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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7.11  예상못한 놀라움의 대구 맛집 트윈파파 12
  2. 2012.06.28  뭘 이런 것까지... 20
  3. 2012.04.10  봄의 만찬을 흡입 14
  4. 2011.12.31  새해 인사나 20

 

지난주 불금을 맞아 뭐라도 먹어볼까 싶었는데 엄니께서 지인의 아들이 이번에 가게를 하나 내셨다고 합니다.

서른 살도 되지 않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큰맘먹고 오픈했다고 하니, 후회없이 즐길 수 있을까 조금 걱정하면서도 일단 가 봅니다.

 

전 엄니의 지인이라는 분도 뵌 적이 없고, 당연히 그 아들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으니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식사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그건 또 모처럼의 외식에 아까운 일이라서

부디 맛있기만을 바라며 붐비기 시작하는 저녁 도로를 달립니다. 제 차가 아니라 운전은 엄니가 하셨지만.

 

 

 

사실 당시에 카메라를 막 바꾼 참이라 뭐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기도 햇죠.

실내사진은 대충 찍어봤습니다만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본 일이 딱 한번 뿐이어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달려서 도착해 보니 왠걸 젊은 오너가 차렸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한 덩치 하는 건물이네요.

가게 하는 입장에서 건물에 세들어 시작한다는게 참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일이라

과감하게 주택을 구입해서 완전히 개조를 했다고 합니다. 시원한 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큰 도전인데 말이죠.

 

오너분은 주방에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엄니가 들어가시자 카운터에 있던 여성분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알고보니 오너의 여동생분인데, 같이 가게를 돕고 있다고 하네요.

엄니와는 한두 번밖에 얼굴 마주친 적이 없다는데 기억을 하고 계셔서 환대를 받았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부 풍경을 구경해 봅니다.

밖에서 보는 모습도 주택 사이사이에 블럭을 끼워넣은 듯한 독특한 구조였는데

개업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실내도 굉장히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군요.

 

 

 

가게가 정확히 층이 구분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갈 때 반층 정도 되는 위치에 외부 테라스를 사이사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 쪽 벽면엔 프로젝터도 설치해 놓아서 축구나 야구 경기 같은 것들을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식당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펍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묘한 느낌이네요.

 

 

 

까페를 운영중인 친구 몇몇 가게에 가 보면 확실히 인테리어 구상하는것도 보통 골머리가 아니겠구나 싶은데

이곳도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분위기 만들어내는 걸로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네요.

 

 

 

여기가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중간층쯤 되는 곳입니다.

소파 맞은편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오너가 젊은 분이다 보니 이런 식의 시도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다시 1층으로 돌아와서 적당히 시원한 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오너의 여동생 되는 분이 깍듯하게 여러가지를 안내해 주시는군요.

 

지인의 가게에 가게 되더라도 전 음식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라

맛이 없거나 재료에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지인이라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평가를 합니다.

이번엔 제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엄니에게 말만 들은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게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나올 메뉴들에 대해서는 매의 눈으로 살펴보기로 했죠.

 

 

 

친근하게 엄니에게 서빙을 하는 오너 여동생분 덕분에 주문은 쉽습니다.

딴 거 없이 모두 쉐프, 즉 오너가 추천하는 메뉴만으로 부탁을 했죠. 안심스테이크와 해물 파스타, 버섯 피자를 추천해 주시네요.

 

엄니와 둘이서 먹기엔 양이 좀 많을법한 주문이지만 피자의 경우엔 포장도 된다고 하니 별 문제 없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내숭일 뿐이고, 저하고 엄니라면 이 정도는 먹어야 식사 든든하게 했다고 만족할 만한 양이죠.

 

가격은 대구지역의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식당의 메뉴 치고는 싼 편이 아닙니다.

세 가지 메뉴를 선택하니 거진 7만원이 넘게 나오는군요.

많이 비싼편은 아니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준비해 준 물에는 허브같은 식물이 들어있는데, 이게 그냥 폼이 아니라 정말로 풀내음이 확 나는게 신선했습니다.

제가 친근한 성격이라면 길가던 종업원 붙잡고 이 것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하겠지만

그냥 소심하게 사진이나 찍고 물맛이나 음미하고 그랬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종업원 전부가 오너와 거의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분들이네요.

이제 막 개업한 곳이라 이곳만의 장점은 아니겠지만, 일단 테이블 세팅과 식기들이 전부 새 것이란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사실 카메라 오랜만에 새로 바꿨다고 이것저것 찍어대느라 만족했을 뿐이지만 말이죠. 깔끔한 식당은 언제든 좋습니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거나 스테이크 하우스는 워낙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경험이 짧은 저로서는 이곳 인테리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딱히 평가할 만한 지식이 모자라네요.

 

바라는 바라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금 이 새것같은 깔끔함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기다리던 식사 시간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세심하게 세팅한 겉모습만큼이나 빵이 매우 맛있습니다.

위에 올라간 녀석들은 삶은 감자와 토마토 등등인 것 같은데 바삭바삭한 빵과 달리 적당하게 익어서 부드럽게 씹힙니다.

 

거대 레스토랑이나 체인점과 달리 개인이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는 이런 가게들은 여기서부터가 평가의 시작인데

한 조각씩 먹어보고는 엄니나 저나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 자리가 주방쪽과 가까워서, 왠지 요리 평가하는데 큰 소리 내기는 좀 껄끄럽더군요.

 

 

 

두 번재로 나온 녀석은 베이컨 롤인데, 요리하는 분들은 미적 감각도 뛰어난건지 집어먹기가 아깝더군요.

맛은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베이컨 치고는 그리 짜지 않고 씹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엄니의 지인 말로는 아들내미 가게가 재료만큼은 정말 좋은 녀석들만 골라서 쓰고 있다고 단언하셨다는데

당연하게도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런 말에 휘둘릴 수가 없던 저였지만, 여기까지 먹어보고 납득이 갑니다.

 

 

 

앙증맞은 숟가락의 미소는 둘째치고, 적어도 엄니와 제 입맛엔 매우 적절한 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삶은 감자와 채소에 토마토 소스로 간을 한 수프같은 느낌인데

엄니께서 외식하실 때 가장 싫어하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짜거나 단맛이 매우 적어서 부드러운 맛이네요.

 

요리를 잘하시는 건지 재료가 훌륭한 건지 모르겠지만 간이 과하지 않다는 건 외식에서 매우 좋은 장점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밑반찬이 나왔는데, 이것도 재료가 싱싱하기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다양하게 준비한 점도 좋고

특히 피자헛 따위에서 가끔 얼굴 찌푸리게 만들던 물렁물렁해진 피클이 없이 아삭아삭 씹히는 감촉이 만족스러웠군요.

 

 

 

특이 이 녀석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버섯은 버섯인데 고소하고 살짝 알싸한 느낌의 소스가 좀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기에.

 

발사믹 식초인가 생각도 했지만 그것치고는 맛이 더 부드러운 느낌인데, 버섯을 먹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거 먹고 있으니 매니저(오너의 여동생분)가 오셔서, 지금 개발중인 녀석이지만 엄니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히 내 놓은 것이라 하시네요.

이것이 지인 파워인가 싶었습니다만, 이 소스의 정체는 품질 좋은 올리브유였습니다.

 

한국에서 레벨 높은 올리브유 먹기가 쉽지 않는데, 아마 가게에서 내놓을 만한 녀석중에서는 상급에 들어가는 올리브유일거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올리브유는 100ml 에 10만원이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데, 한번 맛을 본 지인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물론 올리브유를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이 녀석의 등급을 알 수 없지만, 맛은 진짜 훌륭했습니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와인을 준다는 말에,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일단 한 잔 받아들었습니다.

엄니 것도 주시려 했지만 엄니나 저나 술은 별로 마시지 않기에 한 잔으로도 충분합니다.

로제나 아이스 정도는 아니지만 신 맛은 아니고, 아주 캐쥬얼한 부드러움이라고 할까.

 

어쨌든 입에는 맞아서 전부 마시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전 카메라 성능 테스트 한다고 이리저리 구도 잡아가며 찍는게 더 중요했습니다.

 

 

 

엄니가 좋아하신 수프입니다. 부드러운 감자 조각이 들어가 있는데, 전혀 짜지 않고 크림향이 농후한 것이 부담없더군요.

엄니는 항상 이 수프가 너무 짜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엔 맛있게 잘 드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방을 책임지는 쉐프로서는 아마 지금이 일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겠죠.

퀄리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의 이 곳 가게는 전식요리에서부터 굉장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하는데, 가격대가 높아서 걱정했던 것에 비해 좀 너무 푸짐한 느낌이 들더군요.

매니저분이 엄니가 오셨기에 조금 더 넣어주셨다고 하는데, 확실히 설명 듣기 전에도 좀 많다 싶었습니다.

 

지인 파워로 가게에 오게 되면 이런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전 소소하더라도 이런 건 좀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에 살짝 어색한 기분으로 포크를 집어듭니다.

 

특히나 사진 열심히 찍고 블로그 올리는데 괜히 사진과 다르게 나온다고 불만을 가질 사람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맛집 거지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 저로서도 참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죠.

 

노파심에서 이야기 하지만 전 태어나서 식당 사진 찍어주고 뭘 제공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욕 먹고나서 회사측에서 블로그 닫아달라고 항의 온 적은 있습니다만.

 

 

 

어쨌든 해물의 양과는 별개로 맛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해물의 신선함은 감동스러울 지경이네요.

이제껏 먹은 파스타 중 거의 1,2위에 들어가는 완성도입니다.. 3위는 매드 포 갈릭 정도 될려나요.

 

소스를 강하게 쓰지 않아서 해물의 향이 잘 살아있는 터라 코가 즐겁기도 했습니다.

파스타 삶은 정도도 완벽해서, 엄니가 '넌 집에서 왜 이렇게 꼬들꼬들하게 안되냐' 라고까지 하시는군요.

이렇게 삶을 줄 알면 저도 가게 열겠습니다만.

 

 

 

그런데 사진 좀 찍고 이제 막 앞접시에 파스타를 담아서 맛있게 흡입하려는 순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피자가 나와버립니다. 엄니나 저나 순간 당황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파스타가 1인분짜리 음식이라 피자를 바로 내 주신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둘이서 파스타 나오면 함께 먹는게 당연하리라 생각했음에도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더군요.

 

요리 전부가 따끈따끈할때 먹어야 맛있는 것들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피자를 앞에 두고

서둘러 파스타를 흡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술 더떠서 피자엔 손도 대지 않은 채로 파스타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스테이크가 나와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피자는 식어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인데 말이죠.

 

아마도 1인분씩의 메뉴다 보니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각각 앞에 놓고 피자를 중앙에서 먹으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코스 요리처럼 간격을 두고 나와주는게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에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건 넘어간다고 해서 좋을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매니저를 불러서 요리 나오는 간격이 너무 짧다고 지적해 드렸습니다.

매니저분은 죄송하다면서 피자를 데우는 캔들을 준비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그게 있다고 피자의 맛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니죠.

식은거라도 맛있게 먹기는 하겠는데 다음부터는 시간을 잘 생각해서 요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테이크는 엄니께서 레어쪽을 별로 안좋아하셔서 미디엄으로 구웠습니다.

전 먹으면서도 미디엄 레어 정도였다면 정말 육즙 팍팍 음미하면서 씹을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탈리안 요리는 둘째치고 스테이크는 기회가 있어서 고급을 좀 썰어봤기 때문에 비교하기 쉬웠습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가격만큼의 가치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엄니는 스테이크가 너무 작다고 하시는데, 사실 워낙 얇은 고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무게로 따지면 적당한 크기죠.

에슐리에서 나온 스테이크라 불리는 고깃덩어리는 먹다 뱉어버릴 정도였고

TGI의 스테이크는 이 녀석의 60% 정도 되는 퀄리티에 가격은 거의 동일했으니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같은 무게에서 가격이 이 녀석의 두 배나 되는 스테이크를 한번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소고기라는 녀석의 진짜 맛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교수를 맡다가 요리를 그만둘 수 없어서 스테이크점을 차렸다는 그 쉐프분은

가격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그 점을 생각한다면 이 트윈파파라는 가게에서 젊은 쉐프분의 현실적인 초이스는 정답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피자는 식어버렸지만 맛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버섯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게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피자 반쯤은 포장해서 가져갔을 테지만 엄니와 저는 겨우 이것가지고 뭘 남기나 하며 입에 쓸어넣습니다.

종업원이 더 필요하신거 없냐고 묻기에 그냥 빵을 조금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버섯을 다 먹고 나니 남아있는 올리브유가 아까워서, 빵에 좀 찍어먹으려고 한 부탁이었는데

어디선가 말이 잘못 전해진건지 전식에 나왔던 그 메뉴가 그대로 다시 나오더군요. 이런 손가는 요리를 부탁한 게 아닌데.

 

아무튼 나왔으니 감사히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온 것을 물릴수도 없고 말이죠.

남아있던 올리브유를 빠게뜨 위에 뿌린 후 엄니와 한조각씩 씹어뭅니다. 역시 진하고 부드러운 향이 입속에 퍼지는 게 행복하더군요.

 

 

 

매니저분이 가끔 와서 입맛에 맛냐고 물어보시는데, 빈 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니 지인의 아들이라 만족할만 할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남한테 추천해줘도 욕 먹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예약손님이 많아서 잘 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십니다. 이거보다 더 잘 봐주면 긴장해서 식사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주택을 개조한 식당이라 주차장이 좀 좁은데, 들락날락하는 차들이 전부 삐까번쩍한 외제차들이라 벌써 입소문이 좀 퍼지긴 했나 싶습니다.

개장 한 달이라면 아마 대부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가진 식당은 대구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에 매우 훈훈한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카메라 파악한다고 건물 사진도 좀 찍어대면서 말이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한 외식은 별로 없는데, 이 쪽은 확실히 여러가지 요소에서 훌륭한 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개장한 터라 아는 사람이 그닥 없을테지만 오히려 그 덕에 왠지 숨겨진 맛집을 발견해서 뿌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외부와 격리된 가족룸도 있어서 엄니께서는 훗날 조카 가족이 오면 여기에 데리고 오려고 생각중이십니다.

외부 테라스도 넓직하고 시원해서, 술 좋아하는 친구하고 와도 괜찮을 듯 하네요. 그 친구는 미국에 있지만.

 

오랜만에 디자인과 서비스, 요리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을 발견해서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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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라서 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는 말씀에 적당히 고민해봤습니다.

사실 밖에서 먹고싶은건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먹지 말자고 말씀드리기도 뭣하고...

 

예전에 피자헛에 직접 가서 피자 먹었을때 아버지께서 맛있다고 호평하시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그냥 피자헛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배달피자보다는 직접 가서 먹는게 제일 맛있긴 하죠?

 

세명에서 아쉽지 않게 먹으려면 피자 한판 + 파스타 2개 + 윙 10조각 + 샐러드바 정도는 해야 합니다.

파스타중 하나는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조금 매운 새우파스타로.

밖에서 먹는 음식이 어디든 다 마찬가지지만, 약간 짠 느낌은 있더군요. 그래도 바로 만든거라 맛은 있네요.

 

 

 

피자는 나오자마자 따뜻할때 먹어야 된다고 후다닥 잘라서 접시에 나눠드린 고로

제 모습을 갖춘 녀석을 찍을 기회따위는 없었습니다.

 

역시 아무리 온도유지를 하느니 뭐니 해도 직접 가서 먹는 피자가 제일 낫긴 하군요.

사실 피자헛 피자는 제가 좋아하는 종류가 아니지만, 대구의 본가 근처에서는 직접 가서 먹을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습니다.

미스터피자가 한군데 있긴 한데, 거기는 꽤나 허벌나게 맛이 없더군요.

 

피자헛 피자는 아메리칸 스타일에 한국식 토핑을 집어넣는 부류라서, 가끔 피자가 아니라 빈대떡 먹는듯한 느낌도 드네요.

 

 

굳이 외식을 한다면 좀 괜찮은 일식집 같은데 가고는 싶은데

요즘 바닷물 상황이 영 좋지 않고 해서, 섭취 횟수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나이먹어서 생일 대접 받는건 좀 그러니, 아버지께서 맛있다고 하신 곳에 가는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

 

두 번째 파스타는 크림소스 베이컨 파스타로군요. 순서를 생각하면 이게 먼저 나와야 하는것 아닌가 싶은데...

직접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음식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지니 따뜻할 때 처리하는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메뉴얼에 없는 접객을 바라는건 무리니까, 사실 주문할 때 조금씩 텀을 두고 가져오라고 말을 했어야 했네요.

 

 

 

언제부턴가 피자헛 피자를 먹을때면 꼭 빠지지 않고 먹어대는 버팔로 윙.

제가 원래 닭을 좋아하기도 하고, 덥썩덥썩 반찬 느낌으로 집어먹기에 적당한 크기를 하고 있어서일까요.

 

그나저나 예순 넘기신 부모님이나 저나 입맛 없다고 음식 남기는 일은 없으니 그건 참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나이 드시면 더더욱 걱정이 되는데, 입맛 없어지는건 정말 좋은 현상이 아니니까요. 두분 다 다이어트를 고민하시고 있긴 하지만.

 

 

 

저것들 다 흡입하는 와중에도 전 꾸준히 자리를 떠서 샐러드바를 침략중이었습니다.

샐러드바 6접시 + 요구르트 2잔씩 싹싹 비우셨네요. 이래도 되는건가 싶었는데, 결국 제가 제일 먼저 배가 차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아마도 저 녀석 때문인 듯 합니다. 패션 후르츠라는 중남미 열대과일인데, 기이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상당한 신맛을 자랑하더군요.

 

적당히 달달하면서 혀를 자극하는 신맛때문에 묘한 중도성이 있어서 자꾸 퍼먹게 되는데, 그러면 속에서 바로 반응이 옵니다.

아직까지 이곳 피자헛 이외의 장소에서는 본 적이 없는 과일이라서, 이곳에 오면 이걸 중점적으로 먹게 되네요.

 

 

 

얼핏 보면 올챙이 알처럼 생겨서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만

과일은 뭐든 좋아하니 개의치않고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습니다.

 

이 사진 보고 있으니 그 신맛이 기억에 남아서 입안에 침이 도는군요.

마트같은곳에서도 파는걸 본 기억이 없어서, 이 녀석을 어디서 좀 더 사먹을 수 있을까 생각중입니다.

저거 먹으려고 피자헛까지 갈 수도 없고.

 

암튼 배터지게 먹고 돌아와서 배출도 몇번 하고, 엄니께서는 속이 좀 안좋아지셨는데...

피자헛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그 전 산행에서 먹었던 비빔밥에 육회가 들어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7천원짜리 비빔밥에 육회라니... 육회가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신선도와 퀄리티를 생각하면 납득이 안가는군요.

전 육회를 먹지 않습니다. 한국의 외식업체는 기본적으로 절대로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제대로 조리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요리라면 그냥 먹겠습니다만, 육회같은건 한국 외식 시스템상 무리라고 봅니다.

물론 먹고 멀쩡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죠.

 

암튼 다 큰 자식 생일도 챙겨주시고 여러가지로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습니다. (며칠 지났지만)

빨리 부모님 크루즈 세계여행이라도 시켜드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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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착하니 형수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시는군요.

이제 출산도 그리 멀지 않아서, 위장 저격수마냥 있는듯 없는듯 사라지려고 했는데...

다행히 입덧도 거의 없었고 애는 잘 크고 킥도 잘 날리고 있다고 하시니 다행은 다행입니다.

 

감자전 먹으면서 요즘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세상이 좀 바뀌긴 한것 같더군요.

애 하나당 50만원씩 지급되기도 하고, 뭔 초음파도 초정밀 검사에 3D 입체 사진까지 나온다고 하니.

그런데 초음파조차 많이 찍으면 애한테 부담될 것 같아서 조심하는데

확실히 무리가 가는 입체사진까지 찍으려고 안달난 부모들이 있다고 하는걸 보니 세상 참.

 

강남에서 연예인들이 출산했다는 산부인과는 미어터진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으니

애 낳는것도 사치품 경쟁하듯이 소문거리가 되는 걸까요.

 

 

 

2~3살 애한테 짜장면이나 먹이는 어미들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으니 이젠 좀 면역이 되었습니다만

적어도 나중에 '내가 널 어떻게 고생하며 낳고 키웠는데~' 따위의 한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내일과 모레 일정이 좀 빡빡해서, 들어오자마자 잠깐 일보러 나가려고 했지만

고속도로 정속주행의 여파로 시간이 많이 간당간당한지라 그냥 내일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합니다.

 

저녁에 칼같이 형님 퇴근후 금새 식사를 뚝딱뚝딱 만들어 주시네요.

매일 이렇게 먹진 않겠지만, 제 나이대에 이 정도 요리가 가능한 것은 자랑할만 하겠죠?

자만은 아니라도 자취 10년 경력의 남정네인 저보다도 월등히 요리 못하는 젊은 부부가 많은건 사실인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대학생 때까지 사과를 못깎아서 어른한테 사과와 칼을 공손하게 내어놓던 동갑내기 여자사람도

주말에 연하남과 결혼하는군요. 이제 사과는 깎을 수 있으려나?

 

 

 

대구 본가에서는 요즘 싱싱한 시금치가 많이 들어와서

근 1주일 가깝게 된장과 바지락, 두부를 넣은 시원한 시금치국을 줄창 흡입중이었는데

여기선 봄의 이미지에 딱 맞은 쑥국을 내 놓으시는군요. 봄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국이죠.

 

사진 잘 나오라고 형님이 고추 조각을 위에 올려놨습니다.

 

 

 

원래 이렇게 많이 만들진 않는데 제가 두부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실컷 먹으라고 쌓아두셨습니다.

무김치와 달래무침이 또 봄을 대표하는 반찬이네요. 계절별로 반찬을 로테이션 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능하신 듯.

보통 대학생때 자취하다보면 식탁 위에서 계절을 잊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요.

 

 

 

떡갈비 혹은 너비아니인듯. 직접 만드신건지 사오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들려면 상당히 손이 가는 요리로 알고 있어서... 수제라면 먹기가 좀 아까울 듯.

 

다른건 거의 가리는것 없이 잘 먹지만 양파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손이 잘 안갑니다.

생양파를 제외하면 사실 못 먹는것도 아니고 내키는대로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지진 않네요.

어릴적에 트라우마라고 할까 그런게 있어서 아마 감각이 굳어져 버린 듯.

 

 

밤 11시에 출출하다고 형님이 떼를 쓰는 바람에

마침 차도 있겠다 근처 그마트로 휭하니 달려가서 빵과 치즈, 햄 등을 사왔습니다.

며칠전에 개발했다며 자신만만하게 만들어 주는 토스트 피자. 근데 이게 개인 발명품이었던가?

 

식빵 위에 토마토소스를 깔고 모짜렐라를 포함한 치즈 2장을 깔고 얇게 썬 햄과 파슬리를 올려서

예열시킨 오븐에 구워주면 완성... 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든 다들 이렇게 만드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워낙 자랑스러워하니 뭐 맛만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료를 받을 것도 아니고.

 

저도 피자에 오만가지 야채와 별의 별 재료들 올리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게 좋습니다.

잘 만든 도우와 비교하기엔 식빵이란 녀석은 오븐안에서 금방 수분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 점이 좀 아쉽지만요.

상온에 둔 버터를 얇게 코팅하듯이 식빵에 두르면 수분 손실을 조금 막을 수 있습니다.

 

오븐이 작아서 간신히 세 조각 만들 수 있었군요. 불행히도 형님 건 바닥에 내동댕이당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형님부부는 대구 본가로 자동차 가지고 내려가기 때문에

고급 가정식 요리는 이 날로 끝이고, 다음부터는 적당히 알아서 찾아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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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서울 올라가려는데 엄니께서 형님 집에 물자 좀 운반하라고 하셔서
짐 잔뜩 싣고 차 끌고 올라왔습니다. 덕분에 형님한테 얻어먹어도 조금의 죄책감도 느껴지질 않아...


이태원의 유명한 스파게티&피자 하우스라고 하는 마이 첼시에 갔습니다.
어떤 연예인이 만든 가게라는데, 이곳 이태원에 'MY'라는 단어가 붙은 곳은 그 사람 점포라는군요.
그건 둘째치고 이태원엔 사람이 참 많아서 좀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게 안은 촛불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어두워서 사진 찍기 매우 힘들군요.
이름값을 할 만한 곳인지 기대하면서 슈퍼의 5배 정도 비싼 콜라를 마십니다.


스파게티 두종류와 피자,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이 정도면 세명이서 배불리 먹을만한 양이더군요.
크림 스파게티는 아주 진득하고 부드러운 맛입니다.
미트소스 스파게티는 파스타를 와인에 데쳤는지 와인 냄새가 확 납니다.
피자는 치즈도 좋은것 썼고 버섯과 바질향도 날아가지 않아서 담백합니다.

주문후 어마어마한 속도로 음식이 나오는데, 독심술이라도 익힌 걸까요.
접시닦이의 달인으로서(?) 주방이 참으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은 스파게티 하나에 17000원을 호가할 정도로 좀 셌지만
이태원이란 원래 이런 곳이겠죠. 맛은 후회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전날까지 설사로 고생했지만 자꾸 차려주는 음식을 거부할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먹었죠.
형수가 만들어주신 퐁당쇼콜라 입니다.
말 그대로 케이크 안에 초콜릿이 퐁당거리는 음식이더군요.
물론 그 퐁당은 한국말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단걸 안좋아하는 사람도 초코 종류에 따라 덜 달게 즐길 수 있으니 좋을듯 합니다.
형수님은 그냥 가게 차리시는게?


짐 싣고 몰기 싫어하는 차 몰고온 보람은 있었네요.
맨날 작업하던 컴터가 아니라서 대충 정리하고, 올해 포스팅은 이걸로 마칩니다.
을씨년스러운 연말이지만 모두 기운차게 보내시고 내년은 더욱 멋진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서울서 잔뜩 찍은 사진은 내년에 내려가서나 느긋하게 정리해볼까 하네요.
한해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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