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요리'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01.16  여러곳에서 받아온 먹거리 선물 14
  2. 2011.12.28  오랜만에 강군 2 22
  3. 2011.12.08  야생 맷돼지 양념구이 25
  4. 2011.12.07  야생 맷돼지 구이 17
  5. 2011.11.27  오퍼레이션 김치로드 2편 23
  6. 2011.11.26  오퍼레이션 김치로드 1편 19

부모님께서 오키나와 다녀오시며 그동안 쫄쫄 굶고 있을 저를 위해서 먹거리를 사오셨습니다.
사실 집에서 청국장만 줄창 끓여먹고 있었는데 이게 어마어마한 가스를 발생시키더군요.
그 넓은 본가 집이 자칫하면 화생방 훈련장으로 변할뻔 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단 일본이지만, 2백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와 교류하던 류큐왕국이었던 터라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활패턴이 본토 일본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에 훨씬 가까운 문화적 특성을 지닙니다.
오키나와에는 인구수보다 돼지가 더 많이 살고, 1인당 돼지고기 소비율도 본토의 10배에 달할 정도의 돼지 왕국이죠.
한국과 비슷하게 오니카와는 돼지의 모든 부위를 버리지 않고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라후테~ 라고 하는 이 돼지고기 요리는 삽겹살을 삶아서 지방을 뺀 다음
간장과 아와모리라는 류큐 전통 곡주를 섞어서 아주 진득하게 졸여낸 음식입니다.
아와모리도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유명한 술인데... 한국에서는 오리지날 아와모리 구하기가 힘들어서
청주나 곡주를 써서 졸여낼수도 있을 듯 하네요.

껍질이 쫀득쫀득하고 고기는 간이 잘 베인 장조림같다고 할까요?
오키나와에서는 술집 안주로 자주 나오고, 거의 모든 가정집에서 만들거나 슈퍼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베이스 음식입니다.


미미가~ 라는 음식입니다 (자꾸 ~가 붙는 이유는 끝이 전부 장음이라서) 이건 돼지의 귀부분을 이용한 요리죠.
이건 요리법이 다양해서, 사진처럼 라후테와 같이 조림으로 먹을수도 있고
살짝 데쳐서 고~야 등의 야채와 볶거나 소금에 볶거나 하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이게 완전 콜라겐 덩어리라 쫀득쫀득한데, 사이사이 들어있는 연골의 오돌오돌한 맛이 술안주로 그만입니다.

전 오키나와 여행당시 술집에 들어갈 일이 없어서 거의 먹을일이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사오셔서 드디어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네요.
맨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가 가져온 쌀과 고추장으로 밥 만들어 먹고 있었으니...


오키나와의 대표 선물거리 친스코~ 입니다.
일단 오키나와에 가면 너도나도 이거 사오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죠.
밀가루와 설탕, 돼지기름을 섞어서 구운 쿠키일 뿐이라, 그리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고 맛이 특별한 녀석도 아니지만
요즘엔 각종 오키나와 특산품(고~야라던가 파인애플이라던가 흑설탕이라던가)의 향을 섞거나,
설탕과 청정소금을 함께 넣어서 살짝 짠맛이 돌게 만드는 녀석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선물용이라 그런지 다양한 맛을 함께 넣어놨더군요. 구아바, 고~야, 코코넛, 파인애플, 흑설탕 등등...
친스코 하면 일본에서는 성희롱(?) 장난으로 많이 쓰이곤 하는데
원래 있던 일본어가 아니라 류큐 방언을 히라가나로 옮겨놓은 것 뿐이라
잘못 읽으면 친스코(ちんすこう) 가 아니라 친코스(ちんこうす) 라고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 애너그램중 친코(ちんこ)라는 단어가 남성의 '거시기'를 뜻하는 단어라서... ㅡㅡ;


오늘은 저녁 모임 갔다오신 부모님께서 망개떡 세트를 받아오셨습니다.
경상남도의 유명한 떡인데, 찹쌀 속에 팥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돌돌 만 후 망개나무잎으로 감싼 녀석이죠.
망개나무는 청미래덩굴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전 저 잎사귀도 함께 씹어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네요.


잎사귀 향기가 굉장히 좋아서 박스를 열면 한동안 냄새를 맡게 됩니다.
잎사귀가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찹쌀은 사진에서도 보이듯 입자가 남아있어서 식감이 좋습니다. 전 완전 떡이 된(?) 떡보다 저런 게 더 맛있더군요.

제 활동반경이 좁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통 이 망개떡을 본 적이 없었는데
고급화를 외치면서 대구에 가게가 생기는 듯 합니다.

운동좀 한 후에 자제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절묘하게 부모님께서 망개떡을 들고 오시니...
정신적으로는 좀 괴롭지만 어쨌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Food For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흉내  (10) 2012.01.20
설날이라 괴기  (22) 2012.01.17
야생 맷돼지 양념구이  (25) 2011.12.08
야생 맷돼지 구이  (17) 2011.12.07
대구 지산동 화청궁  (16) 2011.11.22

날씨도 춥고 밥도 없고 해서 엄니하고 점심은 근처 중국집에 가서 해결했습니다.
근데 먹으러 가려는 순간 어제 만났던 강군한테 중국집에 대해 문의전화가 왔더군요. 이것도 인연인가?

그건 그렇고, 지난번 어딘가의 포스팅에서 말로만 소개했던 복어짬뽕의 가게 '림천'입니다.
걸어서 5분여 거리에 있으니 추운 날 뜨끈한 짬뽕국물이 생각날 때 편하게 갈 수 있네요.

전 지난번에 복어짬뽕을 먹어봤으니 이번엔 좋아하는 유산슬밥을 주문해봅니다.
밥보다 유산슬이 훨씬 많은 저 자태가 심히 마음에 들더군요. 유산슬 밑에 밥 안깔려있습니다.
원래 유산슬 조금에 밥 많이 주고, 유산슬을 짜게 만드는 중국집이 많은데
여기는 밥 없이 그냥 먹어도 짜지 않을만큼 살짝 싱거운 게 맛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마늘과 버섯의 향기가 입에 넣어도 잘 살아있을 만큼 간을 연하게 해서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네요.


7천원이지만 뭔가 고급스럽게 보이는 복어짬뽕입니다.
복어는 가격상 당연히 생복을 쓰진 못하지만, 양도 꽤 들었고 각종 해산물과 북어로 국물 맛은 냈습니다.
복어국이 원래 향기와 맛이 은은하고 부드러운데다가, 생복이 아니라서 국물 맛은 다른 재료가 더 중요하죠.

백짬뽕이라서 방심할 수도 있지만 사실 맵기도 꽤 맵습니다. 일반 짬뽕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부각되는군요.
엄니께서도 이 정도면 가끔 생각날 때 한그릇 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강군을 저희 집으로 초대한다는 포스팅인데 왠 중국집 소개가...

암튼 어제 강군네 집 구경하고 왔으니 오늘은 반격을 해 줘야겠죠.
저녁에 오라고 해 놓고 저희 집의 주력화기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합니다.
강군이 김치가 맛있어 보인다고 했으니, 김치에는 돼지고기 수육이죠.

엄니께서 제사때마다 수육을 삶아내시다 보니 수육의 달인이 되어 있는데요.
피를 잘 뺀 돼지고기에 유통기한 지난 커피가루와 월계수잎, 청주를 넣고 잘 끓입니다.
요렇게 끓이면 비린내도 사라지고 기름도 나름 많이 빠져서 부들부들하게 입에서 녹는 수육이 됩니다.
돼기고기의 두께에 따라 불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신경을 좀 써야 하죠.
이번엔 세덩이를 끓이다보니 보통 하던 한덩어리 고기보다 빨리 익는 바람에
생각했던것보다는 좀 너무 삶아버렸습니다. 엄니께서 아쉬워 하시는군요.


강군이 오기 전에 그냥 평범하게 먹으면 되니 많이 차리실거 없다고 했으니
엄니께서는 평범하게 가자면서 고기도 삶고 미역국도 끓이고 김치도 새로 내고 버섯을 계란에 무쳐서 굽기도 합니다.

근데 저희 집 원래 이렇게 먹진 않습니다.


좀 많이 삶았다고는 해도 충분히 맛있는 수육입니다.
꺼내서 바로 먹어도 느물느물하고, 너무 오래 식혀도 굳어버리니까
강군이 도착할 시간에 적당히 맞춰서 삶은 후 잠깐 밖에서 식혀줍니다.


강군 와이프분이 사진 찍히지 않으시니 이번에도 굳이 들이대서 괴롭히고 싶진 않고
그냥 음식사진 포스팅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네요.
마침 어제 땅꽁조림도 만들어 놨으니 이 정도면 반찬은 넉넉하다고 봅니다.
미역국은 쇠고기가 아니라 홍합, 쭈꾸미, 굴 등을 넣고 끓여내서 국물이 시원하죠.


제대로 맛이 잡힌 듯 합니다.
이걸 싱싱한 김치와 함께 싸 먹으면 그냥 샤베트처럼 사르르 녹아버리는게 무섭죠.

근데 이 정도 수육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고 넘칠 듯 한데
엄니께서는 밥과 미역국도 먹어야 한다면서 준비를 하시길래 내심 걱정이었습니다.
저희 집이 원래 대식가 집안이라서, 남들이 배부르다고 사양해도 밀어붙여서 계속 먹이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살짝 몸통만 나온 강군부부.
맛있게 먹어 줘서 준비한 보람이 났습니다.
저도 배불러서 토할 정도였는데, 끝까지 밥하고 미역국도 먹으라고 주셔서
그거 다 처리한 강군부부는 차방에서 한참을 시체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폭풍배출을 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이틀 연속으로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오늘 밤새도록 배를 움켜잡고 고생했네요.
머리와 배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겪고 지금은 그나마 눈은 뜨고 있을만큼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물만 먹어도 곰탕같은 뿌연 색깔의 액체가 배출되지만...

몸에 나쁜거 먹진 않았는데, 요즘 저녁 자체를 아예 안먹는 생활을 하다가
이틀 연속으로 진수청산을 먹으니 배가 견디질 못했나 봅니다.
덕분에 며칠동안 일도 못하고... 앞날이 험하군요.
강군부부는 이상없길 바랍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의 신비로운 성장  (16) 2012.01.02
새해 인사나  (20) 2011.12.31
오랜만에 강군  (20) 2011.12.26
따끈따끈  (19) 2011.12.22
김치 한조각, 홍시 한개  (32) 2011.12.14
오랜만에 강군 2 :: 2011. 12. 28. 04:42 Photo Diary

새벽내내 글 쓰다가 쓰러진 후 11시쯤에 슬그머니 일어났습니다.
어제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돼지고기용 양념을 한병 사왔죠.
야생이라 그런지 힘줄 부근이 어마어마하게 질겨서 온갖 라이브 쇼를 벌인 끝에
고기를 조각조각 낸 후 양파 몇조각과 함께 양념에 푹 담궈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슬슬 점심때가 되어 냉장고에서 꺼내봅니다. 뭔가 맛있어 보이는군요.


사진에 슬쩍 보입니다만 사실 어제 엄니께서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만들어 놓으셨던 터라
고기 안 구워먹어도 관계없었습니다만, 엄니께서도 맷돼지 고기를 받은 건 예상외였으니까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양념만으로 고기를 졸이기엔 부족하니 물을 조금 넣고 졸이는게 좋더군요.


몇번 휘저어 가면서 뚜껑 덮고 잘 졸이면 간단하게 완성입니다.
밖에서 파는 양념은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역시 집에서 만든 것보다 좀 달고 짠 맛이 강하네요.
다음엔 후추를 조금 더 넣어볼까 생각중입니다.

고기는 좀 더 부드러워졌고, 양념도 잘 스며들어서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사육된 돼지고기와는 확실히 구별이 갑니다.
하지만 힘줄 부위는 정말 사람의 이빨로는 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질겨서... 그냥 껌 씹는 요량으로 씹다가 버릴 수 밖에 없군요.
삼십줄 넘도록 스케일링과 사랑니 발치 이외엔 치과라는곳에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빨 튼튼하기로는 남부럽지않는 사람이지만, 야생 맷돼지의 힘줄은 씹을수가 없습니다.

아직 반쯤 남았으니 저녁에 부모님 오셔서 구워드시면 되겠네요.
전 요즘 운동한다고 저녁식사는 차 몇잔과 과일정도밖에 안먹어서, 맷돼지 고기는 이걸로 끝일지도.
그런데 아마도 엄니께서는 많이 안드시고 내일 또 저 먹으라고 남겨두시겠죠. ㅡㅡ;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근데 짜장면은 진짜 싫어하십니다.

'Food For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이라 괴기  (22) 2012.01.17
여러곳에서 받아온 먹거리 선물  (14) 2012.01.16
야생 맷돼지 구이  (17) 2011.12.07
대구 지산동 화청궁  (16) 2011.11.22
빚은 수성네거리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6) 2011.11.17

엄니께서 학교에서 받아오신 맷돼지 고기입니다.
직원분중 한명이 잡은 녀석이라는데, 총 맞고 죽은 야생 맷돼지로군요.

맷돼지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향과 맛이 진하고 지방이 적어 좀 질깁니다.
일본서는 일반 돼지와 맷돼지를 교접시켜서 만드는 猪豚 라는 고기가 몇몇 지방 명물로 잘 알려져 있죠.
맛은 맷돼지처럼 농후하고, 고기가 질기지 않아서 상당히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맷돼지고기는 소금구이로 먹기 위해서는 나름 숙련된 조리방법을 필요로 합니다.
지방이 적어 타기 쉬운 이 녀석의 비린내를 없애고 질기지 않게 구워내려면
꼬치에 끼워 숯불 위에서 시간 조절을 잘 해가며 돌려야 하더군요.

물론 집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 한국서는 쉽게쉽게 불고기 양념장에 하루정도 재워놓은 후에 먹는게 낫습니다.
일단 양념장 만들기 전에 야생 맷돼지 맛이나 볼까 싶어서 조금만 잘라 소금구이를 해 봤습니다.


지방층이 없는건 아니지만 야생 맷돼지는 마블링이라건가 하는 층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비계부분을 조금 떼어내서 미리 팬을 충분히 적셔놓는게 좋습니다. 아님 금방 늘어붙어 버리니까요.


질긴 걸 감안해서 조금씩 칼집을 내 놓고 굽습니다.
기름을 나름 많이 적셔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더군요.


돼지치고는 기름이 신기할 정도로 적어서 금새 바싹 말라버리는군요.
그래도 덜 익힐수는 없으니 불을 줄이고 진득하게 굽습니다.
이러면 사실 맛이 없는데, 제대로 된 요리법은 아파트에서 실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서...


먹어보니 확실히 조금 질기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잡내도 없고 씹는맛도 괜찮네요.
돼지고기보단 맛이 진하고, 닭가슴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기름이 적습니다.
그냥 시식만 해보는 것이니, 엄니하고 둘이 서서 이대로 다 집어먹어 버렸습니다.
엄니께서 양념장 만들기 귀찮다고 하시니 저녁에 슈퍼에서 불고기용 양념이란거 사서 재워버려야겠네요.

그런고로 내일 포스팅은 아마 양념 맷돼지고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뜩이나 매마른 블로그에 맷돼지 한마리가 우려먹을 소스를 남겨주네요. 쌩유~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저는 어제도 잠을 좀 늦게자서 몽롱한 기분으로 일어났네요.
아버지가 일단 준비는 다 해 놓으셨습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궈보기로 할까요.


예전엔 배추도 직접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빼서 쓰기도 했는데
아파트에선 너무나도 힘든 작업이라 그냥 배추 판매하는 집에 부탁해서 가져옵니다.
올해 배추는 적당히 싱싱하고 적당히 숨이 살아있더군요. 약간 싱거운 느낌이 들긴 합니다.


일단 본격적으로 담그기 전에 시식부터 해야겠죠?
어젯밤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놓은 양념을 듬뿍 묻혀서 한조각 먹어봅니다.


양념 맛은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먹으면 좀 짠데, 의외로 다 담궈놓고 본격적으로 먹을 때는 항상 조금 싱겁게 느껴지더군요.
싱거운건 저희 집 김치의 특징이기도 하고, 좀 숙성되고나면 양념이 잘 배여들어 충분히 맛있으니 괜찮습니다.

사실 담그다보면 중간중간 계속 집어먹게 되는 녀석이죠.
전 가뜩이나 매운게 몸에 잘 안맞는데, 지난 1년간 고춧가루는 구경도 못하는 생활을 한 터라
맛있게 집어먹은 김치덕에 몇번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붉은색 X를 배출하고 있네요.

그래도 안먹을 수는 없으니 그냥 '먹고 죽자'라고 생각하며 계속 집어먹습니다.
이런 군것질 없는 김장은 메모리카드 없는 DSLR 같은 느낌이죠.


몇년 정도 담궈보셨다고 완전히 숙련된 달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수십년 경력의 마이스터 엄니를 앞에 두고 자기가 안담그면 맛이 없을텐데라고 걱정하십니다.
제가 담그는 김치와 구별해서 넣어야 맛없다는 평가를 안 받을거라고까지 걱정을 하시는군요.
물론 엄니는 그냥 웃고 말지만.

다들 집안에 이런 남편 하나쯤은 데리고 사시겠죠?


양념을 묻힐 때는 먹을 시기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오래 숙성시킬 녀석들은 양념을 조금 적게 묻히는게 좋다고 하네요.
일찍 먹을 녀석들일수록 조금씩 양념을 많이 넣고, 며칠내로 먹을 녀석들한테는 굴도 마구마구 넣어줍니다.


엄니는 김치 소를 만듭니다. 어제 제가 씻어놓은 갓, 파, 무채, 배 등등을 양념에 비비는 것이죠.
이 소라는 것 역시 오래 묵힐 녀석한테는 그닥 넣지 않아도 관계없습니다.
포기 사이사이에 적당히 넣어주면 훌륭한 양념이 됩니다.


조각내 놓은 무는 김치 사이사이에 적당히 찔러넣어주면 훌륭한 무김치가 됩니다.
220L 짜리 김치냉장고는 항상 작은 느낌이 들어서 엄니께서 불만이시네요.
근 10년은 쓴 녀석이니 내년엔 새걸로 하나 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치가 숙성될 때 숨은 맛 공로자인 소 입니다. 속이라고도 하죠.
너무 많이 넣는것도 좋지 않으니 적당적당히 포기 사이에 찔러 넣어줍니다.


어제 왠만큼 준비도 다 해 놓은 상태라 아침 일찍부터 작업 시작했고
원래 아버지 혼자 하시던 일도 제가 옆에서 함께 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끝났군요.
물론 김장은 담글때는 재미있지만 그 후 뒷처리와 청소, 설거지가 최고의 난관이긴 합니다.


바로 먹을 김치 몇포기에만 아껴놨던 굴을 듬뿍듬뿍 넣어줍니다.
이녀석을 넣으면 상당히 싱거워지니 양념을 아끼지 말고 팍팍 발라주는게 좋습니다.
오래 지나면 아예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숙성시킬 녀석에게는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근데 사실 이 굴의 반쯤은 아버지하고 제가 담그는 도중에 집어먹어 버렸죠.


사이사이 엄니는 점심 준비도 하시고 해서 일이 끝난 후에 무난히 식사가 가능할 시간에 끝났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뒷정리가 남아있으니 방심할 순 없네요.
아버지께서 설거지 담당을 하시는 덕에 그나마 일이 쉽게 진행되었습니다.


김장날에 빠질 수 없는 돼기고기 수육과 갓 담은 김치!
이거 안먹고 어떻게 김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남은 굴과 양념을 버무려서 김치 한조각과 수육 한점을 입에 넣으면 이건 뭐...

생각대로 김치는 약간 싱거운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짠 것보다는 낫다는게 집안 전통이라
며칠 잘 익히다 보면 괜찮은 녀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틀 연속으로 힘을 쓰다보니 역시 좀 피곤하긴 하네요.

뱃속은 이미 하나 남은것 없이 다 뱉어버려서 배가 좀 고픕니다. 숙성된 녀석이면 몰라도 갓 담근 김치는 힘들군요.
그래도 뭐 어차피 각오하고 먹은 거라 아쉬움은 없습니다.
이제 제 손때가 담긴(?) 김치와 1년간의 동거생활을 시직하게 됐네요.
부디 맛없다는 소리가 안 들려왔으면 합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긋한 일요일  (18) 2011.12.04
수학은 못해도 산수는 해야죠  (14) 2011.12.01
오퍼레이션 김치로드 1편  (19) 2011.11.26
고맙게도 선물을 받았습니다  (12) 2011.11.25
아직 기억하는 것들  (12) 2011.11.20

드디어 겨울 최대의 프로젝트 김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본가에 내려와 있기 때문에 밑준비는 거의 다 제가 하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일당 10만원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일단은 씨도 안먹히는 것 같군요.
아침부터 부지런히 명태, 다시마, 멸치 등 각종 해산물을 듬뿍 넣은 거대 솥에 물을 끓입니다.
이거 다 끓고 나면 똑같은 양으로 한 솥 더 끓여내야 하죠.
올해는 좀 많이 만들어서 물건값 대 주는 이모집에 몇포기 보내드려야 하기 때문에.

자화자찬이 되는 것 같지만, 엄니가 만드시는 김치가 주위에서 워낙 인기만발이라
산악회 회원들도 일단 산에만 올라가면 엄니 김치만 찾아대는 바람에 한포기씩 김치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전 훗날을 대비해 김치 만드는 법을 전수받으려고 이렇게 자원하게 되었죠. 그런데 일당은?


육수 우려낸 다음은 적당히 재활용도 해가면서 한 솥 더 끓입니다.
이번엔 재활용을 했으니 좀 더 오래 푸욱 고아냅니다. 여기까지 거진 3시간은 잡아먹었군요.


미용실에 파마하러가신 엄니를 대신해 찹쌀도 준비합니다.
나중에 풀 먹일때 쉽게 하려면 씻은 찹쌀을 물에 불려놓은 것이 편하죠.
햅찹쌀 잔뜩 사왔으니 이제 이걸로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군요.

찹쌀을 보니 문득 삼계탕을 해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스무 개 가까운 무도 제가 씻어야지 팔 아픈 엄니가 씻겠습니까.
마침 온수도 잘 나오질 않아서 손이 퉁퉁 불어터질 때까지 막막 씻고 또 씻었습니다.
지인분이 가져다 주신 유기농 무라서 어떤 녀석은 산짐승이 파먹은 흔적도 있더군요.


엄니 파마하시는 동안 일단 이 정도까지는 준비를 해 놨네요.
물론 돌아오자마자 쉴 틈없이 시장에서 주문해놓은 절인 배추 40포기를 끙끙거리며 옮기기 시작합니다.
바로 밑 층에 사시는 처자께서 한 봉지 들어주시며 뭐가 들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하시길래
무심결에 '토막시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불투명 비닐에 꼭꼭 쌓인 무거운 것이 뭔가 그걸 생각나게 해서...


팔이 부러지도록 배추를 옮겨도 아직 할 일은 태산이군요.
엄니께서는 분노의 칼질로 무를 아작내시고, 저는 뭔가 불친절한 도구 하나 갖다놓고 무를 채썰기 시작합니다.
자칫 힘조절 잘못하면 제 살점도 길쭉하게 갈려나갈 것 같아서 조심조심하며.



이렇게 채썬 녀석들은 김장 담글때 배추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속'이 되는데
올해는 좀 많이 담그다 보니 부족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일단 대강 준비가 갖춰져 가는군요.
얼핏 봐도 힘쓰는 일이 꽤 많은 과정인데, 엄니께서는 수십년간 이걸 혼자 다 하셨다고 하니
제가 용써봤자 먹힐 틈이 없습니다. 그냥 잠자코 도와드리는 수 밖에.

이렇게 만들어 먹다보니 밖의 김치는 맛이 없어서 못먹는단 말이죠.


산뜻한 맛을 더해주는 갓도 빠질 수 없습니다.
너무 박박 씻으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살짝살짝 흙만 턴다는 기분으로 씻어줍니다.


파도 비슷한 요령으로 살짝 씻습니다.
전 파 종류는 참으로 안좋아합니다만, 김치와 함께 잘 숙성된 녀석은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 수 있더군요.


김치가 숙성될 때 맛을 보조해주는 중요한 요소인 청각도 잘 씻어서 물기를 뺍니다.
요녀석 식감이 오돌오돌한게 괜찮은데, 김치와 함께 삭아버리면 식감은 사라지고 시원한 맛을 내어 주더군요.
이제까지 들어가는 재료비만 해도 대체 얼마인지...


차 한잔 마시며 육수가 식기를 기다린 후 밤이 되서야 다시 작업에 들어갑니다.
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양념을 만들 시간인데요.
적당한 분량이라고는 도통 알 수 없는 '손맛'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녀석이라
눈대중으로라도 엄니의 배합 요령을 잘 쳐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해산물 육수에 찹쌀을 넣고 끓여서 만든 풀입니다.
구수한 해산물 냄새를 맡아보니, 그냥 저대로 간 맞춰서 죽으로 먹어도 건강식이 되겠다 싶더군요.


풀과 육수를 적당히 혼합해가면서 바탕화면을 깔아줍니다.
풀의 양이 미묘하게 바뀌면 점도가 금새 달라지니, 비슷하게 만들려면 조절 잘 해야 하겠더군요.


이제부터는 매운 고춧가루와 덜매운 고춧가루를 적당히 섞어가면서 본격적인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냥 감으로 쑴풍쑴풍 넣어버리시는 엄니를 따라가기엔 쉽지 않네요.
중요한건 맛이니, 일단 만들어놓고 맛을 봐야겠습니다.


적당히 점도가 있는 양념은 골고루 휘젓는데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합니다.
대충 섞어서 알맹이가 남아버리는 건 제 성격상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이제부터는 화려한 양념쇼가 시작되는군요.
새우젓, 생강, 마늘, 까나리액 등등을 넣어가며 무자비하게 휘젓습니다.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찹쌀도 어느 샌가 양념과 동화되어 사라져 버리는군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면서 하여간 열심히 섞어줍니다. 팔이 꽤 뻐근합니다.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해산물 찹쌀죽의 마수에 빠져서
제가 땀 뻘뻘흘리며 양념을 휘젓고 있는 동안 엄니께서는 바닥에 조금 남겨둔 찹쌀죽을 맛있게 드시고 계십니다?

물론 긁어모아서 저한테도 떠먹여 주셨습니다. 살짝 소금만 넣었는데 그야말로 최고급 죽이더군요.
문득 형편없는 죽 체인점보다, 이렇게 죽 만들어 팔면 장사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 재료로 수지 맞추려면 죽 한그릇에 얼마가 되어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 바람에 포기.

근데 그렇게 휘저으면서도 찍을 건 다 찍어내는 저도 참 대견하군요.
얼굴이 찍힌 것도 있습니다만 엄니께서 절 죽이시려는 것 같아서 일단 초상권에 침해되지 않는것만 올립니다.


일단 그럭저럭 맛있어 보이는 양념이 되었군요.
하지만 일단 여기서부터 맛을 슬쩍슬쩍 보면서 간을 맞추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살짝 숨이 살아있는 배추에 찍어먹어 보며, 현 상황에서 살짝 짜게 느껴지는 정도가 훗날 제일 알맞더군요.
고춧가루도 중간중간 계속 넣어주면서 장인정신에 빛나는 간 맞추기가 시작됩니다.


설탕은 조금만 넣고, 몇 년째 잘 숙성중인 매실 액기스 원액을 듬뿍듬뿍 넣어줍니다.
숙성 년도에 따라서 색깔이 전혀 다르군요. 오래 삭히면 반쯤 식초화 or 알콜화 된다고 하는데
그 때가 가장 감칠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언젠간 먹을 날이 오겠죠.


약 2시간 가까이 저어가며 맛을 본 후 OK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청각이나 생굴은 내일 김장 시작하기 직전에 넣으면 될 것 같군요.
생굴은 금방 먹을 김치엔 넣으면 맛있지만 오래 숙성시킬 녀석에는 넣으면 맛이 없습니다.

뻐근한 양 어깨 덕에 맛있게 양념이 만들어 진 것 같네요.
제가 직접 고소하게 볶은 들깨도 듬뿍듬뿍 넣어주고, 내일 아침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이런걸 수십년간 혼자 하셨다니... 숭고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군요.
내일 담그는 일은 아버지하고 같이 하겠지만, 일단 90% 가까이 제가 도맡아서 해 봤으니
앞으로의 생활에 유용한 지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자취하게 되면 제가 만들어서 몇포기 보내드려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