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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9.09  과거로의 여행 - 청춘이 필요해 18
  2. 2012.09.26  산인 여행 - 이즈모 타이샤의 처절한 소원들 18
  3. 2011.06.08  잉여의 힘 8
  4. 2009.10.08  히로시마 여행기 11편 - 미야지마, 미센의 주인들 4

 

 

확실히, 갔던 곳을 또 가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은 듯 하다.

좀 전에는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양쪽을 두리번거리며 어지럽게 돌아다닌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얼핏 기억으로는, 좀 전보다는 많이 적혀있는 느낌이 든다. 축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 처음보다는 많이 적혀있는 듯.

신사에 봉납하는 에마 모양의 낙서장인데 아이디어는 좋다고 본다.

아무데서나 낙서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배출구를 마련해 주는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이니.

 

 

 

에마에 소원적는건 역시 젊은층의 비율이 높은 듯 하다.

아직 살 날도 창창하고 하고싶은것도 많을테니 적고싶은것도 많을테지.

늙은 사람은 이룰거 대충 다 이뤘거나, 이런 데 적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자각할만큼 인생 경험해 왔으니 그럴수도 있고.

 

덕분에 뭐, 이런 에마를 훔쳐보는건 나름 재미가 있다. 절실한 사람보다는 가벼운 사람이 많으니까.

평범한 소원에는 관심이 없어서 약 좀 빤듯한 소원을 찾아보는데, 왠지 타카야마엔 솔로가 많은듯한 기분이 든다.

'남자친구가 청춘을 즐기고 싶어♡ 우햐~' 라고 수정선까지 넣어가며 적은 저차 3명에게 남친이 강림하시길.

 

 

 

일반적으로는 남자 비율이 높아서 여자가 남자 고르기 더 쉬운게 아닌가 싶은데

이곳 에마에는 이상할 정도로 여자쪽에서 남친 구하는 소원이 많다. 뭔 일일까.

 

BOB and RiN 이라는 여성도 남자친구가 갖고 싶다고 떼를 쓴다.

 

평범한 내용으로는, 축구가 인기 있는지 축구 잘하게 해 달라거나 대회 우승하게 해달라던지 하는게 좀 보인다.

 

 

 

1984년 8월 31일생 28세 남성은 욕심이 너무 많다.

 

지가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잘나나기를 바라는 등, 타인을 배려하는 따스한 소원도 있긴 하지만

'엄마가 휴대폰 돌려주기를'이라거나 '빨리 일본에 카지노가 생기기를'이라거나 '언젠가 카나자와 경마장에 갈수 있기를' 따위의

묘하게 실현가능성이 있을랑 말랑 한 소원들을, 그 이전에 소원을 빌 필요가 있나 싶을 것들을 장황하게 적어놓았다.

 

카나자와까지 가는 버스비는 3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으니, 그냥 가면 안되나?

 

 

 

세계일주 하고싶다는 소원에서는 눈길이 멈출 수밖에 없다.

이것도 베르테르 효과처럼 전염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세계일주 희망이 나란히 적혀 있다.

 

하지만 진짜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은, 그 희망과 염원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알려나.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짜 이상하다 이곳 에마.

아무리 찾아봐도 '여자친구가 필요해' 보다 '남자친구가 필요해'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어로 쓰인 문장까지.

 

물론 남자 여자 숫자만 맞는다고 덜렁 커플이 생기는건 아니겠지만, 여친이 필요하다면 일어 배워서 타카야마로 날아가는게 좋지 않으려나.

 

 

 

'가족 사이좋게 주욱 함께' 라고 적은 귀여운 아이는, 확실히 좋을 때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어느 순간부터 그 가족들이 '빨리 좀 시집가'라고 밀어낼 때가 올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번 에마에서 가장 스트레이트 소원은 저 '金'이다. 반짝반짝 빛난다.

 

 

 

에마를 구경하고 다시 길을 걷는데, 정말로 가게들이 거의 파장 분위기다.

이러다가 더 이상 먹을게 없어지는게 아닌가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눈에 익은 녀석이 들어온다.

모양은 타코야키지만 예전의 점보야키처럼 큰 녀석이고, 문어가 아니라 히다 소고기가 들어간 히다규 야키라고 한다.

 

고급 소고기의 맛을 살리는데 전혀 적합하지 않은 묘한 조합이지만, 어쨌든 혼자서 그 비싼 히다규를 먹을 생각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한번 맛을 볼까 싶어서 하나 주문한다. 타코야키와는 달리 접시에 간장과 파를 소스로 넣어준다.

 

속에는 히다규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타코야키와 달리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밑에 깔린 간장을 살짝살짝 찍어먹으면 나름 맛이 난다. 숙주나물도 들어가 있어서 식감도 나름 즐길 수 있고.

중요한 히다규는 예상대로, 이렇게 먹어봤자 맛을 음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타코야키 만큼은 아니라도 나름 이 지역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녀석으로 체험해 보기에 나쁜 편은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것보다 맛있는 간식거리가 많으니 반드시 먹어봐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하다.

 

 

 

축제 거리의 끝부분까지 돌아왔다. 역시나 여기도 좀 전까지는 볼수 없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어느 공연이나 아마추어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아도, 그게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한 상승요건이 되는 곳.

 

라틴 전통무용 같은 춤을 보여주는 공연인 듯 한데, 네이티브도 있고 이곳 주민들도 섞여있는것 처럼 보인다.

아마도 어느 무용학원에서 나온 사람들 아닐런지.

 

 

 

밤이지만 날씨가 더워서인지 열정적이고 깔끔한 음악과 부채춤이 분위기에 녹아들어가는 듯 느껴진다.

뒤쪽에 서 있는 여성분이 직접 노래를 불러주는데, 굉장히 파워풀한 음량이 혼자서 댄서들 전부와 동등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무대 앞에는 신발 벗고 올라갈 수 있는 돗자리가 있었지만 의외로 앉아있는 사람은 적고 옆에서 서서 보는 사람이 더 많다.

나 혼자만 그런건 아니구나 싶어 약간 안도하는 기분. 왠지 무대 바로 앞의 자리는 부담스럽다. 돈 주고 보는 공연은 제외하고.

 

 

 

사실 앉아서 구경하면 카메라 화각이 너무 한정된다는 이유도 있다.

틸트 액정이 있어서 이럴 때 구도잡기는 편한 카메라라, 예전처럼 눈대중으로 촛점 맞추고 셔터 누를 필요가 없다.

사람이 여전히 꽤나 서 있어서 자리를 마구 옮겨다니기는 힘들어도, 나름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장점.

 

마지막에는 돌아가며 공연하던 팀이 한꺼번에 나와서 즐겁게 춤추기 시작한다.

함께 추실분은 올라와도 된다고 안내를 해 줬지만, 역시나 이 틈에 끼어들어서 춤을 출 만한 용사는 그리 많지 않은듯 하다.

좀 더 격식없고 막가는 춤이라면, 의외로 축제하면서 신이나 발광하는 일본인들이 꽤나 많은데

이런 식으로 동작이나 의상이 정해진 무대에 난입해 기분에 따라 몸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적은 듯.

 

 

 

마지막 라틴댄스 공연이 끝나자 축제의 열기도 함께 진정되어간다.

길지 않은 시간과 길지 않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축제라, 사람들은 그다지 피곤한 기색 없이 즐겁게 원래의 길로 돌아간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2차를 위해 술집을 향해 걸어가기도 하고, 교복입은 학생들은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마을 사람도 아니고 같이 여행온 사람도 없는 본인은, 그냥 아직 불이 켜진 공예점의 전시품이나 한장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예전 이즈모 여행때 들렀던 ANTWORKS GALLERY 정도로 흥미깊은 작품은 별로 찾을 수 없어서 살짝 아쉽다.

 

 

 

축제가 이뤄진 구간은 마을의 아주 짧은 한 구역만이었기 때문에

그 곳을 벗어나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하니, 이미 마을 전체는 어둠에 파묻힌 시골마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도심지가 아니라면 일본의 상점들은 늦어봤자 9시 전에 문을 닫아버리니, 축제 구역 이외에서는 이미 하루가 끝나 있었던 셈.

 

쓸쓸하지 않은 적막함이 바람처럼 흐르는 관광마을의 밤거리를 걸으며

축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오늘 오후 좀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술집 말고는 전부 문을 닫은 상가 거리지만 여전히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다.

축제의 인파가 진통제 역할을 한 것인지, 무뎌져 있던 피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아

밝은 가로수 아래서 음료수 하나 뽑아마시며 벤치에 앉아 카메라의 재생버튼을 눌러 본다.

 

호텔에 돌아가서도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지만, 왠지 호텔에 돌아가는 순간 남아있는 이 기분은 전소되어버릴것 같아서.

가정집 대문앞에 자연미 물씬 풍기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돌아가는 끝까지 흡족한 기분이 드는 것도 멋진 일이다.

과연 자연좋은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미술 작품 재료를 고르는 것도 대담하다.

 

더운 날 호텔로 돌아오면 또 하나 즐길거리가 있다.

에어콘을 켜고 나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즐긴 후 수증기 가득한 욕조를 빠져나와 문을 열고 객실로 돌아가면

충분히 시원해진 방의 공기가 덥혀진 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여기서 맥주 한캔 까서 마시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광경이 되겠지만

본인은 술을 그리 즐기지 않으니 그냥 낮에 사놓은 콜라나 한잔 따라마시며 하루를 마감한다.

밤이 좀 늦었지만 일본까지 온 이상 TV 프로도 좀 챙겨보고 싶어서 잠깐잠깐 몸을 뒤척이며 남은 시간을 즐긴다.

 

 

주변 풍경이 훌륭하긴 하지만, 본전을 볼 수 없는 이즈모 타이샤는 이미 절반 이상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

요 근래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나 킨키지방의 코야산 등을 다녀온 터라

반쪽짜리 이즈모 타이샤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애초에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라는, 나를 제외한 다른 커플들에게는 심히 중요한 소재가 주를 이루는 곳이라서

정겹게 두 손 잡고 참배를 하거나, '둘이 오래오래 러브러브~' 따위의 문구를 에마에 적어넣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그냥 녹음이 우거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잘 정돈된 산책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정도외에는 할 일이 없다.

 

본인은 일단 카메라를 들고 왔으니, 이제 에마에 적혀있는 염장질의 흔적이나 기념으로 담아와야지.

그 염장질을 찾아보기 전에 일단 꽤나 정성들여 제작한 이곳의 에마를 한장 담아본다.

저 정도로 색을 많이 넣고 디자인이 깔끔한 에마는, 외국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걸어놓기가 아까운 느낌도 든다.

실제로 외국 관광객들 중에는 그냥 기념으로 에마를 사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사에 걸린 에마는 좀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유명해도 일단 인연 맺기 신사이다 보니 조금은 어깨 힘이 빠진 느낌이 든다.

 

수학여행 코스로 많이 선택되는 신사가 사실 제일 재미있고,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온 신사에 가면 다들 그림그리느라 정신이 없기도 한데

과연 이곳은 어떤 문구가 나를 즐겁게 해 줄것인가 살짝 기대된다.

 

중앙의 저 에마는, 다른 문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녀석인데, 좌측 상단의 'とりあえず彼氏がほしい' 라는 문구가 인상적.

뜻은 '일단은 남자친구가 필요해' 이다. 아무래도 여성 관광객인 두 명이 여행온 듯 한데...

세상에 솔로는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 싶어서 왠지 응원을 보내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니시카와 와카코씨한테 얼른 남친한마리 떨어지길.

 

 

 

이 녀석은 또 넘기기 힘든 문구를 적어놓았다.

자전거 여행 온 사람인듯 한데, '무사히 야마가타에 자전거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이라고 적혀 있다.

야마가타현은 토호쿠지방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곳으로, 여기서의 거리는 서울서 부산의 2.5배가 넘는다.

올 때도 자전거로 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혹여 예전의 나처럼 자전거로 일본 전국을 일주하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왠지 동지애를 느끼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물론 돈내고 에마를 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내가 일본 자전거 일주할 때, 신에게 기도를 올린 적은 딱 두번.

출발 전 도쿄 아사쿠사에서 5엔짜리 (한국돈 70원)동전 하나 던지고, 무사히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 첫 번째.

일본서 가장 신성한 곳인 이세 신궁에서 50엔짜리 (한국돈 700원) 동전 하나 던지고, 로또 당첨될 수 있기를 바란 것이 두 번째.

 

로또가 많이 고팠는데, 50엔 정도의 뇌물로는 어림없었던 것 같다. 500엔짜리 로또에 당첨이 되어서 한장 더 사본 경험은 있지만.

 

 

 

장사가 잘 안되는 신사는 좀 황량한 느낌도 드는데

이즈모타이샤는 그럴 걱정이 없는 곳이니, 아주 빡빡하게 에마가 걸려있다.

거는 곳이 이곳뿐만이 아니라서, 걸려있는 에마들의 단순 구입가격은 약 10만엔쯤 할 듯.

이런 곳이 서너 군데는 있었으니, 회전율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6백만원 정도의 이익은 있을 듯 하다.

 

신사에는 에마 말고도 여러가지 부적, 기념품을 팔고, 본전에 참배할때도 돈을 던져넣기 때문에 꽤나 짭짤하다.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신사는 정부로부터 보조금도 받고,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기도 하니까 나름 괜찮은 편.

의외로 개인 소유의 신사가 꽤 많은 편이라서, 큰 부자는 못되도 대를 이어 먹고사는데는 문제없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될 듯.

 

연말연시에는 작은 신사라도 불티나게 바빠질 정도로 참배객들이 몰려들고, 신사의 지주는 대부분 지역 토박이인 탓에

한국에서 거의 전멸중인 지역경제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는 톡톡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는 곳.

종교적인 시설인 만큼 지주의 사생활도 꽤나 조심스러운 편이라, 그 엄격함에 후계자 위치를 관두고 나와버리는 자식들도 있다.

한국의 종교야 뭐... '토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주식회사 예수를 믿지 않아서'라는 똥을 입에 물어도 믿습니다! 를 외치는 곳이니까.

 

 

 

잠깐 안구에 습기 좀 닦고...

차마 상세하게 번역할 수는 없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처절한 에마가 떡하니 걸려있다.

'O형에 귀여운 독신여성과 결혼전제로 사귈 수 있기를, 부디 부탁드립니다' 라는 뜻으로... 크흑.

 

거기다 얼마나 현실적인지, 아니면 절박한건지 자기 주소까지 꼼꼼하게 적어놨다.

류타라는 이름의 남성이여. 여기서 이럴 시간 있으면 그냥 오사카 시내에 놀러나가는게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리고 혈액형이 대체 뭔 관계람. 독신여성이란 단어 안 적어놓으면 불륜이라도 할 생각인가?

결혼전제라는 말을 붙일 때부터 여성에게는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눈이 높은건지 그냥 생각이 없는건지 스스로 벽을 쌓는 느낌이다.

100엔짜리 공물 하나 받아먹고 들어주기에는 오오쿠니누시에게도 좀 리스크가 큰 소원인 것 같은데.

 

 

에마만으로 부족한지 이곳 나무 곳곳에는 소원을 비는 종이가 가득 매여있다.

 

이거 나무한테 부담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손이 닿는 곳에는 전부 매여있어서

이곳 관리하는 사람들도 할 일이 없는건 아니구나 싶다. 저걸 전부 일일히 손으로 풀어서 모아놨다가 날 잡아서 태워야 하니까.

보지 않는 곳에서 마구잡이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저런 것 정중히 처분하는것도 신사의 일이라서, 만약 잘못하면 뉴스에 실릴 정도의 사건이니까 그런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듯.

 

 

 

이름난 신사이다 보니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정신도 훌륭하다.

날씨가 더운 탓에, 휴게소 곳곳에 얼음을 넣은 선풍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햐안 김이 바람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게 엄청 시원해 보이지만

아주 가까이 가지 않으면 그닥 효과는 없는 편. 그래도 저런 걸 설치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이런 사소한 배려 하나하나가 쌓여서 관광온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결코 쉽게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조금 기분좋아진 채로 목 끝까지 짜릿하게 시원한 음료수 하나 뽑아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가면 라이더 그림을 박아넣은 센스작품 '가면 사이다'도 오랜만에 보지만, 그건 자전거 여행때 뽑아먹었으니 패스.

 

일본은 음료 자판기 옆에는 반드시 쓰레기통을 비치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 뽑아먹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게 별것 아닌 듯 해도 사실 굉장히 유용하고 편리한데,

일본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이래도 장사가 되는가 싶을 정도로 자판기 숫자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길다가 생각나서 목을 축이고, 걱정없이 쓰레기를 금새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마음 든든한 일이다.

 

 

 

목도 축이고 휴식도 취하고 난 뒤, 마지막으로 좀 전의 배전을 한바퀴 더 돈다.

처음부터 한바퀴 더 돌아보기 위해서 사진도 찍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관광객이 줄어든 틈을 타서 한 장 남긴다.

여행 사진에 어지간하면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냥 사진만 봐서는 황량한 곳을 혼자 돌아다닌듯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능한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타이밍을 노려서 찍고 있으니 오해가 없었으면.

 

저작권(?)이니 초상권이니 하는거 신경쓰기도 귀찮고, 실제 여행중에서도 관광객은 내 시선에서 한참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물리적인 숫자와는 별개로, 여행 때 보고 느낀 나의 시선은 대충 이런 사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는 더더욱 그렇기도 한데, 목조건축물이 많은 일본의 문화재는

보존하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주기적으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벌이게 되어 있다.

그것도 빨리빨리가 아니라 약 5년 정도의 기간을 들여 꼼꼼하게 복원하니,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에게는 여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을 듯.

 

이즈모타이샤의 본전이 거대한 편이긴 하지만, 저 정도 크기의 건물을 5년동안 보수한다는 건 진짜 그동안 뭐하나 싶을 정도.

 

 

 

이즈모타이샤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라면 단연 이 녀석이다.

이건 시메나와(注連縄)라고 부르며, 한국 토속신앙의 금줄과 같은 의미를 가진 녀석.

단지, 이곳 이즈모타이샤의 시메나와가 다른 곳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다보니 명물로 유명해졌다.

 

사실 일본여행가서 조금만 눈여겨보면 조그마한 시메나와는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동네 조그만 신사나, 음식점 입구 위, 혹은 그냥 일반 가정집 문앞에서도.

보통은 새해 첫날 악귀는 물러가고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며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

 

이곳 배전의 시메나와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크긴 하지만 이게 이즈모에서 가장 큰 녀석은 아니다.

인연맺기의 소중함이라고 할까, 유독 이곳 이즈모탸이샤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XX 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이 많다.

본전 구경은 할 수 없지만, 이 거대한 시메나와 역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니 실컷 감상한다.

 

 

 

일단 배전의 시메나와도 보통 큰 녀석은 아니지만, 이즈모타이샤 하면 생각나는 그 시메나와에 비해서는 작은 편.

원래는 여기서 배전 구경 한번 하고, 본전으로 들어가서 국보급 건축물의 위용을 감상한 후

돌아오는 길에 카구라덴(神楽殿)을 보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본전 구경이 불가능하니...

그래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참배를 하는데, 일반적으로 손뼉을 두 번 치는 신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자신과, 미래의 인연을 위해서 네 번을 친다고 한다. 역시 인연맺기의 신사.

 

이곳은 제국주의의 잔재가 묻어나는 신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고

애초에 오오쿠니누시라는 신이 진한과 신라 이주민들과 관계된 녀석이라, 인연 맺어지기를 기원해도 별 문제는 없을 듯.

하지만 그것도 저것도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실들...

 

이곳 본전은 한때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가 1744년 재건된 녀석인데

재건당시 크기가 24m로 꽤 큰편인데도 불구하고, 기록상 전해지는 본전은 48m나 되는 거대한 녀석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건축물.

덕분에 본전 자체에 들어가는 것은, 공사기간이 아니더라도 불가능하다. 그냥 옆에서 살짝 구경만 할 수 있는데

지금 공사 덕분에 그 살짝 구경조차도 못하는 실정이 되어버린 것. 관광객으로서는 아쉽기 그지없지만

지은지 300년된 국보 목조건축물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긴 하다. 허무하게 사라진 숭례문의 케이스만 봐도.

 

내년 5월인가부터 다시 일반인에게 공개된다고 하는데, 사실 흥미깊은 건축물이긴 하지만

이것때문에 다시 시마네현을 찾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훗날 포스팅에 설명하겠지만 다시 갈만한 일이 좀 생겨서.

 

 

 

이 배전 앞이 조금 전 비둘기를 바라보며 휴식하던 곳인데

그 쪽으로 가보니 왜 비둘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먹이주는 상자가 놓여있었기 때문.

내가 휴식을 취하던 곳은 뒤쪽 벤치라서 여기에 먹이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한 봉지 20엔짜리 먹이는, 20년전 일본을 찾았을 때 본 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20년 전에는 도쿄의 신사에도 이런 먹이상자가 설치되어 있어서, 흰 비둘기들이 사람에게 막 덤벼들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둘기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후 그런 먹이상자는 대부분 철거되어 버렸다.

이곳은 워낙 외진 산골짜기라서 먹이를 줘도 큰 문제가 없는 듯 하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절대로 도망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녀석들.

 

 

 

저 녀석들이 덤벼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경험해 본 나로서는

단벌 옷에 카메라까지 들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먹이를 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만 기다려 보니 젊은 커플이나 나이 지긋한 단체 관광객이 가끔 먹이를 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엇는데

일단 저 상자에 손이 다가가는 순간 털 고르고, 암컷 쫓아다니던 녀석들의 시선이 일순 집중되는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먹이봉투를 손에 들면 그야말로 미친듯이 달려들며 한껏 소리높여 애교를 떠는데, 비둘기라는 녀석 참 적응력도 좋다.

 

마구 쓰다듬어도 먹이가 손에 들려있는 한 도망가지 않기 때문에 녀석들의 귀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는 비둘기야 도시 녀석들처럼 더러운 편도 아니라서, 열심히 놀아주고 손 한번 씻으면 그만일 터.

물론 옷에 알록달록한 액체 X가 달라붙을 수 있으니 그점은 항상 조심해야 하겠지만.

 

머리도 좋아서, 먹이를 손에 든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다가오지 않는 영악한 녀석들.

 

 

 

이 비둘기 아지트 오른편에는 보물전이 있어서 이곳의 중요 문화재들을 감상할 수 있지만

몇 번이고 들어가본 보물전이란 곳은, 의외로 입장료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패스.

 

사진도 당연히 찍을 수 없고 한국어 설명은 조잡하고, 일본어 설명은 어려운 한자가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다가

어지간히 지역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지 않으면 그 문화재에서 느낌을 받기란 어려운 법이니까.

 

한가로운 비둘기들의 모습을 빼면, 조금 소름끼칠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된 신사 내부를 한번 더 둘러보고

슬슬 돌아보지 못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신사 하나만 볼거리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산책로나 마찬가지니까.



수험에 효험이 있다는 쿄토 키타노 텐만구의 무안단물 에마.
그들의 불타는 노력은 사실 성적이 아닌 경제효과적인 면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요.


근데 어딜가나 넘치는 덕력을 주체못하는 사람들이 있나봅니다.

아까워서 저걸 어떻게 걸어놔...

그리고 보통 소원을 적는 에마임에도 소원따위 찾아볼 수도 없는 순수한 덕심!



뭐, 이런 건 일단 소원이라도 적어놨으니 완벽한 잉여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근데 이건 여기 적어놓기보다 제작사에 메일 보내는게 더 효과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끓어오르는 덕심과 주체할 수 없는 잉여력을 발산하지 않고서는 어찌 오덕이라 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스탭이 적었으리라 생각되는 에마라면 잉여의 범위에 들어가진 않겠죠.
대략 내용은 '비탄의 아리아'라는 애니메이션이 히트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여긴 키타노 텐만구가 아니라 에노시마 신사였던 걸로 기억.

인연맺어주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사방팔방 인연맺기 에마로 둘러싸이면서도 꿋꿋히 자리를 잡고 걸려있는 녀석이군요.

에마에 돈쓰기 아까워서 친구일행 세명이서 에마 한개로 이것저것 적었던 경험은 있는데...
일인당 에마 하나를 사서 소원을 걸어놓는 사치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을만큼 돈 많이 벌 수 있길.

에마 한개는 약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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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의 힘 :: 2011. 6. 8. 21:55 Photo Diary


요즘엔 친절하게 망원경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가 보다. 00엔이라고 되어 있네.
안개가 조금 낀 편이라 망원경으로는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없었지만.


기둥이 방해가 되어서 참 아쉬운 사진이 나와버렸다. 등을 베고 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원숭이들의 흉폭함을 잘 알고 있어서 카메라 들이대기가 좀 무서웠는데, 얼마 있어보니 정말 사람에게 무신경한 녀석들이었다.
일단 먹을것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등 흥미가 없는 듯 하다.
사슴은 일단 다가와서 뭔가 요구라도 하는데 원숭이들은 처음부터 사람이 보이지 않는듯이 행동한다.


세상물정 모르고 잠자는 녀석들.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고 다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주니 사진 찍을때도 편하긴 하다. 저런 자세로 어떻게 잠을 자는지는 모르겠지만.


털 골라주는 원숭이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녀석들의 심리는 참 알 수가 없는 것이, 가만히 누워 있다가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털 고르던 원숭이를 공격하기도 하더라.
나만큼이나 어리둥절했는데 털 고르던 원숭이도 도망가면서 고성을 지른다. 억울하겠지.


전망대 옆에는 이렇게 원숭이들의 서식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사람이 다니는 길에도 널부러져 있고, 정말 당당하게 사람 앞을 가로질러 걸어가기도 한다.

구전상으로는 천 년 가까이 성지로 추앙받던 곳이라서,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동물들이 경계심을 잃은 것일까.
가장 비자연적인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다.
이게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가?
이렇게 어색한게 공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매일매일 죽기 위해 길러지는 수억마리의 소, 돼지, 닭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공존은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사람은 동물의 영역권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야생동물은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곳 미야지마의 원숭이들은 이미 인간이 만든 장소를 제공받고, 비록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이들을 굶겨 죽일 일은 없다.

먹이경쟁도 천적도 없는 낙원같은 곳에서 늘어져 있는 원숭이에게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찾는다는것은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비정함을 지워버린, 화려한 유화같은 낭만으로 가득 찬 도원향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미센 전체를 돌아볼 시간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산책해 볼까 싶어서 산길을 걸어본다.
원래 미센의 볼거리들을 다 구경하려면 최소 5km 이상은 걸어야 하는데, 이미 해가 조금씩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츠쿠시마 신사의 썰물을 놓칠 순 없었다.
10분 정도 적당히 걸어보다가 경치 구경만 하고 다시 전망대쪽으로 발을 옮긴다.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빠짐없이 둘러봤을텐데.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으니 왠지 모르는 여성의 뒷통수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 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등따숩고 배부르면 인상에서 여유가 느껴지나보다.
젖을 문 체 잠든 새끼나,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한 눈빛의 어미나.


나무 위에서 어미를 따라다니며 돌아다니는 새끼도 있다. 몇 안되는 깨어있는 새끼라 카메라를 든 손이 바빠졌지만
렌즈가 ZF 50.4 수동이라 훌쩍훌쩍 움직이는 새끼의 움직임을 잡기가 쉽진 않았다.


그래도 70%의 성공률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만족.
용케 그렇게 움직이는 녀석에게 포커스가 맞았다 싶다. 사실 찍는 순간에도 보통 감을 잡을 수가 없을 정도라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동물원에 갖혀 있는것 보다는 낫겠지.
원숭이들의 얼굴에 지루함이 아닌 느긋함이 엿보이는 것 만으로도 이곳 미센의 정상은 충분히 그 가치를 다하고 있다고 본다.


어딘가 일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계속 이 모습이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원숭이들을 실컷 찍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내 앞을 가로질러가는 카리스마 사슴.
실제로 덩치도 꽤 크고 산 아래서 봤던 사슴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순간적이나마 이 녀석이 가장 신과 가까운 사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슴은 아주 잠깐 멈춰서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그대로 숲속으로 걸어간다.


원령공주의 사슴신을 생각나게 하는 녀석은 힘있는 뒷모습을 남기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살짝 경건한 마음이 든 것은, 옛날 이곳에 신사를 세우고 사슴을 신성시하던 사람들의 기억 때문일까.


관광객들의 루트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지, 올라왔을 때 거의 텅텅 비었던 내려가는 줄이 지금은 또 가득 차있다.
결국 또 30분 정도는 줄서서 기다려야 할 판. 마지막으로 세토 내해의 사진을 기분 정화용으로 날리고 줄을 섰다.


신사가 없는 이곳에도 에마(絵馬)가 있다.
상술이라고 생각하기도 지친 것이, 이제는 경건함이 사라진 애교수준의 장난으로 전락했으니 이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겠지.
단지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엔 에마가 너무 비싸서. ㅡㅡ; 일본을 여러 번 왔다갔다 했지만 에마를 사서 소원 빌어본 건 딱 한번 뿐이다.

한국어, 영어, 일어, 아랍어, 중국어... 왠만한 언어는 전부 다 쓰여있다. 이곳의 신은 다국어에 능통해야 자격이 생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