다른 세션들도 국내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계십니다.

 

사실 한국 재즈계가 너무 척박해서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것이지

친근하고 조용하게 관객들 근처에서 연주하시는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알게 모르게 활동중인곳이 한국이죠.

 

 

 

찰리 정씨의 기타 역시 성기문씨의 오르간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음색을 끊임없이 피로하고 계십니다.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연주 스타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에릭 클랩튼의 느낌이 계속 나는것 같네요.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인생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게 블루스라는 음악인데

하몬드 오르간과 묘하게 조합된 블루스풍의 재즈를 듣고 있으니, 모처럼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공연장 위의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찰리 정씨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한장 남겨봤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건 제 사진이라기 보다는 카메라에 잡힌 녀석을 그냥 보여드리는 것이니 이해를...

색감은 제가 알아서 흑백으로 변환해 봤습니다만.

 

 

 

이 밴드의 음악은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후회되지 않을만큼 훌륭합니다.

취향을 크게 타는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호소력이 있더군요.

 

 

 

딱히 활기차게 관객과 토크를 벌이진 않아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공연이 세 팀이니, 어제 생각하면 한 팀당 한시간 반씩 공연해도 관계는 없겠는데

아트피아 사정도 있고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죠. 곡이 하나하나 넘어가는게 점점 아쉬워 지더군요.

 

 

 

성기문씨쪽 조명 위치가 애매해서 잘 찍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노출을 한스탑 이상 줄이고 RAW 촬영후, 라이트룸에서 암부를 상당부분 끌어올려야 겨우 이런 사진이 나오네요.

노이즈 대마왕인 카메라지만 라이트룸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어지간하면 적당히 보정 가능합니다.

 

 

 

하몬드 오르간이 꽤나 특수한 악기라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성기문씨 팬이라서 자꾸 그쪽에 집중이 됩니다만

마지막 곡이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로 제 스타일에 딱 맞는 음악을 들려주셔서, 앵콜 한두곡은 더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피아노에서, 설명하기 힘든 그윽한 맛이 넘치는 하몬드 오르간으로 변신한 성기문씨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군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여기저기 공연을 찾아다니고 싶지만, 아직은 대구안에서 입안에 떠넣어 주는 밥만 먹고 있네요.

 

 

 

부디 다음 재즈축제에도 꼭 오셔서 멋진 연주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웠는데, 올해는 굉장히 흡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몬드 오르간 재즈를 라이브로 드는건 처음이라서 좋은 경험도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