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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해당하는 글들

  1. 2011.11.15  아버지 생신 16
  2. 2011.09.20  블로그에서 곁눈질한 오븐 닭구이 28
  3. 2011.08.03  뭔가 글로벌한 엄니 생신 13
  4. 2010.04.25  집에서 샤브샤브 10
  5. 2010.04.11  재료비가 꽤나 드는 해물카레 29
  6. 2010.01.31  해물은 거들 뿐, 폴인샤브 18

본문과는 관계없지만 얼마전에 아버지께서 법무사 사무실을 옮기셨습니다.
이사 당시 저는 동해안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던 터라
도와드리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카메라들고 풍경이나 담으러 가 봤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무실 단장이나 이런거 전혀 못하시는 타입이라
아마 엄니께서 가보신다면 이것저것 바꾸고 싶어하실 것 같더군요.
예전이라면 아마 사무실이 가득 찰 정도로 화환이 넘쳐났겠지만,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 된 결과는...


사진이 소소한 취미인 아버지 친구분이 찍으신 야생화 사진입니다.
마음에 들어하시길래 제가 액자로 만들어서 드렸죠.

소소한 취미라도 해도 라이카를 들고 산을 타시는 분이라... 같은 취미라 적어놓고 자금력의 차이가 저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 ㅡㅡ;


일평생 공무원만 하셨던 아버지고
너무 젊은 나이부터 고위공무원을 맡으셔서 (아마 대한민국 최연소 XXX 라는 타이틀이 꽤 많을겁니다)
오히려 영업직이나 마찬가지인 법무사 일은 좀 힘들어 하시는 듯 합니다.

엄니께서도 이미 무급으로 봉사활동하러 계속 교장직을 맡고 계시니 아버지께서 노력하셔야...
저도 그냥 손놓고 볼 수는 없으니 사무소 이사비용을 조금 보태드렸습니다. 덕분에 알거지 상태. T_T


대구는 특히 불경기라 여러가지로 힘들지만
뭐, 여태 쌓아오신 경험이 있으니 잘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지난주가 아버지 생신이었습니다. 음력을 쓰시기 때문에 매년 생신날짜가 바뀌죠.
주민등록번호에 111111이 찍히길 원해서 재왕절개까지 서슴치 않는 정신나간 부모들이 창궐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주말에 서울 가셔야 된다고 해서, 서울의 형님부부 집에서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거하게 돈들여서 식당 가면야 듬직하게 먹을 순 있겠지만
정성도 안느껴지고, 금액도 수 배이상 차이나는데다, 요리 질은 집에서 만드는것보다 떨어질 테니.
다행인지 가족 모두 외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진수성찬을 맛보는데 불평은 없었습니다.


귀차니즘의 화신인 형님과는 달리 요리 꼼꼼하게 잘 하는 형수님 덕분에
초호화 건강식임에도 맛없는 요리는 하나도 없는 훌륭한 만찬이 이미 서울서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신 안챙겨드리기도 뭣한데 대구 내려가서 음식 준비하기는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이랄까 아버지께서 서울 올라오실 일이 생겨서 덩달아 엄니와 저도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후 사하라 맴버 나침반님도 만나고 서울 시내를 신나게 걸어다녔죠. 지하철 8 정거장쯤 걸어다녔나?


걸어다니는건 좋아하지만 이날은 점심을 너무 호화스럽게 먹어서
밤 11시에 돌아올 때까지도 배가 불러서 조금 고생했습니다. 평소 이렇게 안먹다가 먹으니.


저는 왠만해서는 못하는 '폼나게 장식하기'까지 해 놓은 녀석이네요.


갈치에 더덕무침에 해산물을 넣은 전요리까지...
형수님 힘드셨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 이해해 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주위 이야기 들어보면 요즘 제 나이때의 부부들은 아예 밥 자체를 안만들어먹는 곳도 꽤 있는 듯 하네요.
'이대 여자는 손에 물 안묻힌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이건 카더라통신이 아니고 진짜입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물론 피곤할테고, 요즘 세상에 여자만 식사준비한다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럴때면 꼬박꼬박 밥 만들어 먹는게 자랑스럽지, 평생 바깥 음식만 먹어대는게 왜 자랑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형수가 건강과 음식 잘 챙기는 분이라 형님은 다행인줄 알아야 할듯.
아무튼 요즘 거의 혼자서만 된장찌개를 벗삼아 밥 먹던 저한테는 어마어마한 만찬이었습니다.
물론 된장찌개가 질렸다는 말은 아니구요. 몇달동안 똑같은 것 먹어도 불평없는 성격이라.
맛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먹다보니 저녁 내내 배가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만, 어쟀든 잘 놀다 왔습니다.

아, 전 생신 선물로 스마트폰 가죽 케이스 하나 끼워드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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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 :: 2011. 11. 15. 21:16 Photo Diary

프랑스에서 살고 계시는 블로거 meru 님의 포스팅중 오븐을 이용한 간단한 닭요리가 눈에 들어와서
추석 전에 사다놓고 몰려드는 한우때문에(...) 건드리지도 못했던 생닭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우유도 마침 있어서 (집안 살림이... ㅡㅡ;) 30분 정도 담궜다가 잘 씻어준 닭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버터를 바르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칼집 낸 곳에 마늘 몇개 찔러넣어주고 감자와 당근을 밑에 깥 후 오븐으로 들이밀었습니다.

meru님 포스팅을 보면서 오븐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고, 그리 어려운 건 없이 잘 만들어졌군요.


오밤중에 만든거라 조명도 영 별로고
요리는 입에 들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모토 하에
보기좋게 꾸미는 건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대충 내려놓고 사진이나 찍었습니다.

meru님은 음식 만들기와 음식 먹음직스럽게 세팅후 사진 찍는데 아주 고수신 분이라
일단은 이쪽 사진을 먼저 보고 그쪽 가셔서 보시면 죽었던 입맛이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소금이 좀 과한 느낌이 들었지만 고기는 부들부들하고 육즙은 줄줄 흘러내리며 감자, 당근은 물로 고기 속까지 잘 익었네요.

마늘을 넣은 덕에 좋은 향기는 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마늘이 덜 익었습니다?
닭이 저렇게까지 익었는데 마늘이 안 익은게 참으로 신기하네요. 이것도 오래된 거라 그런건지.


슬쩍 맛이 가기 시작하는 닭을 처리하기 위해 오밤중에 파티가 벌어졌군요. ㅡㅡ;
다이어트 하는 입장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엄니께서도 호평이셨습니다.
간단하지만 멋진 포스팅으로 도움을 주신 meru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덤으로 그 화사하던 닭요리를 이렇게까지 터프하게 변화시킨데 죄송하다는 말씀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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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비비비비해비비 정도의 날씨였다는데...
대구는 해해해해해비해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가끔 내가 생각해도 난 미친것 같아...)

오늘은 그래도 좀 온다고 할 정도로 오더군요.


습도도 무지하게 높고, 그야말로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더위가 지속되었는데
비가 좀 내리고 나니 바람도 서늘해지고 턱까지 차올랐던 숨이 조금 밑으로 내려가는 듯.


어제 엄니 생신이었는데
사실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생신이 평일이라 가족 전부 모이기도 힘들고 해서
주말에 거하게 파티하고 끝내버렸거든요.

그런데 대학원 논문 등등의 일때문에 대구에 머무르고 있던 형수분이
미역국 끓여주신다며 집으로 오셨습니다.
요즘 휴가철이라 그런지 저녁 늦게서나 서울가는 기차 좌석이 있다고 해서.

덕분에 저녁식사는 예정에 없이 두 번재의 생신파티가 되어버렸네요.

급하게 준비된 식사다 보니
먹다남은 족발 + 카레라이스를 위해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 + 미역국 + 케이크(!) 라는
다분화가정에서나 보일법한 국경없는 밥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생신 선물은 주말에 이미 드렸으니 오늘은 그냥 밥 먹기만 해야죠 뭐.
사진은 제가 찍었습니다만... 사진 찍는다고 기다려주는 사람들도 아니고 해서
결국 남긴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보기 이상하게 나왔다고 떼를 써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오키나와에서 찍은 이 사진을 11R 짜리 액자로 만들어서 선물해 드렸습니다.
액자에 걸만한 작품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늘지는 모자 벗고 시원하게 나온 사진이 이것밖에 없어서...


여러가지로 신선한 조합이었지만 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어째 찍혀도 꼭 이렇게 미역덩이를 입에 집어넣는 순간이 찍히는지...

엄니 안티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 엄니께서는 왜 사진이 이모냥이냐 불만이셔도
생동감이 넘치는 스냅샷이 일상을 기록하는데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저라서
이 정도는 초상권 무시하고 올려버리기로 했습니다.

한발짝 더 나간 사진은 아무리 저라도 가족들끼리만 감상해야겠죠. ㅡㅡ;

아무튼 배불리 먹고 차 마시고 과일 뜯어먹고... 두 번째 파티도 성황리에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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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께서 집에서 샤브샤브를 만들어 먹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밖에서 사먹는 샤브샤브는 왠지 가격대 성능비가 안좋은 것 같아서
집에서 좋은 야채와 고기를 듬뿍 넣어 원없이 먹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워낙 고급 재료를 쓰다보니 가격은 그리 싸지 않네요.

엄니의 지령을 받고 제가 미리 다시마, 멸치, 홍합 등을 넣어 육수를 만들어 놨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버섯들. 호화스럽기 그지없네요.
아버지, 엄니, 저 3명이서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결국 저걸 다 처리하지는 못했습니다.
남아도 어느 요리에나 써먹을 수 있으니 문제는 없죠.


가게에서 종잇장처럼 썰어주는 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소고기!
조~금 두툼해서 살짝 익혀먹으면 씹는 맛도 보장해 줍니다.
이것도 너무 많아서 다 먹진 못했네요.

물론 고기야 뭘로 먹어도 처리가 가능하니... 이하 생략.


싱싱한 야채도 듬뿍.

이걸 세명이서 먹는다니 처음부터 좀 무리였습니다만.
모자라서 아쉬워 하기보다는 일단 먹고 보자는게 저희 가족의 신조라...

물론 이것도 남으면... 이하 생략.


샤브샤브 실컷 먹고나서 후식으로 먹을 칼국수.
물론 이것도 충분히 사 왔으니 남겨놓고 나중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실컷 우려난 육수에 김치 썰어넣고 국수를 풀면 그 맛은 말할것도 없죠.


샤브샤브는 바로바로 육수에서 건져먹어야 하기 때문에
주방을 이용하기보다 이동식 전기 버너를 식탁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갖은 야채를 넣어서 끓여볼까요.
물론 고기는 먹을만큼만 넣어서 살짝 익힌다음 바로 건져먹어야 질기지 않게 먹을 수 있습니다.


야채 향기가 아주 그득하게 베어있는 고기를 요렇게 덜어서 소스에 찍어먹으면
웬만한 샤브샤브 가게는 울고 가는 맛을 자랑합니다.
세명이서 7인분 정도는 너끈하게 뱃속에 집어넣은 것 같네요.

먹고 먹고 속에서 위험신호를 보낼 정도로 끊임없이 먹어댔습니다.
나 이래도 되나? ㅡㅡ;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 칼국수를 빼놓고는 한국식 샤브샤브를 끝냈다고 할 수 없죠.
처음부터 해물육수를 진하게 우려냈기 때문에 김치를 넣으니 조금 짠 느낌입니다.
다음엔 김치의 양을 좀 조절해야겠네요.


배가 불러도 이정도쯤은 뚝딱 해치웠습니다.
물론 워낙 많이 먹은터라 밤에 화장실을 좀 들락날락 했네요.

좀 비효율적인 삽입과 배출이었지만 아주 고급스러운 샤브샤브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육수와 면은 남아있으니 (다른 재료도 다 남아있지만 혼자서 샤브샤브를 해먹긴 좀 그러니)
내일 부모님께서 등산가시면 점심으로 칼국수나 해먹어야겠네요.


부모님께서 날씨 좋은날 시골의 텃밭에 채소 뿌리러 가셨습니다.
집에서 혼자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건 역시 카레다 싶어서 재료를 사왔습니다.

해물을 좋아하다보니 해물카레를 자주 먹는데, 역시 해물을 듬뿍 넣으면 좀 비싸죠.
일단 당근을 올리브유에 살짝 볶습니다.


당근이 어느정도 볶아지면 감자도 넣습니다.
오래 두고 먹는 카레의 특성상 감자는 쉽게 으깨지니 살짝만 볶는게 중요하죠.
크기는 크고 듬성듬성하게, 마구썰기로 카레와 닿는 표면적을 넓혀서 향이 스며들게 하면 맛있습니다.

바르게 써는 기술이 없어서 마구 썰어재낀게 아니니 착각하지 마세요.


카레는 S&B 고형카레를 사용합니다.
글리코것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마트에 재고가 없더군요.

이녀석은 가루 카레에 비해 지방이 좀 더 포함되어 다이어트엔 적합하지 않지만
진득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라 제가 만드는 카레는 항상 이녀석을 사용합니다.


거의 3만원어치 해물... ㅡㅡ;
골뱅이, 새우, 우렁이, 맛조개 등등 마구잡이로 집어넣습니다.

카레가 이렇게도 고귀한 음식이었나.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조개는 빼놨다가 다른 음식에 넣기로 했습니다.


슬슬 끓고있는 카레에 해물을 몽땅 집어넣습니다.
해물향과 카레향이 만나니 참 먹음직스럽네요.
형님은 해물카레를 안좋아해서 제가 이거 만들때 마다 왜 고기를 안넣냐고 불평인데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원래 만드는사람 마음.


어느정도 카레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병 넣습니다.
카레를 최대한 매운거 사용한 후 이녀석을 넣으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깔끔하더군요.


원래 카레는 만든 후 하루 재워놓았다가 먹는게 최고로 맛있습니다만
항상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실 다 만들고 나면 갓 지은 쌀밥과 이녀석의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네요.

그래서 실컷 먹어놓고 하루 지나면 '아~ 그때 좀 덜 먹고 남겨놨으면' 이라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근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참을성과의 대결이지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ㅡㅡ;


쌀밥을 만들기 시작하면 카레는 일단 다 된거니 불을 끄고 잘게 썬 부추를 넣어줍니다.
카레의 향이 워낙 강해서 부추향이 죽어버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래오래 끓여먹는 카레에 넣으면 섬유질이 질겨서 쉽게 소화되지 않는 부추도 잘 흡수됩니다.


밥은 일부러 좀 늦게 짓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카레를 숙성시킬 수 있으니 만들어낸 고육지책.

기다리는 시간동안 한 국자 떠서 기념촬영도 해 봅니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없어져 버리니 이렇게라도.


부추는 일부러 저을 필요없이 그냥 위에 뿌려놓으면, 훗날 알아서 다 사라져 버려요.
즉석해서 1~2분 만드려면 그냥 저 상태로 먹으면 됩니다. 아삭아삭한 맛이 카레와 잘 어울리네요.

저희 집은 일단 카레 만들면 가장 큰 솥에 아주 가득가득 만들어서 2~3일동안 계속 먹어대기 때문에...


쌀밥이 완성되면 일단 시식입니다.
만든 직후라 좀 묽고 약간 싱거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는 것 역시 매력이 있죠.

꼭 김장 담그고 나서 삭지 않은 김치를 쌀밥에 올려 먹는것 처럼...

하루 지나면 그때부터 진정한 해물카레의 맛이 우러나오니 일단은 이것만 먹고나서 기다려 보기로 할까요.

계속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리 사진만 올리니 잘못하면 여자사람으로 오해받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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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께서 추천하신 집 근처의 맛집 폴인샤브입니다.
제목 참 재미있게 지었네요.

추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무한 리필되는 유기농 야채에 있습니다.
가장 싼 소고기나 해물 샤브가 1인분에 6천원인데요.
이거 하나 시키고 나면 식당 중앙에 놓여있는 야채들은 먹고싶은대로 마음껏 갖다 끓일 수 있습니다.


유기농인지 아닌지까지는 제가 알 방법이 없지만 먹어본 바로 질이 떨어지는 야채는 아니었습니다.
뷔페라면 재료의 질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으레 걱정이 앞서지만
이곳에서는 적어도 적정 수준 이상의 야채들을 사용하니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듯.


엄니가 좋아하시는 치커리.

샤브샤브에 넣어먹기 좋은 야채는 역시 숙주나물, 치커리, 배추 정도일까요.
아니, 애초에 한국에서 먹는 샤브샤브란 음식은 사실 샤브샤브가 아니고 전골이죠. ㅡㅡ;
10여년 전 샤브샤브가 처음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만 해도 샤브샤브의 특징인 '살짝 담궈 익혀먹는 얇은 고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야말로 100% 전골화 되어서 정통 샤브샤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각설하고, 이곳엔 버섯과 호박, 시금치, 대파, 감자, 고구마, 떡, 두부, 국수, 곤약 등도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재료가 떨어질 틈도 없이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계속 채워넣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재료는 마음껏 들어다 먹어도 아무도 눈치 안줘요.

종업원 아주머니들이 굉장히 친절한 것도 이 집의 특징입니다.
제가 카메라 갖다대니 '빛 좋은데서 잘 찍어주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하시더군요.
식사 중간중간에도 많이많이 사양말고 드시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육수는 깔끔한 간장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동시에 끓이는 냄비가 준비되어 있고
육수 역시 필요할 때 마음대로 부어넣을 수 있습니다.
야채 뷔페가 최대의 특징인 만큼 메뉴에는 고기샤브, 해물샤브 등이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육수 맛 우려내는데 쓰이는 걷치레일 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야채들이 진짜 메뉴죠.


전 곤약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한접시 가득 퍼다먹고 또 먹었습니다.
다른 샤브집에 비해 육수를 오래 끓이면서 먹는 편이라 육수의 진한 맛이 스며든 쫄깃한 곤약은 최고~
그 외에 시원한 식혜와 과일음료수도 준비되어 있으니 가끔 한 잔씩 먹어줍니다.
당연하겠지만 술이나 탄산음료는 별도 계산입니다. ^^;


6천원짜리 해물샤브를 주문했는데, 해물의 질은 크게 좋다고 할 수 없더군요.
5~6만원짜리 고급 해물샤브도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해물의 품질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라
제가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느긋하게 익히면서 야채와 함께 집어먹기 무난한 정도?

1만원짜리 생해물샤브란 메뉴엔 좀 더 신선한 해물이 나오겠죠.
이후에 궁금해서 추가해본 부채살은 고기도 신선하고 향기가 살아있는것이 해물보다는 먹을만 했습니다.
(처음 주문 후 추가 고기나 해물은 가격이 좀 쌉니다)

어차피 이곳은 야채를 즐기는 곳이니 가격대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죠.


육수의 품질은 그냥저냥 평범합니다.
중후한 맛이 느껴지는 고급 육수는 아니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매운 육수인데
문제는 오랫동안 끓여먹는 이곳의 특성상 후반에 상당히 짜게 변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네요.


두부도 마음껏 넣고 곤약도 마음껏 넣고 신나게 끓입니다.
금방 익는 야채들 건져먹고 시간이 경과하면 곤약에 육수의 맛이 베어나서 맛있게 즐길 수 있죠.
곤약은 쉽게 퍼지지도 않으니 오래 넣어 끓여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야채 덕에 식사시간 즈음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군요.
회사 회식등에서도 강점을 발휘하니 단체 손님도 많습니다.
간장과 매운 소스 두 종류에 찍어먹을 수 있는데, 보통 고기는 매운 소스, 해물은 간장에 와사비 쳐서 찍어먹는다고 합니다.
전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마음가는대로 찍어먹었네요.

하트모양의 떡과 국수도 마음껏 제공되니 김치 좀 풀고 국수로 마무리하면 배 터집니다.
이때쯤 되면 육수가 좀 짠편이라 국물은 조금만 먹는게 좋겠더군요.


식후엔 조그만 서비스도 있습니다.
먹고싶은 만큼 강냉이를 비닐에 넣어 싸들고 갈 수 있네요.
저희 엄니가 강냉이에 대해서는 아주 매니아이신지라, 엄니를 만족시킬만한 고급 강냉이는 아니었습니다.
단 맛이 좀 강하더군요. 뭐, 저희 집에서 먹는 강냉이는 상당히 고급 웰빙이니 공짜로 퍼주는 강냉이와 비교할 필요는...

계산할 때 아주머니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다음 방문때 쓸 수 있는 3천원 할인 쿠폰을 줍니다.
기본 6천원짜리 샤브집에서 3천원 할인 쿠폰이란 상당한 녀석이죠.

주 메뉴보다 듬직한 야채를 저렴한 가격에 산더미처럼 먹을 수 있는 장점덕분에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딱 맞는 똑똑한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몇번 더 가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