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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4.11.17  언젠가 똥 6
  5. 2014.10.01  구글의 포샵실력 12
  6. 2014.09.27  하늘이 폭발하던 날 8

 

 

어른이들의 로망 건담 부스로 이동해 봅니다.

플레이모빌이나 베어브릭은 여성들에게도 나름 어필할 수 있겠지만

건담 쪽은 정말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을 듯.

 

물론 여심을 자극하기 위한 건담 시리즈는 끝없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쪽은 건담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전 물론 조금 낡은 세대라서 옛날 모델들이 좀 더 정겹네요. 모습을 보니 구프같습니다. 색깔은 원래 파란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건담 중 가장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역시 세월이 흘러도 좋아하는 모델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군요.

제가 어릴때는 이 정도 디테일한 녀석은 없었고, 거의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복제품이 판치고 있어서

원작의 느낌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만 요즘엔 오히려 원작보다 더 세밀한 녀석들이 많네요.

 

이런 굉장한 디테일을 가진 녀석들 보고 감상하는건 좋아하지만

막상 본인이 구입해서 먹선 등 각종 도구비 써가며 완성하고 나면 집에선 놔 둘데가 없다는 게 가장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 무지하게 만들어 재끼던 프라모델들 요즘엔 손을 놓아 버렸네요.

 

 

 

좀 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쪽 건담이 더 인기가 있었을 겁니다.

애초에 초기 컨셉은 리지날 건담의 오마쥬로 시작한 작품인데, 중간부터 그냥 개판이 되어 버렸죠.

 

작품은 그렇다치고 프라모델만큼은 당시의 발달된 기술력을 총집합해서 어마어마한 기동력을 보여주어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시에 프라모델이 팔짱끼기, 꿇어앉기, 양반다리 등의 자세가 가능하다는 게 참 신기했네요.

 

건담 프라모델중 최상위 등급이 PG 라고 알고 있는데, 보통 PG급은 20만원즘 하죠.

어릴 때 500원짜리 기갑계 가리안 프라모델을 신나게 만들었던 저로서는 요즘 프라모델은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군요.

 

 

 

어릴 적 제 동심을 자극했던(?) 프레데터는 여전히 피규어 시장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비디오 출시땐 삭제가 너무 많아서 국민학생인 제가 봐도 그닥 문제는 없더군요.

 

프레데터는 에일리언과 더불어 SF 호러 캐릭터의 양대 산맥인데

묘하게 B급냄새가 많이 풍겨서 1,2편 이후로는 영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 영화보다 캐릭터가 더 주목받는 독특한 케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아놀드 형님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저 얼굴을 드러내던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처음엔 주인공이 처절해 보여서 감정이입이 되더니만

15년쯤 지나고 나니 그림 그리는 작가분이 너무 처절해 보여서 안스러운 작품 베르세르크입니다.

 

연재 25년동안 하루 15시간 가까이 그림을 그려가다보니 밖에 나간적도 별로 없고 친구도 없고 결혼도 하지 못하는 작가 모습은

어째 작품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주인공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 죽기전에 과연 완결을 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합니다. 요즘 주위를 보면 사람이 살 만큼 산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뉴 건담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자비입니다.

이 친구는 다른 건담보다 좀 두툼하고 펑퍼짐한 편이라 칼로 깎아낸 듯한 기계적 날카로움이 좀 부족하지만

덩치에서 오는 박력은 여전히 굉장합니다. 최근 작품에서는 이 녀석을 원형으로 해서 요즘 트랜드대로 날씬하게 바꾼 모델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이 녀석이 1988년에 나왔는데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마도 92년쯤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막도 없어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전투 장면만은 인상적이었죠.

그 때는 십만원이 넘는 프라모델이란 거 상상도 못했는데, 만약 당시에 이런 모델을 접했다면 눈이 뒤집어지지 않았을려나요.

 

 

 

건담이 기계다 보니 꼭 이렇게 정비받는 모습을 재현하는 경우가 있네요.

SF적이긴 하지만 넓게 보면 밀리터리에 속하는 것이니, 이런 정비 모습도 매니아들의 로망인가 싶습니다.

 

여자들이 자수 뜨는것과 비슷하게, 프라모델 원형에 저만큼 수정을 가하는 것은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예전처럼 막 가지고 놀 수 있을만한 모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가 좀처럼 요즘 프라모델에는 손을 대지 못하겠습니다.

 

500원짜리 프라모델들은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다리나 팔 한쪽이 뚝 부러지면 한동안 슬퍼하고 다시 사러 나가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문화컨텐츠라는 개념은 사람처럼 나이를 먹어간다고 봅니다. 그 산 증거가 여기 있네요.

 

이 초대 건담은 1978년도 등장 당시만 해도 그냥 로봇탈을 쓴 사람인것마냥 허술한 설정 투성이였지만

인기를 끌고 나서 끊임없이 팬들에 의해 부족했던 설정이 채워지고 수정되고 하면서

지금은 거의 수백년에 걸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날이 시대적 한계상 많이 단순한 모델이었기에 오히려 지금 와서는 극단적인 리얼리티를 표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일본은 한술 더 떠서 도쿄 오다이바에 실제 크기 건담을 전시해 놓기도 하니

문화 컨텐츠의 지속성이란 점에서 이 건담이란 녀석은 큰 획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원작은 그닥 재미있지 않아서 보지 않았지만 프라모델은 참 많이 샀던 보톰즈 입니다.

건담처럼 폼나는 매력은 적지만 쓰다 버리는 소모품 느낌의 기계라 그 무미건조함이 지금와서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렇게 실제로 험하게 굴러서 생긴 것 같은 스크래치를 재현해 내는 모델러 분들의 능력은 감탄입니다.

프라모델도 이쯤 되면 그냥 예술작품이라 해도 되겠죠. 유명 모델러들의 작품은 재료비 인건비만 해도 수백만원은 훌쩍 뛰어버립니다.

 

 

 

보톰즈의 매력은 역시 진짜로 전장에서 뒹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죠.

건담이야 뭐 기계 자체가 주인공급의 매력을 발산하지만

보톰즈에서는 주인공이 타던 기체조차 특징없는 양산형 모델이고, 고장나면 스스럼없이 버리고 다른 기체를 타 버리기도 합니다.

 

리얼리티와는 건담과 똑같이 한참 동떨어진 작품이라도 기체에 대한 묘사만큼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감탄을 하게 만들었던 자쿠였네요. 플라스틱으로 저런 질감을 낸다는 것은 새로운 창작의 영역인 듯 합니다.

왠지 물로 박박 씻어주고 싶어지는 녀석인데, 그러다가는 애써 만들어 놓은 작품 다 망칠 듯.

 

 

 

오리지날 건담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코어 파이터와, 건담 하면 생각나는 그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사실 방영한지 35년이나 된 작품이라 요즘 아동층에게는 어른들의 추억거리로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그러다가 중고생이 되고 대학생쯤 되어 우연히 그 시절의 건담을 접하게 되면

그 어른들이 그랬듯 오리지날 건담에 푹 빠지게 되어 매니아로 전환하는 그런 순환이 일본에서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화의 되물림이라는 것은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대중문화 컨텐츠를 재생산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만,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건담쪽 디테일이 워낙 대단해서 다음 부스에 전시중인 겟타 로보 등은 조금 감흥이 덜합니다.

애초에 리얼한 고증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기도 하지만.

 

로봇 애니메이션은 당시에 인기가 없었더라도 언젠가 다시 조명을 받아 리메이크되고 하는 경우가 빈번한 편입니다.

캐릭터들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세대간 소통의 기회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좀 더 나이가 들어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가 뭘까 생각해 보는데, 불행히도 한국 작품중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뽀로로 같은 건 결국 어린이 세대에게만 머물러 있는 녀석이라 한계가 있고.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우량만화 '요츠바랑'에 나오는 골판지 인형 담보의 모습니다만

어디선가 밀리터리 매니아의 숨결이 닿은 것인지 손과 발의 형태가 조금 이상하네요. 거기다 무시무시한 무기까지.

실제 작품에서는 저렇게 나오지 않습니다.

 

 

 

뉴건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만이 아닌 듯. 다양한 버전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반짝반짝한 유광도료를 바른 녀석을 일본에서는 멕키 버전이라고 하는데

이게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수입되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금멕기 은멕기 하면서 부르고 있습니다.  그냥 도금 버전이라고 하면 될 텐데.

1차생산직의 용어 상당수가 아직도 일본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현실상 여기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듯 하네요.

 

 

 

조금 큰 부스에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있어서 뭔가 싶었는데

어릴 적 아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그 미니카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국민학생일 때 동네 골목길에서 이거 가지고 질주하던 모습이 많이 보였죠.

모터를 좋은 걸로 바꾸고, 구리스 비싼 녀석으로 칠해주고 하면서 튜닝의 매력을 느끼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론 요즘도 정식 대회가 열릴 만큼 대중화 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사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코스에서 튕겨나가지 않는 밸런스를 잡는 것이 목표였죠.

 

 

 

옆에는 잠시 후에 RC카 레이싱이 벌어질 예정이라 나침반님과 함께 잠깐 앉아서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트랙을 보니 좀 던에 전시중이던 미니카 레이싱은 아니네요. 미니카는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트랙이 이런식으로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역시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지만 구경은 어린이들도 많이 하는군요.

키덜트 페어다 보니 어른들이 비싼 RC카 들도 참전해도 그닥 이상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자동차가 너무 빨라서 스트로보가 없이는 실내에서 저 움직임을 따라가기가 힘드네요.

진짜 레이서들의 인간을 초월한 반사신경을 조금이라도 대리만족하는 광경인가 싶습니다.

이 녀석들도 빠르기는 상당히 빠르니 꽤나 정밀한 조작이 필요하긴 하죠.

 

 

 

나침반님이 흥미를 보이셨던 차세대 장난감 쿼드콥터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서 사용하던 액션캠이 점점 경량화 고품질화 되는 것과 발맞추어

저렴하고 작동 편한 멀티콥터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이끌어가고 있죠.

 

단순히 오락용으로 뿐만 아니라 전문 촬영에도 대부분 멀티콥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서 연구 자료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대로 성능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많아지고 있더군요.

뭐든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윤리간 충돌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마블 캐릭터들이 영화 덕에 대인기를 누리다보니 그쪽 피규어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촌티나는 수트를 그래도 시대상에 어울리게 재현해 놓은 영화가 참 대단하긴 하죠.

 

마블 영화는 이제 한 편씩 나올 때마다 그냥 축제분위기로 즐기는 듯한 느낌인데

못 볼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식상해 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 조금 걱정입니다.

일단 시도는 좋았으니 어벤저스 스토리가 일단락 될 때까지는 볼 생각입니다만.

 

 

 

전신을 이 정도 크기로 만들어 줬으면 더욱 행복했겠지만

그러다가는 가격이 수백만원을 가볍게 호가해 버릴 것이 분명하니, 이렇게 흉상으로만 존재하는 뉴 건담입니다.

 

건담 디자인은 오리지날부터 시작해 이 뉴 건담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신적인 면에서는 Z 건담이 시대를 한창 뛰어넘긴 했지만 어쩐지 이쪽에 더 정감이 가네요.

 

 

 

 

전성기 시절의 주지사님 모습. 영화에서는 적당히 화면 처리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전신 모형을 보니 T1000 과의 싸움에서 진짜 험하게 굴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만드는 장르마다 그 특성을 최대한 응축시켜 관객들에게 던지는 통에

이 사람 작품 하나 보고 나면 동 장르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한동안 없어져 버린다는 이상한 단점이 있었죠.

 

 

 

어릴적엔 삭제 버전만 봐도 좀 많이 잔인하구나 싶었는데

무삭제판을 보니 거의 고어 영화에 가까운 연출로 충격을 먹었던 작품입니다.

아, 뒤에 달린 걸 보니 혹시 3편일지도 모르겠네요. 로보캅은 1,2편 밖에 없는데 말이죠.

 

1편에서는 머피의 방탄복 성능실험 장면과 페기물에 돌연변이화 된 조무래기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고

2편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닭다리처럼 바둥바둥 거리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이 모습을 보니 전 한 번에 '못난 아비가 미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전위예술'이 생각이 나던데 말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아이언 맨 작품 내에서는 저 포즈가 나온 적이 없을텐데.

 

올해도 여전히 보도사진들은 멋진 작품이 많이 나오더군요. 대부분이 인간 탈만 쓴 괴물들의 순간포착이지만 말이죠.

그런 것과 별개로, 저 피규어는 실제 가동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움직이는 녀석이라면 가동률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미니 피규어는 부피도 작고 앙증맞아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만 덩치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가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 정도라면 한 개 업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한번 욕구가 터지기 시작하면 물 세는 댐처러머 되어 버리니 꾹 참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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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입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 전후로 코엑스에서 인형전시회를 열어서 그게 연말의 이벤트였는데

마지막 전시회 즈음부터 부스 퀄리티도 그렇고 뭔가 문제가 생기는가보다 싶더니 언젠가부터 아예 개최가 안되고 있더군요.

 

피규어나 인형 찍는것도 나름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서울에서도 떨어져 있고 해서 자연스레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키덜트 페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상업성을 갖고 돌아온 이벤트가 코엑스에서 열린다길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올라가 볼 생각으로 아침 기차타고 달려갔습니다.

 

 

 

나침반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동행하셨는데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입장료를 꽤 비싸게 받는 행사라 이런 쪽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가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행이랄까 볼거리는 나름 많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키덜트 페어라고 해도 어른 가는 길에 아이들이 안 달라붙을 수는 없으니 사실상 아이 반 어른 반인 느낌이네요.

하지만 키덜트라는 이름 속에는 어릴 적 눈길만 줬던 장난감들 & 고성능 고가의 어른용 장난감들을 마구 사들일 수 있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늘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굳게 다짐하며 들어갔기 때문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죠.

 

 

 

어릴적에 레고와 함께 아이들의 욕망에 기름을 부웠던 녀석이 오랜만에 나타났습니다.

예전엔 그냥 레고 짝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건 옥스포드라는 회사였고 이 플레이모빌은 레고와 아무 관련이 없더군요.

 

레고보다는 그냥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까워서 좀 더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엔 오히려 그 때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이 된 듯 하네요.

 

 

 

생각보다는 디테일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나침반님은 원래 빠져있었고, 저는 요즘 관심이 많은 오토바이 쪽만 보더라도 말이죠.

레고처럼 디테일한 조립이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재미에 있어서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키덜트 페어는 인형전시회보다 조금 더 상업성을 부각시키고 있어서 꽤 많은 부스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장난감이라 그런지, 전시회장 입구 바로 앞에 부스가 위치한 점이 또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바퀴 돌때쯤이면 이것보다 더 자극적인 녀석들이 눈에 많이 들어올 테니까 말이죠.

 

 

 

한국에서는 뭔 장난감이든 교육적 효과에 결부시키는 안 좋은 버릇이 있기 때문에 레고보다는 인기가 많이 떨어진 제품이기도 하죠.

닌텐도 DS 라는 게임기도 처음 들어올 때 뇌교육이라든지 하는 교육용 소프트가 있어서 부모들이 많이 사줬다는 말이 있으니.

 

플레이모빌은 레고에 비하면 완제품 성격이 강해서 디테일로 보자면 조금 더 세밀한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직접 조립하는 재미를 찾게 된다면 자연스레 레고 쪽에 손이 가겠죠.

 

 

 

그러고보니 제가 어릴적엔 레고 중 단연 인기있었던 것이 이런 중세시대 성과 기사 버전이었죠.

경찰서나 소방서 같은 현대 제품의 경우엔 중세시대 버전에서 보기 힘든 반투명 아크릴 재료가 들어있다는 게 포인트였고.

 

그래서 친구한테 성 제품이 있고 제가 경찰서 버전을 구입하면 나름 퓨전을 해서 사이버틱한 아크릴 창이 달린 중세 성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곳 부스안에도 걸음을 옳기기가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몰려 구경중이었는데, 의외로 구입해가는 사람이 많더군요.

가격은 싼 편이 아니었지만 어린이 시절 손가락만 빨던 추억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권브이 형상이 다양한 버전으로 전시된 곳도 있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빼도박도 못할 표절이라 이제는 그냥 하찮게 느껴질 뿐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작가들의 조형 실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군요. 그냥 그런 점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구경했습니다.

 

 

 

최근 자꾸 태권브이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나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게 정착된다면 결국 역사 왜곡하는 일본과 다를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자랑스러워 할걸 자랑스러워 해야죠.

 

그냥 그런 추억이 있었고 당시 한국 상황은 그런 편이었다는 감회를 느끼는 정도로만 사용해야지

저걸 한국적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면 요즘 창궐중인 친일 매국노 색히들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페이퍼 크래프트 부스에 들어가니 저의 구매욕에 불을 당기는 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 페이퍼 크래프트가 참 인상적인 것이,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간소화시킨 점이 오히려 매력포인트로 다가온다는 묘한 아이러니함이 만재해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거의 실사에 가까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한지 공예가 있으니 종이란 재료는 참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마블이나 DC, 스타워즈 등 키덜트들이 미쳐 날뛸만한 소재를 한껏 뽐내고 있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걸 참을 수가 없네요.

상표값도 있고 해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점을 인식하고 간신히 구매욕구를 참으며 구경합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제외하고 말한다면 기본적으로 캐릭터성에서 스타워즈를 따라갈 만한 프렌차이즈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요즘 젊은 층에게서는 역시 팝콘무비로 끊임없이 재생산중인 마블 히어로즈 캐릭터들이 더 인기가 있겠죠.

 

완구 팔아먹을 심산은 아니었겠지만 아이언맨 수트 버전이 워낙 많아서 페이퍼 크래프트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수트 버전에 따라 금형을 바꿔야 되는 기존 피규어와 달리 페이퍼 크래프트는 그냥 무늬만 바꾸면 되니까요.

 

페이퍼 크래프트는 심플함 때문에 이런 걸 돈 주고 구입하나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판매용 제품은 그 단순함 속에서 특징과 흥미를 잡아내야 하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휴대용 수트의 고증 재현도를 보시면 참 머리 잘 쓰는구하 싶죠.

 

종이를 돈주고 사기가 싫다는 분들은 그냥 칼라프린트로 한 장 뽑아서 오려 접으면 됩니다.

개인 작업자들 중에는 수십만원대의 정밀 피규어를 능가하는 디테일을 종이로 구현하시는 괴수들이 많더군요.

 

 

 

요 근래 즐기는 게임 중 가장 오랫동안 플레이중인 디아블로 3의 주인공(?) 디아블로도 전시중입니다.

일반적인 캐릭터와 달리 장식도 많고 굴곡도 많은 편이라 조형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정작 게임 내에서 전혀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캐릭터라서 그냥 좀 시큰둥 합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의 마스코트 캐릭터로군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땐가 처음 발매되었는데, 그 이후 대학에 들어와보니 온 세상에서 난리가 나고 있었던 게 참 신기했습니다.

PC방 이라는 녀석이 처음 생기던 때라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도 했었죠. 진짜 까페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저는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아날로그의 감성이 살아있는 스타워즈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만 본다면 엉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캐릭터 만들기에 있어서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죠.

루카스가 쿠로사와 감독의 광팬이고 7인의 사무라이를 많이 참고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당시 서양 오락물에 비해 훨씬 입체적인 구성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감독이 쌍제이로 바뀌고 또 다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부활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요즘엔

그저 매니아 빠심으로 나오기만 하면 일단 봐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쌍제이가 영화를 맛깔나게 만들기는 하는데 여전히 무게가 가볍습니다만 스타워즈가 원래 별로 무겁지 않은 영화니까 뭐.

 

 

 

스타워즈 하면 베이더 경 + 스톰트루퍼의 조합이죠.

 

뒷 배경에는 또 센스있게 AT-AT 까지 그려놓았으니 머릿속에서는 저절로 임페리얼 마치가 재생되고 있네요.

임페리얼 마치는 영화 BGM 사상 최고의 명곡중 하나로 뽑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기는 그림이 아니라 진짜 AT-AT 페이퍼 크래프트까지 전시해 놓았네요. 그야말로 웅장합니다.

BGM 으로 음악도 깔려있으면 좋겠지만 회장 내부가 워낙 소란스러워서 별 효과는 없었을 듯.

 

악당들 역시 똥배 튀어나온 페이퍼 크래프트화 되면 귀여워 진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네요.

베이더 경과 똘마니 10명 정도 구입하면 멋진 부대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앞서 말했듯 하나 하나가 좀 비싼 편이라 포기.

막상 이 녀석들은 단체로 몰려다녀야 보는 맛이 있어서 말입니다.

 

 

 

1편까지만 해도 그냥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편린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윈터 솔저쯤 오니 아이언맨과 한 축을 이룰 정도로 명확한 캐릭터를 확립시켜서 기대중인 캡틴 아메리카 입니다.

 

제작자들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윈터 솔저가 대히트를 치면서 비중이 커졌는데

캡틴 아메리카 영화시리즈 3편이 하필이면 '시빌 워'로 결정나는 바람에 이 사람 고생도 끊일 일이 없겠네요.

 

 

 

베어브릭 부스에서는 시작부터 강렬한 녀석이 일행을 맞이해 줍니다.

것도 앨범 자켓을 딱 연상시키는 색감이 조화를 이루는군요. 개인적으로 섹스 피스톨즈 베어브릭이라면 좀 더 과격해도 될 것 같지만.

 

베어브릭이란 게 탄생부터 어른이들을 위한 장난감이었기 때문에 이런 버전도 충분히 용납되는거 아닌가 싶네요.

레고에 섹스 피스톨즈나 오아시스 같은 밴드들을 접목시킨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유익한(?) 영향을 줄 것 같으니.

 

 

 

베어브릭이 발표된 게 2000년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보면서 이제 어덜트 완구류의 취향은 저하고 멀어지는구나 싶었죠.

 

21세기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중성과 유니크함의 역설적인 조화를 실체화시킨 히트 상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다양한 문화를 마치 뷔페에서 배가 터질 때까지 악으로 집어넣는 폭식증 환자처럼 소비하는 세상에 어울리는 완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한 놈만 패는 성격이라 역시 이런 광범위한 바리에이션이 조금 부담스럽네요.

 

어쨌든 크라우저씨의 모습은 참 인상적입니다만.

 

 

 

베어브릭의 기본 뼈대는 어쨌든 저 똥배이다 보니 그 날씬하던 에바들이 후덕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네요.

본인의 취향과 먼 장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델들도 인기가 있어서 잘 팔린다는게 이해하기가 어렵긴 합니다.

 

베어브릭은 단순히 만들어 주는 것만 소장한다기 보다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뭔가를 덧칠할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는 녀석이죠.

키덜트가 된다는 것은 역시 아이였던 당시의 열정만 남아있고 신체와 뇌구조는 낡아버린 탓에 옷갈아입히기 인형 정도의 놀이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인지.

 

 

 

사실 베어브릭의 매력은 실제 살아있는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란 어차피 남들보다 멋져보이는 옷을 열심히 올라서 걸칠 뿐, 기본적인 모습은 다들 비슷하니까 말이죠.

 

그리고 위 사진처럼 찢어진 눈이나 왕방울 눈처럼 개인적인 특성 몇 가지로 외형이란 게 완성이 됩니다.

영화속 아이언맨과는 달리 똥배가 나온 평범한 모습이지만, 곰처럼 귀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죠.

베어브릭이 태생부터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었다는 점은 시대적 흐름을 꿰뚫는 디자이너와 계획자들의 혜안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사실 베어브릭은 그 다양성과 함께 나만의 장난감이라는 문구로 유명합니다만

실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대충 하나 고르면 적당한 유니크성이 생길 뿐 대량 생산품과 다를 거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앞서 본 페이퍼 크래프트쪽이 기본 구조만 파악하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장난감 창조에 훨씬 효과적이죠.

리락쿠마 베어브릭으로 시작해 이제와서는 셀 수도 없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중인 녀석이지만

볼 때마다 본인과 어울리는 장난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 저는 역시 베이더 옹이 좋습니다.

촌티나면서도 위엄있는 저 따뜻한 패딩복장이 시대를 타지 않는 것 같네요.

 

이번 겨울처럼 추운 날을 위해 어디서 스타워즈와 콜라보한 베이더 패딩 좀 안만들어주려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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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계속 걷다보니 인사동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더군요. 다들 더운데 잘 돌아다닙니다.

국악 공연을 하고 있던데, 나침반님이 가지고 계신 망원렌즈를 빌려서 테스트 해봅니다.

 

중고 가격이 10만원짜리라 광학 성능을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지만, 사진이란 건 렌즈빨로 결정되는게 아니니 별 관계없습니다.

사실 1년 자전거 여행때도 중고샵에서 제작한지 20년이 넘은 5만원짜리 망원 렌즈 하나 사서 잘만 쓰고 다녔기 떄문에.

 

 

 

사람 많은걸 좋아하지 않아서 인사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들어가 봅니다.

외국인들이라면 왜곡된 모습이라도 한국의 풍물시장 느낌을 조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 나름 존재 가치는 있다고 봐야겠죠.

남대문은 아예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려는 분위기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되려 한국 사람이 갈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예전에 쓰던 카메라 렌즈군을 아직 처분하지 않아서 새 카메라에는 렌즈가 한 개밖에 없습니다.

나침반님 덕분에 오랜만에 망원 렌즈를 사용해 봤네요. 다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죠.

 

 

 

조리개값이 많이 낮아서 실내나 저녁 이후로는 사용이 좀 힘들지만 낮에는 준수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요즘 카메라에서는 심도 표현이 워낙 부각되는 면이 강한데, 심도는 광각보다는 망원에서 여실히 차이를 드러내는군요.

 

예전 카메라는 망원으로 찍으면 거의 자동으로 심도가 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 카메라는 센서가 좀 작아서 그런지 망원으로 찍어도 심도 확보는 어렵지 않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적정 이상의 심도는 찍사의 실력부족을 감추는 도구로 사용된다고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배경 확확 날라가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거보다 아쉬운 점은 센서의 DR과 계조 등 화질에 관한 문제죠.

 

워낙 기계적 성능이 뛰어난 모델이라 혹해서 구매를 해 보고 신나게 체험중입니다만

센서 성능은 정말 나날이 발전해 가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으려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센서쪽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 E-M1도 절대 성능이 나쁘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모델들이 전부 기계적 성능은 제외하고 센서가 최상급인 탓에 비교가 좀 되긴 합니다.

 

 

 

사람 사진 찍는것도 싫어해서 인사동 같은 혼잡한 곳에 오면 담고싶은 장면 찾기가 쉽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문어발식 건물 증축의 모형을 잘 보여주는 곳이 인사동이라서 정겨운 혼돈의 모습은 마음에 듭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요즘엔 거의 돈 뜯어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바깥 모습만 구경하고 실제로 소비를 하진 않습니다만.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는 엄니가 한창 보이차 등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라, 엄니 상경하면 인사동 가서 차도 마시고 했지만

그때부터도 이미 차의 품질과 가격대가 비참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상가의 분위기라는 건 자기 혼자만 튀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일단 찻집에서 수다를 떨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이곳 인사동은 나름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쓰는 것 처럼 보입니다.

 

말로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하는데 막상 한국인들이 가면 이게 뭔 전통이냐 싶은 곳이죠.

한국인이 가서 만족할만한 전통성이나, 하다못해 먹고 보고 즐길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 곳은 외국인들에게 있어도 그냥 잠깐동안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한국사람이 일본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어지간히 답변을 할 수 있어도

일본사람이 한국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조금 어려운 저로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관계라면 인사동 정도 추천해 줘도 괜찮을까 싶습니다.

 

 

 

부산스러움이 전통의 매력 중 하나인 한국이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별로 전통스럽지도 않은 플라스틱 간판과 건물 벽을 가득 메운 광고들은 아무래도 미관상 영 좋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속한 거리를 좀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심보다 가게 매상이 더 중요할테니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런 마인드가 모이고 모이면 결국 홍콩 구룡성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카오스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야 아예 그런 무질서의 매력을 한껏 뽐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날씨가 덥고 해서 어디 들어가서 쉴까 싶기도 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인사동 가게에 들어가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나름 분위기는 잘 만들었네 싶은 곳에 셔터만 누르고 식후 산책을 즐기는 정도로만 이용중이었죠.

 

나침반님은 준비가 끝나면 일반인들이 평생동안 가는 여행보다 훨씬 긴 기간동안 자전거 여행을 떠나시는데

과연 몇 년 정도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한국의 모습도 그리워 질려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마 그리워지기는 커녕 돌아올 날이 다가오는 것을 더 두려워 하실 것 같지만.

 

 

 

악세사리 판매점들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놓여있어서 사진찍는 맛이 났습니다.

관광객용 상품이라 그런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런 큐빅 많이 붙여놓는 건 싸구려틱해 보이기 때문에 좀 지양했으면 하네요.

 

 

 

아주 예전에 딱 한번 올라가 봤던 쌈지길입니다. 이 안의 가게는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의 악세사리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그 더운 날 저기를 두루두루 올라갈 일은 없어서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만.

 

외국 관광객들이 뭔가 한국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사 간다고 하면 이곳 가게를 한번 둘러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나마 프렌차이즈보다는 개성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포진해 있고

옥상 정원까지 걸어가며 눈구경할 요소가 많이 있으니 말이죠.

 

인사동에 가서 쌈지길 한번 안 올라가는 외국인은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그 사람들의 눈에 이곳 상품들은 어떻게 보일런지.

나가노에 있는 몸이 불편한 지인분도 한번쯤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완전한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서 아마도 힘들 것 같네요.

 

 

 

인사동에서 재미있는 볼거리는 가게 상품이 아니라 이런 느슨한 멋이 살아있는 간판들이더군요.

낡아보이는 간판이 사람 지문처럼 다들 묘하게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질리지 않습니다.

거기다 일부러 그런 건지 낡아서 그런 건지 묘하게 구부러진 지지대가 자연스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다한 간판이 영 보기싫은 한국에서 이런 센스라면 참 보기가 좋은데 말입니다.

 

 

 

인사동이 끝나는 곳 광장에서는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이 많아 그냥은 보이지 않아서 자동차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둥같은 곳에 한 발만 딛고 올라갔습니다.

나침반님의 망원렌즈를 마운트중이라, 멀리서도 한 장 당겨보자는 생각으로 힘을 좀 썼네요.

 

커플이 아니라 남매로 보일 정도로 굉장히 닮은 두 사람이 본보기(?)로 불려나와 뭔가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불 붙여도 뜨겁지 않게 확 사라지는 그런 거품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즐거워보여서 좋다고 생각하며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날씨는 덥고 해서 뭐 시원하게 먹을 거 없나 하다가, 좀 전부터 묘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기억나더군요.

지팡이 아이스크림이란 가게에서 팔고 있기에 인사동에서 군것질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별 다른 건 없지만 저 길쭉한 모습에 혹하기도 하고, 양 끝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니 왠지 이득본 듯한 매력이 있습니다.

 

 

 

걸어다니며 군것질이란 것도 참 오랜만에 해 보네요. 망원렌즈로는 찍을 수가 없어서 다시 렌즈를 서로 갈아끼웁니다.

맛이야 뭐 딱히 특이할 거 없지만 더운 날 아이스크림은 역시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네요.

 

일본 자전거 여행때도 저렴한 아이스바로 유명한 가리가리군을 한 개 깨어물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산 아이스는  유지방이 안들어간 얼음 아이스, 비싼 녀석은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소프트크림이 좋다고 봅니다.

어중간한 소프트 크림은 별로 농후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해서 만족감이 적더군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는 대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동대문의 양꼬치 집으로 이동합니다.

예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청계천을 지나가는 도중 간이 화분에 늘어놓은 꽃을 한 장 담아봅니다.

오설록이란 이름이 붙어있는데, 아마도 조금 전 인사동에서 그런 간판을 내건 곳을 본 기억이 나네요.

 

 

 

카메라에 작동 방법에 대해 나침반님과 이야기도 좀 나누고, 꽃도 찍고 하면서 슬금슬금 이동합니다.

동대문이나 인사동 같은 곳을 거닐면서도 별로 기분이 흥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나침반님처럼 베가본드로서의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 이런 도시 볼거리에 그닥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봅니다.

물론 저도 나침반님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이레귤러 여행자에 들어가는 편이라, 서울이란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구요.

 

 

 

꽃에는 죄가 없으니 열심히 찍어봅니다.

가끔 가다 보이는 꽃인데, 작은 녀석들이 무리지어 알록달록한 색깔을 연출하기 때문에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서울 공기가 탁해서 그런지 대부분 잎파리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걷다 보니 베를린 장벽 일부가 보여서 신기한 마음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축제란 항상 지나고 나면 조금 어색해 지는 것이겠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의 그 흥분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네요.

한국과는 분단 상황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쪽에 대입하기는 힘든 편임에도 이 벽이 가지는 상징성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봅니다.

 

 

 

인이 밴드들이 붙여놓은 듯한 포스터인데, 대부분의 보기싫은 불법 광고물에 비하면 의외로 괜찮네요.

오히려 옆에 남아있는 무수한 싸움의 흔적이 이 포스터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은근히 고전적인 그림과 색상이면서도 QR 코드만 달랑 적혀있는 근미래적 시도도 재미있군요.

 

 

 

청계천 도매상가들은 일요일날 휴무라서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습니다.

뚱땡이 아저씨라는 문구와 피카소적인 그림이 이곳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어쩐지 조금 전 인사동 풍경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군요. 사진에서도 그런 기분 변화가 느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청계천이지만 꽃에는 죄가 없으니 찍고 봅니다.

나침반님이 렌즈의 화각에 따른 구도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시길래 이것저것 대답은 해드렸습니다만

화각과 심도 등의 요소는 사실 다양한 렌즈로 많이 찍어봐야 몸으로 체감이 가능한 것이라서.

 

지금은 그리 자주 찍으실 기회가 없겠지만 어차피 여행 시작하면 외국어보다 더 빨리 몸에 익을거라 생각합니다.

 

 

 

동대문에서 알아놓은 양꼬치 구이집은 화교 가족이 영업하는 듯 합니다.

객석에서도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예전 우즈벡 요리점에 갔을 때의 미묘한 긴장감이 살아나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한국어 알아듣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서 주문하시는대로 척척 가져다 주십니다.

양꼬치 부위별로 1인분씩에다가 이곳에서 맛있다는 꿔바로우를 주문했습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맛만 본다는 심정이었죠.

처음 음식이 나올때만 해도 이 정도면 양도 적고 적당히 먹을만 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둘이 먹으면 꽤나 배가 부른 느낌이라서 놀랐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고기는 그냥 한입거리도 안되는데, 요즘 나이를 먹어서 배가 좀 줄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각종 향신료로 배합해 놓은 소스에 찍어먹으면 양고기의 부드러운 육즙과 매콤쌉쌀한 소스의 궁합이 상당합니다.

한국은 고추가루가 대세인 만큼 향신료가 별로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 이런 소스의 맛이 신선한 체험으로 다가오는군요.

 

꼬치는 금방 구워서 따끈따끈하고, 양고기 기름에 소스가 묻으면 간식이나 술안주로 훌륭한 조합을 자랑합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더운데 숯불 위에서 꼬치를 굽고 있으니 지금 입으로 들어가는게 양기름인지 제 땀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지만.

 

 

 

꿔바로우는 한국에서는 찹쌀 탕수육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썰고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냅니다.

일반적인 탕수육보다 겉이 쫄깃쫄깃해서 안의 돼지고기살과 묘한 조합을 이룹니다.

 

물론 바삭바삭한 맛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 탕수육이 더 나을듯 하기도 하네요.

양이 적어보여서 둘이서 먹으면 별 것 아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꼬치구이하고 이녀석을 계속 먹다보니 배가 부릅니다.

 

이런 곳은 자주 오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체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나침반님은 겨울에 와서 술이라도 한 잔 하며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도 땀흘리지 않고 먹는 양꼬치 구이가 좋습니다.

 

 

 

더운 여름날, 그것도 바로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 부족때문에 술을 하기는 어려웠고

대신 시원해 보이는 탄산 음료라도 마십니다. 좋긴 한데 역시 땀을 많이 흘려서 단 음료는 조금 무리가 있네요.

그냥 맥주 3000cc 짜리 통에다가 얼음과 물을 가득 담아놓으면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대구는 서울에 비해 이런 이국적인 음식 찾아다니기가 좀 힘든 편이라

서울에 올라갈 때는 가능한 한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음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대충 포스팅이 끝났으니 다음부터 다시 홋카이도 여행기로 돌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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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이긴 한데 언젠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예전 사진들입니다.

서울에 잠깐 일이 있어서 나침반님하고 식사나 한 끼 한다고 만날 약속을 잡았죠.

맛집을 좀 찾아보다가 동대문쪽에 양고기 꼬치구이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쪽 근처에서 보기로 합니다.

 

전철역을 조금 잘못 내렸는데 어디선가 많이 보던 캐릭터가 거대하게 서 있어서 놀랐습니다.

성게군으로 시대를 풍미하려다 말았던 모 만화가분의 페르소나 캐릭터죠. 요즘 까페 열었다고 하더니 이 근처였나 싶네요.

 

인간이 그렇겠지만 애 태어나면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그냥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라서 요즘엔 안 보고 있죠.

초반엔 꽤나 재미있었던 만화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당시에 동대문의 명물 똥인 DDP가 완공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맨날 공사만 하더니 갑자기 나타난 부드러운 똥 모양에 놀랐었죠. 완성이 되긴 하는구나 싶어서.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 녀석을 찍는다기보다는 카메라 설정을 파악하려고 이리저리 담았습니다.

 

 

 

아침부터 참 더운 날씨였는데 그 넓은 부지가 이런 콘크리트 덩어리로 변해버렸다는 게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동대문 운동장 쪽은 옷에 관심이 없는 저한테는 원래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15년 전쯤엔 이 근처에 만화 도매상가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자주 가느라 나름 친숙한 곳이긴 했었죠.

 

요즘엔 홍대나 건대 근처에 캐주얼한 도매 매장이 많이 생겨서 아저씨 냄새 풍기는 이곳 매장들은 사라졌더군요.

운동장 자체도 이렇게 사라져 버리니 더 이상 이곳에는 제가 발걸음을 옮겨야 할 이유가 남아있지 않네요.

 

 

 

날씨가 화창하지 않는 편이 확실히 더 잘 어울리는 건물이더군요.

무덥긴 했지만 햇빛이 덜해서 그나마 움직일 만 했습니다.

나침반님이 조금 늦으신다고 해서 근처를 돌아다니며 다시는 보지 않을 똥덩어리 모습이나 담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특이한 곡면 비정형 건물이라서 카메라 사진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끌고 있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담고 있던데, 이 녀석은 밤에 조명이 켜지면 좀 더 볼만한 모습이 되리라는 예상이 듭니다.

 

낮에는 어차피 난개발의 상징인 동대문에서 암만 튀어봤자 조금 부드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계획 초기 예산의 10배 가까이 오버된 돈먹는 똥이라서, 그냥 돈을 가져다 발라도 이거보다는 저렴했으리라는 말도 있었죠.

다섯 살짜리 저능아가 굴리는 머리 수준에서라면 대강 이해가 되긴 하지만.

 

 

 

주위 환경과 심각하게 이질적인 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비정형 곡면을 사용한다면 과연 유지보수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참 궁금합니다.

 

이런 건 세계의 대예술가가 필을 받아서 자기 사비 다 털어가며 완성시켜야 가치가 있을만한 건물인데

세금을 무식하게 때려박으며 이런 걸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었을까요. 뭐, 대충 어디에 있었을지는 짐작이 갑니다만.

 

 

 

그러고보니 공사 도중 조선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이곳이군요.

어젠가 그저깬가 피카츄 군단을 영접하러 온 서민들이 짓밟았다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미 민족적 자부심이란 게 부자들의 사치품 정도로 전락해버린 한국에서 저런 유적지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만은

설마 피카츄 몇마리에 광란을 일으켜 저 위를 밟고 지나가는 풍경을 연출할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같은 곳에서 살다 보니 제가 시민의식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걸까요.

 

 

 

저는 이 똥이 태생적으로 잘못 태어난 녀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우연이라도 이 곳이 완공된 모습을 한 번 봤으니, 나침반님 오시면 어디로든 내부로 한번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고 나오려고 생각중이었죠.

 

입장이 무료인지 유료인지도 모르지만, 유료라면 당연히 들어갈 일이 없고 무료라면 그냥 쭉 통과나 해보려 합니다.

어차피 다시 올 일이 없으니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아침부터 날씨가 많이 더웠는데 에어콘이라도 가동중인가 기대도 했습니다.

 

 

 

이 때 찍은 사진은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이곳이라 눈 앞에서 찍힌 것들이고

사실은 카메라 적응을 위해 설정 바꿔가며 그냥 셔터만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네요.

 

왜 이제와서 이런 포스팅을 올리는가 하면

여행기 쓰느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요즘이라 더 미루다간 아예 기억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기도 하고

더 큰 이유는 직장에 와서 포스팅 하려고 생각했던 여행 사진들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제대로 올라가 있지 않아서 올릴 사진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뭐, 드라이브에 남아있는 사진이라도 활용을 해야겠죠.

 

 

 

구름 잔뜩 흐린 하늘 밑에서 이 녀석을 바라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스페이스 자키 우주선이라던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로난의 거대 함선 등이 생각나더군요.

두 작품 모두에서 그 함선들은 사이좋게 개발살나는 역할이라 그런건지.

 

시의 예산으로 운용되는 건물에 이런 시대를 초월한 듯한 비정형 곡선 타일을 사용한 뒷감당을 어찌 할런지 기대가 됩니다.

어차피 똥은 싸는 사람고 닦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항상 똥은 싸 놓고 튄 사람이 나중에 돌아와서 이 똥은 내가 쌌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법이죠.

 

 

 

사실 이 당시 E-M1 카메라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게 없었고

컬러 특성이나 계조, DR 등이 상당히 달라서 파악하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이건 예전 필름 시절에도 엑타100 정도만 줄기차게 쓰다가 후지 벨비아로 넘어갔을 때도 느끼곤 하는 어색함이죠.

요즘엔 그나마 아주 약간 손에 익어서 대강 찍을 정도는 되어가고 있지만 이 때는 참 난감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 자체보다는 후덜덜한 성능의 손떨림 방지나, 먼지따윈 은하계로 날려버리는 초음파 센서청소 등에 신기해하곤 했었네요.

 

 

 

나침반님이 오셔서 산책하는 겸 건물 내부로 들어갑니다.

밖에서 보면 내부가 어떻게 생긴 건지 짐작하기가 힘든데, 간단히 보면 코엑스 전시회장처럼 독립 공간이 여러 개 존재하는 형태더군요.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유료 입장인 듯한 것들도 몇 개 있었고, 미니어처 제작 체험 정도가 재미있어 보였지만

사람도 많고 해서 그냥 통로를 주욱 통과해서 빠져나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새로 지어 깔끔한 내부 곳곳에 기묘한 색상과 모양을 자랑하는 의자 같은 녀석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볼거리는 있더군요.

너무 화려해서 여기 앉아도 되나 싶은데, 한국 문화공간의 특징인 '알려줄 거 없으니 알아서들 판단하시라'는 마인드 때문에

예술 작품인지 그냥 앉아서 쉬라는 의자인지 알 수가 없네요.

 

 

 

완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내부는 매우 깨끗했습니다.

에어콘은 만족할만큼 팍팍 나와주지는 않지만 틀기 싫어서 안틀어주는 건 아니겠죠.

 

한국사람보다는 중국사람이 더 많아보였는데, 무슨 드라마 캐릭터들 사진이 얼핏 보였던 걸로 봐서

중국에서도 방영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 드라마를 안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알 수는 없었네요.

 

 

 

통로를 따라 반대쪽 밖으로 나오니 생객내기용으로 복원해 놓은 듯한 형태가 눈에 들어오네요.

아직 정착이 덜 된 잔디가 그나마 눈을 씻어줍니다만, 이 시끄럽고 지저분한 동대문 중앙에서 저 잔디에 누워 심신을 쉬게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합니다.

 

결국 여기는 저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나침반님도 비슷한 생각이신 듯.

물론 마음에 들어서 찾아가는 사람들이야 제가 뭐라 할 것이 아니니, 그 사람들에게는 좋은 문화공간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죠.

 

 

 

나침반님하고는 만나면 거의 하루종일 걸어다니는게 일입니다.

골목길을 지나고 있으니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쩐지 이런 모습마저도 동대문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런지.

청계천 노점상들과 고가도로가 그대로 남아있던 학생 시절엔 혼돈과 음침함을 즐기러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였기에 그럴까요.

인명피해가 없었기를 바라며 사진을 담습니다.

 

 

 

동대문 쪽은 아직 이런 풍경이 더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지, 딱히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보내던 당시 대구도 이런 골목이 많이 남아 있던 때라

요즘처럼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크나큰 위험이 된다는 그런 인식도 없이

보이지 않는 좁은 골목 너머엔 뭐가 있으려나 궁금해 하며 학교로 향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때 학교까지는 애들 걸음으로 3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 조금 먼 거리였는데

어째선지 자동차 다니는 도로가가 아니라 항상 이런 주택가 골목을 통해 학교로 가곤 했습니다. 더 조용했기 때문이었나.

요즘에 초딩 1학년 정도 애를 30분동안 이런 골목 지나서 혼자 등교하라고 하는 학부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양꼬치 구이는 저녁에 먹기로 하고 점심은 대충 때우기로 했는데

동대문 주위가 원래 일요일은 쉬는 편이라 식사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배를 많이 채우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무작정 걷고 걸으며 가게가 나오면 들어가 먹자는 생각을 했었죠.

 

중간에 제가 눈독을 많이 들였던 혼다 MSX125 바이크가,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빨간색 모델이 놓여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디자인적으로도 마음에 들고 혼다라서 성능은 보장되고 연비도 리터당 50km를 넘어 버스와 지하철보다도 교통비가 적게 나오는 녀석이죠.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덩치가 정말 작아서 저하고는 안 맞는다는 단점 하나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모델입니다.

 

이 디자인과 성능 그대로에 덩치만 좀 큰 녀석 없을까 하고 찾아보면, 야마하의 MT 시리즈가 좀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가격이 그냥 미쳐버린 수준이라서 그건 또 그거대로 의미가 없더군요. 뭔가를 구매한다는 것은 참 100% 만족이란 게 있을수가 없나 봅니다.

 

 

곰탕 집인가 갈비탕 집인가에 들어가서 적당히 배를 채웁니다.

나침반님은 손에 문신을 하나 더 추가하셨더군요. 역시 문신이란 건 첫 걸음이 쉽지 않지 한 번 하고나면 두 번째부터는 쉽나 봅니다.

 

당시 구입했던 E-M1은 나침반님의 E-M5와 동일한 렌즈마운트를 사용하는 형제 모델이라

제 렌즈와 나침반님 렌즈를 바꿔 끼워서 촬영해 봤습니다. 나침반님 렌즈는 조리개값 낮은 망원 렌즈라 실내에서 사용하긴 좀 어렵더군요.

제 렌즈는 성능은 좋은데 좀 큰 편이라 경박단소한 E-M5 와 결합하면 렌즈쪽이 약간 두툼한 느낌이 듭니다.

 

당시엔 그랬는데 나침반님이 바디 세로그립을 끼워보시더니 그 쪽이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하셔서

세로그립 체결 후에는 저런 렌즈도 딱 적당히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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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똥 :: 2014. 11. 17. 11:45 Photo Diary

 

 

8월 말 퇴근할 때 하늘이 괜찮았습니다.

 

이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안타까워하다가

요즘 스마트폰이란 녀석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얼마나 찍히려나 싶어 한 장 담아봤는데, 역시 센서 성능때문인지 그닥 만족할만한 느낌은 아니었죠.

 

그런데 잠시 시간이 지나니 폰에서 뭐라뭐라 메시지가 나오고 희한하게 보정된 사진이 떡하니 뜹니다.

아마도 구글 사진에서 알아서들 처리해 준 것 같은데, 필름을 루뻬 통해서 보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어 주는군요.

 

F18 이라는 숫자도, 스마트폰 센서 정도의 크기라면 심도는 그 정도 되겠구나 싶어서 신경 좀 쓰는 느낌이 듭니다.

맛폰을 그리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정도면 카메라가 손에 없을 때 한번쯤 찍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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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벌써 시커먼 하늘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아직도 해가 쨍쨍합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냥 구름이 좀 많아졌다 싶은 정도였는데

지금은 바람이 아주 사람 날려버릴 정도로 강하게 불고 있네요. 역시 좋은 날씨는 빨리 사라지는가 봅니다.

 

 

 

바람이 정말 심상치 않아서, 의자들이 저절로 춤을 추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맞바람일때는 뭔가 거품 속을 헤집고 걸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래도 더운 여름날이라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겨울이었다면 정말 혹독한 촬영환경이 되었을 법 합니다.

 

 

 

바람이 굉장하니 구름의 모습도 평소와는 다른 녀석들이 많더군요.

낮에는 쨍하디 쨍한 하늘에 반해서 이곳을 찾을 결심이 섰는데, 막상 지금은 휘몰아치는 구름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저 멀리서 산을 완전히 뒤덮어버릴 구름 쪽은 굉장한 박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 부근은 소나기라도 내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매연과 안개에 가려져 있으면 뭔가 와닿지 않는 표현이지만

이런 하늘 아래서 강력한 바람에 분주히 움직이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지구라는 것도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집니다.

 

 

 

구름이 훨씬 많아져서 처음 기대했던 깔끔한 일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짙은 구름덕분에 명암차가 극명해지는 모습 역시 굉장한 볼거리였습니다.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좀 더 포인트를 줘 볼 수 있을 법 한데, 카메라 바꾸는 일은 역시 뒷맛이 조금 씁쓸하네요.

 

 

 

그 날 봤었던 가장 신기한 구름의 모습입니다. 바람이 워낙 강했기에 만들어 질 수 있었던 흔적이죠.

 

혹시나 싶어 몇몇 사이트를 둘러보니 제가 즐겨가는 모 님의 사이트에서도 이 구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카메라를 잘 안들고 나가는 편이라 운이 굉장히 좋았죠. 역시 부지런해야 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군요.

귓가를 때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저 폭발하는 듯한 구름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생각납니다.

 

 

 

비가 온 후라 하늘이 맑고 구름이 많고 바람이 강한 이런 조합이라

구름들의 명암도 굉장히 뚜렷하고, 작은 구름들은 마치 식빵을 찢어놓듯이 흐트러져가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수백 수천년을 공들여 만든 수많은 건축물과 문화의 흔적들도

이 장관 하나에 비교해 나을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법 합니다.

아무튼 이 부근에서는 제일 신기하고 제일 크고 졸라 짱센것이 지구다 보니 말이죠.

 

 

 

해가 지는 맞은편에 보이는, 왠지 머리카락 휘날리며 산을 넘어오는 거인처럼 느껴지는 구름입니다만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직격을 당하니 가슴쪽에서 심장이 폭발하듯 뛰는 분위기가 연출되더군요.

 

앞산 주변을 포위하듯이 서서히 넘어오는 구름의 위용은 참 대단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니, 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 모여 사방팔방 하늘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네요.

 

 

 

비가 그치고 나서 포근하고 투명한 하늘을 담으려 준비한 카메라였는데

거칠고 야성적 매력이 흘러넘치는 파괴적인 구름의 모습을 담게 되어서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참 일년에 몇 번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이런 거라도 없으면 도시 생활이 얼마나 재미가 없을런지.

 

 

 

이랜드에서 열심히 꾸며놓은 다양한 볼거리의 하늘정원도 지금만큼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전부 하늘을 동경하며 흔적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직장때문에 좋은 하늘이 보여도 발만 동동 구르고 제대로 감상하질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퇴근 후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 하늘을 원망할 수는 없겠군요.

 

 

 

오늘빛을 받아 더욱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구름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비슷한 사진을 많이도 찍었습니다.

렌즈가 하나뿐이라 어떻게 찍어도 비슷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정말 신기하고 웅장한 모습이라 잊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찍고 맨눈으로 감상하고를 한참동안 반복했네요.

 

문든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구름과 바람과 노을빛으로 생명을 빚어내는 듯한 풍경이 오버랩되는군요.

 

 

 

놀이공원을 통해서 내려갈 수가 없으니 덥긴 해도 산책이나 하는 기분으로 텁텁한 날씨속을 걸어갑니다.

야간 개장도 하는 것인지 슬슬 색색의 전구가 나무를 밝히기 시작하더군요.

조금 전까지 하늘에 감탄하고 있던 터라 이런 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늘 보러 타워쪽은 한두 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이 놀이공원은 마지막으로 가 본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군요.

이랜드가 인수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저기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중학교땐가 학교 소풍때 여기 와서 3가지 탑승권 받아들고 뭔가 골라타던 그 때는 그래도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타워 쪽을 작심하고 띄워보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 놀기에 좋은 공원에다가 각종 푸드코드, 놀이공원과 연계된 로프웨이 등등.

 

제 경우는 조카가 대구 내려와 놀러다닐 때쯤 한번 추천해주면 되지 않으려나 싶은 정도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우방랜드 모습이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한장 더 남기고 갑니다.

아이때 가는 것과 어른이 되서 갈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른 곳이죠.

추억이라 할 만한 건 별로 없지만 어른 되서도 가끔 하늘보러 갈 수 있는 곳이 도심에 있으니 좋긴 합니다.

 

암튼 올해는 하늘 좋은 날이 평소보다 많아서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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