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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11.12  휴일김밥 35
  2. 2012.10.06  산인 여행 - 이즈모 군것질 16
  3. 2012.08.20  손이 많이가는 추어탕 19
  4. 2012.08.12  말복때문은 아니지만 보양식 14
  5. 2012.08.03  무더운 엄니 생신엔 전복 32
  6. 2012.06.21  다기다기닭 12

 

 

일요일날은 형님이 쉬었습니다.

뭔 당연한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 주말도 거의 쉬지 못하는게 지금 현실이라서.

하루 풀타임으로 쉴 수 있다는게 굉장한 사건이죠. 아기가 이제 2달째인데 형수님이나 형님이나 얼마나 서글플지...

 

어쨌든 쉬는 날이 생겼으니 애는 형님이 볼거고, 식사는 형수님이 챙겨주시네요.

저는 평일에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일요일이니 좀 느긋하게 지냅니다.

저야 조카를 그냥 귀여워해주는 정도라고 형님은 자기 자식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좋아 죽으려니까요.

 

점심때 형수님이 김밥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한번 만들어 먹기에는 꽤나 손이 가는 녀석인데...

 

 

 

옆에는 어묵탕도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하고 있네요.

식으면 맛없다고 일부러 인덕션에 올려놓는 센스까지.

 

무가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시원합니다.

 

 

 

백미를 먹지 않는 집이라 김밥도 잡곡이 들어가 색이 묘하게 되었습니다만

밖에서 파는 일률적인 김밥맛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서 계속 집어먹게 되는군요.

살짝 매운 소스를 바른 어묵이 포인트인것 같습니다. 계란말이도 두툼하고.

 

음식 평가하려는 포스팅이 아닌데, 사진 올리고 글 쓰다보면 자꾸 음식의 맛을 되돌리게 되니 저절로 그렇게 되네요.

아무튼 집어먹기 좋은 음식이라서, 자꾸 먹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과식하게 되는 무서운 집김밥이었습니다.

 

전 저녁에도 남은거 슬쩍 집어먹었군요. 참아야 하는데 먹기쉬운 김밥이 딱 놓여있으면 집어먹게 되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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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김밥 :: 2012. 11. 12. 11:06 Food For Fun

 

 

어느 정도 주택가를 활보하다가 슬금슬금 방향을 상점가쪽으로 바꾼다.

좀 더 느긋하게 돌아봐도 되겠지만, 날씨도 덥고 점심시간도 지나가고 있으니.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안내 팜플렛에서는 여러가지 맛집이나 기념품점을 한국어로 부담없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곳에 가면 괜히 사람 많을까봐 오히려 꺼리게 된다.

팜플렛에 적힌 가게들은, 아주 특출나진 않지만 충분히 이름을 올릴 가치가 있는 실력파들이긴 하다.

모든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지역이라서, 창업 40~50년은 넘은 소바집, 까페 등이 포진하고 있고

아무리 텃세가 있다고 해도 맛에 대한 보장없이 수십년을 이어올 만큼 일본의 상업정신은 만만하지 않으니까.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해도, 맛있는 요리 먹기 위해서라면 친절한 가이드북에 의지하면 되지만

원채 다른 관광객하고 섞이는걸 꺼리는 성격이라서, 맛조차도 포기할 수 있다.

 

여행은 다른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인데, 동류의 이방인들이 가득 모이는 장소는 마치 블랙홀같은 느낌.

 

 

 

상점가로 나오니 많은 간판들이 손님을 유혹한다.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이렇게 풍부하게 자리잡은 상점가가 아닐까 생각.

과연 이렇게도 장사가 될까 싶을 정도로, 관광지 주변에 상점가가 많다.

 

일본 관광지의 가게들이 나름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여행 선물이라는게 당연히 지켜야 할 예절의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

어른과 얼굴 맞대고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한국의 예절처럼

출장이든, 관광이든 타지에 다녀오는 사람들은 그쪽 지방 특산품을 지인들에게 사오는 것이 예절이다.

 

예절이라고 언급했듯,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욕먹을 정도의 행동이라서

심지어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에게도 부모들이 선물용 용돈을 따로 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광지의 상가들이 활기를 띄게 되고

일정 크기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쟁이 시작되어 품질의 하락을 걱정할 염려도 없다.

 

오미야게(御土産)라고 부르는 이 여행 선물의 특성상, 일정 금액 이상은 지불하기 힘들고, 반대로 싸기만 한 녀석도 인기가 없다.

부피가 큰 녀석은 받는 쪽에서도 집안에 전시하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인기있는 선물은 지역 특색을 살린 먹거리, 그 뒤로 인기있는 선물이 열쇠고리같은 작은 기념품이다.

방향과 상한선이 분명히 정해진 덕에 상점들의 경쟁은 가격 논리보다 독특함과 아이디어의 승부가 되고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는 일 없이, 가족이나 직원 회의에서 괜찮은 아이템에 대해 토론하는 정도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 블로그 오사카 여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꼬리흔드는 고양이' 인형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오미야게 아이디어상품 대상을 수상한 그 인형은, 제작비가 비싸지도 않으면서도 로또에 버금가는 대박을 터트려서

이제는 왠만한 여행지에서 다양한 바리에이션 상품이 제작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이곳 이즈모의 선물가게에서도 그 꼬리흔드는 녀석을 볼 수 있었고.

 

지역특색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지역특색을 만들어가는 이런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다.

한국은, 그 지역 관광지에서만 살 수 있는 특산품이란게 뭐가 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으니...

것도 홍삼 등의 이름난 녀석들은 너무 비싸서, 지인들에게 돌릴만큼 구매할 수도 없고.

 

 

 

일단 나는 일본사람이 아니라 한국사람이니, 선물을 꼭 준비해가야 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그렇게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라서 마음은 홀가분한 편이다.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한테 면세점 담배나 한보루 사다드리고, 나머지는 그냥 돌아보다가 괜찮은거 있으면 사고

없다 싶으면 그냥 돌아오면 되는 것. 주위에서 그정도는 이해해 주니까 뭐.

애초에 가족들은 물질적인 뭔가에 관심이 굉장히 희박한 편이다. 필요하다 싶은건 자기가 사버리기 때문에

먹는게 아닌 뭔가를 선물로 사들고 가면, 한두 달만 지나도 선물로 뭘 받았는지조차 기억 못한다.

 

일단 배나 좀 채울까 싶은데, 가이드북에 전시된 이즈모 소바집은 사람들이 많을것 같아서 패스.

이미 어제 마츠에에서 가장 유명한 소바집에서 식사를 했으니, 이번에는 이름값과 관계없는 곳에 갈 생각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여행의 즐거움인 군것질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중.

이곳 이즈모의 유명한 군것질거리는 젠자이(ぜんざい)라고 하는, 한국의 단팥죽과 비슷한 녀석.

죽은 아니고, 밀떡이나 쌀떡을 달콤한 팥국물에 동동 띄워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게 예전 자전거 여행중 아르바이트 하던 소바집에서도 가끔 나오던 요리였는데, 요즘엔 물맑은 지방에서 많이들 만든다.

나가노 지방 사람들이 이거 한국에도 비슷한거 있다고 하니까 상당히 놀라던데

사실 팥국물에 단거 넣어서 떡하고 같이 먹는건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지방 어디든 익숙한 요리.

 

젠자이는 나가노에서 신나게 먹었었고, 굳이 여기서 먹을 필요가 없어서 다른 곳을 물색중이었는데

직접 만든 오야키라고 광고하는 집 앞에서 결국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오야키(お焼き)는 호떡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근래들어 기름 철철 뿌려서 철판에 튀겨버리는 그런 호떡 말고

기름 하나도 쓰지 않고 그냥 철판위에서 구워내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리지날은 고기 따위의 고가품이 아니라 산나물이나 삭힌 야채 등이 들어가는 서민의 음식.

 

원류를 따지고 가자면, 고대 아프리카 시절부터 존재하는 에인션트 푸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나가노 지방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어디서나 다들 만들지만.

 

나가노 지방은 고지대에다 산세가 험하고 물이 맑아서, 에전부터 쌀농사보다 메밀과 밀농사가 주류를 이뤘고

한랭지의 야채 특성때문에(시래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생각해 보시길. 일본에도 시래기가 있다) 오야키의 원류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메밀의 본고장인 나가노이다 보니 메밀피로 된 오야키가 유명한데, 쫄깃한 맛은 떨어져도 그게 오히려 야채의 식감과 잘 어울리는게 특징.

 

 

 

야채가 든 녀석과 호박이 든 녀석 두가지를 주문해서 맛만 보기로 한다.

뭐든 넣으면 되는 녀석이라 종류가 수십가지를 넘는데, 제일 인기있어 보이는 카레와 고기속은 이미 품절.

주문후 바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려도 따끈따끈 바삭바삭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홈스테이하던 나가노현의 키소마을 앞에는 '길 안의 역'이라는 뜻의 미치노에키(道の駅)가 있었는데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하지만, 국도에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상당히 활성화가 잘 되어 있다는게 특징인 곳.

지역에 따라서 판매하는게 다르기 때문에, 그냥 운전하다가 이곳에서 선물이나 먹을거리를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본섬 하나만 놓고 봐도 자동차로 끝에서 끝까지 24시간 이상 걸리는 일본이라, 이런 휴게소의 가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홈스테이하던 집에서 3분만 걸어내려오면 이 미치노에키가 있었는데, 나가노 지방이다보니 역시 오야키도 팔고 있었다.

어느날 아르바이트 후 들러서 잠깐 쉬는 도중, 한번 먹어볼까 싶어서 고기가 든 오야키 하나를 주문했는데

한입 물고나니 고기가 아니라 산나물이 들어있었던 것. 크기가 작은 간식거리에 불과해서 이것도 맛보고 고기 하나 더 먹을까 싶었는데

아주머니는 미안해 죽으려고 하시면서 고기 오야키를 그냥 덤으로 주셨다. 괜찮다고 한사코 말려도 그냥 주시니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간식이라서 이곳에서 오랜만에 접한 반가움에 먹어보기로.

사실 이쪽도 카레와 고기 오야키를 먹고 싶었지만, 대중들의 휘향이란 비슷한 듯 이미 품절상태였다.

야채 오야키는 쌉싸름하게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매력있고, 호박향기 가득한 오야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을 듯.

 

만든 후 바로 먹어야만 최고의 맛을 내는 녀석인데, 굽기 전의 오야키를 냉동해서 선물세트로 파는 모습을 보니

진짜 장사하는 머리는 잘 돌아가는구나 싶다. 메밀피 오야키를 불에 직접 구우면 그 포근포근한 향기가 아주 일품.

 

 

 

오야키 두 개로 배가 든든해질 일은 없지만 어쨌든 관광기분좀 내 보고 다시 걸어간다.

역사가 오래된 관광지이다 보니 신기한 자판기도 볼 수 있다.

아마 일본서 본 자판기중 가장 오래된 녀석이 아닐까 싶은데, 건전지를 파는 녀석.

 

아직 작동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건전지를 사용하던 카메라 시절에 제 역할을 하던 녀석이 아닐까 싶다.

온몸으로 어마어마한 연식을 어필하는 녀석이라, 조만간 골동품점에 팔려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역을 지나서 한적한 길을 계속 내려가면 Ant Works Gallary 가 나온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본 팜플렛에서 뭔가 느낌이 팍하고 왔던 곳이라서

꽤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평범한 시골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시마네현이 일본에서 꼴찌를 다툴만큼 인구도 적고 개발이 덜 된 지역이지만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라프카디오 헌,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아다치 미술관을 위시해, 예술 쪽에서는 상당한 기반을 다진 곳.

그래서 이렇게 개인이 운영하는 공방도 군데군데 암약중이다. 이런 데 관심있는 사람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곳.

 

한국사람에게 익숙한 가이드북에는 큼직큼직한 공방밖에 소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진짜배기를 보려면 현지 조사가 좀 필요할 듯.

 

 

 

개미공방은 좀 있다가 들어가보기로 하고, 일단 좀 더 길거리를 둘러본다.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도로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녀석.

그러고보니 요즘엔 한국사람들도 우물에 동전 잘 던진다고 하더라.

 

우물과는 달리 이건 손만 뻗으면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거리인데, 용감도 하다.

사실 대부분 1엔짜리 동전이라서 가져가봤자 음료수 하나도 못뽑아먹긴 하지만.

 

 

 

열성적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이즈모타이샤 앞의 상점가도

눈에 보이지 않는 특정 구간만 지나버리면 금새 한산한 시골가로 모습이 변해버린다.

상권의 생성과 성장이라는게 실은 굉장히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정착되는 것이라서

의도적으로 상권을 이동시키거나 범위를 넓히려는 위정자들의 수많은 시도는 번번히 물거품이 될 때가 많다.

 

자전거 여행중이었으면 표지판에 보이는 미치노 에키에서 잠깐 쉰 후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을텐데.

밤중에 도착한다면 이런 시골 미치노 에키는 훌륭한 야영지가 되기도 한다.

붐비는 곳은 눈치보여서 못하지만, 7시만 되면 문을 닫아버리는 시골 휴게소는

넓직한 주차공간과 텅 비어버리는 야외 판매부스, 24시간 가동되는 화장실 덕에 천국과도 같은 곳.

 

드물기는 하지만 지붕이 딸린 무인휴게소를 24시간 개방하는 곳도 있어서, 그런 곳에 도착한다면 운수 좋은 날이다.

 

 

 

적당히 돌아보는것도 점점 채력이 딸리기 시작한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흐리고 가끔 비가 철철 내린다는 예보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물론 화창해서 정말 다행이긴 하다.

 

미치노 에키까지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평범한 관광에 거기까지 갔다가는

또 한번 자전거 여행의 그 추억들이 폭풍같이 밀려와서 괜히 괴로워 질것 같아서 무심히 방향을 돌린다.

 

이즈모타이샤는 한참 뒤지만, 이미 여기서부터 토리이가 서 있다. 상점가의 시작을 알린다고 보면 될 듯.

큰것 좋아하는 이곳답게, 이 토리이도 일본에서 가장 큰 토리이. 그런데 느껴지는 매력은 없다.

물 위에 떠있는 것도 아니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나무향기가 나는것도 아니고, 그냥 큰 돌덩이일 뿐.

 

 

 

토리이를 통과해서 쭉 직진하면 신사가 나오지만

방금 그 상점가를 한번 스윽 둘러봤기 때문에 다시 방향을 왼쪽 골목으로 틀어본다.

역시 일직선 상점가를 빼면 어디나 평범하게 사람들이 하는 풍경.

 

시간도 충분하고 다시 주택가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서 천천히 걸어간다.

마당이 조금 작아서 아쉽지만, 나무들이 아주 건강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집이 인상깊다.

아침마다 이 녀석들한테 물 뿌리면서 얼마나 컸나 한번씩 살펴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일 듯.

 

 

 

조금 걸어가다보니 수타소바점이 보이길래 이것도 인연이겠지 싶어서 들아가 본다.

관광지에서 좀 떨어진 곳이다 보니, 안에서 한국어가 들릴 일은 없을 것 같고.

 

아마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단련된 유명 소바집보다 맛있지는 않겠지만

일단 수타소바라고 광고를 하고, 맛의 레벨과는 별개로 지역민들이 찾는 식당이라는것도 나름 매력이 있으니

생각없이 걸어가던 내 눈앞에 이렇게 나타난 것만으로도 들어가볼 가치는 충분하다.

 

 

 

카운터를 포함해서 자리가 10개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식당.

원래 카운터에는 잘 앉지 않는 편인데, 뭔가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끌려가듯 앉게 된다.

이건 일본식 장기에서 쓰는 말의 모양인데, 카운터에 조각을 한게 아니라 홈을 파고 끼워넣은게 재미있다.

 

주인장이 장기를 좋아하나 싶었는데, 그다지 인상이 친근해 보이지 않는 주인장이라서 물어보진 못했다.

동네 가게라는 이미지에 딱 맞게, 어디서 일하고 온 듯한 아저씨들 서너 명이 모여서 주섬주섬 정치 이야기 중.

무뚝뚝한 주인장은 일단 인사는 잘 하는데, 뭐라고 더 말 걸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어쩐지 예상한 것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미소가 떠오르는 듯.

 

 

 

어제 마츠에에서 먹지 않고 일부러 남겨 둔 와리고 소바(割り子そば)를 주문한다.

도시락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저렇게 나뉘어 진 녀석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식당에서 지역 명물로 소개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한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먹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맛보다는 먹는 느낌이 중시되는 편이랄까. 본인 스타일과는 그닥 맞지 않는 명물이긴 하다.

 

그래도 담궈먹는 방식이 아니라 부어먹는 방식이라 다신 국물이 상당히 진한 맛이라는 건 특징이라 할 만하다.

어제 먹었던 야쿠모안이라는 가게는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양에 비해 좀 비싼 편이었는데

이곳은 일단 양이 많은 편이라서 그것만으로도 흡족한 기분이 든다.

배가 큰 사람들은, 일본에서 특히 맛만큼이나 양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듯. 먹어도 배가 차질 않으니.

 

물론 저렇게 3단계로 나눠서 나온 녀석이라고 해도, 예전 아르바이트하면서 먹은 양의 절반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소스의 향이 달아나지 않게 하려고 목 부분을 종이로 막아놓은 것도 괜찮은 배려.

 

수타소바라는, 고급스럽고 정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단어에 비하면 확 띄는 인상은 없는 편인데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이런 허름한 동네 가게도 일정 수준은 넘기는 듯 하다. 중상급 정도라고 하면 되려나.

 

다신 국물에다가 소바를 푸욱 담궈서 후루룩 흡입하는 본인 스타일 상

진하다고는 해도 저기다가 졸졸 부어서 먹는 방식은 약간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맛없지는 않으니 이쪽 명물 맛을 봤다는 쪽으로 만족하고 넘어가면 될 듯.

 

단지, 아르바이트 하면서 점심으로 소바를 마구 퍼먹던게 워낙 뇌리에 남아있어서

손님으로서 돈을 내고 소바를 먹으면 항상 양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손님에게 내 놓는 격식있는 모양새를 갖추지 않고, 그냥 커다란 라면그릇에다가 마구 퍼담아 먹었으니...

그렇게까지 입맛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원래 소바 그릇은 물이 밑으로 빠지도록 되어 있어서

라면그릇처럼 하단부에 면과 물이 닿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면이 정말 순식간에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공기와 함께 흡입해야 향기를 느끼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뭔가 미스터 초밥왕을 생각케 하는 이것저것 미묘한 포인트가 많은게 소바라는 음식이라

사실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냥 대충 먹는것하고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요리만화에 익숙해지면 자기가 뭔가 대단한 미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만화는 만화일 뿐.

 

너무 조용해서 소화가 잘 안될듯한 분위기였지만, 혼자 먹는데 익숙한 본인은 그냥 묵묵히 맛을 음미하고

맛있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주인장분은 내가 외국인이라는걸 알고 있는지, 그쪽에서도 조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는 외국인에게 익숙한 그런 가게가 아니라서, 아마 괴이한 몰골의 외국인 덩치가 들어와서 좀 긴장했겠지.

 

간식도 먹었고 식사도 마쳤고, 이제 먹는것에 대한 미련은 충분히 해소했으니 조금 전 지나친 개미공방에 구경이나 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한달쯤 전에 엄니 지인이 미꾸라지를 가득 선물해 주셨습니다.

자기 논에서 직접 잡은 귀한 오리지날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권해주셨는데요.

요즘 시중에 돌아다니는 건 99% 중국산이라서 확실히 귀한 녀석이 맞긴 한데...

 

잠깐 서늘해졌나 싶더니 다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시작되는 대구라서

과연 추어탕을 해 먹을수 있을것인가 한참 고민했지만, 더 묵혀둘수도 없어서 일단 시작해 봅니다.

 

 

 

일단 각종 야채를 살짝 데쳐서 깨끗하게 씻는 일에서부터.

그냥 한두끼 먹을 정도만 해버리면 그럴 걱정이 없지만

미꾸라지 양도 상당히 많고, 여러번 해먹기가 영 귀찮아서 한꺼번에 큰 한솥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후반부엔 야채들도 곤죽이 되어버린다는 슬픈 전설이 있긴 하죠.

 

 

 

살짝 데치기만 하는 것이니 물을 바꿀필요 없이 그냥 계속 씁니다.

지금 보이는 저 큰솥에 추어탕을 끓일 예정인데, 저거 크기가 어마어마하거든요.

 

아마도 4~5일간은 삼시세끼 추어탕만 먹게 될 듯. 중간에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어줘야 질리지 않겠군요.

 

 

 

일단 해감은 다 한녀석을 보내주셨으니 잘 씻어서 삶습니다.

만들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추어탕은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 녀석이라서

귀한 녀석 선물해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받아놓고도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지역별로 만드는 방식의 차이가 큰 음식이기도 하죠.

이쪽에서는 뼈째로 갈아서 넣는 방식인데, 다른 곳에서는 갈아넣지 않고 그냥 통째로 넣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만 왠지 통째로 국 속에 떠다니는 녀석을 보는 건 왠지 사양하고 싶습니다.

 

 

 

이 날도 35도까지 올라가고, 폭염경보 발령까지 나서 아주 쪄 죽습니다.

엄니와 저는 그냥 땀을 물처럼 쏟아내면서 열기 앞에 서 있죠.

 

미꾸라지 삶는 동안 삶의 활력을 위해서 복숭아 하나 깎아먹어줍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한테 엄니는 뭔 식당홍보 사진 찍냐고 하시는군요.

 

 

 

재료도 대강 다 삶았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고역이었는데, 옛날엔 마늘 빻듯이 열심히 손으로 갈아버렸기 때문에

먹다가 잔뼈 안걸리게 하려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심히 갈아야 했으니까 말이죠.

 

엄니께서는 그거 힘들어서 추어탕 만들기 싫다고 하시니...

물론 요즘에야 제가 하겠습니다만,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그짓 하고 있으면 이건 뭐 극기훈련이 따로 없죠.

 

 

 

그래서 문명의 이기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믹서기가 아주 작아서 여러번 나눠서 갈아야 하지만, 손으로 빻는것보다는 훨씬 편하겠죠.

물을 약간 넣어서 갈면 더 잘 갈린다고 합니다.

 

왠지 저런 모양의 투명 컵에 넣어놓으니 음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좀 그로테스크하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 갈려서 다행입니다.

잔뼈 나오지 않게 멈췄다 돌렸다를 반복하면서 꼼꼼하게 갈아버립니다.

잘 삶은 녀석들이라 순식간에 죽이 되어 버리는군요.

 

 

그래도 꺼진 불 다시보자고, 체에 걸러서 남아있다 싶은 것들을 다음에 다시 넣어 갈아버립니다.

이걸 예전엔 전부 손으로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런지...

 

한때는 뼈를 발라버리고 속살만 넣기도 했는데, 건강 생각하는 엄니께서 칼슘덩어리 뼈를 버리는건 아까워 하시더군요.

어쨌든 예전보다는 편해졌지만 그래도 이 더위에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샤워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미꾸라지를 다 갈아버리고 본격적으로 끓여내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추어탕에 꼭 필요한 다진 양념도 만듭니다. 추어탕 맛이나 냄새나,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이라

잡내를 없애줄 여러가지 양념이 꼭 필요하죠. 고추나 후추나 초피가루나...

 

여담으로 초피가루를 엄니께서는 제피가루라고 하시더군요. 사투리인 듯.

 

 

 

이제 신나게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추어탕은 진득하게 오래 끓여내야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끓었다고 바로 먹을 수는 없죠. 최소 2시간 정도는 계속 끓여내야 겨우 첫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

 

엄니께서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허기진다고 하십니다. 엄밀히 말자하면 전해질 불균형 때문에

식은땀이 나는 현상입니다만, 아무튼 추어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기엔 배가 너무 허하군요.

 

 

 

그래서 추어탕은 끓게 놔두고 대충 남아있는 반찬 후다닥 긁어모아서 밥 먹습니다.

저는 며칠전 순두부집에서 무료로 가져가라고 놔둔 비지로 만든 비지찌게를 먹었죠.

두부보다 비지를 좋아하는 타입인데, 시골에서 직접 만든 비지보다 영 맛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비지란 녀석이 워낙 빨리 상하고, 두부를 직접 만들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귀찮은 녀석이라서

요즘 좀처럼 제대로 된 비지를 접하기가 힘드네요.

시골의 작은할머니가 많이 만들어 주셨는데,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힘들고... 아파트에서 두부를 만들수도 없고.

 

 

 

결국 추어탕은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한그릇 할 수 있었습니다.

조미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오리지날 추어탕이로군요.

 

식당의 추어탕과는 맛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미꾸라지 특유의 씁쓸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감칠맛 넘치는 가게 추어탕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아마 이건 맛없다고 못 먹을 사람도 있을 듯.

 

하지만 미꾸라지를 쏟아 부어서 만든 탕이 이 정도인데, 가게에서 조미료 없이 그 맛 내려면 한그릇에 15000원 이상은 족히 나가죠.

뭐라 말하기 힘든 묘한 맛이 추어탕의 특징입니다. 조미료를 넣으면 그런 조합된 맛이 싹 사라져 버리니 영 어색합니다.

후추 치고 초피가루 치고 다진 고추 넣고 밥 말아서 먹어주니, 지방 제로에 단백질 든든한 보양식이로군요.

 

8시라도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라, 땀 줄줄 흘려가며 극기훈련하듯이 먹어치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그릇 비우는 건 일도 아니고, 이게 소화가 워낙 잘되서, 몇시간만 지나면 배가 허전해지죠.

그래서 밤 12시쯤 한그릇 더 비웠습니다. 이 날은 잠을 잘만한 날이 아니어서... 엄니께서는 기쁘지만 많이 속상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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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형수님 출산일이 얼마 안남아서 가족 전부가 한번 들렀습니다.

처음 몇개월동안은 정말 변화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좀 무서울 정도로 빵빵하시더군요.

애는 건강하게 잘 크는데 형수님 체중이 늘질 않아서, 애가 움직이는게 밖에서도 보입니다.

 

예전에 본 프로메테우스 생각이 나서 살짝 섬찟하기도 했지만, 그건 제가 출산경험이 없어서겠죠.

 

암튼 엄니 생신날 근처에 올라간 터라, 조촐하지만 맛있는 케이크도 먹었습니다.

굉장히 맛있었지만 케이크 전체가 저 오레오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말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자랑할 듯.

 

엄니 생신이라고 해서 촛불을 팍팍 박아버리는건 엄니가 싫어하실것 같다고 형수님이 그냥 한개만 준비하셨습니다.

이런 센스가 세상 살아가는데는 꼭 필요하죠.

 

서울서는 여의도 근처의 꽤 괜찮은 고기집에 가서 고기도 먹고 그랬습니다만, 사진 찍은게 없으니 이 정도로...

 

 

 

며칠 지나서 대구에 이모가족이 찾아왔습니다. 여러가지 볼일이 있는데 겸사겸사.

미국 유학중인 사촌동생도 한국에 돌아왔기 때문에, 더운날 원기보충이라도 하자고 하시네요.

 

며칠 전 포스팅에 소개했던 해수전복에 가고싶다고 하셨는데, 공교롭게도 저희 가족은 거기서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것과는 좀 다른 의미의 보양식을 하는 곳으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깔끔한 음식을 자랑하는 곳이죠.

 

그 집에서 가장 고급요리진 용궁약탕은, 미리 예약해서 주문해놔야지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가장 큰 특대사이즈가 20만원 (부가세 별도인듯) 인데, 소고기 뜯는것에 비하면 양도 많고 값도 싼 편이네요.

6명이서 먹어도 배가 상당히 부를 정도로 양이 많으니 어찌보면 그렇게까지 비싼 건 아닐수도 있겠습니다.

 

요리 자체는 간단한데, 한방 육수에 온갖 해산물이란 해산물을 다 집어넣고, 오리 한마리 넣어서 푹 고아만든 탕입니다.

 

 

 

간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소금 살짝 쳐서 먹습니다.

여름이라고 해서 이렇게 보양식을 자주 먹은 적은 없는데, 올해 대구가 정말 몸에 이상생길정도로 찌는 날씨라서

이렇게 먹어줘도 영양과잉은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엄니께서는 굉장히 기력이 떨어지시는것 같아서 좋은거 많이 드셔야 할 듯.

 

작은 접시에 종업원분이 계속해서 탕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얼핏 양이 적어보여도 이걸 세 접시 이상은 먹습니다.

처음에는 전복, 낙지, 새우, 조개 등 해산물 중심으로 퍼 주시네요.

 

 

 

두 번째 그릇부터는 오리고리를 중심으로 퍼 주십니다. 오리고기는 뼈도 다 발라서 건네주시니 먹기가 편합니다.

이렇게 잡탕식으로 끓여내니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기는 좀 힘들어도

조미료 없이 이 녀석들만으로 우려낸 육수가 꽤나 묵직한 맛이라 마음에 듭니다.

 

순수하게 음식의 레벨로 보자면 해수전복의 전복찜이 더 고급인듯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식성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잘 맞겠더군요.

특대사이즈는 5인분이라고 적혀있지만, 6명이서 먹어도 충분히 배부를 만큼 양이 많습니다.

 

 

 

재료가 대강 없어지면 육수에다가 잡곡밥을 넣어서 죽까지 만들어 주거든요.

엄니를 비롯한 여성쪽에서는 이 죽까지 먹기가 힘들 정도로 배가 든든합니다.

 

음식 남기는건 용납 못하는 성격이라서 어쨌든 싹싹 긁어먹으려고 제가 몇 그릇이나 더 먹고 먹고 했네요.

제 배둘레가 늘어난다고 해도 어쨌든 음식을 남길수는 없어서...

 

좀 전에 남겨놓았던 오리고기와 해산물 몇점을 죽에 넣어서 같이 먹으니 씹는맛이 있어서 좋습니다.

 

 

 

신나게 먹고 집으로 와서 차를 마시고 잡담시간을 가집니다.

한창 올림픽 중이라서 차 마시다가 거실로 나와서 경기 보다가 하는군요.

대학 1학년인 사촌동생은 어릴적부터 미국서 혼자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립심도 강하고 든든(?)합니다.

 

대학 들어가서는 조정부에도 들어가서 열심히 연습중이고, 성적도 거의 학교 1등에 가까워서 만능의 파워를 자랑하는군요.

영어를 활용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공부할 목표로 삼고 있는 아버지께서

네이티브가 왔다고 평소 궁금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물어봅니다. 저희 가족이 그 모습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지만...

천상 조선시대 양반처럼 평생 방안에서 책이나 훑는 인생이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는 아버지다 보니

그걸 옆에서 평생 봐 오는 가족의 기분은... 뭐 대충 아실분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기념으로 이모가족 전부가 이번에 나온 갤럭시 S3 를 구입했더군요.

칩만 바꾸면 미국에서도 사용가능하니 문제없는 듯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란 참 놀랍네요.

 

하지만 이모는 저희 엄니와 마찬가지로 이제껏 전화만 되는 폰을 사용해 온 터라서

맛폰이란게 뭐에 쓰는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합니다. 슬쩍 보니 아예 새로 설치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네요.

 

그럴때는 일단 고스톱 깔아드리고 보라는 진리가 생각나서 무료 버전이라도 설치를 했습니다.

애초에 이모는 고스톱도 거의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이것 역시 낯설어 하지만, 재미삼아서라도 활용을 해 보면 좋겠군요.

 

엄니께서는 S2를 사용하고 계신데, 더 커졌음에도 더 가벼워진 S3가 참 대단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결국 S3가 필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서 그냥 그렇네 하고 지나가 버리셨지만.

저도 한때 굉장한 하드웨어 매니아였는데 아무래도 스마트폰 세대는 아닌지, 갖고 있는 맛폰으로 최소한의 네트워크 활용만 하고

카카오톡도 한 달에 한두 줄 사용할 정도로 별 의미가 없는 스마트 라이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냥 기술발전이 놀랍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타입.

 

이제 드디어 대구도 폭염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네요. 참 굉장한 나날이었습니다.

제 인생중 이렇게 보양식을 많이 먹은 여름은 처음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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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엄니 생신이었습니다.

엄니께서는 전반부(점심)엔 친구분들과 식사 한끼 하시고

후반부(저녁)에는 가족끼리 한끼 하기로 햇죠.

 

저보고 뭐 먹고싶은거 없냐고 하시는데, 엄니 드시고 싶은거 드시라고 의견 제출을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영양가 만점 전복요리였죠. 해수전복 본점이라고, 대구 시내에서 전복요리는 제일 잘하는 편에 드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요즘 영계, 해삼, 전복, 버섯, 낙지 등등을 푸욱 고아내는 소위 용궁탕, 영양탕 등의 음식점이 많아지는 편인 듯 한데

해수전복은 흐름에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충실한 전복요리를 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히 입맛 까다로운 부모님께서도 이곳만큼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으시는 것만 봐도.

 

물론 그만큼 가격은 무시무시하니, 자주 갈 수 있는곳은 아니죠.

그래도 엄니 생신이니 인정사정 볼것 없습니다. 일단 전복찜 부드러운 맛을 한접시 주문합니다.

 

 

 

전복찜은 부드러운 맛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저희 가족은 위에 부담가지 않는 부드러운 맛을 항상 선택하네요.

만드는 방식은 전가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엄니께서는 주문하면서 '전가복 주세요' 라고 하셨을 정도니.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맛은 꽤나 다릅니다. 이 가게는 어떤 요리에서도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과장없이 재료의 향을 살려주는군요.

그리고 전가복보다 해산물의 양이 적고 버섯종류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식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양파도 매우 많이 들어갑니다.

전 양파의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버섯과 양파의 대량 투입으로 그 특유의 단맛이 오히려 중후한 느낌을 약간 헤치는 경향이 있네요.

맛이 강하지 않아서 전복보다 레어아이템인 송이버섯의 향도 나름 살아있고, 즐기기엔 참 좋지만 맛 벨런스가 약간 아쉽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면에서는 훌륭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요리지만, 아무래도 양파가 너무 많이 들었군요.

하지만 요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따로 찍어먹을 간장이나 소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적당히 간이 들어있습니다.

 

 

 

 

소스 한방울 남김없이 전복찜을 싸그리 청소해 버린 후 전복곰탕을 주문합니다.

찜을 먹은 후 한 사람당 탕 한그릇씩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두 그릇을 주문합니다. 알아서 세그릇으로 변환해 주십니다.

 

탕이 나오기 전에는 식사류에 맞게 반찬도 새로 나오는데요,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도 모두 짜지 않고 정갈한 녀석들입니다.

 

해수전복은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만, 저희 가족은 본점만을 고집합니다. 이곳이 제일 정성들여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엄니께서는 다른곳의 해수전복은 이름만 같지 아예 다른 가게라고 말씀하실 정도니...

화학조미료가 몸에 나쁜건 아니지만, 평생 입에 대질 않다보니 조미료 맛에 굉장히 민감한 가족들이라서

반찬을 포함한 이곳 음식 전반에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챌 수 있군요.

 

왠지 모르겠지만 전복찜에 들어가는 낙지류만이 국산이 아니라고 적혀있는것 같던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것까지 맞추기는 힘이 드는 듯.

 

 

 

 

적당히 속을 든든하고 뜨끈뜨끈하게 해줄 만큼만 전복곰탕이 나옵니다.

전복 볶아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전복만으로는 육수를 우려낼만큼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방재를 포함해 다른 여러가지 것들을 사용해서 육수를 내고, 그 안에 전복을 몇 마리 넣는 방식이죠.

 

기름기도 적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크어~ 하는 추임세가 나오는 그런 시원묵직한 맛입니다.

이것도 간은 맞춰져 있어서 따로 소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취향에 맞춰서 파나 고추를 넣어 먹을 수 있습니다.

매콤 칼칼한 맛도 좋겠지만 전 위에 부담없는 구수한 맛이 좋으니 그냥 이대로 먹습니다. 밥은 그냥 거들 뿐이죠.

 

 

 

전복이 많이 들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리 크지는 않은 양식전복입니다.

하긴 여기에 제대로 된 자연산 전복을 이만큼 넣으면 가격은 수십만원을 돌파하지 않을 수 없으니.

 

백발백중까지는 아니지만, 저는 저 내장만 먹어봐도 이게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대강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기의 질감과 맛은 년수나 덩치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 같은 크기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뭘 먹고 자랐는지를 금새 알 수 있는 내장은 정말 맛이 다르더군요.

 

더워서 잠도 깊게 자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튼실한 영양식을 먹어주니 왠지 양기가 보충되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부모님이 워낙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편이라서 보양식이란게 의미가 없긴 하지만

요 근래 일주일 가까이는 정말 폭염에 지치고, 에어콘 바람에 지치고, 새벽에 계속 잠이 깨는 나날이 계속되던 터라서

이런 녀석 푸짐하게 먹어준 것은 도움이 된 듯한 기분이네요. 엄니께서는 만수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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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고슷고에 매실원액용 설탕포대를 사려고 갔을 때 닭다리도 사왔습니다.

여러가지 먹는 방법을 고려해 봤는데, 일단 절반은 이렇게 오븐구이로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간장찜닭 비스무리하게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간장찜닭 비스무리한 녀석은 제가 밖에 나간 사이 엄니께서 만들어 버리셔서 그대로 후다닥 먹어버리는 바람에 사진이 없네요.

그래서 건진 건 제가 만든 이 오븐구이의 흔적밖에...

 

 

 

몇번 만들어 먹다보니 이제 간 조절하는것도 대강 감잡았고, 문제없이 만들었는데

닭 자체의 품질이 그렇게 좋은게 아니라서 아쉬웠습니다. 대형마트 닭 레벨이 이렇게 떨어진건가요.

와인에 두 시간쯤 담궜다가 씻어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상온에서 녹인 버터를 주물주물 발라줍니다.

 

감자를 팬 밑에 두른 후 그 위에 닭을 올려놓으면 육즙이 고스란히 감자속에 들어가서 맛있어 지더군요.

오븐에서 적당히 굽다가 닭을 한번 뒤집어 주고 계속 구으면 손쉽게 완성입니다.

 

 

 

닭의 퀄리티가 그닥 좋지 않아서 그런지 오히려 감자가 더 맛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햇감자라서 사르르 녹는데, 버터맛나는 육즙까지 듬뿍 흡수했으니, 생크림 케익 먹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정작 닭다리는 조그만 녀석들 8조각 밖에 없어서, 아버지와 제가 3조각씩, 엄니 2조각으로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거 다 먹어도 되려나 싶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이건 뭐 간식거리밖에 안되는군요.

가족들 전부 배가 큰편이라서, 이렇게 감질맛나게 조금만 먹는 것도 참 특이한 케이스에 들어갑니다.

 

다음엔 그냥 큰 닭 한마리 사서 조각을 낸 후에 만들어 먹어야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듯.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똥배는 점점 늘어만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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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다기닭 :: 2012. 6. 21. 12:05 Food For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