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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5.11  연휴 부산 16
  2. 2014.02.25  잘 돌아다니고 왔습니다 10
  3. 2014.01.31  설날 조카 6
  4. 2014.01.30  설날 잘 보내시길 4
  5. 2014.01.24  법 규 14
  6. 2014.01.17  일주일 여행기 쓰는데 반년 14

 

 

 

 

 

좀처럼 생기지 않는 5월의 긴 연휴 전날, 금요일 저녁 엄니께서 갑자기 부산 가자고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하루 자고오면 좋긴 한데, 전국의 모든 숙박, 교통편이 마비상태였던 연휴 바로 전날 연락을 받아서야

아무리 찾아봐도 엄니와 제가 묵을만한 숙소는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급한대로 열차표나 끊어놓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엄니께서는 역시 퇴직하신 후 좀 지루하신지 먼저 여행 이야기를 꺼내시는 듯.

 

매번 대구와 서울만 왔다갔다 하셔서 이번에도 엄니는 기차타고 1시간 반은 가는줄 알고 계시더군요.

45분만에 도착하니 눈 깜짝할 사이입니다. 부산엔 거진 20여년간 갈 일이 없다가 요 근래 들어서 자주 가게 되네요.

 

 

 

 

토요일 연휴 첫날이라서 사람도 엄청 많았지만

평소에 볼 수 없는 빼곡한 슬픔의 메아리가 벽 가득히 붙어 있는 모습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요즘 이 지옥같은 사건때문에 매우 우울한데

기분 전환 좀 하려고 나온 곳에서도 첫 눈에 들어오는 이 벽보때문에, 뷰파인더 들여보는 눈시울이 흐려지더군요.

 

 

 

갑작스러운 당일치기 여행이라 딱히 계획한 건 습니다.

 

엄니께서는 교장단 회의때문에 부산에 자주 내려가셨는데

자갈치 시장은 몇번 가 봤어도 옛날 그 느낌이 나지 않아 실망하셨다네요.

 

그래서 엄니가 가보지 못한 센텀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 봤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는 말 하나만 신기할 뿐, 내용물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엄니께서는 아이쇼핑도 좋아하시니 한번 구경해 보는것도 괜찮을 듯 싶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식사부터 해결하려고 위로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토요일 연휴 첫날이다 보니, 점심시간 즈음에 갔다간 먹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서두른 면도 있었죠.

 

어쨌든 큰 백화점이니 식사도 좀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이탈리안 요리점에 들어가 점심 코스요리를 선택해 봅니다.

두 사람 다 코스요리 먹을 필요는 없으니 엄니는 스파게티 하나 주문하고, 코스는 둘이서 같이 먹기로 합니다.

 

처음 나오는 빵과 고구마 등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고 이 집은 그래도 좀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 소스도 적절합니다.

 

 

 

 

코스 요리는 여러가지가 나오지만 역시 둘이서 만족스럽게 먹을 만한 양은 아니더군요.

백화점 식당이라는 게 가격대 성능비가 영 아닌 곳이 많긴 한데

이곳은 양은 좀 적어도 요리 하나하나가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서 점수를 줄 만 합니다.

 

 

 

코스용 스파게티는 한번 후루룩 넘기면 끝날 정도의 크기지만

크림 향기 농후하고 새우의 질감도 탱글탱글하게 잘 살아있는 편입니다.

 

3만원 후반대라는 코스 요리 가격대가 굉장히 무서운 일반 서민입니다만

엄니 여행 가이드를 하는 수고비라고 할까요. 살떨리지만 맛있게 먹었죠.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아주 완벽한 수준으로 굽혀나왔습니다.

소스도 훌륭하고 속의 육즙도 비린내 없이 깔끔하네요. 코스요리라 크기가 작은게 아쉬울 정도였으니.

 

음식은 제대로만 만들면 뭐든 맛있게 먹는 타입입니다만, 역시 못 만든 요리 많이 먹는것 보다는 제대로 된 요리 조금 먹는게 낫긴 합니다.

 

 

 

 

밥 먹고 휴식 겸 해서 12층 정원으로 나가봤는데, 왠걸 백화점이 크다 보니 아예 공원이 옥상에 떡하니 만들어져 있더군요.

각종 재활용품을 이용한 공룡 정원이라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활보하는 중입니다.

 

입장료도 없는데 매우 잘 가꾸어 져 있어서, 나름 장사 수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백화점이구나 싶었죠.

 

 

 

 

옆에는 추억의 회전목마를 타려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회전목마는 요금이 들지 않지만 백화점 영수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역시 머리 잘 썼네요.

 

이렇게 아이들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백화점 내부에 있다는 건 매출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듯 합니다.

 

날씨는 대구보다 좀 서늘하고 바람이 많아서, 그늘에 앉아있으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아늑한 날씨였습니다.

이제 두 살이 되어가는 조카가 여기 온다면 상당히 좋아할 것 같은데

서울쪽엔 옥상에 이 정도 공원이 조성된 백화점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외국인도 많이 보이고, 아이는 없어도 젊은 커플들끼리 놀러다니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제 얼굴이 좀 순해진 건지, 요즘 기준으로 굉장히 거대한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이 날 부산에서는 저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며 스마트폰을 건네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곳에서도 두 번쯤 만난 듯 한데, 불행히도 전 스마트폰으로는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저한테 맡겨봤자 별 도움이 안됐을 것 같네요. 일단 어찌저찌 터치해서 찍어는 드렸습니다만.

 

 

 

동물들이 대부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조합해서 만든 것들이라

아이들이 보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재활용품인가 싶었는데, 이 타이어 악어의 몸뚱아리는 아무래도 깨끗한 새것 같아서.

 

 

 

 

국제영화제 시기가 되면 즐거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곳입니다.

부산도 이렇게 날씨 좋은날이 그리 흔치는 않을텐데, 급하게 달려온 여행이지만 날씨덕분에 흡족했습니다.

 

 

 

 

엄니는 여전히 사진 찍히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서 갈 길 가십니다.

사실 찍어도 별로 보시질 않기 때문에, 사진 찍는 제가 제일 많이 보는 편이죠.

 

 

 

 

2월 여행 이후로 카메라를 만지는 건 처음이라 그새 어색해 진 느낌이네요.

조카가 같이 와서 뛰어다니고 있었으면 재미있는 사진 많이 건졌을 텐데.

 

 

 

 

산책용 공원으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아이들이 놀 만한 것들도 알차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저보고도 회전목마 한번 타보라고 하셨지만 그럴 나이는 아니죠.

 

그러고보니 예전엔 50원, 100원씩 주고 시장 근처에서 봉봉 위에서 날뛰고 했었는데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죠. 아이들에겐 그 정도 자극만으로도 충분한가 봅니다.

 

 

 

 

진짠가 싶어서 슬쩍 들어가 쳐 봤는데 소리가 제대로 울렸습니다.

아무래도 엉덩이쪽 드럼은 그렇게 너무 쳐보다가 찢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스테고 사우르스 비슷한 녀석인데 꼬리를 타고 몸통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유치원 쯤 될 나이에 이곳에 왔다면 한참 재미있게 놀았을 것 같네요.

 

 

 

 

공룡 공원이지만 어째 사람의 두개골도 삐까뻔쩍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 아무리 봐도 터미네이터가 생각나서 묘한 기분이었네요.

 

 

 

 

12층에서 지하까지 내려오며 여러가지 구경 했습니다.

 

전 백화점 구경엔 그닥 큰 흥미가 없었지만

역시 큰 백화점이다 보니 100인치 근처의 대형 TV라던가,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 등도 전시되어 있어서 재밌게 구경했죠.

 

지하까지 내려와 보니 거기도 먹을거리가 매우 많습니다.

배가 꺼질 시간은 아니었으니 가볍게 휴식이나 하면서 돌솥 팥빙수라는 것도 한번 먹어봤네요.

 

팥빙수는 역시 이것저것 많이 넣은 건 별로 마음에 안들어서 이런 게 좋습니다.

 

 

 

 

백화점 구경 실컷하고 바닷바람을 만끽하러 근처의 광안리로 갑니다.

센텀시티에서 지하철로 얼마 걸리지 않으니 이동하기 좋더군요.

 

원래는 밤에 가야 화려한 불빛을 감상할 수 있지만, 당일치기 여행이라서 그냥 이걸로 만족하야 할 듯.

 

엄니는 이제 지하철과 버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연세가 되셔서

주민등록증 척 올려놓으니 공짜 표가 탁 튀어나오더군요.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도 거의 없어서 매우 신기하고 재밌어 하십니다.

 

 

 

 

광안리는 외국인이 굉장히 많군요. 성질 급한 몇몇은 벌써 바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아직 물이 상당히 찰 텐데... 역시 젊음은 좋은 것이로구나 싶네요.

 

시즌에서도 벗어난 광안리의 대낮 풍경은 아직 깔끔한 편입니다.

이게 해수욕 시즌이 되면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쓰레기 천국이 된단 말이죠.

 

 

 

 

바다가 없는 내륙 토박이다 보니 그냥 모래사장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관광이네요.

가끔씩 이렇게 슬쩍슬쩍 도촬도 하고. 클로즈 업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해 봅니다.

 

 

 

 

광안대교도 그렇고, 밤의 화려한 네온싸인도 그렇고, 볼거리가 많은 광안리라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바다의 모습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그닥 감흥은 없네요.

 

그냥 엄니 바람쐬러 같이 나왔다는 게 제일 마음 편안합니다.

 

 

 

 

엄니는 오랫동안 학교에 종사하신 분이라 이번 참사를 견뎌내기를 너무 힘들어 하시더군요.

저도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비참함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아주 조금이지만 연휴라는 이름을 변명삼아 머리를 비워보려고 노력한 하루였습니다.

 

매번 매번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는 일들 뿐이라

지금 하고 있는 일 끝나면 정말 진지하게 나라를 떠나볼까 생각중입니다.

 

 

 

 

원래 그늘 같은 거 생길리가 없는 허허벌판입니다만

바다 뒤의 빌딩들이 하도 촘촘히 박혀 올라와 있어서 자연적으로 그늘이 만들어지더군요.

 

앉아 쉬기엔 편안했지만, 모래사장에서 빌딩 그늘에 숨는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이곳 광안리는 저희 부모님이 신혼여행으로 돌아본 곳 중 하나라서

엄니에게는 나름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합니다.

 

전 10년 전쯤 갑자기 부모님이 신혼여행 코스 다시 도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거제, 통영, 광안리를 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이미 상당히 개발이 된 상태라, 부모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광안리의 모습은 평생 볼 수 없겠죠.

 

 

 

 

진짜 신혼부부인지 그냥 컨셉 촬영인지 모르겠는데

커플 두 쌍이 사진사들과 함께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저런 드레스로는 꽤나 추울텐데, 열심히 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바람 속에서 그것도 역광으로 반사판과 스트로보도 없이 마구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예비 신혼부부가 맞긴 한건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수상보트 타는 아저씨는 해안가 쪽으로 물을 팍팍 튀기는 쇼를 피로하고 있습니다.

재밌다 싶어서 찍고 있는데 또 다시 몇몇 젊은이들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스마트폰을 건네받았죠.

 

찰칵 하고 건네주려는데 아가씨들이 그게 아니라 세 장 연속으로 찍히니까 그대로 폰을 들고 있어달라고 합니다.

음, 요즘 디지털 촬영은 그런 건가 보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번 구도를 잡고 세 장 찍힐 때까지 가만히 들고 있었습니다.

 

물론 필름시절에도 다중노출을 이용해 사람의 궤적을 찍는 방법은 있었습니다만

스마트폰의 세 장 촬영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지 궁금하기도 했었죠.

 

첫 번째가 실패하고 다시 카메라 찍으려 뭔가 누르다가 그 분들 갤러리 폴더에까지 들어가 버리는 추태를 연출했습니다.

아직까지 컴터 관련으로는 현역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저로서도 스마트 기기라는 건 역시 손 밖의 물건인 것 같네요.

 

 

 

저 멀리 보이는 아이파크 아파트 등은 로얄층이 십억자리대를 넘는 가격이라고 하던데

이곳 광안리에서 저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의 삶이란 참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항상 듭니다.

 

저기서 수십억 들여서 살고 있으면 매일 아침 일어나 참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까 궁금하기도 하고.

전 그 수십분의 일 가격으로도 저 곳 풍경보다 수십배는 더 아름다운 살곳을 많이 알고 있는데 말이죠.

 

 

 

저녁 8시 기차를 예약해 놨는데, 부산 교통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조금 이르지만 저녁 맛있게 먹고 역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광안리는 별로 먹을만한 곳이 없다고 들었는데 걱정이네요.

 

 

 

 

 

외국인들이 연을 들고 날리길래 어디서 가져왔나 싶었는데

좀 더 걸어가보니 아주머니가 연을 팔고 있더군요.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라서 연날리기 매우 좋았습니다.

 

 

 

 

부산은 지리적 특수성도 그렇고 주변 도시들간의 연결 상태도 그렇고

개발 열풍으로 따지만 서울 이상가는 굉장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째 올 때마다 공사 공사에, 끝도 없이 들어서는 바닷가 빌딩들 때문에 점점 답답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특히 센텀시티 주변은 이게 서울인지 부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변해버려서...

 

25년 전의 해운대 글로리 콘도에 갔을때만 해도 굉장히 한적한 바닷가를 슬금슬금 걸어다니는 매력이 충만했는데

지금은 대체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의 빌딩 숲으로 뒤덮혀 버렸더군요.

 

25년 전에는 해운대에 글로리 콘도만큼 크고 높은 호텔이 없어서 홀로 유유자적했는데 말입니다.

그 때는 국민학생이라 카메라를 모르던 시절인데, 지금 생각하니 사진 한 장 찍어놨으면 좋았을 텐데 싶네요.

다행히도 구글링 해 보니 아직 그 때의 사진이 남아있어서 추억에 젖기도 했습니다.

 

 

 

 

 

광안리에서 어떻게 하면 맛있는 저녁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바닷가 횟집은 너무 그렇고 그러니 경험해보지 못한 조개와 장어 무한리필집을 한번 가보자고 큰맘먹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속은 기분. 조개 리필과 장어 리필이 따로 가격 책정이 되어 있더군요.

밖의 홍보 간판엔 그게 그렇게 자세하게 쓰여 있지 않아서 왠지 손해봤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심한 건 장어를 초벌구이도 없이 그냥 날 것 그대로 던져 주는 것이었죠.

장어는 초벌구이 후 소스를 어떻게 바르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건 뭐, 그냥 대충 알아서 구워서 소스 찍어먹으라는 식이었습니다.

 

이건 그냥 장어의 장자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와서 술안주로나 즐길 만한 레벨이더군요.

초벌구이 후 소스를 발라서 다시 구운 장어하고, 그냥 구워서 소스에 찍어먹는 장어는 완전히 다른 요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무한리필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엄니같은 레벨의 동행을 데리고 가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가격도 굉장히 비쌌지만, 이걸 무한이랍시고 자꾸 먹다간 제 혀가 저를 욕할 것 같아서 그냥 너댓마리만 먹고 나왔습니다.

 

 

 

저녁을 완전히 실패해 버리는 바람에 기분이 다운된 채 부산역으로 돌아갑니다.

 

속이 영 더부룩하고 다리가 좀 피곤하기도 해서 택시를 탔는데

부산의 교통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긴장도 하고, 택시 기사분도 '지금쯤 많이 밀릴 건데요' 라고 겁을 주셨지만

운이 좋았는지 15분만에 쾌속으로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용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신나게 달렸네요.

 

빨리 온 덕에 시간도 널널해서 커피집에 들어가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며 개똥같았던 장어리필의 기억을 씻어냈습니다.

 

엄니께서는 직장 다니실 때는 연휴 때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려 하셨는데

반대로 퇴직하고 나신 후엔 심심한 탓에 더욱 밖으로 나가는 경향이 강해지셨네요.

저야 뭐 엄니가 어디 가자고 하시면 좋다고 따라나갈 수 있으니 나쁠 거 없습니다.

 

단지, 역시 즉흥적인 여행은 준비 기간도 짧고 숙박 찾기도 어려워서 몸이 좀 힘들긴 하네요.

다음엔 좀 더 미리 말씀해 주시면 숙소도 잡아놓고 신나게 즐기다 올 수 있겠는데 말입니다.

 

원래 엄니와 오사카 갔다 온 여행기를 올리는 도중이었습니다.

역사에 남을 추악안 대참사 때문에 기분이 완전히 다운되어 4월달은 그냥 넘겨버렸네요.

몸풀기로 부산 여행기 올리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다시 오사카 여행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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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부산 :: 2014. 5. 11. 22:30 Photo Diary

 

 

뭐, 이 블로그가 갱신되지 않는다는 건 주인장이 놀러나갔다는 뜻이겠지요.

 

아직 지난번 엄니와의 여행기도 덜 올렸지만 잔뜩 사진 짊어지고 돌아왔습니다.

일단 순서대로 여행기 올리겠지만, 이 사진을 여행기에서 보는 건 아마 7월이 넘어야 할 듯. ㅡㅡ;

이렇게 여행가면 뭐 일년어치 여행기만으로 블로그 채울 수 있겠네요.

자전거 1년 여행은 올릴 엄두도 못내겠고...

 

다음주부터 또 바빠지니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로 천천히 갱신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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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욕같아 보입니다만 그냥 착각입니다. 기분상으로는 설날 조카라고 하고 싶긴 하지만 그건 넘어가고...

8월에 태어났으니 이제 한 살 반쯤 되었나요.

 

엄니는 사진으로 보니 더 나이들어 보인다고 합니다.

8개월째부터 걸어다니는 걸 보면 좀 성장이 빠른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100일 될때까지 제가 붙어있었는데, 몸도 못가누던 그때와는 정말 비교가 안되는군요.

말은 아직 엄마 아빠 정도밖에 못하지만, 알아듣는건 거의 다 알아듣습니다.

 

추석때 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삼촌 누구야 하니까 바로 저를 가리키네요.

하지만 연극배우처럼 큰 리액션을 보이는 가족들과 달리 저는 별로 움직이질 않아서 좀 쪼는 듯.

 

 

 

그동안 놀이도 많이 익혔고, 자기만 노는게 아니라 상대방들이 웃고 반응해줘야 더욱 신이 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이러고 논다고 생각하니 역시 애 키우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군요.

 

그래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반응이 다양해 지다니 놀랍습니다.

 

 

 

지금 이건 아비 뽀뽀가 기분나쁜게 아니라 딴 생각 하는 중입니다.

스킨쉽을 매우 좋아해서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빵긋빵긋 웃네요.

 

자동차 중에서도 버스를 좋아한다길래 일본서 선물로 포드 GT 와 시내버스를 사 와봤는데

진짜로 GT 따위엔 신경도 안쓰고 버스를 갖고 놀더군요. 트럭같은것도 좋아하는 걸 봐서 앞으로 중장비 기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니는 GT 를 택시로 알고 사왔다고 하는데, 그런 택시가 돌아다닌다면 그것도 좋겠군요.

 

 

 

떼를 쓰는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만 의사표현은 확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형님부부가 원하는 걸 잘 들어주는 편이라 그렇게까지 불만은 없겠죠.

몇살 더 먹으면 이제 부모가 커버할 수 없을 정도의 떼를 쓰겠지만.

 

 

 

색깔이 가장 화려한 오미자 강정만 집어먹는데, 씹을 수 있나 싶어도 잘 녹여 먹네요.

단맛이 강하니 많이 먹으면 안되겠지만 말이죠.

 

어른들 차 마시는데도 얌전히 앉아서 놀건 다 놉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해서 타조처럼 벽에 머리만 박고 '에엥~' 하면 부모들이 못 보는 것처럼 행동을 하죠.

그러면 자기가 슬슬 걸어와서 바지단을 잡아당기는데, 이런 놀이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아기 시절의 특권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 아기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일 특이한 점이라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을 아주 잘 구별한다는 것일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걷지도 못하던 4~5개월 즈음부터도 장난감을 입에 가져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장난감 가져다 줘도 안심이 된다고 하네요. 꼭 먹을 수 있는 것만 입에 가져가니까.

 

 

 

의자에 방석 하나 끼워주니 아주 편안하게 머리를 젖히는데, 이런 건 벌써 다 경험해 봤다는 걸까요.

움직이는걸 워낙 좋아해서 먹기도 많이 먹는데 살이 별로 찌지 않는 듯 합니다.

틈만나면 아파트 계단이나 오르막 같은 길을 수도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군요.

 

아직까지는 먹기도 잘 먹고 싸기도 잘 싸고...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졸면서도 논다는 게 좀 걱정이긴 하지만.

 

 

 

놀때는 잘 웃는데 아직까지 머릿속 처리속도는 조금 느린지

이쪽에서 뭔가 행동을 하면 멍하니 생각을 좀 한 다음에 반응을 보이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한참 한가지 놀이에 빠져있을때는 다른 놀이를 시키려고 해도 짜증을 내네요.

 

 

 

먹는거든 장난감이든 달라고 하면 잘 줍니다. 물건 욕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엄니가 삼촌한테 주라고 하니까 좀 망설이다가 자기 아비 손을 끌어당겨서 저한테 주는군요.

아직까지는 자기가 직접 주기가 좀 무서운가봅니다.

 

 

 

형님부부는 맛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만, 찍히는데는 익숙한지

제가 DSLR로 사진을 찍어도 저한테 다가와서 LCD 창을 확인하더군요.

 

자기와 옆의 자기 아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뭐라뭐하 하는데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사진에 익숙한 세대는 과연 사진이란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맛폰이나 TV는 부모가 보고 있어야 관심을 가지고 아직 가지고 놀 생각은 없는 듯 한데

부디 나이 좀 더 먹어서 맛폰 중독같은데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물론 부모가 몸으로 열심히 놀아주는게 최선의 방법이니 별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물건을 다루는 데 조심성이란 게 없습니다.

손에 쥔 거나 물잔이나 파팍 하고 던져버리는 걸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래서 고가품은 미리미리 빼 놓는게 좋죠.

 

엄니는 제가 서울에 잠깐 올라간 사이 거실에 놓여있던 피규어들을 싸그리 자루에 담아 찬장에 처박으셨다고 하는데

아직 뜯어보진 않았지만 부디 박살난 부분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똥오줌 잘 가려서 좋긴 합니다. 소변 보고 싶으면 꼬추를 살살 만지면서 끙끙거리더군요.

화장실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구 본가에서는 그냥 바닥에 싸라고 하고 닦습니다.

 

차례 지내는데 보니 이 녀석도 남자인지 고 2 올라가는 사촌 여동생을 매우 빤히 쳐다보고 얼굴을 만져보네요.

나이 든 사람보다는 역시 젊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엄니가 주워온 도토리가 매우 신기한지 양 손에 들고 딱딱 부딪쳐 보기도 하고

한 개씩 잔에서 잔으로 옮기며 놀기도 하고, 물 채워놓은 잔에 넣었다가 탁탁 털어서 옮기기도 하고

혼자 재미있게 봅니다. 집중력이 있는 듯 해서 교육열에 불타는 부모님은 좋아하시더군요.

 

한참 놀다가 도토리를 휙휙 집어던지기 시작하면 슬슬 싫증이 난다는 뜻입니다.

 

 

 

엄니가 여느때의 경상도 억양으로 '에헤이~'라고 하니 그걸 금방 따라해서 대폭소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웃어재끼니 자기도 매우 흡족한 듯 좋아하더군요.

 

그냥 어색하게 따라하는게 아니라 엄니의 억양에 맞춰 가지 억양도 바꾸는 비범함을 선사합니다.

 

 

 

엄니가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자지러지니 그것도 금방 따라하더군요. 학습력이란 무섭습니다.

손벽을 치면서 웃으니 그것도 따라하네요. 지금은 엄니가 없는 곳에 데려가도 손뼉치고 웃는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런 나이에 할머니하고 같이 자라면 말투도 노인처럼 변할 수 있겠더군요.

 

 

 

엄니가 입에 손대며 웃으니 그것도 따라합니다. 이 정도까지 가니 놀랍더군요.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웃어주니까 굉장히 의욕적으로 따라합니다.

 

교육의 근본적인 동기는 이런 미소에서 출발하는 것이겠죠.

나이 들어도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에서는 점차 아이에게 긴장과 고통을 유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니 걱정입니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다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밥 싫어하지도 않고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긴 하는데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질 않는것 같더군요.

 

무슨 놀이를 하던간에 노는 중간에 숟가락을 입 가까이 가져가면 먹어가면서 놉니다.

밥상머리 교육 시작할 때는 꽤나 지겨워하지 않으려나 싶네요.

 

 

 

엄마한테서 요구하는 놀이와 아빠한테서 요구하는 놀이가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무리 뼈빠지게 놀아줘도 만족하지 않고 다시 아빠한테 엉긴다고 하는군요.

 

테이블의 떡처럼 생긴 사각형 물체는 누르면 음악 나오는 기계인데

이게 6곡 정도 있어도 반드시 자가기 원하는 노래 나올때까지 계속 버튼을 눌러서 돌리더군요.

무슨 자동차 노래였는데, 중간중간 춤도 추고

띠띠빵빵 하는 파트에서는 디오에 맞먹는 강렬한 샤우팅을 펼치기도 합니다.

 

 

 

언제까지 저렇게 올라갈 수 있으려나요.

조금 더 크면 다리 좀 밟아달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아버지 안마 좀 해달라고 하면 벽 짚고 다리 올라가서 밟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무래도 가슴에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테니 지금 열심히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아직까지는 파워가 부족해서 그런지 큰 소란없이 잘 놀고 잘 크고 있는 조카입니다.

3~4살 되고나서부터는 지옥의 헬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지금도 확실히 순둥이라고 할 만한 성격은 아니라서 긴장이 되네요.

 

아기들은 삼촌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무뚝뚝하고 아비가 워낙 잘 놀아줘서 저하고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을지...

저하고 그렇게 되려면 역시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 방 방문턱을 넘어오기를 무서워하고 있어서.

 

다음에 사진 찍을때 쯤이면 또 어마어마하게 달라져 있겠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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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빡빡한 나날이지만 설날엔 그래도 먹을게 많이 들어와 좋습니다.

전 좋아할게 아니라, 설날만 지나면 몇kg  씩 늘어나는 체중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말이죠.

 

 

 

엄니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 매년 몇 박스씩 주문하는 강정입니다.

늦으면 주문도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 메뉴인데, 제가 먹어본 강정 중에서 최상급에 속합니다.

 

이거 먹고 나면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어떤 강정 세트를 먹어도 맛이 없어서 말이죠.

 

 

 

파래와 유자, 오미자를 섞어 만든 세 가지 종류로 되어 있는데

이게 그냥 보기에만 그럴 듯한 색깔이 아니라 향기와 맛도 굉장히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튀긴 찹쌀은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퍼석한 느낌 없이 바삭바삭한 과자처럼 씹히죠.

이 녀석 먹은지 5년은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이것보다 더 잘 만든 녀석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거 말고 조금 장르가 다른 유과의 경우, 이 녀석과 등급으로 살살 녹아드는 멋진 녀석이 있긴 합니다만.

 

 

 

만드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시중의 강정과 이렇게도 차이가 크다는 것은

역시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팍팍 사용한 탓이 클 것이라 예측해 봅니다.

 

그 외에도 분명 튀기는 방식 같은데서 이쪽만의 노하우가 있는 듯 하긴 해요.

맛과 향은 둘째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통 저희 집은 이거 너댓 박스쯤 주문해서 두 박스는 집에 놔두고

세 박스는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두 박스 중 한 박스는 차 마시면서 뜯어먹고

나머지 한 박스는 혹시 예상못한 손님이 올 때 드리거나, 무사히 잘 넘어가면 가족끼리 알아서 처리합니다.

 

설날 1~2주일쯤 전에 주문하지만 항상 받자마자 뜯어서 차를 한 잔 마실 수 밖에 없는 마력이 있는 녀석이네요.

 

블로그 찾아주시는 분들 맛있는 거 많이 드시는 설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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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진입니다.

여행기 올리기 전에 일단 밀린 사진부터 좀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작년 겨울 그마트에 갔다가 뼈없는 녀석을 팔고 있어서 한봉지 사 왔죠.

엄니는 인생 살면서 아직 닭발을 드셔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먹다보니 처절한 반항을 하는 닭발이 한족 있어서 카메라를 찾아왔네요.

 

 

 

이렇게 자기 주장이 뚜렷한 녀석은 앞으로 크게 될 것 같습니다. 제 위장 속에서.

한동안 이 아름다운 자태를 파괴하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닭발은 원래 맵게 먹는 녀석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오돌오돌한 식감은 좋아하지만

먹고나면 폭풍ㅅㅅ 때문에 고생하곤 합니다. 그래도 맛있어서 감수하고 먹긴 하지만 말이죠.

 

여담으로, 법규 생각하면 항상 이 영화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일부러 연출한 거 아닙니다만 참 잘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이런 닭발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법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엄니와 저는 닭발을 먹어도 소주와 먹는게 아니라 차와 함께 먹습니다.

차값도 비싸긴 하지만, 아무데서나 캔 따서 벌컥벌컥 마시는 술하고는 달라서

가끔 차 마시며 '술값 안들어 좋다'는 이야기도 하긴 합니다.

 

여행갔을 때는 저녁에 한 캔씩 마시는데, 그냥 분위기 상 즐기는 거지 술을 좋아한다는 기분은 여전히 들지 않네요.

 

 

 

원래 집에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차방에 모습을 드러낸 괴이한 녀석입니다.

엄니가 어디서 보기 좋다고 하나 업어오신 듯 하네요.

 

차를 마실때는 역시 여러가지 귀여운 찻잔이나 차 도구 같은 것들에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한때 엄니께서는 방에 전시하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악세사리와 찻잔 같은걸 쓸어오곤 하셨습니다.

 

형님부부 결혼 후 신혼집 방 한칸에 차방을 차려줄 정도로 확 떼어준 이후로 그나마 균형적인 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예전 전통공예박람회 폐관시간 직전에 좀 깎아서 구입한 찻잔.

비대칭으로 살짝 그을린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전자와 찻잔 세트로 구매했죠.

이건 철분이 많이 함유된 흙을 도자기 굽듯 구워서 만든 녀석이라

사실 보이차 찻잔으로는 별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찻잔의 철분 성분이 맛을 교란시키는 기분이 들더군요.

 

 

 

어울리는 차라면 역시 반발효차에 들어가는 오룡차나 철관음 정도가 되겠습니다.

암차인 대홍포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긴 합니다만, 괜찮은 대홍포는 집안뿌리가 거덜날 정도의 금액이라서.

 

맛은 좀 안맞아도 보기가 좋아서 보이차든 철관음이든 다 차서 마시고 있습니다.

 

 

 

주전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 녀석이라 손가락으로 튕겨보면 팅팅거리는 금속음이 납니다.

이것 역시 바위에서 자라는 암차 계열에나 어울리는 녀석이지만 뭐, 보기에 좋아서 업어온 녀석이니 이것저것 많이 사용해 봐야죠.

 

국내 장인이 만들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역시 같은 고가품이면 중국쪽 차 도구에 더 무게를 주는 시류가 있어서인지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지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쪽 장인이 만든 자사호는 50만원 정도 되는 녀석도 한 눈에 반해 떡하니 업어오곤 했는데 말이죠.

그게 벌써 7년쯤 전이니 지금은 100만원 훌쩍 넘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엄니 지인분이 해외 나갔다가 선물로 사 온 홍차입니다.

홍차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익숙한 중국차보다 은근히 귀찮은 점이 있어서 자주 마시지 않는 편이죠.

이제껏 선물로 받은 수많은 홍차들이 대부분 유통기한을 훨씬 넘겨버려서 맛이 사라지고 버림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저 홍차는 열심히 마셔야 할 텐데... 작년에 이 사진 찍고나서 지금까지 봉투도 뜯지 않았네요.

 

 

 

엄니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이스라엘에 성지순례 갔다 와서 가져온 기념품이라고 합니다.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녀석은 아닌 듯 하지만, 수제품이라는 느낌은 확실히 들어서 괜찮겠다 싶네요.

이스라엘이라고 하면 역시 기 들릴의 '굿모닝 예루살렘'이 정말 인상깊에 남아있습니다.

 

석판 그림은 종교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는 빵과 물고기 클론생성 이벤트에 대한 내용이죠.

 

 

 

쌀과자 같은 간식거리는 이런 그릇 안에 넣어놓고 차 마실 때 조금씩 씹어먹곤 합니다.

크기는 작고 과자 부피는 커서, 한번 뚜껑 열면 끝장을 보고 만다는 게 아쉬운 일이죠.

 

엄니가 차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곳에 놓여있는 것들은 나름 디자인에 신경쓴 녀석들이 많은 듯 합니다.

워낙 익숙해서 별 생각없이 사용중이지만 느긋히 쳐다보고 있으니 꽤나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보이차 마신 후엔 녹차도 좀 마시자고 해서 세트를 바꿉니다.

색깔만큼은 녹차가 참 곱고 깔끔해서 엄니도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녹차 많이 마시면 속이 좀 쓰려서.

 

그래서 보이차 만큼은 아니고, 가볍게 몇 잔 마시는 정도로만 즐기고 있습니다.

녹차는 좀 익숙해서 그런지 온도를 대강대강 맞춰도 맛이 나쁘지 않는데

홍차는 경험부족인지 몰라도 온도와 시간을 잘못 맞춰서 맛이 엉망으로 나올 때가 많아서 손이 잘 안가더군요.

홍차의 기본 지식이 대부분 석회질 물인 유럽쪽에 맞춰져 있어서 한국의 물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설프게 인터넷 지식가지고 테스트 하는 것 보다는 몇 번 우려내 보면서 직접 파악하는게 제일 좋죠.

 

이번 홍차는 아깝게 버리는 일이 없도록 자주자주 마셔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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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반기가 좀 바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8월에 갔다 온 일본 중부지방 여행기가 근 반년만에 끝났습니다.

 

그 동안에 뭐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고 해서 밀려있는 포스팅은 거의 없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행 갑니다.

예약 걸어놓고 나가기 때문에, 아마 이 포스팅이 올라왔을 때는 전 한국에서 사라진 뒤일겁니다.

 

이번엔 제가 마음껏 즐기러 간다기 보다는, 이번에 퇴직하신 엄니가 바람 좀 쐬고 싶다고 하셔서

가이드 필요없는 일본에 제가 모시고 가는걸로 이야기가 순식간에 진행이 되어 버렸네요.

 

사실 전 이미 2월에 일이 있어서 일본에 또 가야 하는 터라

엄니는 다른데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또 저하고 둘이서 편하게 즐길만한 곳이 별로 없네요.

길지 않은 기간이라 이동거리와 편의성 다 생각하면 역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제가 가는 곳이 제일 편합니다.

 

방사능 그런건 엄니에게나 저에게나 인생에 문제없을 정도라 확신하니 별 걱정은 안됩니다.

엄니 학교 선생님은 이번에 일본여행 가면서 마실 물을 한박스씩 가지고 가서 일본 물은 하나도 안마셨다고 하던데

식사 만드는데 물 들어가는 건 논외로 하고, 그게 걱정될 정도면 비행기는 어떻게 왕복 타고간 건지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작년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잠깐 서울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시간이 워낙 없어서 그냥 나침반님하고 식사 한끼 하고 다시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때마침 미국에서 강군도 돌아오고 해서 정신없는 주말을 보냈네요.

 

나침반님이 빕스 할인권을 가지고 계셔서 그거 먹었습니다.

종로인가 명동인가 그 근처에 있던 빕스인데, CJ 사옥 지하에 위치한 듯 싶네요.

작고 아담한 가게였지만 뭔가 음식들에 기합은 좀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이 가게 자체가 큰 기대를 바랄 정도의 음식 수준은 아니니, 그냥 별미로 한번 먹어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좋더군요.

 

 

 

할인쿠폰으로 주문한 스테이크입니다. 와인도 한병 받았는데 조금 마시고 남은 건 나침반님이 가지고 가셨습니다.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잘 지켜서 나온 덕에 좀 놀랐습니다.

거진 7년쯤 전 빕스에서 스테이크 시켰을 때는, 이걸 스테이크라고 구웠는지 의아할 정도로 엉성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때 비해서 노하우가 쌓인건지, 지점이 달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스테이크는 충분히 먹을만 했습니다.

 

스테이크 수준이 괜찮으니 샐러드바 음식들이 되려 빛을 잃어버리는 기현상도 벌어지더군요.

보통은 스테이크 먹고 실망한 후, 샐러드바만 먹어도 충분했을텐데 하며 2중 후회까지 한번 해 줘야 어울리는데 말이죠.

 

여행중 너무 포스팅이 뜸해질까봐 대충 사진 몇장 던져놓고 잡담이나 주절거리고 갑니다.

리플은 다녀와서 달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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