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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03.03  오랜만에 횟집 18
  2. 2012.02.19  굴국밥을 목표로 했으나... 18
  3. 2012.01.21  1년에 한번쯤 22
  4. 2012.01.20  설날흉내 10
  5. 2012.01.17  설날이라 괴기 22
  6. 2012.01.16  여러곳에서 받아온 먹거리 선물 14

어쩌고 저쩌고 해서 아버지가 아시는 횟집에 회먹으러 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건물 주인이 아버지 친구분이라 사장님이 잘 해주신다고 하네요.
대구 범물동의 골목길에 위치한 '漁川'이라는 곳입니다.
굉장히 젊고 공손하며, 약간 숫기가 없어보이시는 사장님이 반겨주십니다.
개업한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집이고, 인테리어와 조명의 조화가 괜찮습니다.

우연찮게 아버지 친구분들도 여기 와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했는데
엄니께서는 제대로 손질도 안한 머리때문에 처음엔 나 없다고 하라고 하셨지만
아니 바로 옆에 있는데 안보일수가 있나요. 그냥 쑥쓰럽게 인사나눴습니다.
지금은 머리가 거의 히피족처럼 되어 있는 저도 인사했는데 뭘... (머리자른지 10개월째?)


오늘 괜찮은 고기 뭐 들어왔나 물어보니 농어가 좋다고 해서 농어 大자로 하나 주문했습니다.
세명에서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못 먹는건 아니고, 그냥 과식하면 안좋은데 수준이죠.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횟집은 처음이라서 마음껏 먹어보기로 했네요.
사실 가면 갈수록 밖에서 먹는데 불신감이 커지는 상황이라서... 요즘 외식은 거의 안하고 있죠.
특히 어패류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도 있고 해서, 아마 점점 먹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한 밑반찬이 나옵니다. 그리 고급 횟집은 아니고 동네의 아담한 곳이라 그냥저냥한 수준이네요.
엄니는 이 밑반찬을 '찌개다시'라고 하시던데...
좀 생각해 보니 아마 츠키다시(突き出し)가 한국으로 들어와 -> 적당히 한국화되다가 어감이 비슷한 찌개다시로 넘어온듯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횟집 밑반찬에는 찌개가 들어가는 건지도... 다른 지역에서도 찌개다시라는 말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여담으로 좀 더 풀어보자면 일본어의 츠키다시(突き出し)란 단어는 일본사람들도 '덤으로 나오는' 의미의 츠키다시(付き出し)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付き出し'라는 단어는 없으며, '突き出し'라는 단어는 갑작스럽게 내놓는 음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주문유무와 관계없이 간단한 반찬을 손님에게 내 놓는 일종의 서비스였죠.
이것도 관서지방에서 쓰는 말이고, 관동지방에선 오토-시(お通し)라고 쓰입니다. 손님의 주문이 완료된 후 음식을 안내한다는 뜻으로 내놓는 전채를 의미합니다.
관서지방이 한국과 가깝다 보니 이 츠키다시라는 단어가 들어왔고, 이게 된장맛좀 봐서 찌개다시가 된 거라고 예측해 봅니다.

밥 먹으면서 별걸 다 생각하는군요.


반찬은 그냥저냥이지만 농어회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군요.
농어회는 회 중에서도 잡맛이 없이 깔끔함으로 유명한 고기인데, 두툼하게 씹히는 맛도 좋고 담백합니다.
회 매니아이신 아버지 가라사대 농어회는 맛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기껏 비싸고 좋은 농어회 가져와도
그냥저냥 싸구려 회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가장 큰 대자를 시켰는데도 양은 그리 많지 않네요.
품질이 좋으니 양이 적어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정도면 저희 가족 세명에게는 그냥 평균적인 양입니다. 중자 시켰으면 조금 아쉬웠을 뻔 했군요.


간장도 그리 나쁘지 않은 녀석을 사용해서 회의 맛을 헤치지 않았습니다만
와사비만은 역시 좋은걸 쓰기 힘든지 그냥 아무데서나 쓰는 연와사비를 쓰고 있네요.
주문받은 후 바로 갈아서 내 놓는 고급 와사비는 찍어먹을 필요없이 그냥 와사비만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무스크림 + 후추 + 달콤함이 섞인 독특한 맛입니다.
슈퍼에서 파는 와사비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맛 차이가 크니, 기회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먹어보시길.

이게 잘 자라는 지형이 한정되어 있어서 한국엔 거의 전무하고. 일본에서는 이즈(伊豆)반도의 특산품으로 유명하죠.
와사비는 따뜻하면서도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며, 물이 깨끗해야 맛도 좋아지는 청정 뿌리식물이라서 제배환경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사실 최고급 와사비는 최고급 회보다 그램당 가격이 더 비싸니... 한국에서 그걸 맛보기는 좀 힘들긴 하네요.


회는 적당히 먹고 매운탕을 주문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밑반찬들이 계속 나옵니다. 머리구이와 옥수수 버터구이, 닭꼬치 등등...
보통은 회 먹기 전에 밑반찬이 다 나오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은 회와 매운탕 중간에 더 많이 나오네요.
누구 머리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머리에 붙은 살이 참 맛있죠.


뒤집어 봐도 이렇게 봐서는 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알도 맛있다고 하는데, 저희 집서는 아버지 말고는 저 눈알을 정복하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이건 사장님께서 아버지 오셨다고 특별히 내 주신 회김밥입니다.
부모님은 이게 그냥 김밥인줄 알고 한참 손을 안대시던데... 제가 이거 회들었다고 말씀드리니 드시더군요.
회가 조금만 든 것도 아니고 두툼하게 들어서 간장에 찍어먹으니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돈 받고 팔만한 음식인데, 서비스를 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갑자기 늘어난 밑반찬에 공기밥 세 그릇 주문은 판단 미스가 되어버렸네요.
엄니께서는 그냥 밥뚜껑 열지 않고 반찬과 매운탕만 드셨습니다.
농어회 먹을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정도면 무난하겠다 싶었는데
각종 밑반찬과 매운탕을 먹으니 딱 적당하게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더 먹으면 속이 안좋아질듯한 수준까지 아슬아슬했으니 이 정도가 제일 알맞은 것 같군요.
매운탕은 그리 맵거나 짜지 않고 시원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이 아직 많이 젊고, 서비스정신이 좋은 분이라 식사도 기분좋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밑반찬 수준은 일반 횟집이다 보니 크게 기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회의 품질은 훌륭하네요.
요즘들어 외식 횟수도 많이 줄어든데다가 회는 정말 가끔씩만 먹는 정도라서 자주 가진 못하겠지만
밑반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추천할만한 횟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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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부부가 내려왔습니다.
형수님이 알레르기 때문인지 코도 막히고 잠도 잘 못자는것 같아서
점심때 굴국밥을 한번 만들어 볼까 했습니다.

사실 그냥 제가 먹고싶기도 했고, 무난하게 만들기 쉬운게 굴국밥이라.

줄기가 들어간 미역이 건강엔 좋지만 굴국밥엔 안맞으므로 건조된 부드러운 녀석을 씁니다.


육수를 좀 진득하게 끓여내면 좋았을 텐데 시간부족으로 그냥...
다시마와 멸치, 무를 넣고 어쨌든 끓여냅니다.


부추는 국이 다 완성되고 마지막에 살짝 얹어주기만 하면 되죠.
너무 끓이면 색도 바래지고 죽처럼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5인가족이 먹을 양이니 아낌없이 굴을 준비합니다.
이름은 굴국밥이지만 사실 굴은 미리 넣으면 안되죠. 이것도 쌀이 다 익고나서 넣어줍니다.
굴은 생으로 먹는게 제일 맛있는데, 요리를 위해서는 대의도 희생할 줄 알아야 하겠죠.


어째 마지막에 넣어야 할게 굉장히 많군요.
굴, 부추, 계란 모두 쌀이 다 익고나서 넣습니다.
사실 쌀을 불릴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 요리의 결과가 대충 감이 잡히네요.

생쌀을 7~8시간 정도 불려서, 완성된 국물에 집어넣고 강한 불로 확 끓여내야
국물이 죽처럼 진득해지지 않고 깔끔한 국밥이 완성됩니다만...
오늘은 그런게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굴국밥이라기 보다는 굴죽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될듯.


엄니께서는 어제 삶아놓은 돼지 사태수육과 향기가 코를 찌르는 싱싱한 더덕을 준비하십니다.
장어구이 만드는 정성으로 소스를 발라 오븐이나 후라이팬에서 구워내면 참으로 맛있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으니 그냥 싱싱한 생더덕을 고추장에 찍어먹기로 하죠.
향기도 죽이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


역시나 죽처럼 되어버렸군요.
그래도 맛있고 영양 가득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집에서 만드는데 뭐 이것저것 신경쓸 필요 있나요.


종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강력한 위력을 가진 반찬을 준비합니다.


저야 뭐 제가 만드는 거니 맛있게 먹습니다만
이런걸 남한테 먹여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군요.
아무튼 시원하고 부드러운 굴 집어먹는 맛으로 한그릇 가볍게 비웠습니다.


여담으로, 제방 에어콘 실외기쪽이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지
여전히 계속 찾아오는 비둘기 녀석입니다.

알 놓으려고 둥지 짓는것 만큼은 철저하게 막고 있어서 아마 새끼는 못놓겠죠.
괜히 놨다가 피차 괴로운 일만 당하게 되니.

쫒아내려고 하다가도 저 '나 때릴꼬야'라는 눈빛을 보면 참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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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 친정댁에서 설날이면 포항에서 직접 공수해주시는 전복을 보내주십니다.
크기도 크고 싱싱하기 그지없어서 이런 귀한걸 받아도 되는가 싶네요.

예전같으면 형님부부가 대구 있을때 같이 불러서 먹곤 하겠지만
지금 서울에 있는지라, 싱싱할때 먹어야 한다고 엄니께 속삭입니다.


크기와 신선도, 수량을 생각하면 산지직송이라도 수십만원은 하겠는데요...
이런 녀석을 돈 주고 사먹을 가정형편은 안되니... 이럴때가 아니면 입에 넣기 어렵습니다.


딱 4개만 까려고 하시는 엄니를 추궁하고 추궁해서 9개 정도 까기로 했습니다.
싱싱해서 그런지 껍데기와 연결된 패각근 부근이 무지무지하게 단단합니다.
칼로 아무리 쑤셔도 떨어질 생각을 않네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자신만만하게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포기하셨던 경험이 있죠.


고생고생해서 전복을 떼어냈습니다.
껍질 색깔이 오묘한게, 아마 진주가 만들어질 법한 껍질이더군요.

저 정도 크기의 싱싱한 전복은 하나에 과연 얼마나 할지 겁납니다.


전부 우적우적 씹어먹으면 좋겠지만
입 부분은 못먹는다고 하니 떼어버릴 수 밖에 없군요.


이번엔 너무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덜 떨어진 부위가 꽤 있었습니다.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서 맛있게 먹어줬네요.
싱싱한 전복의 내장부분은 짭쪼롬하고 고소한게 참 맛있는데
저거 많이 먹으면 그린 랜턴의 색깔과 비슷한 '물질 X'가 나오는 경향이 있더군요.


엄니께서는 다 먹을수 있을까 걱정하셨지만
전복이란게 없어서 못먹지 많아서 못먹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씹어먹어버렸습니다.
가운데살은 부들부들하고 가장자리는 오돌오돌한게 오랜만에 맛보는 고급 전복의 맛과 향이네요.

나중에 남은 전복으로 죽좀 끓여먹고 나면 다시 한동안 전복 동면(?)에 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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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번쯤 :: 2012. 1. 21. 19:02 Food For Fun

설날이 다가온다고 여기저기서 선물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이건 지난번 엄니께서 주례 서주신 부부분이 갖고 오신 곶감.
작년에 감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데 드디어 먹게 되는군요.

단걸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과일은 좋아합니다.
곶감은 씨앗을 감싸고 있는 쫄깃쫄깃한 부분이 제일 맛있네요.


약 2주일이나 지난 찰떡이 냉장고에 있어서
약간 쉰 냄새가 나지만 떡을 좋아하시는 엄니는 겉을 살살 긁어낸 후 후라이팬에 넣어봅니다.


보통 고물이 쉽게 상하지만 떡 자체는 냉장고에 넣어놨으니 괜찮을거라 하시네요.
조금 겁은 났지만 굽고나서 먹어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구운 떡은 꿀을 발라서 먹는게 정석이죠.
반짝반짝한건 기름이 아니라 꿀입니다. 꿀.


이번엔 너무 과장되지 않고 평범하게 떡을 잡수시는 모습을 찍었네요.
지난번 김치 사건이 여러 사람들의 머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다는 풍문에
이번엔 지극히 정상적인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제 저녁은 곶감과 꿀떡만으로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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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흉내 :: 2012. 1. 20. 12:33 Food For Fun

뭔가 바탕화면으로 쓰면 자린고비 흉내 좀 낼수 있을 듯 합니다.

아버지께서 지인분께서 괴기 선물을 받았습니다. 역시 추석과 설날엔 단백질 보충을 해야죠.
오늘은 맛만 보려고 조금 덜어내기 전에 일단 전신샷(?)부터 날리고


세명이서 요 정도만 맛보도록 해 볼까요.
갈비살 안창살, 그리고 또 뭔가 있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집에 있는 연기 잡아주는 그릴이 화력이 좀 약해서
이번에는 연기 좀 마실 각오하고 원적외선 팬에 직화로 구워버리기로 했습니다.
후라이팬이나 그릴 위에서 굽는것보다 화력이 막강해서 몇십 초면 구워지는군요.


금새 지방층이 슬슬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바싹 익히면 맛이 없으니 약간 붉은 육즙이 흘러내릴 정도에 건져내서 먹는게 맛있죠.


요 정도면 딱 알맞으려나요.
가족들 모두 그리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라서 조금만 구워먹고
너구리 몇마리 잡을듯한 연기를 빼내느라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환기했습니다.

명절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괴기를 얻어먹었으니 그걸로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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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오키나와 다녀오시며 그동안 쫄쫄 굶고 있을 저를 위해서 먹거리를 사오셨습니다.
사실 집에서 청국장만 줄창 끓여먹고 있었는데 이게 어마어마한 가스를 발생시키더군요.
그 넓은 본가 집이 자칫하면 화생방 훈련장으로 변할뻔 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단 일본이지만, 2백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와 교류하던 류큐왕국이었던 터라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활패턴이 본토 일본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에 훨씬 가까운 문화적 특성을 지닙니다.
오키나와에는 인구수보다 돼지가 더 많이 살고, 1인당 돼지고기 소비율도 본토의 10배에 달할 정도의 돼지 왕국이죠.
한국과 비슷하게 오니카와는 돼지의 모든 부위를 버리지 않고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라후테~ 라고 하는 이 돼지고기 요리는 삽겹살을 삶아서 지방을 뺀 다음
간장과 아와모리라는 류큐 전통 곡주를 섞어서 아주 진득하게 졸여낸 음식입니다.
아와모리도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유명한 술인데... 한국에서는 오리지날 아와모리 구하기가 힘들어서
청주나 곡주를 써서 졸여낼수도 있을 듯 하네요.

껍질이 쫀득쫀득하고 고기는 간이 잘 베인 장조림같다고 할까요?
오키나와에서는 술집 안주로 자주 나오고, 거의 모든 가정집에서 만들거나 슈퍼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베이스 음식입니다.


미미가~ 라는 음식입니다 (자꾸 ~가 붙는 이유는 끝이 전부 장음이라서) 이건 돼지의 귀부분을 이용한 요리죠.
이건 요리법이 다양해서, 사진처럼 라후테와 같이 조림으로 먹을수도 있고
살짝 데쳐서 고~야 등의 야채와 볶거나 소금에 볶거나 하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이게 완전 콜라겐 덩어리라 쫀득쫀득한데, 사이사이 들어있는 연골의 오돌오돌한 맛이 술안주로 그만입니다.

전 오키나와 여행당시 술집에 들어갈 일이 없어서 거의 먹을일이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사오셔서 드디어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네요.
맨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가 가져온 쌀과 고추장으로 밥 만들어 먹고 있었으니...


오키나와의 대표 선물거리 친스코~ 입니다.
일단 오키나와에 가면 너도나도 이거 사오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죠.
밀가루와 설탕, 돼지기름을 섞어서 구운 쿠키일 뿐이라, 그리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고 맛이 특별한 녀석도 아니지만
요즘엔 각종 오키나와 특산품(고~야라던가 파인애플이라던가 흑설탕이라던가)의 향을 섞거나,
설탕과 청정소금을 함께 넣어서 살짝 짠맛이 돌게 만드는 녀석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선물용이라 그런지 다양한 맛을 함께 넣어놨더군요. 구아바, 고~야, 코코넛, 파인애플, 흑설탕 등등...
친스코 하면 일본에서는 성희롱(?) 장난으로 많이 쓰이곤 하는데
원래 있던 일본어가 아니라 류큐 방언을 히라가나로 옮겨놓은 것 뿐이라
잘못 읽으면 친스코(ちんすこう) 가 아니라 친코스(ちんこうす) 라고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 애너그램중 친코(ちんこ)라는 단어가 남성의 '거시기'를 뜻하는 단어라서... ㅡㅡ;


오늘은 저녁 모임 갔다오신 부모님께서 망개떡 세트를 받아오셨습니다.
경상남도의 유명한 떡인데, 찹쌀 속에 팥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돌돌 만 후 망개나무잎으로 감싼 녀석이죠.
망개나무는 청미래덩굴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전 저 잎사귀도 함께 씹어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네요.


잎사귀 향기가 굉장히 좋아서 박스를 열면 한동안 냄새를 맡게 됩니다.
잎사귀가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찹쌀은 사진에서도 보이듯 입자가 남아있어서 식감이 좋습니다. 전 완전 떡이 된(?) 떡보다 저런 게 더 맛있더군요.

제 활동반경이 좁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통 이 망개떡을 본 적이 없었는데
고급화를 외치면서 대구에 가게가 생기는 듯 합니다.

운동좀 한 후에 자제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절묘하게 부모님께서 망개떡을 들고 오시니...
정신적으로는 좀 괴롭지만 어쨌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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