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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열리는 나무'에 해당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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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11.16  고양이로 센서대결 - NEX C3 10
  3. 2011.08.03  그냥저냥 고나사진 20
  4. 2011.07.26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 탐방 2부 27
  5. 2011.07.24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 탐방 1부 12
  6. 2010.04.07  고양이의 잠자는 모습에서 철학을 읽다 8

 

 

이것도 한달은 넘은 사진인데, 일단 순서대로 올리고 있으니 이걸로...

블로거 체님이 대구 사진 비엔날레 입장권을 선물로 주셔서 동생분하고 보러 갔습니다.

사진 비엔날레는 3곳에서 동시에 개최가 되는데, 카메라 들고 가서 사진 담은건 이 봉산문화회관밖에 없었네요.

 

애초에 여기 들렀다가 고양이 까페 가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왔으니까요.

 

봉산문화회관쪽 전시는, 각국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젊은 작가는 둘째치고 확실히 아마추어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어딜봐도 사진학과 졸업하는 학생들이라는게 느껴지는 한국쪽 전시품들은, 그냥 졸업작품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듯.

이곳은 원래 무료관람이니 딱 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봐서 해될것 없죠.

 

 

 

지난번 동생분의 NEX-C3 으로 촬영을 하고, 보정을 위해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갔던 터라

오늘은 동생분 만나서 메모리카드 돌려주고, 다시 고양이까페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까페는 오후가 되어야 문을 열기때문에 그 전에 사진 비엔날레도 좀 둘러보고 한 거죠.

 

 

 

자꾸 고양이 사진이 안나오고 왠 쓰잘데기 없는것만 나오느냐 할 텐데

어쨌든 그날의 궤적이 이랬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비엔날레 보고 나서도 고양이까페 개장시간이 되질 않아

일단 점심이나 먹자고 해물 철판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가볍게 먹을만 했네요.

 

세사람이서 왔다면 철판에 볶음밥도 해먹을만 하겠는데 말이죠.

 

 

 

느긋하게 밥을 먹고 개장시간에 맞춰서 까페로 왔지만

코리안 타임이란게 적용되어서,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밖에서 새끼냥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새끼들은 사람 손에 너무 시달릴 것 같으니, 손님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도 잘 놀더군요. 이 녀석이 제일 활발했습니다. 공 하나 넣어주면 광란의 드리블을 보여주네요.

 

 

 

20분쯤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직원분이 죄송하다며 고양이 간식을 한봉지씩 주셨습니다.

원래는 돈내고 사서 먹여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 돈주고 간식사서 다시 이곳 냥이들한테 준다는 이 모순은...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손님은 없습니다. 동생분하고 둘이서 그나마 햇살이 좀 비치는 곳에 앉아 멍하니 고양이 구경이나 합니다.

지난번엔 NEX-C3 로 촬영해봤으니, 이번엔 a900 으로 한번 찍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렌즈가 50mm 수동렌즈라서 쉽지 않네요.

 

뷰파인더가 아무리 광활해도 수동렌즈의 촛점을 정확하게 맞추는건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어두울수록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까페에서 수동렌즈 사용하는건 좋은 연습이 됩니다.

 

 

 

C3 와 가장 쉽게 구별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역시 심도일까요.

번들 줌렌즈를 사용한 C3 는, 센서도 APS-C 크기에다가 조리개값이 5.6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구박이는 APS-C 보다 면적이 1.5배 크고 단렌즈 조리개값이 F1.4 이니 심도는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면 되겠네요.

 

심도가 얕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만약 심도가 아주 깊은 똑딱이로 위 사진을 찍었다면

뒤에 있는 고양이도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착시사진이 나왔겠죠.

 

 

 

C3 에 비해 떨어지는 고감도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개방해서 촬영합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심도확보에 불리한 FF 센서라서, 고양이 면적만큼의 심도도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구박이는 감도 800만 올려도 DR 이나 색밸런스가 아슬아슬해서, C3 으로 촬영할때보다 더 편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C3 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빛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곳에서의 표현력이랄까요.

일단 충분한 광량만 확보되면 DR, 계조, 컬러 등등 모든 면에서 C3 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JPG 로 찍으면 유리창 뒤의 모습이 전부 새하얗게 나오는데, RAW 보정으로 이만큼이나 살아나죠.

니콘의 플래그쉽 D3 도 써보고 하면서도, 4년간 결국 이녀석을 계속 갖고 온 이유도 오직 주광화질이 최고라는 점 때문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C3 이나 a900 이나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실외 태양광은 잘 들어맞는데, 실내에서는 좀 오락가락하더군요.

전 RAW 촬영을 하니 아주 기본적인 색온도만 좀 맞춰주면 나머지는 그냥 후에 보정합니다.

 

몇몇 고양이들은 아주 네가지가 없는게, 손에 간식이 있을때만 번개같이 튀어와서 간식 달라고 보채고

간식 없다는거 확인하면 쓰다듬을 틈도 주지않고 바로 떠나버리는 간사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몇번 그러다가 열반은 저와 동생분은, 그 머리돌리는 녀석한테는 더이상 간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먹고나서도 한동안 주위를 돌면서 제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한테만 간식을 줬죠.

냥이들도 영업하는 이상 상도덕과 양심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담으로 돌리면 무섭지만.

 

 

 

이 친구는 이곳 까페에서 가장 덩치가 큽니다. 거의 개 수준으로 거대하더군요.

그런데 생긴 것 치고는 아주 순해서, 알아서 슬금슬금 걸어와서 만져달라고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직원분이 이 녀석 보더니 '남자를 아주 좋아해요. 엄청 순해요' 라고 설명해 주시네요.

전 농담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정말로 동생분이 아니라 제 쪽으로만 접근하는게 보입니다. 수컷인데?

 

 

 

 

저 위의 흰고양이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이 녀석의 덩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직하게 움직이면서도 놀아달라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보통 귀여운게 아니군요.

잘못 만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새끼냥이와 달리 이 녀석은 신나게 귀여워해줘도 다칠것 같지 않네요.

 

러시안 블루를 좋아하지만, 이런 덩치녀석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세삼 깨닫습니다.

 

 

 

결국은 제가 사진 촬영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제 가방을 배게삼아 퍼질러 버렸습니다.

가방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저 녀석 덩치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순해서 귀여운 녀석이죠.

특히 파란 눈동자를 계속 보고있으면 빨려들어갈듯한 느낌입니다.

 

구박이 센서는 여전히 주광하에서 최상급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점이 있다면

RED 계열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정도일까요.

RED 계열 채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약간 오렌지색 + 핑크색이 섞인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진짜 붉은색은 디지털 센서가 표현하기 힘든 분야이긴 합니다. 워낙 채도가 높아서 조금만 잘못하면 색포화가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소니는 그 색포화를 어떻게 해보기 위해 아예 색을 좀 틀어버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은데

그 부분만큼은 4년간 쓰면서 항상 조금씩 아쉽더군요. 코닥이나 펜탁스의 센서는 색을 잘 표현합니다.

 

 

 

그 후에도 저 거대 고양이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택을 받으면서 까페를 즐겼습니다.

동생분이 학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진 못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떠날때쯤에 냥이들이 무릎에 올라와서 잠을 청하는 탓에 고생 좀 했습니다.

몇시간을 들고 뛰던 새끼들은 한두 마리가 자기 시작하니까 전염이라도 된 듯 일시에 기절을 해 버리는군요.

 

우리 조카도 저렇게 놀다가 픽 쓰러져서 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녀석 형님을 빼다박아서 그런지, 안아주지 않으면 절대로 자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어댑니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누운 상태에서 바로 잠이 든 적이 없을겁니다.

빨리 나이좀 먹고 혼자서 잘 만해야 형수님도 편할텐데 싶네요. 냥이들 모습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구박이는 제가 워낙 오랫동안 사용하던 녀석이라 딱히 말할게 없습니다.

역시 주광에서의 성능은 최고라는 느낌이죠. 지금 위의 사진들중, 실내쪽 사진과 창가쪽 사진의 퀄리티 차이도 심하게 납니다.

그럼 4년만의 후속모델인 a99 의 사진 퀄리티는 어떻게 나올런지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사실 a99 는 서울에서 체류중에 구입한 녀석이라서 이곳과는 다른 고양이까페에서 촬영했으니

객관적 비교라는건 완전히 물건너 갔습니다만,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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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도한 건 아닙니다만, 어쩌다보니 동생분(?)이 갖고 있던 미러리스 카메라 NEX-C3과

좀 전까지 제가 사용하던 a900, 그리고 따끈따끈한 a99 로 각각 한번씩 고양이까페 출사를 가게 되었네요.

 

이건 10월에 찍은 녀석입니다만, 아기 기르느라(?) 업로드할 시간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여러 카메라로 사진을 담아봤으니, 가볍게 센서 성능이나 테스트해 볼겸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음엔 a900 의 고양이 사진, 그 다음엔 a99 고양이 사진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대구의 고양이까페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에서 찍었는데요, 리뉴얼을 해서 예전보다는 찍을만한 환경이 되었더군요.

 

 

 

하지만 해가 진 어두운 까페였기 때문에, 센서의 고감도 성능을 테스트할만한 여건이었습니다.

NEX-C3 은 동생분 카메라인데, 제가 당시 구박이를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허락을 얻어 촬영해 봤네요.

 

감도 3200 으로 담은 녀석들입니다. 구박이는 용을 써도 1600 이상은 사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미러리스 초기 센서인 C3 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담아봤습니다.

 

이제는 뭐 연례행사나 마찬가지인데, 제가 고양이까페 가면 냥이들이 이상하게 제 가방에 관심을 많이 보이네요.

동생분 여행 선물 꺼낸다고 열었더니만 불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제가 집어넣은 거 아닙니다.

 

 

 

NEX-C3 는 미러리스중에서도 가장 초기형 센서를 사용하는 녀석이라서

현세대 미러리스의 센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한 성능이긴 합니다만

RAW 파일로 보정하니 그래도 찍을만한 사진을 건져주는군요.

 

단지, 이 정도 고감도에서는 역시 색밸런스도 무너지고 DR도 좁아지기 때문에

RAW 보정 말고는 조금 힘든 감이 있습니다. AF는 소니 기종들이 원래 그리 좋지 않아서 그런갑다 합니다만.

 

 

 

렌즈도 구형 번들이라서 편의성때문에 사용하지 화질을 생각할 만한 녀석은 아니죠.

구박이는 고감도 성능이 엉망이지만, 갖고 있는 단렌즈들이 그래도 한 성능 하는 녀석들이라서

꽤나 언벨런스한 비교가 될것 같습니다. 어쨌든 고양이가 가만 있어주면 담기는 편하네요.

 

미러리스를 처음 빌려서 사용해 보니 넓직한 LCD로 구도잡기 편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구도로 촬영하려면 거의 카메라를 제 복부에다 갖다대고 찍어야 하는데

구박이같은 뷰파인더 촬영 기기로는 항상 무릎을 꿇어야 하는 위치죠. 미러리스는 그냥 편안히 촬영가능합니다.

 

조그만 미러리스인데도 냥이는 관심이 많은 듯 빤히 쳐다보더군요. 구박이는 워낙 거대하고 시커매서 놀라는것도 이해가 되지만.

 

 

 

9월에 마츠에(松江) 갔을때 'ANTWORK GALLERY'에서 구입한 고양이 오똑이입니다.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볍도 질감이 좋더군요.

12지를 비롯해 다양한 오똑이들이 있었는데, 동생분도 고양이를 좋아하니 일단 이녀석으로 구해왔습니다.

이게 참 귀엽고 장식하기 좋아서, 다음에 마츠에 갈때는 좀 더 많이 사와서 선물로 써먹어 볼까 생각중이네요.

 

C3 센서는 농담으로라도 요즘 미러리스에 비해서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성능이라

이 정도 어두운 곳에서 감도 3200 으로 촬영하면 색이 뒤틀리는걸 막을 수 없습니다.

물빠진 느낌도 들고 해서, 보정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왠지 유통기한 지난 필름같은 느낌이 나는군요.

 

 

 

대신 가볍고 구도 변경이 용이한 미러리스의 장점을 살려서

촛점만 맞는다면 원하는대로 금방금방 결과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미러리스 렌즈들은 대체로 최단거리도 짧아서, 원하는대로 들이대도 잘 찍히더군요.

 

눈높이까지 내려가서 살살 담으니 냥이가 더욱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네요.

 

 

 

APS-C 규격의 센서를 사용하는것도 오랜만인데

수치상으로 표시되는 화각에 비해 확실히 감각이 다르다는 점을 빼면 촬영에 큰 문제는 없군요.

심도는 어차피 그렇게 얕은걸 좋아하지 않으니, FF 센서보다 저렴한 APS-C 쪽도 괜찮겠지만

필름판형에 워낙 익숙해져 있어서 막상 제가 구입해서 사용해 보니 결과물이 왠지 어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어차피 익숙해지면 어떤 판형이든 문제없겠지만, 이왕 익숙해진 거 그냥 FF 계속 사용하자는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도 가난하지만, FF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뱅이가 되면 그냥 APS-C 쪽으로 전향할지도 모르겠네요.

 

 

 

구박이는 감도를 더 올릴수가 없어서, 이 정도 밝기에서 움직이는 냥이를 담기는 힘든데

NEX-C3은 감도가 아니라 렌즈 조리개값과 AF 성능 때문에 움직이는 냥이를 담기가 힘듭니다.

 

동체추적은 기대도 하지 않지만, 컨트라스트 AF만으로 냥이를 담기에는 성능이 많이 부족하죠.

미러리스중 최상급의 AF 속도를 보이는 파나소닉 정도가 아니면 힘들듯 하네요.

어차피 이 시간대엔 그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녀석들도 없어서, 전체적으로 느긋한 사진이 나옵니다.

 

 

 

색 밸런스가 무너지고, 노이즈 많고 하면 역시 흑백변환이 좋은 대안이죠.

전체적으로 어두운 까페 안에서 밝은 털색을 가진 냥이들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고양이까페 애들이 그렇듯 사람에게 별로 살갑지 않은데

쓰다듬으려 하면 귀찮은듯 도망가지만 카메라 살짝 들이대는 것 정도는 관대히 봐주시는군요.

 

C3 이 출시될때의 번들렌즈는, 최상의 화질을 갖는 조리개값이라도

구박이같은 FF 카메라에 사용되는 렌즈들의 최저 화질과 엇비슷할 정도라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하긴, 렌즈 하나가 C3 몇대 가격에, 렌즈 크기만 바디보다 훨씬 크니 화질차이가 안난다면 사기겠죠.

 

하지만 써보고 나니, 왜 미러리스가 인기있는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감성은 없어도 이렇게 가볍고 편리하게 사진을 척척 찍어낼 수 있다는 건 놀랍더군요.

감성에 호소하는 시장이 그런 편이듯, 카메라라는 개념도 역사에 비해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데

미러리스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다는 느낌입니다. 좋던 실던 이제 SLR 이라는 구조는 낡은 유물이니까요.

 

 

 

세계 최고의 명성을 날리던 라이카 정도가 그나마 아직도 감성장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10년 이내로 SLR 시스템 역시 과거 RF 처럼 매니아들만 찾는 유물로 변해갈것 같습니다.

AF 속도와 동체추적, 다양한 렌즈군만 구비된다면 SLR 시스템을 사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SLR 시스템의 발전에 워낙 목을 맨 프레스 시장때문에 여전히 기술적인 격차는 큰 편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10년이라면 그 정도 격차는 극복하고도 남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장 미러리스로 카메라 시작한 분들은, 아무리 작은 DSLR이라도 너무 크고 무겁다며 난색을 표하니까 말이죠.

 

그건 그렇고, 검은 냥이녀석이 자꾸 밑의 저 냥이 등뒤에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쓰네요.

짝짓기 할 분위기는 아닌데, 그냥 장난인지 호감인지... 밑의 냥이는 계속 도망가는데 끝까지 따라가더군요.

 

 

 

RAW 파일의 보정범위가 JPG 에 비하면 막강하긴 해도

센서 자체의 한계를 넘을수는 없으니, 최대한 화이트밸런스 보정하고

DR을 넓힐때까지 넓혀서 나오는 결과물이 이 정도입니다.

 

원본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고감도와 렌즈 성능때문에 털쪽의 해상력이 많이 떨어지고

조금 과하게 노출을 보정하면 화이트홀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이 정도가 적당하네요.

암부쪽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정하면 색이 뒤틀리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 밝기에서 이 정도 감도로 촬영한 결과물이 이렇다는 건

디지털 센서의 발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건 이미 구형 센서인데도 말이죠.

 

 

 

한동안 촬영하고 슬슬 자리를 뜰까 생각하면

고양이들이 마음을 읽는지, 여지껏 도망치다가도 갑자기 무릎위에 올라와서 잠을 청하더군요.

 

영업 참 잘하는 녀석들입니다.

 

구박이로 뷰파인더 보며 촬영하려면 이 구도 만들기가 보통 난감한게 아닌데

미러리스는 LCD 위로 착 올려서 찍기만 하면 되는군요. 편하긴 편합니다.

 

 

 

센서 성능을 테스트하려는 마음으로 주물거리다 보니

사진의 감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이 줄어버렸습니다만

예전 필름카메라의 묘한 그레인과 틀어진 색공간에서도 매력을 느꼈듯이

한계까지 장난을 치는 디지털 센서의 느낌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만은 않네요.

 

고양이 오른쪽 어두운 부분을 보시면, 암부를 끌어올려서 붉은기가 돌고 필름 노이즈처럼 오돌도돌해 졌습니다만

되려 이런 결과물도 옛날생각나서 좋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물론 상업용 사진으로서는 최대한의 여유를 갖고 있는편이 좋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잡힌 결과물이 필요하긴 한데

취미로 찍는 사진에서야 이렇게 여러 변수들이 드러나도 별 문제될거 있나 싶습니다.

 

 

 

까만 냥이를 담고나니 암부쪽 데이터가 거의 날라가버려서

잠깐 고민하다가 흑백으로 전환을 해 버렸습니다.

 

의자 뒤쪽이 진짜 필름그레인처럼 노이즈가 끼어버리니 이것도 나름 괜찮군요.

물론 이건 센서 노이즈가 아니라 보정할때 일부러 필름 그레인을 집어넣은 겁니다만.

 

NEX-C3 을 잠깐 조물조물해 본 결과

일상적인 사진에서는 무리없는 고감도까지 사용 가능해서 편의성이 놀랍게 발전했는데

좀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계조나 DR, 컬러벨런스 등이 조금 불안한 모습이 보이는군요.

 

C3 이후로 나온 NEX-5N 센서들은, 조금 과장해서 경천동지할 만큼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제와서 C3 센서 이야기 하는건 이미 추억을 되씹는 정도의 이야기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발매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구형취급 당하는 센서의 발전속도는 실로 놀라울 따름이네요.

 

근데 이건 디지털 데이터에 연연하거나, 상업적인 촬영에 몸담는 사진가들에게나 중요한 이야기고

취미로 가볍게 들고다니며 어디서든 촬영 가능한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의미가 없을듯 하네요.

당장 저만해도, 렌즈만 좀 좋은거 구비하면 이 녀석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엔 4년간 동고동락한 구박이로 담은 고양이까페 사진을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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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분(?)의 넥C3 성능테스트를 위해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첫 도전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패.

고양이를 싫어하는 친구녀석은 좋아 죽으려 하더군요. 그래서 그 기쁜 표정을 한 컷.
근데 눈 감는 순간이군요. 뭐 어때.


좀 더 돌아다닌 후 빈 자리가 생겨서 다시 찾아갔습니다.
친구녀석의 우울해지는 얼굴이... ㅡㅡ;

이번엔 동생분의 카메라 테스트가 주 목적이라 전 그냥 대충대충 찍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풀프레임 알파900 이라도 어두운 곳에서는 쥐약이라...
최신 미러리스 NEX-C3 에게는 그냥 깨갱이니까요. ㅡㅡ;


이번엔 지난 번 장만한 후지논 EBC 만으로 찍을 작정을 했습니다.
단렌즈에 수동이라 굉장히 제약이 많았지만 그것도 뭐 나름 재미있는 촬영이더군요.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같은 장소에서 줄기차게 잠만 자는 하양 복실이...
친구가 와서 '죽었나?' 확인하고 갑니다.


아~ 이녀석 덩치가 커서 그런지 얼굴이 샤프해서 그런지
그냥 어디서 뒹굴어도 그림이 되네요.

바깥세상이 궁금한 걸까.
나도 궁금하다.


으아닛!
이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면 쓰다듬을 수 밖에 없잖아.

이런 나쁜 녀석.


밍기적거리다가 캣타워로 가보니 아까 문 앞에서 우수에 찬 녀석이 이젠 졸고있네요.
졸아도 위엄 있습니다.


LCD 보면서 촬영이라 구도 잡기도 편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고감도 성능이 쩌는 녀석이라 편하게 촬영 가능하더군요.

뭐 딱히 부러운건 아니고... ㅡㅡ;


간식시간이 되어 맛있는 캔이 나오자 모두들 발광하기 시작합니다.
고객들에게도 이렇게 애교 떨어주면 얼마나 좋아. ㅡㅡ;

먹을것에 넘어가다니.. 축생녀석들.



저 얇은 곳에 앉을 땐 식빵자세가 아닐 뭔가 좀 더 느긋해진 포즈를 보이네요.
그것조차도 귀엽습니다.

안 귀여운게 뭐야 이녀석들은... ㅡㅡ;


제일 발광할때는 맛있는 간식 시간때.
두번재 발광할때는 장난감 가지고 놀때.

눈빛이 초롱초롱하군요. 그 귀찮음에 넘치던 모습은 어디가고.

전 뭐 대충대충 찍었으니 동생분 사진을 감상하러 고고씽하셔 보시지요.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상당수가 이미 그쪽 블로그하고 연동되어 있는 듯 하니. ^^;


아, 같은 소니제품이라 메모리 바꿔끼워서 제 구박이를 동생분의 NEX-C3 으로 찍어봤습니다.

맨날 이녀석으로 찍긴 하지만 정작 자화상(?)은 찍어주질 못해서 안쓰러웠으니까.
일본서 여기저기 구른 탓에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녀석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애착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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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사진 마저 올리겠습니다. 넵.


현재 이 까페에서 제일 성격 좋은 녀석이라면 이 검댕이와 노랭이를 뽑겠습니다.


거대한 체구의 이 냥이녀석은 위압감이 대단하더군요.
근데 성격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주인장을 잘 따르더군요. 쿨하고 시크한 녀석이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멋졌습니다.


새끼들의 어미인지? 함께 들어가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으면 울기도 하더군요.


그닥 사람의 손을 허락하지 않고 슬슬 빠져나가는 녀석이라 제대로 만져주진 못했습니다.


아직 어린 축에 들어가지만 새끼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 이 녀석은
동생분(?)의 카메라 스트랩에 아주 관심이 많았습니다.

생선 냄새라도 나는걸까...


신나게 놀다가 방심한 틈을 타서 정면샷도 한 장 찍어보고.


멀리서 망원렌즈로 앞쪽의 고양이와 대치중인 모습도 찍어봅니다.


미려한 회색무늬가 인상적인 냥이님.
이런 녀석들은 뭔가 기품이 있어 보인단 말이죠.

하는 짓이야 뭐 그냥 냥이하고 똑같지만.


다 떨어진 의자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녀석들이 많았습니다.
스릴을 즐기는 게 냥이의 성격인지.. 꼭 좁은 박스나 아슬아슬한 곳에 몸을 맡긴단 말이죠.


대충 한산해 질 무렵 슬슬 일어나 볼까 하던 찰나 일이 터졌습니다.
후덕한 노랭이님께서 제 냄새나는 카메라 가방이 마음에 들었는지 앞발을 얹어놓고 자기주장중이네요.

1년간 자전거 여행하면서 구르고 굴렀던, 심각히 더러운 가방인데...


우려했듯이 결국 가방을 배게삼아 잠들어 버리셨습니다.
뭐, 좋아해주는건 기쁘지만 왜 항상 자리를 뜨려고 할 때쯤에 퍼질러지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40분 정도 더 눌러앉아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죽치는 것 같아 미안해서 먹을것도 하나 더 주문하구요. ㅡㅡ;
그래도 저런 녀석의 행복을 깨트리는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죽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살짝 일으켜 세워 가방을 빼냈을 땐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네요.


손님은 적어졌고 시간은 흘러가니 이제 슬슬 졸리는 냥이들도 보입니다.


고개를 들고 수면을 취하길래 조금 쓰다듬어 줬더니 픽 쓰러져 버리네요. ㅡㅡ;


까페를 몇바퀴 돌아도 여전히 숙면중인 노랭이님.
찍어달라고 어필하는 듯한 저 하얀 장화 (요즘엔 레인부츠라는 똘똘하고 시크한 단어를 쓴다면서요?) 를 놓칠 순 없죠.


얜 위에 올라간 것도 아니고 도대체 저 자세로 뭐하고 있는 건지...


까페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입니다.
왠만한 견공보다 큰 덩치라 꼬옥 안으면 맛나겠더군요.
근데 친근하지 않은 사람이 그러면 싫어할게 뻔하니 그냥 쓰다듬어만 줬습니다.


왠지 어떤 영화 제목이 생각나는 사진입니다.

'간절히 너의 사진을 원하는.... 두마리다'

잘 보시면 두마립니다.


윗 사진의 뒷녀석. 꺽여라 몸~

조만간에 모종의 이유로 다시 찾아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지금 까페 형태로는 특별한 이유없이는 다시 가게 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쉽기 그지없네요. 개인적으로는 예전 까페 형태가 100배는 나았습니다.
대구에 다른 고양이까페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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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만에 냥이까페를 찾아가 봤습니다.
지금은 은둔중인 블로거인 동생분(?)과 함께.

가 보니 뭔가 대문부터 엄청나게 바뀐 것 같더군요. 원래 없었던 간판과 벽화까지...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전 동물의 의인화를 싫어합니다.


들어가보고는 더더욱 놀라버렸네요.
넓이는 거의 2배정도 넓어진 것 같은데, 햇살이 잘 들어오던 창은 완전히 막혀있고
햇빛 아래 놓여있던 캣타워는 까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옮겨지고
자연광이 없으니 조명은 열악했습니다.

거기다 불어난 좌석수로 인해 엄청난 인파가 와글와글... ㅡㅡ;
젊다못해 어리다고 할 만한 (중학생쯤 되어 보이던가?) 손님들이 고양이에게 달라붙고 있더군요.


제 블로그에서 검색하면 예전 까페의 모습이 금새 나옵니다만.
1년 반만에 이렇게까지 바뀐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전 까페는 정원이 꽉 차면 고양이들과의 비율이 적당하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분명 사람 숫자가 오버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긋한 고양이들은 손님들 등쌀에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고
어린 고양이들은 다행히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놀기 바쁘더군요.


보이지 않는 얼굴도 있고, 다 커버려서 이 애가 어느 앤지 분간이 안가는 얼굴도 있습니다.
캔사료 더미 위에서 유유자적 낮잠을 즐기는 이 녀석에게서는 그나마 여유가 느껴지네요.


사진 실력이 꽝이라 왈가왈부할 자격이 안되는건 사실이지만
자연광이 사라져 버린 까페 내부는 사진 촬영에도 훨씬 열악해 졌네요.
그렇다고 플래쉬를 터트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비어있는(?) 냥이는 수많은 손님들이 몰려들다시피 해서 찍고싶은 마음도 안들었습니다.


원래 고양이까페란 곳이 이런 곳인지, 아니면 예전의 그 모습이 독특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이렇게 변해버린 건 제겐 엄청난 마이너스였습니다.

이제 고양이의 느긋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까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일 느긋하고 제일 심심해 보이는 녀석은 이 사막여우네요.


까페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캣타워는 여전히 냥이들의 훌륭한 쉼터입니다.
그래도 전 햇살 받으며 조는 냥이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네요.


까페 조명이란게 원래 그렇긴 하지만
자연광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차단된 곳에서 이런 복합조명은 촬영엔 쥐약입니다.
대충 보정이라도 해서 그나마 이렇게 나왔네요.


어린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가 간 날이 그런 날이었는지 모르지만
한번 안아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붙잡고 있는 손님들도 많더군요.

그냥 저렇게 자는 녀석들이 제일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유일한 공간인 정문 앞엔 그래도 예전처럼 냥이가 서 있네요.
바깥이 궁금하긴 한 걸까요.
검댕이 녀석들이 성격이 순해서 행복했지만, 반대로 검댕이는 대비가 너무 강해서 사진 찍기도 힘들죠. ㅡㅡ;


새끼 냥이들은 정기적으로 케이지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합니다.
계속 밖에 놔두면 새끼들도 지치고, 냥이를 잘 모르는 손님들이 과도한 애정을 쏟아버릴수도 있으니까요.

사진의 이 냥이분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신 듯. ㅡㅡ;


토요일이고, 방학이고, 점심 무렵이라 폭발적인 인구수를 자랑하던 까페였는데
예전 규모라면 만석이라도 냥이들이 충분히 커버 가능하지만
지금의 까페로서는 냥이들 무지하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포스팅에 올린 냥이들의 모습과 표정이 훨씬 나았어요. 한번 비교해 보시길.


특등석이라도 되는지 캔사료 더미 위에서 신나게 잠만자던 이 녀석만큼은 평화로운 듯 싶었지만.


몇번이고 몇번이고 손님들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분위기 보고 30분만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지만
워낙 오랜만에 왔고, 아마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좀 진득하게 있어보려고 작정하고 아이패드 등이나 깨작거리고 있었죠.


원래부터 어두운 곳에 약한 제 카메라로는 힘내서 찍어도 만족할만한 사진은 못건졌습니다.
예전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너무 어둡더군요.


손님들이 조금씩 빠져나가자 냥이들도 슬금슬금 제자리를 찾아 여유를 부리기 시작하더군요.
4시 반 이후로 자리가 반 정도 남게 되니 그나마 까페 같은 분위기가 나왔습니다.


하긴 얘네들은 피곤하든 안피곤하든 일단 잠자고 보는 녀석들이니.


이 녀석은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 듯 합니다.
캣츠에 나오는 대장고냉이 같던 녀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새끼 냥이들은 밖에 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네요.
내다 놓으면 신나게 돌아다니고 놀다가
다시 안에 집어넣으면 서럽게 울면서 철장에 매달립니다.
그래도 마냥 밖에 내놓으면 안되니 서러워도 참아야죠.


뭔가 되게 애처로웠습니다. 네. ㅡㅡ;


뭔가 잘못됐다.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사진이 많아서 포스팅은 다음으로...

다음편엔 후덕한 성격으로 구원투수가 되어준 노랑이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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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야생고양이의 잠자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잠'이라는 행위를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야생동물이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도 고양이란 녀석은 특별하다.
수천년동안 사람과 함께 지내왔고, 그 뛰어난 적응력으로 대다수의 야생동물들이 절멸한 대도시 안에서도
여전히 밤의 지배자로, 밤의 도둑놈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니까.


하지만 소음과 기척에 민감한 고양이가 도시에서 생활한다는 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닐 듯.
도시의 야생고양이들은 안심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자기보다 위협적인 존재로 가득한 곳.

유린해야 할 상대는 거의 사라지고, 과거 자신의 먹잇감들이 하던
쓰레기나 뒤지는 일에 익숙해져버린 도시의 최하층 천민인 고양이는
이미 막강한 포식자의 위치를 잃어버린지 오래.


가식적이든 지능적이든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진 고양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사냥의 본능과 한적한 고독의 즐거움을 포기한 대신
가만 있어도 귀엽다며 달려드는 사람들의 손길과 넉넉한 식사, 그리고 편안한 잠을 얻었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애초에 이 녀석들에게 자발적인 선택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운과 우연의 기구한 일치로 인해
사랑받는 애완동물이 되던가, 증오를 한 몸에 받는 도둑고양이가 되던가.

그걸 인간들이 불쌍하다 애처롭다 그래도 이게 낫다 등의 잣대로 판단하는건
애완고양이든 도둑고양이든 이미 반쯤은 '고양이'로서의 자신을 거세당한 녀석들에게
그 오만함을 너무 과하게 들이대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왜 가면 갈수록 사회가 썩어있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가.
형식적으로는 분명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물리적인 편안함을 얻었고
배가 고파 굶어죽는 사람도 형식적으로는 줄어들었고
하찮은 병 하나 치료하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도 형식적으로는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그게 형식적인데 있다는 점이겠지.
그리고 어디선가 그 모순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불행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겠지.

그래서 양떼나 몰고 농사나 지으면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며 대를 이어가던 시절과
모든것이 포화되었으면서도 너무나 부족한 무언가 때문에 매말라가는 지금의 상태 중
어느 것이 더 행복하고 좋았던 시절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 본인의 몫.

그저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판단만 해야 한다.
어느 쪽의 고양이가 더 고양이다운가, 더 행복한가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고양이들은 그저 환경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칠 뿐이고
그것은 인간이 이렇게 발전하기 훨씬 전부터 야생에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던 일이니까.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그런 형식적인 단어에는 그저 사람의 죄책감과 가식의 껍데기만 늘어붙어 있을 뿐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모자라는 것을 채우기 위해서 고양이를 필요로 한다.

분명히 고양이의 의지보다는 사람의 강제성이 더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래도 고양이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필요로 한 것이겠지.


그래서 길들여진 고양이의 편안한 잠을 옆에서 보는 것은 행복하다.

아마 찰나의 운명이 빗겨갔다면 평생 그런 편안한 잠 한번 자 보지 못했을 녀석은
'그래도 홀로 도시의 밤거리를 누비며 자유로웠던 시절이 좋았는데'
라는 불만을 품지는 않을 테니까.


녀석들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했을 뿐.
불평이 있다면 약간의 지루함과
 다이어트랍시고 음식을 조금씩 주는 인간에 대한 불만 정도 아닐까.

좀 더 지성이란 걸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인간은
그들의 머릿속 진실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


다만 내가 고양이의 잠자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은
분명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혹은 내가 동경하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사소한 대리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그게 고양이에게 사람이 바랄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매력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