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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00'에 해당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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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11.18  고양이로 센서대결 - a900 16
  3. 2012.11.14  소니 a99 로 바꿨습니다 23
  4. 2012.11.05  그때 남산 24
  5. 2012.11.03  산인 여행 - 귀국 20
  6. 2012.10.31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블로거 dung 님이 올린 과자 포스팅을 보고 맛있겠다고 댓글을 남겼더니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할인중이라고 구입하셨다는데 그래도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제가 서울에 있을때 보내주셨는데,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본가라서

내려와보니 그냥 택배를 뜯어서 과자까지 뜯어 벌써 먹어보셨더군요.

 

 

 

어찌됐든 차 한잔 마시면서 나름 세팅을 하고 인증사진을 남깁니다.

초코쿠키쪽이 달기만 한게 아니라 괜찮은 초코향이 진하게 배여있어서 맛있었는데

택배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나 버린게 조금 아쉽네요.

 

여러가지로 신경쓰여서 뾱뾱이까지 넣어 보내주셨는데, 그래도 택배의 우악스러움에는 견디지 못했나봅니다.

과자맛은 다른 음식에 비해 차이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과자와 맛과 향이 다르다는건 느껴지는군요.

 

 

 

벌써 한달이 넘은 사진입니다만, 아기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제서야 올리게 되는군요.

과자는 한잔의 따뜻한 차와 함께 가족들의 뱃속으로 안전하게 이송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dung 님께 감사의 말씀을...

 

보답을 좀 드리고 싶은데, 택배상자를 대구에 놔두고 아기보러 서울에 올라와서

주소를 좀 여쭤봐야 될것 같군요. 선물이란건 받는건 쉬워도 보답하는건 어떤 걸 보내야 하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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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한달은 넘은 사진인데, 일단 순서대로 올리고 있으니 이걸로...

블로거 체님이 대구 사진 비엔날레 입장권을 선물로 주셔서 동생분하고 보러 갔습니다.

사진 비엔날레는 3곳에서 동시에 개최가 되는데, 카메라 들고 가서 사진 담은건 이 봉산문화회관밖에 없었네요.

 

애초에 여기 들렀다가 고양이 까페 가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왔으니까요.

 

봉산문화회관쪽 전시는, 각국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젊은 작가는 둘째치고 확실히 아마추어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어딜봐도 사진학과 졸업하는 학생들이라는게 느껴지는 한국쪽 전시품들은, 그냥 졸업작품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듯.

이곳은 원래 무료관람이니 딱 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봐서 해될것 없죠.

 

 

 

지난번 동생분의 NEX-C3 으로 촬영을 하고, 보정을 위해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갔던 터라

오늘은 동생분 만나서 메모리카드 돌려주고, 다시 고양이까페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까페는 오후가 되어야 문을 열기때문에 그 전에 사진 비엔날레도 좀 둘러보고 한 거죠.

 

 

 

자꾸 고양이 사진이 안나오고 왠 쓰잘데기 없는것만 나오느냐 할 텐데

어쨌든 그날의 궤적이 이랬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비엔날레 보고 나서도 고양이까페 개장시간이 되질 않아

일단 점심이나 먹자고 해물 철판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가볍게 먹을만 했네요.

 

세사람이서 왔다면 철판에 볶음밥도 해먹을만 하겠는데 말이죠.

 

 

 

느긋하게 밥을 먹고 개장시간에 맞춰서 까페로 왔지만

코리안 타임이란게 적용되어서,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밖에서 새끼냥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새끼들은 사람 손에 너무 시달릴 것 같으니, 손님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도 잘 놀더군요. 이 녀석이 제일 활발했습니다. 공 하나 넣어주면 광란의 드리블을 보여주네요.

 

 

 

20분쯤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직원분이 죄송하다며 고양이 간식을 한봉지씩 주셨습니다.

원래는 돈내고 사서 먹여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 돈주고 간식사서 다시 이곳 냥이들한테 준다는 이 모순은...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손님은 없습니다. 동생분하고 둘이서 그나마 햇살이 좀 비치는 곳에 앉아 멍하니 고양이 구경이나 합니다.

지난번엔 NEX-C3 로 촬영해봤으니, 이번엔 a900 으로 한번 찍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렌즈가 50mm 수동렌즈라서 쉽지 않네요.

 

뷰파인더가 아무리 광활해도 수동렌즈의 촛점을 정확하게 맞추는건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어두울수록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까페에서 수동렌즈 사용하는건 좋은 연습이 됩니다.

 

 

 

C3 와 가장 쉽게 구별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역시 심도일까요.

번들 줌렌즈를 사용한 C3 는, 센서도 APS-C 크기에다가 조리개값이 5.6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구박이는 APS-C 보다 면적이 1.5배 크고 단렌즈 조리개값이 F1.4 이니 심도는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면 되겠네요.

 

심도가 얕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만약 심도가 아주 깊은 똑딱이로 위 사진을 찍었다면

뒤에 있는 고양이도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착시사진이 나왔겠죠.

 

 

 

C3 에 비해 떨어지는 고감도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개방해서 촬영합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심도확보에 불리한 FF 센서라서, 고양이 면적만큼의 심도도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구박이는 감도 800만 올려도 DR 이나 색밸런스가 아슬아슬해서, C3 으로 촬영할때보다 더 편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C3 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빛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곳에서의 표현력이랄까요.

일단 충분한 광량만 확보되면 DR, 계조, 컬러 등등 모든 면에서 C3 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JPG 로 찍으면 유리창 뒤의 모습이 전부 새하얗게 나오는데, RAW 보정으로 이만큼이나 살아나죠.

니콘의 플래그쉽 D3 도 써보고 하면서도, 4년간 결국 이녀석을 계속 갖고 온 이유도 오직 주광화질이 최고라는 점 때문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C3 이나 a900 이나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실외 태양광은 잘 들어맞는데, 실내에서는 좀 오락가락하더군요.

전 RAW 촬영을 하니 아주 기본적인 색온도만 좀 맞춰주면 나머지는 그냥 후에 보정합니다.

 

몇몇 고양이들은 아주 네가지가 없는게, 손에 간식이 있을때만 번개같이 튀어와서 간식 달라고 보채고

간식 없다는거 확인하면 쓰다듬을 틈도 주지않고 바로 떠나버리는 간사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몇번 그러다가 열반은 저와 동생분은, 그 머리돌리는 녀석한테는 더이상 간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먹고나서도 한동안 주위를 돌면서 제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한테만 간식을 줬죠.

냥이들도 영업하는 이상 상도덕과 양심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담으로 돌리면 무섭지만.

 

 

 

이 친구는 이곳 까페에서 가장 덩치가 큽니다. 거의 개 수준으로 거대하더군요.

그런데 생긴 것 치고는 아주 순해서, 알아서 슬금슬금 걸어와서 만져달라고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직원분이 이 녀석 보더니 '남자를 아주 좋아해요. 엄청 순해요' 라고 설명해 주시네요.

전 농담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정말로 동생분이 아니라 제 쪽으로만 접근하는게 보입니다. 수컷인데?

 

 

 

 

저 위의 흰고양이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이 녀석의 덩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직하게 움직이면서도 놀아달라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보통 귀여운게 아니군요.

잘못 만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새끼냥이와 달리 이 녀석은 신나게 귀여워해줘도 다칠것 같지 않네요.

 

러시안 블루를 좋아하지만, 이런 덩치녀석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세삼 깨닫습니다.

 

 

 

결국은 제가 사진 촬영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제 가방을 배게삼아 퍼질러 버렸습니다.

가방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저 녀석 덩치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순해서 귀여운 녀석이죠.

특히 파란 눈동자를 계속 보고있으면 빨려들어갈듯한 느낌입니다.

 

구박이 센서는 여전히 주광하에서 최상급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점이 있다면

RED 계열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정도일까요.

RED 계열 채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약간 오렌지색 + 핑크색이 섞인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진짜 붉은색은 디지털 센서가 표현하기 힘든 분야이긴 합니다. 워낙 채도가 높아서 조금만 잘못하면 색포화가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소니는 그 색포화를 어떻게 해보기 위해 아예 색을 좀 틀어버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은데

그 부분만큼은 4년간 쓰면서 항상 조금씩 아쉽더군요. 코닥이나 펜탁스의 센서는 색을 잘 표현합니다.

 

 

 

그 후에도 저 거대 고양이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택을 받으면서 까페를 즐겼습니다.

동생분이 학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진 못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떠날때쯤에 냥이들이 무릎에 올라와서 잠을 청하는 탓에 고생 좀 했습니다.

몇시간을 들고 뛰던 새끼들은 한두 마리가 자기 시작하니까 전염이라도 된 듯 일시에 기절을 해 버리는군요.

 

우리 조카도 저렇게 놀다가 픽 쓰러져서 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녀석 형님을 빼다박아서 그런지, 안아주지 않으면 절대로 자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어댑니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누운 상태에서 바로 잠이 든 적이 없을겁니다.

빨리 나이좀 먹고 혼자서 잘 만해야 형수님도 편할텐데 싶네요. 냥이들 모습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구박이는 제가 워낙 오랫동안 사용하던 녀석이라 딱히 말할게 없습니다.

역시 주광에서의 성능은 최고라는 느낌이죠. 지금 위의 사진들중, 실내쪽 사진과 창가쪽 사진의 퀄리티 차이도 심하게 납니다.

그럼 4년만의 후속모델인 a99 의 사진 퀄리티는 어떻게 나올런지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사실 a99 는 서울에서 체류중에 구입한 녀석이라서 이곳과는 다른 고양이까페에서 촬영했으니

객관적 비교라는건 완전히 물건너 갔습니다만,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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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애보고 있으려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때마침 서울집은 매우 어두워서 제 구박이가 활약할 곳이 부족하더군요.

더더욱 때마침 소니에서는 4년만에 새 기함급 모델이 출시되고...

 

이럴땐 그냥 기분이다 하면서 질러줄 뿐입니다. 넵.

떠나기 전 제 수족이 되어준 구박이를 남겨봅니다.

 

 

 

사실 자전거 여행등등 오래 함께 한 녀석이라서 팔지 않고 놔둬도 되긴 한데

똑같은 용도와 똑같은 크기의 카메라를 두대 놔두는건 괜한 고민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팔아버렸습니다. 그리운 면도 없잖아 있지만 계속 놔두면 오히려 새 제품을 팔아버리게 될지도 모르죠.

 

워낙 많이 쓰고 자전거 안에서 구르던 녀석이라 도장이 맨질맨질해졌네요. 원래는 까칠한 녀석입니다만.

 

 

 

저한테는 저 뿔각의 도장 벗겨진 부분도 추억의 하나겠지만, 중고품으로서는 가격하락의 요인일 뿐이네요.

주광에서의 센서 성능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상급이라서 아쉬울게 없지만

어두운 집안에서 스트로보도 없이 아이 찍어주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로군요.

 

ISO를 최소 800~1600 이상 올려야 하는데, 구박이는 그 이상 올리면 색정보가 소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철컹철컹 셔터소리가 워낙 커서 애가 깜짝깜짝 놀라는것도 문제라면 문제.

 

카메라가 이것밖에 없어서 한참동안이나 제대로 된 초상화를 찍어주지 못했는데

결국 떠나기 전에 그 모습을 담게 되는군요.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이를 대신해 한동안 저와 함께 할 소니의 신제품 a99 입니다.

구박이에는 미놀타의 향기가 잘 남아있었는데, 이제 소니 제품에서 미놀타의 향기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확신합니다.

아직도 미놀타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분은 펜탁스로 가시길. 개발팀이 이동했는지 놀랄정도로 미놀타의 향기가 느껴지더군요.

 

소니는 이제 전통 방식의 DSLR을 만들지 않고 반투명 미러를 이용한 DSLT를 출시합니다.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외한 대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막강한 편의성으로 무장한 녀석이죠.

 

감성적인 면이 많이 사라진 카메라인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점점 DSLR의 입지는 줄어들겠죠.

그래서 항상 필름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엔 돈좀 넘치는 사람만이 필름을 만질 수 있을지도.

 

 

 

아이 찍기는 참 편합니다. 고감도도 훌륭하고 LCD 가 전후좌우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든 찍을 수 있고.

전 사용렌즈의 절반 이상이 수동렌즈인데, 이 녀석은 확대기능도 있고 촛점 맞는 부분의 색깔을 바꿔주는 피킹기능도 있어서

구박이 뷰파인더 들여다보며 찍는것보다 훨씬 수월하긴 합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수동렌즈를 가장 디지털적인 기계에서 사용하는 묘한 느낌이 참.

 

 

 

구박이는 동영상따윈 없는 기계였는데, 이 녀석은 동영상의 첨단을 달립니다.

DSLT 라는 구조에서 가장 유리한 점이 동영상 촬영시에도 오토 포커스가 작동한다는 점인데

전 수동렌즈라서 아직 그런 이점을 누릴 수는 없네요.

 

애초에 동영상엔 관심도 없는데, 아기 좀 촬영해주고 결과물을 보니 아빠들이 꽤나 군침흘릴것 같습니다.

형님이 나중엔 알아서 잘 찍고 촬영하고 해야 할텐데 말이죠. 제가 사시사철 붙어사는건 아니니까.

 

 

 

전 잡다 기능이나 동영상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단지 센서 성능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눈독을 들였지만

막상 써보니 수동렌즈 촬영시에도 굉장히 편리하고 동영상도 아기 찍어주긴 좋겠더군요.

 

이제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거의 없이 완벽한 디지털 기기로서 바뀌는 과도기적인 모델이라서

예전 모델들의 작동 방식이 그립기도 합니다만, 바꿨으니 후회없이 잘 길들여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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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첫 조카가 태어났는데, 아비노릇 해야 할 형님쪽이 너무 바빠서

형수님 혼자 독수공방 아기 키우다가 뭔가 큰 문제 생길것 같아, 온가족이 합심해서 협력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9월에 다녀온 여행기를 2달이나 우려먹었다는게 그 증거죠.

아무리 나오는대로 막 써갈긴다고 해도 한편 쓰는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10월엔 형수님이 아기 데리고 대구 본가로 내려와서 함께 지냈는데, 전 그틈을 타서 잠깐 서울에 쉬러 가곤 했습니다.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과 만나서 가볍게 남산 한번 올라갔네요. 그 뒤로 서울역까지 바이크로 태워주셔서 편하게 귀국했습니다.

 

 

 

남산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 화창한 날씨였는데, 어째 오르기 시작하자 영 꾸물꾸물해지는게...

그래서 밝고 즐거운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성격상 이런 하늘도 나쁘지는 않네요.

 

남산은 이제 산이라고 부르기엔 뭣할 정도로 가벼운 산책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끝도없이 올라가고

쿠션이 많이 죽긴 했지만 가벼운 조깅 정도는 문제없는 발포제 도로가 정상까지 이어져 있네요.

 

여행을 대비해 구입하신 OM-D 가 좀처럼 손에 익지 않으신 것 같아서, 가볍게 걸어가는 도중에 잠깐씩 찍어봅니다.

제가 카메라 이론에 대해 남을 가르칠 만한 내공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좀 가르쳐 드리면

경험을 쌓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기계적으로는 제가 사용하는 a900 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이니, 적응만 잘 하시면 점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솔직히 같이 올라가며 찍긴 했지만, 찍어놓은 사진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남한테 충고할 입장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학 강의 등등, 작품집보다 이론서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읽었던 터라 (사실은 작품집이 너무 비싸서 많이 못샀습니다)

가능한 한 아는대로 시간에 따른 태양광의 색온도와 빛의 방향 등등, 이론적인 쪽의 설명을 해 드렸는데

사진은 감성이라고 하지만, 그 감성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테 설명할때는 본인의 감성을 주입하는 것보다, 이론적으로 정립된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후에 그 이론을 응용해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뽑는건 찍사 본인의 감성이니까요.

 

 

 

갑자기 꾸물꾸물해진 날씨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슬슬 해가 지려는 무렵에 구름이 얹혀 있어서 조금 설명 곁들여가며 찍던 기억이 납니다.

 

HDR 등의 기법도, 이미 디지털 필터로 구현이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만 설명해 드렸지만

전 그냥 RAW 촬영후에 집에서 만지작거리니 인스턴트적인 결과물 설명은 조금 힘들군요.

화면 중앙에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두 개의 탑은, 몇년전 나침반님과 북한산 올라갔을 때 보이던 그 녀석인듯 합니다.

 

 

 

남산 산책로엔 역시 사람이 많아서 조금 힘들더군요.

워낙 접근성이 좋으니 다들 이곳을 찾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에서는 더욱 인파에 휩쓸릴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냥 잠깐 산책만 하는 정도였으니, 정상에서 할 일은 없긴 합니다만.

나이들어서 보는 남산타워는 가면 갈수록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요.

하늘이 매우 화창할때 작정하고 올라가면 제법 괜찮은 서울풍경을 담을 수 있을 듯 한데.

 

 

 

이건 화각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35mm 단렌즈밖에 없어서 그냥 이렇게 찍었지만

빛이 구름에 산란되었을 때 원거리를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나오는 아련한 분위기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나마 설명을...

 

이 사진에서 구름 바로 밑의 먼 건물 정도만 담을 수 있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을 듯 하네요.

 

 

 

걸어 올라가다가 역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또 한장.

해질 무렵, 구름 많을 때의 역광이 어떤 느낌이라는 걸 대강 설명하면서 대충 찍어봤습니다.

쨍한 날씨에서의 역광도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스트로보로 보충해주면 멋진 사진이 나오긴 합니다만

가능한 한 자연광으로 담으려고 하고, 명암이 강한 사진보다는 부드러운걸 좋아하는 제 성격에 맞춰서 이야기를 드리는군요.

 

잘못된 습관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조언을 드리는게 좋겠죠.

 

 

 

해질 무렵이라 빛이 왼쪽에서 뿌려지고 있을 때의 명암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때입니다.

전 RAW 로 촬영합니다만, LCD 화면에 보이는 썸네일은 JPG 결과물이기 때문에

남산타워의 오른쪽과 성벽 쪽은 완전히 까만 상태였죠. 그런 극단적인 명암차를 이용한 실루엣 사진도 맛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집에와서 RAW 파일 주물럭거리다 보니, 설명하고는 반대로 화이트홀이나 블랙홀 전부 없애버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이거대로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한번 만들어 봤네요.

JPG 촬영시 음영으로만 표현되던 부분도 RAW 촬영후 보정으로 이만큼 살려낼 수 있다는 예시로 쓰이면 될 듯.

 

한달이나 묵힌 사진이라서 제가 올리면서도 현실감이 없긴 합니다.

지금은 아기데리고 서울 올라와서 제가 형님 들어올때까지 형수님하고 같이 아기를 돌보고 있네요.

형님 귀가시간이 보통 새벽 2~3시에, 토욜 일욜도 나갈때가 많아서 형수님 혼자서는 아무래도 힘들 듯.

아직 저도 적응기간이라서 글 쓰고 이런건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거 월급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기 사진이나 틈나는대로 찍어서 부모님 보여드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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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절약이 가능했던 여행이라서 자금은 그럭저럭 널널하게 남았다.

가져간 현금의 1/3 정도 남았으니, 페리터미널에 가기 전 뭐라도 먹어볼까 싶다.

남들한테 줄 기념품은 이미 구입했고, 본인 것으로는 소설 원서 몇권 샀으니

여기서 할만한건 맛있는거 먹는 일밖에 없다.

 

식당에서 자리잡고 먹기에는 페리터미널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딴거 없다 둘러보고 있는데, 오랜만에 소프트크림이 눈에 들어와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보통 유제품이 아니더라도 싸잡아서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하드'라고 부른 빙과류에는 크림이라고 할만한 것이 안들어가니 뭔가 잘못 정착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키타로 마을에 왔으니 키타로 관련 아이스를 먹어봐야지. 잠깐의 유흥으로 가격은 더 비싸지만

관광지에서 1~2천원 더 주고 새다른 아이템 먹는것까지 아까워하기는 좀 그렇다.

소프트크림 맛은 수박맛이라는 묘한 맛이 있어서 골랐고, 크림 위에 토핑으로 고를 과자 하나 고르라고 한다.

주인공인 키타로를 선택할까 싶기도 했지만 시각적으로 제일 정감가는건 역시 눈깔아버지 쪽.

 

 

 

사진좀 찍어도 되겠냐니 흔쾌히 대신 들어주신다.

날씨가 더운 날이라 크림 위에 얹은 초코소스가 금방 굳지 않고 조금씩 흘러내리는게 위태위태하다.

서둘러 사진 찍고 밖에 나와서 먹기 시작한다. 눈깔 토핑은 사실 퍼석퍼석해서 별 맛이 없다.

 

크림은 한국의 수박맛바에 유제품을 섞은 듯한 맛. 부들부들하면서도 맛은 강렬하다.

수박맛 향기가 강하고 설탕이 많아서 그닥 좋은 크림을 사용한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에서 그런걸 바라진 않으니 별 불만없이 먹긴 했는데.

 

예전 자전거 여행시 신세를 졌던 키소(木曽)의 홈스테이 아저씨분이

맛있는 소프트크림 있다고 자동차를 몰고 30분이나 달려서 도착한 고원 목장지대의 아이스크림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농후한 크림맛이라서, 그때 이후로 그냥 평범한 소프트크림은 애들 장난감으로 느껴진다.

일본 몇몇 산간지역에 그런 프리미엄 소프트크림이 있는데, 제대로 된 우유를 쓴 크림이라는게 그런 맛이라는건 처음 느껴봤다.

유럽에서도 그렇고 원래 소프트크림은 그런 맛이었을텐데, 기술이 발달할수록 어째 식음료의 질은 떨어지는 아이러니함은 뭘까.

 

 

 

미즈키 시게루의 흉상과, 그의 저서에 적혀있던 행복론중 한가지인 글귀에 쓰여있는 조각상.

해석하자면 '게으름뱅이가 되어라' 인데, 이걸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뭔가 이상한 결론이 나오게 될지도.

 

전쟁때 왼팔을 잃고, 40세가 넘을때까지 한끼 한끼 식사 해결해서 굶어죽지 않는것 하나만을 위안으로 삼으면서도

당시 천대받던 만화가의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미즈키 시게루가 이런 말을 입에 담는다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원래 저서에 적혀있던 내용 없이 그냥 이 문구만 읽는다면 오해의 소지가 충분할 듯 하다.

그가 하는 말은,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정진해서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득이 들어와 부자유스럽지 않게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위치의 사람이 되라는 뜻.

그런 게으름뱅이라면 나도 되고싶지만, 그러러면 좀 더 노력해야 할 듯.

 

워낙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이해할만한 발언이지만,

호화스럽게도 나는 의미 그대로 진짜 게으름뱅이가 되길 원한 미야자와 켄지의 시구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비에도 지지않고' 라는 시를 읽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지도.

외국어 시라서 한국어로 옮겼을 때 운율이 가진 느낌을 채현하긴 힘들지만 의미 전달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주인공인 키타로도 독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셔터를 누른다.

지금에서야 일본인들에게도 신기한 복장이겠지만, 묘하게 학생복과 묘지기의 복장이 섞인듯한 모습은

당시엔 그리 특이한 복장이 아니었던 듯.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는 평범함이 요즘엔 오히려 매력포인트가 된 듯 하다.

 

 

 

사실 이 키타로 동상은 혼자가 아니고, 옆의 바위 위에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위치상 둘을 한꺼번에 넣으면 눈깔아버지가 아예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아져 버리기 때문에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따로따로 남아버린 것.

 

맨날 키타로 어깨위에 앉아있어서 아버지가 아니라 포O몬스터의 O카츄같은 녀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 작품이 포O몬스터의 기초가 된 것일지도?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마수는 역앞 파출소에도 그 힘을 뻗친다.

파출소 앞에는 기념 스탬프도 찍을 수 있고, 왠지 다른 파출소보다 들어가기 쉬워보이는 분위기.

경찰서라는게 일반인들한테는 워낙 흉흉한(?) 곳인데, 왠지 이곳에서는 들어가서 잡담이라도 해 보고 싶은 느낌이다.

 

자전거 여행중이라면 길 물어보기 위해서 쉽게 들어가겠지만 지금은 이야기거리가 없으니.

사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과 경찰은 관계가 좋지 않아야 정상이긴 한데

의외로 대부분 친절하게 대해주는게 신기했다. 세세한 지도까지 출력해서 펜으로 루트를 그려주기도 하고.

 

많은수의 장거리 여행자들이 공원에서 노숙하거나, 공공화장실 옆에서 밥 지어먹거나 하기 때문에

도시 경찰들은 쉽게 쫓아버릴수도  없고 놔둘수도 없고 난감해하는 분위기.

그래도 일단 도와줄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 도와주는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밤중에 도착한 시골 마을 파출소에서는 위험하다고 노인용 야광 어깨끈도 하나 받기도 했고.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날 밤 도로에서 맷돼지를 만나기도 했지만.

 

 

 

셔틀버스는 5분이면 출발한다. 역 앞에 돌아와서 맨 처음 찍었던 조각상을 전체적으로 담아본다.

캐릭터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역시 이 조각상이 가장 느낌이 좋다. 미즈키 시게루의 인생이 담긴 듯 해서.

 

 

 

산책길 출발할때는 고양이소녀 전철이었는데, 지금은 눈깔아버지로 어느샌가 변신해 있다.

두 종류의 전철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 왠지 이득본 느낌.

 

톳토리현은 매년 국제 만화박람회를 열어서 외국 작가들이나 젊은 지망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워낙 장기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는 박람회에서 이렇게 3일 정도의 여행에서는 장님이 코끼리의 코를 만지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톳토리현이 사구 말고는 관광거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장기간 박람회를 열 수 있는것이진 하지만

상당히 열성적으로 기획중인 만화박람회도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 하나의 인기를 능가하기는 좀처럼 힘든듯 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무원들 하면 세금이나 축내는 녀석들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한 공무원이 우연히 기획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공무원도 한다면 할 수 있다는 쾌거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

물론 나머지 대부분은 이런거 생각할 여유가 없겠지. 노느라고.

 

 

 

이 사진 찍고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페리를 탄 시간 이틀을 빼면 3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이 3일간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

쓰레기 잘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도 그렇게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행지라고 알려진 도시에서는, 번화가에 가면 얼마든지 쓰레기 구경(?)정도는 할 수 있으니.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외딴 도로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어마어마하게 볼 수 있다.

사실 도로가에 떨어진 쓰레기는 한국보다 더 많다. 트럭 운전수들이 먹다가 아무데나 버리기도 하고

가전 폐기물을 돈 받고 수거해서, 산골 도로 깊숙히 그냥 버리는 사기꾼들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산골도로가 워낙 많은 일본이라 인력을 동원해도 좀처럼 그런 곳의 쓰레기까지 정리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이러나저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기억을 더듬어봐도 길가에 쓰레기 떨어진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촌동네라서 그런 걸까. 결론적으로 깔끔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버스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다. 승선시간을 엄수해 달라고 해서 일찍 들어왔지만

정말 할게 없는 곳이니 심심하긴 하다. 한국쪽보다 훨씬 외딴 곳. 한국에서는 그나마 밖에 나가면  식당이라도 있었다.

여기는 식당이고 뭐고, 주위는 전부 물류창고밖에 없다. 사람 사는 흔적조차 안 느껴지니.

 

인내와 끈기를 갖고 할일없는 시간을 보냈는데,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서 승선 직전에야 도착한다.

그래도 가이드하고 말이 다 되어 있었는지 관광객 여권을 뭉터기로 들고 와서 금방금방 승선권을 넘겨준다.

개인 관광객들에겐 승선 1시간 전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으라더니, 단체 관광객들은 승선 15분 전에 오는건 뭔 짓인지.

 

이래서 단체 관광객들하고 같은 날짜에 움직이는게 싫다. 괜한 박탈감 느끼게 하니까. 그런 특권마저 관광비용에 들어있다면

그건 권력 남용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니 신경질 내도 관계없겠지.

 

 

 

이번 산인 여행 날씨는 참 묘하다. 유시엔 이동중 폭우를 만나고, 유시엔 관람시엔 화창하고

미즈키 시게루 로드까지도 이렇게 맑은  하늘이 있었나 싶었지만, 승선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힌다.

대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극단적으로 바뀌는 건지. 일단 페리만 타면 끝이니까 이제와서 날씨 걱정할 일은 없지만.

 

승선을 마치자마자 카메라 집어들고 밖으로 나왔다. 몇  초만 늦어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이라서

그 전에 사진이라도 남길까 싶은 마음에. 이게 10분 전만 해도 맑디 맑은 하늘의 모습이다.

 

 

 

그 다음부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일본서 사온 마시는 멀미약을 6시간 간격으로 한병씩 마시고 잔 것밖에는.

저녁식사는 운이 좋게도 출항하기 전에 미리 먹는 바람에 멀미걱정 없었다. 맛은 여전했지만.

 

멀미약 덕분에 덜 어지럽길레 이번에 산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고 과감한 도전을 해 봤지만

역시 움직이는 배 위에서 책까지 읽는건, 아무리 멀미약의 힘을 빌어도 무리였다. 그대로 누워서 줄창 잠만 잤다.

 

12시간 달리고 달려서 강원도가 보이는 곳에 도달하니 이건 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쨍한 날씨.

이번 여행은 예정에 없던 이벤트들이 자주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이런 하늘만큼은 여행중에 만날수 있길 바랬는데.

다 끝나고 돌아오니 이런 하늘이 반겨주는 모습은 왠지 더 서글프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매우 잠잠해서, 바다는 흐늘거리는 실크 같은 느낌이다.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할까. 멀미약 없을때는 넘실넘실 사람을 말려죽이더니

멀미약 먹는 날에는 왠지 바다가 매우 평온하다.

 

 

 

원래는 매우 부정적인 성격이지만, 여행중 만큼은 항상 긍정적이 되는 두얼굴의 사나이.

그래서 이제서야 나타난 화창한 하늘 역시, 바다 위에서 멋들어진 모습 연출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산인 지역의 화창한 모습을 놓친 대신에 햇빛 반사되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다음엔 아무래도 비행기로 후딱 갔다오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쯤 유시엔의 가을을 만끽하러, 직원 할머니에게 인사라도 하러 다시 들러볼까 하는 성급한 상상을 하며 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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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만명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관광객이 찾아오는 원동력이 되는 이곳에는

한창 만화 좋아할 때의 유아들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절반쯤이 한국인 절반쯤이 일본인 어른이 보인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관광객도 보이긴 하는데, 역시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주 고객층인가보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은 이곳 연못.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상이 곳곳에 숨어있다.

산책나온 젊은 어머니들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목하는 듯한 장소.

 

 

 

이미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일본 근대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위치에 이르러 있다.

유명 만화가들의 출신지에는 나름 선전문이나 간단한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 없잖아 있음에도

이렇게 마을 전체 경제가 한 만화가의 작품에 의존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곳은 명실공히 일본에 이곳 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요괴 신사라고 이름붙여진 이런 장소 역시 그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멋져보이는 바위와 특이한 나무 몇그루를 전시해놓은 이곳은, 신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만 장소지만

묶여있는 소원 종이와 에마의 수를 보니 나름 관광객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곳의 에마는, 기원이 기원이다보니 평범한 신사의 에마와는 전혀 다른 특이한 녀석들이라서

외국에서 관광온 경우에는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는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일부러 연출한 화면이 아니고, 빛바랜 나무 담벼락 한모퉁이에 걸려진 각양각색의 에마들이 이곳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어디서든 재미있는 에마 내용 찾아보는게 이젠 일과가 되었는데

'대학에 합격해서 만화가가 될수 있기를' 이라고 소원을 적어놓은 녀석이 인상적.

만화가 지망이다보니 그럴싸한 그림도 그려놨다. 어디의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력은 나름 있는것 같으니 열심히 하면 만화가가 되지 못할것도 없겠지만, 만화가하고 대학하고 무슨 관계인지는...

아마도 만화 전문대학이라던가 그런 곳일 듯.

 

그것과는 별개로, 사진 담고나서야 보인 오른쪽의 한국어 에마 역시 나름 신선했다.

내용이 신선했다는게 아니라, 이런 장난끼 넘치는 요괴신사에서 너무나도 장중한 필체로 염원을 담아내는 모습이.

 

 

 

이곳의 특이한 에마들을 한데 모아서 담아본다. 기념품으로 하나 가져갈까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특히 기념품에 돈을 꽤 많이 사용한 편이라서 좀 자재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준비한 현금의 1/3 정도는 남겨가긴 하지만, 멀지 않는 훗날 또 다시 일본 가야 할 일이 생길테니 항상 여행시엔 현금을 좀 남겨오는 편이다.

 

지금 집에 모아놓은 엔화는 한화로 약 14만원쯤. 다음 여행갈때 든든한 후원금이 되어주겠지.

 

 

 

신사 안의 모습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녀석은 신사 입구앞에 세워져 있는 이 녀석이다.

키타로의 아버지가 흐르는 물바구니 속에서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좀 어지러울듯 하지만, 매끈한 표면을 무기로 마구 회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다.

 

많은 관광객들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눈깔을 멈추곤 한다.

본인은 관광객이 없을때 회전하는 눈깔이 딱 보이는 순간을 위해 꽤나 한참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카이미나토 시 차원에서 제작된 여러가지 키타로 관련 컨텐츠들을 살펴봤는데

이곳에 거주중인 주민들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충분히 멋진 관광거리에 속한다고 생각.

 

1950년대 작품인 만큼, 산책로 주변의 가게들은 삐까뻔쩍한 건물이 없다.

다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는 의미일까. 낡은 나무판자집에 추억의 미닫이 유리문이 한국에서 온 나로서도 정겹게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안에서 열심히 사진 찍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편인데, 워낙 소심한 마음이라서 왠지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만 찍었는데, 단순히 시가 주선한 관광거리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의 힘으로 손님을 모으겠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손으로 그려 조잡해 보이는 촬영 스팟이, 옆의 반듯한 벤치보다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고.

가게 정문앞을 비추는 전등 역시 키타로 아버지로 장식하는 꼼꼼함까지.

 

이곳의 큰손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이, 키타로를 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아쉬울 뿐이다.

기념품은 어느 정도나 팔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꼭 이런 정보수집증(?)이 앞서는 바람에 관광의 즐거움보다 지적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것도 좀.

그렇다고 가게 주인한테 그런거 물어보는건 좀 실례고.

 

 

 

도시정비는 분위기만큼이나 그다지 현대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온갖 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특히 요즘 일본에서는 사거리 신호 알리는데 저런 스피커를 쓰진 않는데도.

 

뷰파인더를 올려보니 의외로 푸른 하늘과 어지럽게 얽힌 전선, 그중에 유채색으로 빛나는 스피커가 꽤나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해 주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사거리 앞으로 다가가는데, 횡단보도 앞에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한동안 내가 서 있는줄 모르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던 아주머니가 이윽고 나를 발견하고 살짝 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한국사람 아니야~' 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

 

 

 

관광객들로 흘러넘치는 그런 장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톳토리 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레벨을 갖춘 분위기.

 

원래 시골마을이니 일부러 그럴것도 없긴 한데

어쨌든 키타로의 마을이다 보니 대부분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로 마을 전체가 구성되어 있다.

키타로의 아버지 눈깔이 술병 들고 앉아있는 저 그림 역시 마을 분위기에 참 어울린다.

고향의 부흥을 위해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준 미즈키 시게루 덕택일지도.

 

 

 

현대화에 미친듯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느긋한 마을이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구 3만 5천명의 시골마을에서 보이는 풍경은

최신 시설이라고는 냄새 나지않는 화장실 정도밖에 없으면서도,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조용한 건물들의 연속.

 

택시회사라기보다는 자동차 정비소같은 느낌을 주는 저 회사의 모습도, 이곳에서는 관광지의 볼거리로 느껴진다.

사명 밑에는 '키타로와 만날수 있는 마을'이라고 적혀있다.

지붕밑에는 여지없이 눈깔아버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안에서 대기중인 택시 상단부에도 눈깔이...

마을의 특색이란 건, 입구에 크고 비싼 상징물 한두개 만들어놓는다고 생겨나는게 아니다.

요괴들의 마을이지만 어느 곳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의 특색은

시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소소한 마음가짐에서 만들어진 것.

 

 

 

지금도 사용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설치된 이 녀석은 일단 라디오라고 한다.

그냥 나사 두개와 뻥 뚫린 구멍이 사람 얼굴처럼 보여서 담아봤는데,

일단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볼 수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관광과 관련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일사분란한 거리인 것.

 

 

 

요괴들 조각상은 워낙 많아서 그걸 다 찍어서 올리다간 이곳 홍보대사가 되어버릴 듯 하니

걸어가다가 좀 시선을 끌만한 녀석들만 살펴보게 된다. 다들 원작에서 뭐 하는 녀석인지 설명이 되어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역시 와닿지 않는게 아쉽기도 하다.

 

 

 

작품의 히로인격인 고양이소녀. 어쨌든 제일 유명한 캐릭터중 하나여서 그런지

사람 손을 많이 탄 흔적이 보인다. 세삼 느끼지만 미즈키 시게루는 여성 캐릭터 그리는데는 소질이 없나보다.

 

 

 

산책로 거의 끝부분까지 걸어갔다가 방향을 돌려서 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책로 끝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위치해 있어서, 이 파란만장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리 승선시간이 그렇게 널널하진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간다.

 

여행 출발전 대강 찾아본 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그다지 볼것도 없고 시간도 그리 걸리지 않는다는게 중론인 듯 한데

내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 오전 마츠에에서 라멘 먹으며 빈둥거린 시간이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아까웠다는 정도일까.

난 책도 몇 번씩이고 읽고, 영화도 몇 번이고 보는 성격이라서, 한번 간 여행지에 다시 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여운을 남겨놓고 돌아가는것이 다음 여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딱 그 정도의 아쉬움만 가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뭐 놓친 건 없나 싶어서 둘러보던 중, 능히 동상들의 가치에 견줄만한 화장실 간판에 눈을 뺏긴다.

디자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픽토그램. 키타로를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대로 즐거우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전하는 바는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표본이다.

왠지 툭 떼어내서 집의 화장실 앞에 붙여놓아도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인데, 아무래도 저걸 파는 상점은 보지 못했다. 내가 좀 특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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