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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0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3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上 6
  2. 2009.09.04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2편 - 오타루(小樽), 삿포로(札幌) 9
  3. 2009.08.21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1편 - 삿포로(札幌) 9
  4. 2008.08.18  동경여행기 12편 - 우에노 공원(上野公園) 4
  5. 2008.08.17  동경여행기 11편 - 긴자(銀座) 6
  6. 2008.08.16  동경여행기 10편 - 오다이바(お台場), 츠키지 수산시장(築地水産市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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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놓은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로 출발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설명 버스투어가 있길래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했죠.

후라노나 비에이는 개인이 느긋하게 즐기려면 개인 교통편을 가지고 가거나, 그 근처에서 1박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럴 여건이 안되는 우리 가족은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간단 투어를 선택.

원래는 이런 투어 잘 안하지만 한국어 설명도 있는 특이한 투어인데다, 지역적으로 저보다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더 알찰 것이라는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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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로 가는 도중, 우리 버스 앞을 나란히 지나가던 미니 쿠퍼 3대가 휴게소에서도 서 있더군요.
명백하게 이탈리안 잡을 패러디한거라 믿습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자동차이고, 실제로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지만 꼭 사게 된다면 이녀석을 사고 싶네요.

드라이버들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했네요. 인사하고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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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는 인구 7만이 안되는 농촌이지만 요즘 들어 유명해진건 역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 농장 때문이겠죠.
연간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라벤더 농장은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홋카이도 중남부 전역에서 광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라벤더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대부분의 농장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 후라노만이 남아서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한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라벤더'하면 무조건 후라노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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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라벤더꽃은 7월 말까지가 절정을 이루는터라, 제가 도착한 8월 9일엔 이미 대부분의 라벤더꽃이 저버린 상태였습니다. ㅡㅡ;

첫 번째 사진이 사실은 라벤더 밭입니다. ^^; 꽃이 없어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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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처럼 아쉽게 라벤더를 놓쳐서 아쉬워 할 관광객을 위해 조금의 라벤더와 다른 몇몇 꽃들이 아직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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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후라노의 토미타 농장은 기온이 34도였습니다. ㅡㅡ;
원래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엔 홋카이도, 겨울엔 오키나와가 일본 여행의 정석이었는데... 무서운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꽤 많더군요.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도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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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을 찾아서 근처의 특산품 센터로...
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좀 배워야 할 것 같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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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장식도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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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이 지역에서 직접 만든 토산품들. 거기다 온천지에 전부 라벤더 관련상품이네요. ㅡㅡ;
밖에서는 라벤더향 라무네(사이다같은 음료수), 라벤더맛 소프트크림 등등이 팔리고 있고.
저 유리잔들은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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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 지하 60m 에서 솟아나온다는 물도 좀 신기했습니다.
마시는 식용수는 아니라고 적어놨지만... ㅡㅡ; 시원하긴 무지하게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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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든 라벤더가 전멸한 건 아니더군요. 아직 남아있는 라벤더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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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산책나오신 분도 있더군요.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는데, 이녀석은 주인이 놀아주려는 줄 알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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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어하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곳이라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살고 싶은 풍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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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이드투어의 단점인 시간 제한때문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 범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힘들고, 적당히 둘러볼건 둘러봤다고 생각하기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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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제공되는 투어라서 밥 걱정은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괜찮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좀 짠편이긴 했지만 재료도 신선하고 가격대로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기서도 생맥주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분이 팍 상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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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흐리멍텅한 하늘을 바라볼 때 머릿속에 갈망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역시 전 도시 체질은 아닌것 같더군요.
도시에서도 적응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으면 자신이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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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분명히 그만큼 얻는 것도 있겠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뭐,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시골도 편의성 면에선 큰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닌 '흐름'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초조함 때문이겠죠. 현대는 조급증 환자들의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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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도 남하고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불행함을 느끼는 병적인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서
아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으로밖에 취급을 못받을듯.
제가 그런 말 하면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말은 '뭐해서 먹고 살래?' 입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말이 없네요. ㅡㅡ;


후라노, 비에이편은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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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 둘째날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타루(小樽)로 결정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여행사 패키지처럼 하루종일 차타고 여기 30분, 저기 30분 돌아다니는건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둘러보는 장소 수를 줄이더라도 그냥 맘편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한 터라
이번 여행으로 부모님께 홋카이도의 유명한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덤으로 여행경비도 많이 잡지 않아서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그냥 홋카이도가 어떤 곳이라는 정도만 느끼게 해 드리고 싶더군요.

오타루는 홋카이도 최초의 상업항구로서, 삿포로와 이시카리(狩)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시입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공장도 많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죠.

오타루 하면 떠오르는것이 운하와 초밥입니다. 요즘엔 운하 하면 반사적으로 치가 떨리지만 이곳 운하는 정말 아담한 것이, 요즘 와서 보면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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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이지 않는 홋카이도 최초의 철로.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원주민들의 역사는 제외하고) 딱히 문화적 가치를 크게 지닌 곳이 많진 않지만
비싼 돈 주고 외국까지 나가서 관광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닌 데서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곤 하죠. ㅡㅡ;

일본문학을 공부했던 제 입장에선
오타루역 앞에 있는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 啄木) 기념 문구쪽에서 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6세의 짧은 나이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생을 달리한 천재 시인이 저한테 남긴 영향은 꽤나 컸죠.
동양의 랭보라고 부르면 애국심 투철한 몇몇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테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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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오타루 운하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주위의 서양식 건축물들과 잘 어울려서 산책로로는 아주 딱인 느낌이더군요.
겨울엔 운하 주변에서 얼음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이미 미쳐버린 홋카이도의 여름 날씨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양지에선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기가 적은 곳이라 그늘에선 금새 시원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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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엔 인력거가 줄을 서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쪽의 쿄토에서부터 여기까지 인력거로 관광객을 유혹하는건 똑같더군요.
돈도 비싸고, 저같은 2인분 덩치가 저기 타는것 자체가 저분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타는건 포기. ㅡㅡ;
여성 인력거꾼도 있던데 참 대단합니다. 저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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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그냥 경치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오타루에 온 주 목적인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를 배회합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일본색이 안느껴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건물들이 대부분 서양식으로 세워져 있어서 그냥 잘 계획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이네요.

초밥이 유명한 오타루지만, 그 유명세때문에 오히려 별 것 아닌 초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초밥을 먹진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맛있는 초밥집은 공교롭게도 휴일이라...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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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타루까지 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 한곳쯤은 둘러보고 가야 겠죠.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 당(小樽オルゴ-ル堂)입니다.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곳인데, 저렴한 여행선물에서부터 고가의 고급 오르골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인 쓸 돈도 간당간당한데 남한테 줄 선물 살 여유는 없었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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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에선 툭하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핀잔을 먹은 터라 (가게 밖에서 찍으려는데도 막아서는 인간들... ㅡㅡ;)
좀 걱정했었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네요.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공예품들이 주르륵 널려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애라도 있으면 몇개 사가겠는데' 하시더군요.
애한테 오르골 주면 금새 부숴먹을텐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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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오르골은 굳이 이런 곳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3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 부터는 음의 청명함이 확 차이가 납니다.
10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도 있었는데, 가게 안이 시끄러운지라 소리 확인을 제대로 못했네요.
전 오르골 소리를 참 좋아하는터라 자금이 빵빵하면 고급으로 한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덧없는 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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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겸한 소품용 오르골들도 물론 고가의 제품은 음색이 깨끗하지만
실제로 음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작은 오르골보다는 드럼이 큰 오르골이 좋습니다.
음역도 늘어나고 음악의 길이도 길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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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좀 하고 걷다보니 오타루역과는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귀찮더군요) 미나미오타루(みなみ)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오타루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이더군요.
그 시끌벅적한 오타루쪽에서 한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금새 나타나는 이런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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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 주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별 것 아닌 소바 한그릇 먹고 삿포로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초밥을 먹지 못한건 아쉽지만 오타루의 이름값을 빌린 별 것 아닌 초밥을 먹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하지만 착실히 전리품은 챙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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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르 타오 (Le Tao)에서 파는 더블 포마쥬 치즈케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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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다 홋카이도에 관광온 내지인들이 더 열광한다는 홋카이도 한정 특산 감자스낵 '자갸폭클'(じゃがポックル) 을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이죠.
홋카이도산 감자와 오호츠크해의 천일염으로 만든 최고급 감자스낵인 쟈가폭클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거 먹으면 다른 감자스낵은 비려서 못먹습니다.
여담으로, 폭클이란 단어는 홋카이도의 토속 요정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관광객은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상자만 사서 맛봤습니다.
오타루의 가게에서 4개 남은 쟈가폭클중 하나 구입 후 10분쯤 뒤에 돌아오니 매진되고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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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되는 더블 치즈케익이라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템.
Le TAO 라는 브랜드는 오타루를 거꾸로 읽어서 만든 이름이네요.
무료시식으로 주던 초콜릿도 맛있게 먹었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적당히 녹은 치즈케익의 농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타루에서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그리고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 저녁은 삿포로의 명물인 징기스칸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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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갔었던 삿포로 맥주공원(サッポロビ-ル園)으로 출발.
1인당 3천엔 중반의 가격으로 2시간동안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맥주 박물관에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특징을 주욱 둘러보고 옆의 홀에서 음식을 먹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목표는 맥주 설명따위가 아닌 음식이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홀로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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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따지자면 삿포로 시내의 징기스칸 전문점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싱싱한 삿포로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이점때문에 이곳을 포기하긴 힘들더군요.
작년의 자전거 여행땐 하루 1천엔 정도의 식비를 가지고 거지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삿포로 도착해서는 체력을 좀 비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이곳에서 한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저런 양고기 7접시를 먹어버렸으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참 할 말이 없네요. ㅡㅡ;
(이번에 울 가족 3명이서 다 함께 먹은게 7접시였으니 그때의 전 굶주림에 눈을 부라리는 야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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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먹고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알아서 종업원이 찾아와 더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거리낄 것 없이 마구마구 먹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지상천국입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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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맥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한 저지만 이곳에선 그런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2잔씩이나 마셔가며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네요.
아버지께서도 물론 원없이 마시셨습니다. 가끔 고기보다 맥주가 메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타루에서 맛있는 음식 안먹고 참은 보람이 있었던 저녁식사였습니다.
매 끼 비싼 음식을 먹을 예산은 안되는 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로 제한하는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때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네요.

내일은 좀 더 홋카이도적인 곳을 보려드리려고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를 갈 예정입니다.
밤에 TV를 틀어보니 제 학생시절 유명했던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더군요.
남편과 함께 복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남편은 잡혔고 노리코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아오다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인데, 참 서글픈 현실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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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 기념으로 아버지 후원으로 홋카이도 여행을 갔습니다.
사실은 가족들 모두가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일단 여건만 되면 어디로든 뜨느라 바쁘네요.
형님부부도 9월에 이탈리아쪽 간다고 하고... 결혼 2년차에 해외여행 도대체 몇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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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札幌)역에서 엎어지면 2분거리 비즈니스 호텔 잡아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작년 자전거 여행할때 애용했던 저렴하고 시설좋은 전국 체인이죠.
일단 첫날은 멀리 나가기도 뭣하고 해서 삿포로 시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삿포로 시내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오오도리 공원(大通公園)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니 이곳은 맥주축제가 한창이더군요.
여름엔 맥주축제, 겨울엔 얼음축제로 조용할 날이 별로 없는 공원입니다.
계획도시인 삿포로는 이곳 오오도리공원의 TV탑을 기준으로 해서 바둑판 모양으로 길이 배열되어있어
동서남북만 한자로 읽을줄 알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관광하기 편한 곳입니다.
아직 술 마시고 퍼질러지기엔 이른 시간의 평일이라 한산하다 싶었는데, 시간 조금 지나보니 오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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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명물 중 하나인 TV탑이 나오게 부모님 한 컷.
삿포로 사진은 작년에 자전거 여행하면서 많이 찍었기 때문에 그것과 같이 올리면 좀 더 풍성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언젠간 그것도 따로 포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이번에 찍은것만 올리기로 합니다.
보통 8월 삿포로의 평균 기온은 21도 정도였는데, 요즘은 온난화가 진행되어서 이 날의 최고기온은 28도... ㅡㅡ;
이상 저온현상이 계속되던 대구보다도 더운 날씨였습니다. 이제 홋카이도가 춥다는 말도 옛 추억인듯.
(하지만 작년 자전거 여행땐 정말 무지하게 추웠는데 말이죠. 10월 중순~하순인데 얼어죽는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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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버지 덕분에 앉아서 닭꼬치와 함께 한 잔 했습니다.
제일 근처에 있던 부스가 산토리라서 삿포로 와서 처음으로 산토리 맥주를 마시게 됐군요.
전 흑맥주를 좋아하는터라 한 잔 시켜서 엄니와 함께 나눠마셨습니다.
서빙하는 점원들은 정신없이 바쁘고 여기저기 마이크에서 뿜어나오는 고음의 진행자 목소리 때문에 축제분위기는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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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시려고 하는 아버지를 말리면서 오오도리 공원을 주욱 둘러봅니다.
아버지께서는 본인만 인정 안하실 뿐 명백한 알콜중독으로, 어디로 가든 여행보다 술이 앞서는 분이라
마시고 싶은만큼 마시게 두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뻔할 뻔자여서, 저녁식사때 많이 드시라고 하고 발걸음을 제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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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도리 공원은 시계탑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삿포로 최대의 공원입니다만
일본의 내로라하는 맥주회사들이 총출동한 축제라서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산토리, 기린, 아사히, 삿포로 등의 부스에서 각각 독특한 케이스에 맥주를 담아서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자리 여유가 충분했지만 20~30분 만에 사람들로 꽉꽉 차버릴 정도였죠.
한 부스당 좌석이 1000개는 족히 되어 보였지만 자리가 없어서 잔디에 앉아서 마시는 사람도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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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삿포로에서는 삿포로 맥주밖에 마셔본 적이 없어서... ㅡㅡ;
아버지께서 눈을 반짝이셨지만
어차피 내일 예정되어 있는 삿포로 맥주공원에서 양고기 징기스칸과 함께 맥주도 무제한 제공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날씨도 덥고 여행 첫날이라 좀 피곤하고 해서 저녁을 좀 일찍 먹기로 했습니다.
특히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가이드역을 맡은 저로서는 여행사 직원처럼 정해놓은 플랜 정리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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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으러 가면서 살짝 길을 돌아 삿포로의 유명한 시장 거리인 타누키 코지(貍小路) 도 슬쩍 둘러봤습니다.
돔 형식으로 된 아케이드 상가인 이곳은, 지금은 홋카이도 역 주변과 스스키노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맛있는 요리점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참고로 타누키란 사진 위에 보이는 저 너구리를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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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이라 좀 고급 음식을 맛보고자 해서 찾아간 곳은 스스키노(すすきの) 거리였습니다.
스스키노는 한국의 명동, 도쿄의 긴자 거리와 비슷한 삿포로 최대의 환락가입니다.
왠만한 호텔과 음식점은 삿포로역 주위와 이곳 스스키노에 거의 다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늘 저녁은 옛 영화동호회 지인분의 친구분이 추천하셨던 일식전문점 이소킨 쿄쿄오부 에사치코우(磯金 漁業部 枝幸港) 에서 먹기로 결정.

홋카이도에선 게 요리를 먹는게 정석이라지만, 포항, 영덕에서 맛있는 게를 어릴적부터 많이 먹어온 터라 굳이 여기서 비싸게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실제로 홋카이도의 게가 맛있는 제철은 겨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게요리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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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을 하고 가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2시간 후에 오는 손님방이 남아있으니 그때까지 식사를 마칠수 있다면 괜찮다고 하길래 승락했네요.

작년 자전거 여행땐 항상 배고픈 거지처럼 돈을 아꼈으니 이런 좋은 음식점엔 들어가 본 적도 없는 고로,
음식량이나 맛 같은것도 잘 모르는 터라 그냥 주인장 추천 코스요리를 부탁했습니다.
술은 추가요금을 내면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컨셉으로 나가기로 하고
이 집에서 가장 추천할 수 있는 일본주를 부탁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이런 곳이 아니면 언제 맛볼까 하는 심정이었네요.

맥주 한두 잔이 한계인 저한테는 상당히 독한 도수였지만 목넘김도 부드럽고 입안에 은근히 풍기는 씁쓸한 향이 나쁘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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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요리 첫번째는 전체 3종류로, 오징어절임, 소고기 로스 타타키(ロースのタタキ), 크림치즈 훈제연어말이입니다.
타타키는 겉만 살짝 구운 요리를 말하는데, 보통은 참치 등 어류의 요리방법이지만 소고기에도 적용을 시켰더군요.
입맛을 돋구는데 적당한 요리들이었네요. 오징어절임은 술안주로 좋을것 같아서 남겨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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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봅시다. 이번 요리는 사시미 후나모리(刺身舟盛り)입니다. 한국어로 하자면 '배모양 접시에 올린 회' 정도 될까요.
참치, 꽁치, 고등어, 새우, 조갯살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서는 상당한 고급 일식집이 아니면 보기 힘든 신선도였네요. 삿포로에서도 유명한 집이라 확실히 요리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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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 때문이었는지 요리 나오는 속도가 좀 빠르더군요. 회를 반도 못먹었는데 여름야채 조림이 나왔습니다.
전부 홋카이도산 야채를 사용했다고 자랑하는데 야채엔 그닥 관심이 없는 타입이라 그냥 입에 집어넣기만... ㅡㅡ;
일본 요리가 전체적으로 짠 맛이 강한편이라, 집에서 대체로 싱겁게 먹는 저희 가족 입맛엔 조금 부담이 되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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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르는 정체불명의 고기인데, 살코기가 반, 알이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뱃속에 큼지막한 알이 가득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알이 제가 먹어본 것중 가장 탱탱하고 단단해서 한알 한알 이빨로 꼭꼭 터트려 먹지 않으면 잘 씹히지 않을 정도였네요.
여기까지만 먹어도 상당히 배가 부른데, 코스요리가 아직 4개나 더 남았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일식집에서 배불리 먹을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코스요리의 양이 이렇게 많을줄은 몰랐죠.
그래도 제 돈주고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급요리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바지의 지퍼를 풀고 다음 요리를 기다렸습니다.

* 다행히 메뉴가 적힌 쪽지를 한국에 들고와서 지금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ハタハタ(하타하타)란 녀석인데 이건 한국의 '도루묵'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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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소스로 맛을 낸 닭날개입니다. 이것 역시 조금 짠 편이라 먹으면서 오늘 푹푹 붓겠구나 싶더군요.
일정 레벨 이상의 닭을 사용하면 당연한 거지만 속살에도 비린내 없이 깔끔한 육질을 자랑했습니다.
한국서 7~8천원짜리 싸구려 프라이드 치킨은 속살 뜯어보면 비린내가 확 퍼지는게 가끔 끔찍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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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포만감을 넘어 터질려고 하는데 아직도 음식은 계속 나옵니다. 버섯과 조갯살을 넣어 볶은 밥.
배가 그렇게 불러도 남기기는 아까울만큼 맛있었습니다. 고소한 버섯과 조개향이 어우러져서 최고!
이건 나중에 집에서도 한번 해먹어 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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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진작에 배불러서 포기해 버렸지만 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 쥔장이 자랑하는 특제 냉라면. 면발도 그렇고 국물도 깔끔하고 시원한게 코스요리 마무리로는 손색없었습니다.
옆의 양배추 소금절임도 아삭하고 괜찮았지만 좀 많이 짜서 다 먹긴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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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여유는 많이 있어서 배를 좀 진정시키고 아버지 술 다 드실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디저트라고 하나 더 갖다줍니다.
(디저트는 일본어로 別腹(べつばら)라고 합니다. 디저트가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는 뜻이겠죠. 재미있었던 표현입니다)
홋카이도하면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래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넣은 도나빵(ドナパン)이 나왔습니다.
이 도나빵이 뭔지 도통 알수가 없었는데, 도라야키(ドラ焼き)에 생크림이나 크레이프를 넣은, 홋카이도 특유의 빵이라는 듯 합니다.
그럼 도라야키는 무엇인가.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한국의 찰보리빵 같은 겁니다. ㅡㅡ; 원래는 안에 팥이 들어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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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한 배를 쥐어잡고 천천히 스스키노의 화려한 밤거리를 구경하며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스스키노와 삿포로 역은 지하철로 2코스 떨어진 곳이라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걷는걸 좋아하시는 부모님이라 일부러 도보로.
거기다 여행왔는데 밤거리 경치 구경도 하고, 굳이 지하철로 갈 필요는 없었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판쵸 우의 덮어쓰고, 항구도시 토마코마이(苫小牧)에서 삿포로까지
12시간동안 달려서 도착한 곳이 스스키노의 밤거리였다는걸 생각해보니,
헝그리하게 여행할 때의 풍경과 지금처럼 느긋한 경비를 가지고 여행할 때의 퐁경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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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드신 아버지는 돌아오자마자 뻗으셨고
엄니께서 제 방에 와서 한국서 준비해온 보이차를 끓였습니다.
차 마실 데가 침대 위 밖에 없어서 안내책자를 깔판으로 삼아 차를 마셨는데, 불행히도 차가 시트위에 묻어버렸더군요.
아무래도 내일 청소하는 분께서 '이녀석 자다가 쌌구나' 라고 오해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 바람에
메모지에 '그거 오줌이 아니라 찻물이에요' 라고 쓸까 생각도 했는데, 인간이 너무 소심하게 보일까봐 그냥 놔뒀습니다.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께 보여드리려고 시작한 여행이니 제 입장에서는 본인의 관광보다 부모님쪽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터라
제가 좋아하는 여행인 '최대한 헝그리하게, 최대한 빡세게'는 자제하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느긋한 여행이 되도록 일정을 잡았습니다.

여행사 패키지처럼 여기 찔끔 구경했다가 저기 찔끔 구경했다가 하는건 정말 남는거 없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명한 관광지 덜 둘러보더라도 시간 들여서 느긋하게 몇 군데만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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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습니다.
무더워서 혼나긴 했지만 날씨하나는 좋았는데, 운좋게도 오늘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아침에 머리 단장중이신 어머니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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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사왔던 빵과 우유,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습니다. 사진은 재밌게 보여서 구입했던 물만쥬.
정말 물처럼 물컹물컹하고 탱글탱글해서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맛도 물맛이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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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나리타 공항행 전철을 타야 했기 때문에 어디 둘러보러 갈 만한 시간은 없었습니다.
오타쿠들의 성지 아키하바라는 가 볼만한 여유가 있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거기 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죠. ㅡㅡ;

그래서 아침 먹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잠시 짐을 맡기고 호텔 앞의 요도바시 카메라를 둘러봤습니다.
매장 안은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냥 슬쩍 둘러만 보고 왔네요.

니콘의 D3 와 D700 도 전시되어 있던 터라 재미있게 만져보고 왔습니다.

그러고나서 다시 호텔 뒤편에 위치한 우에노 공원으로..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라 여기밖에는 갈곳이 없네요.
8월 1일날 갔을 때와는 달리 오늘은 연꽃이 많이 피었더군요. 한번 더 와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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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물인지 씻는물인지 항상 헷갈려하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신사 앞.
저거 손씻는 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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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던 비둘기. 옆의 음료수가 먹고 싶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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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깜짝 할 새에 시간은 가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쇼핑을 전혀 하지 않은 부모님은 형수 가족분들한테  선물사려고 면세점으로.
그런데 여기도 아키하바라가 있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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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선을 끌었던 건 5년 전에 구입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던 재즈밴드 오디오.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안나는데
음악이 플레이되면 인형 밑의 스피커에서 각각의 파트가 연주됩니다. 캐릭터도 추가할 수 있구요.
살짝살짝 인형들이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매력적이죠.

가격이 어째 면세점인데도 한국에서 수입하는것 보다 더 비싼데다, 이 기계 고질적인 문제인, 스피커 성능이 형편없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도 패스.

이로서 부모님 모시고 간 최초의 동경 여행이 끝났군요.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안내를 해 드리고 싶었는데, 정작 강군 아버님이 열심히 해주시는 바람에
저는 그냥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 덕분에 부모님도 한결 편하게 관광하셨네요.

앞으로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엔 좀 더 준비 잘해서 멋진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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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지 수산시장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운 일행은 여지껏 일본의 고전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다시 말하면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곳만 두루두루 돌아봤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번엔 그렇지 않은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긴자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최대의 번화가입니다. 예전 에도시대의 은화 주조소였던 터라 긴자(銀座)란 이름이 붙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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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의 간판 백화점이라고도 불리는 마츠야 긴자입니다. 미츠코시(三越) 백화점과 함께 긴자를 대표하는 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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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통은 백화점 명품관에 들어앉아 있을 명품 브랜드들이 대부분 각각의 건물에 들어서 있습니다.

긴자에 없는 명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의 명품이란 명품은 다 모여있더군요.
요즘엔 두바이에 명성을 빼앗긴지 오래되었다지만, 버블시대 긴자의 모습은 환락의 극치를 보여줬더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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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는 음식점과 유흥주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잘못 들어갔다간 피볼 정도로 비싼 곳도 있구요.
손에 돈이 넘치고, 부모님이 옆에 안계셨다면 긴자의 마담과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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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는 긴자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장난감 박물관에 전시된 스타워즈 레고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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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나 동네 북인 스톰트루퍼와는 달리 클론트루퍼들은 한 실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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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에 나오는 전투기 표현도 압권이더군요. 폐점시간대라 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자칫하면 지갑에 손이 갈 뻔 했습니다. ㅡㅡ;

어머니께서는 그냥 휘황찬란한 브랜드의 향연을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신듯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자꾸 음식점에 들어가서 술 한잔 하시려고 하던데, 우에노에 가서 먹는게 싸다고 간신히 말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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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동경은 정말 제 평생 가장 무더웠던 하루였습니다. 사하라 사막보다 더 더웠던 것 같네요.
숙소에 돌아와서 옷을 벗으니 깜딱이야. ㅡㅡ;
저 몰골로 하루종일 돌아다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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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결정이 뭔 용문신처럼 새겨져 있군요. 카메라를 매고 있었던 오른쪽은 깨끗한게 묘합니다.

이제 짧았던 동경여행도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되었네요. 내일은 나리타에 1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는 관계로
딱히 멀리 구경하러 나가긴 힘들듯 합니다.
4일간의 강행군으로 체력도 바닥날 대로 바닥났고 해서 내일은 잠도 푹 자고 먹을것도 많이 먹고 우에노 공원이나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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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개별행동을 했던 저는 오다이바를 구경중인 부모님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신바시(新橋)역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는 오다이바를 여행하기 위한 필수 교통수단인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를 탈 수 있죠.
유리카모메는 百合鴎 라고 쓰고 붉은부리갈매기라고 읽습니다.

일반 전철과는 다른 경전철로서, 전선이 전철 위쪽이 아닌 아래쪽에 감춰져 있어서 미관도 좋고
전 구간이 무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 재미있는 전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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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 전체를 운행하는 최적의 교통수단인데다
오다이바 끝에서 신바시까지 왕복만 해도 740엔이라는 요금이 나오기 때문에
오다이바를 구경하시려면 1일 프리패스 승차권은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룻동안 유리카모메를 마음껏 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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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시에도 볼 건 많습니다. 일본 최초의 철도가 세워진 곳이라 철도박물관도 있구요.
니폰테레비 본사도 있어서 구경거리는 많습니다. 참고로 오다이바엔 후지테레비 본사가 있어서 거기가 더 볼만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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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 아버님이 일본서 생활하셨던 20년전 무렵은 오다이바가 개발되기 전이라 요즘의 오다이바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고 계시진 않는 것 같더군요. 부모님께서는 사진의 배 박물관만 관람하고 바로 오다이바를 떠났습니다.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과 비너스 포트의 쇼핑과 후지테레비 견학과 아리아케의 원더페스티발과(응?)
등등 하루종일 둘러봐도 모자랄 오다이바는 그렇게 시간관계상 겉핥기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올 수 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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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박물관 옆의 조그만 씨사이드 풀은 34년간의 개장을 마치고 8월 31일부로 폐쇄하게 되었답니다.
저곳에 추억이 있는 분들은 서글프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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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다이바에서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던 것이, 4일간의 강행군으로 부모님도 많이 힘들어 하시고
그냥 식사나 한끼 하자고 연락드렸던 강군 아버님이 4일동안이나, 더구나 본인의 경비를 모두 스스로 지불하시는 바람에
저희 가족의 심리적 부담이 너무 커서 오늘은 식사만 마치고 빨리 돌아가 쉬시라고 말씀드리기로 했거든요.

그동안 여행한다고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한터라 이번엔 작정하고 음식을 위한 관광지를 찾았습니다.
동경 최대의 수산시장인 츠키지 수산시장(築地水産市場)이 그곳인데,
특히 일본인들이 사족을 못쓰는 참치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행복한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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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모든 수산시장이 마찬가지지만, 사실 이런 곳은 새벽 5시경에 문을 열어서 오전 9시 쯤이면
시장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그 왁자지껄한 모습을 구경하려면 아침 일찍 출발했어야 합니다.

12시가 넘어 도착했을땐 이미 시장은 끝나고 한산한 상태였죠. 하지만 오늘 여기 온 목적은 싱싱한 초밥을 맛보기 위한 것이니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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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지 시장에서는 그 특성상 여전히 전통적인 가옥이나 생활 모습이 눈에 자주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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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유명한 초밥집인 스시잔마이(すし三昧) 본점이 이곳에 있습니다. 한국어로 '초밥삼매경' 정도랄까요.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벌건 대낮에 맥주를 세 병이나 시켰습니다. 이래서 술 좋아하는 사람과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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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모든 초밥이 참치 부위로만 이루어진 참치 초밥세트가 나왔습니다!!
제 인생 30년 동안 먹어본 초밥중 단연 최강! 입에 들어가면 그냥 살살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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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잘잘 흐르죠.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뿅가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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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세트만으로 배가 찰리가 없으니 모듬세트도 시켰습니다. 초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때가 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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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 케이크의 딸기를 맨 마지막에 먹는 기분으로 남겨뒀던 참치 대뱃살! 입에 넣으면 그냥 살살 녹습니다.
아후~~ 또 먹고싶네요. T_T

사실 장소가 장소라서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행복지수가 최고조로 올라갔던 한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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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어오른 배를 움켜쥐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던 중 보였던 공중변소. 정말 낡아보여도 냄새도 없고 깨끗합니다.

강군 아버님은 끝까지 가이드를 해 주시려고 했지만 저희 가족이 부디 들어가 쉬시라고 극구 요청하는 바람에
오늘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내일은 공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굳이 오실 필요가 없어서 사실상의 작별인사였군요.

돌아오는 내내 괜히 여행간다고 말씀드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부디 이번처럼 신경쓰실 필요 없이, 그냥 간단하게 식사나 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네요.

강군 아버님이라는 든든한 가이드와 헤어진 후 저는 여지껏 동경다운 곳을 그다지 보지 못한것 같다는 요청에 따라

동경 최대의 번화가인 긴자(銀座)를 가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