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a99 를 구입했지만, 아기보느라 밖에 돌아다닐 시간도 없고 서울 날씨도 한동안 햇빛 볼일 없어서
새 제품을 손에 넣었으니 뭐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시간 잠깐 날때 고양이까페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고양이까페 가는건 처음이네요. 대구와 비교해 별 다른건 없지만, 이곳은 특히 조명이 화려했습니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네온라이트가 번쩍이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능력을 알아볼 수 있죠.
복합광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광원이라서 색이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양이 봐서 즐겁기도 했고, 이런 극한 환경에서 처음 테스트해보는 a99 라서 조금 두근거렸네요.
찍어본 바 상당히 놀랍습니다. 뒤의 저 강한 네온라이트를 두고서도 고양이 털색깔이 굉장히 정확하게 나왔군요.
커다란 네온라이트는 캣타워도 겸하고 있는데, 그것 외에도 보시다시피 강한 조명이 주르륵 박혀있죠.
저 정도 조명이면 화이트밸런스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깔끔 쌈박하게 잘 나왔습니다.
고양이 털색깔을 보면 아시겠지만, 앞의 네온 캣타워에서는 보라색 빛이 나오는 중입니다.
이 정도 복합광에서 이렇게 잡아낼 정도면, a900 에 비해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이네요.
a900 은 주광 밸런스는 좋지만 실내에서는 화벨이 틀어질 때가 많았는데 말입니다.
렌즈는 35mm 단렌즈로 찍고 있습니다.
모터가 없는 수동렌즈라서, 디지털의 편리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광학식 뷰파인더와 달리 a99 는 전자식 뷰파인더라서, 수동렌즈 사용이 촛점이 맞은 부분의 색깔을 바꿔주는 피킹기능이 있고
거기 더해서, 촛점 부분을 확대시킨 후에 세세하게 촛점을 맞출 수 있어서 편의성이 극대화됩니다.
아무리 숙달되도 광학식 뷰파인더 보면서 수동 맞춘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닌데
아날로그의 총아인 수십년전 수동렌즈를 사용하는데 가장 최적화된것이 100% 디지털 바디인 a99 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구박이 쓰면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어도 역시 고감도 노이즈였죠.
지금 올리는 a99 사진은 대부분 ISO3200 으로, 가끔은 6400 으로 찍었습니다.
밑의 포스팅중 NEX-C3 사진은 ISO1600 과 3200 이 섞여 있네요.
센서 크기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ISO3200 으로 이 정도 디테일과 색정보를 유지한다는 건 놀라울 따름입니다.
니콘 D3 의 고감도에 놀라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이 녀석은 D3 의 고감도를 뛰어넘었군요.
물론 최신기종인 D4 는 또 이것보다 한두스탑 더 노이즈가 훌륭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노이즈만 해도 더 바랄게 없네요.
네온 캣타워 안에서 자고있는 냥이를 찍었습니다.
여기 높이가 2m 가 넘는데, a99 의 틸팅액정을 이용해서 손을 높이 쳐들고 찍었죠.
구박이같은 경우엔 손을 높이 들면 수동렌즈 촛점을 맞출 수 없어서 촬영히 불가능했지만
a99 는 LCD 창을 보면서 바로 촛점을 맞출 수 있으니 이런 사진도 찍어냅니다.
라이브뷰도 안되는 구닥다리 카메라 사용하다가 온갖 첨단기술이 집약된 카메라 사용하니 여러가지로 신기하네요.
a99 의 센서는 구박이와 거의 동일한 2400만 화소입니다.
실제 화소수는 조금 줄어서 의아했는데, 라이트룸에 불려들여보니 보정관용도가 가히 놀라울 따름이네요.
RAW 보정시 네거티브 필름의 관용도조차 가볍게 뛰어넘어버립니다.
물론 필름 그레인과 묘한 색밸런스는 재현되기 힘드니, 앞으로도 결코 필름과의 우열을 논할 순 없지만
필름의 DR과 계조를 뛰어넘어버린 디지털 센서의 위력은 정말 무섭군요.
필름도 이렇게 계속 발전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그 꿈같은 이상을 따라가지 않네요.
처음엔 두더지라는 생각이 들던 녀석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살짝 실눈을 뜨더니 다시 감는데
촬영후 머리나 쓰다듬어줄까 싶어서 다가가니 아주 귀찮은듯 딴곳으로 가버리는군요.
이곳 고양이 까페가 사람한테 많이 시달려서 그런지, 영 손님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먹이 사들고 오는 사람한테는 잘 따라가더군요. 고양이가 원래 영악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속물(?)이 되어버린 모습이 좀 서글프네요.
강렬한 복합광이 최악의 촬영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테이블과의 경계면에 부자연스러운 컬러가 생겨버리는군요.
사실 이 정도 광원은 명백하게 디지털 센서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거라 예상하긴 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뺨에 화장까지 하면서 제 한몸 바쳐 손님을 즐겁게 해야 하는 냥이의 눈빛이 왠지 애처롭네요.
사방팔방에서 오만가지 광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화이트밸런스는 꽤 잘잡아줍니다.
구박이 이후로 디지털 기기들을 그닥 만질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엔 화벨도 이만큼 좋아졌나 싶네요.
실내에서 색이 틀어지는 구박이때문에 RAW 촬영 말고는 건드리기가 참 힘들었는데
a99 는 JPG 촬영도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전 RAW 사용하겠지만.
고양이까페의 중앙 광장에는 냥이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냥이들이 좋아하는 박스도 있고,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를 위해 담요도 준비되어 있네요.
얼굴 모양새를 봐선 오리지날 스핑크스는 아닌듯 한데, 어쨌든 한국 기후는 좀 춥게 느껴질테니 배려가 필요하겠군요.
사람에게 관심있는 고양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누워자기 바쁩니다.
많이 널널한 편이라 그런지, 어떤 고양이는 간식거리를 들고 와도 본척만척 계속 자더군요.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면 세기의 큰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렌즈를 바꿔봤습니다. 70-300mm 렌즈인데, 조리개값이 4.5-5.6 인 녀석이라 상당히 어둡죠.
ISO 3200 의 상황에서도 손떨림방지가 없으면 담기 힘든 환경입니다.
구박이의 3200 결과물을 생각해 보면 참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다 싶네요.
같은 화소 센서가 4년만에 이정도로 발전한건, 필름시절 20여년간의 발전속도와 맞먹는듯 합니다.
센서의 수광면적이 넓어져서 고감도에서도 색손실이 일어나지 않는군요.
뒤의 냥이가 뭘 찍고있나 싶은지 절 노려봅니다.
셔터소리가 들릴 거리는 아닌데, 시커먼 덩치의 렌즈가 자기를 조준하고 있으니 신기한가보군요.
촬영후 보정하는 중에, 이 렌즈 촛점이 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어서
훗날 서비스센터 갔더니 핀이 약간 안맞다고 하시더군요. 오토 포커스는 이거 신경쓰는것도 귀찮긴 합니다.
이 냥이는 제가 사진찍는게 그렇게도 놀라운지 아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는군요.
처음에 흔들려서 몇번 실패했는데, 그래도 계속 이렇게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카메라와 렌즈를 처음보나 싶네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처럼 참 뭐가 그리 궁금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진 촛점거리가 300mm 인데, 셔터스피드는 1/50초 입니다.
평균적으로 사진의 떨림방지를 위한 셔터스피드는 1/촛점거리 정도를 확보하는게 정석인데
1/300초가 아니라 1/50초로 이 정도 결과물을 낸 것은 역시 손떨림방지라는 편리한 기술 덕분인 듯 합니다.
예전에 니콘 D3 사용할 때는, 미놀타 사용할 때의 감각으로 촬영했더니 상당수의 사진이 흔들려 있어서
손떨림 방지기능이 괜히 있는건 아니구나 체감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처음 가본 고양이까페인데, 어째 저한테는 다들 냉담합니다.
사람을 좀 지겨워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번화가에 위치해서 특히 그런걸지도 모르겠군요.
주인장분은 고양이 좋아하시고, 여러가지로 냥이들 신경써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정작 고양이들이 이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상태라서, 이런 고양이까페는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털 없는 고양이는 큰 녀석, 작은녀석 두 마리가 있는데
큰 녀석은 이미 캣타워에 들어가서 자는 중입니다. 옆구리에 다른 고양이 끼워서 뜨끈하게 말이죠.
작은 쪽은 그닥 활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냥 슬금슬금 먹이 먹고 또 카펫으로 슬금슬금 돌아와 앉고 하네요.
기분탓인지도 모르지만 털 없는 고양이는 왠지 더 불쌍해 보입니다.
이게 이집트에서 유래된 종이라는 속설이 너무 많이 퍼졌는데, 사실은 1960년대 유럽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일 뿐입니다.
쓰다듬어도 피하지 않는건 고맙긴 한데
좋아서 피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냥 움직이기가 귀찮다는 인상을 느꼈습니다.
이때가 공교롭게도 수능시험 당일날이었던가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 날씨면 털 없는 냥이한테는 꽤나 추운 날씨죠.
원래 털이 풍성하면 저 식빵자세때 다리가 전부 털에 가려서 편안히 앉아있는 듯한 포즈가 나오는데
털이 없으니 엉성하게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라서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군요.
사실 고양이 본인은 그런거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사람의 관점일 뿐이지만.
저야 본인이 찍었으니 금방 알수 있지만, 눈썰미가 매서운 분은 아마 느끼실 수도 있을거라 봅니다.
이건 감도 6400 사진인데, 약간이지만 색이 살짝 물빠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뒤쪽의 노이즈 패턴을 보면 3200 과는 확연히 달라서 구분이 어렵진 않지만
6400 으로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블로그에 올리는 정도로는 충분히 사용이 가능할것 같습니다.
물론 상업용이라면 많이 잘 봐줘야 1600 정도가 한계이겠는데, 애초에 그런 용도로는 그만큼 감도 올리지도 않죠.
프레스 기자분들은 니콘이나 캐논 1D 시리즈로 대동단결하는게 여러모로 이득이기도 하고.
도도하게 눈감고 누워있는데, 사진 좀 찍고 앞으로 다가가자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보이며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리는 차가운 도시고양이 차도고입니다.
촬영중에 6~7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일행이 들어왔는데 소리지르면서 고양이한테 달려드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차도고가 생겨나는 이유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점점 고양이 까페에 대해서 아쉬움이 생기고 발걸음을 끊고 하는 것이겠죠.
덩치 큰 스핑크스 고양이는 따뜻한 샴고양이를 배게삼아 숙면중입니다.
이녀석은 의외로 성격이 좋아서 만져도 별로 싫어하지 않더군요.
덩치큰 고양이가 왠지 절 좋아하는 느낌이 들지만, 확인이 불가능하니 뭐.
근데 샴고양이 안면을 찍어누르고 있는 모양새라서, 샴고양이 잘도 자는구나 싶습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찾아간 고양이 까페니 a99 이야기를 좀 하자면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를 시험하기에 좋은 샘플이었네요.
실제 스핑크스 고양이의 그늘부분은 상당히 어두웠는데, 암부를 끌어올려보니 색정보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a99 로 고양이 까페 촬영한 사진들은 테스트를 위해서 일부러 화이트홀과 블랙홀을 하나도 없게 보정했죠.
사진의 어떤 부위도 완전한 블랙(0,0,0)이나 화이트(255,255,255)가 없습니다. 이 정도 환경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만들 수 있더군요.
새로 산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돌아다녔으니
정작 고양이들과 느긋하게 즐기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줄창 조카 얼굴만 찍어주다가 딴거 찍어보니 신선하네요.
사실 서울의 형님집은 아파트 1층이라서 정말 어둡습니다. 아기 때문에 불도 밝게 켜지않기 때문에
아무리 조카 찍어줘도 워낙 광량이 부족해서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스트로보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아기한테 좀 무리가 갈까 걱정도 되고.
100일때는 살짝 써볼까 합니다. 바운스로 촬영하면 아기한테 무리가 없다는 걸 여러번 확인했으니.
저한테 친근하고 잘 놀아주는 고양이도 고맙긴 한데
역시 냥이는 편안히 자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습니다.
자연계에서는 죽을때까지 한 번도 이렇게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는게 고양이의 위치니까요.
이런 수면은 정말 극상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의 킹은 이 녀석입니다. 제가 와서 떠날때까지 단 한번도 깨지 않았네요.
옆에 종이로 만든 왕관이 떨어져 있길래 머리에 올려줬는데, 그래도 깨지 않고 줄창 잠만 잡니다.
조그만 박스나 너무나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서울에서는 고양이 까페 갈일이 거의 없어서, 아마도 이곳을 다시 찾게 될일은 없을것 같은데
한결같이 잠자는 모습만 보여준 이 녀석의 근황은 가끔 궁금할지도 모르겠군요.
a99 촬영도 나름 만족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촬영에 문제될만한 약점은 별로 없고
모든 감도영역에서 구박이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줬으니, 이제 제가 실력을 키우는 것밖에 남지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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