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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8  다시 이 녀석을 사용할 때입니다 12
  2. 2009.09.1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6편 - 시코츠 호수(支笏湖) 下 5
  3. 2009.09.1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5편 - 시코츠 호수(支笏湖) 上 6
  4. 2009.09.0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4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下 13
  5. 2009.09.0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3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上 6
  6. 2009.09.04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2편 - 오타루(小樽), 삿포로(札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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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조금 조금씩 자주 가게 되어버리는군요.

히로시마 왕복 항공권이 9만9천원이라는 말에 혹해서 잠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도쿄까지 가는데 항공권만 30만원씩 드는데, 제가 가보지 않은 히로시마가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와서 충동적으로...

9월20일부터 일본이 연휴라 호텔잡기가 상당히 힘들던데, 일단 1박 호텔은 예약했고
나머지는 적당히 분위기 봐가면서 망가킷사나 공원 벤치에서 노숙할까 생각중이네요.
젊을 때 여행은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리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

히로시마가 그다지 볼게 많은 곳은 아니지만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미야지마(宮島)가 있기 때문에
손해보는 관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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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에서 내렸지만 아직 시간은 널널합니다.
홋카이도의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제대로 둘러볼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냥 슬쩍 보면 시간이 많이 남는 곳이 많아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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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옆의 산책로를 슬금슬금 걸어봅니다.
다리 위에서 치토세(千歳) 쪽으로 빠져나가는 물을 한참 쳐다봤네요. 여기도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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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연습하는 사람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노 젓는 사람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 되어보였습니다.
아주 능숙하게 노를 젓는걸 보니 오래 전부터 연습을 해 온듯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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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볼 건 역시 호수밖에 없지만
아무리 봐도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 곳이네요. 그저 푸르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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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옆에는 등산코스도 있었습니다만, 날씨도 무덥고 여기서 체력 빼고싶진 않아서 그냥 구경하는걸로만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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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발 담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신발벗고 양말벗고 들어가 봅니다.
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엄청 시원하다고 하시더군요. 옆에 그늘도 있어서 느긋하게 발 담그고 쉬었습니다.
옆에 꼬맹이들도 신나서 놀고 있었네요.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찍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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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나 온천을 즐길 요량이 아니라면
이곳 시코츠 호수에서는 그저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좋은 관광법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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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 정류장쪽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돌아가는 버스가 오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시코츠 관광 안내소를 한번 둘러본 후(별것 아닌 관광소가 아니더군요. 아주 상세하고 다양한 설명으로 꽉찬 곳이었습니다)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 생맥주와 안주를 사왔습니다.
기온은 높지만 습기는 적어 그늘 아래서는 시원한 환경에서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저도 충분히 상상이 갈 정도죠.
물론 한 잔으로 만족하실리 없어서 그후 추가주문을 했지만, 오징어도 맛있고 닭꼬치도 싱싱하고 통통한게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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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득 나무 위에 재미있는 건축물들이 만들어져 있는걸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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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만들어놓은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새가 사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은 새의 흔적이 전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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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광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사소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들이죠.
시원한 그늘과 맛있는 맥주, 그리고 센스있는 작품들이 어우러져 멋진 휴식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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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삿포로의 숙소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엔 회전초밥집으로.
회전초밥은 물론 질이 좀 떨어지는 편에 속하지만, 작년 제가 자전거 여행하면서 마음 크게 먹고 들어가서 3000엔 가까이 먹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부모님껜 좀 죄송하지만 일부러 이곳을 택했습니다. (자전거 여행땐 하루 경비가 1000엔 정도였으니... 작정하고 먹으러 들어갔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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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삿포로의 회전초밥집은 어지간한 한국의 초밥집보다는 질이 좋은 편입니다.
이 날의 특별 추천요리는 전복 한마리. 전복의 모든 부위를 전부 사용해서 만드는 초밥입니다.
저 내장쪽을 먹으면 그날 X 색깔이 시커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죠. (냄새도 꽤나 지독해요. ㅡㅡ;)

부모님의 후광을 등에 업어, 작년엔 손떨려서 먹지 못했던, 보탄새우, 성게알, 중뱃살 등의 고가 초밥을 마구 먹었습니다. ㅡㅡ;
물론 배고픈 거지신세였던 작년에 비해서 딱히 맛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죠. 작년엔 맨밥에 라면스프만 넣어먹어도 꿀맛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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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서 틈틈이 챙겨놓은 전리품도 감상하고 (기껏해야 소설책 몇권하고 친구 선물 정도지만) 마지막 밤을 느긋하게 보냈습니다.
어떤 맛인가 궁금해서 구입해 본 펩시 시소맛.
시소(しそ)는 한국의 차조기 소엽을 말하는데, 일본에선 익숙한 요리 재료입니다. 깻잎과 비슷하지만 향이 상당히 강하고 코를 쏘는 독특한 느낌이 있죠.

싫어하는 분이 더 많을것 같은 맛이었지만, 단 걸 별로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아주 알맞은 음료였습니다.
한국에 한 박스 사오고 싶을 정도였네요. 쌉싸름하면서도 상쾌한 향과, 오리지날에 비해 달지 않은 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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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느긋하게 목욕을 마친 후 밤 늦게까지 TV를 보면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네요.
제가 일본에서 애용하는 Route-INN 호텔은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무료 조식 뷔페, 보기좋은 LCD TV 덕분에
마음에 든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전국적으로 넓게 체인망이 퍼져있어서 이용하기도 편하고.

일본의 많은 비즈니스 호텔이 아직 조그마한 볼록이 TV로 버티고 있는걸 생각하면, 일본 방송을 재미있게 보는 저한테는 딱 맞은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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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내일이 돌아가는 날인데, 비행기가 2시 출발인 만큼, 역에서 적어도 11시엔 출발해야 하니까요.
그냥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아침 먹고 느긋하게 주위 산책 한번 한 후에 가야 할 듯.
오늘은 홋카이도에서 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시코츠 호수(支笏湖)가 목표입니다.

시코츠 호수는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칼데라 호인데, 백두산처럼 단일 화산의 폭발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3~4개의 화산활동으로 산맥 중앙에 생겨난 호수입니다.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호로서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호수이며, 일본에서 2번째로 수심이 깊은 호수입니다.
이곳 시코츠의 최고수심은 360m. 참고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타자와 호수(田澤湖)의 수심은 423m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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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무지하게 덥고, 오늘은 이 시코츠 호수만 둘러보면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기 때문에
호수 구경하기 전에 느긋하게 앉아서 메론맛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뜯어먹었습니다.
홋카이도는 그 자연적 특성 때문에 신선한 우유로 만든 소프트크림이 인기인데
모르겠네요. 이런 곳에서도 홋카이도산 크림을 쓰는지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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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메론맛 빙수(かき氷) 를 드셨습니다. 입 안을 상쾌하게 하기엔 소프트 크림보다 빙수가 제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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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보니 세세한 부분에 일본인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엿볼 수 있는데요.
삿포로에서 시코츠 호수로 가는 버스 정류소에서, 단순 왕복티켓뿐만 아니라 시코츠 호수 유람선 티켓까지 함께 구입할 수 있는 관광 상품도 판매중이었습니다.
할인율은 정말 눈꼽만큼도 안되는 편이었지만 (100엔도 될까말까) 어차피 시코츠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지 않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시피 한 터라
무심결에 이 티켓을 구입해 버리게 되는 것이죠. 정말로 유람선을 타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버스 티켓만으로도 그럭저럭 관광이 가능한게
버스 티켓 뒷쪽에 '이 티켓을 가지고 가면 할인되는 음식점, 특산품점' 리스트가 좌악 나와있거든요.
이것 역시 할인율은 미미하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참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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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호수를 둘러본 후 유람선에 오릅니다.
원래 티켓 판매소엔 사람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한참 기다릴 뻔 했지만, 처음부터 투어 티켓을 갖고 있었던 터라 쉽게 승선이 가능했습니다.
왜 시코츠 호수에서 이 유람선을 타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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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수는 투명도가 18m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빈영양호라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덕에 이곳 호수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의 투명도를 자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투명도가 높은 호수는 뭐니뭐니해도 바이칼 호수. 투명도 40m에 수심 1630m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최고의 담수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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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유람선은 특별히 지하쪽에 순도가 높은 유리를 장착해서 호수 밑부분을 직접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코츠 호수를 관광하는데 이 유람선을 빼 놓으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원래 빈영양호라 생물이 거의 살지 않지만, 인공번식으로 데려온 송어계열의 물고기들이 이제는 적당히 번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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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람선의 백미는 사실 출발하기 전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농담이 아니고 진담일수도 있더군요)
수심이 깊지 않은 연안가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호수 속이라 꽤나 어둡고 물고기들도 멈춰주지 않아서 사진을 건지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 장은 괜찮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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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하자 물고기들이 스윽 따라오는 광경도 장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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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8m 정도 되는 곳이지만 여전히 바닥을 두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황홀합니다.
이런 투명도는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빈영양호라서 가능하다는게 나름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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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호수 밑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를 끝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수심이 수백미터로 깊어지기 때문에 상하좌우 모두 녹색밖에 안보이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항해사분이 위로 올라와서 경치 감상하라고 방송을 합니다.
밑에 볼게 있으면 또 내려오라고 하니 그냥 말을 따르면 됩니다.

한동안 바람도 쐬고, 부모님 사진도 찍어드리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늘이나 바람이나 호수나,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공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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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항해사분의 호출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이곳의 특이한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깎아지른 듯한 모양의 바위들을 보기 위해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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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바위에 시선이 뺏긴 터라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저 호수 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신선해서 마냥 신기하고 기분좋았네요.

이곳을 잠시 둘러본 후 배는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갑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영리 목적 외의 이유도 있긴 있더군요.
시코츠 호수 일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역 유지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수많은 논의 끝에 사용이 허가된 유람선이기 때문에 (허가받은 배 이외엔 호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갈 수 있는 코스도, 시간도 한정되어 있더군요.

어찌보면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시코츠 호수 주변의 환경 보호 수준을 보면 적어도 그 결과만은 칭찬해 줄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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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서는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는 다루마에산(樽前山)이 보입니다.
저 주변으로 등산 코스도 있긴 하지만, 일정 거리부터는 유독가스와 열기로 인해 엄격히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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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의 하늘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늘이더군요.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하늘은 뭔가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그런 하늘이었는데 말입니다(땡볕에 있으면 죽는다는 실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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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인 비에이(美瑛)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특산품 상점도 둘러보고 산책합니다.
후라노쪽에서 라벤더 말고 유명한 것이라면 메론을 들 수 있을지도.
원래는 유바리(夕張) 메론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데, 후라노도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메론재배가 활발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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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꽃밭이지만 버스투어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꽃밭 주위를 천천히 도는 열차는 여기서도 유료지만 든든한 두 발이 있는데 굳이 탈 필요는 없었네요. (실제로 저거 타야할만큼 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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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라벤더 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서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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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꽃에 둘러싸인 부모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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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솟아오른 전망대까지 느긋하게 꽃 구경하며 거닐었습니다.
누가 일본인 아니랄까봐 항상 일본인 관광객들은 집합시간보다 5분~10분 일찍 모이길래 시간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싼 돈주고 구경하는데 약속에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싶어서 아슬아슬할 때 까지 구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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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말하는 거지만 꽃사진은 찍을때도 좋고 볼때도 좋아요. 천연 모델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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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열의 단독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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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떼거지샷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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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샷도 꽃들은 전부 소화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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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지 않는 해바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이게 츤데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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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을 산책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좋았네요.
역시 사람은 꽃과 풀과 숲이 있는 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야 사람다운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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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관광용으로 재배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도 키운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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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시간도 되었고 하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에이를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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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후라노보다 더 시골틱한 곳으로, 관광 시설이랄까 그런 장소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원래 비에이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날잡고 코스를 돌아보는게 정석인 곳이라, 버스를 타고 찾아가서 구경할만한 스팟은 그리 많지 않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추위가 느껴지는 늦가을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나 마찬가지)에 왔던 터라 여기서 한가하게 투어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단지 최북단을 향해 미친 야수처럼 헥헥거리며 달렸던 때라, 이렇게 엘레강스하고 앙뉘한(?) 여행을 즐기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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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촉박한게 버스투어란 것이니, 비에이는 그냥 요런 곳에서 차 세워놓고 잠시 숨돌리는걸로 끝입니다.
물론 버스안에서도 일본같지 않은 전원풍경을 감상하는건 가능하죠.
가이드 분의 말로는 비에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바람에 관광 스팟이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영화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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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와 비에이는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풍경이 확 바뀐다던가 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그저 경치만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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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하나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곳이지만 이런 센스도 발휘해 놓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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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 어디서 찍어도 인물사진이 잘 받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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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부터 참았는데, 투어 마지막이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라벤더향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었네요. ㅡㅡ;
확실히 라벤더향이 나긴 합니다.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특산품이라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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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경치좋은 곳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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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가 애초에 일본 본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후라노와 비에이는 꽤나 유럽풍의 전원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는 듯 하네요.

사실 홋카이도의 자연이란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거칠고 황량하고 고독하면서도 생명력 강한 야생의 무엇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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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1888년에 세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이라 건물 자체가 삿포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죠.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서 시민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엔 맥주, 겨울엔 얼음축제로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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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창업 40년이 넘은 라멘집 타이코우(大公)에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짠 음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아주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전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하루 한끼는 꼭 라멘을 먹을 정도였는데
일본 라멘의 진한 국물을 도저히 좋아하실수 없는 엄니였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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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뭔가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요즘 삿포로역 옆의 라멘공화국이나, 유명한 라멘요코쵸(ラ-メン橫丁)에 비해 특출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왔다면 아마 매일 점심마다 맛있는 라멘 찾아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질색하시니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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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길에 아버지께서는 다시 츄오도리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에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은 많더군요. 3~4명이서 5L 짜리 거대 생맥주 통을 놓고 마시는 모습을 보니 이쪽 사람들도 한가닥 하는듯.
홋카이도가 원래 본토에 비해 강인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곳이라, 술마시는 모습도 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도 버스표 끊어서 떠나야 하는 일정입니다. (가이드 투어는 아니고 제가 직접 가이드해서)
마지막 날은 아침에 산책할 시간말고는 없는 빠듯한 일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관광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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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놓은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로 출발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설명 버스투어가 있길래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했죠.

후라노나 비에이는 개인이 느긋하게 즐기려면 개인 교통편을 가지고 가거나, 그 근처에서 1박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럴 여건이 안되는 우리 가족은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간단 투어를 선택.

원래는 이런 투어 잘 안하지만 한국어 설명도 있는 특이한 투어인데다, 지역적으로 저보다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더 알찰 것이라는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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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로 가는 도중, 우리 버스 앞을 나란히 지나가던 미니 쿠퍼 3대가 휴게소에서도 서 있더군요.
명백하게 이탈리안 잡을 패러디한거라 믿습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자동차이고, 실제로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지만 꼭 사게 된다면 이녀석을 사고 싶네요.

드라이버들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했네요. 인사하고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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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는 인구 7만이 안되는 농촌이지만 요즘 들어 유명해진건 역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 농장 때문이겠죠.
연간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라벤더 농장은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홋카이도 중남부 전역에서 광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라벤더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대부분의 농장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 후라노만이 남아서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한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라벤더'하면 무조건 후라노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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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라벤더꽃은 7월 말까지가 절정을 이루는터라, 제가 도착한 8월 9일엔 이미 대부분의 라벤더꽃이 저버린 상태였습니다. ㅡㅡ;

첫 번째 사진이 사실은 라벤더 밭입니다. ^^; 꽃이 없어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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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처럼 아쉽게 라벤더를 놓쳐서 아쉬워 할 관광객을 위해 조금의 라벤더와 다른 몇몇 꽃들이 아직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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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후라노의 토미타 농장은 기온이 34도였습니다. ㅡㅡ;
원래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엔 홋카이도, 겨울엔 오키나와가 일본 여행의 정석이었는데... 무서운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꽤 많더군요.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도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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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을 찾아서 근처의 특산품 센터로...
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좀 배워야 할 것 같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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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장식도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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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이 지역에서 직접 만든 토산품들. 거기다 온천지에 전부 라벤더 관련상품이네요. ㅡㅡ;
밖에서는 라벤더향 라무네(사이다같은 음료수), 라벤더맛 소프트크림 등등이 팔리고 있고.
저 유리잔들은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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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 지하 60m 에서 솟아나온다는 물도 좀 신기했습니다.
마시는 식용수는 아니라고 적어놨지만... ㅡㅡ; 시원하긴 무지하게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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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든 라벤더가 전멸한 건 아니더군요. 아직 남아있는 라벤더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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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산책나오신 분도 있더군요.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는데, 이녀석은 주인이 놀아주려는 줄 알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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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어하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곳이라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살고 싶은 풍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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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이드투어의 단점인 시간 제한때문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 범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힘들고, 적당히 둘러볼건 둘러봤다고 생각하기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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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제공되는 투어라서 밥 걱정은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괜찮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좀 짠편이긴 했지만 재료도 신선하고 가격대로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기서도 생맥주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분이 팍 상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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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흐리멍텅한 하늘을 바라볼 때 머릿속에 갈망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역시 전 도시 체질은 아닌것 같더군요.
도시에서도 적응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으면 자신이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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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분명히 그만큼 얻는 것도 있겠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뭐,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시골도 편의성 면에선 큰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닌 '흐름'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초조함 때문이겠죠. 현대는 조급증 환자들의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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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도 남하고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불행함을 느끼는 병적인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서
아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으로밖에 취급을 못받을듯.
제가 그런 말 하면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말은 '뭐해서 먹고 살래?' 입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말이 없네요. ㅡㅡ;


후라노, 비에이편은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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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 둘째날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타루(小樽)로 결정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여행사 패키지처럼 하루종일 차타고 여기 30분, 저기 30분 돌아다니는건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둘러보는 장소 수를 줄이더라도 그냥 맘편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한 터라
이번 여행으로 부모님께 홋카이도의 유명한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덤으로 여행경비도 많이 잡지 않아서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그냥 홋카이도가 어떤 곳이라는 정도만 느끼게 해 드리고 싶더군요.

오타루는 홋카이도 최초의 상업항구로서, 삿포로와 이시카리(狩)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시입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공장도 많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죠.

오타루 하면 떠오르는것이 운하와 초밥입니다. 요즘엔 운하 하면 반사적으로 치가 떨리지만 이곳 운하는 정말 아담한 것이, 요즘 와서 보면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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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이지 않는 홋카이도 최초의 철로.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원주민들의 역사는 제외하고) 딱히 문화적 가치를 크게 지닌 곳이 많진 않지만
비싼 돈 주고 외국까지 나가서 관광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닌 데서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곤 하죠. ㅡㅡ;

일본문학을 공부했던 제 입장에선
오타루역 앞에 있는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 啄木) 기념 문구쪽에서 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6세의 짧은 나이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생을 달리한 천재 시인이 저한테 남긴 영향은 꽤나 컸죠.
동양의 랭보라고 부르면 애국심 투철한 몇몇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테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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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오타루 운하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주위의 서양식 건축물들과 잘 어울려서 산책로로는 아주 딱인 느낌이더군요.
겨울엔 운하 주변에서 얼음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이미 미쳐버린 홋카이도의 여름 날씨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양지에선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기가 적은 곳이라 그늘에선 금새 시원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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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엔 인력거가 줄을 서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쪽의 쿄토에서부터 여기까지 인력거로 관광객을 유혹하는건 똑같더군요.
돈도 비싸고, 저같은 2인분 덩치가 저기 타는것 자체가 저분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타는건 포기. ㅡㅡ;
여성 인력거꾼도 있던데 참 대단합니다. 저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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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그냥 경치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오타루에 온 주 목적인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를 배회합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일본색이 안느껴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건물들이 대부분 서양식으로 세워져 있어서 그냥 잘 계획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이네요.

초밥이 유명한 오타루지만, 그 유명세때문에 오히려 별 것 아닌 초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초밥을 먹진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맛있는 초밥집은 공교롭게도 휴일이라...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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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타루까지 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 한곳쯤은 둘러보고 가야 겠죠.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 당(小樽オルゴ-ル堂)입니다.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곳인데, 저렴한 여행선물에서부터 고가의 고급 오르골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인 쓸 돈도 간당간당한데 남한테 줄 선물 살 여유는 없었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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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에선 툭하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핀잔을 먹은 터라 (가게 밖에서 찍으려는데도 막아서는 인간들... ㅡㅡ;)
좀 걱정했었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네요.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공예품들이 주르륵 널려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애라도 있으면 몇개 사가겠는데' 하시더군요.
애한테 오르골 주면 금새 부숴먹을텐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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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오르골은 굳이 이런 곳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3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 부터는 음의 청명함이 확 차이가 납니다.
10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도 있었는데, 가게 안이 시끄러운지라 소리 확인을 제대로 못했네요.
전 오르골 소리를 참 좋아하는터라 자금이 빵빵하면 고급으로 한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덧없는 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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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겸한 소품용 오르골들도 물론 고가의 제품은 음색이 깨끗하지만
실제로 음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작은 오르골보다는 드럼이 큰 오르골이 좋습니다.
음역도 늘어나고 음악의 길이도 길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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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좀 하고 걷다보니 오타루역과는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귀찮더군요) 미나미오타루(みなみ)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오타루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이더군요.
그 시끌벅적한 오타루쪽에서 한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금새 나타나는 이런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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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 주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별 것 아닌 소바 한그릇 먹고 삿포로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초밥을 먹지 못한건 아쉽지만 오타루의 이름값을 빌린 별 것 아닌 초밥을 먹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하지만 착실히 전리품은 챙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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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르 타오 (Le Tao)에서 파는 더블 포마쥬 치즈케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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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다 홋카이도에 관광온 내지인들이 더 열광한다는 홋카이도 한정 특산 감자스낵 '자갸폭클'(じゃがポックル) 을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이죠.
홋카이도산 감자와 오호츠크해의 천일염으로 만든 최고급 감자스낵인 쟈가폭클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거 먹으면 다른 감자스낵은 비려서 못먹습니다.
여담으로, 폭클이란 단어는 홋카이도의 토속 요정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관광객은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상자만 사서 맛봤습니다.
오타루의 가게에서 4개 남은 쟈가폭클중 하나 구입 후 10분쯤 뒤에 돌아오니 매진되고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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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되는 더블 치즈케익이라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템.
Le TAO 라는 브랜드는 오타루를 거꾸로 읽어서 만든 이름이네요.
무료시식으로 주던 초콜릿도 맛있게 먹었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적당히 녹은 치즈케익의 농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타루에서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그리고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 저녁은 삿포로의 명물인 징기스칸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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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갔었던 삿포로 맥주공원(サッポロビ-ル園)으로 출발.
1인당 3천엔 중반의 가격으로 2시간동안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맥주 박물관에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특징을 주욱 둘러보고 옆의 홀에서 음식을 먹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목표는 맥주 설명따위가 아닌 음식이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홀로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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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따지자면 삿포로 시내의 징기스칸 전문점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싱싱한 삿포로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이점때문에 이곳을 포기하긴 힘들더군요.
작년의 자전거 여행땐 하루 1천엔 정도의 식비를 가지고 거지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삿포로 도착해서는 체력을 좀 비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이곳에서 한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저런 양고기 7접시를 먹어버렸으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참 할 말이 없네요. ㅡㅡ;
(이번에 울 가족 3명이서 다 함께 먹은게 7접시였으니 그때의 전 굶주림에 눈을 부라리는 야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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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먹고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알아서 종업원이 찾아와 더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거리낄 것 없이 마구마구 먹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지상천국입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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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맥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한 저지만 이곳에선 그런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2잔씩이나 마셔가며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네요.
아버지께서도 물론 원없이 마시셨습니다. 가끔 고기보다 맥주가 메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타루에서 맛있는 음식 안먹고 참은 보람이 있었던 저녁식사였습니다.
매 끼 비싼 음식을 먹을 예산은 안되는 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로 제한하는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때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네요.

내일은 좀 더 홋카이도적인 곳을 보려드리려고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를 갈 예정입니다.
밤에 TV를 틀어보니 제 학생시절 유명했던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더군요.
남편과 함께 복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남편은 잡혔고 노리코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아오다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인데, 참 서글픈 현실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