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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10.01  히로시마 여행기 3편 - 쿠레, 관광이 아닌 여행 6
  2. 2009.09.30  히로시마 여행기 2편 - 쿠레, 야마토보다 궁금한 것 8
  3. 2009.09.29  히로시마 여행기 1편 - 난 이런 종족이다 8
  4. 2009.09.29  엽기사진일수도 있으니 주의 10
  5. 2009.09.24  히로시마 여행의 전리품 4
  6. 2009.09.19  서울역 앞의 공연 13
출발 전부터 어림잡아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히로시마는 '여행'이 가지는 새로운 것과의 조우에 따른 기쁨을 주는 것은 여느 지역과 동일하지만
그저 감탄하고 즐겁게 웃어 넘길수 없는 역사적 사실들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분비되는 그런 류의 여행은 되지 못했다.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좀 더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것도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니 딱히 문제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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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마토 박물관이라는 곳은 그런 껄끄러운 감정을 증폭시키는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태평양전쟁때 쓰였던 일본군의 무기들이 1:1 스케일로 전시되어 있으니.
크기문제로 야마토만은 1/10 스케일로 축소되었지만, 어지간한 것들은 1:1 스케일이라 그 현실감이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3미터가 넘는 폭약덩어리가 그 거대한 전함이라는 구조물을 바다로 가라앉혀 버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나마 실감이라도 덜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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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사람 한둘이 들어갈 정도의 좁고 기다란, 어뢰를 닮은 이 잠수정은
사실 어뢰가 맞긴 맞다. 단지 그 속에 폭약과 함께 사람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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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살 어뢰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지급했다는 자결용 단도.
과거 일본의 무사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에 대한 고결한 동경심이란 감정을 그럭저럭 이해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역으로 태평양전쟁이라는 무가치한 탐욕과 광기만으로 이루어진 어리석은 행위에서도 그 고결함이 악용되었다는 사실이
명분없는 힘에 힘없이 끌려다니며 자신을 숭고한 희생자라고 착각하던 당시의 수많은 일본인들을 애처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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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태평양전쟁당시 일본의 무기 대부분이 탑승자의 안전보다 전투능력의 효율성을 우선해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조종석에 방탄판조차 달지 않은 가녀린 종이쪼가리 전투기 제로기가 하늘의 맹수로 활약했던 전쟁 초기 6개월이란 시간은
에이스 파일럿들의 생명을 깎아가며 이루어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승리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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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가 너무 가벼워 선회능력은 압도적이었지만 무리한 가속시 기체가 부서져 버릴 정도의 약골이었던 제로기는
결국 탄탄한 장갑을 바탕으로 고속 급강하 일격후 탈출식 전술을 구사하는 후기 연합군 전투기들의 안전한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아마 에이스 파일럿들이 죽어가서 계기판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14~16세의 학도병을 자살폭격용 제로기에 태울 때도
파일럿의 생명보다는 응용 가능한 전술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군부의 괴물들은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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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전쟁에 인간 중심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리는 없고, 그건 정도의 차이일 뿐 일본이나 연합군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는 세계평화라는 허황된 미사여구로 수식된 연합군과 달리 대놓고 국민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한 마리의 거대한 야수였다.
제로센의 엔진은 기름이 아니라 일본인의 피를 원료로 사용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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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의 위용은 꽤나 흐뭇하게 관람하는 일본인들이 많았지만
이곳 전시관에서 그들의 표정에는 예전과 같은 미소와 여유가 없다.
그들은 안타까워 하는 것인가 부끄러워 하는 것인가.

연합군이나 일본군이나 전쟁에 참가한 족속들은 전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땅속 전범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자신과 함께 비난당할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면 결국 자신의 타락을 인정하는 패배한 쓰레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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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도 미소와 함께 V자를 그리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젊은 연인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쿨하다. 내가 동경하는 삶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그 정도로 병신이 되고 싶진 않네.
똑똑한 아나키스트라면 술자리의 안주거리만큼의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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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가 닫히고 물 속으로 들어간 자살 잠수정 안의 승무원들의 심정보다
지금 이 곳에서 그들의 옛 모습을 응시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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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라면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를 저기 태운 괴물들에 대한 분노로 불타오르겠지.

그런데 실상 나는 쥐새끼도, 28만원짜리 살인마도 처리하지 못하고 그저 울분만 터트릴 뿐.
아마 당시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처럼 그저 떠밀려 흘러다니는 무능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관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여행도 나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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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역에 도착해서 잠시 생각에 묶여 발걸음이 멈췄다.
히로시마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쿠레(吳)로 가기 전에
왜 도착 당일날 그곳을 둘러보기로 계획을 짠 건지에 대해.

사실 히로시마라는 지역은 일본 3대 절경중 하나라는 미야지마(宮島) 말고는 크게 볼것이 없는 그냥저냥한 관광지다.
세계 최초로 원폭에 의한 피해를 받은 무거운 역사가 이 도시를 관광지로 만들어 준 것이니까.
이 미야지마는 되도록이면 일요일에 가고 싶지 않았다는게 그때의 심정이었고.
최대한 체력을 회복한 후, 하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시간을 보내며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도 무리.
사실 돌아가는 항공편도 저녁 7시라서 크게 무리가 가진 않았지만 혹여 내 생각보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지도 모르는 곳이라 불안의 씨앗을 없애고자 했다.

그래서 미야지마는 둘째날로 정했고 쿠레는 첫날 아니면 마지막날이 되는데, 문제는 쿠레의 유일한 볼거리인 야마토 박물관이 화요일날(마지막날) 휴관이라는 사실.

고로 몸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첫째날에 쿠레를 가기로 한 것.

JR 선을 타고 쿠레에 도착하니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야마토 박물관과
어라? 옆의 거대한 잠수함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 저긴 뭐하는 곳일까 했지만 일단은 첫번째 목표인 야마토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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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박물관 앞에는 유럽에서나 볼 듯한 넵튠의 누드상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쿠레가 왜 이렇게 바다틱한 요소를 부각시키느냐 하면, 당연하지만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상징이었던 전함 야마토(大和)가 이곳에서 건조되었기 때문.
워낙 독특한 역사를 가진 전함이라 밀리터리 매니아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오락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가, 그걸 건조한 일본인에게 있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곳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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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의 대부분은 사실 이 모형 하나를 보기 위해 지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1/10 스케일로 재현된 전함 야마토가 처음부터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쯤에서 토막지식을 열거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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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배수량 7만2천톤급, 길이 263m, 시속 27노트(50km 가까운 속력), 18.1인치 3연장 주포로 무장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함이란 놈이다.

현존하는 대형급 전함인 미국의 아이오와호가 만재배수량 5만 8천톤인것을 생각하면 당시 일본의 거함거포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허상의 실체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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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아이오와호의 16인치 주포가 불을 뿜는 장면.
아이오와호의 주포는 그 사정거리가 짧은 대신 화력만으로는 현존 항공모함 함재기 전체의 70% 를 커버할 정도로 막강하다.

그렇다면 야마토의 18.1인치 주포의 위력이 어떠했겠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담으로, 워낙 반동이 강한 주포라 야마토 자체의 함교 유리창이 깨지고 선원이 부상을 입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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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진화된 집중방어구조형 장갑으로 사기급에 가까운 맷집을 보유하고 있었던 터라, 일본 내에서는 일본인의 정신(!), 불침함(!!) 등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방향없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그 자부심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 무참히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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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해상전투의 실권은 함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이렇게 거대한 연습용 타겟을 만들 나라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아이오와호가 야마토보다 작았던 것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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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이 바랬던 것 처럼 전함 대 전함으로 힘싸움하는 양상에서는 야마토를 상대할 수 있는 전함은 거의 없다.
밸런스상으로 역대 최고를 자랑하는 독일의 비스마르크 역시 야마토와 상대해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없다고 지금도 각국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피튀기는 혈전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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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기의 공격에 대응할만한 대공방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야마토는
그 거대한 위용과는 정반대로 출항 후 그 멋들어진 18.1인치 거포 한번 제대로 못 쏴보고
130여기의 전투기, 50기의 폭격기, 100기의 뇌격기가 쏟아내는 무수한 폭탄에 만신창이가 된다.
물론 워낙 거대한 선체와 집중방어형 장갑의 무식한 방어력으로 2천여 발의 폭탄을 몸으로 받아내고도 작전수행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은 건 참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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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개패듯 두들겨맞으면서도 침몰하지 않았던 맷집좋은 야마토.
20여발의 어뢰가 명중해서 한쪽으로 기울어버린 상태에서도 격침만은 되지 않고 버티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감동을 받을 것인가, 혀를 찰것인가.

결국 야마토를 침몰시킨건 폭격의 화재로 인한 탄약고의 폭발이었다.
6000미터 상공까지 치솟은 불길때문에 그간 한 기도 떨어지지 않았던 미 폭격기들이 격추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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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야마토의 잔해는 워낙 거대해서 아직도 인양되지 않은채 바다속에 잠들어 있다.
2800명의 승무원 중 생존자는 269명.

야마토라는 전함이 당시 일본의 바램을 이루어주지 못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 박물관에 들어서 있는 야마토에 대한 설명과 자료에는 그 어리숙함을 뛰어넘으려는 자긍심이 조금씩이나마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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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과거의 야마토에서 당시 일본의 조선기술을 상기하며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고
전황 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군부의 노리개로 전락한 국민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다.
더욱이 이곳은 히로시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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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자기 역사에 대한 가치 판단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해 이방인인 내가 지적할만한 말은 별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야마토라는 전함이 남긴 것이 진보된 기술에 대한 긍지라고 할지라도
그 속에 숨어있는 어리석음과 비참함을 애써 도외시하지는 말았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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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전함 야마토'는 역시 그런 치부를 조금이나마 덮고 싶었던 일본인들의 바램을 나타낸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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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마토 박물관에 모인 일본인들의 머리 속에는 과연 어떤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는 걸까.
야마토에 대해서는 이미 알만큼 알고 있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것.

특히 다음의 전시품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궁금했다.
그것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보편적 사상을 시험하는 무기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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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4시쯤 집을 나섰다.
등에 맨 베낭에는 옷 한두 벌 밖에 안들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와 렌즈 2개가 든 숄더백이 훨씬 묵직하다.
히로시마행 비행기의 출항 시간은 7시 35분. 공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는 4시 50분에 도착하는데 생각보다 택시가 빨리 잡히는 바람에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들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장장 30분동안 얼싸안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년 자전거 여행 이후로 1년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수백 번은 지나간 익숙한 일상의 거리 속에 앉아있어도 역시 기분은 남다르다.
반팔로 버티기 힘든 싸늘한 새벽 바람 속에 혼자 느끼는 고독이 흥분과 기대로 변하는 감정.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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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広島) 공항엔 9시에 도착했는데, 히로시마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 대기소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대부분 나처럼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려는 한국인 관광객들인듯 한데, 그 앞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심히 설명중이었다.

일본은 9월 20일부터 골든위크라 전부 어디론가 떠나려고 정신없는 상황이다.
히로시마 시내쪽 교통이 워낙 밀려서 오늘은 아예 리무진 버스 운행이 불가능하니 버스를 타고 시라이치(白市)역까지 간 후, 거기서 히로시마역까지 가는 전철로 갈아타라는 이야기.

근데 그걸 다 일본어로 설명하니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알아들을리가 있나?
일본어를 알아듣는 몇몇 사람은 알아서 슬그머니 빠져나갔지만,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냥 모르뚱구 모르뚱구 대기소 앞에 서 있는 실정이다.
어쩌겠나. 그냥 옆에 슬쩍 가서 이러저러 설명해주고 티켓 판매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티켓 판매기에도 사람이 밀려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티켓 발매기에는 사실 영어 표시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을 차분히 먹으면 쉽게 발권할 수 있지만 그 때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
플랜을 착실히 짜왔을 터인 관광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는 원래 할 수 있는 일도 잘 못하는 법.
덕분에 티켓 판매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 몇몇에게 요렇게 요렇게 누르면 된다고 표 몇장 뽑아주고 내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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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치역은 히로시마공항에서 버스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조그만 역이다. 일본 내 상당수의 지역이 그렇듯 정말 작고 아담한 농촌 간이역이라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리 리무진 버스 결행 소식을 접한 역무원이 앞에 나와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손수 티켓도 끊어주고 하면서 애를 쓰고 있다.
조금만 안내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긴 하지만, 어느 방향이 히로시마쪽인지 헷갈려서 당황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바람에 상황은 자동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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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현은 11월에 단풍이 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직 여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햇볕 쨍쨍한건 여행에 도움이 되니 나로서는 반가울 따름.
작년 자전거 여행때는 근 1달 가까이 비만 맞아가며 페달을 밞았던 터라 여행자에게 비가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가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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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비를 아주 조금만 갖고 온 터라, 경비 지출의 최대 원흉인 교통비를 줄여보고자 리무진 버스 왕복 할인권을 끊으려 했던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편도 1300엔, 왕복 2360엔)
뭐, 이렇게 갈아타면 시간은 좀 더 걸려도 오히려 가격이 싸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지만.

느긋하게 수동렌즈의 촛점을 맞추면서 전철이 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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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전철을 타는 아이는 어디로 가는 걸까.
전철 안은 관광객들뿐 아니라 현지인들로 인해 꽤나 혼잡한 상태였다.
나에겐 여전히 어색하고 신기한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 가정교사로 보이는 덥수룩한 뚱땡이 남자와 지망교 이야기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는 찾아오는 관광객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이제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전혀 어색해하는 기색이 없다.

하지만 가끔씩 귓속말로 자기네들끼리 외국 관광객에 대해 수근거리는건 좀 참아주길.
이제 일본어 알아먹는 사람도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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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경고했으니 비위 약하신 분들이나, 전복 싫어하시는 분들은 넘어가 주세요.

작년에 이어 형수님 부모님께서 포항서 직접 공수해온 싱싱한 전복을 추석선물로 주셨습니다.
아마 Food 포스팅 찾아보시면 작년 전복도 나와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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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엔 카메라도 다른 녀석이고, 렌즈가 간이접사 가능한 녀석이라 최대한 들이대 봤습니다.
전복을 들이대니 호러영화가 만들어지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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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들이 아직 살아서 싱싱하게 꿈틀대고 있으니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역시 사람은 잔인하구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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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은 녀석인지 둘이 붙어서 제 팔힘으로도 도저히 떨어지질 않더군요.
나중에 물 속에 넣어놓으니 슬그머니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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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이렇게 생긴 녀석을 맛있고 귀하다고 난리치는게 참... ㅡㅡ;
애초에 해삼이나 전복이나 이걸 먹을 생각을 한 인류가 참 놀랍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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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전복들은 산 채로 뼈와 살이 분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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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토막토막이 나서 제 위장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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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부터 떼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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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작업 들어갑니다.
워낙 싱싱한 놈이라서 내장도 날 걸로 먹을 수 있네요. 대신 X 색깔이 아주 놀랍게 변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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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튼실하고 싱싱한 전복이었습니다.
형님이 결혼해서 저한테 이런 콩고물이 떨어진다니, 이것도 나름 괜찮군요.
왠지 굉장히 고어한 영화 한 편 찍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것도 떨쳐버리고 맛있는 시식시간을 가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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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사진들 보고 전복을 싫어하게 될 사람이 있을지도? ㅡㅡ;

아무튼 남은 전복을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게 먹었다는 소문이 날까 고민좀 해봐야겠습니다.
싱싱한건 회로 먹는게 제일이긴 한데, 매번 회로만 먹으니 이제 좀 레시피를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죽은 질리도록 먹었으니 좀 더 새로운 놈으로... (라면에 넣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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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히로시마 도착이 아침 9시, 히로시마 출발이 저녁 7시 30분이라
3일 꼬박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알찬 내용이었다고 생각.
지참금도 1만엔 남짓 조금만 가지고 갔기 때문에 땡전한푼 안남기고 달달 써버렸네요.

이번 여행의 유일한 전리품은 언제나처럼 책. 원서를 이곳에서 주문하면 우송비에 수수료에 비싼 탓에.
일본에는 갈 때마다 항상 사고 싶었던 원서를 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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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한국에도 나오겠지만 예전판의 번역이 조금 마음에 안들었던 고로
(동연령끼리의 존대어나, 오사카 사투리 등을 무시해버린 건 마음에 안드네요. 번역은 역시 힘든 일입니다)
한국판이 나오면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구입해온 4컷만화의 전설 '아즈망가 대왕'입니다.

같은 내용을 새로 그린 그림도 많고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요츠바틱해졌네요 ^^;)
완전히 새로운 내용도 꽤나 넣어놨기 때문에 예전판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재구입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예전 그림체에 비해 지금 그림체가 조금 위화감이 있을수도 있으니 예전판 역시 버릴 필요도 없을것 같네요.

히로시마 사진은 천천히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사하라 사진도 올려야 되고... 작년 자전거 여행도 올려야 되는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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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공연인지, 지난주도 그렇고 이번주에도 남미 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열심히 공연을 하고 계시더군요.
관계자분께 허락받고 카메라 셔터 눌렀습니다.
지난주엔 안데스 지역에서 오신 분이 전통 악기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음악인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테마곡을 연주하시길래
무심결에 앨범을 구입해 버렸죠. 이 영화음악의 리메이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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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듣지는 못했지만 지난번 공여하시던 분에 비해 좀 더 경쾌하고 열정적인 음악을 선보이셨습니다.
이분 앨범도 구입하고는 싶었지만 여행경비 조달때문에 빠듯한 실정이라 눈물을 머금고...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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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공연 많이 열리는건 좋지만
한국 인디밴드들도 이렇게 노상에서 쉽게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네요.
도쿄의 신쥬쿠 공원에서 휴일마다 벌어지는 인디들의 열정 넘치는 공연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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