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갑자기 볼링좀 치자고 해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내일 회사 사람들하고 볼링 치러가는데
한 번도 제대로 쳐본적이 없으니 가서 같이 연습좀 하자는 것이었네요.


저도 볼링 쳐본지가 어언 10년은 훨씬 넘은터라
별 도움은 안될거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계속 가자고 부탁해서 따라갔습니다.

중간에 친구가 추천하는 순대국밥 한그릇 먹고.
실은 볼링이야기가 아니라 순대국밥 사진 올리는 포스팅이었나...


대~충 기억나는 포즈와 방법을 가르쳐주고 일단 시작해봅니다.
저도 뭐 간신히 100점 넘길 정도의 캐초보라서.

일단 친구는 일단 라인 벗어나지 않게 공 굴리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연습 또 연습.

아닌 밤중에 전국대회 우승을 노리는 코치와 선수처럼 계속 자세 지적해주면서 땀을 흘렸네요.


팔은 직선으로!
다리 더 구부리고!
손목 돌리지 마!
쥐새끼 시부럴 X!

맹훈련끝에 친구도 대강 70~80점 언저리에서 노는 실력이 되었습니다.

이건 그저께 이야기고, 어제가 실전이었는데 대충 초보 티라도 낼 수 있었다면 좋겠네요.
볼링치다 :: 2010. 4. 23. 01:45 Photo Diary


틈나면 나가보는 아파트 뒷마당입니다.
5월 중순쯤 되면 화려하게 색이 변해있겠지만
그때쯤이면 여기서 사진 찍을 여유는 없는고로
지금이라도 열심히 찍어줘야죠.


작년 초여름에 사진 찍으면서 느낀 거지만
화려하게 꽃들이 뭉쳐서 피어있으면
아무래도 색이 너무 강렬해서 제가 찍으려는 사진의 컨셉을 맞추기가 힘들더군요.

화면의 특정 부위에 의도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색의 대비가 확실한 녀석을 찍는게 도움이 됩니다.


뒷마당이라서 하루중 직사광선이 비칠 때가 얼마 되지 않는 고로
타이밍을 잘 맞추면 이렇게 빛이 따스해 보이는 녀석도 건질 수 있죠.


마음이 매말라서 그런지 좁아서 그런지
이렇게 새끼손가락 만한 녀석이 홀로 피어있는 모습을 담는게 마음에 듭니다.

마크로렌즈 같은걸 쓰면 화면 한가득 꽃모양을 담을 수 있지만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 한민족(?)답게 전 공간에 여유가 있는 꽃사진이 좋더군요.


너무 그런 사진만 찍으면 인간성에 의심을 받을까 싶어 이런 단체사진도 찍어줍니다.
못 보던 녀석인데 어느샌가 피어있군요. 파랑과 흰색의 조합은 제가 좋아하는 색이죠.


꽃사진을 찍을때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이렇게 여러가지 색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장면일 듯.
아직 갈색의 대지에 드문드문 솟아있는 이런 분위기가 역시 봄이라는 녀석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뭉쳐서 화려함을 발하는 꽃들은 사실 제 능력으로는 담기가 버거운 부류인데
그래서 가능한 한 색의 포화를 막는 방향으로 보정을 하곤 합니다.
꽃을 의도대로 담는 것도 역시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죠.

전 아직 그 수준까지는 올라가지 못한 관계로 보정할때 조금 머리를 싸맵니다.


이건 그닥 보정을 하지 않은 실사판(?)
꽃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크게 변하니까요.

봄이라고 해서 무조건 화려하거나 예쁘거나 하는 식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조금...
전 기본적으로 그렇게 밝은 성격은 아니라서.


사진의 감성을 계속계속 바뀌는 것이지만
요즘 저는 암부가 깊고 명암차가 뚜렷한 사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일부러 암부를 중점으로 찍으면 계조가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어떻게 찍은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이라고 정할수는 없으니
그냥 취향대로 담아내는게 가장 좋은 사진이겠죠.

카메라 장비사이트 같은 곳에서는 매일매일 카메라의 기계적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게 일과인데
그런 쪽에서 보면 제 보정 방식은 캐초보의 과도한 보정떡칠에 불과한 것일지도.


이런 구도도 마음에 들어요.
일부러 꺾은것도 아닌데 저렇게 경쟁하듯이 고개를 쑤욱 들이민 민들레 녀석이 앙증맞아서
어떻게든 두 녀석을 한 화면에 담아보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지금은 또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데
쨍한 날이 오면 한번 더 나가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