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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6.07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 6
  2. 2012.04.24  신천 산책 후반기 16
  3. 2012.04.23  신천 산책 전반기 10
  4. 2011.09.06  때아닌 경보대회 + 메밀묵 필 무렵 23
  5. 2009.10.11  컬러풀 대구, 신천 축제 8

 

 

 

 

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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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참 엿같은 물입니다.

 

욕이 아니라 정말 엿같이 보이지 않나요?

음... 어떻게 말해도 욕처럼 들리는 듯 하군요.

 

 

 

신천 쪽에서 냄새가 너무 나니 좀 더 바깥쪽으로 걸어봅니다.

바깥쪽은 날파리와 자동차 소음이 반겨주는군요.

이런 곳에서도 커플들은 정답게 누워서 담소를 주고받네요. 사랑의 힘은 대단합니다.

 

전 정체모를 기둥 한장 남겨주고 이미 보이지도 않는 엄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망원렌즈를 들고 왔으니 소소한 도촬이라도 한 장 남겨봐야죠.

얼굴이 나오는건 역시 실례니까 이런 모습만 잘 골라서 찍습니다.

300mm 망원으로 찍으면 이 정도 거리에서는 거의 의식할 리가 없으니까 괜찮을지도.

 

명함 가지고 다니면서 찍고나서 사진 보내주겠다고 건네줄 만큼 적극성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성격상 좀 힘들 듯 합니다.

외국에서는 그나마 조금 나아서 가끔 물어보고 찍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왠지 말걸기도 힘드네요.

 

 

 

그래서 주 피사체는 풍경이나 이런 식물들이죠.

항상 봄은 노란색으로부터 시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잔디 보호를 위해 군데군데 출입금지 구역이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몇몇 노인분들은 아마 글씨를 못 읽는지, 펜스는 뛰어넘는 거라고 알고 사셨는지

잘만 들어가서 담배 피우며 걸어다니는군요.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은 상당히 많아서 세삼 놀라울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들 제 머리통보다 작은 소형견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사람 발걸음이나 자전거에 치여서 크게 다쳤을 때는, 주인은 반드시 자기 자신을 책망해야 할 겁니다.

 

 

 

그늘진 곳에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녀석들도 힘을 다해 봄을 맞이하고 있네요.

생각없이 밟고 지나가도 그다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나는 잡초같은 녀석들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보기 좋아하는 산책로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겠죠.

 

 

 

산책로가 끝날 때쯤 앞산 등산로 부근으로 올라갑니다.

살짝 빨리 걸으면 집에서 50분 정도의 거리니까 적당히 운동하기엔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냄새와 소음때문에 그닥 즐겁지는 않았지만.

 

앞산 산책로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옛 향기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등산객들을 위한 소박하고 어설픈 식당들도 대부분 주말 저녁에만 살짝 문을 연다고 하는군요.

낡은 자판기의 정취를 느끼려면 주변 환경도 맞춰줘야 합니다.

 

 

 

제가 국민학생 때는 이런 풍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되려 신선해 보이느 것도 무리는 아닐려나 싶습니다.

 

저 멀리 가시던 엄니도 묵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행과 합류를 해야 하니 앞에 서 계시더군요.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국민학교까지는 아이 걸음으로 20분은 넘게 걸렸는데

친구들이 살던 골목길 부근에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지금 그 골목은 아마 제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바뀌어 있을 테지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낯익은 풍경을 보니 왠지 밥맛이 더 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메밀묵집은 주인 아주머니가 없고 아들 되시는 분이 혼자서 고군분투 중이시더군요.

김치, 백김치, 메밀묵 등등 나오는 모든 재료를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는 곳이라서

굉장히 허름한 곳임에도 등산객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적당한 운동뒤에 저칼로리 메밀묵을 신나게 먹고 다시 50분쯤 걸어서 돌아오는 코스는

신천에서 풍기는 악취만 아니라면 매우 적절한 녀석이긴 합니다만, 냄새 없어질때까지는 그닥 가고 싶질 않네요.

 

돌아오다가 엄니께서 맛있는 토마토라고 좀 사오셨습니다. 짭짤이 토마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녀석인데

품종도 조금 다르고 키우는 땅도 특이하기 때문에, 보통 토마토보다 짜고 답니다.

익으면 익을수록 부담스러울 정도로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먹어버려야죠. 최대로 익었을 땐 반쯤 캐첩같습니다.

 

참 유용한 산책로이긴 한데, 다음엔 부디 신천에서 악취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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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빈둥거리고 있는데(백수가 뭔 휴일) 엄니께서 바람 좀 쐬고 운동 좀 하자고 신천 둔치 걷자고 하십니다.

벚꽃은 싹 없어져 버렸지만 신천 산책로엔 꽃이 좀 피어있을려나 싶어서 카메라 챙기고 나갑니다.

그 전에 테스트겸 해서 의미없는 사진 한 장.

 

 

 

밥도 한 숟갈은 정이 없다고 하는데 사진인들 어련하겠습니까.

그래서 화려하게 피고 지금은 휴식중인 화분도 한장 남겨봅니다.

뿌리없이 줄기만 물에 담궈놓은 애들은 불쌍해서 못보겠는데, 이런 녀석들은 든든한 흙이 받쳐주니

잘 기르다 보면 알아서 또 꽃피고 하겠죠.

 

 

 

지난번 벚꽃사진을 남겼던 도로가 나무는 역시 거의 대부분의 벚꽃이 떨어져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 조금은 남아있었고, 끝물 한번 빨아보려는 꿀벌의 모습도 하나 건질 수 있었습니다.

산책 후 앞산 등산로 근처에서 메밀묵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저녁이 되어갈 때쯤 출발했는데도

대구는 요즘 꽤 덥군요. 오후 5시에 24도라니. 반팔 입고 가도 아무 문제가 없네요.

 

 

 

지난번 포스팅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벚꽃만큼이나 그 후에 올라오는 푸른 잎도 좋아합니다.

화려하게 만발하는 꽃무리도 좋긴 한데, 이렇게 끝에 살짝 남은 녀석과의 매칭도 깔금하고 좋아요.

 

 

 

꽃잎은 다 떨어져도 남아있는 암술부분 역시 별개의 꽃처럼 느껴져서 보기 좋습니다.

이제 완전히 시즌이 지나면 어라 이게 벚꽃나무였나 할 정도로 환골탈태를 하게 되겠죠.

그러다가 또 겨울이 가고 봄이 그리워질 때쯤 되면 아 이게 벚꽃나무였지 하고 생각하게 될 테고.

 

 

 

엄니는 예나 지금이나 사진찍을 시간도 없이 혼자서 쓩 하고 걸어나가 버리시네요.

운동을 위해서 걸음을 빨리 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왜 따라왔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주위 눈따윈 아예 신경도 안쓰시는 아버지는 혼자서 노래와 시를 낭송해가며 걸으시니 전 그냥 모르는 사람인 척 빠집니다.

 

역시 이건 산책이 아니라 운동이네요. 말 한마디 나누긴 커녕 서로 얼굴도 못봅니다.

전 카메라를 들고 왔기 때문에 사진도 찍고 해서 부모님과는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버렸군요.

 

그건 그렇다치고, 현재 신천 상황이 매우 안좋습니다. 아주 비린내와 똥내가 작렬을 하네요.

급격하게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 탓도 있고, 신천을 가로지르는 대구철도 3호선 공사때문이기도 하죠.

 

대구 행정이 대체로 그렇습니다만, 신천 산책로라는게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서

처음에 자전거 주행 금지로 시작한 산책로가 여론에 밀려 결국 자전거도 주행가능하게 바뀌었는데

문제는 산책로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보행자, 자전거 공용' 산책로라는 애매한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딱 사람 두명 나란히 서면 꽉 차는 좁은 길이라서, 자전거들은 그야말로 곡예를 해 가며 달리고 있죠.

물론 한국의 시민의식덕에 보행자 우선이라는 개념은 쌈싸먹은 인간들이 많아서 신천 산책로는 매일 무법천지입니다.

 

보행자야 뭐, 산책로 옆의 잔디를 걷는게 더 마음 편하긴 한데, 그렇다고해서 공무원들이 욕을 안먹을수는 없죠.

 

 

 

날씨와 냄새에 맞춰서 저녁저음부터는 아주 상상을 초월하는 날파리떼가 사람들을 덮칩니다.

입을 열면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날아들기 때문에 영 기분이 좋지 않죠.

신천의 오리들은 똥내나는 물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엄니 어릴적엔 여기가 공용 빨래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나름 깨끗한 물이었는데

대구가 조금 발전하면서부터 아예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할 정도의 오염수가 되었다가

최근 10여년간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펼친 끝에, 지금은 오리도 살고 수달도 사는 그럭저럭 괜찮은 하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사와 날씨변화 등의 요소엔 자정작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위태위태한 녀석이기도 하죠.

어쨌든, 저녁부렵의 신천은 온통 금박을 입힌 듯한 모습이 아련한 느낌입니다.

 

 

 

어릴적에 다들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흐르는 물은 몇십 분씩 계속 신기하게 쳐다보게 되곤 하네요.

손을 집어넣으면 형태가 흐트러지지만, 가만 놔두면 참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힘이 있습니다.

자연계에 안 그런 존재가 어디있겠습니까만 물이란 녀석도 참 아름다운 녀석이네요.

 

 

 

희망교쪽을 관통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공사현장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3호선은 지상 모노레일 형식으로 결정났지만

우리는 진짜 이유가 결국 예산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도시철도는 흑자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적자경영이 당연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대구 도시철도는 그런 기준을 넘어서 심각하게 적자가 쌓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인원수 못채울거 덩치작은 무인 모노레일로 가자는 것도 일리있는 이야기이긴 하죠.

 

 

 

위치상으로는 대구의 부촌인 수성구와 떠오르는 강자 북구 칠곡부근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3호선까지 들어서면 대구 도시철도도 희망이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대구에 가장 필요한 건 순환선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냄새와 공사, 날벌레 등으로 인해 기분좋은 산책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내 동성로를 제외하고 사람이 제일 많이 모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산책, 운동, 휴식을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걷다보니, 이 정도 산책로조차 감지덕지로 걸어다녀야 하는 도시의 삶이란 참 각박하구나 싶네요.

사실 신천대로와 동로의 어마어마한 교통량과 소음,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는 이곳 산책로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줘도 B급 이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데... 여기 말고는 다들 나올 곳도 없으니 참.

 

 

 

가끔 황량한 산책로에 꽤나 노골적으로 인공미를 풍기는 화단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성 방식 자체는 고리타분해서 흥미를 못느끼지만

그래도 꽃의 매력때문에 그나마 걷다가 멈춰서 시선을 돌리는 여유는 만들 수 있네요.

산책로 주변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잘못 찍다간 괜히 문제생길 것 같기도 하고

어째 지금까지 올린 사진은 산책 사진이라고 보기엔 사람 모습이 너무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진찍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발전하는건 사진에 사람 안나오게 찍는 기술인 듯.

 

 

반대로 동물 사진은 점점 늘어나는군요.

제 방 에어콘 실외기로 날아들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귀엽게 봐줄 수 있습니다.

잔디와 꽃밭 사이에 서 있는 비둘기는 그다지 천덕꾸러기로 보이지 않네요. 여기가 녀석들이 있을 곳인데.

알 낳으려면 천적들의 습격이 적은 곳을 찾다보니 이게 고층 아파트라는 묘한 장소로 모여들게 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자연계의 천적만큼이나 무서운게 사람이니, 아슬아슬한 동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도 왠만하면 그냥 점잖게(?) 쫓아보내는 편이지만 아침부터 계속 X싸재끼면서 러브송을 읊어댈 때는

가끔 살충제에 라이터 불 붙여서 화염방사기로 구워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단 말이죠.

아님 BB총을 가스건으로 개조해서 푹신푹신한 몸통에 한발 먹여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를 준다던가...

 

훗날 과학자들이 새들에게 똥오줌 가리는 유전자를 주입해 주기를 기대할 수 밖에요.

이런 기발하고 유용한 상상을 하면서 신천 산책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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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집에서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있었습니다.
전 중간에 친구녀석이 볼일있다고 여차저차해서 시내 잠시 나갔습니다만.

엄니께서는 월말에 주례를 맡으시게 되어서 주례사 작성에 여념이 없군요.
덕분에 결혼하시는 분들이 뭔가 맛있는걸 보내주셨으니 저야 좋지만.


시내서 볼일 좀 보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 두분 다 모습이 안보여서 전화를 해 봤더니
집 앞의 신천 산책길을 걷고 있으니 저도 빨리 따라나오라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시내서 1시간정도 걸어다닌터라 조금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카메라는 짊어지고 나갔습니다. 슬금슬금 해가 넘어갈 시간이군요.


근데 엄니께서는 운동한다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빠른 걸음을 구사하시며 앞으로 전진 전진!
카메라 들고왔는데 날은 어두워지지, 렌즈는 수동이지, 엄니는 무시하고 걸어가지...

그래서 결국 핀은 안드로메다에 관광보낸 결과물이 나왔지만 이것도 뭐 감성이라고 우기죠.


전 주위 사진 조금이라도 찍으려고 계속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는 엄니 따라가려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습니다.
운동하려고 나온게 아닌데... ㅡㅡ;


그래도 찍을 건 찍고 가야죠.
대구 신천 근처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긴 항상 조깅, 산책, 운동, 라이딩하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합니다.

이번에도 어느 못되먹은 놈께서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자전거를 싹싹 몰다가 제 팔을 툭 치고 가더군요.
달려가서 머리주댕이를 확 끄집어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리려고 했는데, 엄니께서 보고 계시니... ㅡㅡ;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제 범죄횟수를 줄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겠죠?

야밤에 아파트 단지안에서 술취해 행패부리던 경찰(!)을 패대기 쳤을 때는
부모님께서 모두 주무시고 계셨기에 말릴 사람이 없었더랬죠.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팔을 잘근잘근 부러트리려고 생각도 했지만, 전 모범시민이니까요.

참고로 그 경찰색히는 수갑까지 차고 동료 경찰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뭔가 굉장히 어설픈 자선공연단의 공연도 흥겨운 가락을 뿜어내고 있더군요.
어르신들이 앉아서 옛 노래와 함께 약간의 콩트를 즐기신다면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신천 동로 산책길을 끝까지 걸어간 후 도로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와 인접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부모님께서 항상 산책후 들어가시는 메밀묵집이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매일매일 묵과 김치를 직접 담으셔서 손맛이 잘 살아있는 곳이죠.
메밀묵에 있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버지가 추천하시는 곳이니 믿을 만 합니다.

근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아버지 왠지 간달프 닮으신 듯.


조촐한 식단이지만 메밀묵 만든 후에 나오는 요 녀석이 또 쉽게 맛보기 힘든 명물이죠.
간단히 설명해서 식빵 가장자리와 같은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쫄깃쫄깃한게 맛있어요.


시원한 멸치육수에 양념장과 갖은 야채를 넣고, 김과 들깨를 넣은 후 묵을 길게 썰어서 넣은 메밀묵채입니다.
운동후에 먹어도 저칼로리 영양식이라 부담이 없죠. 맛도 좋고.

야채의 향까지 잘 살아있는걸 보니 확실히 이곳 메밀묵이 한 수준 합니다.
요즘 메밀묵 제대로 만드는 곳이 정말 드문데, 허름하기 그지없는 한산한 이 식당은 그래도 정도를 지켜가는군요.


여기까지는 몸과 마음이 가뿐하게 기분 좋았습니다만.
우사인 볼트 200m 결승 보러가야 된다고 엄니께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걸으시다가
결국 발톱 한개가 흐늘흐늘해지고 고름이 고이기 시작하셨더군요. ㅡㅡ;
오늘 침으로 살짝 따서 고름을 뺐습니다. 자칫하면 발톱은 빠져버릴지도. 그러게 무리하지 마시라니까...

어쨌든 느긋하게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거리를 1시간 반만에 주파한 덕에 우사인 볼트 결승전은 잘 봤습니다.

어제부터 집밖 신천이 시끌벅적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컬러풀 대구 축제중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저녁엔 시간이 남아서 엄니와 함께 나가봤습니다.
역시 추워지는건 순식간이라 이젠 해가 지면 꽤 서늘하군요.


축제 가는 도중에 색소폰을 불고 계시는 멋쟁이 중년분 한 장.
엄니 말로는 매주 정기적으로 다리밑에서 공연을 하시는 분이라네요.
꽤나 잘 부셨습니다. 아마 요즘 연습을 통 하지 않은 저보다 더 잘하시는 듯.


강변로를 따라 축제 장소로 가면 갈수록 인파가 점점 늘어나더군요.
매년 하는 축제인데, 예전엔 루미나리아 같은 것도 세워놓고 했지만 요즘엔 예산문제로 없어져 버렸습니다.
시끌벅적한 축제분위기 속에서도 얌전히 고개를 살랑거리는 녀석에 더 눈이 가는군요.


축제는 3일동안 계속되고, 오늘이 이틀짼데 대부분이 음악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이렇게 꽤나 큰 규모의 연주회도 있고


그것보다는 아담한 분위기의 연주회도 있었습니다.
일반인 노래자랑 같은 대회도 하고 있었던 것 같던데, 사회자분의 구수한 대구 사투리가 좀 웃겼습니다.


신천 중앙에도 여러가지 퍼포먼스가...

저거 축제 끝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꽤나 중금하더군요.


묵묵히 신천 중앙의 기구에다가 뭔가를 쏘아대고 있는 영사기.


적당한 바람에 멋지게 휘날리는 깃발들까지. 축제는 공연보다 신천에 세워진 것들을 구경하는게 눈이 더 즐겁더군요.
이벤트가 부족한 곳이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였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온 분들은 체험학습 같은거 할 수 있어서 좋을 듯.


체험학습 관련은 지구환경에 대해서 생각하는 분야가 몇 있었습니다.
대구쪽 지방신문에서는 4대강이 자연 살리고 지역 살리는 길이라고 쥐새끼 목따는 소리를 해대는데, 혹시 여기도 그런 내용이었나? ㅡㅡ;


그런 헛소리에 대한 대답이 저기 적혀있더군요.


사진을 즉석 인화해서 나무에 걸어놓는 행사장에는 사람이 상당히 많더군요.
주렁주렁 달린 사진과 조명이 설치된 나무 아래서는 멋진 사진이 나올테니까 말입니다. 커플들이 많은것도 그 때문인가?


엄니와 저도 커플은 커플이니 사진 좀 찍고 놀았습니다. 엄니의 프라이드를 위해 사진 공개는 패스.


언제부턴가 소원비는 곳이 되어 버린 지지대에는 역시 공부 잘하라는 소원이 많은 듯. 씁쓸하네요. ㅡㅡ;


원래 저녁부터 시작하는 축제인데 거의 끝나갈 때쯤에야 한번 둘러본거라 그닥 볼거리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서늘한 밤바람 맞으며 신천강변을 걸으니 기분은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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