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를 둘러본 일행은 제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한방 바이오 엑스포 홍보관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보건복지센터 옆에 위치한 조그마한 홍보관인데
원래 이 보건복지센터는 제천시청 건물이었다고 하는군요.


이 홍보관은 그리 크지않아서 9월에 열릴 한방 엑스포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스탭분께서 버스 안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래 제천은 흙에 석회성분이 많아 물빠짐이 좋고
일조량이 전국 2위인 곳이라서 약초 등이 자라기에 최적화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삼계탕에 꼭 들어가는 약재인 황기는 다들 알고계시겠죠.
이 황기의 국내생산량 70%를 책임지는 곳이 이 제천이라고 합니다.


홍보관 내부는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은은한 갈색 계열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방'이라는 컨셉에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더군요.


1층은 요즘 유행하는 3D 전시실이 있어서 안경을 끼고 짧은 홍보영상을 볼수 있습니다.
아바타까지는 기대하지 마시고. ^^

2층에는 제천이 어째서 한방엑스포에 적합한 도시인가를 자세하게 설명한 홍보관이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간단한 퀴즈문제도 풀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면 재미있겠더군요.

약령시장하면 대구도 유명하긴 합니다만, 제천도 조선시대부터 그에 못지않은 약령시장의 하나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험하고 외진 곳이라 개발이 늦어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꾸준히 양질의 약초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그 유명한 허준 선생과 동시대를 살았던 어의 이공기 선생이라는 분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움을 남기긴 하는데
침술에 매우 능해 허준 선생과 함께 선조 임금에게 상을 받았다는 기록은 남아있군요.


개인적으로 제천시가 이런 바이오 산업 육성으로 가닥을 잡은 점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의 기반시설은 필요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동력인 동시에
타 산업에 비해 크게 환경을 훼손할 필요가 없어서 천혜의 풍경을 가진 제천에 어울리기 때문이죠.

바이오 엑스포는 9월 개장 예정이라 시간이 좀 촉박한 편인데
서두르지 말고 착실하게 준비해서 제천시의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짧은 홍보관 투어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한방명의촌으로 이동합니다.
이곳 한방명의촌은 제천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한방', '건강'으로 특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중의 한 가지로

한방 진료관, 탕제실, 기 수련실 등을 갖추어 관광객들에게 웰빙 투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네요.
제천시에서 건설했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약재와 나물 등을 이곳 주민들이 직접 판매하도록 임대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조그만 개천이 흐르고 뒤에는 나즈막한 산이 솟아 있는
매우 안정된 느낌의 명의촌의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단순히 컨셉만 그럴듯하게 잡은 게 아니라 이곳의 모든 건물은 화학재료를 전혀 쓰지않은
전통 가옥형태로 지어져 있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나무 향기가 그윽한 것이 예술이었습니다.

잣나무로 만든 집, 볏집으로 만든 집, 마늘포대에 황토를 넣어 쌓아만든 집 등등
몇 채 되지않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한방'이라는 이미지에 딱 맞는 친환경 건축물들로 이루어져서
그저 밖에서 이렇게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느낌이더군요.

개인적으로 도시를 특정 브랜드화 하는데 가장 걱정되는 점이
무작정 브랜드를 부각시키려고 컨셉에 맞지 않는 화려하고 최첨단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이곳 명의촌은 제천시의 전략에 가장 이상적으로 접근한 성공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명의촌에 들어가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헝그리 여행에 익숙해진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 돈으로 밥먹고 투어하고 하니
뭔가 굉장히 어색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호화스러운 느낌에 긴장이 되더군요. ㅡㅡ;


과연 여행, 사진 전문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한 투어라서
일단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일행분들은 일제히 카메라들고 음식사진 찍기 바쁩니다.

평소같으면 먹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눈치 봐가며 사진을 찍는데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만나니 눈치보지않고 마구 사진을 찍어댈 수 있어서 흐뭇했네요.


하지만 전 엉덩이가 무거워서 일단 앉으면 다시 일어나서 사진 찍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앉은 상태로 조금이라도 잘 담아보려고 헛된 노력을 할 뿐이지요.

찍는것도 좋지만 일단 먹는게 더 좋아요.


이곳 명암 산채마을은 지역에서 채취한 유기농 나물로 상을 가득 채워주시는 식당입니다.
찬의 종류도 상당하고, 모두 자극적이지 않게 적당히 간을 했으며
입에 넣으면 봄나물의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신선함을 자랑하더군요.

한뱡 약재와 함께 삶아서 비린내를 없앤 돼지고기 수육이 그 중심에서 빛을 발합니다.
저는 아침에 휴게소에서 이것저것 주워먹고 온 터라 배가 꺼지지 않아
그냥 올려져 있던 것만 주섬주섬 먹었지만

몇몇 일행분들은 차려진 모든 반찬을 한 그릇씩 더 부탁해서 아주 열심히 드셨다고 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조밥이기도 해서 좀 더 먹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배가 부른데 억지로 집어넣을수는 없어서 그냥 한 그릇만 비워냈습니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 바로 옆에 위치한 한방명의촌 건물로 들어갑니다.
양지바른 곳에 뭔가 처연한 모습으로 솟아있는 식물들이 인상깊어서 지나가다가 한 장.


명의촌에 쓰인 나무는 건물 내부를 지탱하는 커다란 나무 몇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 잣나무 기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좀 더 향기롭고 오래가는 국산 소나무 기둥을 사용하는게 낫긴 한데
그러려면 예산이 2억은 넘게 든다는 설명에 '역시 문제는 예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가 로또가 당첨된다면 공기 더럽고 뿌연 서울하늘에서
창문도 안열리는 콘크리트 덩어리 마천루 아파트에 수십억 주고 살기보다는
이런 집 한채 지어서 살고 싶긴 하지만 말이죠.


일행들은 이곳에서 기 수련법, 간단한 기초 건강검진, 얼굴 맛사지 체험 등의 코스를 돌아볼 예정인데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팀을 나눠서 순서대로 돌아가며 체험하기로 합니다.

이 한방명의촌은 한적한 곳에 떨어져 있고, 아직 본격적으로 홍보가 시작된 곳은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체험 투어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긴 하지만
9월에 시작되는 한방 바이오 엑스포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분명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게 될 텐데, 그때는 이곳의 수용 인원이 조금 버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무작정 크기만 늘리다보면 이런 전통가옥으로서의 이점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방문 인원이 늘어나면 자칫 대기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은 생각해 두는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건강 검진은 사실 그닥 받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
많은 분들이 복부비만이라는 측정결과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하고 계셨습니다.
저야 뭐 두말할 것도 없으니 굳이 측정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것도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고 하니 당당하게 맞서보기로 했습니다.


뭔가 뜨끈뜨끈한 것 위에 앉을수도 있는데
몸에 무지하게 좋은걸로 만들었는지, 이 녀석 판매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그로부터 2시간동안 건강검진받고, 의사분이 그 결과를 토대로 해서 진단을 내려주시고
'살 좀 빼라'는 말과 함께 복부에 징하게 침 한방 맞고
평생 처음으로 누워서 얼굴 맛사지도 한번 받아보고
기 수련이라는 걸 하면서 땀도 좀 흘려보고 하면서 2시간 30분을 보냈습니다.

체험하는 동안에는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사진은 없는데요...
다른 블로거분들 중에는 그 와중에도 열심히 사진 찍으신 분이 있기 때문에
아마 제천 팸투어로 검색해 보시면 저 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아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빡빡한 일정의 투어에서는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지채되어서 스탭분들이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이 얼핏 보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원래 벛꽃 구경하는 코스도 있었지만
꽃이 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다른 곳으로 활용하게 된 덕에 큰 문제는 없었네요.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앉아 차 한잔 끓여마시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도 매일매일 2시간은 차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라서
이런 전통가옥이 부러울 때가 많네요.


구석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도 찍어보며 놀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가옥은 역시 부자들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건가 싶네요.
요즘엔 국산 목재가 워낙 비싼터라 점점 어려운 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험코스보다 가옥 내부의 향긋한 참나무 냄새가 아주 인상적이었네요.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몇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다음 코스는 이동시간이 좀 걸리니 버스 안에서 피곤한 몸을 좀 쉬어보기로 할까요.
다들 맛사지를 받아서 매끈매끈해진 얼굴이라
버스 안이 좀 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당연 농담이겠죠.


대충 아침 챙겨먹고 7시 30분에 대구를 나섰습니다.
차 모는걸 워낙 싫어해서 정말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이라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쉬어가면서 느긋하게 갔습니다.

단양휴게소에 들러서 엄니께 생존확인전화를 드렸는데, 단양이 꽤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하셔서
나중에 개인적으로 들를 일이 있으면 한번 구경해볼까 생각하며 제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네요.

팸투어 인원 대부분이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오시느라
자동차를 제천 시청에 세워놓고 합류하는 저를 위해 스탭인 쾌걸님께서 기다려 주셨습니다.
광주에서 오신 시사님과 청주에서 오신 시원님도 제천시청에 모여계시더군요.

서둘러 첫 번째 코스인 의림지로 이동했습니다.
원래 벛꽃 축제 기간에 블로거분들을 초청하려 했는데, 이상기온때문에 아직 벛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더군요.
날씨도 꽤나 쌀쌀해서 더운 지역인 대구에서 이쪽으로 올라오니 생각 이상으로 서늘합니다.


다행히 날씨는 좋아서 오랜 운전으로 헤롱거리는 머리를 식히기엔 그만이었습니다.

제천 하면 떠오르는 명승지중 한 곳이 이 의림지인데요.
삼한시대에 축조되었다고 전해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저수지입니다.

둘레 약 2km, 수심 11m의 굉장히 큰 저수지인데요.
현재도 이곳의 물은 농업용수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지만
단순한 저수지라 하기엔 그 경관이 너무 빼어나 그 자체가 관광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넉넉한 풍경과 깊은 수심덕에 가끔 이곳에 빠져서 아쉬운 생을 마감하는 사건도 일어나긴 한다고 합니다만... ㅡㅡ;
물 근처에선 술 마시지 맙시다.


원래 이 시기에는 가동하지 않는 폭포지만 팸투어 블로거분들을 위해 일부러 가동해 놓았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권력의 맛(?)을 음미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덕분에 벛꽃 구경때문에 사라진 재미 한가지는 채웠습니다.


물줄기가 끊어져도 바깥 풍경은 꽤나 볼만할 것 같습니다.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긴~ 코스입니다.
서울서 먼저 오신 블로거분들은 반대쪽에서 해설사분의 설명을 들으며 오고 계셨다고 하는군요.

저를 포함 늦게 합류한 지방팀은 반대쪽을 둘러보고 있다가 결국 합류에 성공했습니다.
난간에 기대서 폼잡고 계시는 쾌걸님을 슬그머니 도촬했는데, 꽤나 잘 나온것 같아서 안심...


합류한 팀과 함께 이동하느라 저 곳을 가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춘천마라톤의 코스중 댐 부근을 축소해놓은 듯한 모습이라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싸늘했던 날씨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점점 풀리고, 아침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는 풍경은
과연 제천에서 산책하기 제일 좋은 곳은 이곳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좀 더 날씨가 일찍 풀려서
이곳의 마른 나뭇가지들이 전부 색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면
의림지의 모습은 얼마나 더 풍요스러웠을지 내내 아쉬운 느낌이 들더군요.

삭막해보이는 겨울엔 또 이곳의 빙어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그때는 아쉬움이 좀 가실지도 모르겠네요.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이 곳은
과도하게 치장하지 않은 수수한 느낌의 산책로가 수려한 경관을 따라 이어져 있기 때문에
동물을 데리고 오시는 분도 많고, 가족끼리 산책하시는 모습도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 의림지의 또 한가지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이 용추폭포입니다.
용이 지나간 자리라는 뜻의 용추폭포는, 그 최대 높이가 30m에 달하는 가파른 폭포인데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주변 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합니다.
스탭이신 쾌걸님은 어릴때 저 밑의 웅덩이에서 헤엄치고 노셨다네요.


난간 바로 밑에서 쏟아지는 폭포라
고개를 내밀고 밑을 바라보면 꽤나 무섭기도 합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아마 꽤나 유들유들한 몸이 되어 저 밑에서 발견되겠죠... ㅡㅡ;


폭포 왼쪽에 아슬아슬하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소나무의 위엄이 굉장했습니다.
마치 폭포에 뛰어드려는 듯한 가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더군요.
자칫하면 정말로 폭포에 떨어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뭔가 오랫동안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혼자 왔다면 이곳에서 30분 정도 죽치고 앉아 있었겠지만
여기저기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파워블로거분들 틈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해주시는 해설사분을 위해서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일행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훗날 쾌걸님께서 '벛꽃을 못피워 죄송합니다'라고 우스개소리로 말씀하셨을 만큼
제천의 명승지와 벛꽃이 만나는 풍경을 보고 오지 못한 것은 그저 아쉬울 뿐이네요.

다음엔 꼭 흐드러지게 핀 벛꽃길 사이를 기분좋게 산책하러 가 봐야겠습니다.


확실히 이 정도로 넓고 깊은 저수지임에도
익사 방지를 위한 시설은 그렇게 철저하게 보이지 않는듯 했습니다.
경관이 좋은 휴식처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미관을 해칠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술독에 빠져서 정신줄 놓지만 않으면 이런 곳에서 흉흉한 기사거리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될 텐데 말입니다.


의림지의 또 한가지 볼거리 경호루입니다.
1948년에 창건된 누각이라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뒤쪽의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경호루의 모습은 의림지의 운치를 즐기기에 그만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엎어지면 코 닿을 지근거리에 식당과 화장실이 들어서 있는 바람에 그 흥은 많이 깨어진 듯 합니다.
사진에서도 나오지만, 뒤의 배경들 때문에 경호루의 매력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 것 같네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 않을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에 파장을 일으키는 의림지의 수면은 참 매력적입니다.
서울 팀과 합류하는게 늦어지는 바람에 시간 넉넉하게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제천의 제1경이라 불리는 이곳을 1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주파해 버렸다는게 안타깝네요.

가을 단풍이 들 때쯤 가족들과 다시 찾아와 보면 지금보다 훨씬 황홀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면과 맞닿을 듯이 늘어져 있는 소나무의 모습 역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춘천 산막골의 한국화가 우안선생님이 평생을 그려오신 소나무라는 녀석은
정말 60년의 세월동안 파고들고 대화를 해도 여전히 새롭고 기개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느긋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얼마나 편안해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불행히도 나이가 많이 든 녀석이기도 하고 해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도록 와이어로 고정해놓은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붙잡아 보려는 사람의 집착일까요.

문제는 저 와이어가 소나무 기둥에 대못으로 박혀있는 구조라는데
아무래도 나이든 나무의 관리법으로 그리 유용한 것 같지는 않더군요.
나무에 대못을 박아서 지탱하는 방법 대신 좀 더 좋은 방법을 방구해야 할 시기인 듯 합니다.


이 둘은 서로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대로라면 언젠간 정말 만나버릴수도 있겠네요.


이 근처 나무에는 모두 저런 표식이 붙어있습니다.
표식 디자인이 꽤나 마음에 들더군요. 남의 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색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멀리 저희들을 태우고 떠날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의림지를 빠져나가기 전 발견한 또 하나의 볼거리 영호정입니다.
원래 1807년 건축된 녀석인데, 한국전쟁때 불타버리는 바람에 1954년에 중건되었습니다.

상당히 정성들여서 중건한 흔적이 엿보이는 정자였는데, 가만히 지쳐보고 있으니
이 녀석은 겨울의 의림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보슬보슬 눈 내리는 가운데 얼어버린 의림지를 바라보며 이 곳에 앉아있으면 꽤나 멋질 것 같다는 상상을 멋대로 해봤습니다.


시간상 다른 블로거분들보다 둘러볼 기회가 적은 탓에
살짝 맛만 보고 떠나야 했던 의림지여서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있네요.

이상기온때문에 의림지의 본모습은 아직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습니다.
계절의 특징이 뚜렷할 때 찾아가보면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곳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천에 오면 거의 필수적으로 둘러보는 제 1경 의림지를 뒤로 하고 버스는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