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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9  엄니와 여행 - 타카마츠 4
  2. 2015.07.03  대마도 - 히타카츠 3편 2
  3. 2015.06.30  대마도 - 히타카츠 2편 2
  4. 2015.06.24  대마도 - 히타카츠 1편 6
  5. 2015.06.13  대마도 - 니이 2편 2
  6. 2015.06.11  대마도 - 니이 1편 7

 

작년 7월에 엄니와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바글바글한 도시를 싫어하시니 어디가 좋을까 생각 좀 하다가

자전거 여행 중 나름 마음에 들어서 며칠 묵었던 타카마츠가 생각나더군요.

섬나라 안의 섬나라인 시코쿠(四国)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도쿄나 오사카처럼 번잡하진 않습니다.

 

예전에 부모님 친구분들이 일본에서 어느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더라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가 타카마츠 근처의 지중미술관이었기에 더욱 엄니의 흥미를 돋구웠겠죠.

나이대가 관계 있을지는 모르지만, 친구가 다녀와서 좋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인도 가 보고 싶은 그런 심리도 작용했을 겁니다.

 

지방 살아서 힘든 게 타카마츠같은 곳은 일단 주요 관광지에 비해 외진 곳이라 대부분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편하게 KTX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바로 공항철도를 타고 바로 인천공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타카마츠행 비행기는 저가항공도 없어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데, 이럴 경우엔 서울역에서 미리 탑승수속도 해둘 수 있어 편했네요.

요즘 인천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체크인 수속하고 검색대 통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비싼 항공사 이용하면 그나마 특전이 있군요.

 

 

 

공항철도에서 국제선 청사까지 가는 게 조금 길긴 하지만 어차피 실내라 더운 편은 아닙니다.

단지 7월에 타카마츠 간다는 게 조금 걱정은 되더군요. 거기도 시원한 곳은 아니라... 그래도 오사카나 도쿄보다는 시원한 편입니다만.

 

엄니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가는 게 처음이라 이런 모습도 한번 구경할 만 하실겁니다.

 

 

 

이것저것 공사중이긴 한데, 이 정도 규모를 단지 공항철도 환승용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붙일 예정인지 모르겠네요.

 

공항철도가 완공되지 않았던 시절엔 인천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별로 편하질 않아서 아쉬웠는데

요즘 인천공항은 서서히 완전체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물론 공항 자체의 특색이라던가 그런 건 거의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죠.

면세점이 어마어마하긴 해도 사실 아기자기하게 즐길 거리는 거의 없고 그냥 겉멋만 들었다는 느낌이니.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저 1층의 오토바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칸 크루저라면 거의 할리 데이비슨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오토바이 제조사는 저 인디언이죠.

 

물론 지금도 할리 점유율과는 상대가 안되지만 할리와는 다른 매력이 충만한 녀석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저런 크루저는 나이가 좀 더 들면 타 볼까 하는 편이라 당장 구매욕이 솟구치치는 않습니다만.

오토바이는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서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더군요.

 

 

 

인천공항은 언제 와도 참 거대하고 깔끔하며 별로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어느 공항이나 먹거리는 만족을 해 본적이 없는데, 이 거대한 공항 역시 먹거리 수준은 영 아니죠.

 

갈비탕 하나에 만원이 넘는데도 막상 먹어보면 이게 이런 고급스러운 공항에서 팔 수준이나 싶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일본의 센트레아 공항은 이륙시간이 다가오는게 아쉬울 정도로 먹거리가 다양하고 맛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는 빨리 이륙시간이 되어서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멋을 살리는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네요.

인천공항을 즐기려면 꼼곰함을 버리고 규모와 화려한 면세점의 분위기에 취하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 사치품 말고 이 공항에서 마음에 들어하는 먹거리나 선물거리를 어떻게 선택할런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느긋하게 게이트에 도착합니다.

저 혼자 여행 갈때는 가끔 사람이 너무 미어터져서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시간이 없기도 하는데

엄니와 함께 느긋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죠.

 

엄니는 세계 곳곳을 다녀보셨지만 거의 대부분 여행사 투어상품을 따라간 것이라

저하고 같이 가는 자유여행은 어쨌든 체력적으로 조금 더 부담이 될 지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죠.

물론 여행사처럼 맛없는 음식 먹이고 한밤중에 숙소로 돌아와 새벽에 떠나는 강행군을 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으로 여행사 상품처럼 편안히 앉아서 관광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두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이니까 말입니다.

 

특히 2014년 1월쯤에 갔던 오사카 부근 여행은 추위에 무리가 간 건지 혈뇨를 쏟으셔서 여행 하루를 꼬박 호텔에서 누워계시기도 했기에

이번엔 구경을 많이 못하더라도 최대한 느긋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시도록 조심하는 중입니다.

여러 번 그 점에 대해 말씀도 드렸고, 엄니도 집안일 하지 않고 편안히 먹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네요.

 

 

 

커피를 별로 안좋아하시지만 향기는 좋아하시고, 피곤할 때 한두 모금씩 마시면 힘이 난다고 하시죠.

지방 사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문제가 여행 첫 날이 굉장히 피곤하다는 점입니다.

KTX와 공항철도 타는 시간만 계산해도 이미 비행기 타는 시간보다 더 길어져 버리니.

 

이번 여행은 오후 5시가 넘어야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니 아예 일정이란 거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숙소 도착하고 밖에 나와 저녁식사 하고 쉬는 것 뿐이죠.

 

 

 

타카마츠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그 목가적인 아담함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관광객도 그렇게 많지 않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조용하게 이동이 가능하더군요.

작년 일이라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 요즘 일본은 전국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흐르고 있어서.

 

시코쿠라는 지역이 꽤나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엣 정취가 남아있는 곳도 있어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주요 목적지인 타카마츠는 나름 큰 도시라 불편함도 없고 말이죠.

 

특히 시코쿠 중 타카마츠시가 속한 카가와(香川)현의 경우 별명이 '우동'현일 정도로 우동 사랑이 각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공항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음식점은 역시 우동 전문점.

 

카가와현의 우동 사랑은 농담이 아닌 게 이곳의 옛 이름이 사누키였으니까요. 한국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사누키 우동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우동집 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고, 아예 우동현이라고 불릴 만큼 우동 하나만큼은 압도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타카마츠 시내에 들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은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즈시입니다.

버스 타고 오면서 쿠라즈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우동은 여행중 지겹도록 먹어재낄 테니까요.

 

카가와현의 우동사랑은 단순한 지역 홍보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의 프라이드와 같기 때문에

온갖 우동관련 제품은 물론 지역의 유명한 우동집을 안내하는 우동 택시와 우동 투어 버스까지 존재합니다.

우동먹으러 다니는 데 하루를 투자하는 건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이한 코스니 저도 계획에 넣어놨습니다.

 

쿠라즈시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아서 엄니와 택시를 탑니다.

당연히 버스로도 올 수 있지만 엄니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택시비 800엔 정도를 아낄 필요도 없는 여행이고 말이죠.

 

쿠라즈시는 캇파즈시와 함께 대표적인 저가형 회전초밥집입니다만 그래도 한국 회전초밥집보다 훨씬 낫습니다.

첫날부터 고급스런 스시를 벌벌 떨어가며 먹을 필요는 없어서 여행 첫 날을 기념하며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네요.

 

 

 

한국에서는 늘 초밥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레벨이면 그 갈증을 해소할 정도는 됩니다.

대부분의 초밥이 105엔 짜리임에도 비슷한 가격의 한국 회전초밥과 비교할 레벨은 아니죠.

 

사실 105엔짜리 초밥은 생선보다는 이렇게 소스를 바른 군함말이나 조개 등 패류가 주를 이룹니다.

그나마 오래 보관이 가능한 조개류에 비해 생선은 신선도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너무 많이 바뀌니까요.

본토 사람들도 그런 거 다 인지하고 오는 거니, 가격대에 적정한 음식이라는 느낌입니다.

 

 

 

초밥도 신나게 먹고 당시 새로 구입했었던 카메라로 신나게 찍어주기도 하며 즐깁니다.

엄니는 사실 저만큼 초밥을 좋아하시는 편이 아니지만, 라멘 등의 짠 음식은 더 싫어하기도 하고

일본 요리중에서는 속에 부담가지 않는 나름 고급 정식을 좋아하시는 터라 도착 직후의 간편한 요기 떼우기로는 회전초밥집이 좋았죠.

 

 

 

저가형 회전초밥집은 경쟁이 심한 종목이라 손님을 끌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다 먹은 초밥 접시를 넣은 구멍이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죠.

식사 후 일일히 점원이 나와 먹은 접시를 계산하는 인건비도 줄이는 동시에 재미라는 측면도 붙잡으려고 노력한 결과입니다.

 

 

 

5접시를 넣으면 테이블 위의 터치패널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일종의 슬롯 머신이 작동합니다.

여기서 당첨되면 조그마한 기념품을 주기도 하죠.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은 한 접시라도 더 먹으려 할 테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런 걸 보면 상술이란 것도 나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중요할 텐데 말이죠.

 

 

 

생선쪽은 그렇게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타카마츠가 바다와 인접한 항구도시다 보니 나름 신선하더군요.

물론 참치 대뱃살 같은 건 입에서 슬슬 녹겠지만 그건 여기서도 한 접시 700엔 가까이 하는 고급품이라.

 

저녁의 쿠라즈시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손님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엄니도 저한테 '일본 사람들 조용하다고 하더니 전혀 아니네'라고 하실 정도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죠.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고급 초밥집에 들어가서 그 고요한 분위기에 오히려 압도되는 경우도 있어서

풀어진 느낌으로 편안하게 즐기기엔 이런 회전초밥집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새우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안 시킬수가 없습니다.

이건 한 접시당 두 개가 아니라 하나만 나오는, 즉 일반 초밥의 2배 가격입니다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예전에 일본 방송에서 본 바로는 새우의 생물학적 친척이 지네라고 하더군요.

이 녀석을 보면서 그럼 깨끗하게 사육한 지네 고기의 육질도 비슷한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시도해 볼 만큼 담력이 크진 않습니다만.

 

 

 

회전테이블에 올라가 있지 않은 녀석들도 터치 패널에서 사진을 보며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엄니께서도 몇 가지를 주문해 봅니다. 저도 처음 보는 녀석을 주문하시더군요.

 

구운 김 위에 반숙계란과 명란젓을 올린 김밥같은 녀석입니다. 왠지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게 엄니가 궁금해 하실만도 하네요.

맛은 뭐 명란젓의 짠 맛을 부드러운 반숙계란이 중화시켜 주고, 위에 올려진 고추장같은 살짝 매운 소스가 입맛을 당기게 해 주더군요.

 

재미삼아 한 번 먹어본 녀석이지만 의외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여기서라도 먹어보자고 라멘도 주문합니다.

이런 건 직원이 직접 가져다 주죠.

 

엄니가 짠 라멘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엄니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라멘을 먹을 기회가 없기도 하고

특히 이곳 카가와현은 우동의 성지이기 때문에 굳이 라멘을 먹을 필요가 없었기도 하니까요.

 

인스턴트 라멘처럼 매우 평범한 맛이었습니다만 반숙계란과 듬뿍 올려진 파가 나름 맛을 보충해 줬습니다.

 

 

 

정신적인 흥분도라고 할까, 여행에서는 첫날 밤이 가장 들뜨는 기분입니다.

한창 여행중일 때는 그게 일상이 되어버리니 재미는 있지만 흥분되지는 않고

여행 마지막이 다가오면 또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구나 싶어서 조금 우울해 지니 말이죠.

엄니께서는 피곤한데 집에 가서 쉬면 좋지 하시며 돌아가는 것도 싫어하시진 않습니다만.

 

그래서 아침부터 KTX 타고 공항철도 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하면서 도착한 여행 첫날 저녁은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님에도 꽤나 즐겁게 흡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캇파즈시보다는 쿠라즈시쪽이 제 입맛에 더 맞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봤자 몇 번밖에 가 보지 않았기에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요.

 

밤이 어두워졌지만 7월의 타카마츠는 선선하다 할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내일부터는 35도는 넘은 기온 속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각오를 해야겠죠.

 

엄니나 저나 배가 많이 불러서 조금 산책이라도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자전거 여행때도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회전초밥이란 것도 너무나 비싼 음식이었으니

아마도 저 앞에 보이는 규동집인 스키야 정도에서 400엔쯤 하는 규동 곱배기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엔 카가와현에 왔으니 우동을 먹어보자고 우동집에 들어갔는데

이 곳의 특이한 우동 주문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그냥 빈 쟁반만 들고 멍하니 서 있으니

주방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당신 외지인이지? 그렇게 서 있는거 보니' 하시더군요.

이쪽의 우동집은 대부분 기본적인 면만 어떻게 내어달라고 말한 후 접시에 면을 받고 나면

식판을 옆으로 주욱 끌면서 전시되어 있는 튀김 등의 각종 추가 메뉴를 자기 취향껏 덜어가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하러 왔다고 하니 크게 놀라시면서 '장하구만. 많이많이 먹어요' 하시던 당찬 아주머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일본의 도시 외곽지역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큰 주차장이 필요한 대형 음식점이나 넷까페, 중고차 시장 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도시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불법주차에 매우 엄격한 곳이다 보니 이런 음식점들은 외곽으로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엄니가 고기를 아주 좋아하셨다면 회전초밥집 대신 저 앞에 보이는 고기뷔페집에 들어갔겠지만

초밥보다 고기를 더 싫어하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건너편에 대형 쇼핑몰 YOU ME 타워가 보여서 엄니가 구경가자고 하십니다.

거의 폐점시간이라 물건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택시타고 돌아갈 예정이고

저 쇼핑몰 앞에서 택시를 쉽게 탈 수 있으니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카메라가 5축 손떨방을 자랑하던 올림푸스의 E-M1 이라 이렇게도 한 번 찍어보는군요.

배경은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생기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한국의 그마트와 같은 YOU ME 타워는 생각보다 훨씬 크더군요.

슈퍼뿐 아니라 유니클로, 홈센터인 니토리 등 많은 가게가 함께 모인 곳인데

다행히도 슈퍼는 아직 열려있어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들고 갈 수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니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는군요.

보통 일본의 택시기사는 승객에게 말을 잘 걸지 않습니다만 시골로 갈수록 말을 잘 걸어오시는 듯 합니다.

내일은 리츠린 공원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 타카마츠의 자랑이라고 하시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자전거 여행 중 상당히 인상깊었던 공원이라 이번에도 찾아가려고 합니다.

 

공원이 워낙 커서 관리하는 사람만 백여 명이 넘고, 그 덕분에 지역경제도 활성화가 된다고 뿌듯해 하셨네요.

시코쿠에서는 가장 큰 도시지만 사실 일본 전국에서는 상당히 작은 축에 들어가는 이곳 타카마츠인데

택시기사분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볼거리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부럽습니다.

 

제가 서식하는 대구에서는 생전 처음부터는 관광객에게 저렇게 자랑스럽게 추천할 만한 곳이 금새 떠오르질 않는군요.

 

엄니가 어차피 잠만 잘 거 숙소에 돈쓰지 말자고 하셔서 저렴한 토요코인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토요코인은 원래 다른 호텔이던 것을 거둬드린 터라 일반적인 토요코인에 비해 훨씬 거대합니다. 가격은 두 명에 7만원 정도로 저렴한데도 말이죠.

예전 자전거 여행 때 리츠린 공원을 보기 위해 하룻밤 묵었을 때 그 예상외의 거대함에 놀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죠.

 

트윈침대도 넓직넓직하고 그 옆에 간이 테이블까지 놓여진 곳이라 매우 쾌적하게 간식을 까먹으며 쉴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위치에 있었을 리는 절대로 없는 나무둥치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떠밀려 왔다고 하기에도 상당히 깊숙히 박혀 있어서 정체를 알 수 없다.

해수욕 즐길 때 의자 대용으로 앉아서 발을 적시기에는 적당한 듯 하다.

 

 

 

해변 오른쪽은 이런 식으로 깎여나간 절벽처럼 되어 있다.

지질층이 독특한 것인지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가면 동굴이라도 하나 만들어 지려나.

 

아름다운 해변으로 소문이 난 곳이라 한여름엔 사람들이 꽤나 찾아올 법도 한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편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입구 쪽에 커피를 만들어 파는 차량이 한 대 서 있는 것 빼고는 먹거리도 전무하고.

 

어찌보면 지금의 나처럼 그냥 신기한 해변의 모습이나 감상하면서 산책하는데 더 특화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체관광객들은 찌렁찌렁 소리를 지르면서 즐겁게 바다 가운데의 조그만 섬을 탐험중이다.

동양인의 종족 특성인 듯, 소수로 다닐 때는 참 조용한데 뭉치기 시작하면 허파에 숨이 더 들어가는지 성대 근육이 강화되는지 목소리가 커진다.

 

수영복은 아니지만 몇몇 아주머니들은 거의 허리 바로 밑까지 잠기는 위치에서 옷을 입은채로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주변 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그리 빡빡하진 않으니 신나게 노는것도 나쁘지 않게 보인다.

홀로 여행은 어쨌든 간에 크게 흥분할 일이 없이 차분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 보니

옆에서 저렇게 즐거워 하는 여행자들 보는 것도 왠지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느낌.

 

 

 

푸른 하늘에 바닷물이 뜨끈뜨끈해 지는 시기였다면 좀 더 멋진 광경을 만끽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연 환경뿐 아니라 사람 구경도 좀 더 즐거워질 법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시기까지는 아니었다.

 

대마도 쪽에서는 이곳 미우다 해변을 '일본 해안 100선에 선정'되었다고 크게 자랑하고 있다.

물론 대마도라는 섬이 이런 모래사장이 생기기 어려운 지형이기도 하고, 모래가 고운데다가 수심이 완만해서 해수욕에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일본 해안 100선이라고 하면 아무리 섬나라라 해도 어지간 한 녀석은 거의 다 포함되는 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한국이라면 해안 100선까지 선택이나 가능하려나.

 

 

 

바다도 좋긴 한데, 대마도는 전체 면적의 90% 가까이가 산림이라서 나무 구경하는 것도 좋다.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원시림도 약간이지만 존재하고 있어서 자연적으로는 가치가 높은 섬.

 

얼핏 보면 한국의 삼림에 비해 좀 더 키가 크다고 해야 하나, 높이 쭉쭉 뻗어있는 느낌이 든다.

기후와 지형 탓이겠지만 그래도 대마도라는 외국에 와서 한국과 비교해 가장 이질적인 느낌을 이런 산림 속에서 받는다는 건 특이하다.

 

 

 

주변 암석을 주욱 돌아보는데 그놈의 예절을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보인다.

물론 일본인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본인도 일단 담배를 피워는 봤기 때문에 권유받으면 피기도 하지만

이런 짓거리 하는 인간들 때문에 언제나 흡연자들은 욕을 먹을대로 먹으며 사는 것이라 생각.

 

일본에서는 개인 휴대용 재털이 갖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도 여행중 하나 사 와서 나침반님한테 선물로 드렸지만

한국의 흡연 사정을 생각해 보면 그런 거 유용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물놀이는 언제나 재미있는가 보다.

본인은 바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지 10년도 넘은 듯.

 

바다를 보는 건 항상 좋지만 빠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만 나아가서 물장구 치는 건 왠지 좀 식상해 졌다고 할까.

쭉쭉빵빵한 언니가 비니키를 입고 달려든다면야 다시 바다놀이가 즐거워 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로또 당첨보다 조금 더 허황한 공상이다.

 

 

 

우거진 수풀과 한적한 모래사장 사이에 아담하게 진을 치고 있는 녀석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색상도 마음에 딱 드는데, 번호판도 있고 정식으로 운전이 가능한 모델인 듯.

 

보통은 폭스바겐 마이크로 버스라고 불리는데, 이 녀석은 나라별로 별명이 워낙 많아서 정식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정리하면서야 '장사하는 아주머니들한테 일본에서는 이 녀석이 무슨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무더운 날씨라 그런지 한두 명씩이라도 뭔가를 사 마시고 있다.

 

 

 

섬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그만 돌덩이 위에 올라가면

그래도 이제껏 걸어오면서 봤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저씨들 모습을 찍고 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도촬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어차피 얼굴은 나오지도 않았으니 문제없지 않을까.

강렬한 느낌이 거의 없는 대마도의 모습 중 그나마 좀 마음에 드는 녀석을 건져서 왠지 살짝 해탈한 느낌도 든다.

 

 

 

주차장 쪽으로 걸어나오니 놀랍게도 이타샤(痛車)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이런 섬에도 이타샤가 있다는 게 가히 놀라울 따름. 매니아들은 도시 시골 가리지 않고 서식중인가 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찍혀있는 캐릭터들은 거의 다 모르는 녀석들 뿐이라는게 조금 섭섭했지만.

 

 

 

문짝에 큼지막하게 박힌 그림은 비록 캐릭터가 누군지는 몰라도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듯 하다.

학생 시절 많이 봐 왔던 CLAMP의 그림체임이 틀림없다.

 

물론 내가 한창 만화책을 탐닉하던 시절의 CLAMP는 '성전'이나 '도쿄 바빌론'같은 초기작들이라

이런 그림체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들 특유의 인형같은 그림체의 흔적은 아직 남아있어 보인다.

 

 

 

본인이 빌려 온 전동자전거도 기념으로 남겨 본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하나큐피트의 풍선이 운전대 앞에 꽂혀 있다.

하나큐피트는 일본의 꽃 배달 서비스 기업 이름인데, 어째써 여기서 이런 걸 보게 되는 걸까.

 

어찌됐든 자전거 앞에서 멋진 임팩트를 주는 녀석이라 사진에 담기 좋다.

 

 

 

대마도 여행에는 속옷 한두 벌과 카메라밖에 가져온 게 없어서 가방도 간소하다.

구입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용량이 작다는 점만 빼면 여전히 생생한 보블비의 백팩.

천이 아니라 살짝 물렁물렁한 폴리에틸렌 재질은 어지간히 굴리고 오래 사용해도 모양의 변형이나 상처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잘도 사용해 오고 있는데 전혀 수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이 정도 용량의 백팩은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끔은 난감해지기도 한다.

 

 

 

좀 전에 괜찮은 사진도 건지고 했으니 간소한 답례라도 하기 위해

마이크로버스 앞으로 다가가 음료수를 골라본다. 커피도 나쁘지 않지만 날씨가 더우니 빙수를 선택.

군것질용으로 먹는 이런 빙수는 그냥 얼음조각에다가 색소 넣은 과당을 뿌려줄 뿐이지만

왠지 어릴 적 불량식품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끌리게 되는 편이다.

 

양은 굉장히 적은데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포장 기술이 어디 가진 않는지 멋들어지게 쌓아올린 빙수를 내어준다.

날씨가 덥긴 더운지 윗 부분을 씹어먹고 있으니 아랫부분이 거의 다 녹아버린다.

 

역시 달달한 편이라 갈증 해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녀석은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시간은 아직 모자라지 않게 남아있어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편 언덕을 타고 올라가 본다.

상당한 오르막이라 귀차니즘의 화신이 되어 있던 당시엔 전동 자전거가 아니라면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 듯 하다.

 

일본은 전동 자전거 발매 초기에 아무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기 바이크처럼 무지막지한 출력을 자랑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속도를 30km 이상 내다가 사고로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 이후 반드시 전동 자전거는 사람의 페달 밟는 힘을 보조해 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이 생겼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정식 명칭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기술이 좋아져서 어시스트비가 7:3 까지 올라간 녀석도 있긴 하지만, 초기 모델처럼 밟으면 밟는대로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던 때와 비하면 좀 소박해 지긴 했다.

 

대마도의 전동 자전거는 워낙 구형이라 베터리도 무겁고 수명도 짧고 어시스트비도 4:6 정도 될까말까 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있었기에 땀은 좀 흘렸지만 어렵지 않게 언덕을 넘어오는데 성공한다.

 

끝까지 올라오자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맞이해 줬는데, 관광객을 위해 상당히 깔끔하게 손질된 도로가 인상적이다.

 

 

 

가끔씩 야외 공연도 하는 듯 길다란 나무판이 밑에 보인다. 텐트치고 야영을 해도 안성마춤인 분위기.

언덕 아래쪽 바다를 돌아가면 방금 전 거닐던 미우다 해변의 끝자락이 나온다.

 

확실히 여름 해수욕장으로서는 최적지인 듯 하다. 바글거리지도 않고 깨끗하고 주변에 야영할 곳도 많고.

 

 

 

택시가 한 대 올라오더니 안에서 젊은 한국 여성 둘이 내린다.

대마도는 택시가 상시 운행을 하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센터에 문의를 하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2시간에 6만원 정도로 본토에 비하면 그리 비싼편도 아니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관광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과 함께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에도 내려주기 때문에

편안한 관광을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본인은 아마 구경하는것 보다 기사 아저씨하고 잡담하는게 더 재미있겠지만.

 

설명은 일본어로 하다 보니 관광객 쪽은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매력.

꼽사리로 설명을 좀 들으려 해도 바람이 워낙 거세서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울타리가 쳐진 곳 쪽으로 30~40분쯤 걸어가면 높지는 않지만 바닷가 절벽쪽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나쁘진 않은 경험이겠지만 날씨도 덥고 왕복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빠듯해서 그냥 사진만 찍어놓는다.

 

평소에도 바람이 심한지 주위 나무줄기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 한 쪽으로 쓸어올린 머리칼 같은 느낌이다.

 

 

 

자전거를 손에 넣은채로 앞으로 펼쳐진 한적한 길을 보고 있으니 예전의 욕망이 되살아난다.

물론 예전 자전거 여행 당시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좀 무섭기도 했지만

대마도 정도의 크기라면 어차피 달리다 보면 한 바퀴 금방이니 무작정 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하지만 출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예전의 그 열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약간의 미련을 남긴 채 마을로 돌아간다.

 

 

 

마을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한 후 남은 일은 한 가지 뿐이다.

나름 대마도의 명물 버거라고 할 수 있는 츠시마 버거를 먹어보는 일.

하룻밤 묵었던 호텔 바로 옆에 버거집이 있어서 들어가 본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없었던 대마도에서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 내어 만든 버거로서

해산물이 풍부한 섬의 특징을 살려서 소고기 패티 안에 톳과 오징어를 넣어 만든 녀석이다.

 

이즈하라에 본점이 있긴 한데, 공교롭게도 내가 도착한 날은 이미 영업이 끝나있어서

분점이긴 하지만 히타카츠에서 시식을 해 보게 되었다.

 

 

 

패티는 당연히 수제라서 기본 레벨은 한다.

하지만 일본 아니랄까봐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냥 간식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힘들다.

그 작다는 모스버거와도 자웅을 겨룰 만한 크기니 어느 정도 덩치 이상의 남자들은 이걸로 배 채우긴 힘들 듯.

 

주문후 구워주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버거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톳과 오징어는 확실히 특이한 향미를 가져다 주는데, 소스가 과하지 않아서 소고기 향내에 쌓인 톳과 오징어의 식감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길 가다가 눈에 들어오면 한 개씩 먹고 가기에 충분한 맛이지만 지역적 특성상 크기에 비해 가격이 꽤나 비싼 편인 점이 조금 아쉽다.

맛 자체의 레벨도 뭐, 사세보 버거나 유후인 버거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요소가 매우 강한 지역이다 보니

여기 와서 이거 안 먹고 가는 한국인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이 든 단체 관광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항구에 도착하니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뭔가 사 들고 가기는 많이 사 들고 간다.

당연하게도 본인은 완전히 빈 손이다. 반찬거리야 많이 있지만 외국여행 선물로 사 들고 올 만큼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 있다 온 건가 싶을 정도로, 확실히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이 생계에서 큰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조용하길 바랬지만 그래도 줄 서서 구경할 만한 요소가 없는 곳이다 보니 생각만큼 귀찮지는 않아서 다행.

 

자전거 여행 중 가 보지 않은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었기에

과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궁금하다면 한 번쯤 와도 될 만한 곳이다.

물론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여행이라고 해서 볼거리가 풍성한 곳 보다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여행이란 일단 집을 출발하고 나면 작던 크던 나름의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니까.

 

짧은 기간이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 짜증도 나고 편안한 풍경에 느긋해 지기도 했다. 무난하고 조용한 일상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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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없어서 호텔에 오래 머물 일은 없다.

남은 시마토쿠 쿠폰이 2장쯤 되는데 이건 식사와 간식거리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자전거 대여점에서 전동자전거를 빌리는 데도 쓸 수 있다. 수량이 남아있으면 그걸로 해결할 생각.

 

자전거 대여점으로 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신사에 슬쩍 들러본다.

아침이지만 동네 어른들이 벌써 나와 집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시골 사람들일수록 아침이 부지런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마을의 살짝 외곽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이 토요사키 신사는 관광객들과는 별 인연이 없는 평범한 동네 신사.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도 눈물날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구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둘러보기 편한 곳이다.

 

 

 

신사 건물은 이것밖에 없지만 옆에는 넓은 공터와 함께 유치원으로 보이는 시설이 함께 놓여있다.

아이들이 없어 보이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수업중이라면 괜히 사진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

 

히타카츠는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마을이지만 마을 안에는 정말 볼 것이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허름한 숙박업소 몇 개와 특산품 매장 정도.

대마도에서 두번째 가는 도시라지만 이즈하라와 비교하기엔 차이가 너무 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을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즐거운 곳이다.

 

 

 

토요사키 신사에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바다에서 건져올린 듯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영물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금줄을 둘러놓긴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편은 아닌 듯.

 

 

 

신사 옆엔 놀이터도 있다. 신사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정서 함양에는 좋으려나.

사진을 찍으며 거닐고 있으니 나름 아침인데도 6~7살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젊은 아버지가 이곳에 들어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신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가끔 궁금해 진다. 이건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서다.

 

근처에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이는 관광객에 익숙한지 한번 눈 마주치고는 평범하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본토의 시골 신사에서 나처럼 여행객임이 분명한 사람과 마주치면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시골틱함에서는 거기 못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관광객이 전혀 신기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왠지 너무 익숙해 보이니 그것도 좀 김이 빠지긴 하지만.

 

 

 

산책삼아 신사를 둘러본 뒤 자전거 대여점 쪽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도로쪽으로 나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어차피 오늘 오후 배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하고는 인연이 없지만

축제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의 마을 주민들 모습은 여러 번 봐도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는 '야마다'라는 이름이 떡하니 찍혀 있다. 마을 지주인가?

낙석 혹은 토사 위험 때문인지 산 한편을 완전히 발라버리고 그 위에 이름을 찍어 놓았는데, 별로 볼 만한 풍경은 아니다.

워낙 경사가 아찔해서 저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자연 훼손으로 보인다.

 

 

 

자전거 대여점에 가니 벌써 한국 사람이 몇 와 있다.

다행히도 전동 자전거가 남아있어서 하나 빌리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가능하니 시원하게 남은 쿠폰을 모두 준다.

 

주인장 부부는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내가 일본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자 편한 일본어로 돌아간다.

짐을 전부 가지고 나온 터라 백팩은 둘째치고 카메라용 숄더백을 좀 맡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하지만 백팩에는 빨아야 할 옷가지들이 쌓여있고 숄더백에 카메라 장비가 들어있는 바람에

저기 구석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잽싸게 양 쪽의 내용물을 바꿔치우는 짓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한창 전동 자전거가 활발히 발매되고 있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당연하게도 이곳의 전동 자전거는 굉장히 구세대 모델이라 어시스트비도 형편없고 베터리도 채 2시간을 가지 못한다.

중간중간 어시스트를 끊어서 사용해 달라는 주인장의 조언이 허투로 느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처음 타 보는 전동 자전거의 위력은 그야말로 굉장해서

평소 힘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앞으로 죽죽 치고나가는 느낌이 매우 신선하다.

기어비 1단 정도의 힘을 10단 이상에서 들이는 힘만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돌아가기 전 후다닥 구경할 수 있는 미우다 해변은 걸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최소한 자전거가 없이는 조금 곤란할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냥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언덕이 워낙 많은 곳이라 귀찮기 그지없다.

 

 

 

오늘 귀국하는 사람이 많은지 상당한 수의 한국인 관광객이 벌써부터 해변가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버스로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나처럼 자전거로 오기도 하고.

모래사장은 바닷가 멀리서부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자전거 들여놓지 말라고 표지판이 놓여 있었지만

역시 대륙의 기상을 물려받은 한국 관광객은 거침없이 모래사장 깊숙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3일간의 대마도 여행 중 오늘 날씨가 가장 좋지 않아서 푸른 하늘과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름답긴 하지만 가이드 팜플렛에 쓰인 것 만큼 엄청나게 황홀한 그런 해변은 아니라서 되려 다행이라고 할까.

 

암석 지형 사이로 푹 파여 들어간 반달형 모래사장이라 확실히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기는 하다.

중앙에 저렇게 멋들어진 암초 하나가 들어서 있는 것도 이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

 

한번 가 볼까 싶었지만 등산복 입은 중년 관광객 무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저 곳으로 건너가는 중이라 깔끔하게 포기했다.

 

 

 

수영을 한 만한 시기도 아니고 날씨도 아니고 해서, 해변가엔 비니키 입은 여인네 구경도 할 수 없다.

해변가에서 왼쪽은 가파른 절벽이지만 오른쪽은 완만한 바위더미가 건너편 모래사장까지 이어져 있어서 구경할 만 하다.

바닷가 바위는 다들 그렇지만 어떻게 깎아내면 이렇게 될까 싶은 녀석들이 많다.

 

 

 

암석의 종류에 따라 깎이는 모양도 다르겠지만 다들 사람이 흉내내기는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원래 바다는 구경만 해도 좋아하는데

 

일본 자전거 여행이 1년의 대부분을 거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이제 바다가 꽤나 익숙해 졌다.

그런 고로 이런 바위도 워낙 많이 본 터라 그냥 오랜만에 재미있는 모습을 보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다.

사실 대마도 여행에서 바라고 있었던 마인드 자체가 그렇긴 하다. 그냥 나에게 있어서 평범했던 기억을 편안하게 되살려 보고 싶은 기분밖에 없었으니까.

 

 

 

미우다 해변은 사람들이 청소를 해서 깨끗한 것인지, 건너편 모래사장은 쓰레기 천지다.

새삼 이런 곳에 한국이나 중국 쓰레기가 떠밀려 내려오는 것이 신기하지만은 않다.

 

북한 위도를 넘어가는 홋카이도 최북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본 모습이니까.

물론 일부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홍수나 태풍 때 쓸려내려간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일본도 태풍으로 쓸린 쓰레기가 미국쪽 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하니까 딱히 시민 의식이라던가를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타국 해안가에서 자기나라 글씨가 적힌 쓰레기를 보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긴 하다.

 

 

 

바위쪽에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이 갯강구 무리는, 나처럼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겁할 정도로 수가 많다.

한국에서는 근 10여년간 바다에서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 녀석 보기도 참 쉬웠다. 요즘엔 어떨런지.

 

일본에서는 굳이 이곳뿐만 아니라 따뜻한 해안가 쪽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신기하진 않다.

단지 이곳엔 생각보다 개체수가 많고 덩치도 큰 녀석이 많은 게 조금 특이하다.

 

 

 

얼핏 바퀴벌레와도 닮았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을 돋게 하기에 그닥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바닷가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녀석들이라 많이 보이면 나름 환경 보존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으면 문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이 발걸음 진동을 느끼는지 조금만 다가가도 손쌀같이 내빼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다.

일본에서는 바닷가 어린이들의 좋은 장난감이라고 해서, 이걸 잔뜩 잡아서 싫어하는 애들한테 보여주는 짓을 곧잘 한다고 한다.

저렇게 빠른 녀석들을 어떻게 잡는지 참 궁금하다.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조심조심 다가가서 찍은 후 상당부분 크롭해서 당겨낸 녀석이 겨우 이 정도다.

그나마 제일 커 보이는 녀석을 찍어보려고 고심한 끝에 나온 녀석이라 모양이 꽤 듬직하다.

 

이렇게 찍어놓고 나니 정말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이니 기념으로 간직해 두기로 했다.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로 봐서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글씨인 듯 하다.

'Au Revoir MIUDA' 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데, 어깨 너머로 배운 프랑스어를 여기서 이렇게나 써 먹는다 싶다. See You Agiain.

 

프랑스에서 이곳에 오려면 대체 어떤 루트를 거쳐야 하는지.

부산에서 왔을지도 모르고 후쿠오카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여기 히타카츠까지 온다는 건 매우 신선하다.

사실 다시 이 곳에 오겠다는 의미로 글을 남겼다면 그게 더 놀라운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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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히타카츠행 버스를 탄다.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한적한 거리를 달리는데, 이렇게 달리면서 보는 대마도의 거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크게 부각되는 점이 없는 관광지 근처를 걸어다니는 것보다 바다와 가깝다가 멀어지며 올라갔다 내려가는 곡선 도로들이 훨씬 멋지다.

 

이 버스의 노선이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를 잇는 길이란 걸 생각하면, 그 외의 도로는 이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듯 하다.

자전거로는 워낙 업다운이 심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이딩의 매력은 충분하다.

특히 바이크로 달린다면 숨을 몰아쉴 필요 없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는 커브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이렇게 여행하는 것보다 바이크 끌고 2~3일 정도 섬을 돌아보는게 더욱 재미있을 법 하다.

 

히타카츠에 내리자 생각보다 주위 풍경이 한산하다. 너무 황량해서 아무래도 정류장을 좀 일찍 내린 듯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조용히 걸어다니며 산책하기엔 무리 없다.

나와 함께 내린 사람은 한국인 젊은 여성 관광객 둘 뿐. 아마 예약한 숙소가 이 근처에 있는지 잡담을 나누며 앞으로 걸어간다.

 

본인은 예약도 없이 그냥 왔기 때문에 걸어다니다가 숙소가 보이면 그냥 들어가 물어보는 수 밖에.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은 사망사고 0명 기록이 725일째라는 기분좋은 내용.

하긴 이제껏 돌아다닌 대마도의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이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이라면 이렇게까지 장기간 기록을 갱신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뜩이나 얌전하게 운전하는 일본에서 이렇게 한산한 마을에서야.

 

 

 

15분쯤 걷자 마을다운 마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숙소가 몇개 보이긴 했지만 바로 들어가진 않기로 한다.

어제 묵었던 호텔의 심각한 악취 덕분에 조심성이 생겼다고 할까.

일단은 내일 돌아갈 항구까지는 길을 파악하는 의미에서 걸어가 보고 그 후에 숙소를 결정하기로 한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라지만 별로 크지 않던 이즈하라에 비해서도 훨씬 작은, 그냥 바닷가 마을같은 분위기라

숙소 면에서는 훨씬 여유가 있을 법도 하다. 한국 관광객은 둘 말고는 본 적도 없고.

 

사실 대마도는 보통 당일치기, 길어야 1박 2일 정도 머무는 게 대다수라서 나처럼 2박 3일 머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제 이즈하라에 도착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오늘 여기서 부산가는 배를 탈 거라고 예측해 본다.

 

 

 

특징적인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극히 평범한 마을이지만 도로는 깨끗하고 공기도 맑다.

이즈하라는 그래도 일단 도시라는 보편적 개념에 부합하듯 현대적인 쇼핑센터와 패스트푸드 체인점 정도는 존재하지만

히타카츠는 관광 가이드에 한국의 동네 중국집만한 가게와 매우 평범한 슈퍼마켓마저도 전부 실어놓을 정도로

관광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곳이라 되려 마음이 편한 느낌도 든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부담없이 걸어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누르고 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땀 좀 흘리며 걸어다니고 있어서 조금 피곤하긴 하다.

위에 뭔가 있어보이는 토리이가 늘어서 있지만 아침 점심 모두 신사를 보러 돌아다닌 터라 더 이상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저 위에 올라가면 풍경은 좋겠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풍경으로 유명한 곳은 따로 있고, 그 곳은 내일 둘러볼 생각이라서.

 

길을 걸어가는데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마주 걸어오다가 밝고 큰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는데, 둘이 킬킬 웃으면서 지나간다. 내가 뭔가 실수한 것이라도 있나?

 

 

 

이즈하라 항은 그래도 현대식 느낌이 났지만 여기는 정말 깡촌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낡아도 이렇게 낡았나 싶은 분위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즈하라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오히려 볼거리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조금 전에 부산으로 배가 떠나서 그런지 주위는 모두 한산하다. 마을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살짝 오싹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아마도 다시 관광객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시간은 바랬던 대로 조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법 하다.

 

항구 바로 앞에는 허름하지만 나름 제대로 된 식당도 1층에 갖춘 호텔이 버티고 있었지만

여기보다 깨끗해 보이는 호텔을 좀 전에 거쳐왔기 때문에 바로 들어갈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다시 좀 전의 호텔로 돌아가서 빈 방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한국 관광객이 몰려가고 나면 마을 전체가 조용해지는 듯 하다.

문을 닫은 음식점도 많고, 관광안내센터라고 소개되어 있는 조그만 가게는 5시도 되기 전에 이미 문을 닫았다.

사실 안내센터가 필요할 정도의 마을도 아니지만.

 

그래도 관광객 맞이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저 스티커는 마음에 든다.

히타카츠 마을 안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빼곡한 환경을 기대할 수는 없어서 길을 걷는 도중에도 연결이 되다가 말다가 하는 현상이 잦긴 하다.

물론 이런 깡촌에서 이 정도 준비를 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은 흡족해 진다.

 

 

 

건물 외형이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호텔 앞으로 왔던길을 돌아 도착한다.

바로 옆에는 어째 이즈하라에 있던 것보다 더 깔끔해 보이는 파칭코 가게가 위치하고 있다.

주위엔 제대로 된 식당처럼 보이는 음식점도 몇 있는데, 가게 영업시간이 좀 이상해서 아직 문을 닫은 상태.

 

호텔에 들어가보니 로비도 넓고 제대로 된 숙박업소라는 느낌이 확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가 안쪽에서 조용히 나와 빈 방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불행히도 시마토쿠 쿠폰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러 아끼지 않는 한 남은 쿠폰을 소진할 방법은 충분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어차피 여기서 쿠폰을 다 사용하면 저녁식사와 내일 관광을 전부 현금으로 해야 하니까.

조식은 금액이 추가된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았다. 이 호텔 바로 옆에 대마도 명물 햄버거인 츠시마버거 가게가 있으니까.

관광객이 빠져나간 후라 그런지는 몰라도 영업시간이 벌써 끝나있다. 이 가게는 이걸로만 먹고살 수 있는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짐을 풀어놓고 휴식을 좀 취한후 밖으로 나온다.

호텔에는 여전히 냉장도고 없고 얼음물이 가득 담긴 보온병 하나가 달랑 놓여있는 곳이지만 냄새도 없고 깔끔해서 좋다.

이즈하라의 호텔과 가격이 거의 비슷하지만 이 정도만 된다면 하루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체 이즈하라의 그 냄새나는 호텔은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항구쪽으로 걸어가서 근처의 라멘집에 무작정 들어간다.

카운터석까지 모두 합해서 총 수용인원이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보이는 조그만 가게인데

이런 가게조차도 빠짐없이 히타카츠 관광 팜플렛에 수록되어 있다. 맛있다고 호평이 자자한 곳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아마도 팜플렛에는 이즈하라에 위치한 모든 음식점을 다 적어놓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라멘과 교자를 시키고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니까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흔쾌히 까지는 아닌가, '다들 여기 오면 사진찍고 가네요. 뭘 볼게 있다고'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 한 분으로 그 거치디 거친 한국인 관광객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된다.

자칫 술주정이라도 하는 사람 있으면 마음고생을 많이 할 텐데.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을 다 비우자 밖이 덮지요 하면서 한 잔 더 따라 주신다.

붙임성이 아주 좋은 분은 아니라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일본 전역을 자전거로 다 돌아다니고 여기는 섬이라서 와 보질 못해 이번에 찾아와 봤다고 말씀을 드려도

'여기 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꽤 있어요'라고 쿨하게 대답해 주신다. 정말일까.

 

 

 

풍경은 여지없는 시골이지만 시골만의 정겨운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마을이다.

아무래도 원래는 정말로 평범한 시골마을이었겠지만 워낙 관광객이 찾다 보니 나름 이골이 난 듯한 모습이라 할까.

 

이즈하라와 달리 히타카츠는 마을 규모만 봐도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한국인 관광객 안 받아본 곳이 없어 보인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사람들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조금 기다리다 나온 라멘은 위에 올라간 야체 정도만 신선할 뿐 면은 그냥 인스턴트고 국물도 매우 평범한 수준이다.

일본 여행이라면 어디서든 라멘 한 그릇은 먹어본다는 본인의 지론 때문에 일부러 찾아온 곳이긴 한데

역시 이런 곳에서 먹는 라멘 수준이 그렇게 훌륭할 수준이 될 수는 없다는 건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절대 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인 이 곳에서 라멘 수준을 높여야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만한 수요도 만족할 수 없는 곳이라, 이 정도가 최선의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대마도는 라멘 맛을 추구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교자도 나름 금방 구워와서 따끈한 게 좋긴 하지만

일본식 교자 만드는 법을 완전히 무시한, 어찌보면 일본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레어한 녀석이긴 하다.

 

일본식 교자는 교자의 한쪽 면만 바싹하게 굽고 반대편 부분은 뚜겅을 덮어 수증기로만 쪄 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곳의 교자는 그냥 냉동교자를 후라이팬에 마구잡이로 구워낸, 한국의 가정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과 똑같은 녀석이다..

 

내가 지금 일본에서 교자를 먹고 있는건지 집에서 고향만두를 구워먹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가시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다 먹고 난 후 할머니한테 참 맛있었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는데, 이 할머니는 '뭐 그냥 평범한 교자인데' 라고 웃는다.

일본인과의 대화는 어쨌든 말 그대로 의미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일본어에 능통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번화가 도시의 가게였거나 좀 이름있는 가게였다면 '이 사람들이 지금 나 놀리는 건가'싶은 느낌이 드는 레벨이긴 했다.

대마도라는 지역의 특성상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없이 먹고 나온 것.

 

팜플렛에 나왔던 대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는 광고는 아무래도 너무 과장되었다고 할까.

그게 과장이 아니라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대충 이 정도로 내어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상상마저 해 본다.

 

슬슬 해가 지고 있어서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간다.

호텔을 지나 주택이 늘어선 거주지역으로 들어가 조금 더 걸으면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슈퍼가 보인다.

대마도에서는 뭐든 문닫는게 빠르다 보니 초저녁인데도 도시락이나 닭튀김같은 안주거리가 거의 동이 나 있다.

대충 적당한 도시락과 음료수, 닭튀김 같은 걸 주워들고 계산을 한다. 시마토쿠 가맹점임을 확인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무난하게 쿠폰을 사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호텔에서 발 뻗고 TV나 보면서 물이 들어있던 보온병에 음료수를 채워넣는다.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내일 아침까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여행치고는 심적으로 너무나 고요한 상태로 보내고 있어서 정말 여행 온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기대치가 없어서 그런지 딱 생각했던 만큼이라는 느낌인가.

 

냄새가 나지 않는 것만 해도 어제와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간식과 함께 TV를 보고 굴거리면서 여행 마지막 밤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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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위치가 참 절묘하기 때문에 풍경은 매우 훌륭하다.

바다와 산 모두가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목조 신사 역시 그 속에 부드럽게 녹아가는 느낌.

예산 문제인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하게 깨끗하지 않은 느낌도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잠시 산책하고 있으니 카약을 타고 토리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풍경이 나올법도 하다. 사실 썰물 때라면 저기까지 걸어갈 수 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대마도가 지형적 특성상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긴 해도 관광 자원이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닌데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놓은 모습은 나름 공부가 된다.

 

 

 

멀리서 보면 마치 댐으로 인해 수몰된 경계선처럼 보이기도 하는 지형이다.

바다와 이렇게까지 근접한 곳이 빡빡한 수풀로 덮혀 있는 모습은 꽤나 볼만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쪽은 대마도의 정중앙 쯤 빡빡한 섬들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

한국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로 해안가가 오염되어 있지는 않았다.

 

북한보다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 최북단 근처의 바닷가에서

대구 들안길 음식골목의 한 숯불갈비집 마크가 찍한 라이터를 발견했을 때의 황당함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 옆에 지붕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거기 앉아 점심용으로 보존해 놓았던 카레빵을 뜯어먹는다.

배가 슬슬 고팠던 탓고 있고 해서 강한 카레향기를 감싼 부드러운 빵의 식감이 더욱 훌륭해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내가 걸어왔던 길 반대쪽 오르막을 힘차게 달려간다. 아마도 전망대 쪽인 듯.

 

풍경이 좋아서 전망대 구경을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지금 전망대까지 걸어갔다면 버스를 약 5시간 뒤에나 탈 수 있어서 힘들다.

아쉬움은 빨리 잊어버리기로 하고 짐을 챙겨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미야지마의 추억을 되살려 보며 바다 위의 토리이도 한 장 담아보고.

 

 

 

땀 흘리며 올라가고 있으니 한국인 자전거 투어러들이 지나쳐 올라간다.

저 정도 짐과 자전거라면 확실히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물론 예전에 내가 타던 자전거는 본체 무게도 장난 아니게 무겁고 튼튼했으며

펑크 방지를 위해 1kg가 넘는 두터운 타이어를 사용했고

바퀴에 다는 사이드백 4개에 50L 짜리 베낭을 뒷좌석에 얹은 걸어다니는 집이었으니

이런 경사라 해도 쏟아지는 땀을 감내하며 걸어가는 것 보다 쥐꼬리만큼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것이 고작이다.

 

시작을 그렇게 하다 보니 저런 복장으로 2~3일 가벼운 투어링을 즐기는 것은 왠지 성미에 맞지 않다.

산책 수준의 짧은 자전거 여행도 1주일이 넘었으니까.

 

 

 

울릉도를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궁금해진다.

크기로 치면야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이 섬이 울릉도 면적의 10배는 되지만

거기도 자연환경을 꽤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손을 별로 타지 않아 무질서하게 보이는 수풀이 오히려 친근해 보인다.

도로 주변엔 꼽등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곤충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날씨와 짐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제외하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물론 버스 도착 시간을 맞춰야 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 편안한 감상을 조금씩 방해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긴 힘든 게 카메라를 가진 사람의 숙명인 듯.

말라버린 덩굴이 살짝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고 저런 일을 모두 거쳐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녀석들이라.

 

 

 

귀뚜라미인지 곱등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고 건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곤충들 중에서는 방아깨비가 가장 귀엽다. 산소에서 자주 갖고 놀아서 그런 듯.

얘네들은 색깔도 그렇고 좀 더 강해보여서 왠지 만지고 놀려니 무서운 느낌이 든다.

 

이런 색깔을 가진 곤충들 중에서라면 매미를 꽤나 귀여워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여름 야간자습 시간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교실로 가끔 들어오곤 했는데

울지 않으면 쫒아낼 이유도 없어서 잡아서 머리 위나 팔목에 올려놓고, 공부하다가 지치면 가끔 바라보며 마음을 치유하곤 했다.

물론 가끔씩 내 팔뚝을 나뭇가지인줄 착각하고 빨때를 꽂으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놀라긴 했지만.

 

 

 

신사 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어서 조금 서두르는 바람에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지만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갈 때는 길과 시간을 모두 알고 있으니 여유를 부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 있다.

이름모를 꽃도 찍어가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산이 울창해서인지 바다 비린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

 

 

 

바다 하나 건너 섬에서는 꽤나 많은 수의 새가 무리를 이루어 빙글빙글 도는 중이다.

이쪽으로도 좀 와 주면 안될까 싶었지만 바다를 건너오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는 망원렌즈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행갈 때는 반드시 가지고 간다.

조금이라도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없으면 아쉬운 순간이 생긴다. 지금처럼.

 

보통은 여행용 렌즈라면 표준줌이나 광각 렌즈를 많이 추천하는데

이상하게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사진들 중 호평을 받는 것들은 상당수가 망원렌즈로 찍은 것들.

 

 

 

갈 때는 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는 선명히 드러나는 건물이 있다.

상당히 거대한 녀석인데 무슨 종교 시설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한적한 곳에 혼자서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궁금하긴 하지만 저기까지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조금 위험하다.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개글이 있는 것도 아니라 저 건물에 대해서는 결국 여행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참새가 다리 사이를 비집고 생명력을 과시하는 풀잎 근처에서 뭔가를 먹고 있다.

다행히도 망원렌즈를 계속 마운트한 상태가 지체없이 촬영이 가능했다.

더 다가가고는 싶었지만 참새가 워낙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볼일을 다 마쳤는지 금새 날아가 버렸는데, 덕분에 멀리서라도 한 장 남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지만 시골에는 정말 사람이 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집이 꽤 많다.

이제는 그런 집을 찍을 때도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예전 자전거 여행할 때 분명 빈 집이라고 생각하고 그 집 공터에 자리잡고 앉아

버너에 밥까지 지어먹는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밥 먹는 도중에 그 집에서 할머니가 한 분 나오시는 걸 보고 기겁한 경험이 있기 때문.

허둥대며 사과를 했지만 할머니는 흔쾌히 웃으면서 한동안 말상대를 해 주셨다.

 

콘크리트가 여기저기 부서진 마당과 번호판도 없이 방치된 낡은 자동차와 헌 가구 사이로 고양이가 열 마리 정도 느긋하게 앉아있던 집이라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구나 싶어서 벌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긴 했다.

 

 

 

물론 이 정도 집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 하지 않았을 텐데.

한적한 주택에 사는 매력중 빠질 수 없는 매력이 이런 우체통이다. 집 주인의 특징마저 드러내는 개성의 산물.

 

엄니가 밭일하고 차 마시는 용도로 사용했던 경남 사천의 조그만 시골집 앞에도 나무도 만든 귀여운 우체통이 있었는데

한동안 쓰지 않고 방치했더니 우체통 안에 새가 둥지를 짓고 새끼까지 길렀던 추억이 생각난다. 물론 덕분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든 것 처럼 보이는 이 우체통도 매력덩어리다. 

스스로 꾸미고 가꿔서 자신의 색깔을 덧칠할 수 있는 점은, 비록 불편하긴 해도 주택만의 떨치기 힘든 매력이다.

 

 

 

대마도는 매가 매우 많다. 사람 사는 마을 주변에서도 그 수려한 날개를 펼치고 주위를 천천히 돌며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때는 까마귀한테 쫒긴 적이 있어서, 덩치 큰 새가 머리 위로 날아들 때의 공포를 잘 알고 있는데

이 녀석 정도 되는 덩치가 머리 위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을 덮치는 건 까마귀가 훨씬 많아서 매는 걱정할 필요가 없긴 하다.

 

날고있는 조류 사진은 거의 찍어본 적이 없어서 대충 담아봤는데

저 매력에 빠진 사진가들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포인트를 찾느라 바쁠 듯.

 

 

 

시골 생활이란 게 이렇게 사진에 담기엔 아름답고 정겹지만 도시인들에게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란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깡촌중의 깡촌이 아니고서는 생활 편의시설이 나름 한국보다는 잘 갖추어진 곳이 일본이라

도시 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약간의 육체적 피곤함으로 치환할 각오만 있다면 그렇게 겁 먹을 일까지는 아니다.

 

시골의 정의를 어디까지 하는 것인가가 중요하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전철, 버스가 하루에 4번 정도 다니는 마을에서도

조그만 편의점 몇 개와 미니 그마트 같은 중형 슈퍼 정도는 영업을 하고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아예 그런것도 없는 깡촌이라면 생활 난이도가 만만치 않겠지만 그런 곳은 정말 특수한 환경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듯.

 

대마도는 섬 크기에 비해 인구가 많이 적은 곳이라 이렇게 조금이라도 관광객이 돌아다닐 만한 노선 근처엔

풍경과 편의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편이라 왠지 머릿속에 연상되는 시골이라는 느낌이 조금 덜한 편이다.

고행을 하러 귀농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밸런스가 적당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 흔적 하나 없는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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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나서 한동안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갈 수 있었지만

이 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도시를 잇는 버스라 그런지 매 정류장 마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탄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서도 그 한적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타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다.

 

관광용 버스가 아니라 전형적인 시골 버스인데, 결국 자리가 완전히 꽉 차게 되자 뒤쪽 좌석의 통로 부분에 장착된 접이식 의자까지 펼치게 된다.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리려면 접이식 의자를 접어올려 사람들이 다 비켜서야만 내릴 수 있다.

한국이라면 좀 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버스는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 일어나도 전혀 상관없이 끝까지 기다려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등산복 입은 한국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꽤나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조금 난감했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듯 신경쓰지 않는다.

 

수려한 풍경을 지나치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니 목적지인 니이 부근에 도착한다.

주변에 나름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인지 낡았지만 지붕까지 달린 정류소가 인상적이다.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도 함께 내렸는데, 다들 목표로 하는 와타즈미 신사가 어느 쪽인지 몰라서 우왕좌왕한다.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정류소 안의 할아버지한테 신사 가는 길을 물어보니 꽤나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다음 버스 도착시 까지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그 정도까지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와타즈미 신사에서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전망대 쪽은 아무래도 도보로는 힘들거라 하신다.

 

 

 

사실 전망대 쪽은 대마도에서 풍경이 가장 좋긴 하지만

관광용 버스나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어야 갔다 올 만한 거리라 처음부터 힘드리라 생각은 했다.

관광지 구경에 의의를 둔 여행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와타즈미 신사 근처까지만 가 보기로 한다.

 

점심때쯤이라 한국인 관광객들은 밥 먼저 먹으러 가 버리고, 카레빵 하나에 의지한 본인은 그냥 하염없이 신사쪽으로 걷는다.

신사까지는 한참 걸어야 하고 그 주변까지는 그저 자연 내음 가득한 일반 주택가밖에 없기 때문에

발걸음에 힘을 빼고 살짝 위험한 사진들을 찍으며 느긋하게 걸어본다.

 

 

 

주택 옆에 토리이가 있길래 설마 여기가 와타즈미 신사인가 싶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아마 관광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마을 사람들만의 조그만 신사일 듯.

 

이 정도로 토속 신앙이 활기를 띄는 고도화 국가도 참 드물 듯 하다.

물론 국가적 이념이 세균처럼 스며들어서 본래의 취지를 더럽히기도 쉬운 곳이긴 한데

조그만 마을 주변의 신사들은 그나마 그런 오염에서 안전한 편이라 가볍게 구경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인데 한동안 걸어오면서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고기라도 잡으러 간 건지 밭에라도 간 건지, 간간히 들리는 새 소리 말고는 마을 전체가 정적으로 감싸여 있다.

 

좋은 모습이다 싶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런 개인 주택을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건가 두근두근하다.

이럴 때는 머릿속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마저 짜 놓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집주인과 얼굴이 마주쳤을 때는 웃으면서 친근하게 인사하며 집이 참 아름답고 깨끗해서 찍게 되었다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나마 일본어로 말이 통하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나 좋게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 자전거 여행때는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시도해 봤지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계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던 할머니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렇게 사진을 찍진 않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 방법으로 좋게좋게 인사하고 지나간 경험이 있으니 문제없다.

 

 

 

걸어도 걸어도 신사같은 것 꽁무니도 보이지 않아 잠깐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걸어오던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놀랍게도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걸어준다.

 

일본 시골에서는 아직도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이 활발이 일어나고 있어서

나처럼 쉽게 말 걸기 힘든 풍채를 가진 사람에게도 시원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사를 해 주고 혹시 와타즈미 신사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관광객 티를 풀풀 내는 본인에게도 용감히 말을 걸어 준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 애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풍경과 동화될 즈음 뒷모습을 담아본다.

 

훗날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이곳 아이들은 인사 잘 하도록 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인사는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산 속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토리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와타즈미 신사까지는 한동안 더 걸어가야 한다.

일단 길을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했지만 확실히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하면 전망대까지는 무리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봤는데, 그들이라면 신사를 보고 바로 전망대까지 가서 대마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겠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홀로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다음 버스를 넘기고 저녁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목적지인 하타카츠에는 숙소 예약도 잡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일찍 가서 짐을 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도하기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깡촌 중에서도 상깡촌인 이곳에도 걸출한 운동장이 산 속에 자리잡은 걸 보니 감탄이 나온다.

아마 학교나 주민센터 같은 곳일텐데, 야구를 하기에도 문제가 없는 잔디 구장과 야간용 라이트까지 설치되어 있다는 건 놀랍다.

 

세금은 이런데 쓰여야 조금이라도 덜 분노할 수 있을 텐데.

 

 

 

하늘은 흐리지만 목덜미는 땀으로 젖을 정도로 꽤나 더운 날씨다.

조금 높은 곳까지 올라가자 대마도라는 섬의 자연적 특징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한려수도를 압축해 놓은 듯한 바다와 산의 집합체인데, 이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그 모습이 전부 보여서 상당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부산까지 보인다고 하니 이 곳이 얼마나 한국과 가까운 곳인지 세삼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대마도는 본인 서식지에서 잠깐 산책가는 수준으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려는 시도를 하고싶진 않으니 그냥 이 정도 풍경만으로도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산허리를 한 바퀴 감아돌아 내리막에 들어서니 점점 바다와 가까워진다.

겉모습만으로는 이게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들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주요 거점인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중간에 위치한 곳이라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곳까지 와서 드디어 한적한 대마도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움푹한 곳에 와타즈미 신사가 위치해 있다.

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라 고즈넉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유명 신사처럼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지도 않은 조그만 곳이지만 자연적 위치가 매우 좋아서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자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신사가 위치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약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일본 각지의 주요 신사 목록에도 이 곳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눈이 돌아갈 정도로 휘황찬란한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등과는 비교할 수준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곳 와타즈미(和多都美)신사는 이곳 대마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본토 사람들에게도 나름 유서깊은 곳인데

산과 바다가 정확히 마주한 이 곳의 지형상, 일본의 건국 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신사가 모시는 용궁의 공주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는 일본의 첫 번째 천황이라는 진무천황의 할머니가 된다.

물론 저 진무천황이라는 존재는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군과 비슷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의 주축이 되는 설화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삼한을 정벌한 진무 황후라는 여성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보기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이 신사는 국토를 풍요롭게 하고 외세를 물리치는 표리일체, 혹은 대칭성의 상징이니까.

산과 바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곳의 지리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낸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대마도와 한국의 관계는 지형적 특성상 옛날부터 밀접한 교류관계와 약탈 침략의 역사였으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신화에서는 신적 존재가 보지 말라고 한 광경을 보다가 화를 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일본은 주요 국보나 신화에 관련된 유적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용궁의 공주인 토요히메는 남편에게 출산장면을 결코 보면 안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궁금을 이기지 못한 남편이 엿보게 되자 화를 내며 아이를 놔 두고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신화시대와의 단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설화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지만

산을 등에 지고 잔잔한 바다를 눈 앞에 둔 이 신사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과연 이 곳에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과 바다를 잇는 경계 역할을 하는 토리이.

섬나라인 일본은 이렇게 경계를 잇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인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 역시 어마어마한 토리이가 바다에 놓여 있는데

밀물때는 바다속에 우뚝 서 있고 썰물때는 땅과 이어져 직접 걸어갈 수 있는 그 모습 역시 이곳과 동일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이 곳의 토리이는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는 단아한 모습이라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미야지마처럼 하루종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물며 밀물과 썰물의 풍경을 모두 감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이 곳은 그러질 못하니 그냥 이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밀물이 심할 때는 산 아래 신사까지 물이 찬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모습도 장관일텐데.

 

 

 

말라버린 갯벌 중앙에 신성한 시메나와와로 둘러쌓인 곳이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위에서 언급한 토요히메가 아이를 버리고 용궁으로 돌아갈 때 생긴 구멍이라고 한다.

지렁이 똥처럼 나와 있는 부분은 그 때 흘린 비늘이라고.

 

신화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꼼꼼함은 시각에 따라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현실적 역사의식이 좀 꼬인거 아닌가 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고 한국 관광객이 별로 없을 때의 신사는 참 한적하고 풍경이 훌륭하다.

느긋하게 거닐고 있으니 어디선가 한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몰려오는데

아마 잠깐만 거닐고 전망대로 갈 거라 생각해 그냥 주변을 조용히 맴돌았다.

 

자전거로 달려오는 4~5명 정도의 일행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입국대에 자전거를 줄줄이 늘어놓은 사람들 기억이 난다.

짐을 많이 싣고 달렸던 기억때문에 산악 자전거 투어링은 질색하는 성격이지만

짐도 없이 가벼운 자전거라면 이곳을 달리는 재미도 솔솔할거라는 느낌이다.

 

 

 

지금은 좀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반일감정이 심하던 당시엔 대마도 곳곳의 신사 에마에다가 '일본 침몰'등의 욕설을 적는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에마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라 저렇게 쓰여져 있는 에마 위에다 매직펜으로 마구 휘갈기는 반달리즘에 가까운 짓거리들이었다고.

 

내 입장에서 보면 참 구차하고 좀스러운 화풀이다. 애초에 그렇게 애국하고 싶으면 외화 낭비하며 일본 여행 따위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에마도 그렇게 많이 걸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만한 내용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본다. 아마 파코라고 하는 동물이 아팠던 모양. 파코의 병이 나아 건강해 지기를 비는 에마다.

다행히도 그 후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쓴 에마 오른쪽에다가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놓은 걸 보니 보는 쪽에서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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