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월봉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은 박정우 염색갤러리에 도착했습니다.
예정시각보다 수십 분이나 늦어졌지만 박선생님이 문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시더군요.

4월 16일 오픈한 갤러리라 사실상 저희 일행이 첫 손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천시가 만들어서 3년간 박선생님한테 임대하는 형식으로 지어진 갤러리는 2층으로 구성된 아담한 곳이더군요.


입구가 2층입니다.

시간이 좀 빠듯해서 빨리 1층으로 내려가 스카프 염색 체험을 해야 하는데
역시 찍사로서의 본능이 충만한 분들이 떼로 몰려온 것이다 보니
전부 갤러리 내부를 찍으시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

카메라의 업을 등에 진 사람의 숙명이란 것인가...


2층은 갤러리와 간단한 염색 작품들 판매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독들여 구경할 시간이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얼핏 봐도 굉장히 부드럽고 안정된 색감을 보여주는 저 작품들은
일반 종이가 아닌 실크지에 염색을 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더군요.


간단한 소개를 하고 염색 체험을 준비하시려는 박선생님이지만
찍사들의 휘몰아치는 본능에 쑥쓰러워하십니다.

순식간에 포토라인이 형성되어서 수십대의 카메라가 선생님을 향한 것이죠.
웃으면서 가만히 포즈를 잡아주셨습니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보이시고, 특히 목소리로 치면 제가 박선생님 할아버지뻘은 되겠더군요.


1층에는 테이블마다 스카프 염색에 필요한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염료들은 원래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는데
찍사의 본능에 따라 일렬로 세워놓고 사진 찍었네요.


뭐에 쓰는건진 모르겠지만 구도가 좋아보여서 한 장 찍었습니다.


언덕 도로 옆에 세워진 갤러리라 1층 뒷문으로 나가면 청풍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황토색 호텔이 오늘 저희 일행이 묵을 장소라고 하네요.

그 옆의 쑥 솟은 기둥은 번지점프대, 강가에 오페라 하우스처럼 생긴 건 공연장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매년 8월에 '제천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고 하는군요.
올해는 한방 엑스포와 함께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많이 일어나니
사람 붐비는 것만 참을 수 있다면 볼만한 것들이 쏟아지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빨리 염색하고 밥 먹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박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십니다.
원래 서양화 전공하신 분인데 염색에 심취하셔서 지금은 이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실크에 염료가 잘 베어들게 물을 묻힌 다음 실크를 실로 돌돌 말아서 염료를 묻힙니다.

실 마는 형태나, 실을 얼마나 강하게 매었느냐에 따라 무늬의 선명도나 모양이 바뀝니다.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실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묶어서 사이사이에 염료를 발라도 된다고 하네요.

이런 식의 기본 염색은 초보라도 마음껏 염색하다 보면 대충 작품 비스무리한게 나오니
신경쓰지말고 막 칠하라고 하시더군요.


단지 한번 묶어서 염료를 묻힌 것 뿐인데
풀어보니 이런 멋진 문양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누구나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때 박선생님의 모습에서 저는 '참 쉽죠잉~?' 을 연발하시던 밥아저씨가 생각나더군요.


다들 부산하게 움직이며 스카프 염색을 시작합니다.
저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묶고 실 감고 하면서 혼돈의 무늬를 만듭니다.

꽤 많은 분들이 세심하게 작품 하나 만드시려고 노력을 하시던데
저는 뭐, 색깔이 적당히 베어나오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이거 만들어 가져가도 엄니께서 쓰고 다니실지 의문이라...


왼쪽에서 7번째 스카프가 제가 만든 녀석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 못지 않게 깔끔하게 잘 만든 분도 계시더군요.

그냥 염료가 은은하게 잘 스며들어가 있으면 다 좋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이걸 말려서 열처리를 하면 일단 끝이 나고
나중에 집에서 다리미로 살짝 밀어주면 정말 시중에서 파는 스카프 느낌이 난다고 하는군요.


열처리는 박선생님이 해서 저희들의 식사 예정지로 보내주시겠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폐만 끼치고 가는 것 같네요.

바람 좋은 뒷마당에 나와서 다들 스카프를 펄럭이는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원래 물빠짐이 좋은 녀석이라 금새 말라버리는군요.
펄럭이는 스카프와 함께 광고 모델처럼 사진 찍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장비가 빠방하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역시 스카프도 거의 예술적으로 만드시는군요.
제 스카프는 반쯤 혼돈의 국물속에 빠졌다가 건져올린 듯한 느낌인데...

엄니께서는 보기 좋다고 하셨습니다. 입고 나가실지는 별개의 문제겠죠.


다른 분들은 다음 코스를 향해 출발하셨는데
저는 이곳에서 찻잔 받침 등을 좀 구입하기 위해서 스탭분의 차량을 타고 나중에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괜히 민폐를 계속 끼치게 되는것 같아서 죄송했는데, 흔쾌히 승락하시더군요.
갤러리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카드결제하는데 익숙하지 않으신 터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저는 그냥 갤러리 내부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실크에 그려진 풍경은 확실히 일반 종이와는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사진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기란 어렵습니다. 확대해서 보면 그림의 질감이나 색감이 확연히 차이납니다만
원본 사진은 24 인치 모니터 긴 쪽으로 4개를 붙여야 될 정도로 큰 녀석이라... ㅡㅡ;


판매 부스에는 작은 지갑이나 찻잔 받침, 악세사리 등등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염색에 중점을 두시는 분이라 독특한 색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지갑같은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엄니께서 쓰실지는 의문이라 포기하고
찻잔 받침은 실사용도 용이하고 선물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니 몇개 구입해 왔습니다.

저는 개별행동과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지, 결국 저 혼자 스탭분 차를 타고 일행들를 뒤쫓아가는 꼴이 되어버렸군요.

한방명의촌 투어를 마치고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박정우 염색갤러리로 향하던 도중
버스타고 오면서 슬쩍 지나쳐간 제 2 의림지도 잠시 들렀다 가자는 요청으로
버스가 10분 정도 정차했습니다.

제 2 의림지는 제천의 명소로 알려진 의림지의 상류에 있는 또 하나의 저수지로
이곳은 딱히 관광 시설로 조성되지는 않았지만 저수지 하류에 청소년 수련장이 위치하고
베스 등의 물고기가 잘 잡히는 관계로 낚시터로는 이름이 높은 곳입니다.

그닥 볼건 없는 곳이지만 일단 제천까지 왔으니 뼛속까지 우려먹기 정신으로 카메라 무장하고 저수지를 오릅니다.

사진처럼 뽑혀있는 울타리를 통해 저수지 위로 올라갔네요. 저희 일행이 뽑은건 아닙니다. ^^;


요런 곳을 통해서 흐르는 물이 제 1 의림지쪽으로 향하는군요.


저수지 위쪽에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제방을 올라가야 합니다.
진짜 저수지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 1 의림지는 이미 문화 유산화 되어있기 때문에
저수지라기 보다는 호수공원 같은 느낌이이었는데, 이곳은 익히 경험해 왔던 일반 저수지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저기까지 올라가신 분은 저를 포함해서 소수 인원이었네요. 다른 분들은 그냥 정차된 버스 옆의 청소년 수련장을 구경하십니다.
청소년 수련장 주변은 시원하게 나무숲도 조성되어 있고, 간단한 운동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캠핑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죠.


제방 사이에 앙증맞게 피어있는 꽃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서 한 컷.
대구보다 봄이 늦은 제천이지만 역시 모르는 사이에 가까이까지 와 있군요.


광활한 제 2 의림지의 모습입니다.
낚시 포인트는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이 날은 매우 한산하더군요.
언덕과 산골을 끼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잠시 사진만 찍고 서둘러 버스로 돌아갑니다.
원래 예정된 코스에 없던 제 2 의림지인데, 벛꽃길 산책이 취소된 관계로 이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한 것이죠.
시청 관계자 여러분들이 버스로 이동중에도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셔서 이런 소소한 모습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수련관 앞에 든든하게 솟아있는 솟대.
내일 투어에는 솟대박물관도 들어있기 때문에 예행연습겸 해서 한 장 남겨봤습니다.


이곳도 원래 예정에 없던 코스인데 찍사분들을 위해 잠시나마 버스가 정차했습니다.

1993년에 발견된 금월봉이라는 곳인데요.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 곳입니다.
원래 시멘트 회사가 점토를 채취하던 부지였는데, 자꾸 암석층이 발견되어 그냥 개인한테 팔아버렸다고 합니다.
이 곳을 사들인 사람 역시 그냥 암석을 깎아서 별장이나 지어보려고 했는데
자꾸 거대한 암석층이 발견되고 공사가 지연되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점토와 주변 흙을 다 파내어보니
이런 놀라운 모습의 거대한 암석층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군요.


이 암석들의 줄줄이 늘어선 모습이 마치 금강산의 절경과 닮아있다고 해서
제천시에서 추최한 명칭공모전에서 '금월봉'이라는 이름이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개인 소유의 이 바위덩어리들은 또 하나의 관광 명소로서 제천시에서 관광 기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자연이라는 조각가의 위대함을 또 한번 느끼게 만드는 곳입니다.
여러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간신히 발견된 곳인데 수많은 바위의 기괴하면서도 힘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더군요.

제 나이 또래분이라면 다들 기억하실 우뢰매라는 퓨전영화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태조 왕건, 장길산 등등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해졌다고 하는데요... 저야 뭐 드라마를 안보니 모르겠습니다.


일행이 도착한 시각이 완벽하게 역광이 내려비추는 시간이었던 터라
뭔가 확 들어올 만한 사진을 건져내지 못한게 참 아쉬웠습니다.

광각으로 넓게 잡고 싶어도 바위 바로 아래쪽에 주차장과 휴게소가 주욱 늘어서 있어서
쓸데없는 피사체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촬영을 포기했네요.
가능하면 사진 찍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주차장 방향을 바위 바로 아래쪽이 아니라 도로쪽으로 이동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전혀 모르고 있던 장소를 짧게나마 구경할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을 안고 염색갤러리로 다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