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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달동네처럼 도시계획이 정비되기 전에 구성된 마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이태원입니다.

여기저기 꾸미지 않았다면 참 낡은 분위기를 풍겼을 텐데 나름 초현실적인 벽화가 재미를 살려주는군요.

 

일반적인 그래피티와 달리 제작자 이름까지 당당하게 적어놓은 걸 보니 허락을 받고 그린 모양입니다.

 

 

 

이태원이라서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건물 옥상에 재미있는 인형도 떡하니 올라가 있네요.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인 사상이 팽배한 한국에서

이런 자유분방함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이 이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씩 오버리터급 바이크들이 두셋씩 떼를 지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같은 도로 사정에서 오버리터급은 거의 취미 이상의 실용적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몸매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돈이 많으면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녀석들도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신기한 트라이 바이크도 보이고.

이 녀석은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비싸 보이는 스쿠터네요.

 

스쿠터는 개인적으로 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지만

자동 기어라 운전도 편하고 운전 자세도 편하고 요즘엔 연비도 좋은 편이라 애증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크 중에서 굉장히 스쿠터틱하면서 진짜 자동기어인 묘한 모델이 있는데

혼다의 NM4-02 라는 녀석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바이크입니다.

 

 

자금이 널널했으면 아마 덥석 구입해 버렸을 녀석입니다.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바이크죠.

앞쪽 뒤쪽에 각각 조그만 수납공간이 있고 거의 편하게 앉아서 자동기어로 탈 수 있고

700cc대 중형 바이크임에도 연비가 30km를 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일본쪽 가격은 1천만원 대인데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거진 2배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만약 1천만원으로 구입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쯤 굴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로망이 되어간다는 할리 데이비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거의 중형자동차 가격이다 보니 그야말로 괴물같은 덩치와 편의성을 자랑하는군요. 뒤쪽 텐덤 시트에 팔걸이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런 모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정도로 편안한 오버리터급 바이크는 나이 한참 더 든 다음에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전 그냥 디자인 좋은 네이키드 정도면 만족하고 싶네요.

 

 

 

좀 전에 불가리아 음식 먹던 골목을 바깥에서 한 장 담아봅니다.

망원계열 렌즈를 정말 오랜만에 써 봐서 감각이 좀 무뎌졌네요.

 

지금 블로그에 한창 올라오고 있는 여행기들은 무려 정확히 1년 전쯤 것들이라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메라와 렌즈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망원렌즈 없이 기본 줌렌즈를 가진 모델로만 촬영하다가

최근에서야 약간은 망원이 되는 렌즈를 도입하게 되어서 시험삼아 이태원에 갖고 나와봤습니다.

 

 

 

저녁에 한 잔 더 하겠지만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조금 먼저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이태원에는 적지 않은 술집이 외국식 펍을 이미지해서 영업중이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끄러워서 진짜 펍의 느낌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자리에 앉아있으니 주문 받으러도 오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합니다만

그래도 펍의 느낌을 좀 살리려는 의도인지 주문시 현금으로 즉시 지급할지 카드를 맡길지를 물어보네요.

 

나침반님은 크롬바허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받던 분은 이걸 크롬바커로 부르시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굉장히 유명한 독일 필스너 맥주라서 저도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탄산의 쏘는 느낌이 강하면서 향기도 좋고 맛은 부드러운 편이더군요.

저도 무난하게라면 이걸 마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항상 쓸데없는 도전정신이 폭발하기 때문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녀석을 골랐죠.

 

 

 

인도 맥주인가 싶어서 주문한 인디카입니다. 그런데 미국산이더군요.

훗날 술의 달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 라고 딱 설명해 주는게 과연 술고래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홉을 많이 넣어서 그런다던가 도수가 6.5%로 일반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라 뒷만이 묘하게 씁쓸하고 향기가 진하네요.

옥수수 음료같은 한국 맥주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한 잔 비워보니 이거 자주 마시면 습관이 될 듯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탄산의 짜릿함보다 향기와 뒷맛으로 즐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점심때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여전히 꺼지질 않아서 맥주도 안주 없이 그냥 마셨네요.

저녁도 굳이 식사를 할 필요없이 바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과 반대쪽 끝까지 한번 걸어보는데 여전히 건물 위에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마스코트들이 보이는군요.

 

 

 

걸어가다보니 재밌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라는 긴 이름인데, 건물 디자인만 봐도 예술감각이 느껴집니다.

 

평생 살면서 이번이 이태원 세 번째다 보니 이런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리가 없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까페 기능에서부터 각종 희귀 음반등이 모여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그리고 지하에 소규모 공연장을 갖춘 복합 센터라고 하네요.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라는 기업은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나름 좋게 보이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디 밴드들이 애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면 더욱 좋을 듯.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아서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밖에서 보니 2층이 뮤직 라이브러리인 것 같은데,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들으려면 헤드셋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카드가 없어서 돈 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하긴 전 음악을 많이 듣긴 해도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듣고픈 음악이 있으면 거의 집에서 혼자 듣습니다.

나중에 현대카드라도 생기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건물 반대편에는 예전 달동네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이런 언덕에 살면 좀 불편하더군요.

 

이태원 상권이 보통 규모가 아니던데, 반대편에는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번 나침반님과 이태원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물어보니

저기 언덕 위에 있다고 하셔서 슬금슬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시끌벅적한 이태원도 좋지만 이런 골목길 걷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죠.

어찌 보면 그 나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도 이런 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골목의 전신주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 번씩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어집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이런 골목을 15분 정도 걸어서 6년을 다녔는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럽도 당연해 보이는 그 풍경들을 지금 다시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면

시대의 흐름속에 남아있던 그 모습은 지금와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라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 글자는 언뜻 보기에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니 영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라면 'GUPA SMELLS GOOD' 처럼 보이네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때는 단렌즈를 끼고 있었던지가 광각촬영이 불가능해서 그냥 이렇게 찍었습니다만

나침반님이 '다리가 8개네요'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뒤에 다리가 4개 더 있습니다. 신기한 생물이네요.

 

 

 

도시정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런 언덕골목은 걸어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밑의 조그만 슈퍼의 지붕과 눈높이가 맞닿는 곳이 있더군요.

 

소소한 부분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겠죠.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쨌든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날씨도 좀 후덥지근하고 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원이니 땀을 흘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흑인들도 많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참 묘한 분위기더군요.

 

평범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도 예술감각을 십분 발휘한 벽화가 숨어있어서 지친 숨을 내쉬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헥헥거리며 사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인 이슬람 신자 한 분이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색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개신교처럼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나침반님이 세계일주를 계획중이기도 하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기본 지식이라고 갖고 있는 편이 좋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건물 밑에 비치된 무료 책자도 몇 권 챙기고 해서 돌아옵니다.

사원 중앙의 녹색 글씨는 알라후 아르바크(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오른쪽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날씨가 맑고 이른 시간에 와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가 슬슬 지려는 순간의 부드러운 하늘도 이곳 사원과 나름 어울리는군요.

 

 

 

이슬람 사원의 매력적인 특징인 기하학적 무늬입니다. 보통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타 종교보다도 엄격하게 금지하던 곳이라 인간이나 동물의 조각을 새기는 것을 금지하다 보니

식물의 덩굴 등을 연속적인 패턴화해서 사원을 장식하거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겉모습에 비해 수수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밀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모스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심이 없는고로 제가 특정 종교인이 될 일은 없겠습니다만

종교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 탐구라고 생각을 하니

항상 제가 모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볼거리는 다 봤으니 슬슬 펍이라도 찾아 가벼운 식사와 맥주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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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계속 걷다보니 인사동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더군요. 다들 더운데 잘 돌아다닙니다.

국악 공연을 하고 있던데, 나침반님이 가지고 계신 망원렌즈를 빌려서 테스트 해봅니다.

 

중고 가격이 10만원짜리라 광학 성능을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지만, 사진이란 건 렌즈빨로 결정되는게 아니니 별 관계없습니다.

사실 1년 자전거 여행때도 중고샵에서 제작한지 20년이 넘은 5만원짜리 망원 렌즈 하나 사서 잘만 쓰고 다녔기 떄문에.

 

 

 

사람 많은걸 좋아하지 않아서 인사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들어가 봅니다.

외국인들이라면 왜곡된 모습이라도 한국의 풍물시장 느낌을 조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 나름 존재 가치는 있다고 봐야겠죠.

남대문은 아예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려는 분위기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되려 한국 사람이 갈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예전에 쓰던 카메라 렌즈군을 아직 처분하지 않아서 새 카메라에는 렌즈가 한 개밖에 없습니다.

나침반님 덕분에 오랜만에 망원 렌즈를 사용해 봤네요. 다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죠.

 

 

 

조리개값이 많이 낮아서 실내나 저녁 이후로는 사용이 좀 힘들지만 낮에는 준수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요즘 카메라에서는 심도 표현이 워낙 부각되는 면이 강한데, 심도는 광각보다는 망원에서 여실히 차이를 드러내는군요.

 

예전 카메라는 망원으로 찍으면 거의 자동으로 심도가 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 카메라는 센서가 좀 작아서 그런지 망원으로 찍어도 심도 확보는 어렵지 않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적정 이상의 심도는 찍사의 실력부족을 감추는 도구로 사용된다고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배경 확확 날라가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거보다 아쉬운 점은 센서의 DR과 계조 등 화질에 관한 문제죠.

 

워낙 기계적 성능이 뛰어난 모델이라 혹해서 구매를 해 보고 신나게 체험중입니다만

센서 성능은 정말 나날이 발전해 가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으려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센서쪽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 E-M1도 절대 성능이 나쁘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모델들이 전부 기계적 성능은 제외하고 센서가 최상급인 탓에 비교가 좀 되긴 합니다.

 

 

 

사람 사진 찍는것도 싫어해서 인사동 같은 혼잡한 곳에 오면 담고싶은 장면 찾기가 쉽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문어발식 건물 증축의 모형을 잘 보여주는 곳이 인사동이라서 정겨운 혼돈의 모습은 마음에 듭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요즘엔 거의 돈 뜯어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바깥 모습만 구경하고 실제로 소비를 하진 않습니다만.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는 엄니가 한창 보이차 등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라, 엄니 상경하면 인사동 가서 차도 마시고 했지만

그때부터도 이미 차의 품질과 가격대가 비참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상가의 분위기라는 건 자기 혼자만 튀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일단 찻집에서 수다를 떨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이곳 인사동은 나름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쓰는 것 처럼 보입니다.

 

말로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하는데 막상 한국인들이 가면 이게 뭔 전통이냐 싶은 곳이죠.

한국인이 가서 만족할만한 전통성이나, 하다못해 먹고 보고 즐길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 곳은 외국인들에게 있어도 그냥 잠깐동안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한국사람이 일본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어지간히 답변을 할 수 있어도

일본사람이 한국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조금 어려운 저로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관계라면 인사동 정도 추천해 줘도 괜찮을까 싶습니다.

 

 

 

부산스러움이 전통의 매력 중 하나인 한국이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별로 전통스럽지도 않은 플라스틱 간판과 건물 벽을 가득 메운 광고들은 아무래도 미관상 영 좋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속한 거리를 좀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심보다 가게 매상이 더 중요할테니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런 마인드가 모이고 모이면 결국 홍콩 구룡성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카오스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야 아예 그런 무질서의 매력을 한껏 뽐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날씨가 덥고 해서 어디 들어가서 쉴까 싶기도 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인사동 가게에 들어가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나름 분위기는 잘 만들었네 싶은 곳에 셔터만 누르고 식후 산책을 즐기는 정도로만 이용중이었죠.

 

나침반님은 준비가 끝나면 일반인들이 평생동안 가는 여행보다 훨씬 긴 기간동안 자전거 여행을 떠나시는데

과연 몇 년 정도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한국의 모습도 그리워 질려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마 그리워지기는 커녕 돌아올 날이 다가오는 것을 더 두려워 하실 것 같지만.

 

 

 

악세사리 판매점들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놓여있어서 사진찍는 맛이 났습니다.

관광객용 상품이라 그런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런 큐빅 많이 붙여놓는 건 싸구려틱해 보이기 때문에 좀 지양했으면 하네요.

 

 

 

아주 예전에 딱 한번 올라가 봤던 쌈지길입니다. 이 안의 가게는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의 악세사리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그 더운 날 저기를 두루두루 올라갈 일은 없어서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만.

 

외국 관광객들이 뭔가 한국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사 간다고 하면 이곳 가게를 한번 둘러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나마 프렌차이즈보다는 개성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포진해 있고

옥상 정원까지 걸어가며 눈구경할 요소가 많이 있으니 말이죠.

 

인사동에 가서 쌈지길 한번 안 올라가는 외국인은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그 사람들의 눈에 이곳 상품들은 어떻게 보일런지.

나가노에 있는 몸이 불편한 지인분도 한번쯤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완전한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서 아마도 힘들 것 같네요.

 

 

 

인사동에서 재미있는 볼거리는 가게 상품이 아니라 이런 느슨한 멋이 살아있는 간판들이더군요.

낡아보이는 간판이 사람 지문처럼 다들 묘하게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질리지 않습니다.

거기다 일부러 그런 건지 낡아서 그런 건지 묘하게 구부러진 지지대가 자연스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다한 간판이 영 보기싫은 한국에서 이런 센스라면 참 보기가 좋은데 말입니다.

 

 

 

인사동이 끝나는 곳 광장에서는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이 많아 그냥은 보이지 않아서 자동차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둥같은 곳에 한 발만 딛고 올라갔습니다.

나침반님의 망원렌즈를 마운트중이라, 멀리서도 한 장 당겨보자는 생각으로 힘을 좀 썼네요.

 

커플이 아니라 남매로 보일 정도로 굉장히 닮은 두 사람이 본보기(?)로 불려나와 뭔가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불 붙여도 뜨겁지 않게 확 사라지는 그런 거품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즐거워보여서 좋다고 생각하며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날씨는 덥고 해서 뭐 시원하게 먹을 거 없나 하다가, 좀 전부터 묘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기억나더군요.

지팡이 아이스크림이란 가게에서 팔고 있기에 인사동에서 군것질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별 다른 건 없지만 저 길쭉한 모습에 혹하기도 하고, 양 끝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니 왠지 이득본 듯한 매력이 있습니다.

 

 

 

걸어다니며 군것질이란 것도 참 오랜만에 해 보네요. 망원렌즈로는 찍을 수가 없어서 다시 렌즈를 서로 갈아끼웁니다.

맛이야 뭐 딱히 특이할 거 없지만 더운 날 아이스크림은 역시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네요.

 

일본 자전거 여행때도 저렴한 아이스바로 유명한 가리가리군을 한 개 깨어물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산 아이스는  유지방이 안들어간 얼음 아이스, 비싼 녀석은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소프트크림이 좋다고 봅니다.

어중간한 소프트 크림은 별로 농후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해서 만족감이 적더군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는 대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동대문의 양꼬치 집으로 이동합니다.

예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청계천을 지나가는 도중 간이 화분에 늘어놓은 꽃을 한 장 담아봅니다.

오설록이란 이름이 붙어있는데, 아마도 조금 전 인사동에서 그런 간판을 내건 곳을 본 기억이 나네요.

 

 

 

카메라에 작동 방법에 대해 나침반님과 이야기도 좀 나누고, 꽃도 찍고 하면서 슬금슬금 이동합니다.

동대문이나 인사동 같은 곳을 거닐면서도 별로 기분이 흥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나침반님처럼 베가본드로서의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 이런 도시 볼거리에 그닥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봅니다.

물론 저도 나침반님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이레귤러 여행자에 들어가는 편이라, 서울이란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구요.

 

 

 

꽃에는 죄가 없으니 열심히 찍어봅니다.

가끔 가다 보이는 꽃인데, 작은 녀석들이 무리지어 알록달록한 색깔을 연출하기 때문에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서울 공기가 탁해서 그런지 대부분 잎파리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걷다 보니 베를린 장벽 일부가 보여서 신기한 마음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축제란 항상 지나고 나면 조금 어색해 지는 것이겠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의 그 흥분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네요.

한국과는 분단 상황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쪽에 대입하기는 힘든 편임에도 이 벽이 가지는 상징성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봅니다.

 

 

 

인이 밴드들이 붙여놓은 듯한 포스터인데, 대부분의 보기싫은 불법 광고물에 비하면 의외로 괜찮네요.

오히려 옆에 남아있는 무수한 싸움의 흔적이 이 포스터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은근히 고전적인 그림과 색상이면서도 QR 코드만 달랑 적혀있는 근미래적 시도도 재미있군요.

 

 

 

청계천 도매상가들은 일요일날 휴무라서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습니다.

뚱땡이 아저씨라는 문구와 피카소적인 그림이 이곳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어쩐지 조금 전 인사동 풍경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군요. 사진에서도 그런 기분 변화가 느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청계천이지만 꽃에는 죄가 없으니 찍고 봅니다.

나침반님이 렌즈의 화각에 따른 구도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시길래 이것저것 대답은 해드렸습니다만

화각과 심도 등의 요소는 사실 다양한 렌즈로 많이 찍어봐야 몸으로 체감이 가능한 것이라서.

 

지금은 그리 자주 찍으실 기회가 없겠지만 어차피 여행 시작하면 외국어보다 더 빨리 몸에 익을거라 생각합니다.

 

 

 

동대문에서 알아놓은 양꼬치 구이집은 화교 가족이 영업하는 듯 합니다.

객석에서도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예전 우즈벡 요리점에 갔을 때의 미묘한 긴장감이 살아나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한국어 알아듣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서 주문하시는대로 척척 가져다 주십니다.

양꼬치 부위별로 1인분씩에다가 이곳에서 맛있다는 꿔바로우를 주문했습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맛만 본다는 심정이었죠.

처음 음식이 나올때만 해도 이 정도면 양도 적고 적당히 먹을만 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둘이 먹으면 꽤나 배가 부른 느낌이라서 놀랐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고기는 그냥 한입거리도 안되는데, 요즘 나이를 먹어서 배가 좀 줄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각종 향신료로 배합해 놓은 소스에 찍어먹으면 양고기의 부드러운 육즙과 매콤쌉쌀한 소스의 궁합이 상당합니다.

한국은 고추가루가 대세인 만큼 향신료가 별로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 이런 소스의 맛이 신선한 체험으로 다가오는군요.

 

꼬치는 금방 구워서 따끈따끈하고, 양고기 기름에 소스가 묻으면 간식이나 술안주로 훌륭한 조합을 자랑합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더운데 숯불 위에서 꼬치를 굽고 있으니 지금 입으로 들어가는게 양기름인지 제 땀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지만.

 

 

 

꿔바로우는 한국에서는 찹쌀 탕수육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썰고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냅니다.

일반적인 탕수육보다 겉이 쫄깃쫄깃해서 안의 돼지고기살과 묘한 조합을 이룹니다.

 

물론 바삭바삭한 맛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 탕수육이 더 나을듯 하기도 하네요.

양이 적어보여서 둘이서 먹으면 별 것 아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꼬치구이하고 이녀석을 계속 먹다보니 배가 부릅니다.

 

이런 곳은 자주 오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체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나침반님은 겨울에 와서 술이라도 한 잔 하며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도 땀흘리지 않고 먹는 양꼬치 구이가 좋습니다.

 

 

 

더운 여름날, 그것도 바로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 부족때문에 술을 하기는 어려웠고

대신 시원해 보이는 탄산 음료라도 마십니다. 좋긴 한데 역시 땀을 많이 흘려서 단 음료는 조금 무리가 있네요.

그냥 맥주 3000cc 짜리 통에다가 얼음과 물을 가득 담아놓으면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대구는 서울에 비해 이런 이국적인 음식 찾아다니기가 좀 힘든 편이라

서울에 올라갈 때는 가능한 한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음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대충 포스팅이 끝났으니 다음부터 다시 홋카이도 여행기로 돌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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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양꼬치 :: 2014. 11. 18. 16:24 Photo Diary

 

 

올해 중이긴 한데 언젠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예전 사진들입니다.

서울에 잠깐 일이 있어서 나침반님하고 식사나 한 끼 한다고 만날 약속을 잡았죠.

맛집을 좀 찾아보다가 동대문쪽에 양고기 꼬치구이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쪽 근처에서 보기로 합니다.

 

전철역을 조금 잘못 내렸는데 어디선가 많이 보던 캐릭터가 거대하게 서 있어서 놀랐습니다.

성게군으로 시대를 풍미하려다 말았던 모 만화가분의 페르소나 캐릭터죠. 요즘 까페 열었다고 하더니 이 근처였나 싶네요.

 

인간이 그렇겠지만 애 태어나면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그냥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라서 요즘엔 안 보고 있죠.

초반엔 꽤나 재미있었던 만화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당시에 동대문의 명물 똥인 DDP가 완공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맨날 공사만 하더니 갑자기 나타난 부드러운 똥 모양에 놀랐었죠. 완성이 되긴 하는구나 싶어서.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 녀석을 찍는다기보다는 카메라 설정을 파악하려고 이리저리 담았습니다.

 

 

 

아침부터 참 더운 날씨였는데 그 넓은 부지가 이런 콘크리트 덩어리로 변해버렸다는 게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동대문 운동장 쪽은 옷에 관심이 없는 저한테는 원래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15년 전쯤엔 이 근처에 만화 도매상가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자주 가느라 나름 친숙한 곳이긴 했었죠.

 

요즘엔 홍대나 건대 근처에 캐주얼한 도매 매장이 많이 생겨서 아저씨 냄새 풍기는 이곳 매장들은 사라졌더군요.

운동장 자체도 이렇게 사라져 버리니 더 이상 이곳에는 제가 발걸음을 옮겨야 할 이유가 남아있지 않네요.

 

 

 

날씨가 화창하지 않는 편이 확실히 더 잘 어울리는 건물이더군요.

무덥긴 했지만 햇빛이 덜해서 그나마 움직일 만 했습니다.

나침반님이 조금 늦으신다고 해서 근처를 돌아다니며 다시는 보지 않을 똥덩어리 모습이나 담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특이한 곡면 비정형 건물이라서 카메라 사진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끌고 있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담고 있던데, 이 녀석은 밤에 조명이 켜지면 좀 더 볼만한 모습이 되리라는 예상이 듭니다.

 

낮에는 어차피 난개발의 상징인 동대문에서 암만 튀어봤자 조금 부드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계획 초기 예산의 10배 가까이 오버된 돈먹는 똥이라서, 그냥 돈을 가져다 발라도 이거보다는 저렴했으리라는 말도 있었죠.

다섯 살짜리 저능아가 굴리는 머리 수준에서라면 대강 이해가 되긴 하지만.

 

 

 

주위 환경과 심각하게 이질적인 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비정형 곡면을 사용한다면 과연 유지보수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참 궁금합니다.

 

이런 건 세계의 대예술가가 필을 받아서 자기 사비 다 털어가며 완성시켜야 가치가 있을만한 건물인데

세금을 무식하게 때려박으며 이런 걸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었을까요. 뭐, 대충 어디에 있었을지는 짐작이 갑니다만.

 

 

 

그러고보니 공사 도중 조선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이곳이군요.

어젠가 그저깬가 피카츄 군단을 영접하러 온 서민들이 짓밟았다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미 민족적 자부심이란 게 부자들의 사치품 정도로 전락해버린 한국에서 저런 유적지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만은

설마 피카츄 몇마리에 광란을 일으켜 저 위를 밟고 지나가는 풍경을 연출할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같은 곳에서 살다 보니 제가 시민의식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걸까요.

 

 

 

저는 이 똥이 태생적으로 잘못 태어난 녀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우연이라도 이 곳이 완공된 모습을 한 번 봤으니, 나침반님 오시면 어디로든 내부로 한번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고 나오려고 생각중이었죠.

 

입장이 무료인지 유료인지도 모르지만, 유료라면 당연히 들어갈 일이 없고 무료라면 그냥 쭉 통과나 해보려 합니다.

어차피 다시 올 일이 없으니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아침부터 날씨가 많이 더웠는데 에어콘이라도 가동중인가 기대도 했습니다.

 

 

 

이 때 찍은 사진은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이곳이라 눈 앞에서 찍힌 것들이고

사실은 카메라 적응을 위해 설정 바꿔가며 그냥 셔터만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네요.

 

왜 이제와서 이런 포스팅을 올리는가 하면

여행기 쓰느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요즘이라 더 미루다간 아예 기억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기도 하고

더 큰 이유는 직장에 와서 포스팅 하려고 생각했던 여행 사진들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제대로 올라가 있지 않아서 올릴 사진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뭐, 드라이브에 남아있는 사진이라도 활용을 해야겠죠.

 

 

 

구름 잔뜩 흐린 하늘 밑에서 이 녀석을 바라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스페이스 자키 우주선이라던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로난의 거대 함선 등이 생각나더군요.

두 작품 모두에서 그 함선들은 사이좋게 개발살나는 역할이라 그런건지.

 

시의 예산으로 운용되는 건물에 이런 시대를 초월한 듯한 비정형 곡선 타일을 사용한 뒷감당을 어찌 할런지 기대가 됩니다.

어차피 똥은 싸는 사람고 닦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항상 똥은 싸 놓고 튄 사람이 나중에 돌아와서 이 똥은 내가 쌌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법이죠.

 

 

 

사실 이 당시 E-M1 카메라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게 없었고

컬러 특성이나 계조, DR 등이 상당히 달라서 파악하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이건 예전 필름 시절에도 엑타100 정도만 줄기차게 쓰다가 후지 벨비아로 넘어갔을 때도 느끼곤 하는 어색함이죠.

요즘엔 그나마 아주 약간 손에 익어서 대강 찍을 정도는 되어가고 있지만 이 때는 참 난감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 자체보다는 후덜덜한 성능의 손떨림 방지나, 먼지따윈 은하계로 날려버리는 초음파 센서청소 등에 신기해하곤 했었네요.

 

 

 

나침반님이 오셔서 산책하는 겸 건물 내부로 들어갑니다.

밖에서 보면 내부가 어떻게 생긴 건지 짐작하기가 힘든데, 간단히 보면 코엑스 전시회장처럼 독립 공간이 여러 개 존재하는 형태더군요.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유료 입장인 듯한 것들도 몇 개 있었고, 미니어처 제작 체험 정도가 재미있어 보였지만

사람도 많고 해서 그냥 통로를 주욱 통과해서 빠져나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새로 지어 깔끔한 내부 곳곳에 기묘한 색상과 모양을 자랑하는 의자 같은 녀석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볼거리는 있더군요.

너무 화려해서 여기 앉아도 되나 싶은데, 한국 문화공간의 특징인 '알려줄 거 없으니 알아서들 판단하시라'는 마인드 때문에

예술 작품인지 그냥 앉아서 쉬라는 의자인지 알 수가 없네요.

 

 

 

완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내부는 매우 깨끗했습니다.

에어콘은 만족할만큼 팍팍 나와주지는 않지만 틀기 싫어서 안틀어주는 건 아니겠죠.

 

한국사람보다는 중국사람이 더 많아보였는데, 무슨 드라마 캐릭터들 사진이 얼핏 보였던 걸로 봐서

중국에서도 방영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 드라마를 안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알 수는 없었네요.

 

 

 

통로를 따라 반대쪽 밖으로 나오니 생객내기용으로 복원해 놓은 듯한 형태가 눈에 들어오네요.

아직 정착이 덜 된 잔디가 그나마 눈을 씻어줍니다만, 이 시끄럽고 지저분한 동대문 중앙에서 저 잔디에 누워 심신을 쉬게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합니다.

 

결국 여기는 저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나침반님도 비슷한 생각이신 듯.

물론 마음에 들어서 찾아가는 사람들이야 제가 뭐라 할 것이 아니니, 그 사람들에게는 좋은 문화공간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죠.

 

 

 

나침반님하고는 만나면 거의 하루종일 걸어다니는게 일입니다.

골목길을 지나고 있으니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쩐지 이런 모습마저도 동대문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런지.

청계천 노점상들과 고가도로가 그대로 남아있던 학생 시절엔 혼돈과 음침함을 즐기러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였기에 그럴까요.

인명피해가 없었기를 바라며 사진을 담습니다.

 

 

 

동대문 쪽은 아직 이런 풍경이 더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지, 딱히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보내던 당시 대구도 이런 골목이 많이 남아 있던 때라

요즘처럼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크나큰 위험이 된다는 그런 인식도 없이

보이지 않는 좁은 골목 너머엔 뭐가 있으려나 궁금해 하며 학교로 향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때 학교까지는 애들 걸음으로 3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 조금 먼 거리였는데

어째선지 자동차 다니는 도로가가 아니라 항상 이런 주택가 골목을 통해 학교로 가곤 했습니다. 더 조용했기 때문이었나.

요즘에 초딩 1학년 정도 애를 30분동안 이런 골목 지나서 혼자 등교하라고 하는 학부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양꼬치 구이는 저녁에 먹기로 하고 점심은 대충 때우기로 했는데

동대문 주위가 원래 일요일은 쉬는 편이라 식사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배를 많이 채우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무작정 걷고 걸으며 가게가 나오면 들어가 먹자는 생각을 했었죠.

 

중간에 제가 눈독을 많이 들였던 혼다 MSX125 바이크가,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빨간색 모델이 놓여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디자인적으로도 마음에 들고 혼다라서 성능은 보장되고 연비도 리터당 50km를 넘어 버스와 지하철보다도 교통비가 적게 나오는 녀석이죠.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덩치가 정말 작아서 저하고는 안 맞는다는 단점 하나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모델입니다.

 

이 디자인과 성능 그대로에 덩치만 좀 큰 녀석 없을까 하고 찾아보면, 야마하의 MT 시리즈가 좀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가격이 그냥 미쳐버린 수준이라서 그건 또 그거대로 의미가 없더군요. 뭔가를 구매한다는 것은 참 100% 만족이란 게 있을수가 없나 봅니다.

 

 

곰탕 집인가 갈비탕 집인가에 들어가서 적당히 배를 채웁니다.

나침반님은 손에 문신을 하나 더 추가하셨더군요. 역시 문신이란 건 첫 걸음이 쉽지 않지 한 번 하고나면 두 번째부터는 쉽나 봅니다.

 

당시 구입했던 E-M1은 나침반님의 E-M5와 동일한 렌즈마운트를 사용하는 형제 모델이라

제 렌즈와 나침반님 렌즈를 바꿔 끼워서 촬영해 봤습니다. 나침반님 렌즈는 조리개값 낮은 망원 렌즈라 실내에서 사용하긴 좀 어렵더군요.

제 렌즈는 성능은 좋은데 좀 큰 편이라 경박단소한 E-M5 와 결합하면 렌즈쪽이 약간 두툼한 느낌이 듭니다.

 

당시엔 그랬는데 나침반님이 바디 세로그립을 끼워보시더니 그 쪽이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하셔서

세로그립 체결 후에는 저런 렌즈도 딱 적당히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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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2월과 3월이었습니다.

작정하고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것도 없지만

블로그 개장 이후 가장 쓰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한달이라서

의무감에 못이겨 쓰는건 의미가 없다 싶어 그냥 마음가는대로 방치해 놓았군요.

 

아직 12월에 다녀온 일본 여행기도 끝내지 않은 게르으니스트입니다만

이제 조금씩이라도 갱신을 해볼까 합니다. 요즘 일이 좀 바빠서 그리 자주는 포스팅하기 힘들겠지만.

 

분위기 전환하는 겸 치고 지난번 서울에 잠깐 올라갔을때 사진이나 올려봅니다.

매번 밖에서는 뭐 먹을까 고민하는 터라, 이번엔 작정하고 처음부터 한끼 먹을 곳을 생각해 왔죠.

네팔인이 경영하는 동대문의 카레 전문점 에베레스트입니다.

 

나침반님과 함께 양고기 카레와 닭고기 카레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카레라는게 물론 향신료의 조합이긴 합니다만, 이곳은 한국의 어느 음식점이나 갖고 있는 그 조미료의 맛이 나지 않아서 좋았네요.

나침반님은 매운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곳 카레는 별로 걱정할 것 없었습니다.

양고기의 그 독특한 냄새를 느껴보는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한번에 여러 음식 시켜먹기가 힘든 처지인데

같이 온김에 여러가지 먹어보고 싶어서 카레 두개에 난 두개에 탄두리 치킨까지 주문했습니다.

괜히 제 욕심때문에 나침반님 먹는데 고생하신게 아닌가 싶네요. 양이 좀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뭐, 수다떠느라 2시간 넘게 앉아서 먹어댔기 때문에 결국 먹긴 다 먹었습니다만.

탄두리 치킨 역시 매워보이지만 전혀 맵지 않습니다. 기름기 싹 빠지고 속살이 부들부들한게 잘 만들었더군요.

바깥 음식들 맛이 워낙 강한터라 이곳 요리는 살짝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만, 전 그 유니크함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괜히 예고도 없이 나침반님 끌고 들어가서, 잘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직원분들이 굉장히 미인이셨습니다.

 

 

 

내려가기전에 하염없이 걸어다녔죠. 슬슬 걷다가 남산 올라갔는데, 이번 루트는 의외로 좀 걸었습니다.

서울은 추울까 싶어서 옷도 좀 두껍게 입었고, 가방에 든것도 많아서 땀을 시원하게 흘렸네요.

 

매번 사람이 미어터지는 남산이었습니다만, 이번엔 타워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 말고는 좀 적은편이었군요.

카메라는 의무적으로 가지고 다녀서 한두 장 찍어봣는데, 오랜만의 촬영이라서 영 감도 못잡겠고, 별로 찍고싶은것도 없고.

요즘엔 본인이 생각해도 마음이 메말랐다는 느낌이라서... 확실히 사진도 별로 볼만한게 없습니다.

 

 

 

일본, 중국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이곳 남산이라는데, 중국은 몰라도 확실히 일본사람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것 같습니다.

도쿄가 완전히 평지밖에 없어서, 이런 대도시 중앙에 이런 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신선할 듯.

 

돈 많이 주고 많이 기다리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도쿄타워나 스카이트리의 풍경에 비하면

시야는 제한되어도 훨씬 마음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을겁니다. 서울에 한강과 남산이 없었으면 꽤나 심심했을 듯.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셔터를 눌러대는데

누구나 찍고나서 비켜줄 생각은 추호도 없이, 해가 끝까지 질때까지 자리 차지하고 있는 탓에

막 질 무렵의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질 못했군요.

 

삼각대 설치하고 올림푸스 카메라로 수십장 눌러대던 아저씨, 그만큼 혼자 자리 차지하고 찍으면 적당히 찍고 좀 물러나주는게 예의 아닐런지.

하긴, 카메라라는 것 들고다니는 인간들 인격이 워낙 개차반일 경우가 많아서 저도 카메라 꺼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뭐 작품사진 대단한거 찍겠다고 (것도 남산에서) 관광객 미어터지는 곳에 혼자 공간 자치하고 버팅기는지.

 

전 이딴 곳에서 사진 몇장 못찍었다고 아쉬워할 마음 추호도 없습니다.

 

 

 

남산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는데 결정적인 방해물이 되는건 사실 사람이 아니라 이녀석들입니다.

그냥 조그만 공간에 매달 수 있는 곳을 제한해 놨으면 모르겠는데

반대로 약간의 공간만을 남겨놓고는 전부 이 자물쇠들로 담벼럭이 도배되어 있더군요.

 

아무리 하트모양 덕지덕지 발라놔도 금속덩어리의 차가움과, 상대를 구속하고 말겠다는 욕심이 느껴지는 자물쇠가 좋아질리 없습니다.

이건 소망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고로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침반님은 앞으로를 위해 사진을 좀 더 자신의 의도대로 찍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시는게 좋겠죠.

이론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사진은 일단 다양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게 좋다고 봅니다.

사진 찍으러 다니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쉽긴 하네요.

 

뒷모습 정도라면 이해해 주실테니 슬쩍 담아봤습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서 덩치 큰 카메라 꺼내들어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 곳이 남산입니다.

관광객들은 역시, 큰맘먹고 온 탓에 좀 괜찮은 카메라들을 많이 들고 다니더군요.

하지만 결국 수백만원이 넘는 최상급 플래그쉽 카메라 들고다니는 쪽은 여지없이 한국사람이네요.

 

뭐, 저도 남말 할 저치는 아니지만 말이죠. 필름판형 외에는 도무지 손에 익질 않아서 계속 비싼거 사용하고 있으니.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찍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루엣을 이용해서 한장 담아볼까 했는데, 타이밍 좋게도 사람들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사람까지 찍여서 오히려 분위기는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군요.

 

 

 

남산 올라왔는데 타워 안찍어주면 섭할까봐 남겨줍니다.

마침 해가 져서 불이 들어오는 즈음이라 찍을맛이 나더군요.

 

카메라는 그냥 덤으로 갖고 온거라, 제일 작은 50mm 단렌즈 하나만 들고와서 화각잡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사진이 이상하게 잘 안찍히길래 내 실력이 이렇게 썩었나 했지만

막상 돌아와서 점검해보니, 구형 수동렌즈의 핀 인식이 잘못되어서 50mm 를 200mm 라고 인식해 버렸더군요.

M 모드를 사용한게 아니라서 셔터스피드도 기준과 확 달라져버렸고, 손떨림 방지도 교란되고 해서 엉망이었던 셈입니다.

 

 

 

내려올때는 다른길을 선택했습니다.

다들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는건지, 산책로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가다가 느낌이 좀 괜찮은 곳이 있어서 슬그머니 멈춰서 나침반님을 찍었습니다.

 

좀 더 잘 찍어드릴수도 있었을텐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찍사의 실력이 이래서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울은 별로 정이 가질 않네요.

그나마 밤이 되면 활기가 보이는 도시라서, 그거 하나 즐길만은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평생 살라고 하면, 솔직히 좀 끔찍하긴 하죠.

 

 

 

나침반님의 긴 계획도 이제 절반을 넘어 달리고 있는 중이고

전 앞날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만

어쨌든 이러저러한 일이 겹쳐서 다들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여러 지성들이 마음의 평온과 가진것에 대한 만족을 강조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그런 인생은 저하고 별 관계가 없는 듯 하네요.

그냥 잠시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엔 나침반님도 어디 좀 나가봐야겠다고 하시고, 저도 그때쯤 몸이 달아있을 테니

5일동안 어딜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현재로서는 제일 진취적인 마인드인 셈이군요.

 

느리긴 해도 다시 천천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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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년  (14) 2012.12.31

 

잔디 광장 주변을 빙 돌아가니 이제서야 하늘이 조금씩 맑아집니다.

비가 신나게 오고 나서는 쨍한 하늘을 기대하는데, 장마철이다 보니 그게 잘 안보이는군요.

그런 하늘도 길어봤자 하루 정도밖에 안간다는게 더욱 서글픈 일이지만.

 

 

 

열심히 공 차고 있는 아이 모습도 한 장 날려주고 잔디광장을 뒤로합니다.

뭔가 폼이 제대로 잡힌 듯 하네요. 앞으로 뭐가 될려나.

 

제 카메라는 프레스 기기만큼 셔터랙이 짧은 편이 아니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을 때는

예측사격이라고 할까요. 원하는 동작보다 좀 더 일찍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물론 움직임에 따라 그 순간이 바뀌니까

사실상 룰렛 돌리는 기분으로 잘 찍혔으려나 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화면에 사진이 뜨기를 기다리게 되죠.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해가 조금씩 옆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빛의 분위기도 금새 변해버리는군요.

자전거 타고 나오신 분도 참 많은데, 저나 나침반님이나 저렇게 자전거 편히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상념이 떠오릅니다.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비슷한 생각 하고 있을 듯.

 

제 자전거는 장거리 여행용이라, 사이드백 전부 다 떼어버려도 상당히 덩치가 크고

타이어 역시 속도보다는 내구성 중시로 되어 있어서,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15km/h 이상 속도가 나오긴 힘들죠.

폭이 좁은 녀석으로 바꾸면 좀 더 나오겠지만, 제 자전거에는 좀 언벨런스한 느낌입니다.

 

산책으로 자전거 타고 나가는 것도 좋긴 한데, 그런 건 이제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군요.

 

 

 

공원이라서 참새 보기는 쉽네요. 단지 사진 찍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저 혼자만이라면야 시간 들여서 얼마든지 접근하겠습니다만,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으니

제가 아니라도 참새는 금새 날아가 버려서, 적당히 한 장 남기고 걸어갑니다.

 

자전거 여행중, 100km는 넘는 속도로 썡쌩 달리던 자동차에 슬쩍 부딪치자마자 죽어버린 참새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군요.

사진도 찍었습니다만 여기 그런 걸 올려서 뭐하나 싶습니다.

 

 

 

보라매공원은 원래 공군기지가 있던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쓰던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주요 부품들은 떼어버렸겠지만, 실제 전투에 사용되던 녀석들이라 생동감 있습니다.

 

그래도 그 위에 앉아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보니

전투기도 이제 맘 편히 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로운 모습이네요.

 

 

 

한 백년쯤 지나면 F-117 이나 B-2 나 F-22 같은 최첨단 전투기들도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만나볼 수 있을지.

금속덩어리 조차도 자기 시대가 끝나면 이렇게 공원에서 노후를 즐기는데

막상 전쟁의 주역이었던 병사들은 이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늙어가고 있는 현실이 비참합니다.

 

뭐, 가스통 들고 설치는 늙은이연합 같은 족속들도 있으니... 딱 그수준이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바이크에 관심이 많은 나침반님이라서, 이런 모델도 금새 알아보시더군요.

직접 타보질 않으니 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싸고 좋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엄니하고 슈퍼 나간 사이에, 아파트 단지 사이로 귀엽게 줄 맞춰 달리는 십여 대의 할리를 봤는데

아파트 앞이라서 20km 도 내기 힘든 골목길을 그 우람한 할리들이 줄맞춰 기어가는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신나게 드라이빙 즐기는 것도 참 고역이구나 싶더군요.

단체로 달리는 애들 중에는 정신나간 녀석들도 많아서...

 

 

 

한 바퀴 돌도나니 처음 출발했던 분수대 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때는 35mm 단렌즈를 들고 있었고, 중간에 70-300 망원으로 바꿔 끼웠으니

같은 장소라도 담는 사진은 전혀 다른 느낌이군요. 산책을 두 번 하는것 같아서 좋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사실 제일 이상적인 방법이 다른 렌즈를 끼고 한번 더 돌아오는 것인데

체력적, 시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법이라서 그리 자주 시도하지는 못하는군요.

 

 

음악에 맞춰서 움직인다고 하는 분수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건 좋은데

너무 멀리 있어서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가까운 곳에서는 살짝살짝 피부에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가 좋은데.

 

 

 

화단의 꽃들은 제철이 조금 지난 듯 합니다만, 그래도 힘내서 피어있는 꽃들이 있습니다.

한참 가물었다가 이제 비가 좀 왔으니 꽃들도 활기가 나려나 싶네요.

 

본가 아파트 베란다의 꽃들은 조금 말랐다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확 주고나면

놀랄 정도로 잎이 반짝반짝해 지는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서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오전부터 이렇게 쩅쩅하면 사진 찍는 맛도 더 났을텐데

해가 막 지려고 할 무렵이 되서야 겨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덥긴 꽤 더웠으니, 쨍쨍했다면 즐거운 사진촬영 대신 땀으로 샤워을 했을테지만.

공원을 걸어나오는 길에는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들이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더군요.

편견 때문인지, 화투치는 모습보다는 뭔가 보기 좋은 느낌이 드는데

다들 해보셨겠지만 분위기 험악해 지기로는 사실 윷놀이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데 말입니다.

 

겹쳐진 말이 한꺼번에 잡히거나 하는 날엔 끓어오르는 분노를 추제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밤엔 나침반님 댁 근처에 있는 나즈막한 산을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는 나침반님이 다니셨던 초등학교도 볼 수 있었군요.

 

전 대구 안에서긴 하지만 이사를 여러 번 다녀서, 사실 제가 다녔던 초등, 중등, 고등학교 가려면 꽤나 멉니다.

세월을 생각하면 아마 돌아가신 담임 선생님도 몇 있을 듯 하군요.

쉬는 시간마다 국딩 3학년 남녀 학생들을 무릎위에 앉혀놓고 토닥토닥하던 늙은 담임선생님은

아마 요즘 그랬으면 당장 성추행이라고 난리가 났겠지만, 그 때는 그런 일이 아무 문제없던 시절이었죠.

 

 

산은 산이라고 부르기는 뭣할 정도로 가볍게 산책할만한 높이여서 기분이 좋았는데

가로등이 없는 길이라서, 자전거 여행때 생긴 맷돼지 트라우마 때문에 조금씩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한밤중에 5m 정도 앞에서 제 여행용 자전거만한 덩치의 맷돼지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때의 섬찟함이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되는군요. 그래도 곰이 아니었으니 다행은 다행이지만.

 

날씨도 그렇고, 삼각대가 없어서 장소 지정하기도 쉽지 않아 야경을 멋들어지게 찍는건 힘들었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블레이드 러너의 화면과 닮아가는 서울의 밤모습은 단순히 화려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군요.

시간이 좀 널널하면 이 곳에서 관악산까지 쭈욱 갈 수 있다고 하니, 날 잡아서 산을 좀 타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관악산쪽에 야간 산행은 가능할런지? 서울 벗어나서 지리산 종주라고 하려면야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

야간 산행은 관악산 정도라도 준비없이 갔다가는 생명줄 놓아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그냥 낮에 가는걸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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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님과 함께 보라매 공원도 갔다왔습니다.

서울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사는 위치가 이곳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올 기회가 없었던 곳이죠.

규모는 서울숲에 미치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비슷비슷하고, 좀 더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더군요.

 

 

 

비가 그쳤지만 날씨는 찌부둥하고 온도는 높고 습기도 높고 사람은 많고

뭔가 기분좋게 산책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두근두근했습니다.

 

엄니께서 기억하시는 예전 보라매공원은 뭐랄까... 노숙자들이 가득 모여있는 그냥 공터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동안 개축을 많이 했는지 이번에 가 본 공원은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신나게 성장중인 연꽃잎이 맨 처음 반겨주더군요.

 

 

 

화단에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꽃인지 열매인지... 하나만 색깔이 특이해서 색 추출을 해 봤습니다.

 

 

 

서울숲 공원 앞에도 거대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던데

여기는 이미 한참전에 들어서 있군요. 저 위에서 이 공원을 내려다보면 개미들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들 듯 합니다.

별로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이 모였던데, 나침반님 말씀으로는 이게 상당히 적은 거라고 하시네요.

 

이거보다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면 사실 공원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지만

이런 시설이 극도로 부족한 도시이다 보니 이거나마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합니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매우 많더군요.

고양이는 데리고 나올수가 없어서 이런 점에서는 개가 좋긴 합니다.

다들 바삐 움직이는데, 수동렌즈 가지고 한장 찍자고 불러세우기도 뭣하고... 그냥 눈으로만 즐겼습니다.

 

AF 되는 망원렌즈도 있긴 한데 지금 갈아끼우기는 귀찮아서 그냥 단렌즈로 대강 찍으며 걷습니다.

보라매 공원은 처음 오는 곳이라 흔적 남기는 겸 카메라를 들고 갔지, 촬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힘을 주지 않았죠.

나침반님도 조금 찍으셨으니 올리시면 감상하러 가봐야겠네요.

 

 

 

제 눈에는 캔으로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캔류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캔 류 하니까 스트리트 파이터가 생각나시는 나침반님에 고개도 한번 끄덕이고...

 

 

 

간단한 클라이밍 시설도 준비되어 있네요. 조금씩 방향성이 서울숲 공원과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합니다.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서울숲이나 이곳이나 조경면에서는 그닥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지만

이곳 보라매 공원은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런 지형은 상급자 코스일텐데, 잘 올라가시더군요. 클라이밍은 체중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저한테는 머나먼 이야기.

 

 

사실 카메라 작동법이나 이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냥저냥 잡담하고 걸어다니다 보니 별로 설명을 해 드리지 못한것 같아서 아쉽군요.

 

등에 이름표까지 달고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을 수동으로 촛점 맞추는건

좋은 연습이 되기 때문에 한 장 남겼습니다만, 동체에 신경을 쓰다보니 나침반님이 파인더에 들어온 걸 몰랐습니다.

그래도 찍고보니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땀 뻘뻘 흘리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저로서는, OM-D 같은 경박단소의 극치를 들고 다니는 나침반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만

사람 한번 손에 익은걸 바꾸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고, 주력으로 사용하는 렌즈들이 미러리스로 구현하기 힘든 녀석들이니 어쩔 수 없네요.

 

 

 

실제 모습에 비해 상당히 과장된 색상입니다만, 마침 햇빛이 좀 강해지던 때라서 분위기가 바뀐 것도 있습니다.

필름시절에 신경쓸 필요가 없던 화이트밸런스라는 것 때문에, 저녁무렵의 직사광선의 색온도 조절에 되려 신경을 쓰게 되는군요.

원래라면 노랑과 주황끼가 매우 강한 장면이지만, 화이트밸런스라는 기능이 생겼으니 한번 가지고 놀아볼까 하는 생각에 보정을 해봤습니다.

 

이런 곳에서 자라면 장미도 이렇게 든든한 삶을 보낼 수 있는데

아파트 창문 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저희 집 장미한테 미안한 느낌.

 

 

 

이 장미는 진디밭 위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찍으러 들어가도 되는가 잠시 망설였지만

잔디밭 안에 저렇게 펜스를 만들어놓은 부분이 있다는 걸 보고, 그럼 들어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표지도 없었으니 뭐, 들어가도 되겠죠.

 

 

 

장미꽃이 피어있던 장소 반대편에는 체험학습을 위한 논이 있어서, 아이 둔 부모들이 많이 보입니다.

여기서 자라는 벼는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란 힘들겠죠.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도촬을 하려니 필연적으로 망원렌즈를 사용하게 됩니다.

손에 들고있는 것을 보니 뭔가 잡으려는 것 같은데... 잡아서 잘 키울수 있으려나 싶네요.

 

 

 

보라매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큰 잔디광장을 둘러싸는 산책로를 걷고 있습니다.

공원 내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더군요.

적당히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좋고 저렇게 낭만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좋습니다.

 

가능하면 얼굴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찍었는데, 혹시 본인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내려야겠죠.

 

 

 

비온 직후인데다가,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하늘이 그리 개운치 않습니다.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 안개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에

먼 거리를 담는 망원렌즈의 경우, 대비가 강한 색상을 하고 있는 피사체를 찍을 경우

주변 배경과 좀 더 분리되는 듯한 묘한 느낌을 풍길수도 있죠.

 

그래서 한장 남겨봤는데, 파인더에서 보이지 않던 붉은색 원반이 작업할때서야 보이더군요.

화려한 옷을 입은 애들보다 더욱 강렬한 대비를 보여줘서 나름 재미있게 보여서 만족합니다.

 

엄니께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저 때가 제일 귀엽지'라고 하시겠군요. 자식따위 낳아봤자 커 버리면 저처럼 될 뿐...

 

 

 

보라매공원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이 이 잔디 광장인 듯 합니다.

저나 나침반님이나 걸어다니는걸 좋아하니 저기 자리깔고 누울 일은 별로 없지만

저런 로뎅틱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분을 보면, 자리 깔고 느긋하게 누워서 책 보는것도 좋겠다 싶네요.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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