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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MDS 란 무엇인가요?
A. 프랑스의 Mr. Patrick Bauer 가 창시한 서바이벌 마라톤으로 6박 7일간 모로코 부근의 사하라 사막 240km 를 달리는 경기입니다.


Q. 필요장비는?
A. 경기동안 자신이 먹을 식사, 침낭, 독사나 전갈에 물렸을때 필요한 응급키트, 그외 자기가 달리는데 필요한 모든 물품.


Q. 참가자격은?
A. 기초체력테스트 증명서(맞나?), 널널한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


Q. 가게 된 동기는?
A. 출발 지구탐험대라는 TV프로에서 왠 연예인 여자가 거기 가는거 보고.


Q. 뜬금없는데요?
A. 원래 제가 그래요.


Q. 주위의 반응은?
A. 그 TV 볼때 키 170cm, 몸무게 105kg였는데, 무덤덤하게 '나 사하라사막 마라톤 갈거야' 하니 그냥 미X놈 취급했죠.


Q. 그 꼴로도 완주가 가능한가요?
A. 심한 평편족이라 군대도 못가는 4급이었는데, 운동해서 70kg까지 빼고 달렸습니다. 달린건 아니고 기어서 완주.


Q. 왜 거기서 힘들게 달리나요?
A. 왜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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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대회 참가자는 5명.
악과 깡으로 살아가는 어린행자.
잘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우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참가한 알맨님.
항상 자유롭고 싶은 나침반님.
참가자중 제일 야무진 홍양.
그런거 없는 걸러(본인).
그리고 사하라사막을 동경해서 스탭 자격으로 자비를 들여 참가한 슈가님까지 해서 6명이 함께 뒹굴기로 했다.

21년동안 이어진 이 대회는 그래도 점점이 한국 선수들이 참가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처럼 참가진 전원이 퍼릇퍼릇한 20대인 경우는 처음.
20회 대회때도 참가했던 나침반님은, 그땐 40~50대 선수들과 함께 뛰었는데
경주 도중에 꼴불견인 어른이 있어서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고 하셨으니
이번엔 아무래도 좀 편하게 서로서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원래가 유럽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대회인만큼
한국에선 멀리 프랑스까지 가서 집합한 다음 다시 모로코행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체력적, 시간적 낭비가 필요불가결.
국민학생때 미국에 13시간동안 비행기타고 가면서
'두번다시 미국에 가나봐라'고 이를 갈만큼 장시간 비행을 싫어하는 나라서
좁디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날밤 꼬박 세며 프랑스에 도착한 후
다음날 새벽에 다시 모로코행 비행기 타고 사막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극심한 체력소모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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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와자자테에서 버스를 타고 대회장소로 이동한다.
4~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우리가 1주일동안 고생하며 달려야 할 거리를 이렇게 주파해 버리니 원... ㅡㅡ;
사막의 땅은 한없이 불그스름하고 하늘은 한없이 시리다.
중간에 버스가 멈추고 간단한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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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처음보는 것들인데, 이런걸로 식사가 될까 싶었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한국사람이라 만족하긴 어려웠지만 전부 칼로리는 허벌나게 높아 보이는 것들이라 그냥 입에 쑤셔넣음.
짭쪼름한 생선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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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건조한 사막이라 그늘과의 온도차가 엄청나다.
그늘에 들어가면 그냥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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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처음 발을 디뎌보는 인간들이라 어린애들처럼 마냥 신났다.
물론 전 대회 참가자인 나침반님은 아마 마음속이 여러가지로 심난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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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하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뒤에서 쉬하고 있는 사람들 촬영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회도중에 화장실따윈 없으니
대변이든 소변이든, 남자든 여자든 마려우면 그냥 사람 없는곳에 가서 싸는 수 밖에.
물론 시야가 너무너무 넓은 이곳에선 사실상 의미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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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트럭을 타고 비포장길을 더 들어가야 대회 출발지에 도착한다.
모로코에서 이 대회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최대의 이벤트이고
이미 익숙해진 아이들이 좀비처럼 몰려와서 뭐라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친다.

여러번 주의를 받은 사항이지만 자칫 뭔가 줬다간 좀비들에게 뜯어먹히듯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뭔가를 줘선 안된다. (난 안줬는데 대회장에 도착하니 베낭 뒤에 꽂아놨던 물통이 하나 없어졌다. T_T)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거의 저물어가고 있었는데
무슨 착오가 생긴건지 5명인 한국팀의 비박지가 따로따로 흩어져 있는게 아닌가.
대회동안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건 굉장한 마이너스 요소다.
한동안 입씨름끝에 한국팀 5명을 위해 텐트를 따로 하나 세우는걸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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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피곤했는데 잠을 잔건지 만건지 한 몽롱한 상태에서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다.
기온차가 심한 사막은 밤에 많이 춥다고 들었는데, 춥긴 왠걸.
오리털 침낭에서 자다가 더워서 그냥 지퍼 다 열고 맨몸으로 뒤척였다.
텐트는 저렇게 큰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 원주민들의 전통 텐트라서 원주민들이 직접 세워준다.

나침반님이 코스 지도를 보면서 계속 걱정하던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것 같아서 의욕은 계속 저하중.
대회 코스는 미리 공개하지 않고 대회장으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나눠주는데
올해 코스는 작년 대회 참가자인 나침반님이 보기에
역대 MDS 대회중 가장 어려운 코스일 거라고 말하기에 잔뜩 긴장중이었다.

달리기 힘든 모래언덕도 많고, 날씨도 매우 더운 편이라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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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행기 이동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장비점검일인 오늘 푹 쉬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사막 초짜들에게 신고식이라도 거행하듯 무지막지한 모래바람이 거의 하루종일 불어재낀것.
텐트 모냥을 보면 알겠지만 저건 그냥 햇빛막이용이지 바람막이용으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앉아있던 누워있던 버프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모래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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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맛있는 식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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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모래바람때문에 흥이 꺾였다. 반은 음식이요, 반은 모래니.

첫 참가자인 사람들은 그냥 괴로워하기만 했는데, 나침반님은 오늘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감회가 새로운듯 했다.
그때 내 심정은 벌써부터 '괜히 왔다'였기 때문에 그런 걸 이해하기는 어려웠지.
지금은 아주 뼈저리게 동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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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비점검을 하는 날인데,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참가자 640여명) 후반부에 검사받은 한국팀은 그냥 건성건성으로 넘어가 버렸다.

24회 대회때인가, 어느 외국인이 불행히도 힘겨운 레이스 첫날 후, 힘들어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다가 사망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아마 요즘엔 좀 더 철저하게 안전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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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도중 필요하지 않은 짐들은 호텔로 보내지는데, 얼마나 모래바람이 심했던지 경기 후 호텔에서 여행가방의 열쇠가 열리지 않아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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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잠시 바람이 잠잠할 때엔 원주민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맨발로 사막을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눈에
커다란 장비를 등에 매고 알아서들 생고생 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어떻게 비춰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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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즈음엔 추최측에서 축하파티인지 위로파티인지 모를 조촐한 공연과 함께 대회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 만큼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기분도 굉장히 우울해진 상태였고
지긋지긋한 모래바람때문에 말타며 총쏘는 원주민들의 공연을 즐겁게 감상할 여유따윈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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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무장강도 걸러, 알맨, 나침반.
내일이 대회 시작인데 왜 전혀 상쾌하질 않을까.
역시 사막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그래도 어쩌나 돈 아까워서라도 완주는 해야겠고.

저녁에 포도주와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나침반님은 '이게 제일 기억에 남을거에요' 라며 리필까지 해가며 먹었다.
나는 물론 반쯤 모래섞인 스파게티가 그렇게 맛있게 넘어가지 않아 한그릇만 먹고 치웠는데
다음에 가면 아마 나침반님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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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대회에 가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느니, 자기 한계에 도전한다느니 하는 감상적 인간이 되기 쉬운데
적어도 당시 저 곳에 있던 나는 '괜히 왔다'는 생각 외에는 별로 드는게 없었다.
최대한 체력 비축하려 했던 날이 모래바람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터라 지치고 덥고 짜증날 뿐.

첫날 달려야 할 거리는 28km
한국에서야 반 장난으로 달려도 쉬운 거리지만 여기선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대회 첫날이라는 것을 감안한 짧은 거리임엔 틀림없다.
15kg짜리 베낭을 짊어지고 50도에 육박하는 사하라 사막을 달릴 생각하니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